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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년 전에 쓴 편지-

몇년전 추석 밑에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고성 이씨 분묘 이장시에 발견한
미이라와 유품들을 공개한 적이있습니다.

미이라의 주인공인 이 응태의 부인이
죽은 남편에게 보낸 한글 편지 한 통이 약 450년 만에
같이 공개되었습니다.




<<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br>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나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나는 언제나 당신께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엿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는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 내 뱃 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두어번 읽는 사이에 읽는 내 가슴이 오히려 절절하다.
금슬좋은 부부가 원앙침을 베고 잠자리에 누워 나누는
대화가 어쩌면 이리도 정겹고 사랑스러울수 있을까요!

아내는 남편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갔으며 또 남편은
아내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갔는지를 말했을
그 광경이 더 읽지 않아도 눈에 선하고,
그 사랑의 애틋함에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부부간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으면 남들도
우리 같을까를 생각했으며,
그 사랑이 무너졌을 때 저리도 같이 따라가고 싶었을까요!

또, 불러오는 아내의 배를 어루만지며 남편은
그 자식이 태어나면 들려줄 말이 있다고 했을 것이니,

아들이면 나중에 장성하여 네 어머니같은 여자에게
장가들라는 말이었을까요?
딸이면 네 어머니 같은 여인이 되라고 하는 말이었을까요?

세상풍파 겪으며 인생을 살만큼 살지도 않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죽음에 너그러워 지지도 않았을
젊은 나이에 그 사랑을 시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찾아온 남편의 죽음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사건 앞에서,

이런 편지를 써서 관에 넣을 생각을 하였다니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을
십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영원히 결별하는 마지막 절차를 앞두고 도무지
경황이 없었을텐데 꿈 속에서나마 나타나 생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목소리 들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홀몸도 아니었던 미망인의 이별 의식(儀式)은
몰래와서 보여달라는 애절함으로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 어느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