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출 4

 

 

윤일행은 바다위에서 장씨와 같은 노련한 어부가 같이 있다는것이 얼마나 안심할수 있는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었다.

바다....바다....그 끝 없이 펼쳐져있는 망망대해위에서도 장씨는 바람의 방향..별들의 위치등으로 어렵지않게 방향을 잡아내고 있었다.

그것에 비해 전혀 쓸모없어진것은 윤과 명...그 들은 그저 흔들리는 배 위에서 멍하니 바다를 쳐다보는것외에는 이렇다할 역활이

없었다.도대체 탈출후 어떤 방법으로 나아갈 예정이었냐는 윤의 장난끼어린 질문에 명은 그저 머리를 글적거리며..

"그것까지는 생각 안해 봤는데...."

라고 대답해 장씨와 윤을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 하게 했다.

결국 장씨아저씨의 제안으로 우선 거제도로 같이 간 후 거제도에 가끔 찾아오는 개성상인편에 윤을 본국으로 돌려 보내기로

합의를 봤다.

비록 아무것도 먹지못해 주린 배를 움켜진 그런 괴로운 항해였지만 장씨의 노련한 항해술에 크게 힘입어 그다지 큰 불편은 격지

않은채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음.........음......"

이변은 3일째 되는 날 일었났다. 지친 기색은 역력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힘차게 노를 저어가던 장씨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굳어

있었다.비록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이틀동안 보아온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명도 그리고 아마도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그 모습에 윤도 말을 못 붙힌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엇..."

자신의 얼굴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지는것을 느낀 명은 자신도 모르게 희색이 만면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배고픔보다 더욱 괴로웠던것이 바로 이 갈증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려 빗물을 마시려는 명의 모습에 윤도 덩달아 입을 벌려 빗물을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장씨의 어두운 표정은 가시지 않고 있었다.

가느다란 빗방울이 한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것이 굵직한 장대비로 바뀌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제서야 윤의 얼굴도 공포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오랜 세월을 바닷가에서 보낸 윤이 이 비가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히 태풍

이라는것을 눈치채지 못할리가 있겠는가.명또한 둘의 모습에 어느정도 위기를 짐작하고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에 다가왔다.굵어지는 빗방울이 갑작기 엄청난 바람과 집채만한 파도를 동반하기 시작한것은...

"아무곳이나 꼭 잡으세요!!!!'

장씨의 외침에 퍼득 정신을 차린 일행은 배의 옆자락을 손에 집히는대로 부등켜 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아마도 공포때문이었으리라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장씨는 반드시 저들을 살리리라 가슴 속으로 다짐하며 노를

굳게 쥐었다.

그러한 장씨의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자연의 무자비한 힘은 이 자그마한 조각배를 인정사정없이 휘어감기 시작했다.

그곳에 인간이 존재하는것을 용서 못하겠다는 듯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바람 압도적인 크기와 힘을 발휘해 되는 파도 ,눈앞에 물을 쏟아 붓기라도 하듯 한치앞도 보기힘들정도로 쏟

아지는 비..그 앞에 인간은 정말 무기력한 존재에 불가했다.

얼마간 장씨의 노련한 솜씨로 위험을 어떻게 회피하던 그들 일행이 잠시 숨을 돌릴려든 찰나 갑자기 몰아친 돌풍에 윤이 잡고

있던 배의 난간이 떨어져나가며 윤의 몸도 같이 바다위로 내팽겨쳐 버리고 말았다.

'장씨.......며....ㅇ'

무언가를 잡아한다는 생각도 잠시 자신을 보며 무언가를 외치는 장씨 그리고 손을 내밀려고 하는 명의 모습이 아련히 보인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윤의 의식은 바닷물속으로 사라져가는 자신의 몸과 더불어 더이상 지탱해주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잠시 말을 잃은 장씨와 명 그러나 그들 또한 무사할수는 없었다.

그들이 윤에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사인가 접근해온 거대한 파도는 그들의 모습을 순식간에 덥쳐버렸고 그 곳에는 어느덧

처음부터 그곳에는 거친 바다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던것인냥 넘실거리는 바다이외는 아무것도 존재하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