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 Sexual / Bi Sexuality 에 관한 진실 혹은 대담 열 두 모음

1. 바이섹슈얼(양성애자)/바이섹슈얼리티(양성애)란?

: 양성, 즉 남성과 여성 양쪽에게 성적 지향성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2.
(본인 스스로나 다른 사람이) 동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까?

: 안타깝게도, 성정체성을 명확하게 분별해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범주의 사람들은 자신을 스트레이트/게이,레즈비언/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중 한 유형으로 당당하게 정의내릴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일반은 아니지만 위 4가지 유형 중 어느 한쪽에 "전형적"으로 속하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그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두 양성애자인 것은 아니다.

3. 
성정체성의 학술적인 구분 중에 양성애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고 듣고 겪은 바에 의하면, 정말 양성애자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동성애자인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거나 결혼 생활을 핑계삼아 양성애라자고 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 그렇다. 그건 사실이다. 더불어 다음 글을 꼭 읽어주기 바란다.
  많은 이반들이 처음 이반 커뮤니티를 접했을 때 자신을 바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를 나 역시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양성애 정체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일부는 양성애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다른 일부는 동성애 정체성을 갖고 있음을 자각하면서도 그/그녀 스스로 그것을 흔쾌히 수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바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성 혹은 동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과연 섹슈얼한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어서 확신이 설 때까지 우선은 바이라고 말해두기도 한다. 그리고 또다른 부류는 (이런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명백하게 동성애자이면서도 여자친구(남자친구)나 아내(남편)와의 관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방패막이로 양성애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지막 부류는 진정한 양성애자가 아닐 뿐더러 그/그녀의 사정이 아무리 딱하더라도 동정보다는 경멸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4.
이 글을 쓴 당신은 도대체 자신이 바이란 것을 언제부터 확신하게 됐는가?

: 성(性)에 눈뜨기 시작한 사춘기 시절부터. 하지만 "아, 나는 바이로구나."라는 형태로 인식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엔 섹슈얼리티에 관한 담론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도 못했거니와 바이섹슈얼이나 양성애란 단어는 10대 후반이 되어서야 신문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용어는 몰랐어도 내 성 정체성이 어떠한지는 알 수 있었고, 솔직히 근심스러웠다.

5.
양성애자로서 당신의 커밍아웃 경험은 어땠는가?

: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에게 양성애자라고 애기했더니 별난 애라면서 깔깔 웃더라. 소위 부치(butch)스러워 보이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다.
  대학 저학년 시절 페미니스트 선배와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매우 친했던 선배에게 한 커밍 아웃은 전혀 이해를 받지 못했고 (사이가 멀어졌다.), 친하지는 않지만 믿을 만하다고 판단된 동료들에게 한 커밍아웃은 그다지 부작용(?)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그 중 한 친구는, 내가 남자에게 환멸을 느껴서 여자 쪽으로 마음이 돌아선 것이라고 오해를 하는 것 같아 당혹스러웠다.
  일반들에게 한 커밍 아웃의 경험은 이것 뿐이다. 그후 이반들의 오프 모임이나 이반바에 종종 나가면서, 대체적으로 바이에 대해 비호의적인 분위기임을 알았다. 여성 이반들 중엔 바이의 비율이 높지만 그렇다고 바이에 대한 인식이 게이들의 인식보다 더 우호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양성애자인 이반은 이반 커뮤니티 안에서 일종의 핸디캡을 안고 있다고 할까.

6.
양성애자에 대한 태도가 늘 호의적이지 못한 것은 양성애자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바이들은 동성과의 관계를 쉽게 깨뜨리고 결혼과 같은 이성애적 사회 제도로 곧잘 피신하니까 말이다.

: 이른바 <골수 레즈>, <골수 게이>들 중 일부도 가족들의 압력과 직장 생활에서의 눈치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은 동정을 받기도 하고 때론 비난을 받기도 한다. 만일 어떤 양성애자가 동성을 사랑하고 있지만 이반으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성애자처럼 사는 길을 택했다면, 그 사람에게 가해질 수 있는 동정이나 비난의 수위 역시 이성애자처럼 살기로 결심한 레즈나 게이에게 가해지는 정도와 비슷해야 형평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양성애자에 대한 시선은 동정보다는 비난이 압도적이며, 비난의 강도 또한 훨씬 세다. 그 까닭이 전적으로 바이에게만 있을까? 난 감히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무수한 <바이 찬반 논쟁>에서 바이를 싫어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논거로 곧잘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바이는 동성과의 관계에서 쉽게 변절하고 이성애자로 전환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논거로 삼기엔 부적당하다. 모든 바이가 이성애자로 전환하지도 않거니와 아무리 상대를 많이 갈아치워도 동성이기만 하면 용서되는가? 게다가, 아무리 성정체성이 바이섹슈얼이라고 해도, 저번엔 동성을 사귀었으니 이번엔 이성을 사귀어야겠다는 것은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도 있다고? 그것은 그 사람의 <희망사항>이 현실과 운좋게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내친 김에 말해 본다면, 지금도 종종 이반 커뮤니티 안에서, 바이 찬성하네 반대하네 하는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쓴웃음을 감출 수 없다.  한 인간의 성정체성이 바이인 것은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선택이 아니다. 물론 성정체성을 수용하는 것은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성정체성 그 자체와 그것을 수용하는 행위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한국 땅에서 동성애자 인권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할 무렵(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대중 매체를 통해 동성애 찬반 논쟁이 벌어지던 것과 이반 커뮤니티 안에서 바이 찬반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모두 무지와 포비아의 발현이라고 생각된다. 무지나 포비아란 단어가 거슬리는가? 동성애 찬반 논쟁의 주된 핵심은, 미사여구나 어려운 학술 담론을 제껴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동성애자도 온전한 사람 대접을 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포비아가 없다면 그런 논쟁은 벌여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반 커뮤니티 안의 바이 찬반 논쟁 또한 마찬가지다. 이성에게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바이가 싫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성애자가 아닌데도 이성애자의 가면을 쓰는 행위를 비난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이중행위는 바이 뿐만 아니라 소위 골수 레즈, 골수 게이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성애자인 척 하거나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양다리를 걸치는 따위에 대한 비난은 모두 바이에게로만 집중되는 듯한 느낌이다.
  다시 말하자면, 바이 그 자체를 찬반의 주제로 삼는 논쟁은 무의미하고 파쇼적일 뿐이다.

ps:
<골수>란 표현을 요즘도 쓰는지? 4,5년전엔 바이가 아님을 강조하는 의미로 골수 레즈니 골수 게이니 하는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7.
최근의 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 "에이즈에 감염된 非동성애자 남성(대개는 기혼남)의 상당수가 실제론동성과도 관계를 가진 양성애자"라고 보도되어 있었다. TV 토론에 나온 어느 대학 교수는 "동성애자가 문제가 아니라 에이즈를 옮기는 양성애자가 문제"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정말 양성애자는 에이즈 전파의 주범인가?

: 이 로즈엔올리브 홈피에 들어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마 위와 같은 무식하고 포비아로 가득한 질문  따위를 할 수준이 아니겠지만, 세상엔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위 질문이 왜 무식하고 포비아로 가득찼다고 하는가? 우선 양쪽 성과 성관계를 가진다고 해서 다 양성애자인 것은 아니다. 두번째로, 에이즈는 동성과 성관계를 맺는 순간 바이러스가 몸안에 생겨나는 게 아니다. 보균자와 안전하지 못한 섹스를 했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으로 수혈을 받았으면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양성애자든 할 것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되는 것이다. 에이즈에 걸린 기혼자들은 실은 양성애자라든가 양성애자가 에이즈를 옮긴다고 하는 것은, 모두 에이즈는 동성애에서 생난다고 믿는 무지와 포비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무얼까? 

  에이즈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감염자의 대다수가 남성 동성애자들이었다 하여, <동성애자들의 암>이니, <신은 레즈비언은 봐주고 게이들만 처벌하는 모양>이라니 하는 얘기가 유행하였다.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고 난 후엔 그런 근거없는 낭설들도 고개를 숙이게 되었지만, 역시 에이즈가 이반 인권 운동사에 치명타를 가했음도 부정할 수는 없다. 자, 당신은 에이즈 전파의 경로를 정확하게 아는가?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을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는 혈액과 정액, 타액 등을 통해 침입한다. 에이즈 뱔견 초기에 유난히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많이 발병한 것은, 그들이 세이프 섹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었던 탓이다. 이성애자 커플들은 임신의 걱정 때문에 콘돔을 쓰는 비율이 높고 따라서 세이프 섹스의 비율도 높았으며 그만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되는 비율도 높았다. 그러나 게이 남성들의 경우엔 임신의 걱정이 없었으므로 세이프 섹스에 대한 주의가 크지 않았다. 에이즈 초창기에 게이들이 많이 희생된 <미스테리>는 바로 콘돔의 사용 유무에 있었던 것이지 <신의 단죄>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원인이 판명되었어도 처음의 오해를 그대로 믿어 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8.
양성애자들의 커뮤니티가 있는가? 그런 것이 있다면 양성애자 커뮤니티에선 무얼 하는가?    

: 양성애자들의 커뮤니티는 존재한다. 규모나 구심력은 그리 크지 않더라도 말이다.
양성애자들만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것에 모든 바이들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바이들은 기존의 이반 공동체만으로도 충분하며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또다른  바이들은 전반적인 이반 공동체 뿐만 아니라 양성애자 특유의 고민을 함께 나눌 공동체도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주로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교류를 한다. 이러한 바이 커뮤니티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몇몇 존재한다. 규모가 작으며 대부분 친목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반 정보 검색 엔진인 <오데로>에도 서너개의 바이 커뮤니티가 등록되어 있다.

  커뮤니티 내부에서 하는 일은 보통의 이반 커뮤니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만일 당신이 바이이고 다른 바이들과의 교류를 원해서 인터넷 바이 모임 중 어느 한 곳에 가입을 한다면, 통상의 이반 모임과 별다른 점을 찾지 못하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양성애자 모임을 통해 안식을 얻었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는 않다. 왜냐면 자신의 양성애 정체성을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솔직하게 토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니까.
 
9.
혹시 이반 커뮤니티에서 양성애자들만의 분리를 바라는가?

: 그렇지 않다. 양성애자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과 전체 이반 커뮤니티에서 분리독립하는 것은 다른 성질의 문제이다. 강원도 지역 이반들의 커뮤니티나 팝송과 락음악을 좋아하는 이반들의 커뮤니티가 생겨난다고 해서 그들이 곧 전체 이반 커뮤니티와 전혀 별개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10.
양성애자들은 이반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 불필요한 언급인 것 같지만, 해외 바이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양성애자들도 이반인권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등등의 의문도 많이 있는 모양이다.
  양성애자들은 당연히 이반인권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직접 현장에 나선 이반인권운동가 가운데 양성애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있음도 물론이다. 동성애나 트랜스젠더가 비주류적인 섹슈얼리티인 것처럼 양성애 역시 비주류 섹슈얼리티이다. 같은 성적 소수자로서 양성애자들은 자신들 역시 이반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며, 이반 인권 운동에 지지를 보냄은 그 당연한 귀결이다.

11.
해외의 바이 사이트들중 추천할 곳이 있다면?  

: bi.org와 bisexual.org를 추천한다. 영어권의 양성애 사이트가 거의 모두 링크되어 있기도 하다.
서핑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해외의 이반 사이트들은 국내 사이트보다 디자인면에서 허술해 보이기도 하다. 데이터베이스와 지역 네트워크는 막강하지만 평범한 외국인 네티즌에겐 읽어내기도 버겁다. 하지만 미팅을 주선하는 유료 사이트들은 꽤 재미난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사이트가 생겨나길 바라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일 듯 하다. 
(야후나 라이코스 같은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된 사이트 중에 .com 도메인이 붙은 곳은 별로 권하고픈 마음이 없다. 대개 신용카드를 요구하는 성인 사이트일 뿐 이반 사이트가 아닌 곳이 많다. 전문 이반 사이트의 링크 모음을 통해 이반 홈페이지들을 서핑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 좋은 곳을 찾을 수 있다.)  

12.
마지막으로, 당신은 양성애자인 것이 좋은가?

: "당신은 이반인 것이 좋은가?" 와 비슷한 질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우문일 수도 있고 현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대답하기 수월한 질문은 아니다. 이렇게 답한다면 어떨지...? 
  나는, 사람은 어떤 성정체성을 지녔는가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격을 갖추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사회의 냉정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점이 나를 슬프게 때론 분노하게 만든다. 한편으론, 이 성정체성은 내 사회 경력에 핸디캡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거울삼아 내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 자신은 타인, 비주류 등에게 얼마나 열린 시각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시시각각 돌이켜 보게 된다. 일종의 지침이 되어 주는 셈이다.

 - written by 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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