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아침이-서장4-

"그래 이제 말씀 좀 해보세요.도대체 무슨 일 입니까요?"

배는 순풍을 타고 어느덧 사방을 둘러보아도 육지란 눈꼽만큼도 보이지않는 망망대해로 나와있었다.

아까부터 무릎에 얼굴을 처박은채 침묵을 지키고있는 윤을 더이상 지켜보고만 있을수는 없어 장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후후후 핫핫핫"

장씨의 질문과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 윤의 모습에 처음엔 어리둥절하기만 하던 장씨도 자신이

속았다는것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도련님!!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도 목숨이 위험하다는것도 전부 거짓말이었습니까?"

기가막힌듯 약간 볼멘 소리를 내는 장씨를 향해 윤특유의 짓궂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어! 난 누가 쫓아 온다고는 한마디도 안했어 그리고 죽는다고 했지 목숨이 위험하다고도 안했고"

"그게 그것 아닙니까.죽는다는것이나,목숨이 위험하다는것이나"

"틀리죠..내가 죽는다는 의미는 배 타고 나가고 싶어 죽겠다는 의미였거든...."

이럴땐 영락없이 14살 개구장이의 표정을 지어보이는 윤을 보며 장씨는그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뭍으로 돌아 갈테니 그리 아세요!"

장씨는 아마도 자신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엄할것같은 표정을 만들어 보이려 애쓰며 키를 바꿔 잡으려 했다.

그 때였다. 윤은 냉큼 일어나 뱃머리 맨 앞으로 달려가 쪼그려 앉으며 처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에게 약간의 자유를 주리라 굳게 믿었던 장씨마저 날 배신하다니 나에게 자유란 없는가....

그래 어차피 이렇게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남자답게 이곳에서 내 의지로 생을 마감하리라!"

자신의 연기에 취한듯 윤은 눈까지 지긋히 감고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바다속으로 뛰어들려는듯 옷까지 벗어젖히기 시작했다.

"아마도 꽤 추울걸요.앗 그리고 어차피 자살할거면 몸에다 무거운것을 묶고 뛰어들으시는게 확실할

것입니다요."

아직 화가 안풀린듯 약간 심통스러운 목소리로 장씨가 말했다.

"윽!장씨아저씨 보통 누가 죽으려하면 말려야하는거아니예요 저 진짜 뛰어든다니까요."

"그러게 누가 뭐랍니까.말해두지만 이 바닷가는 제 앞마당입니다요.설사 빠진다해도 제가 다시 끄집

어 내는일정도는 손바닥뒤집기보다"

"풍덩!!"

장씨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전에 배가 크게 출렁이며 눈앞에 서있던 윤의 모습이 사라졌다.

"우와 그렇다고 진짜 뛰어들다니....."

너무나 놀라 장씨가 미처 사태를 파악치도 못한체 성급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그러나 그럴줄 알고있었다는듯이 그와동시에 배의 반대편 물속에서 윤이 튀어올라와 재빨리 다시 배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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