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원이가 기내식으로 준 빵을 잘 먹지 못했다는 것만 빼면 다윈까지 오는 길은 무난했다. 우리 회사 승무원들은 대체로 좀 불친절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비행기에서는 이원이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 아주 친절하게 잘 도와 주었다. 많이 고마웠다.

비행기 안에서 이원이는 창가쪽에 앉고 나는 통로 쪽에 앉아 있었다. 잠을 자고 있는 이원이의 모습 뒤 배경으로, 비행기의 동그란 창문과, 창밖에 펼쳐진 파란 하늘과, 흰 구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그만 코로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하면서 자고 있는 이원이는 정말 천사 같아 보였다.

이원이는 지난 밤에 설레서 잠을 잘 못 잤는지, 비행기 안에서는 그렇게 줄곧 자기만 했다. 오히려 내가 문제였다. 나는 별별 생각과 상상에 마음이 불안의 극을 달렸다. 마침 음악을 들으려고 헤드폰을 썼더니, 옛날 그녀와 자주 같이 듣던 스티비 원더 노래가 나왔다. 입에서 아아아… 하는 탄식이 막 나올 것 같았다.

내가 싱가폴로 도망을 가고 정신 없이 일을 하느라 묻혀 있긴 했지만, 나는 사실 아직도 그녀를 이만큼이나 사랑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힘들게 이원이를 떼어 놓고, 그래도 국회의원 중에서도 반듯한 사람에게 보냈다고 자기 마음을 달래면서 겨우겨우 마음을 다져놓고 있었을 텐데. 그녀에게 어떻게 이원이가 지금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쪽배에” 노래 짝짜꿍 1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키만 싱겁게 큰 나에게 맡겨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나는 잠도 별로 자지 못하고, 만리타지에서 수년 만에 그녀를 만나는데 대한 마음의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지금 이원이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 지에 대해서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다윈에 착륙할 때까지 그야말로 전전반측했다.

다윈은 지독하게 햇살이 강한 곳이었다. 그곳의 여기저기를 찾아 다니면서 그녀에 대한 소식을 추적한 첫 날, 잘못해서 이원이는 일사병에 걸릴 뻔 했다. 그 어린 것이 그래도 엄마를 만나겠다고 투정도 부리지 않고 고분고분 나를 따라 계속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저녁에 호텔에서 이원이를 씻길 때, 빨갛게 부어 오른 그 작은 발을 보자, 나는 솔직히 말하면, 안들키게 살짝 울었다.

호주에 와 있는 한 대학원 동기의 도움으로 나는 이원이와 함께 연구소까지 찾아 갈 수 있게 되었다. 연구소에서는 내가 제출하는 출생증명서와 입양각서, 친자확인 증명서 같은 것들을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 결국 그녀의 기록을 내어 주었다.

그녀가 맞았다. 그녀는 증명사진 특유의 있는 듯 없는 듯 엷은 웃음을 띈 얼굴로 서류 위에 붙어 있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그 밝은 느낌만은 여전해 보였다.

“아빠. 손 아파...”

나도 모르게 이원이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꽉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막 말도 못하게 휘몰아쳐 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최고 대우를 받는 수석 연구원이었고, 아직 미혼이었고, 다윈의 요트 정박장 근처에서 살고 있었다.

“Ok. She’s her. Right person. Can I, May I meet her, now? Or I can wait a couple of hours or a few days.”
“Unfortunately, you can’t.”

연구소 사무실에 있는 그 대머리 영감은 그렇게 말했다. 왜? 왜? 이유인 즉슨, 그녀가 지금 이 연구소에, 그리고 다윈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외부인사에게 공개될 수 없는 과제의 수행 때문에, 하필이면 “벌리헤즈”에 가 있다고, 이 좀 웃기게 생긴 대머리 아저씨는 정말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절대 안된다고 했는데, 사정사정해서 나는 이원이에게 줄 그녀의 사진을 한 장만 복사해 달라고 했다. 내가 굉장히 끈질기게 매달렸고, 햇빛과 더위에 지친 이원이의 불쌍한 표정도 위력을 발휘해서, 그 대머리 아저씨는 이원이에게 처음으로 엄마 사진을 줄 수 있었다.

이원이는 말없이 그 사진을 한 동안 바라보더니, 가져온 스케치북을 꺼내 그 사이에 끼워 넣었다.

다윈에서 그녀를 찾지 못한 것 때문에 실망이 크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제대로 자리잡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충분히 기뻤다. 그 대머리 아저씨를 통해서, 적어도 이제는 그녀와 계속 연락은 할 수 있을지 싶었다. 이원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로,

“Thank you, sir.”

하는 것에 완전히 감동 먹은 이 아저씨는 우리 부녀의 편이 되어서, 자기가 최대한 벌리헤즈 쪽에 말을 잘 해놓을 테니까, 거기 가서 다시 증명 서류들을 늘어 놓으면, 분명히 그녀를 만나게 해 줄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원이나 나나 그날 다윈에서 똑같이 실망했다. 하지만 역시 우리 둘은 똑같이 다시 기운을 내서 다윈에서 골드코스트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골드코스트에는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우리 회사의 사무실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싱가폴에서 나에게 큰 빚을 졌던 동료 하나가 시드니에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 사무실에 전화를 해준 것이 꽤 힘을 발휘했다.

일단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하루를 쉬고, 다윈의 대머리 아저씨가 가르쳐 준 벌리헤즈의 연구소로 향했다.

“OK, I knew you are commin’. And everything is fine. Please wait for a day.”
“For a day?”
“We are different from Darwin. This is a national security area, and we got lots of things to check.”

벌리헤즈 연구소에서 서류를 접수하는 것까지는 일단 일사천리로 들어갔는데,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내부 연구원과 접촉을 하려면, 확인을 철저히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실망감이 컸지만, 이원이는 기운이 쭉 빠지는지, 얼굴색이 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여전히 그녀를 만나지 못했고, 그냥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돌아와야 했다. 그날 오후에 나는 에스플레네이드의 온갖 사무실과 교민 연락시설들을 다 뒤지고 돌아다니면서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날 방법을 찾아 봤지만, 대체로 헛수고였다.

하루. 하루가 연기되었을 뿐인데, 나는 엄청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멀리 멀리 그녀를 찾아오고 있는데, 그 옛날 그 때처럼 도무지 그녀와 나와의 거리는 좁혀지지가 않고 있었다. 그 때, 그 여름에 그녀의 손을 잡고 가로수 아래를 걸을 때. 그 때 잡았던 손을 놓아 주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원이가 많이 실망하지 않게 하려고 애써 기분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우리는 카빌 애브뉴의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맛난 과일 아이스크림과 기막힌 열대과일 주스를 마셨다. 그리고 이원이는 굉장히 귀엽게 생긴 코알라가 그려진 색연필과 필통도 샀다.

양고기 케밥을 저녁으로 먹고 우리는 길을 걸어서 해변으로 나왔다. (유진 선배에게 한마디: 이원이 양고기 맛있게 잘만 먹는다.) 끝없이 길게 펼쳐진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해변은 아주 보기 좋았다. 나는 구두를 벗어 들었고, 이원이를 슬리퍼로 갈아신게 했다.

한쪽으로 고층빌딩들이 해안선을 바라보며 줄지어 있는 가운데, 눈부시게 하얀 모래가 저녁 햇살을 반사했다. 파랗고 시원하고 상쾌한 바다에서 높고 넓은 파도가 천천히 밀려와 부서졌다.

이원이의 손을 잡고 같이 맨발로 걸음을 옮겼다. 밀려온 바닷물은 시원하지만 너무 차갑지 않게, 내 발과 작은 이원이 발을 차례로 적셔 주었다. 이곳 바다는 공기의 느낌이 시원했다. 모래는 유난히 곱고 깨끗해서 부드럽게 발바닥에 밟혔다.

이원이는 신기해 하면서 파도가 왔다갔다하는 자기 발을 내려다보며 계속 걷더니, 해변에 있는 불가사리 같은 것을 하나 밟고는 무서워서 저쪽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왔다.

“그건 그냥 불가사리야.”
“어… 안 물어?”
“안 물어. 무서워할 필요 없어.”

이원이는 나랑 자리를 바꿔서 서고는 내 오른손을 자기 왼손으로 잡았다.

해가 지고 있는 바다는 눈부신 오렌지 색으로 그 빛을 반사했다. 원래 내가 해지는 모습과 노을빛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쪽 치마가 살짝 젖은 이원이와 함께 걷고 있는 그 저녁, 바닷가 모습은 평생에 잊혀지지 않을 만큼 깊게 마음속에 남는 듯 했다.

한참을 걷다가, 이원이는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조용히 불렀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나는, 내일 참으로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면, 여기에 다시 와서, 그녀와 나와 이원이와 함께 다시 저녁 바닷가를 걸으며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떻게 되든 그렇게 걸으면서 한 번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인생에 남을 순간이 될 거라고 상상하면서.

이튿날. 나는 다시 벌리헤즈의 연구소를 찾아 갔다.

“OK. Everything’s so fine. You are confirmed as a family member and you are fully qualified to meet our researcher personally.”
“Thank you. Thank you.”
“But,”

저 발음이 내 엉덩이나 직원 자신의 엉덩이를 가리키는 말은 필시 아닐 것이다. 왠 말이냐.

“But, she is now on a isolated project. Neighter you nor we can contact with her.”
“I can’t understand. What kind of project is it?”
“It is in area of an embargo. We can not announce it till……”
“……”
“Till tomorrow.”
“Then if I wait for one more extra day, then…….”
“Then you can know what project she involves with.”
“Can I meet her then?”
“I can’t say. But as long as the project goes on, you can’t meet her.”
“OK. OK. How long the project will be?”
“We can’t say now. After the embargo……”

나는 그만 짜증이 확 몰아 닥쳤다. 그녀를 하루 더 못 보는 곳은 이 먼 곳까지 찾아와서 한 번 더 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일이 되어도, 그녀를 볼 수 있는 보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러고 나서 도대체 그녀의 프로젝트라는 것이 끝나는게 언제가 될지 기약조차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심하게 막막한 일이었다.

“We know your situation, and we fully understand your feeling. We can do everything we can do for telling your situation to her. As soon as possible we will provide a sort of measure to communicate you with her.”

내 처지가 불쌍해 보이는지, 연구소 직원은 계속 나와 연락을 취해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그녀와 통화라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내 실망한 마음을 별로 달래주지 못했다. 왜, 저 사람은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지.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왜 내 입으로 다시 통역해서 이원이에게 한 번 더 들려줘야 하느냔 말이다.

나는 내 연락처를 직원에게 남기고는, 완전히 풀이 죽어, 그 길로 쿨랑가타 공항으로 향해서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제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쿨랑가타 공항에서 우리는 저녁으로 맥도날드의 치킨 샐러드를 먹었다. 평소 항상 좋은 식성으로 음식을 잘 먹어치우던 나는 아무 입맛도 없어서 그냥 플라스틱 포크로 풀조각들을 쿡쿡 찔러댈 뿐이었다. 맛, 하.나.도. 없었다.

그러고 있자니, 이원이가 내가 불쌍해 보이는지.

“아빠, 이거 먹어.”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방울 토마토를 하나 골라 주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이원이의 머리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이원이는 얼굴을 좀 찡그리며 손을 머리에 가져갔다. 아무래도 입에 샐러드 드레싱 묻었던 것이 이원이 머리칼에 묻었지 싶다. 나는 기운차리고, 힘 냅니다. 하고 속으로 두 번 외쳤다. 아무렴. 저 악명 높은 싱가폴 지사의 일중독자 엔지니어 아니었던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데, 누가 나를 막겠는가.

시드니에 와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사고는, 이원이와 나는 호주에서 마지막 밤을 오페라 하우스 앞의 야외 식당에서 보낼 계획을 세웠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같이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았는데, 그 날의 상연작은 푸치니의 나비 부인이었다. 이원이가 지겨워 할 것 같기도 했지만, 그녀를 찾느라 다섯 살짜리 아이와 함께 세상을 뒤지고 있는 내가 보면 또 정신을 못 차릴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시드니에서는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만족할만한 오페라 공연 대신에, 전혀 다른 각도에서 훨씬 더 놀라운 소식이 우리 부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 언제 어떻게 시드니를 찾건, 다른 방문자들에게도 항상 마찬가지이겠지만.

시드니에 도착해서 분주한 퀸 빅토리아 몰을 지나 서큘러 키에 도착하는 동안, 나는 전혀 의외의 방향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그녀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녀에 대해, 그것도 그렇게 깜짝 놀랄 만한 상황으로 그녀 소식을 알게 되자 나는 꼭 꿈을 꾸는 기분이 된 것 같았다.

“이원아, 잘 하면, 엄마 얼굴은 어떻게 한 번 오늘 밤에 볼 수 있을 거 같다.”
“정말?”
“엄마가 너무 멀리 있어서 직접은 못 볼거 같고……”

나는 오페라 하우스 계단에 앉아서 이원이와 핫도그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오페라 하우스 계단에서 서큘러키의 유람선들을 보면서 햇살을 받는 일은 여유롭고도 즐겁다. 나는 어린애처럼 들떠서 말하고 있었고. 이원이는 어린애…로서 들떴다. 그렇게 덤벙거리다가 나는 또 핫도그 케첩을 옷에 묻혔고, 이원이는 살짝 나를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녁때 나는 일찌감치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이원이와 함께 편안하게 마지막 저녁을 들었다. 조용하고도 흥겨운 남미 음악을 연주하는 이 야외 식당은 시드니의 야경과 오페라 하우스의 밤 경치, 그리고 태평양의 모습과 아주 잘 어울렸다. 이원이는 테이블 위에 켜둔 등유 램프를 신기하게 바라 보았다.

“Canción para la sen:orita hermosa.”

세 명의 마리아치 악사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 곁에 와서 이원이를 바라보며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스페인어를 알 길이 없는 나는 무슨 가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노래는 굉장히 좋았고, 이원이에게도 그랬던지, 역시 방긋 방긋 웃으면서 고개를 까딱까딱하였다.

아홉시가 되었다.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식당에서는 바닷가에 펼쳐 놓았던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뉴스를 틀어주기 시작했다.

“이원아, 저기 봐, 엄마 나왔네.”

이원이는 스케치북을 꺼내서 끼워 두었던 그녀의 사진을 꺼냈다. 뉴스 자료 화면속에 소개된 그녀의 이름과 국적이 소개되었다. 우리가 그토록 찾던 그녀였다. 그녀는 갈색 유니폼을 입고 네 명의 다른 동료와 함께 서 있었다. 곧 그녀는 충격방지용 우주복을 겹쳐 입은 모습으로 우주왕복선 파이어리 피닉스호에 천천히 걸어 들어 갔다. 오늘 아침에 방송된 화면이었다.

“Now, we got the news that Fiery Phoenix successfully get on the Earth orbit. Repeat. Now we got the news that Fiery Phoenix successfully get on the Earth orbit.”

아시아 태평양 협력 우주사업의 우주왕복선 파이어리 피닉스호가 안전히 궤도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뉴스 아나운서가 전했다. 그러자 야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사람들 모두는 환호하면서 박수를 쳤다. 일본 사람 두 명, 호주 사람 두 명, 그리고 그녀가 탄 우주선은 벌리헤즈 근처의 우주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고, 드디어 순조롭게 궤도 비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원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엄마라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나는 텔레비전 화면에 표시된 그림과 숫자들을 보고, 재빨리 조그마한 메모지를 꺼내서 계산을 했다. 나는 이원이 옆으로 갔다.

“저기 하늘에 달 보이지.”
“응.”
“달 옆에 반짝반짝하는 되게 밝은 별 보여?”
“응.”
“저게 엄마야.”

이원이는 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닌게 아니라 곧 뉴스에서도 달 옆에 보이는 밝은 반짝이는 것이 우주왕복선 파이어리 피닉스호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뭐라고 한 마디씩 했다. 이원이는 그 별이 엄마라는 사실을 듣고 한 참 조용하게 있더니. 갑자기 울먹울먹 하다가, 눈물을 쏟으면서 뭉개지는 발음으로 말했다.

“그럼, 그럼… 엄마가 죽은거야?”

이원이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내가 처음 구청 복지과 직원을 찾아가 만났을 때에도 그저 좀 겁먹은 표정으로 조용히 있던 이원이가. 다윈에서 그 뜨거운 햇볕 속에서 발이 퉁퉁 붓도록 걸으면서도 생글생글 웃던 아이가. 어제 저녁에는 나보고 토마토 먹으라고 하던 그 아이가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나는 괜시리 눈물이 나서, 나도 눈물을 훔치면서 말했다.

“아니야. 아냐. 이원아, 그게 아니라, 엄마가 우주비행사라서 우주선을 타고 저기 가 있는 거야. 우주왕복선 궤도는 지구에서 2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거든. 그래서 우주선 모습이 제대로 안보이고 그냥 반짝반짝하는 별처럼 보이는 거야. 그리고 지구 정지궤도는 지구가 도는 속도랑 똑 같아서 우주선이 안 움직이고 가만히 그냥 별처럼 떠 있는 거처럼 보이고.”

이원이는 내가 말하는 동안에도 목놓아 울었다. 나는 이 아이가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자, 어떻게 보면 좀 우스운 상황인데도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내가 한참을 얼르고 달래자, 이원이는 차츰 잦아들면서 울음을 그쳤다. 내 평생 전공분야 이야기를 일반인들에게 하면서 그렇게 기분이 극적이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울음을 그친 이원이는 훌쩍이면서 텔레비전 화면과 밤하늘을 번갈아 보았다.

“엄마는 언제 또 텔레비전에 나와?”
“잠깐만, 잠깐 기다려보자.”

이원이는 훌쩍거리면서 말했다.

“OK, we just set up television communication here, let’s see the heroes and the heroine in Fiery Phoenix.”

앵커가 말하자, 텔레비전 화면은 우주왕복선 안의 승무원들을 비추어 주었다. 처음으로 선장인 호주인 남자가 나왔고, 두 번째로 그녀가 자리를 잡고 화면에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우주왕복선의 승무원들이 나오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다시 한 번 서큘러 키를 온통 채웠다.

“엄마다.”

이원이가 화면을 보고 말했다. 나는 이원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그 까만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꼭 끌어 안았다.

우주선에서, 텔레비전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드는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도 여전히, 그 어리고 밝은, 시원한 웃음이 가득한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지금 밤하늘,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어린 딸과 꼭 같이.


-- 2005년 4월 대사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