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의 이야기

지난 20세기에 기술과 세계 문화의 발달이 급속했다고는 하지만, 21세기 이후의 엄청난 발달에 비한다면 빛이 바래고 말 것이다. 21세기의 끝 무렵 인류는 전례없이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경험하게 된다.극단적인 신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등장함에 따라 가장 가난한 국가들조차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와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동구권에서 공산주의가 몰락함에 따라 핵무기를 사고 파는 풍경을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우세한 자본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유지되던 국가간의 세력 구조는 제3세계 국가들이 초강대국들에 경제적 군사적으로 도전함에 따라 붕괴되고 말았다.

사이버네틱스, 인간복제, 그리고 유전자 조작 기술에 대한 비판은 점점 수위를 높여가, 마침내 극단적인 인본주의자와 강경 종교 집단들이 이들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해 이익을 얻어온 사기업들의 권리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이버네틱 장비를 두뇌에 심었고, 어떤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돌연변이로 오감을 발달시키거나 텔레파시 능력을 얻었다.

이러한 인류 유전자에 대한 극단적인 변화가 겁 많은 인본주의자 집단들 사이에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역주:사이버네틱스란 컴퓨터를 인간 두뇌와 결합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기술은 계속 발달하고 널리 퍼져나갔으며, 인구는 늘어만 갔다. 20세기의 끝 무렵 세계 인구는 약 60억 정도였다. 그로부터 삼백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세계 인구는 270억에 달하게 되었다. 공해와 천연 자원, 그리고 연료 부족이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던 세계 지도자들의 고민을 배가 시켰다. 인구 폭발과 유전자 변이가 끝내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넣으리라는 불안감이 인류를 휩쓸기 시작하였다.

사이버네틱스와 유전자 변이를 사이에 두고 긴장이 더해가는 동안, 수많은 국제 경제 시스템이 스스로 붕괴하였다. 극렬한 테러와 폭력이 빈번히 기업 집단과 인본주의자 집단 사이에 발생하여 경찰의 진압을 초래하였다. 강대국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경찰 폭력 진압에 대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사회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결국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던 국제적 힘의 균형은 깨어지고 세계는 유례없는 대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새로운 질서의 탄생

2229년 11월 22일, 국제 강대국 협의회(UPL)가 설립되었다. UPL은 단합된 인류의 미래을 그리던 과거 UN의 강령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이 새로운 국제 기구는 일부 극히 불안정한 남아메리카의 국가들을 제외한 세계 인류의 93퍼센트를 지배하였다. UPL의 근본적 이념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였지만, 때로는 공공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극렬하고 파시스트적인 경찰의 힘에 의존하곤 했다. 80여년에 걸친 지배 기간 동안, UPL은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마침내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극단적인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였다. 조금씩 남아있던 인종주의의 잔재는 잔혹하게 말살되었고, 통합정책의 주역인 통일 위원회는 세계의 오랜 종교들을 대부분 금지시켰다. 영어가 지구의 공용어로 지정되고, 각국의 언어는 차츰 금지되었다.

UPL은 공식적으로 종교를 금지하면서도, 스스로는 '인류의 신성성'이라는 자못 종교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이 준-종교적 강령은 인류의 순수한 유전자에서 불 필요한 인공 장기와 돌연변이를 즉각 제거할 것을 요구하였다. UPL은 강경파와 과학자들은 유전자 변이와 사이버 테크놀로지, 그리고 마약의 사용이 인류의 존엄성을 파괴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침내 UPL의 지도자들은 타락한 기술로부터 인류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였다.



대 정화 운동

UPL은 800년 전 유럽을 수십년 간 휩쓸었던 종교 전쟁이나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정책처럼 잔혹한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그 계획의 이름은 " 대 정화 운동"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한 대 정화 운동은 인류의 타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최종적인 해답이었다. UPL의 군대는 지구의 모든 국가를 휩쓸며 도망자, 해커, 인조 장기 부착자, 사이버테틱 장기 부착자, 기술해적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범죄자를 제거하였다. 지구 전역에 걸친 이 운동은 400,000,000명에 이른 의생자를 남겼다. UPL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언론은 이 잔혹한 폭력의 실상을 숨겨 일반인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게 하였다.

UPL은 잔혹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핵심 기술을 다수 발전시키는 데도 성공하였다. 수 십 년간 버려져 있던 분야에 대한 연구가 UPL의 통치 하에 다시 개시되었다. 20세기 중반 활발하게 진행되던 우주 탐사 프로그램은 예산 부족과 끊임없이 발생한 정치적 방해 공작으로 인하여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다 함께 포기하고 말았었다. UPL은 이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새로운 탐험 시대를 열었다. 냉동 동면 기술과 워프 엔진 기술의 개발은 드디어 항성간 여행을 가능케 하였다. 덕분에 4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만에 UPL은 달을 비롯하여 태양계 내의 여러 행성에 식민지를 개척할 수 있었다.

한 편, 젊은 천재 과학자 도란 라우스는 UPL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대 정화 운동에는 관심이 없었던 라우스는 대신 태양계 밖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계획에 몰두하였다. 라우스는 새로운 광물과 대체 에너지 자원의 발견을 통해 자신이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하였다. 정치적 연줄과 막대한 개인 재산을 이용하여 라우스는 수천명의 UPL 죄수들을 자신의 비밀 계획을 위한 희생양으로 확보하였다.

대 정화 운동에 의해 집단 사형을 기다리고 있던 죄수들은 대신 라우스의 개인 실험실로 보내졌다. 죄수들을 보내 태양계 밖의 식민지를 개척할 계획을 세운 라우스는 자신의 부하 연구원들에게 총 56,000명에 이르는 죄수들을 장기 냉동, 동면 시키도록 지시하였다. 라우스는 죄수들의 다양한 돌연변이와 사이버네틱 강화장치에 대한 기록을 혁신적인 수퍼 컴퓨터에 입력하였다. 아틀라스(ATLAS)라는 이름의 이 수퍼 컴퓨터는 유전자 정보를 처리하여 어떤 죄수들이 앞으로의 가혹한 시험을 견뎌낼 수 있는지 조사하였다. 이 조사에 합격한 사람들은 약 40,000명 가량이었다. 이들은 네 척의 초거대 우주 수송선으로 옮겨졌다. 수송선에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죄수들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물자와 식량, 그리고 각종 장비가 적재되었다. 항법 컴퓨터에는 태양계 밖의 행성 간트리스 VI의 좌표가 목적지로 지정되었다.

모든 준비는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주도면밀한 라우스조차 죄수들이 은하계의 변방에서 가공할 운명의 장난과 마주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긴 수면, 그리고 조난

아틀라스는 첫번째 초거대 수송선 내글페어에 설치되었다. 나머지 세 수송선, 아르고와 세이렌고, 그리고 레이건은 내글페어의 뒤를 따르도록 프로그램되었다. 후세 사람들이 "긴 수면"이라고 부르게 된 이 여행동안 아틀라스는 동면 상태에 들어간 인간들의 상태를 끊임없이 점검하였다. 죄수들의 유전자에 잠재한 다양한 돌연변이와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운데 아틀라스는 일부 DNA에 강력한 전염성을 지닌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돌연변이 DNA를 지닌 죄수의 수는 1퍼센트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 DNA는 인간 두뇌에 잠재한 초능력을 발현시키는 능역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틀라스는 죄수들이 식민지를 건설하는데 성공한다면 몇 세대 지나지 않아 초능력 돌연변이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 발견은 즉각 지구로 전송되어 도란 라우스의 기록 속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원래 일년으로 예상되었던 이 여행은 갑작스러운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여행 도중 아틀라스에 연결된 항법 시스템이 알 수 없는 고장을 일으켜 간트리스 VI뿐만 아니라 지구의 좌표조차 함께 삭제되고 만 것이다. 덕분에 네 척의 수송선들은 약 삼십년 간에 걸쳐 정처없이 방황하게 된다.

네 척의 초거대 수송선들의 워프 엔진은 삼십여 년의 걸친 혹사를 이기지 못해 고장을 일으킨다. 결국 28년에 걸친 워프 여행이 끝나고 거대한 우주선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태양계의 외곽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에서 60,000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엔진은 고장나고 생명유지 능력은 거의 고갈된 상태로 수송선들은 비상시 행동 규칙에 따라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을 향해 돌진한다. 레이건과 세이렌고는 앞으로 '우모자'라 불리게 될 행성에 비상착륙한다. 대기권 진입과정에서 심각한 시스템 고장을 겪은 세이렌고는 행성 표면에 그대로 돌입하여 8,000명의 승객과 함께 산화한다. 그보다 운이 좋았던 레이건은 비교적 순조롭게 착륙할 수 있었다.

착륙에 성공하자 동면실의 문이 열리고 생존자들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자기들의 위치와 얼마나 동면 상태에 있었는지 확인하려던 승객들은 아틀라스의 시스템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들의 여행에 관한 기록을 모조리 삭제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르고는 붉은 행성 '모리아'에 착륙하였다. 아르고의 승객들 역시 레이건처럼 여행에 대한 기록이 모두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다. 네이글파의 승객들만이 컴퓨터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틀라스에 접속한 그들은 자신들이 다시는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비옥한 행성인 타르소니스에 착륙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송선 네이글파가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낯선 세 행성에서 살아남은 조난자들은 난파한 수송선의 부속을 뜯어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피난처를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동맹 그리고 신세계

각 행성의 주민들은 그들이 '신세계'라 이름 붙인 낯선 행성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들의 동료들 역시 같은 태양계 내의 행성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떠돌이 지구인들은 각자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수송선에 적재되었던 통신 기기들이 모두 부서졌기 때문에 그들은 수십 년간 고립된 상태에서 생활해야 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각 행성의 지구인들은 나름대로의 생존 수단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고, 우주선을 다시 개발하기까지 육십 여년이라는 세월을 각자의 행성에서 고립된 상태로 번성하였다. 가장 먼저 2세대 준-워프 엔진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은 가장 기술적을 발달한 타르소니아인이었다. 덕분에 타르소니아인들은 태양계의 가까운 행성들을 탐사할 수 있었고, 결국 '긴 수면'의 또다른 생존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로써 동료들을 다시 만난 세 행성의 식민지들은 상호 무역 및 상업 조약을 맺음으로써 더욱 번성할 수 있었다. 타르소니아인들은 우모자와 모리아인들에게 통일 정부를 수립할 것을 촉구하였지만, 이들 두 행성은 강성한 타르소니아인의 지배를 두려워한 나머지 거절하였다.

한편 타르소니아의 우주 함대는 '코프룰루 섹터'으로 명명한 이 태양계를 계속 탐색하였다.

타르소니아는 섹터 내의 다른 일곱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함으로써 군사/경제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타르소니아 계열의 행성들은 소위 '지구 동맹(Terran Confederate)'을 설립하였다.

코프룰루 섹터에서 가장 풍부한 지하자원을 자랑하는 모리아 행성은 지구 동맹이 자신들을 점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 두려움은 켈-모리안 연합의 설립을 촉진하였다. 켈-모리안 연합은 지구 동맹의 억압을 받는 광산 조합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초거대 기업과 정부의 군사적 연합체였다. 지구 동맹과 켈-모리안 연합 사이의 팽팽한 긴장은 마침내 '지구-조합 전쟁'의 발발로 이어졌다.

4년 간에 걸쳐 진행된 '지구-조합 전쟁'은 연합과 동맹의 휴전 협정과 함께 끝났다. 켈-모리안 연합은 자치권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연합의 든든한 지원군이던 광산 조합들은 대부분 지구 동맹의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지구 동맹의 탐욕스러운 정복 전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우모잔 행성은 재빨리 '우모잔 보호령'을 선포하였다. 이 국가적 준-군사조직은 동맹의 폭압으로부터 행성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로써 조합 전쟁은 결과적으로 지구 동맹이 코프룰루 섹터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결과를 낳았다.

동맹의 힘은 외곽 행성의 식민지화와 더불어 점점 커져갔다. 동맹의 식민지에 대한 착취가 차츰 도를 더해감에 따라 우주 해적과 극단적인 준군사 조직들이 곳곳에서 등장하였다.

동맹에 대한 저항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소위 '코랄의 난'이었다.



코랄의 난

코랄 행성은 타르소니아 개척자들이 설립한 동맹의 핵심 중 하나였다. 풍요와 문화가 넘쳐흐르는 코랄 행성은 동맹의 경제적 군사적 발달에 크게 기여해 왔다. 동맹은 코랄 식민지의 생산성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은 부패한 동맹 의회에 의한 강제 병합에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독립을 되찾기 위해 코랄 식민지의 주민들은 종종 주둔군에 대항한 폭동을 벌이곤 했다. 동맹은 질서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식민지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계엄령의 선포는 주민들을 더욱 자극했을 뿐이었다. 코랄 행성 전체가 완전히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고 만 것이다. 동맹은 가장 귀중한 식민 행성의 반란을 방치한다면 다른 식민 행성들 모두가 봉기할 것이라 우려하였다. 코랄의 위기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즉각 해결되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동맹에 대한 반란은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

정열적인 코랄의 상원의원 앵거스 멩스크는 자신이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다. 멩스크는 코랄 행성의 이름으로 동맹에 대한 독립 전쟁을 선포하였다.

코랄 주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한 멩스크는 코랄에 설치된 동맹의 모든 전진 기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동맹이 코랄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했다는 멩스크의 선포는 다른 수많은 식민 행성의 동조와 심정적지지를 얻어냈다.

상황의 불리함을 인식한 동맹은 일단 주둔군과 함대를 코랄 행성에서 철수시켰다. 독립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한 멩스크의 반란군 지도부는 대규모 축하연을 벌였다. 코랄의 상실이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던 동맹은 코랄 행성을 다른 방법으로 회복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동맹은 세상에 유령(Ghosts)이라고만 알려진 암살자 세명을 코랄에 파견하였다. 다음날 아침 요새화된 멩스크의 사령부 발코니에서 멩스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어린 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멩스크의 머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암살은 코랄 반란군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었던 반면, 앞으로 동맹 최대의 적으로 성장할 자의 가슴에 불을 지르게 된다.

아크투러스 멩스크는 동맹 전체에 널이 알려진 정치가 겸 사업가였다. 가족들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한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수년간 정치판을 떠돌아다닌 덕분에 아크투러스 멩스크는 동맹 의회의 잔혹함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정치판의 이런 저런 음모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코랄에 살고 있는 의절한 아버지가 일으킨 반란에 대해서는 일종의 혐오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가족이 그렇게 간단히 학살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들의 죽음은 냉혹한 사업가였던 젊은 아크투러스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 동맹 최고의 사업가를 향한 출세가도를 벗어나 복수의 외길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동맹에 대항해 싸운 아버지를 따랐던 수많은 군사조직들을 다시 규합한 아크투러스는 비록 빈약한 무장밖에는 갖추지 못했지만 상당한 규모의 군대를 이루는데 성공하였다. 멩스크의 추종자들은 과감하게 동맹 기지와 설비들을 공격하여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멩스크의 부대와 우모잔 보호령이 모종의 비밀 조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떠도는 가운데, 동맹 정부는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재빨리 마련하였다. 멀리 떨어진 동맹의 수도 타르소니스로부터 코랄을 향하여 일천 기에 달하는 '묵시록'급 핵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이 잔인한 공격에 4,000,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번영을 구가하던 코랄 식민지는 순식간에 검게 변색한 유리조각과 방황하는 유령들의 행성으로 변모하고 만 것이다. 이 잔혹한 살육에 대한 소식은 우모잔 보호령의 변방에 위치한 멩스크의 비밀 기지로 곧 전해졌다. 불타오르는 복수심 밖에는 잃을 것이 없어진 아크투러스와 그 부하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맹을 멸망시키고 말겠다고 맹세하였다.

스스로를 '코랄의 아들'이라 이름한 아크투러스의 반란군들은 곧 코프룰루 섹터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 집단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조용하면서도 신속한 기습 작전을 자랑하는 코랄의 아들들은 동맹에 대하여 수없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들의 작전이 모두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기는 했지만, 아크투러스는 동맹의 지배하에 놓인 언론으로부터 미치광이이자 테러리스트로 묘사되었고 때문에 많은 식민지들은 차츰 그들에 대한 지원을 꺼리게 되었다. 하지만 언론의 비난과 엄청나게 열세에 놓인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아크투러스는 동맹에 대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코랄의 아들들은 코프룰루 섹터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동맹에 대한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

많은 강성한 식민지와 대규모 해적 집단은 동맹과 이런 저런 분쟁을 지속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서로 간에도 싸움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었지만 코프룰루 섹터의 지구인 전체 세력은 날로 커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구인 사이의 이런 사소한 분쟁은 마침내 닥쳐온 엄청난 시련 덕분에 곧 역사적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50척으로 구성된 외계 함대가 동맹의 최전방 식민지의 '차우사라'의 상공에 나타났다. 이 거대한 전함들은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못한 식민지를 향해 함포 사격을 가하여 모든 거주 지역을 깡그리 파괴하였다. 차우 사라 식민지의 주민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였다. 전례 없는 이 기습 공격에 동맹 군부는 완전히 혼란에 빠지고 만다.

지금까지 외계 종족과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동맹은 이 새롭고 신비스러운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한 대비책을 허겁지겁 세우기 시작했다.

동맹은 두 번째 지구 행성인 '마 사라'를 향해 이동중인 외계 함대를 향해 급조한 요격 함대를 발진시켰다. 그러나 스스로를 프로토스라고만 밝힌 외계 함대는, 갑작스럽게 식민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물러난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외계인이 마 사라의 외곽 지역에서 발견된다. 이 곤충을 닮은 새로운 외계인들은 얼마 전 차우 사라를 공격한 외계인들과는 전혀 달랐다. 자신들의 식민지에 갑자기 나타난 이들 두 외계 종족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있던 지구의 정보 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정신분열증에 가까운 집단 공포에 압도당하고 내부 정치 다툼에 질식한 불운한 지구인들은 코프룰루 섹터를 향해 진군해오는 외계인 침략자들의 물결을 그저 하릴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프로토스족 역사

젤-나가와 첫번째 탄생

비록 부분적인 기록 밖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고대 프로토스의 역사서는 수천만 년 전 은하계 대부분을 지배했던 고도로 발달한 종족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보통 '먼 곳에서 온 방랑자'라는 의미의 '젤-나가'라 불렸던 이 신비로운 종족은 그들이 지배한 황량한 세계에 수천이 넘는 다양한 종족을 성장시켰다. 프로토스의 역사는 젤-나가가 평화롭고 품위있는 종족이었으며, 우주에 지성을 심고 발전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고 전한다. 젤-나가의 기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그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방랑해 온 이 은하계는 그들의 고향이 아니라고 한다. 완벽한 생명을 창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젤-나가는 '독특하고도 순수한 존재'를 만들어내기 위해 실험에 실험을 반복하였다.

수 천 년에 걸쳐 그들은 갓 태어난 종족의 예민한 진화 과정을 조심스럽게 조종했다. 비록 그들의 실험이 수많은 변종과 흥미로운 돌연변이를 낳기는 했지만, 젤-나가의 높은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킨 종족은 지금껏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절망에 바진 젤-나가는 마침내 그들의 노력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한 종족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하였다. 은하계의 변방에 자리한 거대한 정글 행성 '아이우'가 그들이 선택한 가장 고도로 발달한 종족이 살고 있는 장소였다. 이 종족은 가혹한 자연 조건과 기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들의 힘과 속도는 젤-나가가 알고 있던 어떤 종족보다도 뛰어났다. 심지어 그들은 집단 사냥과 전사 조직에 기초한 초보적인 부족 사회를 이루기까지 했다.

그들의 가장 독특한 점은 복잡한 방식의 텔레파시를 통하여 서로 의사를 교환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집단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젤-나가는 그들의 새로운 창조물의 발전 속도에 만족하였으며, 이들이 처음으로 야성적인 본능의 제약을 벗어나 진화할 수 있는 피조물이 되리라 생각하였다. 이들이 은하계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젤-나가는 이 새 종족에게 '첫번째 탄생'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로토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초기의 프로토스 족은 수백 세대에 걸쳐 아이우 행성에 은둔하여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였다.

프로토스는 젤-나가가 멀리서그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비록 프로토스가 가장 발전된 종족이었지만, 젤-나가는 여전히 그들의 느린 진화 속도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젤-나가는 프로토스의 진화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로 결정하였다. 젤-나가는 천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프로토스의 진화 단계를 조금씩 앞당겨 마침내 그들이 완전한 지성을 갖추고 스스로의 힘에 눈뜨도록 만들었다. '첫번째 탄생'은 차츰 고도로 발달한 지성과 자기 고찰력을 지니게 되어, 문화적인 발전 뿐만 아니라 개체의 개인적인 발달도 이룩하게 되었다. 막바지에 다다른 실험의 성공에 도취한 젤-나가는 마침내 스스로의 존재를 프로토스에게 드러냈다. 그러나 위한 종족 젤-나가조차도 이 결정이 몰고 올 혼돈에 대해서는 짐작하지 못했다.

신들의 탈출, 그리고 끝없는 전쟁

프로토스 문명은 겨우 수 천 년 만에 아이우 행성 전체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프로토스의 각 부족들은 연합하여 행성 전체를 아우르는 중앙 집권 체제를 구축하였다. 피조물의 진화를 확인하기 위하여 젤-나가는 마침내 하늘에서 내려와 그들 자신을 프로토스 문명과 동화시켰다. 젤-나가의 도착은 프로토스의 부족들을 더욱 가까이 단합시켰으며, 새로운 지식과 철학을 선물로 가져온 그들의 창조주를 신으로 받들게 되었다. 젤-나가는 우주의 신비를 깨달아가는 프로토스의 빠른 진전을 보며 흡족해했다. 프로토스의 끝없는 지식에 대한 욕심은 그들을 극단적이고 발전적으로 과학과 메타-신경 연구에 집중하는 종족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지식과 개인적인 자각이 자라감에 따라. 프로토스는 차츰 교만해지기 시작했으며 집단의 발달보다 개인적인 성취를 더 중요시 여기기 시작하였다. 스스로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여긴 부족들은 서로 고립되기를 원하였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사호만이 아니라 전체 우주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마음대로 정하고 싶어했다. 부족들의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지자 젤-나가는 좌절감을 맛보게 되었다. 그들은 프로토스의 진화를 지나치게 밀어붙여 존재의 순수성이 깨어진 것이 아닌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많은 젤-나가들은 개개인의 에고가 집단 정신을 압도하기 시작한 프로토스는 이제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이득 추구에 정신이 팔린 부족들은 그들의 오래된 원칙과 의례들을 버리고 자신들의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사회 구조를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 때 경의와 존경어린 마음으로 받들던 그들의 창조주들에 대해서도 프로토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부족들은 젤-나가가 그들에게 온 것이 어떤 음모가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차츰 프로토스인들은 젤-나가의 가르침을 피하기 시작하였다.

프로토스의 각 부족 사이에는 젤-나가의 배신에 관한 소문이 무성하게 퍼져갔다. 다른 부족들과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하여 각 부족들은 그들의 정신을 서로 연결해주고 있던 초능력 링크를 끊어 버렸다. 링크의 붕괴는 그나마 근근히 유지되던 프로토스의 고유한 정신 공유 능력을 없애버렸고, 이로써 프로토스 족의 단합과 형제애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이 링크의 붕괴는 젤-나가에게도 프로토스가 그들의 근본적인 위대함을 비극적으로 상실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진화를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자괴감을 씹으며 젤-나가는 아이우를 영원히 떠나기로 결정했다.

의심에 가득찬 프로토스 족은 창조주들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 갑작스레 잔인한 공격을 젤-나가의 우주선에 가했다. 분노한 프로토스인들의 손에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신으로 추앙 받던 수 백명의 젤-나가가 살해당했다. 젤-나가는 프로토스의 무도한 공격을 피해 쓸쓸히 우주선을 아이우 너머의 우주를 향해 출발시켰다. 젤-나가가 정말로 완전히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로토스의 각 부족들은 혼란과 공포를 느꼈다. 절망에 빠진 그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은하계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잔인한 내전인 '영원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무수한 세월동안 격렬한 전투가 끝임없이 이어져서 영원한 투쟁의 한 장을 장식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에 대한 죄책감을 서로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프로토스 역사에 '암흑의 시대'로 기록된 이 시기에 대한 실질적인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첫번째 탄생'한 이 종족이 피에 굶주린 살인자들의 집단으로 전락해버린 것만은 틀림없다. 형제들을 향한 무책임한 미움에 묻혀 무수한 세월이 흘러간 후, 모든 프로토스인들은 과거에 한 때 영광스런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들의 선조들이 정신적인 링크로 연결된 집단 정신을 향유했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아이우의 지방에는 미쳐버린 부족들의 전투로 인해 강과 땅이 피로 물들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한때 영광스러운 삶을 영위하던 프로토스가 완전한 멸망을 향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의 눈에도 명백해 보였다.

칼라: 승천의 길

'영원한 투쟁'이 끝나게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례 없던 한 발견이 제2시대를 향한 급속한 변화의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끝없는 전쟁의 악순환이 젊은 프로토스 전사의 생명을 앗아가는 동안, 별난 신비주의자 하나가 놀라운 깨달음을 얻는다. 원래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 신비주의자는 결국 '카스' 혹은 '질서를 바로 세운 자'라 불리게 되었다.

고대 젤-나가의 잃어버린 가르침을 연구한 카스는 카다린 크리스탈로 알려진 고대의 암석 유물을 발굴해낸다. 젤-나가가 남겨두고 떠난 크리스탈은 그들의 프로토-유전자 실험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였다. 카스는 크리스탈의 에너지를 자신의 몸에 주입함으로써 그들의 정신적인 힘의 근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수 천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토스의 근본적 힘이 세상에 다시 드러나게 된 것이다. 프로토스 종족의 개개인이 뿜어내는 감정을 한꺼번에 모두 느낀 카스는 프로토스가 고대의 정신적 링크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프로토스는 링크에 다시 연결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뿐이었다. 무수한 세월동안 그들의 종족을 찢어놓은 동족들의 전투 본능에 충격을 받은 카스는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젊은 프로토스족을 한 곳에 모은 카스는 새로운 세대의 전사들에게 잃어버린 정신적 링크에 접근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아이우 행성에 휘몰아치고 있는 공기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갑자기 얻은 이 젊은이들은 그들 종족간의 오랜 싸움이 덧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젤-나가가 프로토스 족을 버린 것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깨달았으며, 그들 종족의 타락이 자신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진실로 실패한 창조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젊은이들은 과거에 프로토스 족이 실패한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프로토스 족의 오랜 싸움은 그들의 눈에는 덧없기 그지 없는 것으로 보였다. 카스는 프로토스 족의 정신적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그는 새로운 세대를 과거 선조들의 비극적인 잘못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승천의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 카스의 이론 체계 '칼라'는 모든 프로토스 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하나로 단결한, 집단 종족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였다. 카스의 가장 위대한 희망은 '칼라'가 프로토스 인에게 잠재하고 있는 고대의 위대한 존재의 정수를 일깨울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서서히 많은 프로토스 인들이 해묵은 분쟁을 중단하고 끝없이 팽창하는 '칼라이'(역주:칼라를 믿는 사람들)의 대열에 동참하였다. 이는 '영원한 투쟁'의 종말과 제2세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였다. 비극적인 전쟁이 사그라들고 부족들이 다시 한번 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단결함에 따라 칼라의 약속은 프로토스 사회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대울:위대한 의무

칼라는 개개인의 행동 의무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프로토스의 부족 중심 사회는 차츰 정교한 카스트 시스템(역주:계급 사회)으로 전이하게 되었다. 모든 프로토스 부족의 멤버들은 법관(Judicator) , 칼라이(khalai), 그리고 기사단(Templar)이라는 세 가지 새로운 카스트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부족들 사이의 오랜 적대감의 잔재를 없애고 프로토스 족의 새로운 시작을 보다 원활하게 해주었다. 법관 카스트는 프로토스의 원로와 의회 의원으로 구성되었으며 칼라법에 의한 프로토스 사회의 통치를 담당하였다. 법관의회는 대의원이라 불리는 몇몇 원로들에 의해 지배되었다. 두번째 카스트인 칼라이는 대부분의 프로토스 사회를 구성하였다.

칼라이 카스트는 사업가, 과학자 그리고 노동자를 망라하였으며 '영원한 투쟁'으로 인하여 피폐해진 고향 행성을 재건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마지막 카스트인 기사단은 칼라의 가르침을 따라 아이우를 수호하고 끝없는 사이언 초능력의 정점에 이르기 위해 수련하는 전사들의 집단이었다. 대의원과 법관들의 지도와 열성적인 기사단의 보호에 힘입어 프로토스는 황폐화되었던 아이우를 다시 번영하는 낙원으로 가꿀 수 있었다. 새로운 문명의 번성에 힘입어 프로토스는 잃어버렸던 옛 지식들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프로토스는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도 다시 발견하였다. 몇 백 년도 채 지나지 않아 프로토스는 그들이 살고 있는 은하계 변방 지역의 수 백 개 행성을 지배하게 되었다. 칼라의 엄격한 법규에 따라 프로토스는 '대울' 즉 '위대한 의무'를 다하기로 맹세하였다. '대울'은 젤-나가의 위대한 전통에 따라 프로토스의 지배를 받는 종족을 보호하고 그들의 발전을 지도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젤-나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프로토스는 피지배 종족의 진화를 인위적으로 조종하거나 간섭하지는 않았다. 프로토스는 외계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여 평화롭게 살고 있는 피지배 종족들을 보호하였다. 하지만 아주 오랜 세월 전 젤-나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프로토스도 자신들의 존재를 그들이 보호하고 있는 종족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기고 잇었다. 수백이 넘는 종족들이 프로토스의 보호 아래 번성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멀리서 보호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암흑 기사단

개화된 새로운 문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으나, 프로토스의 대의원은 어둡고 부끄러운 비밀을 남 모르게 간직하고 있었다. 칼라를 받아들이지 않은 반체저적 부족들이 몇몇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칼라를 받아들이면 각자의 개성을 모두 상실하게 될 것이라 생각였다.

반체제적 부족은 칼라를 적대시하거나 군사적인 반란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대의원이 추구하는 공동체적 사회가 프로토스를 멸망시킬 것이라 믿었다. 반체제적인 부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카스의 업적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말 것이라 우려한 대의원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고 있었다. 반체제 부족들이 새로운 질서에 커다란 위협이라 확신한 대의원은 기사단에게 이들을 전멸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젊은 기사 '아둔'의 지휘 하에 있던 기사단은 차마 자신들이 동족을 학살할 수가 없었다. 이상주의자였던 아둔은 대신 그들을 대의원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겼다. 아둔은 반체제 부족들에게, 잠재한 정신력의 위대함을 가르침으로써 그들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아둔 덕분에 기사단에 맞먹는 힘을 가지게 된 반체제 부족들은 칼라의 가르침이 그들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것이라 여기고 여전히 아둔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승천의 길'의 엄격한 법도를 따르지 않는 반체제 부족들은 새로 얻은 힘을 제어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뿜어낸 폭발적인 에너지가 폭풍이 되어 아이우를 휩쓸기 시작하였다. 기사단이 반체제 부족들을 말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대의원은 황급히 대비책을 강구하였다. 대의원이 아둔과 기사단의 불복종을 탓하여 처벌한다면 반체제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었다. 대의원은 대신 이 골치아픈 부족들을 아이우에서 영원히 제거하기로 결정하였다. 반체제 부족들은 낡았지만 여전히 사용 가능한 젤나가의 우주선에 실려 우주의 빈 공간으로 추방되었다.

아둔의 기사단은 침묵을 맹세하였다. 그 후 영원토록 반체제 부족들은 '암흑 기사단'으로 알려지게 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암흑 기사단의 전설은 아이우 전역으로 퍼져 젊은 프로토스 인들의 상상력을 강렬하게 자극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소문은 떠돌이 전사들을 범죄인시하기에 충분했다. 대의원과 비열한 법관들에 대한 경멸을 표시하기 위해 암흑 기사단들은 모든 프로토스인이 공유하고 있는 텔레파시 기관을 잘라내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어둠의 사냥꾼들은 텔레파시 기관을 잘라내어 버린 이후 그들은 자신들의 사이언 에너지를 깊고 어두운 우주에서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형제로부터 이단시 당하고 박해받은 암흑기사단은 그들의 우주선에서 외로운 삶을 지속해야 했다.

그러나 광활한 우주를 끝없이 여행하면서도 그들은 고향 아이우에 대한 사랑을 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들은 지금도 잃어버린 고향 행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것이다.

인류, 그리고 저그의 등장

프로토스는 그들의 세계로 처음 보는 종족인 인류가 도착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프로토스는 이 떠돌이 종족의 기원을 알 수 없었지만, 형편없이 약한 육체에다 수명마저 짧은 이 종족이 매우 흥미있는 연구거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백년 동안 프로토스는 지구 식민지가 성장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 보고 있었다. 지구인들은 프로토스의 변방 지역에 초보적이지만 열 두 곳이나 식민지를 건설하는 데 성공하였다. 지구의 기술력은 프로토스에 비하여 매우 빈약하였지만 그들은 어떤 행성에 가서도 훌륭하게 적응하여 살아남았고 또 번성했다.

프로토스는 지구인들이 끊임없이 서로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또 번성하는데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프로토스는 지구인들이 행성들의 자원을 캐내어 낭비해버리는 속도에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 지구인들은 자연의 미묘한 균형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하였다. 지구인들이 엄청난 속도로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황량한 폐허 밖에는 남는 것이 없었다. 대울의 엄격한 계율 때문에 프로토스는 어떤 경우라도 이 겁없는 지구인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금지 되어있었다. 두 종족 사이의 이 기묘한 관계는 오랜 세월에 걸쳐 지속되었다. 그러나 프로토스 족의 정기 정찰 임무에서 불운한 지구인의 파멸을 시사하는 징조가 발견되었다.

유명한 원정 기사단을 이끄는 고등 기사단원 태서더(Tassadar)는 프로토스가 지배하는 우주의 끝 자락에서 다수의 소형 생체 구조물이 떠다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근접 관찰을 시도한 태서더는 처음 보는 외계 생명체가 사실은 심우주 탐사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태서더는 이들의 근원지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이 탐사선들이 지구 식민지가 위치한 코프룰루 섹터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태서더는 살아있는 이 탐사선을 하나 아이우로 가져와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 괴상한 외계인은 프로토스가 지금까지 보아 온 어떠한 생명체와도 달랐다. 탐사선의 독특한 생체 구조는 심우주 여행과 정찰을 위해 조작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하여 프로토스는 카다린 크리스탈의 에너지를 탐사선의 자그마한 의식을 향하여 투사시켰다.

프로토스는 외계 탐사선이 카다린 크리스탈의 강력한 에너지에 신속하고도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놀란 까닭은 오직 젤-나가의 프로토-유전학에 의해 태어난 생명만이 위대한 크리스탈의 에너지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탐사선의 조그만 두뇌가 끊임없이 되뇌고 있는 몇 가지 생각이었다. '인류를 찾아라'....'말살시켜라'...'학습하라'...'진화하라'...

프로토스는 이 탐사선이 자신들에 대한 거대한 위협의 전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만일 이 생명체가 젤-나가의 기술에 의해 개발된 것이라면, 그들은 고도로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었다. 프로토스에게 이 새로운 종족은 모든 생명에 대한 명백한 위협임이 분명해 보였다. 이 종족의 본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지구인들을 찾고 있을 것이었다.

프로토스는 주변 우주로 고등 정찰기를 발진시켜 외계인 침략자의 흔적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태서더는 대울의 계율에 따라 그들의 감시 하에 있는 종족을 보호하는 것이 프로토스의 신성한 의무라고 주장하였다. 대의원은 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구인들이 이미 외계의 위협에 감염되었다면 그들 역시 말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지구인들의 임박한 곤경에 대한 개입방법을 두고 법관과 기사단 사이에 대 논쟁이 벌어졌다. 두 카스트가 모두 동의한 사실은 새로 발견된 종족이 젤-나가의 과학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정말로 고대의 위대한 종족에 의해 창조되었다면 프로토스 역시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태서더와 그의 원정대를 지구인이 살고 있는 섹터로 파견하여 임박한 위협의 정도를 파악하자는 것에 모두가 합의 하였다. 태서더는 자신의 사령선 간트리써와 호위함대를 이끌고 코프룰루 섹터로 출발하였다.

종말의 시작

코프룰루 섹터에 도착한 태서더의 정찰기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들의 위협이 이미 지구 식민지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하였다. 자세한 조사끝에, 태서더는 최 외곽에 위치한 식민행성 '차우 사라'가 외계 생체 조직에 의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식민지 전체가 표피를 부식시키는 두꺼운 유독성 물질에 의해 덮여 있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외계인들이 이미 인간 정착민들을 모두 살해했든지 아니면 감염시켰다는 점이었다.

식민지의 비참한 운명에 경악한 태서더는 지구인들이 점령당한 동료들을 구하러 달려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식민지의 운명에 대한 소식을 들은 대의원은 즉각 태서더에게 감염당한 행성을 불태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화염 공격에 의해 행성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이 말살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태서더는 슬프게도 지도자들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다.

육중한 프로토스이 전함들이 식민지를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함포 사격은 외계인의 감염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지만 가까운 행성 역시 감염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태서더는 다시 조금이라도 감염당한 흔적이 있는 모든 식민지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함대를 이끌고 두번째 식민지 마 사라로 향하는 도중, 태서더는 자신이 받은 명령의 도덕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

차우 사라에 대한 태서더의 공격에 놀란 지구 동맹은 태서더의 함대를 요격하기 위한 우주 함대를 발진시켰다. 지구 함대가 프로토스의 공격으로부터 식민지를 보호하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는 도중, 태서더는 자신의 함대에 철 수 명령을 내렸다.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한 태서더는 마 사라 행성이나 그들을 방어하기 위해 포진한 지구 함대를 차마 파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테서더는 인류를 무차별적으로 학살하지 않고도 외계인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태서더는 인류를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지도자들의 명령을 거부하고 만 것이다. 지구인이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코프룰루 섹터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함대를 주둔시킨 태서더는 외계인들이 지구의 황량한 식민지들로 슬금슬금 손을 뻗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위대한 실험

신비로운 고대 종족 "젤-나가"는 자신들의 프로토-유전자 진화 공학을 완벽하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은하계 변방의 세계 '아이우'를 방문하였다. 아이우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방대한 정글 속에선 젤-나가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발달한 종족이 자라고 있었다. 이 종족이 물리적 진화의 정점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젤-나가는 그들의 프로토-유전자 실험을 시작하였다.

후에 젤-나가가 '프로토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 종족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그들의 창조자가 '독특한 존재의 정화'라 이름한 육체를 소유하게 되었다. 불행히도 젤-나가의 실험은 정도를 넘서선 것이었다. 프로토스의 감각과 육체가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발달함으로써, 그들과 창조자 젤-나가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반목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젤-나가는 그들이 창조하고자 추구했던 순수한 존재가 의심받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고, 따라서 프로토스 발전 계획을 실패라고 선언하였다. 젤-나가는 그들의 창조물을 버려둔 채 영원한 진공을 향하여 다시 길을 떠났다.

저그의 탄생

은하의 중심을 향해 수천 광년을 여행한 젤-나가는 '제러스'라는 이름의 불안정한 화산 행성의 상공에 정착하였다. 젤-나가는 그들의 위대한 진화 실험을 포기 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이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육체적 순수성을 포기하고 대신 정신적 순수성만을 추구하기로 결정하였다. 화염에 휩싸인 제러스의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우주선 속에서 젤-나가는 다시 한번 운명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였다.

젤-나가의 두 번재 모험은 생각보다 더 성공적이었다. 그들은 제러스에 존재하는 가장 하등 동물을 진화시키기로 하였다. 두 번째 실험 대상은 바로 저그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곤충형 동물이었다. 젤-나가의 프로토-유전자 조작에 의해 저그는 고향 행성의 격렬한 화염 폭풍을 이겨내고 번성하였다. 극히 조그맣고 벌레처럼 생긴 저그는 비록 물리적 환경을 제어할 능력은 없었지만,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저그는 제러스에 살고 있는 보다 발달한 숙주 동물의 살 속에 뚫고 들어가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숙주의 척수 액에 함유된 양분을 바탕으로 저그는 그들의 숙주동물과 결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저그는 숙주의 대사활동을 이해하고 그 행동을 조종하는 방법을 알아낸 후, 새로 얻은 몸으로 환경을 조작하였다.

저그는 점점 많은 종족을 손아귀에 넣고, 그들의 다양한 유전적 특성과 행동 방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저그족의 신체는 새로운 유전자를 획득할 때마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전하였다. 그러나 숙주 동물의 종류가 점점 더 다양해져 감에 따라, 저그족은 유전적으로 가장 발달한 종족만을 선택적으로 섭취하게 되었다. 저그는 선천적으로 최고의 종족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저그가 마주친 종족 중 자신의 유전자로 흡수할 가치가 없는 것들은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깡그리 몰살시켜 버렸다.

젤-나가는 얼마 안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저그에 의해 동화된 종족은 몇 세대 지나지 않아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형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그 족이 숙주의 진화 과정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저그의 수중에 떨어진 숙주들은 차츰 장갑을 뚫을 수도 있는 척추 뼈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사지, 그리고 대단히 단단한 표피를 발달시키게 되었다. 놀랄 정도로 짧은 시간 만에 저그의 숙주들은 모두 동일한 종족처럼 서로를 닮아가게 된다.

오버마인드

종족의 지능을 너무 빨리 발전시키는 실수를 저지름으로써 프로토스에 대한 실험에서 실패한 경험 때문에 젤-나가는 저그에게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서로 다른 에고의 발달에 따른 위험을 처음부터 제거하기 위하여, 젤-나가는 저그의 집단의식을 통합하여 '오버마인드'에게로 모았다. 애초에 오버마인드는 모든 저그 종족의 본능과 충동을 하나로 모은 준-지성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오버마인드는 나름의 독특한 개성과 지능을 발달시키기 시작하였다.

오버마인드는 종족 내 모든 개체를 직접 조종할 능력이 있었지만, 대신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부하들을 활용하였다. 오버마인드는 자신의 명령을 다른 개체에게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냈다. 두뇌만 거대하게 발달한 이 새로운 저그 종족 '셀러브레이트'는 원래의 곤충형 저그가 거대하게 확대된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오버마인드의 다양한 명령을 수행하였다. 각 셀러브레이트는 '둥지의 방어', '새로운 종족의 수색', '더 많은 전사의 생산' 혹은 '모든 생명체의 말살'등 독특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셀러브레이트는 각각 자신의 둥지인 '하이브'를 제작할 권한이 있었으며, 하이브를 기반으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셀러브레이트는 나름의 목적에 따른 개성을 발달시키게 되었다. 하지만 셀러브레이트는 유전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오보마인드의 명령을 무시하거나 거부할 수는없었다.

새로운 종이 추가될 때마다 저그의 명령 체계는 증가하였다. 셀러브레이트 역시 오버마인드처럼 자신의 명령을 부관을 통하여 하위 종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각 둥지를 보호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임무는 퀸(Queen)이 전담하게 되었다. 퀸(Queen)은 하이브의 자원 생산을 담당하는 드론 (Drone)의 활동을 감시하고 생식용 식민지(Spore Colony)의 생산 활동을 감시하였다. 전투가 벌어질 때면 셀레브레이트는 오버로드(Overlord)를 소집하여 자신의 명령을 수많은 저그 용사들에게 전달하였다. 오버로드는 용사들을 전장으로 이동시킬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의 싸움을 직접적으로 지휘하였다. 셀러브레이트가 오버마인드의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퀸과 오버로드는 셀러브레이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렇게 경직된 사회 구조는 저그 족의 효율을 놀랍도록 높힐 수 있었다.

저그 족의 규모가 차츰 팽창함에 따라, 오버마인드는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몇 백년만 지난다면 저그 족은 제러스의 모든 생명을 지배하게 될 것이엇다. 저그 족이 더 발전하려면 제러스 행성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오버마인드는 자신의 감각을 확장하여 우주 여행이 가능한 방법을 제공해 줄 무언가를 어떤 형태이든지 간에 찾기 시작하였다. 기회는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우주 여행이 가능한 거대한 동물이 제러스 태양계를 지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오버마인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버마인드가 보낸 신호를 받고 이 황량한 행성에 도착한 그들은 재빨리 저그 족의 용사들에게 붙들려 동화되고 말았다. 이 동물로부터 초고밀도의 거죽과 우주의 진공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저그 족의 유전적 능력은 짧은 기간 사이에 엄청나게 발달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그 족의 용사들은 우주의 진공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저그 족의 역사를 순식간에 뒤바꾸어 놓은 이 사건을 젤-나가가 놓칠 리가 없었다. 엄청난 육체적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저그 족은 생존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본질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젤-나가는 자신의 실험이 마침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젤-나가의 멸망

젤-나가의 성취에 대한 기쁨은 얼마 안가 사실은 가장 치명적인 실수였음이 드러났다.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우주의 빈 공간으로 뻗쳐가던 오버마인드가 위대한 젤-나가의 우주선이 제러스의 하늘 위를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오버마인드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온 젤-나가는 어느 순간 오버마인드가 자신들의 감시망을 피하여 숨어 버렸음을 알고 경악한다. 새로운 먹이를 발견했다는 기쁨에 들뜬 오보마인드는 이제 우주를 여행할 능력을 갖춘 저그 족의 용사들을 비밀리에 젤-나가의 우주선으로 출동시켰다. 오래된 고대의 종족 젤-나가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저그 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저그 족은 젤-나가 우주선의 강화벽을 뚫기 위하여 끝없는 공격을 반복하였다. 공격이 시작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저그는 그들의 창조자의 방어망을 뚫고 젤-나가의 우주선을 고철로 만들었다. 젤 -나가의 위대한 육신이 저그 족의 유전자에 포함됨에 따라 오버마인드는 자신의 창조주의 지식과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제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휠씬 더 강력한 존재로 자라났다. 오버마인드는 성스러운운 카다린 크리스탈의 비밀을 배웠으며, 이 크리스탈의 에너지를 내부에 가두는 방법도 익혔다. 젤-나가로부터 얻은 진화와 프로토-유전자 공학의 비밀은 오버마인드로 하여금 저그 족의 지능을 몇 단계 높일 수 있게 하였다.

젤-나가의 기록을 분석하던 오버마인드는 이 고대 종족이 한 때 영향을 미쳤던 수많은 우주 종족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젤-나가는 각 종족의 유전 역사를 치밀하게 분석해 놓았었다. 덕분에 오버마인드는 각 종족의 강점과 약점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잇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은하계의 가장 자리에 프로토스라고 알려진 엄청나게 강력한 종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었다. 오버마인드는 프로토스와 저그가 우주의 운명을 둔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결

저그 족은 생명이 사라진, 화염 지옥 제러스 행성을 떠나 중간에 만나는 모든 행성을 쑥밭으로 만들며 프로토스의 고향 행성을 향한 여행을 시작하였다. 저그 족은 칠흙처럼 어두운 우주를 여행하며 만난 종족 중 가장 강한 것만을 자신의 일부로 흡수하였다. 저그 족의 규모와 힘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오버마인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프로토스 족이 자신의 의지대로 현실을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발달한 초능력을 지닌 종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버마인드는 프로토스 족의 경이로운 힘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자신이 소유한 유전자 속에서는 불행히도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절망에 바지려는 찰나에 오버마인드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심우주 탐사선 중 하나가 프로토스의 그늘 바로 아래에 있는 미지의 행성들을 차지하고 살고 있는 종족의 위치와 특성을 알려온 것이다.

인류라 불리는 이 새로운 종족은 몇 세대만 더 지나면 가공할 초능력인 사이언 파워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보마인드는 인류가 아직도 진화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저그 족의 공격을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짧은 수명과 빈약해 보이는 육체를 지닌 이 종족이 프로토스와의 운명적인 싸움에서 저그 족의 승리를 약속하는 선물이었다.

저그 족은 서서히 인류가 살고 있는 곳을 향하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여행은 육십 년이 걸렸지만 마침내 저그 족은 지구인들이 살고 있는 코프룰루 섹터의 끝자락에 도착하였다. 정찰 병력을 파견한 오버마인드는 곧 섹터 내의 행성 열 두 곳에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코프룰루 섹터의 최외곽에 위치한 '차우사라' 행성의 대기에 초보적인 하이브-홀씨를 부린 오보마인드는 인류를 흡수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시키기 시작했다. 인간 정착민들은 저그 족이 그들의 땅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저그 족의 전사들이 행성의 표면에 상륙하여 괴기스러운 건축물들과 하이브를 건설하는 작업이 착실히 진행되자 오버마인드는 탐욕스런 자신의 자식들을 가까운 행성으로도 보내기 시작했다. 오버마인드의 부하들은 신속하게 차우사라와 마 사라, 브론테스 그리고 다이라 IV 네 곳의 행성에 전진 기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지구인은 여전히 그들의 운명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주 어느 곳에선가 강력한 프로토스의 전함들이 갑자기 나타나 저그 족 침략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프로토스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오버마인드는 프로토스의 공격을 방치한 채 그들을 관찰하는 데만 신경을 집중하였다. 오버마인드는 자신의 전사들을 출동시키지 않고, 프로토스의 전함들이 차우 사라 식민지를 파괴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프로토스는 하이브-홀씨가 식민지의 표면을 오염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프로토스 족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행성의 표면에 화염공격을 가하여 초토화시켰다.

프로토스의 강력한 공격에 오버마인드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처럼 강력하면서도 우아하게 행성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종족은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의 전쟁이 저그 족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최대의 시련이 될 것임을 깨달은 오버마인드는 자신의 부대를 철수 시킨 후 프로토스 족과 인류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지켜보기로 하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