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의 기본이해

 

1. 한국인이 생각하는 마장

 

한국인들의 마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실제 마장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나 가끔 보았을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은 부정적일 것이다.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대중적인 놀이로 자리잡은 마장이 유독 한국에서만은 인기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좋지 못한 이미지를 가진 놀이로 전락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심각한 도박성이 짙은 놀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도박의 끝이 마장이다”또는 심지어“마장에 빠지면 패가망신한다” 라는 극단주의자도 있다. 물론 마장을 도박을 목적으로 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건전한 방법으로 마장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럴 경우 “고스돕”이나 근래에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하는 “포커” 보다 훨씬 더 고풍스러울 수 있고, 친구나 가족들끼리 대화를 하며 즐길 수 있는 고급 두뇌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장은 고스돕이나 포커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도박으로 하기에는 사실상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마장을 가르쳤던 많은 사람들도 직접 해보니 평소에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마장이 아주 건전한 게임이더라고 얘기하곤 하였다. 카드나 경마가 도박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마장은 고급스럽고 사교성 있는 오락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마장의 장점을 살리고자 중국의 체육총국은 1998년 마장을 스포츠로 규정했으며, 중국전역의 다양한 룰을 통합하고자 통일 마장룰을 제정 발표하였다. 이것은  2008년 올림픽의 시범종목에 마장을 넣으려는 중국정부의 의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서양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선 마장을 배우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마장룰을 가르치는 싸이트나 책들이 있지만 마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사람들이 마장이 배우기 어렵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한국마장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마장은 중국과 일본과는 또 다른 한국 특유의 마장룰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마장에서 사용되는 마장의 용어들은 한국말은 거의 없이 중국말, 일본말, 영어, 그리고 국적불명의 말들로 일색을 이루고 있어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들이 생소한 용어에 질려 마장 배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국마장에서 반칙, 벌칙을 했을 경우 점프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일본마장의 좀보에서 유래 된 것이며 그 좀보라는 말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영어의 점프가 된 것이다. 이외에도 핑후, 멘젠, 쓰무, 당요, 치또이, 깡, 앙꼬, 삼앙꼬, 또이또이 등 많은 용어가 한국말이라고는 보기 힘든 어색한 일본말 일색이다. 한국 마장룰이 일본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어감도 좋지 않은 어색한 일본용어를 특유의 한국마장에 꼭 사용해야만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마장을 소개한다면 용어의 많은 부분이 어색한 일본어란 것을 아는 순간 그들은 면전에서 말은 안하겠지만 "한국마장은 단순히 일본마장의 변형의 하나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도 마장이 20세기 초에 보급되어 상당히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 마장이 인기를 누린 가장 큰 원인이 많은 사람들이 마장을 어느 게임보다도 배우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마장의 룰은 한국식과 좀 다르지만(오히려 많은 족보 때문에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 왜 똑같은 게임을 가지고 한자도 모르는 그들은 마장을 쉽게 생각했을까? 그것은 바로 용어 때문일 것이다. 영어권에서 쓰는 마장의 용어들은 누구나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 마장용어들은 들어도 예측 불가능한 생소한 국적불명의 말들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마장이 다른 게임보다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양에서 만든 컴퓨터 마장 게임들을 보면 중국마장, 미국마장, 홍콩마장, 유럽마장과 함께 일본마장도 빼놓을 수 없는데, 족보의 이름이나 게임 용어들의 상당 부분에 일본 용어를 발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서양 컴퓨터 마장게임으로서는 처음인 Four Wind Mahjong의 개발자로부터 필자에게 한국마장의 룰을 게임에 넣고 싶다는 요청이 와서 그와 계속적으로 이 메일을 주고 받는 가운데 이러한 한국마장용어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많이 발견하고 보완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마장룰에 대해 얘기하던 중에 그가 코리안 리치(Korean Richii)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한국마장의 “엎어”를 뜻하는 것으로 비슷한 룰의 일본용어인 Richii에 Korean을 붙인 것이었다. 그가 일본마장의 “리치”라는 말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우리말의 “엎어”는 전혀 몰랐기에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도 있었겠으나 필자는 그것을 한국마장에서는 당연히 “Upper”라고 해야 하며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일본의 리치와 한국의 엎어의 다른 점을 들어 설명하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

일본인들은 컴퓨터 마장게임을 통해 세계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김치를 기무치로 바꾸는 것처럼 중국의 마장도 일본의 마장으로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2. 마장의 묘미

 

필자가 처음 마장을 알게 된 것은 해외생활 중에 친한 중국인 친구를 통해서 였는데, 그 마장의 묘미란 것은 지금까지 해 본 여러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며 알면 알수록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첫째, 마장은 일단 보기에 아주 고상하고 수준 높게 보인다.

고스돕과 같이 얄팍한 패 몇 장을 손에 쥐고 쭈그리고 앉아서 바닥에 후려쳐가면서 단시간에 끝내는 것에 반해, 마장은 사각테이블에 테이블 보를 깔고 의자에 앉아서 차도 마셔가면서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과 고상함이 느껴지는 게임이다. 테이블 가운데에 패를 쌓아 만든 마장성은 때론 만리장성을 연상케 하여 웅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새겨진 직육면체의 고풍스러운 패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으며, 두툼한 마장패를 만질 때 느껴지는 재질감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게임 자체에서도 중국인의 기질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러한 마장패의 고상함 때문에 서양사람들이 동양인들 보다 마장을 더욱 좋아하는 것 같다. 참고로 유럽 및 북미인들에게 마장은 도박성 보다는 사교적이고 고급스런 게임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둘째, 아주 사교적인 게임이라는 데 있다. 필자는 마장을 많은 외국인들에게 가르쳐 보았다. 그러면서 그들과 아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주말에 집에 모여서 같이 식사하고 게임을 하면서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마장은 원래 4명이서 하기 때문에 2쌍의 부부가 함께 하면 더없이 좋은 게임이다. 사실 한국에는 4명이서 하는 게임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2명 아니면 3명 혹는 편을 짜서 해야 한다. 자주 우리 부부의 마장 파트너가 되어 주었던 스페인부부가 있는데, 하루는 그 내외가 우리에게 아주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유인 즉, 마장 때문에 자기 부부사이도 아주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 동안 서로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둘이서 마장을 하면서부터는 서로 얘기할 기회가 많아졌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서로 양쪽 집을 오가면서 저녁식사도 함께 하고 마장도 즐기면서 우리 부부도 외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랠 수가 있었다.

마장 가르쳐 줄 테니 오라고 하면 처음에는 마장이 뭔지도 모르고 갸우뚱하면서 오던 사람들이 한번 하고 나면 계속하자고 한다. 마장은 확실히 사교적인 놀이이다. 이러한 사교적인 면을 볼 때, 마장이 한국에서 가족게임으로서 즐기기에는 더없이 적합하리라고 생각된다. 고스돕을 대신할 만한 다른 놀이가 마땅히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마장은 새로운 가족놀이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기존의 마장의 이미지가 한국에서는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이제는 마장이 세계인의 게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우리도 그러한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분명 한국마장이 있다. 우리가 그것을 잘 보존하고 건전한 게임으로 정착시키며 나아가서 우리의 한국마장 룰을 세계 속에 알릴 때 더욱 가치있는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셋째, 게임 그 자체에 묘미가 있다. 게임의 복잡성과 묘미는 고스돕과 비교가 안된다. "앉아서 하는 놀이 중 마장이 가장 재미있다" 라는 말이 있다. 물론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그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필자도 마장을 알고부터는 다른 게임은 왠지 시들해진 것 같다. 마장은 하면 할수록 그 묘미가 더해지는 게임이다. 수십까지의 마장 족보와 게임룰로 마장의 무궁무진한 묘미를 맛 볼 수가 있다.

실력만을 가지고 하는 게임의 경우는 일반인들이 하기에는 어렵고 지루할 수가 있으며, 반대로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의 경우는 게임의 묘미가 많이 떨어진다고 하겠다. 바둑이나 장기와 달리 마장은 실력만으로 이기는 게임은 아니다. 바둑이나 장기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게임이므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사람과 붙더라도 이길 수 있는 것이 마장이다. 그러나 운으로 몇 게임은 이길 수 있지만, 마장 한 게임(최소 16판) 이상을 한다면 결국 실력이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것이 또한 마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장을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렇듯 운과 실력이 적절히 요구되어야 하는 마장의 특성 때문이 아닐런지.

 

 

3. 세계 속의 마장

 

한국인들의 마장에 대한 생각과는 달리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마장에 대해 별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너무 재미가 있어 중독적인 면이 있다고 할 정도로 재미난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장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점은 세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시작한 마장은 20세기 초부터 전세계로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마장은 이제 단순히 중국 및 이웃나라 몇몇 아시아국가에서만 행해지는 게임이 아니다. 북미대륙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행해지는 게임이다. 단일 게임으로 거의 전세계인들이 즐기고 있으며 또한 나라마다 각양각색의 룰을 가지고 있는 게임은 마장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 마장이 중국으로부터 다른 나라에 보급된 지 100여년이 된 지금 새로운 세대들이 마장게임을 최고의 지적 게임으로 재 발견하고 있다. 바로 컴퓨터를 통해 마장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마장패를 이용한 짝 맞추기 컴퓨터게임이 80년대 초반부터 나타났으며, 지금은 실제 마장을 컴퓨터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인터넷은 마장 온라인 게임을 가능하게 하였다. 인터넷상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마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시아의 5개국 중국, 홍콩, 대만, 일본, 한국은 각기 다른 게임방식을 가지고 있다. 마장은 중국에서 개발되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룰의 복잡성 및 묘미는 한국과 일본이 더 높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일본마장은 중국마장 및 다른 나라의 그 어떤 마장보다 복잡한 룰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바로 한국마장이나 일본마장을 배우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다. 기본적인 중국마장의 이해를 통해 한국, 일본마장으로 접근한다면 제대로 마장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가 13개 타일을 가지고 하는 반면, 특이하게도 대만은16개 타일을 가지고 한다. 미국인 역시 기존의 마장룰을 자기네 방식대로 상당부분 바꾸었다. 미국인들은 꽃패나 계절패 대신 알파벳 J가 써있는 조카를 사용하고 , 패를 옆 사람과 바꾸는 포카에서 하는 방식을 마장에 적용하고 있다. 족보도 상당부분을 바꾸어서 아시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며 60여 개 이상의 족보를 가지고 있다. 미국 마장협회에서 이 족보를 매년 새롭게 발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마장이 널리 알려져 미국 마장협회가 주최하는 전국 마장대회도 열리고 있다. 유럽식도 있는데 유럽 내에서도 네덜란드, 이태리, 스웨덴, 독일, 핀란드, 영국 등은 모두 나름대로의 룰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유럽 국가들이 현재 중국본토에서는 별로 행해지지 않는 원조마장룰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마장의 기본적인 것들은 일본룰과 비슷하지만 마장에도 여지없이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이 적용되었다. 수십 종류의 마장룰은 최소136개 이상의 패를 가지고 한다. 참고로 미국마장은 조카 8개를 포함해서 152개를 사용하며 베트남마장은 각종 행운패와 조카를 포함 무려 160개의 마장패를 가지고 게임을 한다. 반면 한국은 죽패(36개)를 모두 빼고 꽃패 4개를 추가한 총104개의 마장패를 가지고 게임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게임을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약간은 일본룰에서 간소화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본에서도 3명이 할 때에는 죽패를 빼는데 한국처럼 죽패 전부를 빼지는 않는다고 한다.  

한국룰은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마장은 다른 게임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게임을 끝낼 수가 있다. 또한 적은 마장패로 게임을 함으로 인해 쏘일 수 있는 경우가 높아지며, 쏘일 수 있는 패를 예상하기가 쉬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 종반으로 가면 더욱 흥미진진해 진다. 한국룰은 4명뿐만 아니라 3명끼리도 할 수 있다. 한국마장이 일본마장과 비슷한 면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한국마장의 쉬운 점수계산법이나 경마 등의 룰은 매우 독특하다.

한국 사람들은 종종 마장을 고스돕과 비교하곤 하는데, 고스돕보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의견과, 패를 섞고 성을 쌓는 것이 귀찮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사실 고스돕은 패를 섞고 나누어 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마장에 비해 빠르고 간편한 것이 사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도박을 하기 위해 마장을 배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포카나 하기 쉬운 고스돕을 하라고 권한다. 반면, 게임을 하며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마장이 적격이다.

한국에서는 마장이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것 또한 깨어져야 할 고정관념일 뿐이며, 분명 마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묘미를 지닌 게임이다. 마장은 한 두 번 해보아서는 그 묘미를 맛보기 힘들다. 하면 할수록 그 묘미를 알게 되는 것이 마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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