히아신스 얘기를 해줄까?

아폴론이 사랑하는 청년이 히아킨토스였대

너무 사랑해서 항상 같이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날 원반던지기 놀이를 하다 아폴론이 던진 원반을 잡으려다 이마에 튕겨서 죽게

되었다나..

상심에 빠진 아폴론이 그를 부축이며 슬퍼할 때 히아킨토스의 흐르던 붉은 피가 땅

에 떨어져 붉은 백합, 히아신스가 되었다고 그래. 혹자는 히아킨토스를 좋아하던 서

풍이 그렇게 만들었다고도 하지만.

죽어서 꽃이 된 히아킨토스.

낭만적이지 않니?

내가 늘 걸어 다니는 길이 있어

도시의 한 가운데...4차선도로. 굉장히 차도 많이 다니고 매연도 심하고 시끄럽고,

그런데 그 길을 가로질러 철로가 있단다. 신기하지? 도심 한복판에 그런 풀이 잔뜩

나있는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철로. 운이 좋으면 말야 .  한 달에 한번? 아니 두 세

달에 한두번은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기차가 지나갑니다 하고 철길 건

널목에 설치된 붉은 신호등이 깜박깜박 거리고 안전요원이 서서 행인들과 차가 지나

가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고 삼각 깃발로 막아서면 칙칙폭폭 기차가 (대부분 한 칸짜

리 화물차지만) 빵-하고 소리를 내며 온단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벅차고 뿌듯해지고 행운인 것 같아서 소원을 빌

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가 너무 순진한가?

기차길을 따라가면 철로 양옆에 호박 넝쿨도 있고 여름엔 봉숭아도 잔뜩 심어져 있

고 가을엔 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도 하늘거린단다.

어느날 집으로 오는 길에 말야, 기차가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어.

또 가슴이 벅차오르려 했었단다. 그런데 말야 갑자기 119 구급차가 삐오삐오  소리

를 내며 급하게 달려오는거 있지. 기차는 지나가야 했기에 멈출 수도 없었고 구급차

는 계속 사이렌 소리를 내며 기차가 빨리 지나기를 바래는데 그날따라 그렇게 갈등

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때는 그다지 느리다고 생각지 않았던 기차는 너

무도 천천히 지나가고 구급차도 너무도 급하게 사이렌을 울려대고 기차를 앞에 두고

건너려는 양쪽 사람들과 차들. 안전요원 모두들 기차와 구급차를 보았단다.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참 기분이 이상했어.

기차가 막 지나기도 전에 구급차는 급히 달려나가고 사실 규정대로라면  안전요원은

사람들이 기차 바로 뒤로 지나가는 것을 막았어야 하는데,

난 건널 수가 없었어.

별 것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기차가 지나가는 그 장렬한 광경(내겐 마치 근위병 교대식처럼)을 오

래도록 지켜보고 싶었던 그 마음과 함께 빨리 지나가야 저 구급차 안에 있을 혹은 기

다릴 사람의 위급할지도 모를 생명이 구해질 텐데하는 그 마음이 .

정말 별 거 아니지?

기차가 노을 속으로 사라지고 난 그 노을 속에 자취를 감추려는 붉은 빛나지 않으려

는 태양을 보며 빙글빙글 돌아갔던 그 구급차의 붉은 불, 기차가 옵니다라고 알리던

그 붉은 신호등을 보며 히아신스를 생각했어.

 

어쩌면 내마음이 그런지도 몰라. 히아신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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