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4
드디어 5년 만에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라인업에 새로운 IA-32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등장한다. 그 이름은 바로 넷버스트 마이크로 아키텍쳐(NetBurst Micro-Architecture). 새로운 21세기에 등장하는 IA-32의 마이크로 아키텍쳐인 만큼 말 그대로 新밀레니엄 아키텍쳐인 셈이다. 무려 5년 만에 이루어지는 마이크로 아키텍쳐 업그레이드는 인텔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인텔은 80286을 발표한 이후로 2년 또는 3년마다 꼬박꼬박 새로운 아키텍쳐를 소개해왔으며, 이러한 전통(?)은 펜티엄 프로(P6)까지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나 펜티엄 프로의 시판 이후 인텔은 새로운 IA-32 마이크로 아키텍쳐의 개발은 등한시한 채 Merced라는 개발코드명으로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 아이태니엄의 설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국 새로운 아키텍쳐를 개발할만한 여유가 없었던 인텔은 펜티엄 프로(P6) 마이크로 아키텍쳐를 기본으로 L2 캐쉬와 FSB만을 변경하여 펜티엄II, 펜티엄III, 셀러론 등의 변종을 탄생시킨다. 인텔이 이렇게 한눈을 파는 사이 AMD가 틈을 놓치지 않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Nexgen을 인수하여 P6와 비슷한 RISC에 기반한 x86 호환칩 기술을 터득한 AMD는 애슬론과 듀론을 차례로 발표하며 인텔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와 기술을 자랑하던 인텔은 AMD가 라이벌로 부상함에 따라 P6 코어를 디자인했던 팀에게 다시 새로운 IA-32 마이크로 아키텍쳐를 개발할 것을 주문하게 되었다. 개발코드명 Willamette. 펜티엄4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인텔 펜티엄4 홈페이지


인텔이 펜티엄4에 대해 목표하는 바는 Visual Internet를 위한 아키텍쳐이다. 이러한 목표는 SSE를 탑재한 펜티엄III을 위한 WebOutfitter 서비스로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하였으며, 펜티엄4를 통해 좀 더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486, P5, P6 아키텍쳐가 각각 윈도우, 멀티미디어, 비주얼컴퓨팅 대중화의 기초가 되었던 것과 같이 펜티엄4가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미디어와 3D 어플리케이션의 성능을 높이는 아키텍쳐라는 것이다. 이에 관해 인텔은 펜티엄4의 2가지 설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체감 가능한 최고의 성능
- 인터넷, 이미지 프로세싱, 스트리밍 미디어, 스피치, 3D 어플리케이션과 멀티미디어에서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최강의 성능을 구현한다.
- 멀티 태스킹을 위한 최상의 사용 환경을 구축璿磯�.
미래 지향적인 성능의 확장성
- 마이크로 아키텍쳐의 설계는 미래를 대비해 세병�과 주파수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 넷버스트 마이크로 아키텍쳐
펜티엄4는 IA-32 아키텍쳐에서 최고의 성능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고, 이러한 설계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수의 신기술들이 적용되었다. 현재 인텔은 펜티엄4에 사용한 대부분의 기술적인 내용들을 공개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펜티엄4의 다이는 이렇게 구성된다.
하이퍼 파이프라인 기술(Hyper Pipelined Technology) : 넷버스트 아키텍쳐에 사용된 하이퍼 파이프라인의 깊이는 P6 마이크로 아키텍쳐의 파이프라인 깊이와 비교해 그 2배인 20 레벨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파이프라인의 각 스테이지에 사용되는 게이트(Gate)의 수가 적을수록 클럭을 높이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20 레벨에 달하는 하이퍼 파이프라인은 추후 넷버스트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좀 더 높은 주파수로 동작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실행 추적 캐쉬(Execution Trace Cache, ETC) : 실행 추적 캐쉬는 L1 명령어 캐쉬를 구현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실행 추적 캐쉬는 이미 디코딩된 x86 명령어의 마이크로 오퍼레이터(micro-op)를 저장함으로써 명령어 디코더와 관련된 레이턴시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실행 추적 캐쉬는 프로그램의 실행 흐름에 포함된 명령어들만을 저장함으로써 캐쉬의 저장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할 뿐 아니라, 분기 예측의 실수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한다.
고속 실행 유닛(Rapid Execution Unit) : 넷버스트 마이크로 아키텍쳐는 심플한 디자인의 ALU(Arithmatic Logic Unit)을 탑재하여 프로세서 코어에 공급되는 2배 주파수로 동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ALU가 명령어를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레이턴시는 통상의 경우에 비해 1/2로 줄어들게 되며, 결과적으로 프로세서의 실행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400MHz 시스템 버스 : 시스템 버스의 시그널링에는 100MHz 클럭이 내부적으로 4배 펌프되어 결과적으로 400MHz로 데이터를 전송하며, 버퍼링 또한 400MHz 전송을 지원한다. 이로 인해 펜티엄4 시스템 버스의 대역폭은 3.2GB/s로 과거 펜티엄III의 133MHz 버스 대역폭이 1.02GB/s였던 것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고급 동적 실행(Advanced Dynamic Execution) : 넷버스트 마이크로 아키텍쳐의 고급 동적 실행 엔진은 대규모의 비순차적(out-of-order) 추측 실행(Speculative Execution)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능은 명령어의 비순차적 실행에 있어 명령어간의 데이터 의존성(Dependency)을 파악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파이프라이닝의 일시적인 정지(Stall)를 피할 수 있다. 고급 동적 실행 엔진은 또한 분기 예측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펜티엄4 프로세서가 좀 더 정확한 분기 예측을 하도록 해준다. 이로 인해 넷버스트 마이크로 아키텍쳐의 분기 예측 실패는 P6 마이크로 아키텍쳐에 비해 33% 가량 감소한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의 분기 히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저장되는 4KB의 분기 목표 버퍼(Branch Target Buffer)와 발전된 분기 예측 알고리듬으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다.
고급 전송 캐쉬(Advanced Transfer Cache, ATC) : 실행 추적 캐쉬가 L1 명령어 캐쉬에 적용된 기술인 반면, ATC는 L2 캐쉬를 대상으로 적용된 기술이다. ATC는 프로세서 코어와 32바이트로 인터페이스되어 있으며 프로세서와 같은 클럭으로 동작한다. 또한 매 클럭마다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으므로 1.4GHz의 펜티엄4라면 무려 48GB/s (32Byte * 1.4GHz)라는 엄청난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지게 된다.
Streaming SIMD Extention 2(SSE2) : SSE2는 MMX 명령어와 SSE 명령어에 다시 144개의 명령어를 추가한 것이다. 새로 추가된 명령어들은 128bit의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 정수 연산과 128bit의 SIMD 배정밀도 부동소수점 연산을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명령어들의 추가는 펜티엄4의 비디오, 스피치, 이미지 처리, 암호화, 금융, 공학 및 과학 기술 분야의 어플리케이션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다.

이번에도 DRDRAM
근래 들어 PC 시스템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만큼 비중이 커진 것이 바로 칩셋이다. 칩셋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별개로 메모리 컨트롤, 버스 컨트롤, I/O 컨트롤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칩셋은 마치 CPU의 단짝이라고나 할까?
펜티엄4의 단짝은 인텔 특유의 허브 테크놀러지를 채택하고 있는 i82850(MCH, 이하 i850)이며, ICH로는 i815E에 사용되는 i82801BA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MCH인 i850은 펜티엄III의 서버용 칩셋인 i840에서 따온 듯한 3.2GB/s을 지원하는 듀얼채널 RDRAM을 채택하고 있으며, 400MHz의 시스템 버스를 지원한다. i850은 순수히 RDRAM만을 지원하므로 i820의 MTH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케이스와 파워도 바뀐다
펜티엄4는 55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므로 방열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이 때문에 인텔에서는 ATX의 규격을 버전업하면서 파워 서플라이에서 CPU 코어에 직접 전원을 공급하도록 하였다. 이 규격으로 제작되는 파워 서플라이가 ATX12V이다. (현재 국내 일부 판매점에서 ATX12V 규격의 550W 파워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뿐 아니라 케이스의 후면부에 80mm의 배출팬을 장착할 것과 전면과 측면에 공기 순환구를 배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메인스트림의 주류로 떠오를 것…
그동안 인텔은 새로운 마이크로 아키텍쳐를 발표하면 늘 1000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붙여 팔아왔다. 그러한 전통을 깨고 펜티엄4는 1.4GHz의 경우 900달러라는 놀라운(?) 가격에 판매된다고 한다. 물론 소매 가격은 아니고, 리셀러에게 넘겨지는 가격이긴 하지만 소매 가격도 1000달러를 넘기긴 힘들 듯 하다. 이 때문에 1GHz급의 CPU에 군침을 흘리던 유저라면 한 번 정도는 꿈꿔 볼 만한 CPU가 될 듯 하다. 그러나 케이스와 파워 서플라이, 메인보드까지 새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구입에 소요되는 비용은 그리 만만치 않다. 따라서 당장 아무나 펜티엄4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고성능 PC를 구매할 수 있는 혹은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계층에게나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AMD에게 위협받고 있는 인텔로서는 멀리 앞서가기 위해 펜티엄4의 보급에 모든 총력을 다할 것이다. 따라서 결국 현재 펜티엄III가 차지하고 있는 메인스트림PC용 프로세서의 위치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 의미는 바로 여러분도 곧 펜티엄4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는 것…

-PC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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