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이야기 

 

 

 

--죽음을 앞둔 사람도 욕심이 생길까, 아닐까?

--없어

--삐 이...틀렸습니다.

--아냐?

--난 아냐.

 

난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난 아냐. 점점더 욕심이 생겨. 이것도 하고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이곳저곳 놀러도 다니고 싶고...

--속이 썩었대.

--응?

그애의 까맣게 탄, 거친 얼굴이 대답했다.

--속이 말야, 썩었대, 내 속이

 

 

바다는 수시로 표정을 바꾼다.

쏴-아하고 밀려오고 밀려가고, 갈매기가 날고, 하늘도 마찬가지다.

끝없는 바다. 푸른, 저 푸르른 바다. 바다 같은 하는.

처음엔 너무도 좋았다. 속이 트일 것 같고. 아...이 바다냄새.

이 공기..아..몇일 안지나 난 금새 지겨워지고 말았다. 게다가 갑자기 하늘이 검게 변하여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가고 싶어. 엄마, 그냥 집에 돌아갈래.

--거기 있어. 공기 좋은데 있어야 건강해지지.  엄마는 물기 묻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

다. 철없는 것 같으니라구.,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텐데.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았던 것조차 그립다.

아...

 

-새가 되고 싶다. 포드득 날아갈 수 있다면.

나는 바람을 가르며 바다를 향해 뛰어 나갔다.

포르륵 날아갈수 있다면.

또 하늘색이 변하려 한다. 저 멀리서 검은 구름이 너무도 대비되게 몰려오고 있다. --

 

--가자. 그만 일어나. 그애가 내 팔을 이끌었다. 모래에 주저앉았던 엉ㅇ덩이를 툭툭 털었다.

 

--우리집 갈래?

--나 업어주면 갈게. 내가 응석을 부려보았다.

--그럼 오빠라고 해...

 

사실 나보다 2살이나 많은 그애를 난 끝까지 반말을 쓰지만  그래도 무슨 특권계층인냥 의

기양양하다. 처음부터 그애에게 나 곧 죽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아

님 집에서 낯선 곳에서 온 애에 대해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도. 그 뒤로 그애는 늘 내 앞에

서 조심스러워했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늘 내 비위를 맞춰줬기 때문에 난 더 버릇없어져

버렸다.

 

 

--좋다. 봐주지. 오빠. 업어줘.

그애가 등을 내밀었다. 하하하하하...

그애의 등에 얼굴을 대었다. 뭐야 이건., 황순원의 소나기인가? 속으로 그렇게도 생각해보고.

 

--옛날에 정말로 금슬 좋은 왕과 왕비가 이런 바다근처에 살았대. 그 왕은 신탁을 받기 위

해 배를 타고 나갔고 왕비는 한달 안으로 돌아온다는 왕의 말에 하루도 빼지 않고 열심히

기도를 올렸대. 그러나 사실 이틀도 못 가 왕을 태운 배는 풍랑에 난파당하고 왕도 죽고

말았지. 어느 날 죽은 왕의 꿈을 꾼 왕비가 미친 듯이 바다로 나가자 마침 떠내려오던 왕

의 시신을 발견하고 너무도 슬퍼하던 왕비를 불쌍히 여긴 신들은 그 둘을 새로 변하게 했

단다. 그새가 뭔 줄 알아?

 

--삐 이. 알아

--뭔데?  

 

놀란 듯이 그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바로 ..음 저 새야  맞지?

--그래, 물총새. 너무 사이가 좋아보이지?

 

바다 위를 때론 낮게 날아가기도 하는 저새.

 

--나도 죽으면 새가 될지도 몰라

--그런 소리 그만해.  

 

그애가 핀잔을 주었다. 난 일부러 그애 맘 약한걸 이용해 내가 죽으면,...아파....곧 죽을

것 같아..등등의 말을 많이 했다. 재미있었다. 뭐든지 다해주려는 그애를 이용하는게 재밌

었다.

 

--흥, 촌스럽게 생겨갖구..  처음엔 그애를 보았을 때 시골뜨기란 악감정만 가지고 있었

다. 게다가 왜 학교는 안가느냐, 여긴 왜 왔느냐 등등 별로 대답하기 싫은 것만 물어봤기

때문이다. 사실 자기도 학교 안가면서 말이다. 저능아 아냐? 난 첨에 그렇게 의심했다. 아

니 왜 그나이에 학교도 안가는 거야?

 

--검정고시 준비해.

--검정고시?

--음, 대학갈거야, 고등학교, 대학교 검정고시 다 붙으면...

--지금 몇살인데?

--열일곱.

--그래?      그럼..음..몇년이 남았네?

--그래..

그애의 표정에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부럽다.

 

그애 집에서 우리는 감자를 구워먹었다. 밖은 밤처럼 새까매져 굵은 비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애의 아버지는 외항선원이었고, 어머니는 근처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마도로스라니까

 

그애가 으시댈때마다 나는 울아빠는 의사란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자식병도 못 고치는 돌

팔이란 말 듣기 싫어서.

바람이 차갑게 비와 함께 창문으로 넘어왔다.

 

-하늘이 까매.

--그래,

 

그애는 슬퍼지려 하는 내 마음을 짐작한 듯 짐짓 유쾌한 목소리로 자기 아버지가 외국가

서 사온 카드를 내게 보여주었다.

 

--뭐야 이게?

--우노래.

--우노? ,,그저 그렇게 보이는데?

--카드놀이 하자.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께.

 

담요를 하나 꺼내 그애는 나를 덮어주고 닫아놓은 창에 심하게 부딪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카드놀이를 했다.

--야,,..A. 이겼습니다. 나는 승리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금새 시들해졌다. 하나도 재미 없어.

비오는게 싫어.

 

--난 비가 싫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 후 우울해지는 내 표정에 그애는 어찌할 줄 몰라 대답을 못하고 얼

굴을 붉힌 채 나를 바라보았다.

 

--집에 갈래.

--비가 오는데?

--그래도 갈래..

 

사실 집이라고 해야 엄마, 아빠가 있는 집도 아니지만.

가을이 금새 지나고 겨울이 오면 어떡하지?

이곳의 적막함이 싫어. 파도가 떨어지는 소리도 싫어. 갈매기 소리도 싫어. 비오는것도 싫

어. 해가 잠깐 비치면 그게 금새 사라질까 무서워. 비가 오면 더 기운도 없고..감기 걸린

것처럼 열이 오르고 속이 떨리기 시작했다.

 

--열나는 것 같아.

 

그애는 더 당황한다. 그애의 새까만 얼굴이 내 이마 위에 와 있다. 손으로 내 이마를 짚었다.

 

--비가 그치면 가.

 

그애가 나를 붙들었다.

기운이 없어. 그애가 깔아놓은 이불에 누웠다. 그애는 목까지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주었다.

차가운 벽장에서 꺼낸 이불에서 냄새가 났다.

나는 그 이불냄새가 좋다.

 

--푹신해

--그래?

--내옆에 누워

 

까만 그애 얼굴이 체리처럼 빨개졌다.

--괜찮아.

난 그냥 누군가가 필요해. 옆에 누가 있으면 내가 살아있는걸 알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들어온 그애에게 고개를 파묻었다. 잠시 한기를 느꼈다가 사라졌다. 그앤 땀

으로 옷이 축축해져 있었다.

 

--엄마같아.

--뭐?

 

경직되었던 그애가 어처구니 없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같아.

 

코끝이 찡해진다. 비가 개면 일어나야지. 땀냄새나는 그애에게 더 파고들었다.

 

                  

                 무단전제 및 복제,상업적 사용 및 타 싸이트 개제를 금합니다. 위 작품의 저작권은 EunHa, Kim에 있음을 밝힘니다.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