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출 2

 

"사각...사각..."

무척이나 귀에 거스리는 철과 철의 마찰음...

윤은 이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위의 자그마한 환기통겸 창문 사이로 희미하게 흘러들어오는 별빛사이로 이리저리 몸을 부대낀채 쪼그리고있는 주위사람들

에게서 윤은 어렵지않게 현실로 돌아올수 있었다.

이 곳은 왜선의 선창...어떻게 해 볼사이없이 배에 올라 다른 이들과 함께 묵직한 족쇄가 발 목에 채워졌을때는 그야말로 절망 그

한마디 뿐이었다.두려움과 슬픔 그리고 발을 죄어오는 아픔속에 울다지친 윤은 그만 깜빡 잠이 들어었다.

잠에서 깨어난 윤이 우선적으로 한것은 장씨를 찾는것 그러나 장씨의 다른 사람보다 훨씬 우람한 덩치는 어둠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윤은 약간은 안도의 숨을 돌렸다.

"사각...쓱...사각...".

다시 울려오는 마찰음 윤은 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약간은 인상을 찌프리고 소리의 원인을 찾아보았다

소리의 원인은 그다지 멀지않은 곳에서 울려나오고 있었다.이제 16,7세쯤 되었을까? 얼굴을 자세히 알아볼수는 없었지만 윤과도

그리 차이가 나지않는 아직은 어린티가 가시지않은 소년이 소리의 원흉이었다.

소년은 어디서 구했는지 자그마한 쇠줄같은것으로 자신의 철 족쇄 줄을 끊으려 하고 있었다.

"사각..사각..."

너무 일에 몰두한 탓일까? 소년은 미처 윤의 접근에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러나 아주 가까이 접근해 자신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데에는 아무리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었다하더라도 눈

치 채지못할리가 있겠는가..소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윤을 같이 마주 쳐다보았다.

"너도 풀어주길 원해?"

미소짖는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중국어였다.

당시 조선의 양반들에게 잇어서 중국어는 무척이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출세를 위해서는 중국어에 익숙해 질것 이건 필수라고

할수있다.윤 또한 천자문을 배워나가기 시작했을때 부터 아버지의 배려로 일부러 초빙한 선생으로 부터 중국어를 배워었다.

한시나 유교서등에서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그의 형으로부터 유일하게 우세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것 또한 중국어였다.

그런 윤이었지만 광동어가 많이 섞여있는 이 소년의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때 이미 자신의 족쇄를 풀어낸 소년은 윤의 대답도 기달리지 않은채 윤의 족쇄를 풀으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진 명 너는?"

윤의 마음을 알았을까.이 번에 또렷한 북경어로 질문을 했다.

"내 이름은 김 윤 조선인이야 넌 명나라 사람이니?"

여전히 바삐 손을 움직이며 명은 고개를 두번 끄덖였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걸 ? 아니 이 배는 어디로 가고 있지? 일본? 넌 또 어떻게 이곳에 왔지?"

연달아 질문공쇄를 하는 윤에게 여전히 미소만 지어보이는 명은 작게 속삭였다.

"우선 여기 탈출해야 해! 궁금한 것은 나중에 얼마든지 다시 물으라고..."

탈출한다는 말에 부정할리 없는 윤이지만 퍼뜩 장씨가 생각이 났다.

"일행이 있어..그도 같이 가야 해...."

약간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던 명이었지만 이내 표정을 풀며 고개를 끄덕여 윤의 말에 찬성해주었다.

윤의 족쇄를 다 풀은 명은 윤이 이끄는대로 장씨의 족쇄를 풀기 시작했고 놀란 장씨는 윤이 진정시켰다.

"그런데 우리들이 이렇게 움직이는데도 어떻게 저렇게 쥐죽은듯 잠에 빠져있을수 잇는거지?"

윤의 움직임에는 그저 잠에 빠져만 있는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윤이 질문했다.

"앵속이라고 알아? 일종의 환각제지....우리들에게 지속적으로 배급되는 식량에는 그것이 들어가 있지...저들은 바로 그래서 무기력

함에 빠져 잇는거야.일종의 약의 효과라고나 할까."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명의 말에 윤은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왜구들이 이토록 금수보다 못한 짓을 자행하고 있을줄이야...

"아니 그런 넌 왜 괜찮아?"

"훗..그렇게 질문하는 넌 왜 괜찮지?"

일순 말을 잇지 못하는 윤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던 명이 막 입을 열려고 할때...

"쉿... 누가 옵니다..."

작게 주의하는 장씨의 말에 조선어를 알지 못하는 명도 그 분위기에 눈치를 채고 몸을 움츠렸다.

순찰중이었을까? 작은 작은 환기구위를 몇몇이 알수없는 일본어를 떠들어되며 지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이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듯 잠시 후 사라졌고 명은 장씨의 발목의 족쇄를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절대 도망가지 못할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는지 의외로 출입문은 그냥 쉽게 열렸다.그리고 명은 능숙히 장씨와 윤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마치 이미 계획 된 일인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