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수만 사단', SM

이수만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를 받은 인물로, 1971년 연예계에

데뷔하여 1977년에는 10대 가수의 자리에까지 오른

경력이 있습니다. 그가 SM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은 1989년의 일입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10대'를 컨셉트를 잡고 철저하게 일본식 모델

을 좇아 알맞은 인물을 찾고 그들을 6개월 이상 합숙시키면서 스타로 조련했습니다. '10대들

의 승리'라는 H.O.T.는 이렇게 출발해서 데뷔 100여일만에 80여만 장의 음반을 팔았고, 그 후

발 주자로 S.E.S.를 등장시켜 10대들의 우상으로 세웠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H.O.T.와

S.E.S. 외에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보아' 등을 거느리고 있는 연예계의 '제국'입니다.

사실 SM 엔터테인먼트가 H.O.T.를 기획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으며, 그 때까지 아직 남

자, 그것도 고교생 다섯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전례가 없었다고 합니다. H.O.T. 이전, SM

엔터테인먼트가 처음 내놓은 작품(?)이 바로 '현진영과 와와'였는데, "10대들을 겨냥한 힙

합 가수를 음반시장에 내놓는다는 전략을 먼저 세우고, 리듬을 선택한 다음, 이 리듬으로

곡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곡에 맞는 가수를 찾아내는 순서"로 작업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단번에 대박 조짐이 보였던 제1집 앨범은 현진영이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드러나

찬물이 끼얹어지고, 이어 서둘러 내놓은 제2집 앨범은 음반 판매를 맡겼던 서라벌레코드가

부도나는 바람에 5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받지 못하게 된, "유통(流通)의 실패"를 맞게 됩니

다. 무려 40만 장을 찍어 두엇던 제3집 앨범 역시 현진영이 또 대마초를 피워 전격 구속되

는 바람에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전부 검찰에 압수됩니다. 이수만은

'윈'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유통을 배운 데 이어 정말 중요한 또 한가지, 즉 '가수이기

이전에 인간성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가수로 데뷔해 일단 방송에 나가고

유명해지면 공인으로서 모범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특히 자신에게 더없이 성실해야 한다

는 평범한 진리를 비싼 값의 체험으로 깨달은 거죠."

이어 1995년 가을, SM 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그룹에 대한 기획

에 착수합니다. 공략해야 할 타겟은 10대의 음반시장.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폭발하기 시작한 10대들의 문화소비 성향에 철저하

게 컨셉을 맞추어, 같은 또래라는 동질감, 그리고 순정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깔끔한 외모를 주무기로 한 댄스그룹을 결성한다는 계획이었습니

다. 엄격한 기준으로 5명의 멤버를 선발하는 데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다시 6개월에 걸

쳐 '조련'했으며, 개인별로 외모에 특징을 주는 기법으로 멤버들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

게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룹 이름은 회의를 통해 H.O.T.(High-Five Of Teenagers)로 결정

됩니다.

치밀한 기획에 따른 준비과정, 그리고 역시 치밀하게 짜여진 홍보전략에 따라 H.O.T.는 1996

년 말 전격 데뷔했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성공이었습니다. 이어서 등장한 것이 바로 S.E.S.

로, 멤버를 캐스팅할 때부터 '세계시장'을 감안해, 영어권에서 자란 한 사람(유진), 일본어권

에서 자란 한 사람(슈), 중국어권에서 자란 한 사람, 그리고 한국어권 한 사람(바다) 등 4명으

로 기획합니다. 그러나 이 중 중국어권 여학생이 집안사정으로 외국에 나가는 바람에 멤버는

세사람으로 압축됐고, 진작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길러진 S.E.S.는 회사의 당초 전략대로 국

내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한편 일본과 대만 시장에도 진출하게 됩니다. 1997년 50억원의 매출

을 기록한 SM 엔터테인먼트는 이후 S.E.S., 그룹 신화를 병행 데뷔시키면서 1998년 매출액

을 70억원대로 늘렸고, 1999년에는 125억원 매출에 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합니다. 1989년

2억원대를 투자한 영세업체가 10년 남짓만에 자본금 12억원, 연매출 100억원대의 중견기업

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정확한 타겟 설정과 그 타겟에 맞춘 철저한 '준비작업'이 그런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한편, 대성기획에서는 '아이돌'에 한 명을 더 추가시켜 6명을 모아 '젝스키

스'를 데뷔시킵니다. 이 젝스키스는 H.O.T.와 비슷한 구성요인 때문에 구설수

에 오르기도 했고, 실제로 이수만은 자신이 직접 진행했던 모 연예 프로그램

에 출연한 젝스키스의 멤버중 한명에게 "아니, 강타가 왜 여기 있어!"라는 의

미심장한 멘트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젝스키스는

 

H.O.T.의 활동중단 기간중 그 공백을 메우며 무섭게 성장했고, H.O.T.와 다른 좀더 남성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며 그러한 그들의 스타일에 공감하는 또하나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합니다.

이어 S.E.S.가성공을 거두자 대성기획은 비슷한 분위기의 4인조 여성그룹 '핑클'을 선보이게

됩니다. 핑클은 S.E.S.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안 잦은 라이브 무대와 세련된 무대 매너

를 바탕으로 소녀적인 이미지를 표방하는S.E.S.와의 차별화에 성공, 큰 인기와 화제를 모아

단시일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며 선배 '젝스키스'의 뒤를잇는 가요계의 주요세력으로 급성장합

니다.

이들 SM 엔터테인먼트와 대성기획이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파워는 절대적입니다. 실제로 10

대를 대상으로 한 캐릭터, 영상집, 연예잡지 등 연예관련 사업에서 이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

면 사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없습니다. 가요 관계자들도 SM 엔터테인먼트와 대성기획을 통해

데뷔하는 신인들을 예의주시합니다. 이들 기획사 출신들은 데뷔음반을 내놓기도 전에 PC통

신이나 입소문 등을 통해 수천 혹은 수만명에 이르는 팬들이 경쟁적으로 생기게 됩니다. 정식

데뷔 전부터 이들의 프로필이 공개되고 얼굴 사진이 유통되는 까닭으로, SM 엔터테인먼트의

'보아'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수만은 1999년 12월 13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970년대

통키타 가수 들은 혼자했고 그후 매니저가 붙었고 요즘은 기획팀까지 동원된다. 프로듀싱이라

는 기획을 통해 어떤 춤을 추어야 하고 리듬은 어떤 것을 선택한 뒤 작곡자를 찾아 곡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가수를 찾다. 대마초 사건에 연류되어 물의를 일으켰던 현진영처럼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은 배제시켰다. 예를 들어 H.O.T. 멤버보다 더 음악적인 감각이 뛰어

난 친구가 있었으나 인성문제로 탈락시킨 경우도 있었다. 결국 다이아몬드 최고의 산지인 남

아프리카에서 원석을 가져와 프랑스에서 최고의 세공을 한 다음 가장 큰 시장인 뉴욕에서 파는

형식을 그대로 도입한 셈이다."

SM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원하는 것은 당연히 '시장성'입니다. 그렇다

면 이런 종류의 가수들이 추구한다는 음악색깔은 실제로는 '가장 시장성 있는 음악'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행적이나 발언 내용 등을 종합하여 생각해 볼 때, 이수만과 SM 엔터

테인먼트의 야심은 이 자본주의 시대에 있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게 할 수 있는 기획사'를 만

드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의 코스닥 시장진출 시도는 물론, 불법 복제가 난무하는,

실제로는 거의 시장성이 없는 중국에 굳이 H.O.T.를 진출시킨 것도 그런 목표의 중간단계로

보입니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KBS의 머리색 규제'를 '세계 시장진출에의 걸림

돌'로 판단하지만, 보수적(?) KBS 측은 가요를 상품일 뿐 아니라 청소년에게 직접적으로 영

향을 미치는 '문화'로 판단하여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안티 게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