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풍속의 억제와 확산
- 금보다 귀한 담배
영국
영국에 담배를 전한 사람은 스페인의 무적 함대를 격파한 해적 프렌시스 드레이크와 워터 로리 일행이었다. <롤리가 정원에서 흔들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뒤쪽 멀리서 이를 발견한 하인이 주인의 머리에서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하여 불이야 하면서 양동이의 물을 롤리의 머리에 퍼부었다.>는 이야기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와 함게 롤리는 담배의 원조로 추앙 받고(?) 있다. 워터 롤리 경은 엘리자베스 1세의 애인으로 신임 받고 있었으며 제임스 1세가 즉위한 후에는 여러 차례 투옥되기도하였다. 제임스 1세가 롤리를 투옥한 것은 정치적 이유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17세기 초에는 영국 사회에는 이미 흡연자나 판매점이 증가하였고 그 위에 아메리카로부터 수입되는 담배의 값이 올라 국민의 낭비가 증가되었다. 이에 국가의 경제를 염려한 제임스 1세는 서기 1604년 그 유명한 <흡연자에 도전>이라는 조칙을 내리고 "흡연은 야만인이나 악마의 행위이며 국민의 명예를 손상하고 의약적 효과는 미신에 의한 것"이라고 선언하고는 흡연 풍속의 확산에 대하여 대 반대 운동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는 흡연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으며 1605년에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임스 1세의 참석 하에 담배 대토론회가 열리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제임스 1세는 흡연 금지파가 다수를 차지하여 금지령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찬성론도 만만치 않아 금지령은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임스 1세는 담배의 수입을 줄이고자 수입 담배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와 동시에 담배 판매를 전매제로 만들었다. 제임스 1세의 뒤를 이은 챨스 1세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담배 전매제를 강화하면서 흡연을 자주 단속하였다. 담배 문제 이외에도 여러 정치적 문제로 국왕과 의회, 의회를 지지하는 국민과의 대립은 점점 심각해졌고 마침내 1649년의 청교도 혁명이 일어났고 청교도 혁명의 성공으로 인하여 자유 분위기의 물결을 타고 흡연 행위도 함께 자유로워졌고 흡연 행위는 일시에 전 국민에게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후로는 흡연에 제한을 가하는 왕은 아무도 없었다. 흡연이 자유로워진 이후 1665년 영국에서 전염병이 돌았는데 이 때 프랑스에서 들어온 냄새 맡는 담배가 전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크게 유행하였다. 이 때부터 영국에서는 씹는 담배와 냄새 맡는 담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흡연 클럽이 많이 생겼고 이곳에는 정치가, 문인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게 되면서부터 시민들의 인기 있는 중요한 사교장이 되었다.
한편 세계의 무역 상권을 쥐고있던 영국 상인들은 미국에서 담배를 수입하여 유럽 각지로 전매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올렸고 파이프를 포함한 여러 흡연 도구가 발달하여 이러한 흡연 문화를 수출하게되어 '마도로스 파이프'는 당시 전세계의 해상권을 장악한 영국 선원의 상징물이 되기도 했다. 이로서 영국은 흡연풍속을 전 세계로 퍼뜨리게 되는 그 종주국의 역할을 수행했다.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처음에는 연기를 내뿜는 흡연을 무례하다고 생각하여 인기가 없었으며 오히려 냄새맡는 담배가 궁정인이나 신사들 사이에 대 유행했었다. 17세기 초의 파리에서는 담배가 고가의 물건이었다. 담배를 몹시도 싫어하던 당시의 재상 리셜리외는 여기에 착안하여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려고 담배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서 국고 수입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국민의 담배 낭비를 막으려고 1629년 담배 수입세를 부과했고 6년 후에는 약용 이외의 담배 자유 판매를 금지했다. 루이 14세도 담배를 싫어했고 왕실의 재정 수입을 위해 담배의 재배, 제조, 판매를 정부의 독점 사업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민은 강경히 반대했고 프랑스 혁명 후 그 독점이 잠시 철폐되었다. 나폴레옹 집권 후 나폴레옹은 영국을 압박하기 위하여 1806년 대륙 봉쇄령을 내리고 유럽각국과 영국사이의 통상을 금지 시켰다. 그 결과 유럽으로의 담배 수입이 끊어지고 담배의 가격이 급등하였다. 여기에 착안하여 재정수입을 위해 1810년 담배 전매체제를 부활 시켰으며 이것이 오늘날 프랑스의 담배 전매제의 시작이 되었다. 나폴레옹은 개인적으로 흡연을 싫어했고 대신 냄새 맡는 담배를 애호하였다. 이리하여 프랑스에서는 냄새맡는 담배의 용기가 발달하여 예술품으로 만들어 졌다.
중유럽
중 유럽에서는 영국의 담배가 네델란드에 들어가 거기서 라인강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 16세기 말에는 도이취에 진출하고 함부르크를 통해서 영국의 담배가 들어 왔다. 도이취에서는 17세기 후반에 전국에 흡연이 전파되어 가끔 금연령을 내렸으나 오히려 그 풍속이 성행했다. 18세기 초에는 프로이센 왕이 담배를 즐겼고 귀족 간에는 파이프 담배가 유행했었으며 1740년 경에는 프랑스로부터 냄새 맡는 담배가 들어와서 궁정인들 사이에 유행하였다. 러시아는 17세기 초에 터키로부터 파이프 담배와 물연관이 들어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왕들은 국형으로 금연 시켰다. 그러나 표르트 대제는 서구를 순방하면서 그 문명을 받아 들여 스스로 애연가가 되었고, 당시 러시아에 진출한 영국의 담배 상인에게 담배 수입의 독점권을 부여하여 국민에게 흡연의 자유를 허용했다. 영국 상인은 이 특권에 의해 다시 시베리아에 진출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그들은 유럽 대륙에 있어서 담배 이외에도 커피를 판매했으며 여기서 얻은 이익은 그 후 영국 산업 혁명에 유력한 자금이 되었다.
교황청
1561년 처음 소개된 담배는 여러 사람에게 퍼져 흡연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1561년 교황 우르 바투스 8세는 "성직자의 흡연은 신을 모독하는 것"으로 보고 흡연자에 대해서는 파문에 처한다는 금지 교서를 내렸다. 그러나 흡연 금지의 교서는 성직자에게 조차도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아마도 흡연은 숨어서 은밀히 실행할 수 있는 간단한 행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후 이 교서는 해제되고 교황청의 재정 수입을 위하여 1655년 담배의 전매권 임대제가 시행되었다.
오스만 터어키
흡연에 대한 처벌이 가장 잔혹했던 나라이다. 오스만 터어키에는 16세기말 이탈리아나 영국 선원들에 의해 파이프에 의한 흡연 풍속이 전국에 전파되었다. 그러나 술탄 아메드 1세는 담배를 몹시 싫어했고 거기에 흡연에 의한 화재가 빈번했으므로 금연령을 내렸다. 특히 술탄 무라드 4세는 1633년 콘스탄티노플 대 화재를 기화로 해서 밤마다 변장하고 금연령 위반자를 수사해서 교수형에 처했고 그 수는 일생동안 이만 오천(25,000)명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간에는 흡연 풍속이 근절되지 않았다. 이러한 억압은 국민의 반발을 샀고 그가 죽은 뒤 1655년에 금지 조치가 완화되었고 1833년에는 전매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아무리 엄격함 법으로 제제한다 하더라도 흡연 행위는 근절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사례가 된다.
기타
이 외에도 이베리아 전쟁(1808~14)에서 영국과 스페인과의 전쟁시 영국병사는 스페인 병사로부터 잎담배 및 흡연법을 들여와서 영국의 신사 귀족간에 유행했다. 그리고 크리미아 전쟁(1854~54)에서는 영국사관은 프랑스병이나 터키병사에게서 종이 권련을 알게되어 이 때부터 종이 권련이 일반화되었다. 30년 전쟁에서 도이취의 황제 군은 신교도 군, 스페인 군, 영국 용병들과 싸웠는데 이때 이미 스페인 병사나 영국 용병간에는 흡연 풍속이 있었다. 지루한 전쟁을 견디기 위해 이 흡연 풍속은 도이취 병사들 사이에도 널리 퍼지고 전파되었다.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 전에는 미국인은 파이프 담배, 잎담배, 씹는 담배를 사용했는데 유럽 전쟁에 참가한 젊은 미국병사는 영국병사나 프랑스병사에게서 종이 권련을 알게 되어 귀국 후 미국에 유행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에 융성한 종이 권련의 시초이며 여기에 성냥이나 라이터의 발달이 첨가해서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흡연할 수 있는 편리한 담배가 되었다. 이처럼 흡연과 흡연 방법은 전쟁터를 통하여 젊은이들이 죽는 극한 상황을 통해 대량으로 전파되었고 그 뒤를 따라 담배 판매의 이익을 위하여 상인들이 뒤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