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사랑 : 가톨릭메신저 ; '마리아'지 기사
 

 

은총속의 선상생활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배를 타면서 이것이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1997년 8월에 '신조선'을 인수해서 27개월이란 긴 시간을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난 주일이면 언제나 배 안 식당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9~10명)과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곤 하였다.
   그러던 1998년 겨울 어느날 오사카(osaka) 정박 중 잠이 들었는데 하늘로부터 꽃가마가 내려와 배를 움직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main engine' 을 덮었다. 그리고 굴뚝(funnel)은 흰 천이 덮여져 있어 나는 다급한 소리로 "안돼" 라고 소리치자 나의 어머니께서는 굴뚝을 덮은 흰 천을 찢어버리셨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나는 그 날 아침도 예전처럼 어김없이 20단의 묵주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내 왠지 그 꿈이 자꾸 생각나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집에 전화를 하여 아내에게 본다에 가서 예물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조배를 드리라고 당부했다. 전화를 끊고나서도 불길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면서 시도때도 없이 기도를 외우고 다녔다. 저녁에 기관실을 순찬하면서 묵주기도 15단을 드렸다.
   그 후 배는 화물을 싣고 홍콩으로 출발했다. 대만 북단쯤가고 있을 때였다. 파도가 너무심해 R.P.M.(배의 속도를 줄이는 장치)을 저속으로 내리고 항해를 했다. 며칠 전 꿈 때문에 나에겐 상당한 심적 부담을 주는 항해였다. 밤 11시쯤이 되었는데 어디선가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배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즉시 기관실 발전기를 병렬로 놓도록 지시하고 밖을 내다 보니 칠흙같은 밤에 들리는 소리는 뱃전을 스치는 바람소리뿐이었다. 그러나 이미 배는 25도 가량 기운 상태였다. 이때 기도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기도를 끝내고 밖을 보니 날이 밝아보고 있었고 파도는 많이 약해져 배를 중국 쪽으로 돌려 어느 섬 사이로 들어가 화물을 다시 묶고 출항했다. 배는 계속 기운 상태였지만 다행히 더 이상 기울지는 않았다. 날씨 또한 겨울이라고 느낄 수 없을만큼 너무 좋아서 목적지인 홍콩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후 1999년 7월 중순경 대만에서 철재 화물을 가득 싣고 일본으로 항해를 하고 있었다. 이 날도 평상시처럼 기관실 순찰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순찰하라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반바지에 안전화를 신고 기관실을 순찰했지만 별 다른 것은 없었다. 다시 침실로 돌아와 누워 있는데 또다시 순찰하라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얼른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후레쉬를 들고 기관실을 내려가다가 에어컨룸앞 통로에 약간의 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어컨룸을 열어보니 물이 약 10센티 정도 고여서 배가 움직이는 데로 물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에어컨을 가동시키는 스위치 박스와 모터가 침수 직전에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빨리 기관실에 연락해서 에어컨룸 전원을 차단시키고 모든 기관부 선원들을 기상시켜 물을 퍼내도록 했다. 스위치 박스와 모터를 재점검하고 새벽이 다되어 침실로 돌아왔다. 침실에 모셔놓은 성모상 앞에 앉아 감사기도와 묵주기도 20단을 드렸다.
   그 후 2개월이 지나 회사에서 교대하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26개월 21일만에 교대를 하게 된 것이다. 교대하기 전날 밤, 꿈에서 성모님과 신비로운(?) 만남이 있었다. 귀국하여 본당 신부님께 말씀을 드리니 신부님께서는 "별 것 아닙니다." 라고 말씀하시기에 지금까지 그 이상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다.
   얼마 후 나는 또다시 배가 침몰하는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성당에 나가 밤 12시부터 새벽 3시 반까지, 또 그 다음날도 새벽 2시까지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나서 얼마 후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내가 전에 타던 배가 침몰하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동안 성모님과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나 감사로왔다. 파도가 칠 때나 피곤에 지쳐 있을 때도 하루에 50~60단씩 바친 묵주기도가 결코 헛된 시간 낭비가 아니었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성모님께서는 나를 기도로 이끄시고 나를 위기에서 구해 주셨구나! 내가 지금껏 살아온 것이 하느니의 은총이었으며 성모님의 사랑이었구나!'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준다해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장 큰 보배인 이 신앙, 나에게는 이 믿음보다 큰 재산을 없다 라고 고백하며 오늘도 늘 나와 함께 해주시는 성모님께 감사를 드린다.(이순식 베드로) -마리아 2000년 10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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