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구도해전 1

 

"왜..왜구....."

장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못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윤은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할수 있었다.

임진,정유 두번에 걸친 조선침략의 실패는 그 당시 일본의 토요토미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

다.그와 함께 빈농의 출신으로 일본통일이라는 기적을 이룬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은 일본 전체를 크게 뒤흔드는 사건이었다.사실상의 이인자로 줄곳 때를 기다리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있

어서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할수 있었다.

결국 한번 통일되었던 일본은 여기서 다시 동서로 나뉘게 되다 세키하라라는 곳에서 총동원40만

또는 60만이라고도 하는 대전투를 벌이게되는데 여기서 승리한 진영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

에도-지금의 도쿄-를 수도로 정한 그가 가장먼저 손을 댄것은 토요토미측의 유신-남겨진 신하-들의

철저한 붕괴였다.전국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도망의 길에 올라야했다.그 다음으로

시작된 작업은 토사구팽,지금까지 같은편이었던 인물들을 탄압해 자신의 혈족들로 대처하기 시작,

되었고 이 과정에서도 수많은 인물들의 자신의 터전을 잃게된다.갈곳을 잃은 그들이 칼을 들고 도

적이 되는것은 이미 정해진 결과라고도 할수 있다.그리고 그들중 일부는 대마도등을 중심으로 해

적으로 둔갑해 왜구 또는 왜적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동남부,중국 동해안등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왜구의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실제로 오랜기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굻은

이들인만큼 토벌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많았다.

게다가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수가 없어 일반 서민들에게는 귀신은 만날지언정 왜구는 만나지마라

라는 말까지 유행할정도 였다.

바로 그 왜구들이 자신의 눈앞에 그 모습을 나타낸것이다.

바다의 사나이라 담대하고 용맹한 장씨의 눈에조차 불안의 색이 스친것은 이런 연유였다.

하지만 장씨도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넘긴 바닷사람답게 이내 침착을 되찾았다.불안에 가늘게 몸

을 떨고있는 윤을 슬쩍 쳐다보다 조용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바다위에 숨을만한 곳이 있을리

없었지만그래도 불행중 다행으로 가까운곳에 와구도가 있었다.

"도련님 우선은 저리로 피해야 겠습니다."

와구도를 손으로 가리키며 외치는 장씨의 모습을 보며 윤은 고개를 끄덕이는것이 겨우였다.

'무리도 아니지'

겁에 질린 윤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힘차게 노를 저어나아갔다.

그들이 와구도에 상륙해 배를 대충 돌사이에 숨기고 몸을 커다란 바위그림자속에 감추었으때 왜구

의 배들은 그들을 발견못한듯 와구도를 스쳐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일단 안심이 되면 호기심이 일어난다고 하던가.

특히 호기심이 강한 윤이 왜구의 배들을 좀 더 자세히 보고싶은 충동이 일어난건 당연하더고 할수

있다.재쌉게 몸을 일으킨 장씨가 제지한 틈도 없이 바위산을 기어 올라가 왜구의 배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배의 크기 자체는 조선의 전함인 판목선에 비해 그리 크지는 않았다.그러나 과연 오랜 전

쟁을 통해 겪은경험을 통해 만든 배답게 무척 날래고 실용적으로 지어져있었다.

어느덧 얼마전 거제도 앞을 통과하던 조선의 함선들과 왜구의 배들의 전투를 머리속으로 그리던 윤

은 자신도 모르던사이에 고개를 치겨들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였다.

윤의 뒤에서 솥뚜겅같이 커다란 손이 그의 머리를 찍어 누르며 쏙삭인것은.......

"도련님 반대편에 또 다른 배의 출연입니다요"

장씨였다.윤은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이라도 시키려는듯 장씨를 한번 째려본후 잘씨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과연 거기에는 장씨조차도 본 적이 없는 선함들이 출연해 와구도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것도 왜구야?"

윤의 질문에 모르겠다는듯 어깨를 으쓱해보인 장씨는 다시한번 정체불명의 배들을 살피기 시작했

다.이변이 왜구의 함선에서부터 일어나기 시작된것은 바로 그때였다.

마치 반대쪽 함대를 기다리기라도한듯 갑파위로 부산히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것이다.

"그다지 사이가 좋아보이지는 않는군요."

장씨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를 할수있는 윤은 지금 눈 앞에 막 시작되려하는 해전

에 이상하게 마치 자신이 지금 저 위에서 참가라도 하는있는듯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두 함대는 이미 서로를 확인할수 있을정도로 가까와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