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구도 해전8
"가시라....결단을......" |
부관은 눈시울이 뜨거워져있는 사루스케를 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
사루스케는 목이 매어 결국 입을 열지 못하고 자그마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
그의 승낙을 얻은 부관은 전 함대에 전선이탈의 명령을 발했고 사루스케의 기함은 유지의 함선을 남겨둔채 도주하기 시작했다. |
한편의 유지는 십리경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사루스케의 기함을 확인하고는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
"음....이제 어떻게 할까?" |
빙긋 미소를 지어보인 유지의 향해 오랜 세월 동거동락을 같이 해온 두 부관은 마주 미소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
그들 또한 지금 전선에 남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미 죽음이란 출항하기 전부터 결심했던 일, 그들은 죽는다 |
는 자체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 |
사실 지금 유지의 함선은 무장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병석에서 파울함대의 노련한 솜씨를 들은 유지는 아무것도 모른는 사루 |
스케는 적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판단했다.그렇기에 그의 위험을 짐작한 유지는 출항을 서둘룰수 밖에 없었다.함포라는것은 |
전국시대가 이미 끝나버린 일본에서 그리 쉽게 구할수있는 물건이 아니었다.게다가 자신들의 함대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대포는 |
전부 무장해버린체 출항한 다음이었다.끝내 유지로서는 그 짧은 시간안에는 대포를 조달할수는 없었다. |
그는 임기응변을 발휘, 가까운 곳에 있는 목재상으로부터 통나무를 사들여 검게 칠한후 마치 대포처럼 포대에 설치한후 출항했던 |
것 이었다.어차피 이기고 있다면 자신들이 나설 이유가 없었으며 지고 있다고 해도 잠시는 적을 속일수 있을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그의 계획은 멋지게 성공했다 새함대 출연에 파울 잠시 주춤해버려 틀을 만들어 버렸고 그사이로 사루스케의 기함을 무사히 탈출했다 |
그러나 적이 언제까지고 속아줄리가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유지가 가장 잘 잘알고 있었다. |
"마지막으로 멋지게 죽어볼까...." |
부관을 향해 입을 벌린 유지는 직후 함선의 기함에의 돌격을 명령했다. |
"돌격...!!!!난 신지의 아들 유지!!! 나의 마지막 의지 똑똑히 보아두도록.!!!" |
이미 출항전에 죽기위에 간다는 말을 들은 선원들은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었다.그래서 지금 탑승중인 선원들은 유지와 같이 죽을 |
것을 각오했던터라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적의 기함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
그러나 파울의 함대는 그렇게 간단한 상대는 아니었다. |
유지의 돌격을 부드럽게 회피한 파울은 다른 선함과 더불어 유지함선의 후방을 집중포격 순식간에 유지의 배는 침몰해들어가기 |
시작했다. |
"훗! 역시 안돼나........" |
이렇게 될줄은 이미 알고있었다는듯 유지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
그리고 갑판위로 올라가 돛대와 자신을 굳게 묶기 시작했다.배에서 자란 자신은 배위에서 죽는것이 꿈이라는 그의 평소의 말버릇 |
처럼 배위에 죽음을 맡기 위해서 였다.그의 마음을 잘아는듯 따라나오 부관들도 각기 다른 돛대와 자신을 묶어버렸다.그들 또한 유지와 최후를 같이 장식할 각오들이었다. |
그의 배는 서서히 가라앉고 그는 바다위에 크게 포물선을 만들어내며 가라얹고있는 배의 갑판위에서 단 한차례도 눈을 돌리지않 |
으은체 파울의 함대를 노려보며 당당히 죽음을 맞이했다 |
이 모습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않고 망원경을 통해 지켜보던 파울과 리오의 입에서도 신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지독한 독종..........아무래도 저들과는 또 다시 바다위에서 만나게 될것 같구나...." |
망원경에서 서서히 눈을 떼며 파울이 입을 열었다.역시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한 리오또한 그들과의 재전을 예감하고 있었다. |
그러나 훗날 복수를 부르짓는 사루스케의 함대에 의해 절망적인 대타격을 입게 되리라고는 현 상황에서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
둘사람이었으니........ |
|
승리한 이,패배한 이,그들의 전술과 해전의 상황을 와구도의 정상에서 시종일관 지켜보던 윤은 어느사이엔가 자신의 옴몸에 전율 |
이 스쳐지나가는것을 느꼈다.말로만 듣던 해전의 박력앞에 가슴이 뜨거워지지않을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그러나 윤은 아울러 분노 |
또한 느끼고 있었다. |
이 곳은 엄연한 조선의 영해..저들은 남의 앞바다에서 버젓히 해전을 벌린것이다.더욱 한심한것은 이런 큰해전이 끝나도록 조선의 |
함선은 이들을 제지하긴커녕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
사실 동인과 서인 또 남안과 북인등 당파싸움에 정신이 없는 조정은 이미 자신의 바다를 스스로 지킬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
이순신에 의해 일본을 공포에 물들여 놓았던 조선 수영-현재의 해군본부-의 위엄은 그가 만들어 놓았던 12척의 거북선을 조선의 |
힘이 커지는것을 두려워한 명의 명령을 받아들여 스스러 파괴함으로 이미 땅에 떨어졌다고 할수 있다. |
겨우 구색을 맞추기위해 가져다놓은 판옥선의 대부분은 말이 전함일뿐 너무 오래되어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고 새로 명에게 |
부탁해 빚을 지면서까지 사들여온 신형 판옥선 또한 30년도 더 된 구형 판옥선에 색칠만 새로이 한것에 불과 했다.그러고도 불평 |
한마디 못했던 약하디 약한 조정은 안으로 밖으로 이렇게 커다란 우환을 가지고있다고 할수있었다. |
윤은 이러한 사실들을 어른들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들었지만 오늘에야 그 의미를 정확히 깨달을수 있었다. |
'언젠가는 반드시 이 땅의 기강을 다시 세우리라......' |
그러나 어린아이답지않게 이렇게 굳게 맹세하고 있는 그또한 지금 바로 자신의 앞에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것만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