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출 3

 

 

그들의 탈출은 의외로 순조로왔다.설마 탈출을 꿈 꾸는 이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하던 왜군들은 몇몇의 보초만을 남긴채

깊히 잠들어 있었고 그나마 배 밑창 수용소 근방은 지나친 악취탓인지 기본적인 점검조차 않하고 있었다.

명은 윤과 장씨를 이끌고 능숙하게 배 밑창을 빠져 나와 후미로 안내해 갔다. 이런 호송선타입의 배는 대체로 배의 후미에 탈출

용 소선이 있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순조롭게 이동해 무사히 배를 바다위로 내리기 시작했던 그들의 운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누구냐! 어... 탈추........"

자신들을 발견해 소리치던 보초를 급히 때려눕힌 장씨였지만 그가 소리치는것을 완전히 막진 못했다.

순식간에 곳곳에 횃불이 올라가고 왜군들이 자다 일어난듯 복장도 채 갖추지는 못했지만 꾸역꾸역 몰려들기 시작했다.

"잠시만 시간을 벌어줘요.!!!!"

장씨를 향해 소리친 명은 가지고 있던 쇠고챙이로 소선의 줄을 끊으려 하기 시작했다.

당황해 무엇을 해야할지 허둥되던 윤은 급한 마음에 이빨로 깨물며 줄을 조금이라도 끊으려 하고 장씨는 무언가 마땅히 쓸만한

무기를 찾던 장씨는 배 후미를 지탱하던 기둥을 잡고 뽑기 시작했다.처음에 그 모습에 비웃음을 보내던 왜구들도 기둥이 크게 흔들리자 무척 당황했다. 결국 한아름이나 되는 기둥은 장씨의 힘앞에 굴복하고 얌전히 장씨의 손에 그의 무기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가 저랬을까. 자신의 몸에 몇 배나 되는 기둥을 휘둘르는 모습은 왜군들을 질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들은

무언가 그들의 언어로 소리치며 소란은 떨고 있었지만 감히 접근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저씨 빨리요..!"

어느덧 배가 무사히 바다위에 내려앉은것을 확인한 명은 지체하지않고 바다위로 뛰어들고 윤 또한 장씨에게 재촉하며 바다위

로 몸을 날렸다.

장씨는 자신에게 서서히 접근해오는 왜구들에게 자신이 들고있던 기둥을 던져 물러가게 한후 배후미의 방향키를 크게 흔들어

망가트렸다.무언가 고래고래 소리치는 왜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다위로 몸을 날린 장씨..그제서야 몇몇 왜구들이 조총을 들고

나왔으나 이미 밤바다위에 불하나 가지지않은 소선을 찾기란 불가능 했다.이미 방향키를 잃은 배는 선회할 방법이 없었고 분한

마음에 무작위로 총을 쏴되는 왜구도 있었으나 그다지 효과를 기대할수는 없다는것을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배위로 올라서는 장씨를 보며 그가 방금전에 보인 신위에 명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힘 좀 쓰게 생긴것은 알았지만 설마 멀쩡한

나무 기둥을 뽑을만큼의 장사리라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자신과 비슷한 연령이기에 아무 생각없이 구한 명이었지만 새삼

윤일행을 다시 보게 됐다.

그러나 그런 표정도 잠시 어찌되었던 무사히 탈출했다는 안도감과 기쁨으로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웃음은 전염된다

고 하던가..그 웃음에 따르듯 윤도 장씨도 크게 웃기 시작하고 어느덧 밤하늘 사이로 그들의 웃음소리만이 넓게 퍼져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