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구상


어느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하고 읊었지만


나는 마음이 하도 망측해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고 어쩌구커녕


숫제 두렵다.

일일이 밝히기가 민망해서


애매모호하게 말할 양이면


나의 마음은 양심의 샘이


막히고 흐리고 더러워져서


마치 七罪①최의 시궁창이 되어 있다.

하지만 머리 또한 간사하여


여러 가지 가면과 대사를 바꿔 가며


그래도 시인이랍시고 행세하고


천연스레 진·繕미를 입에 담는다.

그뿐인가! 어디.


아침 저녁 건성 기도문을 외우고


주일마다 교회 예배에도 빠지지 않고


때로는 신앙의 글도 쓰고 말도 하니


옛 유태의 바리새②와 무엇이 다르랴.



하기는 이따금 그 진창 속에서도


흙탕과 진흙을 말끔히 퍼내고 뚫어서


본디의 맑은 샘을 솟게 하고 싶지만


거짓으로 얽히고 설킨 세상살이의


현실적 파탄과 파멸이 무서워서


숨지기 전에는 엄두를 못 내지 싶은데


막상 그 죽음을 떠올리면 이건 더욱


그 來世가 불안하고 겁난다.

이 밤도 TV에서 저 詩句를 접하고는


걷잡을 바 없는 암담 속에 잠겨 있다가


문득 벽에 걸린 십자가상을 바라보고는


그 옆에 매달렸었을 右盜③처럼 주절댄다.
주님! 저를 이 凶惡에서 구하소서 ……



하지만 이 참회가 改心에 이어질른지를
나 스스로가 못 믿으니 이를 어쩐다지?

① 七罪(칠죄)ㅡ가톨릭에서는 죄의 근원을 교만, 인색, 음란, 분노, 탐욕, 질투, 태만 등 일곱 가지를 들어 그것을 칠죄종(七罪宗)이라고 말함.
② 바리새 ㅡ 옛 유대교의 한 종파로서 지배계층으로 군림하며 위선적이었음.
③ 右盜(우도)ㅡ 십자가 위 예수의 오른쪽에 매달려 있던 도둑으로, 회개로 나아가 그리스도로부터 그 구원을 약속받음.

    ⊙ 발표일자 : 1999년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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