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여동생을 건물안에 남겨두고 눈이 펑펑 내리는 순대국거리로 나섰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가마솥에서 순대를 몰래 훔치다가 이를 발견한 주인에게 들키고 말았다.

주인은 경찰서로 넘겼고 아이는 울며불며 배고파하는 여동생에게 가봐야 한다고 사정했다.

경찰관은 아이와 함께 건물로 가보았지만 단 몇시간만에 여동생은 추위와 배고픔에 얼굴을

다리사이에 파묻은채 얼어있었다.

 

이상은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인가 본 수사반장의 한 장면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그 눈내리는 거리, 추위, 까만-지금에서야 그게 순대라는걸 알게된-뱀같

이 기다란 것, 커다란 가마솥 뚜껑.

그 추위는 눈이 내렸을지도 모르는 어느 겨울밤 안방에서 부모님, 형제들과 함께 본 내게 너무도

사무쳤었다.

 

너무 각인되었는지 내가 힘들고 외로울때면 이상하게도 그 아이의 울고 있는 때구정물 흐르는 얼굴이 연상되는 것이었다.

내 유년 시절의 삶이 그애와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에 그애의 슬픔이 정확하게 무언지도 모른채 그저 마음 깊숙히 묻어놓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가끔 접하는 '가난'에 대한 신문기사나 소설만이 동감도 아닌, 그저 지식의 습득정도로만 여겼었다.

내가 나름대로의 가난을 처음 겪게 된 것은 가족으로부터의 경제적'독립'을 선언하고 캐나다로 갔을 때이다.

가져온 돈도 거의 떨어지도 일자리도 구해지지 않자 나는 남은 밀가루 한봉지로 한달이상을 버텼다.

물을 잔뜩 끓이고 수제비처럼 텀벙텀벙 반죽을 떼어 넣고 간장을 찍어 먹기도 하고 기운이 나면 병으로 반죽을 민후 칼로 국수가닥처럼 가늘게 썰어내 칼국수를 해먹었다.

그것도 지치면 풀같은 스프를 끓이기도 했다.

 

가난이 사람을 성숙하게 했나보다.

 

나이든 노인들이 시에서 싸게 임대해주는 아파트에서 살면서 옆방 할아버지의 밤마다 콜록이는

기침소리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아들에게 제발좀 와달라고 애원하는 전화소리를 들으면서

(가는귀먹었는지 목소리가 굉장히 컸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대한 사고

를 하게 되었다. 풀죽으로 사는 것이나 훔친 순대도 못먹고 경찰에 붙잡히는 것이나 자식들이 다

버리고 병이 들어 혼자 밤마다 끙끙대며 사는 것이나 모두 '삶'자체였다.

 

그전까지 나는 편협하게 아버지를 졸라 밤에 슈퍼에 가서 뜨거운 호빵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먹으

면서 순대 훔친 아이의 눈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내'가 있고 '그 아이'가 있다고만 생

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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