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전통집 게르

게르는 몽골의 척박한 대륙기후와 사람들의 유목생활에 아주 적합한 주거형태이다. 이러한 다용도 주거는 쉽게 분해하여 다른 곳으로 옮길수 있으며 또한 원형그대로 다시 설치할 수가 있다.

옛날엔 바퀴가 달린 거대한 수레위에 대형 게르를 설치해 22마리의 소가 이를 끌었는데 이러한 종류의 큰 게르는 귀족들이 사용했다.
그러한 게르는 이동중 진흙속에 빠져 뒤집혀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먼 거리를 갈 수 없었지만, 전쟁기간 중 귀족들은 밝고 질긴 천으로 된 커다란 텐트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몽골 최초로 기록된 주거는 초원 오두막의 일종인 "에웁쓴 넴불레" 라고 불리운 것이었다. 몽골비사에 칭기즈칸의 조상인 보돈차르는 그런 오두막에서 살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양털 공정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주거형태를 만들어 냈는데 이것이 바로 게르이다. 몽골게르는 2가지 중요한 구성요소를 갖고 있는데, 바로 나무 골조와 펠트 덮개이다.
나무골조는 벽과 긴 기둥, 연기 배출구와 지지대로 구성되어 있다.

벽의 각 부분은 그물모양 같이 나무 막대를 격자 형태로 엮어 구성되는데, 1개의 벽은 길이가 약 230cm이고 150 ~ 180cm 높이의 둥근 구조로 되어 있으며 아코디언처럼 이동시 접고 다시 펼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길다란 막대를 벽의 윗부분에 묶고 그 끝은 게르의 유일한 창이자 연기 배출구인 터너에 닿게 한다.
터너는 바간이라고 하는 2개의 기둥에 의해 지탱되는데 이 모든 것이 우산을 펼친 모양의 게르의 목조 골격을 이룬다.

골격이 다 세워지면 그 위에 펠트를 덮으며 바닥은 대개 게르 단면 크기만큼 나무로 된 판자위에 펠트를 깐 형태를 이룬다. 그러나, 때론 나무판자 없이 땅위에 펠트를 그냥 까는 경우도 있다.
문은 항상 태양을 마주하며 남쪽으로 향하는데 이는 게르 내부에 빛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벽의 수와 나무 막대기는 게르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개의 경우 유목민의 게르는 6~8개의 벽으로 되어 있으며, 내부의 크기는 16 ~ 18 평망미터이다. 옛날 귀족의 게르는 10 ~ 12개의 벽으로 되어 있는 커다란 형태였지만, 오늘날 게르는 여행지의 카페나 빠 뿐만 아니라 시골의 클럽이나 도서관으로 사용되어 크기가 다양하다.

게르 중앙에는 몽골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난로가 있다. 게르내부를 따뜻하게 하는 단순한 목적외에 난로(걸럼트)는 가족의 조상과의 유대를 상징한다.
몽골인들은 이를 아윙 걸럼트(아버지의 난로) 라고 하는데, 이는 몽골인들이 조상을 위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존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몽골의 전통을 살펴보면 막내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재산을 상속받는데 이는 유목의 관습상 형들이 분가하여 독립하게 되고 막내아들이 부모를 모시며 집안의 난로불이 꺼지지 않도록 항상 집안인을 돌봐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막내아들을 옷치킨이라고 하는데 옷치킨의 중요한 역할중에 하나가 바로 대대로 물려 내려온 집안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임을 볼때 이 난로가 집안 사람들을 조상들과 끊임없이 연결시켜주는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 하겠다.
몽골의 겨울은 혹독하리만큼 춥다. 그러니, 집안의 난로를 지키는 것은 가족들이 따스하게 지낼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곧 가정의 훈훈함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게르안에서는 난로를 향해 발을 뻗어서도 안되고 쓰레기를 버려서도 안되며 불가까이 아주 날카롭고 뾰족한 것을 향해서도 안된다. 난로를 신성시 하지 않는것은 죄이며 집주인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한다.
난로는 주인과 아내 그리고 며느리(상속인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3개의 돌 위에 놓여지며 게르의 중앙에 위치한다.

난로는 게르내부를 풍습상 3개의 부분으로 나누는데, 남성구역은 문으로 들어가서 서쪽 즉 왼쪽으로 주인은 이곳에 안장, 고삐와 아이락(말젖을 발효시켜 만드는 순한 술) 통을 보관한다. 여성지역은 동쪽 즉 입구의 오른쪽으로 여주인은 자신과 애들의 물품뿐만 아니라 부엌세간살이와 살림살이등을 이곳에 보관한다.

관습에 따르면, 남자는 게르 입구에서 서쪽으로, 여자는 동쪽으로 가야한다. 남성구역은 신의 보호아래 있으며, 여성구역은 태양에 의해 보호된다고 믿는다. 가장 존경스런 곳은 문 반대편에 있는 북쪽 벽의 허이머르 구역이다.
이곳에는 주인의 개인무기, 주인의 마두금(머린호르, 몽골 현악기), 집주인 말의 고삐 등 그 집 주인을 경의하는 물건들을 보관한다. 보통 2개의 밝은 오렌지 색 목재 가구가 허이머르에 놓여지는데, 주인과 부인, 아이들과 친척들의 사진들이 모두 보일수 있도록 이 목재상자의 위에 놓여진다. 만일, 주인이 나라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면 허이머르에 놓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인은 항상 허이머르의 동쪽에(문쪽을 바라보고 왼쪽), 손님은 서쪽(문쪽을 마주하고 오른쪽)에 앉는다. 여자의 위치는 난로옆이며 아이들은 그녀곁에 앉도록 되어있지만 문에 더 가깝다. 주인과 부인의 침대는 여성구역에 있다. 손님들의 침대는 반대편에 있으며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발 아래편에서 잔다.

연기배출구인 터너, 기둥인 바간의 기능과 특징은 몽골인의 철학적 사고와 관련이 있다. 터너는 빛이 게르를 통과하는 유일한 창이다.
연기 구멍을 지탱하는 기둥인 바간은 게르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으로 따라서 바간을 만지거나 기대는 것을 전통적으로 금기해 왔다. 더욱이, 바간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지날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따라서 바간은 하늘과의 연결통로로 상징되었다.

심한 바람이 불때 게르가 안전할수 있도록 펠트 둘레에 로프로 단단히 묶는다. 또한 터너 구멍을 덮거나 열때 사용하기 위해 터너를 덮고 있는 펠트를 로프로 연결하여 로프를 땅까지 닿게 하는데 이때 무거운 돌을 달아 고정될수 있도록 한다.

비가오거나 눈이 올때 이를 덮고 있다가 빛이 들어오게 할때는 바깥에서 로프를 움직여 터너위의 펠트를 젖히곤 한다.

난로는 게르를 따뜻하게 데피며, 요리를 할수 있도록 한다.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연료로 뗄깜을 사용하지만 초원지대나 고비지대에서는 가축의 배설물을 말려 사용한다. 게르는 빨리 데워지며, 열을 잘 보존한다. 여름몇달은 펠트 아랫부분을 약 30cm정도 올려서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도록 한다. 둥그런 형태의 쭈구려있는 모습의 게르는 빨리 마르는 펠트로 인해 비와 눈이 와도 좋은 보호작용을 하고 또한 거친 바람에 잘 견딘다.

도시와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 게르들은 현대의 고층 주거양식에 의해 그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젊은 몽골인들은 현재 편리한 아파트에서 살기를 선호한다. 그러나, 여름에 도시 거주자들은 종종 도시의 편리함을 뒤로한체 게르가 가져다 주는 무한한 안락함을 즐기면서 그들의 휴가를 게르에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