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사랑 : 가톨릭메신저 ; '마리아'지 기사

성모 발현 성지 순례기 1

내가 본 루르드

(염봉덕 신부. 부산 거제 성당)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시던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그분이 직접 활동했던 성지들을 순례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성모 신심이 강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이스라엘의 성지들뿐 아니라
   교황님이 계신 로마와 성모님이 발현한 성지들을 많이 순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성모님에 대한 수많은 성지가 있다.
   여기서 모든 성지를 다 소개할 수는 없다.
   필자는 다행히 전 세계의 여러 성모 발현 성지를 순례할 기회를 가졌다.
   이런 은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성모님의 성지를 순례한 경험을
   교우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순례기를 쓴다.

   먼저, 성모님은 어떤 분이신지를 보자. 우리가 잘 알다시피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으신 분이시고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에는 제자들과 함께 복음을 전하다가 죽으시고 승천하신 분이시다. 따라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는 성모님을 "은총의 중개자" 라고 말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성모님은 전 세계 모든 사제들의 수호자이고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다. 그리고 교회 전례력을 보면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과 12월 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없으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등 17개의 성모님 축일이 있다. 이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의 성모님에 대한 신심의 깊이를 잘 보여 준다.
   예수님은 승천하신 후에는 인간에게 거의 나타나지 않으셨다. 아부 1673년 예수 성심에 깊은 신심을 가진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에게 나타나신 것이 유일한 발현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프랑스의 방문 수녀회(The Visitation) 소속인 마르가리타 마리아 수녀에게 18개월 동안이나 나타나셔서 "사람들은 내 성심을 공경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을 영원한 사랑으로 대하는 내게 그들은 냉담한 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당시 얀세니즘(Jansenism)이란 이단이 만연한 것을 걱정하고 기도할 것을 당부하셨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인간에게 발현하신 유일한 경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성모님을 자주 세상에 발현시키고 계신다. 예수님은 거의 매 세대마다 성모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시고 기적을 보여 주시는 데에 인색하지 않으시다.

루르드로 가는 길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사제가 된 후에도 성모님의 발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였다. 당시 필자가 가지고 있는 성모 발현 성지에 대한 지식은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에 성모님의 발현 성지가 있고 기적수가 솟아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병이 치유되었다는 정도였다. 그래서기회가 있으면 한번 순례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1982년 4월 포크라레 단기 연수 교육을 받으러 로마로 가게 되었다. 좋은 기회다 싶어서 교육을 마치고 루르드 성모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서 아예 한국에서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로마로 갔다.
   외국이라고는 처음 나온 데다가 불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연수 교육을 받는 동안 파리에서 루르드로 어떻게 갈 것인가 걱정을 많이 하였다. 다행히 함께 교육받는 신부 중에 파리에서 지내다 온 월남 신부가 있어서 물어보니 파리에 있는 세 개의 역 중에서 루르드로 가는 역을 가르쳐 주었다. 불어 발음이 어려워 종이에 적어 달라고 했다. 연수를 마치고 교구 신부 두 사람이 공부하고 있는 바오로 기숙사에 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일찍 파리로 떠났다.
드골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적어 온 역 이름을 보여 주었더니 친절하게 데려다 주었다.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표를 끊고 나니 긴장이 풀어지면서 심한 허기를 느껴 식당에 들어갔다. 그러나 불러오 된 메뉴판을 보니 어떤 것이 밥인지 반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돈을 가지고도 점심을 굶을 판이었다. 마침 앞좌석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할머니가 있어서 웨이터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같은 것을 가져오라고 해서 겨우 점심을 해결했다.
   열차에 오르니 한국에서 보았던 007 영화에 나오는 칸막이 열차 칸이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그 칸에 앉았다. 그러나 조금 후에 승무원이 오더니 불어로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눈치를 보니 뒷쪽 칸으로 가라고 하는 것 같아서 뒷편 열차 칸에 가서 앉아 있는데 또 오더니 같은 말을 하면서 더 뒷쪽으로 가라고 했다.
   말을 모르니 왜 귀찮게 하느내고 물어 볼 수도 없고 해서 마지막 칸에 가면 더 뒷쪽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마지막 칸으로 갔다. 그곳에는 서너 명의 승객밖에 없었다. 그 중 한 사람에게 "루르드 오케이" 하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했던지 나는 잠이 들어 있었는데 누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기에 눈을 떠보니 친절하게도 내가 처음에 물어보았던 아주머니가 이곳이 루르드라고 알려 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승무원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했다. 루르드는 스페인 국경과 맞물려 있는 피레네 산맥 가까이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그리고 파리에서 출발한 열차는 스페인으로 가는 국제 열차이고 루르드로 가는 승객들은 루르드 가까운 역에서 뒷편에 몇 칸만 다른 기관차가 끌고 간다는 것이다. 한번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한국 신부님이 열차의 앞칸에 앉아 있다가 스페인까지 간 헤프닝도 있다고 한다.
   로마에서 하루 만에 먼 루르드까지 오긴 왔는데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로마에서 교육받을 때 한국 신부들 중 한 사람의 사촌 여동생이 루르드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해서 전화번호를 적어 달라고 했었다. 그해서 공중전화로 그녀에게 전화하니 외국 사람과 같이 와서 호텔을 잡아 주고 다음날 아침 루르드 성지를 안내해 주었다.
   필자가 처음으로 성지에 도착했을 때 놀란 것은 전 세계에서 온 수만 명의 순례객 때문이었다. 전날 저녁 늦게 열차에서 내린 사람은 불과 몇 사람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많은 순례객들이 어떻게 왔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루르드는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성모님의 성지로서 일 년에 약 300만 명이나 순례를 온다는 것이었다.

루르드의 어제

   그러면 루르드 성모 성지는 어떤 곳인가? 성모님은 가난한 집의 14세의 소녀인 벨라뎃다에게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열여덟 번 발현하셨다. 성모님은 어린 벨라뎃다에게 본당 신부님에게 가서 이곳에 성당을 지으라고 청하라 했다. 그 말을 들은 벨라뎃다는 본당 신부에게 가서 성모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본당 신부는 첫영성체도 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성모님이 발현해서 성당을 지으라고 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성모님이 어린 소녀에게 발현한다는 소식이 프랑스 전역에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사실인가 확인하려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성모님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서 오직 벨라뎃다가 기도를 드릴 때만 발현하셨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으셨다.
   성모님의 중요한 메시지는 성당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 죄인들의 회개와 묵주기도를 많이 드리는 것도 포함한다.
   성모님은 당신이 발현한 곳에 성당을 지으라는 메시지를 벨라뎃다에게 말씀하셨으나 본당 신부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신부는 소녀에게 발현하시는 분의 이름을 알아오라고 말했다. 벨라뎃다가 성모님에게 본당 신부의 말을 전했더니 "나는 원죄없이 잉태된 자" 라고 말했다. 벨라뎃다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제관까지 가는 동안 계속해서 외어서 본당신부에게 그대로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신부는 성모님이 발현하셨음을 확신하고 주교님에게 보고를 드렸다.
   본당 신부님은 그 당시 신학자들이나 쓰는 어려운 성모님의 호칭을 어린 소녀가 알리 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교회는 1862년 1월 18일에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 께서 벨라뎃다에게 발현하신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벨라뎃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루르드를 떠나서 "길다르드(The Convent of St. Gildard)" 수녀원에 들어가서 수녀가 되었다. 그러나 병으로 1879년 4월 16일 20대의 젊은 나이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성모님의 품안으로 돌아갔다. 현재 성녀 벨라뎃다의 시신은 1926년 이래 수녀원의 작은 경당에 아름다운 청동과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관에 보관되어 있어서 순례객들이 볼 수 있다. 안내 책자의 사진을 보면 시신을 살아 있는 사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잘 보존되고 있다.

루르드의 오늘

현재 루르드 성지에는 성모님 발현을 기념하여 지어진 여러 성당이 있다. 처음에는 작은 성당을 지었다가 순례객들이 많아지자 차츰 증축하였고 최근에는 다른 성당들도 지어졌다. 그리고 대광장의 아래에는 수만 명이 들어가는 웅장한 지하 성당이 있다. 성모님이 발현한 동굴 앞에도 제대가 있어서 매일 미사가 드려지고 있다. 박물관에 가면 당시 성모님의 발현 기사가 있는 신문을 읽을 수 있고 당신 본당 신부의 흉상 등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일 오후 3시에 환자들은 성당 앞에 모이고 장엄한 성체 강복이 거행된다. 그때 많은 환자들에게 치유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 8시에는 촛불을 켜고 광장을 돌면서 여러 나라 말로 묵주기도를 드린다. 루르드는 기적도 일어나지만 순례객들의 마음을 푸른하게 하고 기도하는 분위기를 제공해 준다. 그래서 매년 많은 순례객들이 찾는 것이다. 요즘 한국도 90년대에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많은 교우들이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
   그러면 기적수는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가? 1858년 2월 15일, 아홉 번째 발현 때 성모님께서 벨라뎃다에게 물을 마시라고 해서 동굴 뒷편의 땅을 팠더니 처음에는 흙탕물이 나왔고 계속해서 파들어가자 물이 솟아오르는 기적이 일어났다.
   지금도 그 물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현재 매일 27,000 갈론의 물이 나온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루르드의 기적수를 분석해 본 결과 인체에 대단히 유익한 게르마늄 성분이 다른 물보다 훨씬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도 많은 순례객들이 이 기적수를 먹고 그 물에 목욕을 한다.
   그리고 성모 동굴 앞에는 장애인들이 건강을 되찾고 난 후에 버리고 간 수많은 목발들이 걸려 있다.
   루르드에서는 아직도 기적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가? 그렇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세계적인 월간 잡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읽다가 "성모님의 기적" 이라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태리의 한 군인이 대퇴부에 악성 종양이 생겨서 약 1년 동안 육군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병이 호전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어 뼈는 거의 없어지고 근육으로만 다리가 붙어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해서 군의관들은 본인과 부모들에게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사형선고와 같은 군의관의 말을 들은, 열심한 가톨릭 신자인 그의 어머니는 이제 성모님에게 의탁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들과 같이 루르드에 가서 며칠간 순례를 하고 기적수에 목욕을 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별로 차도가 없었다. 어머니는 실망하지 않고 다시 아들과 열일곱 시간 동안이나 열차를 타고 가서 루르드를 순례했다.
   루르드에서 돌아 온 다음 날 아들은 이상하게도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서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환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실을 몇 바퀴 돌았다. 이 소식을 들은 군의관들은 즉시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다. 그랬더니 거의 없어진 뼈들이 놀랍게도 정상인과 같이 되어 있었다.
   병이 완치되 그는 얼마 후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성모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 어머니와 함께 루르드에 가서 자신의 병상 기록을 루르드에 있는 국제 의학 심사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루르드 성지를 순례하고 병이 나았다고 하지만 교회는 그들의 치유를 기적이라고 공식적으로 선포하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그의 기록을 검토한 후 이것은 의학적으로 치로가 불가능한 일이고 루르드를 순례한 후에 일어난 기적이라고 인정했다. 교회에서도 그 이태리 군인의 치유는 루르드에서 일어난 기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유명한 정형학회 학술지에도 이 기적적인 치유에 대한 글이 게재되었다.(다음 호에 계속) - 마리아 2002년 7~8월 1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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