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
 

3.1절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진태을옹의 죽음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번과 같은 사고는 누가 보아도 예견된 일이 아니었던가.
조금만 미리 신경을 썼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일과후 분주함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이래야하나 자책하게 된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요, 사후약방문이다.

근년들어 한인회관을 통한 행사와 참석자의 수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새 이민자의 증가와 각종 행사에 대한 동포들의 관심이 증폭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편 반가운 일이면서도 걱정스럽기도 하다.

회관을 오가며 느끼는 것은, 한눈에 식별키 어려운 작은 표지판이며 겨울철에
보행으로 접근하기는 가파르고 먼 진입로, 주차문제,
식후의 어두운 길을 횡단하는 노인들을 보면서 걱정을 해왔다.
같은 방향이면 모셔야지 하면서도 멈추기가 마땅찮아 지나치곤
했는데 급기야는 어려운 일을 당하고 말았다.

윤리를 덕목으로 삼아 살아온 5만 동포들의 땅에서 회관을 찾은 84세의 노옹을
안전하게 귀가시키지 못하고 우리들 면전에서 비명 횡사케 했으니
무어라 입을 열어 말을 하리요?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진옹의 죽음은 한인회와 관련된 중대 사건이다.
최소한 행사요원을 두어서라도 입출 시간에 길을 건너는 보행인들의
안전을 도모했어야 옳았다.
그런면에서 한인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표시와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과 같은 무방비한 상태에서 회관이 그 자리에 있는 한,
위험은 상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새입지를 찾는 것이 최선이나 당장 쉬운 일이 아니니 신호등을 포함한 횡단보도나
보행자를 위한 황색등을 조속한 시일내에 설치하도록 관계요로에 진정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한인회장과 조성준의원이 나서서 서명작업과 로비를 한다니 다행한 일이다.
'될 것이다''안될 것이다'를 예단하고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비록 사후약방문이 될지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둬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동포들도 뜻을 모아 서명하고 이 일에 동참하자.
우리들은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어물쩍 넘기고 없었던 일로 치부하기가  일쑤다.
결코 진옹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그의 죽음이 한인회의 발전을 이룩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되게 하자.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회관의 이전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주위 경관은 수려하나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회관 접근이 쉽지 않으며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둥지인 한인회관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랑받는 회관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하겠다.

회장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 기회에 동포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때마다 하는 의례적인 '축사'보다는 동포들의 진정한 '손발'이 될 것을 바란다.
끝으로 고인이 가시는 길 평안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2000.3.17 캐나다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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