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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 - "다 사랑이었다..."








그리도 미워하던 사람이 내 눈 앞에 있었다.



"잘 지냈어?"


"......"



저 말은 분명 그가 내게 하기에 적당한 인사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내게 그렇게 인사했고 난 그저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발에 힘을 줄 뿐이다.



"노래...잘하더라..여전히..."


"........"


"가수 안한다더니 결국 하네? 집 안나왔어?"


"........."


"잘 생각했어...어울려....."



소리치고 싶었다.

무슨 욕이라도 해줘야....

무언가 멋지게 한방 먹여야 비참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떠날 때처럼 날 버렸을 때처럼.....차디찼다.

아주 오래전 다정했던 목소린

기억나지 않는다....



사랑해 라는 말이 어땠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나 달콤했었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다.

얼마나 달콤했길래 내가 그렇게 끝을 모르고 빠져들었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앞으로 계속 볼 매니져인데...그렇게 빤히 쳐다봐야겠어?"


"무슨 말이 듣고 싶죠?"


"............"


"정말 내 매니져예요?"


"............"


"재밌는 데서 보게 됐네요? 잘 부탁해요.."




나는 숨도 고르지 않고 단숨에 말을 쏟아냈다.

그런 날 보는 그의 눈이 더 차가워져 있었다.


난 견딜 수 없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

.

.


앞으로 다시 만나야할 인연이 있다면....

혹시 정말 단단하게 묶인....

이어져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끊어버릴 수 있기를.....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그를 잊을 수만 있다면 어떤 댓가라도 좋았다.


그를 다시 만나면 정말 그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혹시 첫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반가움을 느낄지라도

난 금새 깊이 새겨진 증오를 깨닫게 될거라고 생각했다.

어쩌자고 내 앞에 왔느냐고.....따질 거라고 기대했다.


그를 보는 내 모습은......

어떤 식으로 내 자신을....

상처가 아물어가는 나를 괴롭힐지 몰랐다.


.

.

.


"왜 형이 안해?"


"나는 니 임시매니져였을 뿐이지...

재원이 매니져라고 난...."


"형...그 사람 알아?....."


"나야 잘 모르지...유학 마치고 이번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무슨 큰 회사 간부 아들이라는

얘기도 좀 있고....등장이 좀 요란하긴 했지.."


"그런 사람이 왜 매니져를 해!"


"하고 싶은 일이라잖아!"




우혁이형은 자기 권한이 아니라며 고개만 설레설레 저었다.


나도 더이상 캐묻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깟 매니져를 하겠다고 나서는 간부댁 아들놈이라니...

생각만 해도 좀 재수가 없는데 게다가 그가 희준이라니...

정말 우연이든 만들어진 우연이든 나는 이렇게 그를 3년만에 만났다.


.

.

.



어찌되었든 매일 얼굴을 보는 매니져이고...

(심지어는 가족들보다 더 자주 봐야하는...)

오늘부터는 또 같이 살게 되었으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희준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니 짐만 대충 싸서 내일 9시까지 나와..."



가구가 다 들여져 있다며 그가 남기고 간 말이다.

난 여전히 그의 말에 잘 대답하지 않았고

가끔의 의사표현도 고갯짓으로 해결하는 편이었다.

잠들지 못하고 고민했다...



내가 왜 이래야 하지?


버림 받은 건 3년전의 일이었다.

그 때 난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순진해서 그에게 속았던 거다...

무엇보다 난 그에게 잘못한 게 없다...

당당해질거야....

어떤 마음으로 지금 내 옆에 있든....

난 그에게 당당해질 것이다.


우린 일로 만난 거니까......이제......



3년 전 우린 본 적도 없어.....




눈물이 흐르지만 나는 쓰윽 닦아버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	*	*	*	*




무척 예쁜 녀석이었다.




활짝 웃을 때 그 눈웃음에 살짝 숨어버리는 쌍꺼풀......

예쁜 입술이 새초롬하게 다물어지다가도 날 보면

하얀 이를 드러내는 상쾌한 그 미소.....

그렇게 웃다가도 내 손길이 뺨에 닿으면

움찔 하고 순진하게 긴장해버리던 그 표정.....

노을 아래 붉어진 얼굴도 햇살에 뽀얗게 드러나는 얼굴도....



너무도 대책없이 예뻤던 아이였다.





별 것도 아닌 작은 선물 하나라도 건네주면 

하루종일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했고....

내 시선을 피하며 사랑한다느니 좋아한다느니 고백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쳐버리면 말을 뚝 끊어버리던 순진한 녀석이었다....

만날 때 헤어질 때 인사로 건넨 내 가벼운 뽀뽀에 

쑥쓰러워하면서도 꼭 자기도 내 뺨에 보답해주던 아이였다.




그 해 봄........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갓 고등학생이 된 그 아이는 마냥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세상의 눈 따위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게는 사랑이 큰 부담이었고 때론 죄책감이었다.

놓아줘야지 놓아줘야지.......


그리고 정말 나는 유학을 핑계로 내가 떠나주었다.

별 거 아니네 하고 털고 떠났더랬다.

쓰린 속은 이를 악물고 달래며....별 거 아니네....그렇게 말했었다....




"기다릴께요..."


"돌아오지 않아...."


"안녕히 가세요...."



이를 악물고 마지막 인사를 하던 녀석을 뒤로하고 떠났다.



그 3년 동안을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금......

나는 갓 대학생이 된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이 재회가 그 녀석 상처를 헤집어놓았다면 이기심이지만 

그래도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상처주지 않을테니 곁에서 지켜보겠다고 한다면

그건 이미 그 아이에겐 상처일까?




새로운 방에 짐을 풀러내리고 정리하던 나는

표지에 炫(현) 이라고 쓰여진 앨범 한권을 손에 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두꺼운 우편물포장지로 그 앨범을 꽁꽁 싸서 

소중히 서랍 맨 아래칸에 집어넣었다.




*	*	*	*	*




바보 같아도 사랑이고 한심해보여도 사랑이고

속이는 것도 사랑이고 속는 것도 사랑이고

겉으로 하는 것도 사랑이고 속으로 하는 것도 사랑이고

미워하는 것도 결국 사랑이었다.


사실은 모두 다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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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에 다시 쓰는 소설인지....
새소설....들고 나왔어요...
딸기 연재하면서 잠수의 맛을 알아버렸던 슈아--;
이번 소설....부지런히 연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나긴 잠수기간...
탈퇴 안하신 분들과;; 
카페에 놀러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ㅠ_ㅠ

이 소설에서는 나레이터가 자꾸 오락가락해요...
칠현시점과 희준시점을 왔다갔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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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shooa27@hanmail.net
http://cafe.daum.net/shooa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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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 - "잊어버릴까요?"








"안녕하세요?"


"어..왔어?"



그에게 일부러 눈을 맞추지 않고 난 나의 새 방으로 바로 향했다.

내 손에 있던 짐을 희준이 빼앗아 드는 그 순간까지는

내 맘엔 흔들림이 없었다.


내 커다란 짐을 그가 들어보더니

꽤 무겁자 날 돌아보며 말했다.



"힘센 척 하는 거 여전하네?"



난 그의 말에는 비꼬는 것도 아닌 묘한 느낌이 있다고 느꼈다.

대답으로.....화를 내야할지 아니면 웃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작 희준은 아무런 의도 없이 한말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잘난 척 하는 것도 여전하네요..."


"뭐?"



난 나도 모르게 차갑게 한마디 해버렸다.

순간 희준은 짐을 툭 하고 바닥에 세우더니 날 바라보았다.

읽을 수 없는 눈빛으로 날 보던 희준은

픽 하고 웃고 방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기분이 상해버린 나는 희준이 방에 

내 짐을 놓고 나올 때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방에서 나와 차갑게 스쳐가버리는 희준에게

난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서로 외면하는 게 

차라리 편하고 낫다는 생각으로 내 자신을 위로했다.

.

.

.


난 칠현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어수선한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정말...나 많이 싫어하는구나....안본 사이에..

꽤 커버렸네....말대답은 꼬박꼬박 하고....

강해보여서 그래도....다행이네...걱정했었는데..."



난 그저 씁쓸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슬프게 미소를 띄다가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물었다.



*	*	*	*	*



무슨 감옥도 아니고.....휴우....


잠깐 누워서 졸았던 것 같은데....

어느덧 해가 지는지 어둑어둑했다. 


난 짐을 다 풀고도 그대로 방에 쳐박혀있었다.


목도 마르고 배가 좀 고프기도 했고 방안에 있는 게 좀쑤시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자니 희준이 있을까 망설여졌다.



"아휴...답답해....바람이나 쏘이고 와야겠다..."



난 결국 옷을 챙겨입고 방을 나섰다.



.

.

.


"어디가?"


"........!!"



부엌에서 희준이 나왔고 나는 그대로 그와 마주쳤다.

희준은 대뜸 내 손에 들린 얇은 자켓을 뺏더니 날 부엌으로 잡아끌었다.



부엌에 차려진 저녁....그리고 와인까지....



"하아...이게 뭐죠?"



난 기가 막혀 듯 헛웃음을 지었다.



"저녁...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

먹으러 나가자고 하면 안나갈 것 같아서 직접 했다...."


".........."



다시 바라본 식탁에는.....

그가 만든 것이 분명한 파스타가 놓여있었다.

언젠가....많이 먹어봤던......

무척 맛있었던 새우가 잔뜩 들어간 크림소스 파스타.....


아.....희준은 요리를 잘했었다.


곧잘 요리를 해서 먹여주던 일들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머리를 스쳤다.



후.....아직도 난 그 때 생각인가?

이토록 마음에 담고 있는 건.....

그를 증오하기 때문인지......아니면....아니면.....




"싫어도 지겹게 봐야할텐데 앞으로 잘 지내봐야 하지 않겠어?"


"............."


"나한테 무슨 한이 있더라도 오늘로 다 풀어....

너 계속 나 봐야하는데....어떻게 계속 그렇게 견딜 거니?"


"............."




앉으라고 하려는 것 같더니 희준은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가 날 부른 순간 그 망설임이 호칭 때문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강타야..."


"?!"


"앉아......."


"............"




강타........

내 예명.....가수를 하며 쓰게될 이름이었다.


아...그러고보니....

난 그와의 재회 이후....

그에게서 칠현이란 이름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파스타가 참 맛있어 보이네요? 요리 잘하시나봐요?"


"................!"



순간 희준의 얼굴이 굳는 듯 했다.



"잘 먹을께요....."


"그래...앉아...."



그는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포크를 집어들고도 한참을 멈춰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길 바래요?

여전히 요리 잘하나봐요 라고 말했어야 해요?



부엌으로 날 끌고왔을 때.......

우리 사이 이제 확실히 하자는 듯 단호해 보이던 그는....

요리 잘하시나봐요...라는 내 한마디에 불쾌한건지 어떤건지 

그저 말없이 식탁에 시선을 박고 있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었다.



내가...내가 결정지어줄까요?

내가 나서서 정리해주길 바라겠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광경은 내가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3년만에 나타나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냈냐고 묻던 희준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겠다는 의도가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었다.

보상 받고 싶은 마음이야 눈꼽만치도 없었다곤 할 수 없지만

아무튼 복수를 한다고 해도 이런 시시한 복수를 하려던 게 아니었다.




"별 것도 아닌 잊혀진 지난 일에 신경쓸 필요 없는 거죠?"


".........!!.."


"알던 사이였다는 거 이왕이면 잊어버릴까요?"


"............"


"잘해봐요...우리...."


".........."


"처음 만났다고 생각하죠...서로..."


"그래.....그게 편하면 그렇.."


"전 강타예요.....그쪽은요?"




버림받았던 안칠현이 아니죠....

나는 강타니까....

희준형이 날 부른 것처럼......강타니까....



날 사랑하게...만들어버릴까?



내가 생각해낸 복수는 고작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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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3) - "많이 달라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살갑게 대하는 칠현이 낮설었다.

내게는 아직 그 녀석이라함은 상처고 아픔인데

오래 전에 끝난 기억을 난 홀로 들춰내고 있었다.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아 나는 

조심스럽게 연습실 문을 열었다. 

연습실 바닥에 널부러진 칠현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울텐데.........



다가가 일으켜주고 싶은 마음이 밀려왔다.



난 아직 칠현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엉거주춤 서있는 날 발견하고 칠현이 누운 채 입을 열었다.



"형, 왔어요?"


"......어...애들은 갔어?"


"아까 갔고..혼자 연습하고 있었어요....나 배고픈데..."


"그래? 뭐..사다줄까?"


"그럼 고맙죠! 아니다! 나가서 먹고 와요, 우리!"


"..........."




바닥에서 비로소 일어난 칠현은 

수건으로 땀을 닦더니 껑충껑충 겉옷을 가지러 사라졌다.



"휴우...."


나는 가볍게 한숨을 뱉어냈다.



*	*	*	*	*



"뭐 먹고 싶은데?"


"형은 뭐 먹고 싶어요?"


"나야...상관없..."


"형이 안내해요....나 맛있는 데 잘 모르니까..."



희준이 좋아하는 음식 정도는 대충 알고 있었다.

내가 그에 대한 사실 따위를 잊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뭐..좋아하는데요?"


"가자...괜찮은 곳 아니까..."



그가 앞서 걸으며 말했고 나는 그제야 그의 차를 향해 걸음을 뗐다.



너무 많은 걸 아는데 외면하기란...너무 힘이 든다...




희준이 날 이끈 곳은 그가 즐겨가던 삼겹살집도 아니었고 

칠현을 위해 맛있는 도시락을 포장해오곤 하던 일식집도 아니었다.

그곳은 약간 낮은 조명으로 어두운 카페였다.


예전에 그는 어두운 카페는 싫어했었는데.....



"어두컴컴한 게....밥먹으러 온건지 술먹으러 온건지 햇갈리는데요?"


"온김에 다 먹지 뭐...."


".........."


"여기 식사도 맛이 괜찮아...."


"체하겠어요...깜깜한데서 먹다가...."


"풋..."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상한 음식들만 주문하더니

희준은 내가 묻기도 전에 말했다.



"맛있는 것만 시켰어...너도 좋아할거야...."



나는 그냥 끄덕이기만 했다.




"연습 힘드니?"


"아뇨...."


".........."


"힘들어봤자죠....그까짓 거...."


".........."


"그래도 다음 학기엔 휴학하려고 해요...

막바지 작업도 있고...혹시 활동 시작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바빠질테니까..."


"그래....."



조용하다못해 냉기가 도는 가운데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안주와 희준이 좋아하는 양주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술...할래?"


"....주세요...."



서로의 잔이 채워지고........

나는 홀짝 술을 마셨다.

희준은 몇 잔을 거듭 마시고 나서야 말문을 열었다.



"미안해...훌쩍 떠나버렸던 거...그땐..나..."



그는 이 말을 하기위해 이렇게 많은 순서를 거쳤던 것일까?

술의 힘을 빌리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허탈함에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떤 생각이지?

되돌리고 싶어?

버린 거 후회한다는 거야?



난 혼자 작게 한숨을 내뱉고 그의 말을 막았다.



"안들을께요..그래도 되죠?...나.....왜 그랬는지 안궁금해요...."


"..........."


"처음엔 말이죠.....내가 모르는 것도 있으니까....

그래...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그렇게 나...아껴주고...

너무 다정하던 사람이 저렇게 떠난다면....

거기엔 당연히 무슨 이유가 있어야하겠지...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안궁금해하는 게 제일 편해요..."



이만큼 노력해서 미워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더 이상 이유 따위 알지 못해도....충분히 미워할 수 있다는 것....

그가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오늘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내 맘은 그렇지가 않아....편해지지를 않는다구...

널 보는데...바로 앞에 니가 있는데 내가 어떨 것 같아?"


"항상 그래요?"


"?"


"희준씨만 편하면 되는 거죠?"


"뭐?"


"버림받은 건 나예요....3년전 희준씨는 저를 그냥 

가볍게 좋아한건지도 모르지만...나는...상처예요...

아팠다구요...버려진 게 너무 비참했었다구요...."


"미안해....."


"아뇨...지금은 사과할 필요 없어요...늦었다면 늦은 사과네요...."


"............"


"지난 일이고...지금은 희준씨 봐도 난 아프지 않으니까....."



내 이런 말들에도 거짓말이 섞여있을까?

정말 아프지 않은 건지...

정신없이 말을 내뱉는 나는 사실 알 도리가 없었다.



"날 다시 찾아온 건 희준씨예요....."


"............."


"그게 어떤 의도였든 상관 없어요..이제...."


"............"


"되돌리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만하는 게 좋겠어요...안그래요?...."


"............."




내가 무슨 폭탄선언이라도 한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그의 시선을 피해

내 손에 들린 채로 출렁이던 술잔을 다시금 비웠다.



"오래된 얘기잖아요....난 어렸고...."


"............"



그와 만나던 당시에.....

난 어리단 말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아이 취급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아 하루에도 몇번씩 삐쳤었고

나중엔 그도 내게 어리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



"희준형...우리 이젠 많이 달라요....."




내가 말하고도 뭐가 다른 건지 잘 모르겠다.

그 말을 던져놓고 나는 뒤늦게 내가 그 말을 왜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중이었던 것이다.



다르다.........?


서로...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


.

.

.



나보다 더 취한 칠현을 집에 데려와 재우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 후에야 나는 한시름 놓았다.




"현이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이...하고 싶었어....

어떻게 내가 되돌리려는 생각을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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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늦은 새벽 또다른 한편이 등장!
카페 식구들...
그리고 감상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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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4) - "유리별...기다림..."








칠현은 내게 말했었다.


가지 말라고......

정말 가야한다면 돌아와달라고.........

기다릴테니까......꼭 기다릴테니까.........



역시 그 때 그는 어렸던 걸까?


예상했지만.....

그는 날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고

나타난 내가 반갑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내가 예전같은 사이로 되돌리려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한다.



잠든 녀석에게 조심스런 시선을 던지며

아파오려는 마음을 부여잡았다.




"안 그럴거야....그냥....보고 싶어서 온 거야....."



더운지 땀을 흘리는 칠현에게 살짝 부채질을 해주며

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차라리 이랬다면 하는 후회는 통하지 않을 테지만.......

가끔....

차라리 미쳤다 생각하고

꼭 잡고 놓지 말걸.....하며 한숨도 지어본다.....



꼭 다물린 입술이.....

처음으로 잔뜩 미소를 담고 날 불렀을 때......



나는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줄 알았었으니까..........


그 행복 때문에......

그가 세상 모든 걸 다 잃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랐을 텐데.......



녀석은 내게 있어.....

한심하도록 많은 잡념을 불러일으키는 놈이다........




*	*	*	*	*



"아우..속쓰려요...."


"..........."


"매니져가 안그래도 피곤에 쩔어있는 예비가수 술이나 먹여요?"


"미안해...."



해장국을 끓이던 김씨 아주머니가 날 째려보신다.



"칠현이 니가 술먹였어?"


"아..네...그게..."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무척 아들 대하듯 대해주시는 분....

나에게 꿀밤을 한대 먹이고는 타이르셨다.



"가뜩이나 속 예민한 애...술 먹이지 마라!

매니져면 가수 건강이랑 목관리도 책임져야지!!!!"


"네....조심할께요..."


"쿡쿡..."



칠현이 국을 기다리며 밥을 깨적거리다가

그런 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저렇게 좋은지.......


전에도 그랬다....

칠현인 내가 누구한테 잔소리 듣는 걸 즐겼다--;

통화하던 부모님의 잔소리에 내가 핸드폰을 던져버려도

그 때 내 오피스텔에서 일하시던 아주머니의 잔소리에도

칠현은 항상 저렇게 킥킥 대며 웃었다.



-야! 안칠현 왜 웃어?!!!!

-재밌잖아요...가끔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도 있고...

-잔소리 하고 싶다 그거야?

-왜요? 혹시..듣고 싶어요?

-하하...이 녀석이 정말...



"희준아..안먹냐?"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칠현은 이미 반쯤 국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	*	*	*	*



연습실이 청소중이라 희준과 사무실에 가있었다.

그러고 있던 차에 내 어색함과 심심함을 없애줄

우혁이형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다.



"재원이는 안왔어?"


"어...지금 요 앞에서 군것질거리 사온다고...."


"응..."


"문희준씨?"



우혁은 내게서 이미 시선을 뗀지 오래였다.

희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회의 때만 몇 번 뵈었죠?"


"아...장우혁씨..맞죠?"


"네..반가워요...칠현이..잘부탁합니다...

제가 잠깐 맡아봤는데 좀 투정이 잦아서 

같이 있기 상당히 피곤해도 실력은 좀 있는 놈....으악!"


"형!"



희준은 살며시 웃어보였고

우혁이형은 내게 맞은 등이 아팠는지 

잔뜩 얼굴을 찡그린다.........



"야..아마 손자국 났을 거야, 임마!"


"그러게 내 험담은 왜해?"


"매니져는 가수의 모든 것을 알아야...."



우혁이형은 변명을 하다말고 

때마침 들어오는 재원에게 후딱 달려가버렸다.




"희준형..."



?



재원이 희준에게 환하게 미소짓더니

그에게 다가와 포옹을 했다.



"왔다는 얘긴 진작에 들었는데 왜 연락 안했어?"


"........."



말없이 웃는 희준.......



두사람이 아는 사이였나?



*	*	*	*	*




"나도 몰랐었어...재원이가 아는 사람인줄은.....

재원이가 저번에 미국공연 갔을 때.....

내가 어머니 편찮으셔서 못 따라갔잖아....

근데 그 때 미국에서 매니져 역할 톡톡히 해준 친구래...."


"그래...?"


"미국에 달랑 3주 있었는데 둘이 많이 친해졌나봐...."


"..........."


"야...오늘 너 곡 하나 더 나온 거 알지? 

희준씨랑 재원이는 할 얘기 많을테니까 

넌 나랑 빨리 연습하러 가자....잠은 충분히 잤냐?"


.

.

.



창 밖으로 같이 어디론가 가는 희준과 재원이 보였다.



"가요...연습하러..."



우혁의 뒤를 따르며 나는 자꾸 희준을 생각하면

녹아내리는 마음을 추스렸다.

.

.

.



"유리별...이 곡이 타이틀로 제일 유력한 곡이야....

신경써서 연습하고...애드립도 많이 생각해봐라....

되도록이면 깔끔한 창법으로 가는 게 좋거든....

그러니까.....맨 마지막에 반복하는 후렴구까지는

애드립보다는 그냥 감정표현에만 신경써....."



프로듀서형은 가사를 읽고 있는 내게 곡을 틀어주었다.




유리별.........



그대는 떠났지만 내 매일 속에는 여전히 그대가 숨쉬고 있네요

같은 자리 같은 공간 돌아온 그댈 상상해보는데 보이지 않아요

그대는 떠났지만 그대 하루 속엔 여전히 내가 숨쉬고 있겠죠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내모습 자꾸 밟혀 더 멀리 가지 못할거라


깨질까봐 이 사랑이 그대 향한 이 마음이

두려워요 아직은 나 작은 마음이라서 작은 사랑이라서

눈을 감고 생각하죠 그대와 함께 한 기억들

하나하나 떠올려요 잊어버리지 않아 다행이네요


더 떠오르지 않을 때까진 꼭 돌아와줘요

그보다 늦는다면 그대가 너무 미워질 지도 모르니


.

.

.


난 그저 허탈한 미소를 띄웠다.



기다림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구.....

미워지는 데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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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인가요?;;;;
죄송합니다...제가 일이 좀 있어서...
곧 다음편도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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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5) - "처음 이별하던 날을..."







"그 앤 만났어?"


"누구?....."



뭘 묻는지 잘 알지만...한번쯤 되물어본다.....



"형 심장을 움직이는 그 사람......"


"훗.......그게 제일 궁금하냐?"
 

"당연하지...나는 말이지...형 연애사 빼고는 

형 일생에 대해 궁금한 게 하나도 없는 놈이거든...."


"그래..고맙다...남들 다 신경끈 연애사에 관심 가져줘서..."




재원은 내가 말을 돌리려는 걸 알고는

이번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못만난거야? 못찾았어?"


"아니...만났어...."


"그리고?"


"그리고는 무슨 그리고야...풋...이 자식 정말...."



재원이는 어두운 내 얼굴을 보곤 

실수했다 싶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기죽기는......

내 유일한 상담처인데...내가 말을 안할까봐...?



"이제 잊은 모양이야....."


"............."


"당연하잖아...벌써 그건 3년전 일이야..."


".............."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한 건 나였으니까....."


"그렇지만 기다리겠다고 했잖아....."


"어리고...착했으니까....그치만 녀석도 지칠만 하잖아...."



가슴 속 어딘가가 아프게 찡하는 기분에 눈물이 맺혀버렸다.

입술을 살며시 깨물어보고 난 말을 이었다.



"녀석이 기다렸으면 난 아마 다시 도망갔을지도 몰라...."



칠현에게 3년이면 충분하다고 내 자신을 설득했었어...

그런데...난....

내겐 3년도 30년도 충분하지가 않거든....


녀석을 잊는 데에는.........


시간이라는 게 제대로 적용되지를 않거든......



내 사랑에는 약도 없어.........



*	*	*	*	*




"안선생님....!"


"아..박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 개편 때부터 가요프로 맡으셨다면서요?"


"네...그렇게 됐습니다...."


"서운하네...저는 그대로 남는데..."



승호는 멋적은 미소로 그녀에게 대답을 대신했다.

박작가는 마주 웃고는 오늘 녹화가 있다면서 

총총걸음으로 곧 사라졌다.



최연소 피디......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복도만 지나다니려 해도 부담스런 시선을 느끼며

승호는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이번주 출연진 섭외 끝났습니까?"


"네....."



주요스탭들이 모여 5일 후의 방송을 준비한다.

승호는 회의시간에는 안경을 쓴다.



"다음주에 이재원 스폐셜은 어떻게 됐죠?"


"아직.....이재원 스폐셜 앨범 나오고 첫무대라서

다른 방송사들도 먼저 데려가려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 쪽에서 데려오긴 힘든가요?"


"아무래도...지난 앨범을 sbc 에서 워낙 띄워줘서

그 쪽으로 성사될 확율이 높을 것 같아요..."


"그 쪽에서 먼저 나오면 우리쪽은 3일 뒤예요....

그렇게 되면 컴백무대라는 게 말뿐이라 이겁니다..."


"..........."


"막 개편되서 이제 시작인데 그렇게들 밖에 못해요?

그 정도 의욕으로 어떻게 일 하겠다는 거예요?"


"..........."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 승호의 말에 수긍하지만....

캐스팅이 쉽지 않은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승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섭외담당에게 말했다.



"연락처 저한테 주세요....

제가 한번 해보도록 하죠..."



*	*	*	*	*




"목은 괜찮아? 좀 쉰 것 같은데......"


"괜찮아요...약간 무리하긴 했지만 심한 건 아니니까...."


"곡 새로 나온 건 어때?"


"괜찮아요...멜로디가 귀에 확 들어오면서도 흔하지 않고...."


"그래?...내가 오늘 가봤어야하는데...."


"아니예요...형이랑 재원이 오랜만에 만났으면 회포를 풀어야죠...."



이렇게 일찍 들어온 희준이 이상할 정도였다.

연습 끝나고 우혁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 와보니 

벌써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 희준이라니........



"뭐...오늘 보고 못볼 것도 아닌데, 뭐..."


"..........."


"쉬어야지?"


"네.....형도 쉬어요..."



방에 들어가는 내 뒤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날 무슨 의미로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찰칵....



난 망설임없이 냉정하게 문을 닫았다.


.

.

.



"하...."


거실에는 희준의 허탈한 웃음만 흩어졌다.

.

.

.


빛바랜 기억에 그 녀석이 있고 내가 있습니다....

추억이라고 칭하기에 조금은 억울한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 그 손을 잡던 날......

처음 고백했던 날.....

처음 입맞추던 날......

처음 함께했던 여행........


기념해야지 하고 적어두었던 그 작은 일들 모두.......




처음 이별하던 날..........




그 하루를 기점으로 눈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추억이라고 하기에....억울합니다.....

너무 특별하고 소중했었는데 추억이라는 단어에

다 밀어넣어버리면.......

정말 그 모든 게 보잘 것 없이 될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데.....


내게 그 기억 모두 아직도 아픔인데.......



- 형...이거....

- 이걸 하나하나 다 포장했어?

- 유치하죠....?

- 아니...너무..예쁘다.....


울퉁불퉁한 사탕을 하나하나 온 정성을 다해 싸서

내 생일날 커다란 상자에 가득 담아주었던 칠현........


365알이니까 앞으로 1년동안 번호순서대로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 된다고 웃었습니다......

사탕포장 하나하나에 메세지까지 쓰느라 며칠밤을 새웠는지 

충혈된 눈조차 예뻤습니다....



나는....

지금껏 그 사탕을 다 먹지 못했습니다......

그에게서 받을 사랑........

내 몫이 그것이 끝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껴두고...아껴야하는....내 마음은.....

끝을 알아버린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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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6) - "아프지 말아요..."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지치게 하는 강행군.....

날이 갈수록 점점 버티기 힘들어지고.......



"이것 좀 먹고 쉬어...."


"됐어요...."



쾅.......




희준을 대할 때도 짜증만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같이 짜증을 낼 줄 알았는데

희준은 내 성질을 다 그대로 받아주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희준도 나와 항상 함께 다녀 꽤 피곤할텐데.....


연습하는 동안 뭐가 그렇게 불편한지

연습실 안에는 얼씬도 안하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복도에서 

담배만 태우고 서있던 그였다.




' 화라도 낼 것이지...왜 착한 척이야.... '




방에 지친 몸을 뉘이고 있던 나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일어 일어날까 하는데

순간 문소리가 들려 멈췄다.


가느다란 빛이 밖에서 새어들어오고

희준이 발소리도 없이 방에 들어왔다.



"................"



내가 자는 줄 알았는지

그는 이불을 당겨주고 창문을 잠궈주고

옅게 방에 깔려있던 스탠드불을 꺼준다.



그는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걸까?


그가 방을 나서려는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거실에서 들어오는 빛이 다시 내 등을 향해 비춰졌다.

한참을........그렇게 움직임 없이 그가 서있었다.

어두워 보이지도 않을 내 뒷모습....

그렇게 보고 또 보는 희준의 모습.....



어떻게 이해해주길 바라나요?



엉뚱한 기대를 낳아버리는 그의 행동.....

난 아니라고....헛다리 짚지 말자고 다짐한다.



한참동안 잠들지 못했다.



*	*	*	*	*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 곤란한데요....


"중요한 일이예요...아직 결정을 하지 않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 결정을 했다는 것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募 것도 아닙니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부탁해오는데 vbc측에 무조건 해드릴 수 없죠...

곧 결정할테니까 팩스로 스페셜 무대 주요내용을 보내주십시오...

살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정중하지만 무척이나 사무적인 말투의 장우혁은

할말만 딱 하고 전화를 끊었다.

승호는 불쾌한 것은 둘째치고 근성만 자극받았다--;



"뭐 인간이 이렇게 딱딱해? 진짜..."



이것저것 챙겨들고는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사무실을 나서는 승호는 의욕적인 젊은 피디였다.



*	*	*	*	*




"어디 아파요?"


"아냐..따라 나오기나 해..."



어쩐지 아침부터 밥도 안먹고 안색이 좋지 않다 했더니

현관에서 기다리는 희준의 곁에 다가가자 후끈하게 느껴지는 열.....

나도 모르게 그의 머리카락 틈으로 손을 쑥 집어넣고 

숨겨진 이마를 만져보았다.



"헉....열....아니! 아파요?" 


"나가자니까...."


"나가긴 어딜 나가요!"



소리를 빽질러 제압--;해버리고

놀란 나머지 나는 그를 방에다 끌어다놓고

한바탕 난리를 쳤다......



물수건을 들고 날고 뛰고........

약통을 꺼내놓고 해열제를 찾아 한바탕 난리를 치고....


숨이찰 정도로 집안을 뛰어다녔다.



밥에....약까지....대충 억지로 먹여버리고 

그때야 그가 누운 침대 옆에 털썩 앉았다.



희준은 내가 그 난리를 치는 동안도 말 한마디 없었다.




"짜증나 죽겠어..정말...."


".............."


"어제 그 뻥뻥뚫린 복도에서 맹..해가지고 

서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정말!"


".............."


"아니...형이 가수냐고!! 내가 아프면 또 몰라.....어휴..."


".............."


"아침에 이정도 아프면 어제 감기기운 있었을 거 아녜요!!!!

말을 해야지...입 뒀다가 어따 써먹으려고 아낀데요?"


"..............."


"눈뜨고 자요? 말을 해요! 말을!!"


"야...시끄러워......"




겨우 희준이 내뱉은 말은.........시끄럽다는 말......

그는 이불 속에 있던 몸을 느릿느릿 일으켰다.




"아픈 주제에 자빠져있지....왜 일어나요!!!!! 어쩜 주제도 몰라..정말..."


"야..너 때문에 골이 더 아파....."


"...........--;"


"너 입이 걸어졌다?"


"..............!"


"형한테..뭐? 자빠져? 쪼끄만게 진짜!"


"..............."



그는 힘없이 피식 웃더니 이불을 밀어냈다.

일어나 앉은 그에게....난 조용히 말했다.


조금은 화가난 목소리로........


그리고 조금은 억울한 목소리로.........




"쪼끄맣다 어떻다 하지 말아요....."


".............."


"난 이제 계절 바뀔 때마다 감기 꼬박꼬박 걸릴 정도로 

바보같은 어린애는 아니니까...."




희준은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피하며 나는 중얼거렸다.



"다시 누워요....어서...."


"녹음스케줄 펑크낼거냐?"


"우혁이형 불렀어요....아프면서 고집부리지 말고 누워있어요..."


"............."




아프지 말라던가....

뭔가..말해주고 싶기도 했지만

차마 목구멍으로 튀어나오지를 않았다.


.

.

.


재원의 취침시간인 아침에 

혼자 일어나 나와서인지 우혁도 무척 피곤해 보였다.



"미안해요..형 잘 시간에 불러서..."


"미안하긴..."


"매니져가 이렇게 속을 썩이는 가수는 나밖에 없을 거예요..."


"야..매니져도 사람인데 독감 피해가라는 법 있냐?"


"그치만..희준형은 원래..."



난 말을 멈췄다.



감기 한 번 안 걸리던 무쇠로 만든 희준이 독감이라니....

대체 언제부터 유행을 챙겼다고 감기란 말인가....



감기가 유행할 때마다 톡톡히 걸려서 고생하던 나...

그에 반해 그는 내게 입을 맞춰도 감기가 옮지 않던 

항상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희준이 아픈 모습이...싫었다.........


그 자식은 아파도 싸다......라고 생각해보지만....

창백한 그의 모습에 마음이...아프다......




역시.....

그 미운 인간도 너무 가까이에다 가져다 놓으니.......

내 마음이 약해지려 든다...



웃겨.....안칠현....너.....




"형....어서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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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식구들....그리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많이많이 감사드려요....
열심히 써올리겠습니다!^^*
오늘은 한편이지만 받아주셔요^^;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넌 참 좋은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는 건 무척 슬픈 일이예요...
거기까지만...이라는 느낌...
그래도 나쁜 사람이란 소리보다는 나은 걸까요?.....--;
그렇다면 그냥...좋은 사람으로 남는 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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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7) - "그대가 숨쉬고 있네요"








그대는 떠났지만 내 매일 속에는 여전히 그대가 숨쉬고 있네요

같은 자리 같은 공간 돌아온 그댈 상상해보는데 보이지 않아요

그대는 떠났지만 그대 하루 속엔 여전히 내가 숨쉬고 있겠죠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요 내모습 자꾸 밟혀 더 멀리 가지 못할거라


깨질까봐 이 사랑이 그대 향한 이 마음이

두려워요 아직은 나 작은 마음이라서 작은 사랑이라서

눈을 감고 생각하죠 그대와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려요 잊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더 떠오르지 않을 때까진 꼭 돌아와줘요

그보다 늦는다면 그대가 너무 미워질 지도 모르니


.

.

.



희준이 감기에 걸린 날은 

내가 '유리별'을 녹음하는 날이었다.

가사를 가만히 읽다가 나는 그만 또 감성적이 되고 만다.



내 매일 속에 숨어있던 형을 지우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항상 형이 있던 그 자리에 빈 공기만 가득할 때......

얼마나 많이 울었었는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놓고도 

결국 미워져버린 희준이 사실은 너무 큰 그리움이었다는 걸........


조금 반가울지도 모르는 얼굴을 보며 

용서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무는 

지금의 내 모습이 얼마나 비참한지.......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촉촉해진 내 눈에 부스 밖에서는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가사 중간중간엔...

흐느낌같은 숨소리가 섞여들고 있었다.



돌아와줘요............



노래할 때만은.......

난 모든 걸 걸어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오케이! 한번에 갔어! 좋아!"



만족스러움의 표시로 부스 밖에서는 박수까지 이어졌다.




*	*	*	*	*




- 나 집에 며칠 있다가 올테니까

밥이랑 잘 챙겨먹고 있어라...

내 방 들락날락 하지마...

혹시라도...감기 옮을지 모르니까.... -




말 잘 듣고 쉬고 있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희준의 방으로 향했는데....

그의 방문에 붙은 메모를 봤을 때 

갑자기 가슴이 뻥 뚫리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나......

감기 안걸린지 3년이나 됐다구.......

어찌나 건강한지 쉽게 옮지도 않아.......



한참을 그 방문 앞에 서있었다.


주인 없는 방인데 왜 저 문은 저리도 굳게 닫혀 있을까......

난 죽어도 열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는 걸까.....


그가 집에 가버린 이유가....

내 간호는 필요없는 걸로 느껴졌으니

나는 이미 그에 대해서는 모든 것에 삐딱선을 타고 있었나 보다.



난 방에 들어가 옷도 갈아입지 않고 드러누웠다.



망설이다가 누른 그의 핸드폰번호.......

단축번호 2.........3...........



고객이 전화를 받으실 수 없다는 안내 목소리가

들리자 화가 치밀었다.



"이씨....전화통화 해도 감기 옮냐? 

미국가서 뭘 했길래 머리까지 나빠졌냐...나쁜 자식....."



전화까지 꺼있고.......

혹시...더 많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

.

.



그가 없이 며칠을 보내고 있었다.


우혁도 재원 때문에 바빴기 때문에

그 며칠 동안 잘 알지도 못하는 매니져형을 따라다녀야했다.

희준도 나에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매니져는 정말 과묵하다 못해 거의 말을 안했다.



그 없이도 얼마나 오래 잘 살아왔는데.....

다시 보게된 그가 며칠 없다고 이렇게 지루해하다니....


아니..지루함이 아닐지도 모른다.

허전함이고...보고픔이고...또 염려라면....



희준에게선 전화 한통도 없었고

나 또한 첫날 이후로 전화하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게시리.......



너 정말...아직도...문희준 사랑하냐.....안칠현...?



인정할 수 없어.......



*	*	*	*	*




나는 칠현에게 메세지를 써놓고 나온 게 전부였지

전화도 한통 하지 않고 있었다.



전화를 켜놓으면 칠현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실망할 내 자신이 싫어서 전화도 꺼버렸다.....



나 없는 걸........

오히려 좋아하고 있을까봐........

나 없이도........

편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봐.........



별 유치한 상상력을 다 발휘하며 

무슨 큰 병이라고 감기로 며칠째 집에 콕 박혀있었다. 




*	*	*	*	*



한쪽 머리를 짚으며 들어서는 우혁에게

직원이 응접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님이 와계세요...."


"손님요?"


"어제도 오셨었는데요....우혁씨가 없어서 헛걸음 하셨거든요...."


"전화하지 그랬어요?........"


"손님이....전화하지 말라고 하셔서..."


"..........?..."


"오늘도 벌써 많이 기다리셨는데....."


"알았어요...아..그리고 재원이 프로모션용 앨범...

오늘 중에 나가야하는데 어떻게 됐어요?"


"몇 시간 있다가 여기로 올거예요......."



이것저것 지시해놓고는

우혁의 눈이 의아함을 담고 응접실로 향했다.




똑똑.......




쇼파에 기대서 자고 있는...........????????



게다가 우혁 자신의 스웨터를 베개삼아 

자기집처럼 편하게 잠든 승호의 모습에 

우혁은 소리내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하....."


"..............?"



그 손님은 놀랐는지 번쩍 눈을 뜨더니

우혁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장우혁씨?"


"네....저 찾아오셨다구요?"


"네...그....우선...저는 안승호입니다."


"앉으세요....그 쇼파가 무척 편하신가본데..."


"..............///"



웃음섞인 우혁의 말에 승호는 얼굴이 벌개진 채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어요?"


"꼭 좀 부탁 드립니다......"


"네?"


"이재원군 컴백무대....저희가 제일 먼저 하게 해주세요...."


".............?"


"전....vbc 피디입니다..."


"아...전화하셨던....."


"네........"




우혁의 얼굴이 그때야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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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편 올라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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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8) - "나랑 친구해주면..."







"가세요? 좀 있으면 이사님 사모님 모두 오실시간인데..."


"네...부모님께는 아침에 말씀 드렸어요....."


"도련님...몸 좀 아껴요....아프지 말고..."


"네..아주머니...고마워요...."



희준아..희준아....라고 다정하게 부르시던 아주머니는 

어느덧 이렇게 자란 내게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쓰신다.

뭘 잔뜩 싸주시는 걸 받아가지고 나왔다.


.

.

.



내 등장에 칠현은 묘한 표정이었다.


손에 들린 짐을 휙 빼앗아 들더니

부엌에 가져다놓고 내 방으로 향하는 내게

휙........던지듯 물어온다.



"아픈 건 나았어요?"


"응...."


"뭐 큰 병이라고 집에까지 가요?"


"............"


"애라도 낳아서 몸풀러 간것도 아니고.....쳇.."



내게 등돌린 채 묻는 게...안답답한가?


어쨌든 매니져일을 빼먹은 데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기에 

내가 먼저 손을 들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미안해...그게 그렇게 됐어....

그새 녹음 두곡이나 했다며?"


"네........"


"매니져가 되가지고 들어보지도 못했네......"


"잘못했죠?"


"어?"


"어...휴...언제부터 저렇게 답답해졌는지....."


"........?...."



칠현은 단단히 화가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가버렸다.

대체 무엇이 맘에 어떻게 안들었는지 헷갈렸다.



*	*	*	*	*



희준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 따위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기도 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두려워졌다...


내...마음이....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어쩌면 버려진 데에 대한 복수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이토록 초조해하는지도 모른다는 게.......



울컥 화를 내는 날 그는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모르겠지......

여전히 모르겠지.......


뭘 알겠어.....옛날 얘기를 품고 있는 내 속을....어떻게 알아....


.

.

.



희준과 이별하기 불과 1달전만 해도 우린 이랬다....



"안칠현....너.....!"


"아잉~화났어요?"


"화날 짓을 했잖아, 니가!!"


"아앙~~형! 화 풀어요...응?"


".......--;"


"노래불러줄까요?"


"..............;;;"


"사랑해~사랑해~널 사랑해~난 희준형을 사랑해요~♪"


".........///////"



말도 안되는 멜로디를 붙여서 큰소리로 노래하면

희준은 민망한지 주위를 휘휘 돌아보며 살피고는 

결국 꾹 참던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야....쪽팔려...."


"좋으면서...."


"..........--;"


"싫어요?"


"아니...그건 아니지만.."


"거봐요...좋아할 줄 알았어요..."


".......--;"



화를 풀어주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내 엉뚱한 애교에 그는 곧잘 넘어가주었다.



*	*	*	*	*




어떻게 해서든지 이재원스페셜을 따내려는 

승호의 진지한 표정이 재밌다고 생각했다면 너무한가?

하지만 우혁은 처음엔 분명 진지하게 듣고 있던 중이었다.



"꼭 해주셔야 합니다.....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



하지만 이제 우혁은 줄곧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떨고 있었다.

결국 입 밖으로 나와버린 웃음....



"푸핫~~"


"?"


"하하하하..."


"뭐예요?"



난데없는 웃음에 승호는 기분이 상해 

자기도 모르게 우혁을 노려봤다.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가벼운 미소로 받아치며 말을 건네는 우혁.....



"안승호씨...."


"....네?"


"내 스웨터..베고 잤어요?"


"스웨...ㅌ.........아!! 우혁씨..거예요?"


"그런데요...."



몹시 민망한지 어쩔 줄 몰라하는 승호를 향해 우혁이 싱긋 웃었다.



"죄송해요...저는...그냥..."


"그게 어디 죄송할 일이예요? 그런데..승호씨....

지금 승호씨 뺨에...자국난 건 알아요?"


"네!??"



벌떡 일어나 사무실 한쪽 벽거울에 선 승호는

깜짝놀라서는 뺨을 매만지고는 

얼른 우혁을 향해 얼굴을 붉혔다.



승호는 아까는 혼자 잘 떠들었지만

이제 할말을 다 까먹어버린 것 같았다.

차가워보이던 우혁의 웃음에 안도감도 있었지만

어쨌든....민망함이.....;;


뭐라고 말도 못하고 어설프게 쇼파에 걸터앉아 있는 승호에게

기다리다 못한 우혁이 먼저 말했다.



"이재원스페셜이라....대신...한가지만 해주세요...."


"한가지..뭐요?"


"어려운 거 아니예요..."


"뭔데요?"




그래도 부탁이라니까 긴장되어

승호는 자신이 못하는 거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며

마냥 즐거워하는 우혁의 표정을 살피기 바빴다.




"나랑 친구해주면....승호씨와의 우정을 위해서 

재원이스케줄 우선순위로 빼두죠...."


"네?!!!"


"어려워요?"


"아..아..아뇨...그건..아니지만...."


"그럼...계약성립!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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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든 일이예요...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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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9) - "약속했었거든..."









칠현이 일어나지도 않은 아침 일찍부터 난 회사에 들렀다.

지금 잠시 자리를 비운 우혁에게 도움을 청할 요량으로 

응접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걸음조차 즐거워 보이는 사람......

피곤한지 연신 두 눈을 비비며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사람......

가방을 잔뜩 들고 통화를 하며 바쁘게 걷는 사람........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


모두 나름대로의 생활에 취해 있었다.



난.....?



난....지금 내 생활에 취해있을까?

한사람에게 너무 취해서 비틀거리는 건 아닌지......



뾰롱통했던 칠현의 표정을 떠올리며.....

나는 쓸쓸하게 창틀에 살짝 기댔다.




찰칵......



문소리와 동시에 우혁의 뽀얀 얼굴이 드러났다.




"어? 희준씨?"


"아...오셨어요? 금방 들어오시네요....

방금 나가셨다길래 오래 기다리게 될 줄 알았는데..."


"네...잠깐 방송국에서 손님이...아니...친구를 좀 만나느라고..."


"강타...녹음스케줄 인계 받았는데 제가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도움 요청하는 거예요...

게다가 며칠 자리를 비웠더니 더 그렇네요..."


"..............."


"..........?"


"말 놓으세요...우리 동갑이야......"



예의를 차리는 내게 우혁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눈을 마주치는 내 시선에 우혁은 그저 으쓱하고......

그제야 우린 씨익 마주 웃는다.



"아팠다면서?"



우혁이 담배를 입에 문 다음 내게 물었다.

난 그가 권하는 담배를 받아 피우며 얘기를 시작했다.




"어...별 거 아니고..그 핑계 삼아서 좀 쉬었지...."


"칠현이 녀석 너 없는 동안 기분 영 아니던데....?"


"............."



그다지 믿기지도 않고.......

믿는다 치더라도 다른 무슨 일이 있었겠지..하고 만다....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말이지....."


"어?"


"부자집 도령이 사업이나 배우지 왜 이 바닥에 뛰어들었냐?"


"............."


"비밀이야?"


"야! 장우혁! 일 안도와줄거냐?"


"어..그럼...내 방으로 가자..우선...."



말을 돌리는 나를 우혁의 역시 의아하게 쳐다본다.

자릴 박차고 일어난 나는 앞장서며 스치듯 말했다.




"누군가랑 약속을....했었거든....."


"약속?"


"............약속...그런 게 있어..."


.

.

.



"만약에 내가 가수가 되도 뜰 가능성은 바닥이죠..."


"아니지! 당연히 뜨지...! 미모...노래...춤...니가 딸리는 게 있어야지...?"


"에이...이제 희준형 말은 안믿어요...."


"뭐? 왜?"


"객관성이 떨어지잖아요...."


"야...난 안그래....내가 얼마나 정확한 눈을..."



내가 얼마나 사람 보는 눈이 대단한지 

예를 들어가며 주장을 펼치려고 머릴 굴리던 차에.......

갑자기 모기만한 목소리로 내 말을 가로쳐가는 칠현....



"희준형이...사랑..의 눈으로 날...보니까 객관성은 제로잖아요..."



내가 똑바로 쳐다보니까 

말을 계속 할수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그리고 내 옷깃에 붉어진 얼굴을 숨기는 녀석....

만지작 만지작 쭈욱~ 

옷을 당겨대서 목을 다 조른다...



"야..현아...."


".......응?"



내 품에서 옹알이 하듯이 대답하는 그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입가에 미소가 어쩔줄 모르고 저절로 당겨왔다.



"너는 성공해....내가 도와줄거야..."


"안돼...엄마아빠가 알면 나 쫓겨나요....."


"나중에 대학생 되서 하면 뭐라고 하지 않으실거야..."


"...그래도 안될거예요....."



칠현의 눈은 단념의 빛을 띄운지 오래....

안타까운 마음에 그의 머리칼을 만져주며 일러준다.



"만약...너...가수하면 내가 도와줄거야...."


"나...못해요...."


"만약이라고 했잖아...."


"..........."


"가수가 아니라도 좋아....니가 뭘하든지...내가 도와줄께....

니 앞에...옆에...뒤에....버티고 현이 도와줄께..."


"어우...무섭겠다..앞에 옆에 뒤에 라니...귀신같아요...헤헷.."



꽤나 감동이었는지 칠현은 입까지 살며시 벌어지더니 

귀신이니 뭐니 하며 장난스러운 대답을 늘어놓다가

곧 부끄럽게 두 눈을 굴리며 중얼거리다 웃어버린다.




*	*	*	*	*




아침부터 어딜 다녀온건지

세수하고 거실로 나오는데

희준이 빨개진 볼로 추운 기운을 몰고 집에 들어왔다.



"어디 갔었어요?"


"어..사무실...."


"아...."


"아침 먹었니?"


"아직요...늦게 일어났어요.."


"나갈래? 뭐 먹고 녹음실로 가자....."


"............"



희준의 눈에 담긴 평안함에 나는 오히려 당황했다.

나도 모르게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오는데.....

빠르게 뛰는 심장이라는 놈.......



하....미쳤어.....

3년전 사춘기로 돌아가겠다는 거야...안칠현...?

착각같은 거 하지마.......



이를 다시 악물고 또 하루를 맞는다.


아무리 흔들린다고 해도 다잡을 수 있어...

그 뒷모습만 기억한다면 난 절대로......그를.....


.

.

.



새로 나온 수록곡의 작곡가라고 와있는 사람은........



가수 이소나?



"안녕하세요? 강타씨?"


"어...네....아..안녕...하세요?"


"대학생 치고도 굉장히 앳된데요?"


"............."



난 너무 놀란 나머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그녀는 



"희준이는요?....."


"희준형..아세요?"


"대학 동기예요....물론 그 녀석 유학가버려서 

같이 졸업은 못했지만....얼굴 못본지 꽤 됐는데...

그 게으른 애가 매니져일 할 줄은 몰랐어요...근데 왜 안와요?"


"담배..사러갔어요...."



앨범 준비를 하나하나 하면서....

내 주위엔 희준을 아는 사람들 투성이었다.


마치 내가 희준의 주변인물들 틈에 

어설프게 끼어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 내 조용한 생활에 그가 먼저 뛰어들었다고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그게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아량넓은 생각을 했다.


생각에 잠긴 나......


그녀는 내 어깨너머를 쳐다보며 가벼운 손짓으로 인사한다.

고개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희준아...."


"?"


"잘있었어? 오랜만이다?"


"..........소나?"



그의 놀란듯한 목소리......

나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희준에게 달려가 안기는 그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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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아기천사를 찾아주시는 분이 몇분....
너무 고마운 마음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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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0) - "몰랐는데...몰랐는데..."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내 일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음을 익히고 노래를 하고..........


희준의 곁에 딱 붙어앉은 그녀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는 초연한 모습을 보여야했다.


그런 날.......

그는 신경쓰지 않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

.

.


칠현이 녹음부스에 들어가있는 동안

가끔 나와 칠현 사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소나는 놀리듯이 자꾸 달라붙었다.



"그만해..."


"왜? 안칠현이 보니까? 하하..알았어..알았어..."


".......!"


"강타...안칠현 맞지? 어디서 본 듯 했어...."


".........."


"여기서 봤던가?......"



소나는 내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들며 말했다.



".........."


"헤어진 게 언젠데....여전히 고이 모시고 다니는 사진 말야...

지금도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아냐? 열어볼까?"



나는 그녀의 손에서 지갑을 빼앗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작곡가의 신분으로 온 거 아닌가?

소나 너 당장 저쪽 가서 앉아...."


"알았어....사실 넌 안칠현이랑 사귈 때가 

사람이 나긋나긋해서 좋았는데 말이야...."


"............"


"그만 째려봐..."



살포시 미소짓고 자리를 옮기는 그녀....

난 한숨지으며 칠현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마주치자 멋적게 시선을 돌리는 녀석........



*	*	*	*	*




"이재원건...어떻게 따내셨어요?"


"그냥..그렇게 됐어요..."


"안선생님 정말 능력 좋네....전 포기해야겠다 했는데..."


"김작가님....이번 일은 저도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거예요...능력이라 보기 힘들죠..."


"하지만 결과가 이렇다면 능력 아닌가?

점심 안드셨죠? 식당 같이 가요...."



유진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승호에게 달려와

속도 모르고 신기하다는 듯이 종알댔다.




대체...

장우혁 그 사람은 뜬금없이 친구를 하자니....

어떤 의도인지 알 수도 없었고 

그다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너무 계산적인 생각만 하기 때문인가........


으...직장에서 방송물 먹더니 많이 찌들었구나...안승호.....




*	*	*	*	*




"친구분이랑 더 있다 오지 그러세요?"


"..........친구? 소나 쟤?"


"꽤 가까운 사이...같은데..오랜만이라면서요..."


"집에나 가자....."



칠현의 무표정한 물음에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어쩐지 밀려오는 억울함에 앞서서 차로 향했다.


녀석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대뜸 포옹부터 감행하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소나도 그렇지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묻는 칠현의 모습에

의심받은 것 같아 느껴지는 억울함.......



아니라고 말할 생각도 없었다.


그 의심에 변명까지 보탤 생각은 절대 없었으니까......



"피곤하지?"


"아뇨..어제 푹 잤더니 별로..."


"..........."


"형이나 잘해요...또 감기 걸리면...

그냥 확 짤라버리라고 할테니까.."


"무섭네..."



칠현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힐끔 보았더니 살짝 웃기까지 한다.

비록 기운없는 가벼운 미소지만 내 마음에는 위로가....




"눈붙이고 있어....차가 많이 밀린다...."


"네....."



많이 피곤하긴 했는지 망설임 없이 잘 채비다....


하품을 했는지 촉촉해진 눈이 샤르르 감기고

한손으론 의자를 뒤로 젖히며 누워버린다.


.

.

.


브레이크 위에 발을 올려놓은 채 지루해져 

나도 모르게 네온싸인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


몰랐는데....

항상 지나온 이 길에는 이런 가게들이 있었구나.....

몰랐는데.....

저런 이름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몰랐는데.......

몰랐는데.......


몰랐는데.....

너는 이만큼이나 깊이 내 안에 들어와있었구나........

.

.

.


도착했다고 깨우려고 하다 망설이는데....

칠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번쩍 눈을 떴다.

눈이 마주치자 그도 당황한 눈치였다.



"깼어?"


".......네.."


"다행이네...깨우기 미안했는데....들어가자....."


".........."




칠현은 말없이 날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버릇처럼 수첩과 핸드폰을 거실에 내려놓고

자켓을 벗으며 내 방으로 향했다.


방안은 공기가 차가웠다.

온도를 높여두고 칠현의 방도 높여야겠다 싶어 

방을 나서는데 문앞에 칠현이 서있었다.


"!!"


"전화왔어요..."


".........."



칠현은 놀란 내게 내 전화를 건넸다.



소나의 이름이 떠있었다.


"....어...내일...? 글쎄...좀...아니...그래....어..."



가만히 서있는 칠현 때문인지 

내 말은 어색하고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내일 녹음 끝나고 집에 놀러가도 되냐는 말을 전하던 그녀는 

영 어색해하는 내게 칠현이 옆에 있어서 그러냐는 놀림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고 나는 그 놀림에 약간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무서운 기집애 같으니라고....



"소나....내일 저녁에 놀러와도 되냐는데...괜찮을까?"


"네...물론...."


"그래...그만 쉬어....푹 자야지....."


"잘자요..형도....."


"그래...."



무슨 할말이 있는 듯 멈춰섰던 칠현은

결국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무슨...말이 하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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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1) - "아직도 난 젖은 채예요..."








"형 소나누나 좋아해요?....."


"?"



소나가 저녁을 같이 하고 집에 돌아간 후 

이게 내가 희준에게 한 첫마디였다.



"누난 형을 좋아하잖아요.....좀 거친 게 흠이지만...

사실 그것도 나름대로 매력이고....혹시 형도..."



형도...좋아해요?


그녀에 대한 칭찬 비슷한 말을 담고 있었지만...

그건 날 보호하기 위한 한겹의 장막일 뿐....

난 그가...말도 안된다고 부인해줬으면 했다.



그런데 그는 날 빤히 쳐다볼 뿐......대답이 없다......



마치 나..다시 좋아하는 것 같이 굴고는....

왜 아니라고 말하지 않아요?



길어진 침묵 뒤에 희준이 말했다.



"그렇게 보이니?"


"............"


"그렇게 보이냐구..."


"잘 모르겠어요....난...형을 잘 몰라요..."


".........!"


"형을..모른다구요....알수가 없다구요..."


"..........."


"나는......"


"..........?"


".............."



갑자기 쏟아지려는 말을 억지로 삼키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망설임.........


눈물이라도 쏟아질까봐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내게 희준은 손을 내밀었다.



"나갈래? 소화도 시킬 겸....잠깐 나갔다 올까? 드라이브라도 하자..우리..."



날 잡아끄는 손은 무척 따뜻했다.

착각이라도 하게 만드려는 듯

그의 체온이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전해져왔다.



"내가 미안하다고 말했었지?"


"............."


"술기운 빌어서 한거니까 무효로 하자....."


".............?"



무슨 뜻일까?


강 맞은편 불빛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본 순간....

희준이 날 돌려세워 똑똑히 말했다.



"미안해...너...어렸는데....상처 받을 거 뻔했는데....

그렇게 버려두고 가버린 거...용서..안되더라도...사과만은 받아..."


"............형...."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그가 하는대로 기대있다가 잠들었다가

가까스로 차에 탔다가 집앞에 도착해서는 

어느새 그의 품에 안겨서 차에서 나왔고......


꿈인가 아닌가 곰곰히 생각하며 판단하기에만도 바빠서

눈 한번을 떠보지 못했다.



이토록 뛰어대는 심장엔....

역시 그의 이름만 새겨져있는 걸까?




희준형.....


그거 알아요?



따뜻하게 느껴질 때면....

형이 날 다시 좋아하게 된거라고 착각하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해요.....

나는...그러지도 못해.....


그날 그 차가웠던 마지막이......

홀로 서서 맞아야했던 눈송이들이 너무 차서...


아직도 난 젖은 채예요......


마르지를 않아.....너무 추워요....



착각조차 허락하지 않는 마음이....

너무도 아파요.....


.

.

.



잠든 칠현을 바라보며 나는 눈물 지을 수 밖엔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에 금새 눈을 촉촉하게 적시는 칠현에게....

아무 대답도 없이 입술을 깨무는 녀석에게....


아직도 그렇게 내가 상처라면.....

어린 너에겐 용서하기 힘든 나쁜 놈이라면......

내가 노력할께....적어도 좋은 매니져라도....

되어줄거야....

그럴거야....난....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가만히 바라보다가 방을 나왔다.



잠이 오지 않는다......



역시 나는 녀석 앞에선 너무 어설픈 걸까?


꼭 양다리라도 걸치고 있는 기분.....



내가 불편하니?

아픈 기억 되돌려질까봐 두려워?


아니라니까......

나 욕심부리는 거 아니야......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런다니까....왜.....왜......



나 이제 믿지 못하니....?



*	*	*	*	*



"승호씨는 친구가 보고 싶다는데 이렇게 고집부려요?"


"저기요...시간이 몇신지 알고는 있어요?"


"12시 조금 넘었는데요...."


"................"



승호는 기가 막혀서 뭐라고 할말도 찾지 못했다.


.

.

.


"............"


"원래 그렇게 조용해요?"


"아뇨...."


".....흠"


"주로 열받으면 조용하죠...."


"쿡....그럼 지금 열받았군요?"


"............"



테이블이나 톡톡 두드리며 여유롭게 말하는 우혁.......

승호는 혈압이 확 올라버릴 것 같았다--;



"당신은 어떤지 모르지만...나는 월급받는 피디고...

할일은 무지하게 많아서 집에서 잠자는 몇시간이

세상에서 친구보다 중요한 놈이니까 열받죠...."


"............."



우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민망해서 머리를 만지작대는 승호에게

곧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말 많이 하니까 반갑네요...."


"..........?"


"친구는 원래 싸우면서 정들거든요...."


"후우우우.........."



우혁이 들으라는 듯 크게 한숨을 쉬어보기도 하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ㅠ_ㅠ



"나도 요새 재원이 새앨범 때문에 엄청 바빠요...알죠?

어젯밤엔 차에서 조금 잔 게 다예요....지금 무지 졸려요..."


"그럼 왜 안쉬고 여기 있는 거예요?"


"친구가 보고 싶어서 왔다니까요?"


"예..--;"


"풋..."




친구.........


승호가 방송직에 뛰어든 이후로....

이렇다할 친구를 만든 기억이 없다.


그런 승호에게 대뜸 친구하자고 다가온 한 사람.........


장우혁..........



"승호...이름 잘 어울려......"


"왜 반말..?"


"쿡...반말 기분나빠?" 


"아니...됐어..."


"그래..말 놓으니까 좋네....술 잘해?"


"별로...."


"그럼 딱 한잔만 하자....."



피곤해 주겠다는 표정으로 집을 나오긴 했지만 

어쩐지 이 넉살꾸러기가 싫지 않았다.



"야..장우혁...너랑 친구하려면 늘 이 시간에 튀어나와야 되냐?"


"24시간...언제든 부르면 나와야지...."


"으..난 못해!!!! 어떻게 그러냐?"


"그럼..나부터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줄께...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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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시 쓰면서 하나 둘 
만나게 되는 반가운 사람들^^*
여러분~부족한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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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2) - "이제와서 꼬셔내지마.."









"집에 먹을 것도 없는데...."


"됐어...훗...."


"?"


"아무거나 시켜먹으면 돼....집들이도 아니고..."




그래도 손님이라 신경쓰여서 한 말인데

희준은 구지 집들이라는 말을 꺼내서 날 당황시켰다.

그의 입가에 스민 미소가 어쩐지 날 놀리는 것 같아 화가 치밀었다.



희준은 장난기 어린 말을 이어갔다.



"현이 니가 내 마누라도 아니고.....손님이랍시고 신경쓸 필요 없어..."


".............."


"좀 쉬어...눈이 빨갛다..."


"............"



다정한데....그는 여전히 너무 다정한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는 내가 너무도 싫다.


방문을 닫고.....

텔레비젼 소리는 어느덧 작게 멀리서 들려왔다.


.

.

.



내가 피곤하긴 했었구나...

언제 잠들었는지 눈을 떠보니 어둑어둑하다.



소나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온다는 걸 깨닫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바로했다.

갑자기 말소리 없이 조용해진 바깥....



?


의아해하며 방문을 살짝 열었는데......




그녀와 입맞추는 희준.....

날 발견하고도 달콤하게 감기는 그의 눈을 봤을 때.....

정말 끝이었다.....

이건 증오였다.......



내게 그란 존재는....용서라는 게 없어야할.....증오였다.......



그녀와의 키스를 보고도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는 게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착각할 뻔 했던....

아니야..하면서도 녹아들 뻔 했던 내 마음이 다시 얼어버리는 느낌......


.

.

.



처음엔 장난처럼 굴던 소나의 스킨쉽이 자꾸 깊어졌다.

그녀를 살며시 밀어내는 내 신경은 온통 칠현의 방문에 가있었다.

소나는 내게서 살짝 몸을 떼더니 내 눈을 응시했다.



"뭐야..문희준...안칠현 신경쓰여서?"


"............"


"모를 줄 알아?"


"............"


"순진한 애...이제와서 꼬셔내지마...

앞으로 갈 길이 창창한 애라는 거는 알지?"


"..........."


"칠현이가 오해하는 일 없게...니가 잘해야한다구....

저 녀석 눈을 보니까...아직도 순진이라고 써있던데..."


"..........."


"설마....쟤한테...다시 사귀자느니...그럴 거 아니지? 훗.."



내 입술을 덮쳐오는 소나를 밀어내려던 찰나...

나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눈이 마주친다.....

순간 소나를 밀치려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곧 그녀에게 입술을 맡기고 만다.......



순진한 애...이제와서 꼬셔내지마...

앞으로 갈 길이 창창한 애라는 거는 알지?



순진한 애....이제와서......꼬셔내지마........



순진한 애........



우리...현이........

난.....너에겐.......절대 안돼......



그녀의 깊어지는 키스를 느끼며 난 눈을 감아내렸다.

칠현의 모습은 이미 내 눈 앞에서 가려져갔다.


.

.

.




"섬칫해...절루가~"


"왜 그래!!"


"아침부터 형보니까 눈 뻘개가지고 무서워..."


"--;"


"형 요새 밤일해? 하긴...매니져 월급이 쫌 박하긴 하...아야!"



재원은 꿀밤이 떨어진 머리를 만지며 우혁을 째려봤다.

피곤한 몸으로 외출이 잦은 우혁이

어딜 가는지 재원이 모를리가 없었다.



"희준형 만나기로 했으니까 나 이따가 그 집에 좀 데려다줘.."


"늦게 들어올거냐?"


"왜..? 나 늦으면...또 그 젊은 피디랑 놀게?"


"--;"


"앨범 잘 나가고 있으니 허락해준다....

형 맘껏 놀다가 늦게 데릴러 와...."


"짜식...."


"아...착한 게 죄지..."


.

.

.



소나를 돌아가고 난 후 다음 날.....

희준과의 아침식사는 무척 어색했다.


아주머니는 청소하느라 바빠 식탁 주위엔 얼씬도 안하셨고

나와 그는 마주 앉은 채 어색한 손놀림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형...도...좋아하나봐요?"


"..어...?"


"축하해요...."


"..........."



희준은 내 말에 대답 없이 밥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내가 보는 앞에서 키스했잖아요.....

새삼 그게 미안하기라도 한가요?



"오늘 녹음 끝나면 집에 들렀다가 내일 올께요....그래도 되죠?"


"그럴래?"


"네...."


"어...부모님..안녕하시구?"


"그럼요..."



희준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허락이 떨어진 거야...?"


"아.....가수..된거요?"


"..........."


"그냥..생각이 바뀌셨나보죠....

하겠다니까..허락해주셨어요..."


"............"



보수적인 우리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아는 희준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형이 떠난 후 내 모습 알아요?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약을 먹었어요....

정말 죽어지면 안아픈지 알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살아졌어요...


그 다음엔 하루종일 노래만 했어요....

미친 애처럼....형이름 대신 노래를 불렀어요.....



심장이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기다림이 의미 없는 걸 알면서 기다릴 때 마음......



그렇게 노래만 했어요......

부모님이 초조해할 정도로 미친 듯 살았으니까....


미워질 무렵엔 생각했어요......

꼭 성공해서..형한테...보여주고 싶다고.....



사실은.....

내가...가수가 된다면.....

한번이라도 볼 수 있어질 것 같아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보단.....

어떻게든...만나질 것 같아서....




어쩌면 내 마음엔........

미움도 원망도 그리움도 사랑도.....지금껏 늘 함께 있었을까...?




나는 울먹여질 것 같은 마음에.....

그에게 밝게 웃음지며 말했다.



"누가 좋다고 할 때 확 장가가버려요....

최고의 가수 강타가 축가 멋지게 불러줄 테니까....."


".........!"


"괜히 과거 따위 떠올리며 불편해하지도 말구요...."


"..........."


"지난 일 이제 신경 안써도 돼요....내가 사과도 받아줬는데...."



난 아직도 지난 얘기에 얽매여 있는 내가 무서운데....

형까지 그러지 마요.......

정말 자신 없어지니까.......



확 결혼해버리든지.....

어떻게든지 내가 얼씬도 못하게 막아버려요....

제발.....제발.......그래요.......




희준은 나를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난 조용히 웃음으로 답하지만....



바보같이 난.....내 마음은........

그의 입에서 사랑한단 말이 나오길 

뜬금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머릿 속에서 나오는 상상들...바램들...

도저히 말도 안돼.....


그저...후후....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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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3) - "그 마음이 죽어지려나..."






녹음이 끝나자 칠현을 집에 데려다주고

나 혼자 조용하고 쓸쓸한 집에 돌아왔다.


현관에 기대어 서있는 재원.....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날 향해 

살며시 손가락질을 하곤 머리를 쓸어올리는 

재원의 포즈에 피식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모델났구나....이재원....."



열쇠를 현관에 꽂으며 한마디 건넸다.



"쿡...형...나 멋있어?"


"근데 그런 건 니 팬들한테나 가서 해라...

그러면 애들 몇 쓰러진다..."


"몇만 쓰러져? 몇백은 쓰러지겠지..."


"잘난척은...."



재원은 집에 따라들어오더니 

거실에 자기집 안방처럼 드러누웠다.

나는 양주 한병과 잔을 꺼내 재원 앞에 놓았다.


"전화하지 왜 먼저 와서 기다려?"


"전화 안받은 게 누군데 그래?"


"어?"



그러고보니 녹음실에서 꺼두었던 핸드폰을

켠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미안....."


"상관없어...어차피 우혁형 나올 때 따라나와야 했거든...

매니져가 단단히 바람이 들어서 가수가 고생이라니까..."



이를 시작으로 재원은 우혁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얘길 늘어놓았다.

무슨 피디한테 완전히 혹했다느니 어쨌다느니.....



"형...맞다..강타는...어딨어?"


"녹음 끝나고 집에 갔어..내일 올거야..."



취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한잔한잔 계속될수록 손이 멈춰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 얼굴이 안좋아 근데?"


".....안좋긴..."


"그 사람....나 안보여줄래?"


".........."



나는 비로소 술잔에서 눈을 떼고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대체 어떤 여자야....?"


"............"


"사람 이렇게 말려죽이는 그 여자....대체 어떤 여자야?"



누가 듣기엔 아무 문제 없는 대화였지만

내겐 재원의 물음이 상처에 뿌려진 소금 같았다.


어떤 여자야.........



"누가 봐도 예쁠 거야.....누구 눈에도 예쁠 거야..."


"............"


"웃어도 울어도 다 예쁘고 살짝이라도 스치면

심장이 내달리는....그런...아이........"


"............"


"나중에....아주 나중에 보여줄께....."


"자...마셔....취하게 해놓고 누군지 알아내야지....훗...."



그날밤 취한 내가 지갑에 품고 다니는 칠현의 사진을 보며

울었다는 것은 한참 후에 재원에게 들은 이야기다...


.

.

.



어지러운 머리를 짚으며 몸을 일으키는데

침대 옆에서 노려보고 있는 한 사람........



"ㅎ..혀.........강타야...."



칠현이란 이름을 꾹 눌러삼키고 놀란 마음으로 그를 바라다보았다.

녀석은 화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방에서 뚜벅뚜벅 걸어나가더니

곧 컵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


".............."



화났다는 걸 표현하려는 듯 쑥...하지만 

흐르지 않게 살며시 내미는 잔에 담긴 꿀물의 향에 

나는 그냥 멋적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칠현은 꽤 꿍한 모습이었다.



"나 집에 간 사이 재원이랑 술판 벌일줄은 몰랐어요....

허약해가지고 감기도 잘걸리더만 주제 모르고 무슨 술...."



--;;;;


주제 모르고...라니......

그 예쁜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재원인...?"


"몰라요...아침 일찍부터 전화해서 

빨리 집에 오라고 해서 왔단 말이예요..."


".........?"


"스케줄 있어서 먼저 간다고 전해달래요...."


"............"



칠현을 부를 필요는 없었는데....

재원의 의도가 알 수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칠현일 불렀지?



칠현의 감독 하에 꿀물을 삼키며 난 자꾸만 갸웃거렸다.



"다 마셨으면 어서 줘요...."


"어..고맙다..."



컵을 받아들고 나가려는 칠현에게 

오늘 스케줄을 말해주었다.



"조금 있다가 출발하자...녹음실에서 노래연습 있어...

이제 마지막곡 녹음만 남은 거 알지?"


"알았어요..."


".........."



칠현은 날 보지 않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리구....나와서 밥이나 먹어요....

아주머니 아직 안오셔서 내가 대충 했으니까..."


,

,

,



"콩나물국..맛있더라..."


"........"


"왜 그렇게 과음을 해요....?"


"아냐...나...별로 안마셨어...."


"술병..내가 치웠어요...."


"...........;;;;;"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구요..."


"........응...."




그냥 창 밖을 보면서 기계적인 말투로 

잔소리를 툭툭 던지지만 그 옆모습만으로도

옛 환상에 젖기엔 너무도 충분했다.


.

.

.



"그 앞부분부터 다시 불러보지..."



작곡가의 주문대로 칠현은 실력을 발휘해 불러보인다.

만족스런 표정의 사람들.......

그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나의....현이는.....마이크 앞에 서있었다.......



"만족스럽지만 연습은 필요하겠죠....

녹음은 며칠 후에 하도록 하죠...."



스탭들이 돌아간 후에도

남아서 연습하겠다는 칠현을 두고

나는 먹을 거라도 사오려고 녹음실을 나섰다.



차에 타려던 나는 주차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시간이 걸리기야 하겠지만 걷고 싶었다.


방금....부스 안에서 노래하던 칠현의 모습이......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꼭 붙잡고 노래하던 예전 그 모습으로

자꾸만 겹쳐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
.
.
.
,

- 대낮에 노래방이 가고 싶어?


- 응...가요..우리....


방과후 데릴러 갔다가 칠현에게 끌려서 들어간 노래방......

쑥스럽게 웃던 칠현이 외운 번호인지 알아서 척척 누르더니..


- 형..들어봐요....


♪ 그래요 그대 마음 나에게 다가와 주길 바래요 
그대의 슬픈 눈빛 속에 내가 들어가길 바래요 
안되겠죠 내맘을 그렇게 쉽게 받아줄순 없겠죠 
하지만 그대 문을 열고 날 받아주길 바래요 
많은 날들을 그댈위해 포기할수 있어요 
소중한건 그대 하나 뿐인 걸 이해할수 있나요 
수많은 내 사람이 별되어 그대 곁에 지켜줄께요 
포근한 밤 그대와 함께 잠들고 싶은데 
부족한게 많지만 모든걸 그대에게 드릴테니 
내 사랑 부디 내 작은 꿈을 받아주길 바래요 
고마워요 내 맘을 받아준 그댈 위해 난 살께요 
그대 모습이 빛 바래져도 
그댈 사랑할께요 그댈 사랑할께요 그댈 사랑할께요 ♪

(kangta 2집 중에서..."고백")



칠현이 선물해준 씨디에서 흘러나오던 곡이

칠현의 목소리로....내게 들려졌다.


그 노래에 달콤하게 귀기울이던 나는....

간주가 시작되고 그가 날 향해 방긋 웃자....

칠현이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입을 맞춰버렸었다.

.
.
.
.
.


거리를 뛰었다.


잊혀지려나...이러면 잊혀지려나.....

머리를 이렇게 쥐어뜯으면....

몸을 이렇게 이리저리 뒤흔들면....

온통 한사람 뿐인 내 심장이 멈춰지려나.....


혹시 잊혀지려나.....



그 마음이...죽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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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4) - "너 때문에는 그럴 애야..."










야참을 사가지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칠현이 혼자 있을 녹음실까지의 길이 

내게는 이렇게 길 수가 없었다.



녹음실에서 나왔을 때에 비해 

훨씬 한적해진 거리가 꽤 늦은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차를 두고 걸어다녀왔으니....

많이 걸리는 게 당연하지만......


녀석은 걱정도 안되는지 전화도 안한다.....

이토록 잊어보려고...그냥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발버둥 치는 내 자신이 어쩐지 맥이 빠져서 걸음까지 느려졌다.



녹음실에 거의 다 올무렵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집어넣은 주머니......


비어있다....



다른 한쪽 주머니엔 분명 열쇠와 지갑이 있었지만

다른 한쪽엔....핸드폰.....

아...핸드폰을 두고 왔었나...?!




혹시 날 찾았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배가 많이 고플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




나는 저 앞에 보이는 녹음실 건물을 향해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건물에 들어섰다.

분명 센서로 불이 켜져야 하는건데......?

불이 켜지지 않았다.


지하 녹음실로 연결된 문으로 열쇠를 넣었다.......

그 문이 열림과 동시에.......

놀랍게도.....




"형...!!!"



칠현이 안겨왔다....



내 목을 꼭 안은 칠현의 얼굴이 눈물 범벅이었다.



"현아!!!"


"!!!!!!"



놀란 나머지 나는 나도 모르게 

강타가 아닌 칠현을 부르고 말았다.

그렇지만 칠현은 아는지 모르는지 

내게 딱 달라붙은 채 울며 떨고 있었다.




"너무..무서웠어요.....흑..."


"어떻게 된 거야...몸은 왜 이렇게 차갑구...

밤이 되면 보일러를 켰어야지!!"


"흐읍...보일러 스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서..흑...."



아..게다가 이 녹음실은......

열쇠없이는 안에서 열리지 않게 되어있었다...!!!!!



녹음실은 정전이 된 거였다.

빛 하나 새어들어오지 않는 지하 녹음실....

시간이 늦어져 추운데도 보일러도 틀지 못한 채.....

옷이 어딨는지 몰라서 걸치지도 못한 채.....

칠현은 그렇게 떨고 있었던 것이다....



"ㄱ..귀...신......"


"뭐?"


"귀..신....봤어요....."


"..........."



아....

모든 게.....

열쇠를 챙겨가버린 내 잘못이었다.



심심찮게 귀신을 보는 녹음실이라고들 하는데...

칠현을 혼자 두고 이 늦은 시간에...

무식하게 걸어서 간식을 사오다니...



"흐앙...어디갔었어요.....무서웠는데...너무 무서웠는데...."


"미안...정말 미안해....."



다독여보지만 식은땀까지 흘린 칠현은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집에 가자...."


"흑....."


"자..집에 가자...."


"흑....."



내 옷깃을 잡은 채로 바닥에 주저앉은 

칠현을 안아일으키고 밖으로 향했다.



열이 오르는 듯 했다.



아프지마....현아.....

잘못했으니까...아프지 마....


.

.

.



내가 어제 희준에게 안겨서 집에 온 기억이 또렷하다...

녹음실...정전...귀신......


기억이 하나하나 나기 시작하고

머리맡에 잠든 그가 보인다.



내가 움직이자 희준이 벌떡 일어난다.



"괜찮니? 응?"


"괜찮아요...."


"괜찮긴....잠깐 기다려....죽이라도 끓여줄께..."


"형..."


"응?"


"나는...감기 옮는다고 누구처럼 도망 안가요...."


"............"


"에이...그냥 확 옮아버려라....같이 있어도 되게...."


"..........."




아직도 약 때문일까?


배짱도 늘어 아무 소리나 늘어놓는 나....

어느덧 눈이 샤르르 감겨왔다.


희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지는 것을 언뜻 본 것 같다.

.

.

.


희준은 조심스럽게 내 이마를 짚어보기도 했고

안색을 살피며 갸우뚱 거리기도 했다.



"강타야...어지럽거나 하면 말해.....

아님....아예 오늘 연습스케줄 취소할까?"


"아뇨...괜찮아요...어제 좀 놀라서 그렇지...많이 아픈 거 아니예요..."


"............"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전화소리....

어제 그대로 음성메세지 모드였다.

메세지를 남겨주세요...하는 친절한 안내가 끝나자마자

소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야! 희준이 너 대체 어디야!! 연락도 안되고!

핸드폰은 왜 꺼져있냐? 이 자식이 정말!

너 어제 나한테 전화한다고 했었다..엉?

집에 있지? 차도 있던데 뻥칠 생각 하지마라!

나 니네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빨리 튀어나와...밥 맛있는 거 쏴야 용서해준다!"



희준은.....

"아..맞다...핸드폰......" 하더니

소나에게 좀 미안했는지 나갈 채비를 한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강타야...소나 밥만 사주고 바로 올께....

그때까지 우선 쉬고 있어.....알았지?"


"맛있는 거 사주지 마요...

다이어트 안한대요? 소나누나 점점 살만 찌던데...."


";;;;;;"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야 방으로 들어왔다.

베베 꼬이는 심정을 딱히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처럼 정신없이 흔들리는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

.

.



"강타는 잘 있냐?"


"어..조금 아파...."


"왜? 니가 때렸냐? 어?"


".....허......"



벌써 한잔 했는지 약간 술냄새를 풍기는 소나의 

시덥잖은 농담을 받아주고 싶은 심정은 아니었다.

칠현의 얼굴을 매일매일 마주할수록....

내 마음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으니까...



"안칠현이랑 너...요새 어떤 거야...? 나한테 기회 줄거야?"


"어떻긴...현이는 앨범준비 잘하고 있고 나는 매니져 잘하고 있지...."


"그거 물어본 거 아닌 거 알잖아.....나한테 기회는 못주고?"


"............."


"야...기대도 안했어...괜히 미안한 척 하기는...."



소나는 피식 웃고는 내 술잔을 채워준다.



"강타...너 떠나고.....자살기도했었대....."


"!!!!"


"수면제 모아서 먹었다나봐...."


"......그럴 애 아니야......."


"그럴 애 아니지만....너 때문에는 그럴 애야.....아직도 모르냐?

난....말해주기 싫었어...그래서...입 다물고 있었다...."



술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아무 힘도 없이 쓰러질 것 같은 내 몸은 칠현 때문이었다.....



"소나야.....나는..이제는....정말 두려워....

나한테 마음을 여는 게 아닌가 싶을 때마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그렇게...많이...두렵다...."



현아.....내가..뭐라고.....그런 짓을 했어.........



난 널 몇번이라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인데........

그때마다 죽으려 할거니?



역시.....

칠현은 너무 어렸던 거라고 생각한다........

내 사랑을...내 마음을 감당하기엔....너무 어렸다고.....



힘들게 하기에는 너무도 여린 아이라고........



내가 너무 많이 사랑하는 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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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5) - "사랑해도 될까요?"








앨범 포스터.....자켓촬영..........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내 옆에서 마치 자기 앨범을 준비하듯 

모든 걸 세심하게 관리해주는

희준 덕에 술술 풀리는지도 몰랐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나란 사람은 무슨 재주를 부려도 

그를 미워할 수 조차 없다면...그는 내 운명인 걸까....?




"강타야...이리와봐....의상 입어봐야하거든..."



희준은 맘에 든다는 듯 옷을 들어보이며

내게 이리와...하듯 손짓했다.



날 버린 그 때문에 죽고 싶었었는데.......

불쌍할 정도로 그라는 존재에 매여서 살았었는데.......

그렇게 힘들게 내 원래 모습을 더듬어가고 있었는데..........



"맘에 들어?"


"네...."



내 눈과 마주치자 씩 웃는 희준을 보면

비로소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또.....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려고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내 마음은 그냥 내게 주어진 사랑이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 올 때 희준에게 주려고 

먼 별에서부터 꼭 품어 가지고 온 마음일지도 몰랐다.




"니가 정말 한 인물 하긴 한단 말이지...

이 디자이너...원래는 가수 무대의상 절대 안해주는 거 알지?"




사랑했다....정말...사랑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간 채 발버둥 쳤지만

나는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매서운 상처도 미뤄두고 그를 사랑하기로.....

그는 아니겠지만....

내 마음이 끝나지는 날까지.....

어쩔 수 없이 그를 바라보기로......




"이것도 입어봐..강타야...."



동그란 그의 눈 속에.......

들어가지 못해도 상관 없었다.




참 환하게 웃네요.....이제야 편해졌나요?

나를 대하는 게 더이상 미안하거나 하진 않은 거죠?

내가 형 사과 받아줬잖아요.....그렇죠?

차라리...사랑하는 게....쉬울지도 모르겠어요.....

형을 앞에 두고 더 잊으려고 노력하다가는...

정말...답답해서 숨이 멎어버릴지도 모르겠거든요.....



고마웠다.....


3년만에 내 매니져로 나타난 그의 마음이 어떠했든....

다시 내게 나타나 준 것을 감사했다.


열심히 쌓고 있던 애증의 벽은 그리도 간단히...우습게 무너졌다.




몇미터 떨어진 곳에서 코디와 얘기하고 있던 희준은 

촉촉해지는 내 눈을 어떻게 봤는지 내게 다가왔다.



"왜 그래? 응? 눈 아프니?"


"아녜요...뭐가 들어갔나?"



나는 그에게서 뒤돌아서 눈을 비볐다.

걱정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엊은 희준에게 웃어보였다.



"아..괜찮아졌어요..^^...."


"그래....^^..."


.

.

.

.



"형~나 피곤해요~"



나는 몸을 뻗어 운전하고 있는 희준의 한쪽팔에 기대었다.

커진 눈으로 날 보는 희준이 느껴지지만

나는 능청스럽게 희준의 팔을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빨리 가서 쉬었으면 좋겠다.....

형...우리 영화 빌려볼까요?"


"그럴까? 그럼 너 집에 먼저 데려다주고....

뭐 보고 싶은지 말해...내가 빌려올께...."


"그냥 지금 같이 가요...가서 고를래요..."


"그럴래?"



희준은 뭐든지 내게 맞추어주느라

피곤하다는 말에 빨리 집에 데려다주려고 든다.


.

.

.



칠현은 영 어색해하는 나를 잡아 끌어서

자기 침대 한쪽에 앉히고는 비디오를 틀었다.


<아이 엠 샘>



중요한 건.....

칠현이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광고를 보다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많이 피곤했는지 숨소리만 쌔근쌔근.....


사랑스럽기도 하고.....귀엽기도 하고.......

나는 그저 바라보았다.



갑자기 어린양을 부리는 현이...........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날 향해 싱글싱글 웃고 있고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내 팔을 달라붙어 있고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두 눈이 촉촉해져 있다.



우리 예쁜 현이........


잠든 칠현의 이마에 살짝 입맞추고

나는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

.



"어엇...어제 어떻게 된 거예요?"


"누가 영화 보자더니 자던데?"



대체 언제 잤는지 기억이 안나더니...

헉....영화 보기도 전에 잠이 들었나보다.


놀리듯 웃는 희준이지만

이 순간이 어쩐지 좋기만 하다.....

내 마음가짐이 달라서일까?


그냥....

그와 이 공간에 함께 있음을 감사하기로 했다.




사랑해도..될까요...?



그래..여기까지만.....


.

.

.



칠현은 아까부터 영 긴장이 풀린 얼굴로

날 쳐다보다가 다른 데를 보다가를 반복했다.



"형...못 본 영화 우리 볼래요?"


"그럼...그럴까?"


"응..."



사실은 난 어제 그 영화를 끝까지 다 보았다.

볼륨을 살짝 줄여놓고.....

잠든 칠현을 내려다보며......

그 곁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었다.


하기야 사실 영화 내용은 흐릿하지만....



가끔씩 뒤척이던 칠현......

자꾸만 이마를 찡그리던 칠현..........

늘 이렇게 잠드나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어루만지자 

그제야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평온한 표정을 짓던 칠현.....



어젯밤 지켜본 칠현은 그렇게 재미있었다.



바라보아도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은.......지겹지 않은..........


아....밤을 새워서인지 잠이 밀려온다.....


.

.

.



"풋....."



문득 바라본 희준이 잠들어 있었다.

그냥 웃음이 났다.



"나 그냥 잤다고 놀리더니...."



소파 한쪽으로 기운 머리에 쿠션을 대어주려다 

그를 살며시 끌어다가 내 무릎에 눕혔다.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대어도 보고

손도 만지작 거려보고....

킁킁 대기도 한다.



얼마나 그리웠는지 혹시 알아요?



아무리 사랑했다고 해도 한사람을 이렇게 잊지 못하는 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될 정도로....오랫동안...

그리워했어요....



샴푸 때문인지........향수 때문인지.............

옛날과 다른 듯한 향기........

오래전 그의 품에서 느낀 향기보다 조금 짙어진 듯한 향기.........


그래도 낯설지 않아요.......


형의 향기가 변했을망정......

내 향기는 그대로니까.........

내 마음까지도 그대로니까.........




희준과의 첫키스........


형은 혹시 내가 불렀던 그 노래 기억하나요?



"그대 모습이 빛 바래져도 그댈 사랑할께요........♪"


"............"


"....그댈 사랑할께요 ♪....."


"..............."


"그댈 사랑할께요 ♪.........."


".............."



잠든 채 잔잔한 숨을 내뱉을 뿐 대답 없는 희준이지만 

난 그렇게 그를 바라보며 중얼중얼 노래를 흥얼거렸다.




"사랑해요....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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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지요?
골머리 썩히던 시험 및 과제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턴 완결까지 정말 열심히 올릴테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면 좋을텐데^^;(뻔뻔한 바램;;)
참! 그리고..감동적인 장문의 감상을 주신 잠순이님...
답메일이 되돌아왔어요~다시 보내면 보내지려나?

여러분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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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6) - "다신 못잡아..."







우혁의 소개로 만난 안피디라는 사람 덕에

내 데뷔무대까지 가는 길은 그저 순조롭기만 했다.



보여줄 수 없었지만.....

내 사랑도 여전히 그를 향하고 있었다....


졸립다며 그의 어깨에 기대었고

힘들다며 그의 팔에 매달렸고

잠든 척 자연스럽게 그의 무릎을 배고 자기도 했다.



그가 적당한 거리를 두어도 서운한 티 내지 않고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



"너 눈이 많이 충혈됐어....괜찮겠어?"


"괜찮아요..."


"스케줄 취소할까?"


"아뇨..신인 주제에 무슨..."


"몸이 먼저야...."



충혈됐다는 내 눈을 깊이 들여다보는 희준 때문에

꼭 모든 걸 들켜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를 살며시 밀어내고 자리에 똑바로 앉았다.


.

.

.



"집으로 차 돌려...."



칠현이는 고집부리지만 어느새 잠든 그 얼굴에 

너무 피곤함이 묻어있어서 나는 

차를 집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

.

.


"그래서 강타 그냥 집에 재워놓고 나온 거야?"


"어...."


"그런다고 스케줄 취소해도 돼?"


"괜찮아...미룰 수 있는 거였어....

강타한테 손해가는 일이면 취소 못했지..."


"형도 건강 조심해....매니져들도 가수들이나 마찬가지라구....

아닌 척 하다가도 결국에 보면 몸 많이 상한다..."



그런 의미에서인지 재원은 내 술잔을 휙 가져가버리고

물잔을 쑥 내밀고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형이..나 좀 데려다줘야지.....그러니까 술 먹지 마...."


"어휴..이 자식..."



재원에서서 가까스로 잔을 빼앗아 몇 잔 기울였다.

한참 다른 말로 겉돌더니만은 재원이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잡았어?"


"..........."


"아직도 술래잡기 중이야?"


"술래잡기? 쿡...그것도 아니지.....

술래가...적당히 거리 조절하면서 쫓아가는 거 봤냐?"



혹시 가까워져서 잡게 될까봐 

조바심 내는 술래가 어디있어....

정말 술래라면 막 뛰어서라도...

옷깃이라도 잡아 끌어서 잡아버렸겠지......

하지만 난 아니야........

칠현이 그 녀석이 자꾸....가까워지려는 탓에...너무 힘들어.......



"죽어도 난 다신 못잡아....."


"왜?"


"문제가 있지...내가...사랑하는 그 아이.....남자애라는 거야..."


"............"


"놀랐지?"


"............."


"내가..왜...못잡는지 이제 알겠지?"


"............."



재원은 의외로 전혀 놀란 표정이 아니었지만

나는 그냥 말을 이었다.

재원이 날 이해하든 못하든......

쉽게 입 밖으로 낼 녀석이 아니란 걸 알기에...




"어떤 건지 넌 모를 거야.....

진짜 심장이 다 타서 죽어버릴 것 같다..."


"그렇게 사랑하면 잡아야지...."


"뭐야...? 훗...이해하는 시늉 하는 거야?"


"시늉이 아니라...진심이야....죽을 것 같으면 잡아야지...."



의외로 재원은 내 사랑을 말리는 대신 

붙잡지 못하는 날 지탄하고 있었다.


내가 못견뎌서 죽을 것 같다고 잡으면.....

현이는....어떻게 하라고.......



"나는 그 애를 버릴 거거든....시간이..지나면...

예전에 그랬듯이 또 다시 그 앨 버릴 거야...

나이되면 좋은 여자 만나게 해서 장가보낼거고....

그 여자 두고 바람 못 피우게...예쁜 가족 만들게...

옆에서 코치해줄거야...이제 됐다 싶으면...그때는...."


"그때는?"


"내가 도망가야지....이번에는....

그 녀석이 날 장가보내려 들지도 모르니까....."


"하....그게....위하는 거라고 생각해?"



재원은 흥분했는지 잔을 세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 대답은 내가 내 자신에게 가르칠 때와 똑같았다.....



"그래...당연히 이게 그 앨 위하는 거야...."


"그 애가....형이 그애 사랑하는 만큼.....

형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어?"




현이 마음이...조금은 날 향하고 있다는 건 알아......

이토록 미운 내게 아직 남은 미련이 있는 건지

요샌 자꾸 가까이 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까지해.......


그렇지만......

현이는........



"그 애는....이만큼 날 사랑할 수 없어.....

내가...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정말....

그 애도 너도 아무도 생각 못할 거야....

녀석은 절대로...날...이만큼 사랑할 수 없어....."


"잘난척 같다...."


"훗...그래..?"


"............"


"잘하는 게 이것뿐이라서 그래...."


"............"


"그 아이를...사랑하는 게....

내가...지금 할 줄 아는 한가지야...."



누가 들으면 그건 사랑이 절대 아니라고 할지 몰랐다.

나보다 더 많이 사랑 못한다! 라고 단언하는 내가

우습고 건방져 보일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현이를 바라보면 아파서 당장 죽어버릴 것 같은데.....

아니...현이를 생각만해도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그 아이에게 매달리지 않는 것만해도.....

내게는 엄청난 인내였다.......


이렇게 절절한 인내는.....분명 사랑이었다....



칠현인......

내가 칠현을 사랑하듯 깊이

날 사랑하면 안되는 소중한 이였다....



얼마나 아픈지 알기에......


그 사랑을 느끼게 할 수 없었다........


.

.

.



희준이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나는 방문을 살짝 연 채 지켜보았다.



가서 잡아주고 싶었다.....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

주량도 많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며 옷을 벗겨주고

침대에 눕게 하고 곁에 앉아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상상으로 방을 나서려던 나는 

살짝 열린 내 방문 틈에서 그대로 멈췄다.

희준은 날 발견했으면서도....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방으로 직행하고 있었다.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아무리 애써도 왜 다가와주지 않나요....



천천히 발을 떼고 그의 방문 앞에 섰다.

무슨 노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안에서는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쩐지 떨리는 마음에 숨을 내쉬고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댄다.


어떤 식으로든 다가가보려는 용기를 다시금 내고

문고릴 돌리는데........열리지 않는다.......



하......잠궈버린 이유가 뭔가요.....?


음악소리가 새어나오는 그 방문이....

내겐 꼭 열쇠가 없이는 결코 열리지 않을 철문 같았다.




어떡하죠........?


이렇게 힘들어서 어쩌죠......?


고집스럽다고 여길테지만.....

난 형만 보이는데.....내 눈엔 형만 보이는데......



곧 죽어버릴 듯 아픈 가슴을 왜 이렇게 몰라주나요.....



날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인가요?

아니면...이만큼 표현해도 내 마음을 느낄 수 없나요?



난 그의 방문 앞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누군가에게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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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7) - "아직 사랑하니까..."







술깨고 다음 날.........

꿀물을 건네는 내게 그는 쉰목소리로 고마워...한 게 전부였다.

그 날은 어젯밤 잠궈져있던 방문 때문에 

왜 그렇게 술을 먹었냐느니 하는

다른 잔소리를 할 여유가 내겐 없었다.



게다가 몰래 본 그의 핸드폰에

소나와의 통화기록이 가득한 걸 보고

하루종일 그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

.



난...

데뷔 앨범을 대박내고 씨에프계까지 석권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가수이기 이전에

부모님께는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스타가 되고나서는 피할 수 없는 바쁜 생활로 인해서 

부쩍 마른 내가 그렇게도 안쓰러우셨는지 부모님은 내게 

집으로 다시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틈만나면 물으셨다.


내게 물으실 때야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그게 안되니까 이제 희준에게 직접 연락을 하셨나보다.



희준은 나를 앉혀놓고 아까부터 설득 중이었다.




"집으로 들어가.....걱정하시잖아...."


"싫어요...."


"강타야 고집 부리지 말고 그렇게 해..."


"싫다니까요!!!"


"들어가...너 집에 들어가도.....

스케줄 하는 데에 아무 지장 없어...."




희준은 이제 아주 뒤로 드러누워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잔뜩 뿔이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쳇.........

자꾸만 그의 설득에 화가 났다.




"왜 자꾸 나가라는 거예요!!!"


"몰라서 또 물어보냐?"


"그럼...이 집에서 형 혼자 살 거예요?"


"하...그럼...내 걱정 되서 안나가는 게 핑계냐?"


"............"


"걱정말고 나가....소나라도 데려다 앉혀놓을 테니까....!"


"뭐라구요?"



소나?

그가 어떤 의미로 던진 말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어쩐지 그가 날 막기위해 하는 말 같기만 했다.



"야..아직도 기운이 남았냐? 부모님 걱정하시는데....

이제 그만 집으로 옮겨 들어가....

연습하고 앨범 준비하던 시절이랑 다르잖아...

집이 그렇게 먼 것도 아니고..아무 문제도 안돼..."



다시 조용조용 설득하는 말투........



나는 주먹을 꼭 쥐고 말해버렸다.




"난....아직도...사랑하니까......"


"뭐?"



말해버렸다....



"형을...나...아직 사랑하니까요...."


"...........!"



그에게...말해버렸다.......



"그래서...같이 있고 싶어요...."




굳어버린 희준의 얼굴을 보면서도

나는 더이상 기가 죽을 게 없었다.


진심인데.....이게 내 마음인데.......

행동으로 하든 말로 하든 같은 마음인데........


자존심 세울 것도 없이 난 형을 사랑해요....



"미쳤구나..너....."


"미치지 않았어요..."


"미쳤어....."


"....사랑해요...."


"니가 안나가면 내가 나가......"


"............!"


"그 딴 소리 지껄이려면...다른 데 가서 해......"


"............."



소리낼 수 없었지만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혹시 형 마음은 이제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화낼 필요 없잖아요.......

소나 누나한테 정말 마음 있어요?

난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보처럼 난 방으로 가는 그의 뒷모습에 덜컥 겁이 나버렸다.


정말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갈테니까.....가지 마요....."


"............"


"잘못했어요....그러니까..흑.....가지 마요..."


".............."


"미안해요...가지마요....."


"..............."



나..나갈테니까...가지 마요....

내 매니져를 그만둔다거나 하는 거 아니죠?

내 사랑한다는 말 믿지 않아도 되니까...가지 마요....




찰칵...



그의 방문 소리와 함께 나는 무너져내렸다.


.


.


.



내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내고 있을까?


칠현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쿵쾅거리며 뛰는 가슴이.....

멈춰있었던 듯 새롭게 뛰는 심장이......

두려웠다.



어떻게...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니.....

무슨 생각이니?



내 마음을 두드려대는 칠현의 행동들......

어쩌면 내 맘 깊은 곳에선 그 의미를 짐작하고 있었다.

아직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 하던 오해가 있었다.

그런데....칠현은 그 오해를...현실로 가져왔다.....



사랑한다니...


날 사랑한다니........


나를 사랑한다니............




사랑한다는 칠현의 고백은 내겐 절망스러웠다.

칠현의 한마디는 말없이 홀로 그를 바라볼 수 있던 

내 나름대로의 평화에.....

커다란 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았다.



녀석의 잘못했다는 말........

어리둥절 하면서도....한편으론....

그래...너 잘못한 거야...하고 칠현을 꾸짖는 마음....



가지 말라는 말........

너무 애처로워서....아프게 들려서.....

내 방으로 가는 길이....맨발로 가시를 밟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 울음섞인 한마디 한마디에....

금방이라도 달려가 품에 안고 싶은 나였지만

3년 동안의 내 다짐은 무너지지 않았다.


무섭도록 끈질긴 내 사랑만큼.......

칠현의 고집스런 마음이.....미웠다........



그러지 말라니까......

기껏 잊어달라고 용을 썼더니.....이게 뭐야.....


.

.

.


그 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방 밖에 칠현이 있는지 없는지......

너무도 고요한 상태로 하룻밤이 지나갔다.


.

.

.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문을 열었다.

어떻게 대해야할까.....

아니...집에 있기는 있을까.....?


방문을 열자 콩나물국 냄새가 났다.


그러고보니 아줌마가 오는 날인데....



부엌에 슬그머니 들어서자 칠현이 있었다.

식탁과 싱크대를 오가던 녀석은

내가 들어선 걸 눈치채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 곁눈질로 슬며시 보여진 모습.......

퉁퉁 부어있는 칠현의 두 눈을.....마주볼 수가 없었다.

칠현도...먼저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아줌마가 오늘은 오후에 들르신대요....

그래서..그냥 제가 대충 아침 했어요...."


"뭐하러 그래...사먹으면 되지...."


"그래도....."


"먹자..."


"저는 먹었어요...형..드세요..."


"............."



칠현은 시선을 내리깐 채로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영 입맛이 없어 껄끄러운 밥을 

한숟갈 한숟갈 느리게 삼키며.....

자꾸 뜨거워지는 눈 때문에 식탁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울면.....

아파보이면.......

얼마나 내 마음이 아픈지.....넌 모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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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다는 게 그만;;
그래서 오늘 이렇게 일찍부터 올려요^^*
감상 주신 여러분들...독촉장 보내주신 분도...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넘 힘나요!

한동안 바빠서 정신을 쏙 빼놓고 살다가...
우혁군생파후기를 뒤늦게 읽었어요...
후기 읽을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요...
에쵸티와 팬들은.....
평생...진짜 가족이 될 것 같은 예감이..
오빠오빠...하다가 아빠 된다던데....
(네네..잠깐 꿔본 허황된 꿈이었습니다--;)

이번편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자...수고스러우시겠지만 한편 더 읽어주셔요!;;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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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8) - "같이...가줄래요?"








나가라고 하지도 않고 나가지도 않고.....

그런 희준을 지켜보며 나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내 마음을 알고나 있는 걸까?



둘만 있으면 한마디도 없을 정도로

어색한 시간이 흘러갔다.



사랑한다는 말은 커녕....

일상적인 말조차 쉽게 걸지 못하고

그냥 가수라는 이름에 매니져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었다.


그것조차도 감사한 나라면...어떤가요?



그래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내게 하는 말이 아닐 때조차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감사한 나라면.....어떤가요?



스케줄 수첩을 들여다보는 그의 옆모습....

분명 그도 내 시선을 느꼈을 텐데

희준은 내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

.

.


1집 활동이 끝에 다다른 어느날.......

안된다고 마음 속으로 빌고 있던 일이 일어나 버렸다.



"그만두게 됐어...."


"............."



희준의 한마디에 나는 또 무너지는 가슴을 붙잡아야 했다.



"아버지일을 돕기로 했어....매니져일은 그만둘거야..."


"........네.."


"니 일은 지훈이가 맡을 거야...."


"...네.."


"나 어차피 오늘 바로 나가는데...

지훈이도 여기 살러 들어올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너는 집으로 들어가...이제....부모님 기다리시는데...."


"..........."



희준은 날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훔쳐보듯 휙 한번씩 쳐다보았다.



"힘든 일 있거나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



그는 집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렇게 말했다.

내가 연락을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하는 말로 들렸다.



그렇지만....

저런 말조차 너무 오랜만에 듣는 다정한 말투였다.

오래전....떠나기 전 그도 이렇게 따뜻했었던가?


쓸데없는 회상에 잠기는 날 두고

희준은 그렇게 떠나갔다.



가수로 성공했다는 기쁨을 만끽할 사이도 없이

내 마음에 찾아온 아픔........



그를 볼 수 없다는 그리움에......

고작 며칠동안도 발버둥 치는 내가 

얼마나 내가 필사적이었는지.....



1집을 접고 휴식기의 시작이었지만 

씨에프 촬영과 화보촬영이 연일 이어지고 있었다.


괌으로 화보촬영 가기 이틀전......

나는 짐을 싸고 있는 지훈을 거실에 두고 

방에 틀어박혀 고민하다가 

희준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들었다.



"형...저예요..강타...."


"아...그래...."


"............"


"무슨일?"



희준은 몹시 놀란 듯 어색하게 내게 물었다.

돌려말할 궁리를 해보기도 했지만

막상 그에게 얘길 꺼내려니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애원하듯 물었다.



"나...화보촬영하러 괌에 가는데....

이번만...같이 가주면 안되겠어요?"


"지훈이는 어쩌고...."


"지훈이형도...가지만...."


"그럼 내가 갈 필요 없잖아..."


"한번만...그렇게 해줘요...형....이번만 같이 가주면 

나 정말 형 잊는 거.....한번 해볼테니까..."


".............."


"내일 모레부터...딱...3일 일정이예요....같이...가줄래요...?"


".............."


"형 비행기표도 예약했으니까.....

생각해보고...괜찮다면...와주세요...."


"..............."



희준에게서 혹시라도 안간다는 대답이 나올까봐

나는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


.

.

.



칠현과 나는 멀어져있었다.

가수와 매니져.....

그렇게 함께 있던 시간조차도...우린 멀어져있었다.

멀고먼 사이라는 걸 감추고.....

마치 가까운 사람을 대하듯이...

서로에게서 숨은 채 간신히 생활하고 있었던 것일테지....



내가 칠현을 보며 아직 살아있는 사랑에 아파했듯

칠현은 나를 보며 사랑한다고 외쳤겠지만

그건 내가 감동이기 이전에 아픔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칠현이 영원히 눈치채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내 마음을 칠현이 알고 더 매달려온다면 

도저히 밀어내지 못할....

어쩜 반가운 마음을 감당할 수 없을 

약하디 약한 내 마음을 내가 알았기에....

떠나올 수 밖에 없는 나였다.



그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고백 이후 내 차가운 외면에 혼자 날 바라보는 칠현을

피로에 지쳐서 늘 차에 타자마자 잠드는 칠현을

보듬어주고 품어주며 홀로 눈물짓던 순간들을

이제 다시.....


오래전 우리 둘 사이에 있던 이야기처럼

또 다른 이야기로 간직해야할 때였다.




그가 가수가 되면 꼭 도와줄 거라고....

약속했던 것만 지키고 나서는....

내 몫을 다하고 나서는 더는 잡고 있을 수 없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혼자 살기에 조금 큰 빌라로 이사하고 

아버지의 회사에 들어앉아서 일을 시작했지만

신문의 연예뉴스란을 뒤적거리고

일을 하다말고 칠현의 팬페이지에 들어갈만큼

내 마음은 그대로였다.



칠현을 보지 못한 채 길고긴 며칠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걸려온 전화........



- 나...화보촬영하러 괌에 가는데....

이번만...같이 가주면 안되겠어요?




괌에 화보촬영을 간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의 매니져를 그만둔 것이 불과 몇 일인데....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지훈이 내 후임으로 결정됐다고 들었을 때

우습게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칠현과 괌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지훈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괌에 같이 가달라는 칠현의 말에

나는 웃음이 픽 하고 났을 정도였다.




말도 안돼........떠나온 내가 어떻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거절하려는데....

칠현의 목소리는 점점 더 애절하게 들려오기만 했다.




- 한번만...그렇게 해줘요...형....이번만 같걋 가주면 

나 정말 형 잊는 거.....한번 해볼테니까...



아마 이 말을 하곤 울음이 나올까봐 입술을 깨물고 있을 

칠현의 모습이 선명하게 내 눈 앞에 떠올랐다.



날 잊어보겠다고....?

정말...지금껏 잊지 못했던 거야.....?

널 그렇게 냉정하게 버렸던 날 잊지 못했다구?

난 너에게 상처를 줬는데.....

날...사랑한다구....?



그런 개같은 고집이 어딨어.....안칠현........




멍하니 칠현의 작은 숨소리만 듣고 있던 찰나....

전화는 내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고 

다시 한번 와달라는 부탁의 말을 끝으로 끊겼다.


사실은....보고 싶었다........



며칠 전까지도 맘껏 훔쳐볼 수 있던 칠현이

내 앞에 얼쩡거리지 않는다는 게.....

마치 칠현이 위험에 쳐해있기라도 한 듯

죽을 것 같이 그리웠다.



그 없이 보낸 3년이 그러했듯

내 심장은 뛸 이유를 온통 그 녀석에게서만  찾고 있었다.




야....

사랑해....안칠현.....


정말 내 속을 갈라서 다 뒤집어봐도 

너란 아이가 전부구나......




심장박동을 느끼려 가슴에 손을 엊었던 나는 

허탈한 웃음을 내뱉으며 담배를 물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이게 하는 사람.......



이별을 말하곤 돌아선 내 마음을 

돌리려 애쓰는 여리기만한.....그 아이.....




"아버지...죄송하지만 3일만 휴가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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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호호^^*
(앗..아줌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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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19) - "3일만...봐주기예요...."







"형....여기예요....."


"아..."



안녕? 이라는 가벼운 인사도 

굳어버린 내 입에서는 쉬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칠현도 아무말 않는다.


.

.

.



비행기 자리는 칠현과 나란히 앉게 되었다.

칠현은 좌석예약까지 미리 해뒀던 것이다.

내 자리는 창가자리였다.


칠현이 혹시 창가에 앉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어 

자리를 바꿔주려고 칠현을 먼저 들어가게 하려했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내저었다.



"형자리가 창가잖아요...형이 들어가세요...."


"아일싯은 답답하지 않겠어? 그냥 창가에 앉아..."


"싫어요....이쪽이 더 좋아요....."


".............."


"창가 보는 핑계대고...형을 볼 수 있으니까...."



오늘 겪는 칠현은 그답지 않게 꽤나 노골적이었다.

마지막이라는 건 결코 모른다는 듯.......

쉴새없이 내게 말을 걸며 재잘거렸다.



"형....어제 인터뷰가 있었는데....

나보고 글쎄....정말 기가 막힌 거 있죠...

그 기자가....저번에 웃겼던....알죠?

내 기사를 꼭 자기 맘대로 뽑아서...

인터뷰랑 내용이 다르다니까요......."



별 것 아닌 얘기들 뿐이었다.


중요하게 들리지도 않았고

언뜻봐서는 그렇다고 칠현의 그런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차라리.....

내 눈엔 이렇게 보였다.


말을 멈추면 눈물이 나올까봐

쉴새없이 깔깔대고 있는 것처럼......?



그런 칠현을 감싸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 순간 더 칠현을 바라볼 수 없어서 

창문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 말았다.



"..........."



칠현은 갑자기 말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데

비지니스석이라서 약간 좌석에 거리가 있었지만

칠현은 불편하지도 않은지 내 어깨로 기대왔다.



"딱...3일만....."


"............"


"3일만..내가 마치..연인인 척....해도...봐주기예요...."


"............."



듣기에는 슬픈 듯 읊조리지만 

칠현은 고개를 움직여 나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웃었다.


.

.

.



괌에 도착해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시작된 촬영은 바닷가에서 진행되었다.


자연스러운 연출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주문에 

가벼운 메이컵만 하고 활영에 들어갔다.


가슴부분이 약간 벌어진 채 끈으로 당겨져있어 

은근히 야한 느낌의 옷이었다.

이런 옷이 처음이라 어쩐지 신경이 쓰여

자꾸 고개를 숙여 옷을 확인했다.


멀찌기 서있던 희준은 내 눈짓에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준은 카메라 곁에서 나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두 눈을 감기도 하고

고개를 쳐들어 바람을 맡아보기도 하고

모래 위에 나를 눕히기도 했다.


대여섯벌을 계속 갈아입으며 촬영이 계속됐다.



희준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몸짓 하나하나도......

그의 눈에 예뻐보였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촬영작가는 폴라로이드 컷을 몇 보여주며 말했다.



"다른 사진들이야 뽑아봐야 알겠지만 

아마 다 예술로 찍혔을 듯 싶어....

근데..강타...너 너무 슬퍼보이게 나왔는데...?

웃는 것도 어쩐지 우는 것 같고....."



내 옆에서 사진을 보던 희준은 

사진작가의 말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항상 귀기울이는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슬프긴요...멋있어 보이려고 한거지...."



촬영스탭들이 하하..하고 웃자

나도 소리내어 웃어댔다.



형....제발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내가 어떻게 보이더라도....

그냥 모르는 척 웃어주세요....


.

.

.



촬영 후 지훈은 괌에서 만날 친구가 있다며

희준에게 나를 부탁하고 사라졌다.


어색해진 공간..........



오히려 희준이 마음 먹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타야...그럼...우린...데이트나 하러 갈까?"


"..............!"


"아직 노을도 안졌어....바닷가 나가자....

저녁도 먹어야할 거 아냐...."



나는 앞서가는 희준의 손을 붙잡았다.

그가 뿌리치기는 커녕 내 손을 맞잡아주는 순간 

짠해지는 내 마음....



바닷가에서 물에 들어가지 않고 파도 주변만 

뱅글뱅글 돌던 우리는 노을이 질 때 즈음엔

파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와...정말 예쁘다....."


"그래....한국보다 더 예쁜 것 같네...."


"한국 하늘은 더...예뻐요......"


".............?"


"나랑...1월1일....같이 해뜨는 거 봤던 기억 나요?"


"응...그랬지...."


"그 때....같이 해뜨는 거 보구....

그날 저녁엔 해지는 것도 같이 봤었어요.....

내가 그 때 그랬어요....방금 말한 것 같이....

와....정말 예쁘다......똑같은 말 했었어요...."


"............."




노을을 응시하는 희준은....

기억을 더듬어 가는 듯 했다.

미간을 찌푸렸던 그의 얼굴에 

잔잔하게 미소가 떠오르는 걸 보니 기억하는가보다...



"형이..한말도 기억나요....?"


"기억나...."


"현이...니가 더 예뻐.......그랬어요....."


"....응....."


"아...내가 예쁘구나.....형 눈에 내가 예쁘구나...."


"............."


"그래서 많이...기뻤었어요....."


.

.

.



꼭 꿈꾸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뿌리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로......

칠현은 예쁜 입술을 움직거리고 있었다.



그 옛날 이야기에 내가 가끔 

소리내어 웃으면 칠현은 깔깔대며 웃었다.


문득.....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칠현이 내게 물었다.



"그때....나...많이 사랑했나요....?"



날 빤히 보는 그 눈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 상처받을 것도 없다는 듯 당당했다.


나는 힘겹게 입을 뗐다.



"많이...사랑했어....."



다신 칠현을 향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사실은....사랑했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현재형인데....멈추지 않을 현재형인데.......



나는 그렇게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아무리 연인인 척 앉아 있는 지금이라도....

절대로 경솔해져서는 안되었다.



"현이..널...많이 사랑했었어...."



내 말에 천천히 날 향하는 칠현의 움직임.....

모래를 헤쳐놓는 그의 옷자락이 아무렇게나 흔들렸다.

마음엔 그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옷자락 대신 모래를 잔뜩 쥐는 난.....

칠현이 가까이 보일수록 견딜 수 없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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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준군 동정여론이 일고 있는 시점..!
앗..현이 혼자 아파보이면 안되는데...걱정이예요ㅠ_ㅠ
행복한 준타모습을 원하신다는 거 잘알아요;;
옛날 사귈 적 준타의 모습....그 번외도 고민해보겠습니다!
제 자신도 연재 너무 느려질까 마음이 급하네요;;
그래서 오늘도 한편이라도 올려요!


"많이 사랑했었어...."
아주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저 말을 하는 게 조금은 쉬워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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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0) - "마지막으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칠현의 눈을

나는 나도 모르게 응시하고 있었다.



꼭....마법에 걸린 듯이.....

눈을 뗄 수 없었다.




"다행이예요...."


"?"


"나는...형이 떠나고 나서...고민했었거든요....

형이 날...사랑하긴 했었겠지..? 

설마..거짓말은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형은...날 더이상 사랑하지 않잖아...

혹시 날 처음부터 사랑한 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가끔 했었거든요...."


"..........."




맙소사....안칠현.......

너는...정말 모르는 구나.......

내 사랑을 의심할 만큼....널 슬프게 만들었구나........




"다행이다...그래도...형이.....날 많이 사랑했었다니까...."


"정말 많이 사랑했어...."


"그래요...그럴 줄 알았어요....난 그때 형 마음...믿었으니까...."



칠현의 표정은 정말 기뻐보였다.

설령 내 감정은...그저 과거의 사랑일지라도....

칠현은 그 사랑을 받았다는 데에 기뻐하고 있었다.



"배고프다...강타야...."


".......저두요..."


"밥먹으러 가자...."



내가 먼저...칠현의 손을 잡았다....

키는 꽤 큰 녀석이 손은 여전히 작은 편이다...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손.........


.

.

.



걸친 남방에 윗단추가 아예 없다는 걸 깨달은 칠현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거울을 보았다.



"단추가 없네...."


"얼~좋은데~"


"옷이 점점 야시시해 지는 것 같아요!ㅠ_ㅠ"


"단추 다 달려있으면.....그거 입고 무슨 교복광고라도 찍을래?"



지훈의 놀림......

칠현은 울상으로 날 쳐다보았다.

나도 지훈의 말에 한술 더 뜬다.



"프로는 어떤 컨셉도 다 잘 소화해야지!

섹시하고 좋은데~팬들 다 쓰러지겠다~"


"어쩜 형까지!?"



칠현이 째려보지만 결국 눈에 힘주다 말고 곧 맑게 웃어버린다.



"형...나 섹시해요?"


".............!"



녀석은 오히려 나를 당황시킨다....


.

.

.



뒤늦게 합류한 여배우와 화보촬영이 계속되는 등

스케줄이 강행되는 가운데서도

칠현은 짬이 날 때마다 내 곁에 붙어 있었다.

스탭들은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지훈은 칠현 옆에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괌에 사는 친구와 노는 걸 더 좋아하는 듯 했다.


문득 생각한다....

저 녀석에서 현이를 맡겨도 될까 하고....--;



지금 우리 둘의 모습은........

내가 품에 안거나 입맞추지 않았을 뿐....

사랑한다고 속삭이지 않았을 뿐....

마치...처음 사랑했던 그때와 같았다.




"형...너무 과묵해졌다......."


"그래?"


"응...옛날에는 전혀 안이랬었어요...."


"지금 내가 어떤데?"


"말을 너무 아껴서....마음도 잘 모르겠어요...."




굳어진 내 얼굴을 향해 환하게 웃는 녀석은...

하지만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느덧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내일 아침이 드디어 한국으로 떠나는 날........

우리는 촬영스탭들과의 전체회식을 끝내고 방에 돌아왔다....


항상 밖으로 나가자고 내 손을 잡아끌던 칠현은

오늘 그냥 호텔 안에만 있자면서 베시시 웃었다.




"오늘은 그냥 여기 있어요..우리....

형이랑 오늘은 그냥...얘기 많이 하고 싶어요...."



그 웃음에 나는 또 고갤 끄덕이기만 했다.



소파에서 일어나 칠현과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눈앞으로 고요한 야경이 보였다.



내 손을 한쪽 가져가더니 어루만지며 말한다.



"형...형은 나 보면...마음이 어때요?"


"?"



무슨 뜻인지 햇갈려하고 있는데

칠현이 빙긋 웃더니 덧붙였다.



"그냥...마음이...편한지....묻는 거예요...."


"..........."


"나 볼 때....나 생각할 때....형 마음....."


"어땠으면 좋겠어?"


"전에는...불편했으면 좋겠다...그랬었는데.....

날 생각할 때 형 마음이 막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 때 그 생각은...진심이 아니었나봐요.....

지금은....편했으면 좋겠어요...."


"............."


"우리..다 풀렸잖아요...형은 사과했구..난 용서했구..."


"날...용서했어?"



끄덕끄덕....



"용서했다기보다...처음부터 형은..잘못한 거 없어요..."


"잘못한거야...."


"가야할 때 떠나는 게 왜 잘못이예요....

그리고...보내주는 것도 사랑이잖아요....

난 그때...형을 고이 보내주지 못했으니까...내가 잘못한 거예요..."


"강타야...그건 말도 안돼....."


"난 이제는 편해요.......^^..."




까만 눈이 조금만 덜 반짝였다면........

속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제....형이 나 까맣게 잊어도 좋구....

내 생각 안해도 좋구.....아무래도 좋아요...."


"..........."



낼름 혓바닥을 내밀고 괜찮은 척 하는 녀석.......

녀석의 눈이 붉어져 있지 않았다면......

속았을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사랑해도 난 괜찮으니까...."


"............"




사탕이라도 우물대듯이 중얼거리던 녀석이

내 눈에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면........

정말....하마터면.....속았을 뻔 했다.....



정말...괜찮은 줄 알았을지도 몰랐다.




"뭐라고 하지마요....나도 많이 생각하고 결정한 거니까...."


"강타야...."


"이왕이면....현아....라고 불러주지...."


"..........."


"............"



불러주길 기대했는지 칠현의 얼굴엔 실망한 빛이 역력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칠현도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마지막으로....키스해줄래요..."


".............."



두려웠다.....

키스하면...정말 마지막이 될까?


내 입술에 닿은 녀석의 입술은....

밀쳐내기에 너무 짙은 유혹이었다....



헤어짐 3년........

그리고 가까이서 바라보기 1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상상 해보지도 못했었다.



무작정 입술을 부딪혀오는 대담한 칠현.......


칠현이 무안하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밀어내는 나.....

하지만 녀석은 과감하게 내 입에 숨을 불어넣기까지 했다.


하....이 녀석.....이만큼 커버렸구나....

키스하려고만 해도 벌써 얼굴이 붉어져있던 칠현인데.....

이건 내가 더 긴장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칠현은 칠현이었다.....

팔을 뻗자 붉은 얼굴로 품에 안겨오는 칠현의 입술에

소중히 키스하며 그렇게 우린 마지막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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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타..오래 괴롭힐 나쁜 인간은 아니랍니다;;
믿기지 않으시나요?--;네..염치없습니다^^;
한편 더 읽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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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1) - "나를 사랑했던......♪"








희준을 다시 잃었다.....

아니...이번엔 정말 웃으면서 보내주었다.....


괌에서 돌아와 함께 내린 인천공항에서.....

기다리던 차에 타고 사라지는 그가 마지막이었다.....



그 후 1년동안 싸인회 한번 씨에프 한편.....

그 이외에는 2집 준비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

매달릴 무언가가....너무도 필요했다......




"니 자작곡 히든트랙으로...어때?"


"히든트랙?"


"그래..2집이랑 콘서트 날짜랑 같으니까....

콘서트 할 때 처음으로 들려주는 거야....

다른 곡들은 어차피 발매일 이전에 방송으론 공개할 거니까..

처음에 나가는 피알씨디에는 히든트랙 빼고....

니가 쓴 곡 한곡만 발매일까지 미공개로 남겨놓는 거지...."


"그러든지...."


"아이디어 좋다고 말해줬더니만은....반응이 뭐 그러냐?"


"형이 알아서 해줘요.....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지훈은 꽤 멋진 사람이었다.

항상 표현이 솔직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희준처럼 꼼꼼하기보다 그는 덜렁대는 편이었지만

편하게 옆을 지켜주는 그런 사람.........



녹음실에서 노래를 해보다가 

나는 멍하니 악보를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부스 안으로 들어오며 지훈이 핀잔 주듯 말한다.



"또 그 실연당한 표정......!"


"?"


"강타야! 그런 표정으로 노래하면....다 따라울고 싶어진다구...."


"그래요?........"


"진짜 슬프다니까..니 표정....."


"...........이상하네..안슬픈데..."


"이번 앨범....신나는 곡까지 구슬프게 들린다....

온통 강타표 락발라드에 강타표 모던락.....

사랑에 못빠져서 매마른 내 귀에 이렇게 슬프게 들리는데...

사랑에 목매단 남녀들은 오죽하겠냐....?

강타2집! 대한민국 청춘남녀들의 감성자극!"


"훗...."


.

.

.




강타 2집 발매 콘서트........



전곡을 작사한 나는....

앨범에 온통 그리움을 노래했다......

사랑을 노래했다.......

사랑의 시작을 노래했고.....

이별을 노래했고......

혼자서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새로 시작한 사랑을 노래했다.......




그 사랑을 노래하는 나는...무척 설레였다......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멀찌기 바라보아도

지훈이 있을 뿐 희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어쩔 때는 그 많은 관중 중에 그가 숨어있진 않을까

바보처럼 찾기도 했다.


멈추지 못할 사랑이라는 거.....


인정하고 난 후 훨씬 편했다...




"제가 작곡한 곡이예요...쑥쓰럽지만..처음으로 공개하겠습니다....

오늘 공연의 마지막 곡이예요.....

제 2집 앨범 outro 트랙을 끄지 말고 기다리시면...

그 트랙  끝에 이 곡이 숨어있습니다.....

아직 이 노랜 제목이 없는데 여러분이 지어주세요...."




베이스와 드럼의 작은 울림으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

끝났어...끝났어.....모두...끝났어....

사랑했던 오래전 이야기.....

기억하는 한가지....너와 나....

놓을 수가 없어서....놓을 수가 없어서....

없는데 정말 없는데 난 너를 찾고만 있네

밤이면 달대신 그댄 내 하늘에 뜨지

끝나지 않는 밤이여....

그대가 깊이 떠있는 이 밤.....

이렇게 항상 그댈 품고 사는데....


끝났어....끝났지만...아직 기억하는 한가지.....



나를 사랑했던 그대.........♪





2시간 이상 계속된 콘서트 때문인지 

살짝 허스키해져 버린 내 목소리.........


반주가 끝났는데도.....

나는 계속 노래하고 있었다.

숨죽인 관중들도 내 눈에 더는 보이지 않았다...




♪나를...사랑했던 그대.........



나를 사랑했던 그대.........



나를 사랑했던..........♪




희준........






앵콜이라는 단어도 잊은 것 같았다....

관중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대 중앙에서 반주도 없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노래하는 날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마이크를 입에서 떼었을 때.......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앞쪽에 보이는 몇몇 팬들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어떤 연인은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무대에서 느끼는 환희는 

내 슬픔을 치유하기에 너무나 부족했다.



이 많은 사람들은......

그 한사람을 대신하기에 너무나 부족했다......


.

.

.



희준형....그거 알아요.....?


나는 이제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렇지 않은 척.......

숨쉬고 살지만.....

차라리 잊는 걸 포기하고 나니 

모두 체념하고 나니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가끔........

여전히 내 심장이 까맣게 타고 있는 걸 느낄 때....

이러다.....형을 잊기 위해서라도.....

미쳐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여러분....사랑하지 마세요......."




무슨 생각을 한건지 모르겠다......


나는 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아프다고...투정할 곳이 없어서....

아예 사랑을 하지 말라고....말하고 있었다.




내 마지막 한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관중들은 그저 내 노래 때문에 환호하는 듯 하다...




사랑하지 마십시오.....

행복한데도 죽을 것 같답니다......

한 사람 생각에 행복한데......내 심장은 죽을 듯 아프답니다.....



나는 앵콜곡을 마친 후 무대에 그대로 서있었다.

조명이 꺼진 뒤.....그대로 어둠 속에 서있었고....

내가 아직 있다는 걸 느꼈는지 방청객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드러머의 손에 이끌려 겨우 무대를 내려왔다.



하......그렇게 아름답다는 사랑을 노래했는데.....

내 심장은 도려내지는 듯 아프고 쓰리기만 해.....

왜 이래야해.........



정말 울고 싶었다.......

밤이 낮이 되라 낮이 밤이 되라 울고 싶었다.....


.

.

.



나는 손에 들린 씨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타의 2집 발매일........

여전히 팬사이트를 오가는 나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공연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무려 스무장의 씨디를 한꺼번에 사버렸다.....

지나가던 레코드 가게에 남아있다는 수량을 

모조리 다 사버린 것이었다.....



그 중 한장을 뜯어 씨디플레이어에 넣고 

조용히 눈을 감고 듣는다.....



구슬프다.....

내 마음을 닮았다........

내가 들은 칠현의 노래는 그러했다.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고....

소파에 기대누워 한곡한곡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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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내일 또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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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2) - "난...매일 꿈을 꾸죠...♪"






♪



나 깜깜한데.....그대 왜 없어요........

홀로 있는데.........그대 왜 없어요........

지금쯤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없네요.....

아....꿈이었나보죠......

난...매일 꿈을 꾸죠....



♪



찾고 싶은 것 하나가...너라면.....

혹시 혼자 걷던 길 지치면 돌아와줘.....

넌 멋대로 해도 돼....

돌아올 수 있다면 언제든 난 반길텐데........

언제든....이별도 네 멋대로.....



♪



그대 품에서 예뻤던 하루.....

볼 수 없을 그 모습 아직 기억해

세상이 다르던 세상이 바뀌던 그대 안.....



♪



슬픈 멜로디의 노래부터 

가벼운 듯 하면서도 구슬픈 노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이 몽롱한 노래까지.....


앨범이 모두 끝날 때까지도 난 벗어날 수 없었다.



사랑도 이별도 어찌보면 흔하지만....

칠현과 내 사이는 너무 서글펐다.

아직 날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칠현과....

칠현을 평생 사랑하고 갈 나........




가사없는 마지막 트랙의 음악이 끝났을 무렵....

나는 돌아가고 있던 씨디를 껐다.



라디오에서 1년만에 칠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티비에서 1년만에 칠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꾹꾹 숨어있다가 나타난 칠현을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다.


.

.

.



인터뷰.....



"강타씨 이번 앨범은 정말 정성이 가득한 것 같네요...

작업하는데에 힘든 점 같은 거 없으셨어요?"


"그냥 1년정도를 작업에만 몰두했어요....

그러고보니까 잠을 잘 못잤어요.....

활동할 때처럼 조금 자면서 작업했던 것 같네요..."


"주변에서 앨범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본인은 앨범 전체에 묻어나는 분위기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많은 분들이 앨범 전체가 너무 슬프다고 하시네요...."


"많은 분들이 강타2집은 가장 슬픈 사랑이야기다.....말씀하세요...

팬들 사이에선 쉬는 동안 사랑을 한 게 아니냐....하는 말도 있는데 어때요?"


"사랑은...오래전부터 하고 있어요..."


"네? 정말이예요?"


"네...."


"그럼 그 애인을 공개하실 수는 없나요?"


"인정하기 싫지만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어요....."


"아....."


"그래도...전 앞으로도 그 사람만 사랑할 겁니다..."




내겐 그보다 더 사랑할 사람이 없어요...



나는 날 멋지다는 듯 바라보는 여기자의 표정에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아..강타...."


"지훈형? 들어와...근데 왜?"



내 방에 들이닥친 지훈이 대뜸 내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영문을 모르는 나를 마구 노려본다.



"전 앞으로도 그 사람만 사랑할 겁니다...?"


".........?"


"니가 그랬다며!! 박기자한테!!!"


"............"


"팬들 난리났어....그 년 누군지 찾아낸다고...."


"....--;"


"그보다 너...형한테는 사랑하는 사람 있다는 말

한마디도 안하더니....뒷통수를 치냐 임마!!"


"..........."


"노래 부르면서 흐느낄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


"어떤 여자야?"


".................."


"입 꼬맸구나?--;"


"형...진짜로 흐느끼는 거 보기 싫으면 제발 나가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잘난 사람이예요......

나를...사랑해줬었다는 게....고마울 정도로.....


그를 보며 울 줄 밖에 모르는데 

그를 보며 웃을 줄 밖에 모르는데

이런 날 사랑해줬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


그런데....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프지 않고 좋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어요......


그가 아니면 사랑하지 못할 테지만

평생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다해도

그 사람이 만나지지 않았다면 좋을 걸 그랬어요.....




이미 사랑해버린 그 사람........

날 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한 인터뷰도 그가 읽었으면 좋겠고....

내 노래도 들어줬으면 좋겠고........


하지만......

내 콘서트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그리운 얼굴이 갑자기 나타나면....

아마 너무 설레이고 떨려서.......

노래를 다 망칠 것만 같아요.........


아니면...혹은......

노랫소리 대신에 울음소리만 들려줄 것 같아요.......


.

.

.



회사가 답답하게 느껴져서 집으로 일거리를 들고왔다.

칠현의 노래를 반복해서 꽤 크게 틀어놓고

이렇게 서류들을 보며 찬찬히 싸인을 하고 있는데.....



우혁은 우리집에 놀러오면 밤늦도록 버티곤 하는 재원 때문에 

재원을 픽업해가느라 부득이하게 자주 우리집에 오게 되곤 했다.


그리고 우혁의 입을 통해서 꼬박꼬박 내 귀로 들어오는 

피하고 싶은 칠현에 대한 이야기....



"야..문희준! 나 왔다!"


"어? 우혁이 니가 어쩐일이야? 재원이 여기 없는데?"


"놀랐구나? 오늘은 재원이 따라서 나도 아예 와버렸다...."


"..........아..."



뭘 사왔는지 손에 든 걸 내려놓는 우혁의 뒤에서 

무슨 용의자처럼 모자를 깊이 눌러쓴 재원이 

방긋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형~나왔어~"


"어...들어와...."



반갑게 맞이하는 내 눈에 들어온 건

그 때 우혁의 뒤에서 나타나는 한사람.....



"아...누구?"



분명히 어디서 본 듯한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묻는 내게 우혁이 

그 누군가의 어깨를 자기 품으로 당기며 

내게 재빨리 대답해준다.




"내 친구....피디선생...기억 안나?"


"피디...?"


"칠현이 데뷔무대 때...."


"아.....맞다...안녕하세요?"




그때야 칠현의 데뷔무대 때 만났던 

생글생글 귀여운 인상의 그가 떠올랐다.

그가 우혁의 눈길을 독차지 하고 있다는 건

그날 하루만 지켜봐도 알 수 있었다.



승호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우혁의 팔을

조심스레 뿌리치곤 우혁의 등을 집안으로 떠밀었다.



그 사이.....

재원은 어물쩡 거리는 그 두 사람이 답답했는지

자기가 먼저 쑥 들어와버리며 거실에 들어앉았다--;



"뭣들하는 거야..? 자...어서들 앉자고...."




승호의 얼굴이 떠오름과 동시에

데뷔무대 때 어쩔 줄 몰라하며 긴장해 떨던 

칠현의 손을 내가 꼭 잡아주던 기억이 나버렸다.




도망갈 수 없는 기억들......

3년동안 간직했었던 추억들에 1년이란 시간이 더해져 

그리워할 추억들은 늘어나버렸다.....



귓가에 들리는 칠현의 노랫소리........



?




아...음악이 켜져 있다는 걸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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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편 올리고 싶었는데 더 못쓰겠어요;;
이번 소설...조회수를 보며....
참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고마운 마음으로 한편 올립니다..
그리고 카페에 감상 남겨주신 분들...
혹시 제가 얼마나 힘을 얻는지 아시나요?♩
진짜 감사드려요^^*

늘 소설 속 준타를 아프게 해서 참...안타깝지만;;
사랑에 아픈 것이야말로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시간도 얼마 안걸린다니까요....
금방 쑥쑥 자라게 만들어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 마음을 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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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3) "내가 없을 때....."







지훈은 내 고집을 꺾어보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수첩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평소 지훈 답지 않게 제법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너는 이미 앨범홍보 되는 방법은 충분히 많아....

괜찮으니까 티비출연을 줄이자....."


"그냥 해요..."


"자질구레한 쇼프로까지 하면 피곤하지도 않냐?"


".......하고 싶어...하게 해줘...."


"건강도 생각해야지!!!"


"나 건강해...할거야...."


"거울이나 보고 말해라....해골귀신아...

세상에 매니져가 스케줄 줄여준다는데....

그런 말도 안되는 반응은 대체 뭐냐?"



해외진출이 코앞인데 해외로 돌아다니려면 

우선은 체력이 중요하다는 지훈......

하지만 난......내게 중요한 건.............



"나.........티비..많이 나와야해...."


"뭐?"


"내 모습...보여주고 싶어...."


"............."


"티비에서 켜면 자꾸 내가 나오겠지....

날 보고..조금이라도...그리워했으면 좋겠어......"


".............."



무언가 물어보려는 듯 입을 열던 지훈은 더이상 대꾸가 없었다.

가만히 날 바라보더니 스케줄이 가득 적혀있는 수첩을 

내 앞에 내버려둔 채 내 방에서 나갔다.


.

.

.

칠현의 씨디를 끄고 거실로 나오자

재원 우혁 승호 세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로 향했다.


다들 약간 어색한 미소로 자리에 앉아 캔맥주를 들이켰다......

몇마디의 말이 오가고 승호와도 말을 까기로 합의하고......

나는 우혁이 사온 초밥을 입에 넣었다.



"강타 앨범 즐겨들어?"



승호의 질문.....

놀란 나머지 초밥 먹다가 체할 뻔 했다.



"즐겨듣기만 하겠어?"


"?"



그에 이은 뾰룽퉁한 재원의 덧붙임.........

재원이가 어떻게 뭔가 아는 듯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미처 내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승호의 입에서는 

요즘의 칠현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왔다.




"강타...요새 팬클럽 몇배로 늘고 인기짱이잖아...

무슨 프로든 절대 안빼고 방송출연 잘해서....

피디들 작가들 다 그 친절함에 반했다니까..."


"그래요...?"


"살이 쪽 빠진 게 안쓰럽긴 하지만 멋져....

희준이 너 그냥 강타 매니져 계속 하지 그랬어...

요새 너무 바빠서 그런지 아픈가봐....안색도 안좋고 힘들어보이던데..."


"어디 아파?"


"매니져 그만뒀다고 연락도 안하고 지내?"


"어디 아픈데...어?"


"아니...뭐....자세히는 나도 몰라...."




승호는 살짝 날 살피더니 얼버무렸다.



가끔씩만 나는 티비를 켰다.

실은 열성팬처럼 칠현의 스케줄을 꿰고 있었다...

그 녀석이 많이 바쁘겠구나 하고 한숨도 쉬고 걱정도 했다......

아주 가끔 정말 못견딜 때 티비를 켜면....

그 아이가 티비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눈엔 아파보이지 않았는데.....


한숨을 내쉬는 내 귀로 재원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자아! 희준형 강타 걱정 그만하고......

우리 이쪽 사람들 얘기나 들어볼까?

희준형 혹시 눈치 못챘어?"


"뭘?"


"이 두사람....안모씨랑 장모씨...."


"?"



무슨 뜻인지 몰라서 둘을 번갈아보는데

우혁이 멋적게 웃으며 눈짓을 했다.



설마...........


재원의 말에 사색이된 승호와 달리 

우혁의 표정은 꽤 여유있었다.



"내가 얘 좋아하잖냐....."


"...야.......!"


"넌 나 아직 안받아줬지만 두고보자구....안승호..."


"자꾸 헛소리할래!!!!"



그렇지만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승호의 눈에도 우혁이 들어서 있다는 걸......

저들에게 남은 건.....

단 한가지........

서로에 대한 사랑을....인정하는 것.......



그게 쉽지 않을 거야........



"승호야...나 너 사랑하는 거 알지?"


"야아..장우혁 왜이래...징그럽게..."



아...아니지...우혁은...다 인정한 듯 하다--;

이제 승호만 남았겠구나......


칠현을 거부하고 있는 건......바로 나.......

그렇기에 우린...아마 끝까지 이뤄지기 힘들 거야.....



승호가 우혁을 밀어내며 내쪽으로 당겨앉으며 물었다.




"희준아..근데 그거 알어?"


"뭔데?"


"너 강타 전 매니져니까 알수도 있잖아....."


"뭘?"


"강타가 사랑한다는 사람....못들었어?

인터뷰에다가 대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느니

영원히 그 사람만 사랑한다느니...그래놨잖아...."


"...!!"


"그 년 잡아내라고 강타네 팬들 난리났다.....

인터뷰는 신문사에서 했는데 어쩌겠다는 건지

방송국에까지 전화하는 애들이 있다니까....

혹시 너는 몰라? 매니져 하는 내내 친하게 지냈잖아.."



우혁이 승호의 말에 덧붙였다.....



"기획사는 더 난리났어....전화는 차라리 뽑아놓는 게 낫다니까...

게다가 회사 앞에서 밤새는 애들 더 늘어나서 미치겠다...."



무슨 사고라도 나면 기획사만 난처하다며

우혁은 연신 몇몇 팬아이들에 대해 불평해댔다.

승호는 마치 정보통처럼 방송국에서의 얘기들을 늘어놓고....


아....

그러고보니 재원은 언제부턴지 말을 잃고 술만 들이켰다.



"재원아...왜 말이 없어...?"


"..........."


"술 그만 먹어....활동중이면서..."


"아휴...등신...내가 술 안먹게 생겼어?

희준형...더 병신짓 하면 평생 형대접 안해준다..."


"어?"


"........."



어쩐지 재원의 어두운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내 나는 그의 그런 표정을 머릿 속에서 애써 지워냈다.



다른 무엇보다도....

피곤하고 아파보인다는 칠현이 걱정되어서 

오가는 다른 얘기는 흘려듣고 있었다.


.

.

.


칠현이 고1때....

여름방학.....

모두들 더운 날씨에 어쩔 줄 모를 때

칠현이 녀석은 덜컥 감기에 걸려버렸다.


내 집에 들이닥쳐서는 내 침대이불을 

거실까지 끌고와서 온 몸에 돌돌 싸매고 

춥다고 앵앵거리는 칠현 때문에 나야말로 

어쩔 줄 모르고 걱정으로 사색이 되어 있었다.



"현아...어디가 어떻게 아픈거야!!?"


"웅..열도 나고...기침도 나고...머리도 아파요..."


"왜 자꾸 아파....한여름에..."


".........흐잉...형..나 아파요.."


"이렇게 약해서 어떡해...."


"추워추워추워..나 안아줘요...응?응?"



이불 밑으로 양팔만 쑥 내밀고 아기처럼 칭얼대는 녀석.....

막상 안아주자 날 향해있던 고개를 푹 수그리고 

도대체 내 얼굴을 마주하려 들지 않았다..입은 꾹 다물려 있고.......


억지로 칠현의 얼굴에 내 얼굴을 들이대자 오히려 녀석은 잽싸게 피하려 들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아예 파묻고 부빗댄다.



"현아...너 왜 그래...?"



도저히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녀석 때문에

결국은 내가 졌다....내가 먼저 물었다.

칠현이 잠시 조용하더니 입을 최대한 작게 움직여서 대답했다.



"감기 옮으면 어떻게 해요...."


"푸훗......."



감기 바이러스를 어디에도 보내지 않겠다는 듯 앙 다문 입술에 

난 갑자기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춰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결국 입을 열어줬던 현이 녀석...........

.

.

.


현아....내가 곁에 없을 때 아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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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면서도 끝나가는 느낌이 슬슬 들기 시작했답니다--;
그래도 30편은 넘길 것 같긴 한데....
여러분~다음편으로 날아가주셔요^^;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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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4) "빨리 가봐...."







오늘은 재원과 함께 쇼프로그램의 임시진행을 맡은 날.........



대기실문에 내 이름과 함께 

재원의 이름이 써있어 반가워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재원이 내 등을 찰싹 치며 물었다.




"야...너 다이어트 하냐?"


"아..재원아...안녕?"


"나야 안녕하시다만...너는 그 꼴이 뭐냐?"


"내 꼴이 어때서..."


"완전피골상접!....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 없는 줄 알았지 뭐냐...."


"풋.....바쁘게 일했더니 살이 자꾸 빠지네..."


"정신적인 스트레스만으로도 살은 빠져....."


"............"



정신적인 스트레스???



내가 의아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자 

재원이 금방 말을 돌렸다.




"흘려들어라....야...대본은?" 


"저기 테이블에.."


"아..내가 오늘 좀 늦었다...강타야...

너 준비 다됐으면 나 메이컵 할 동안 대본 좀 읽어줘..."


"그래..."



재원이 가방에서 향수를 꺼냈다.

언뜻 봐도 눈에 익숙한 푸른 병.......

희준.......그가 생각나려 했다........


나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고 

대본을 큰소리로 씩씩하게 읽어주었다.



"오늘 임시진행을 저희가 맡았습니다...

강타씨, 한마디로 시청률은 확실하죠? 

네..물론입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 때문에 온종일 지치신 여러분을 위해

시원함을 선사해드릴 저희들이 왔습니다....

재원씨! 음악선물과 함께 시작할까요?

네~그리고 잠시 후 오늘은 제주도를 찾아간 카메라!!!

이번 주에는 무엇을 포착해왔을지 기대해주세요....

그럼 우선 이재원씨!! 음악선물 부탁드릴까요?"




쩌렁쩌렁하게 읽어내려가는 나를 

재원이 나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


".............;;"


"오바는 왜 하냐?"


"..............//"



재원이 대본을 휙 빼앗아 가더니 

금방 프로다운 진지한 얼굴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뭔가 대본에 끄적거리기도 했다.


나는 그냥 지켜보고 있는데 재원이 갑자기 고갤 들었다.......



"강타야...."


"........어?"


"희준형이랑 연락 안하냐?"


"어......."



재원의 질문.....

누가 들어도 사실 별 것 아니게 들리겠지만....

내게는 희준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묘한 느낌.....



"어제 희준형네서 술먹었거든.....

니 소식 잘 모르길래....이상해서...."


"..............."



벌써....나란 아인 형 마음에서 사라진지 오래일까요?

난...난...무대에서.........

내가 노래하는 순간....내가 웃는 순간 우는 순간.........

그리고 내가 얘기하는 순간........

모두 형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넌 희준형 소식 안궁금해?"


"글쎄...."


"..........."


"아..근데 재원아..대본에 뭐 적은 거야? 나 봐도 돼?"




서둘러야 했다.........

눈이 뜨거워져서...........서둘러야만 했다..........

나는 나를 보는 재원의 눈빛이....무척 부담스러워졌다......


재원이 대사를 바꿀까 했는지 군데군데

끄적여놓은 대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건네주는 재원의 표정이 영 어두웠다.



.

.

.



"형!....지훈형?!"



오랜만에 스케줄이 하루 비어있었다. 

친구들을 보러 혼자 외출했다가 팬들의 성화에 

고생만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인기척이 없다.



지훈의 방을 들여다보니 역시 비어있다.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자고 있더니 

어둑어둑해졌으니 분명히 놀러나갔을 것이다....

매니져를 하기엔 너무 혼자 돌아다니는 지훈ㅠㅠ



내 방도 그리 깨끗하지 않은데

지훈의 방은 정말 폭탄 맞은 듯 했다.

무척 쾌쾌한;;;;냄새 때문에 지훈의 방 창문을 열려고 

마악 몇걸음 내딛는데 바닥에 널려진 옷가지 사이로 밟히는 종이....?!



아무 생각 없이 그 구겨진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



다시 걸음을 떼어 창문에 손을 대는 순간....

나는 동작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저 종이 위에 쓰여진 글씨.....

멀리서 읽을 수는 없지만 언뜻 보이는 필체는 분명 희준의 글씨였다....



".......!!!!!!!!!!!!!!!!"




무릎을 천천히 굽히고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집었다. 

구겨진 부분을 펴고.......읽어내려갔다........





초보매니져 지훈에게....라는 웃기는 타이틀 아래로.......

희준 특유의 깨끗한 필체로 쓰여진 말들..........



강타가 못 먹는 음식은.....................


강타가 잘 먹는 음식은........................



항상 수면이 부족하므로 

강타가 틀어달라고 하지 않는 한 

차에서 시끄러운 음악은 켜지 말아야함.......



강타는 밤참 먹는 게 버릇이라서 

저녁에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도록 

간식거리를 항상 사다놓아야함........



아침에 깨울 때는 잘 시간 최대한 더 주고

잘 못일어나도 짜증내지 말고 달래야함

짜증내면 하루종일 침울해있음..........



커피를 좋아하고....또 있으면 자꾸 마시게 되니 

몸에 좋지도 않은 커피는 끓여놓지 말고 

목관리를 위해 틈틈히 차를 끓여놓어야함..............



칫솔 치약은 항상 챙겨다녀야함.......

칫솔은 가장 부드러운 솔이어야하고 

치약은 화이트닝이 없는 순한 치약이어야함.........



강타는 수영 못하니까 수영게임이나 

물에서 하는 게임에 출연시키지 말 것........



무대 올라가기 전에 음식 먹지 않도록 하고

잘 체하니까 식사 때에도 찬음식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먹도록 할 것...

되도록이면 매점도시락은 먹지 않도록 할 것.....



자다가 깼을 때 깜깜하면 무서워함......

강타 방에 있는 스탠드 전구가 자주 나가니까 

자주 확인해서 갈아줄 것.......

.
.
.
.
.


종이를 읽어내려가다가....

언제부터인지 나는 울고 있었다.



나에 대해 이만큼 알고 있는 사람..........

24시간 내 모습을 항상 살피는 사람.......



아직도 날.......

사랑하는 건 아닐까....하는 기대......

이만큼 생각한다면 그게 사랑일 거라는 기대...........




보고 싶어........보고 싶어 죽겠어...........



형이....너무 보고 싶어요.......




희준의 필체가 가득한 종이를 한손에 꼭 들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 강타?...


"재원아!!!"


- 목소리가 왜그래? 무슨 일이야? 어?


"희준형....어디 있는지...말해줄래?"


- ..............


"그냥...오랜만에 좀 만나볼까해......"



재원에게서 대답이 없자 불안해진 나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제야...재원이 희준의 주소를 가르쳐주었다.



- 빨리 가봐....강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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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5) - "왜 얘기해주지 않나요...."







- 가봐.....


"..........."


- 희준형한테....어서 가봐라.....


".......재원아..."




재원의 목소리에서 느끼는 묘한 예감......




- 니 심장도 희준형에 의해서 움직여...그렇망?


"......!"


- 살고 싶으면 어서 가봐.....안그럼 니 심응 멈춘다...


"........"


- 희준형네...데려다줄께....지금 내가 니네陸萱막 갈테니까 나와...




재원이...내가 희준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어?!



놀라는 것도 잠시 희준을 만나러 간다는 떨림.....

설레임이라 하기엔 두렵고 

두려움이라 하기엔 설레는 이상한 떨림.....


무면허면서 재원이 우혁의 차를 몰고 왔다.

믿기 불안하지만 재원의 진지한 표정에 차에 올라탔다.


재원과 나를 향해 몇몇 여학생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사랑해요.....


사랑해요...라고.............




난 너희들이 부럽다......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칠 수 있는 너희들이 많이 부러워...........




그리고 오래지 않아 차가 멈추었다.




"여기야....."


"고마워...재원아...."



차에서 내린 순간 움찔했을 정도로 화려한 고급빌라....

그가 매니져를 그만뒀다지만 그의 능력을 의심할 것은 없었다.

처음부터...그는 매니져 말고도 할 일이 많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재원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


동그란 벨을 쳐다보며 망설이다가 

떨리는 마음으로 힘주어 누른다.



달칵....



하.....희준형...정말 여전해......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문 여는 거......

강도라도 들면 어쩌려고 그래요....

하긴..벨 누르는 강도는 별로 없겠지.....? 훗...




"저예요....들어가도 되는 거죠?"


"...........!!!!!!!!!!"



문을 열고 날 발견한 희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집으로 들어섰다.



들릴까 말까한 숨소리를 빼고는 오직 침묵만이 자리했다.



"어쩐 일이야..."


"그것밖에 할말이 없나요?"


"............."


"정말 그래요?"


"............."


"그동안 잘 있었는지...형 없이...괜찮았는지는 안물어봐요?"


"............"



꾹 눌러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솟구치는 눈물......


희준은 날 보고 있지 않았다.

돌아서 있었다....언제나처럼 등을 보인 채 서있었다.

언제부터일까.........

저 뒷모습만 죽어라고 바라본 것이......

그것마저 그리워한 내가......언제부터일까........



"강타야...."


"나 강타가 아니라 현이예요...."


"아니....넌 강타야....가수 강타.....

내가 티비채널을 돌리다 보게되는 강타...."


"............"


"이제는 너한테 나...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예요....

형한테는 내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나한테 형이 상관 없다는 소리는 함부로 하지 말아요...

나는.....24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까....."


"............."


"보고 싶어서 왔어요....."


"..............."


"사실은...바보처럼.....형이 어쩌면 

날 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왔어요....."


"..............."



정말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

숨이 턱턱 막혀올 정도로 울음이 차고 올라왔다.



"나...오늘은 이만 갈래요......

하지만...형......언제...술한잔 할래요?

간다는 사람....멋지게 한방에 그냥 보내주고 싶지만...

난....난 형이 원하면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


"내 마음이 그걸 도저히 못해요....자꾸 형을 잡아요....

보기만 해도 좋다고 바보처럼 매달려요....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좋아한다는 건 알아요....

그러니까.....가끔 얼굴은 볼 수 있게 해줘요....."


"............."


"힘이 필요할 때.....못보면 죽을 것 같을 때....그럴 때만...."



희준은 말이 없었다.

꼼짝도 하지 않는 그를 뒤에 두고 걸어나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형은 정말 매정해....

끝내 잡아주지 않는 구나.......

하지만....

내가 다가갈께요......

곁에 있을 수 있게.......

애써 볼께요......



큰길로 비틀비틀 걸어나와 택시를 잡았다.

집에 도착하고....

팬들에게 살짝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강타 왔냐? 어디갔었어?"



언제 들어왔는지 지훈이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나에게 신문을 쓱 내밀었다.


스포츠신문.......



!!!!!!!!!아름다운 디바 이소나....공개 프로포즈!!!!!!!!!!



"............!"


"상대가..누군지 봐....넌 몰랐냐?"


"..........."


"이소나 얘가 너 1집 때 너한테 

곡도 줬잖아...근데 몰랐어?"


"............."


"야...멋있다...요즘 여자들 멋있다니까..."


"..........."


"그치 않냐?"


"..........."




나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방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신문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손에 꼭 쥐고.....




!!!!!!!!!아름다운 디바 이소나....공개 프로포즈!!!!!!!!!!

"오래전부터 사랑해온 사람 밝혀"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한 톱여가수 이소나씨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며 이미 인기가수 강타씨의 
전매니져로 잘 알려진 문희준씨를 지목했다. 문씨는
현재 모 의류회사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화배우 이지호씨와 스캔들에 시달린 이씨는 
해명해달라는 요청에 의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따로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있다는 말로 운을 떼어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래전부터 사랑해온 사람이다'라고
밝힌 이씨는 '더이상의 스캔들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일 톱스타들의 사랑고백이 이어지고 있는 연예가에는.......




툭...........!




읽다만 신문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형은 결혼해야하잖아.....

그런다고 내가....지켜보지도 못하는 건 아니니까.....

안칠현....포기하지마.....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사실은....어떻게 해야하는지....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걸까...........



형이..가르쳐주지 않으니까......

난 너무 힘들어요.....



형을 보내고도 아프지 않을 방법을 난 몰라요.........

이 사랑을 멈추는 방법도 몰라요.........

형이 정말 원하는 게 무언지도 난 모르겠어요........

내 눈을 보는 그 슬픈 눈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아무것도 몰라요.........



왜 얘기해주지 않나요............




내가 궁금해하는 건 뭐든지 다 가르쳐주던 형이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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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준군이 또 밀어내냐고...칠현군이..
너무 불쌍하다고 외치시는 님들의 음성이;;ㅠ_ㅠ
현이 걱정 덜 하시구요...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쓰는 저도 착잡하고 초조해요;;ㅠ_ㅠ
연재 빨리 해서 칠현군 행복하게 해줘야하는데;;
현재 저의 완결목표는 30편~!
그보다 적을 수는 없을 것 같구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칠현군 괴롭히는 슈아 용서하시고
다음편도 읽어주세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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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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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6) - "왜 나여야만 했을까?"







"너...무슨 짓이야?"


"왜? 내가 뭘했는데? 정확하게 말해..문희준...."


"그럼 그 기사는 뭐야!!!!!!!!"


"내가...너보고...결혼하자고 그랬니?"



소나에게 고함을 지르던 나는 그녀의 울음에 말을 멈췄다.


소나...넌.....

한번도....내 앞에서 운 적이 없었어....



그런 그녀가 울고 있었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너라고....솔직하게 대답했을 뿐이야...."


"............."


"그랬을 뿐이라구!!!"


"............"


"그게...이렇게 당장 따지러 오지도 않던 

내 아파트까지 찾아올만큼...큰일이야?"



소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널....지금껏 바라봤어.....니가 안칠현이랑 연애질 할 때두....

헤어지고 엉망일 때두....다시 만났을 때두....그리고 지금두...."


"..........."


"그렇게 봐도...안돼? 널 사랑한다고..아무한테도 말 못하게 하니?"


"............"


"안칠현? 강타 때문에 이래? 지금와서 뭘 어떻게 되돌리고 싶은데?"


"............"



저렇게 많은 눈물이 숨어있었던 걸까?

소나는....서럽게 울고 있었다.

내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그렇게 울기만 했다...



미안해.....하지만....



내가...화가 나는 건......

칠현이가 상처받을까봐.....

그래....니 예상대로 그걸거야.....


하지만 또 한가지....

날 슬프도록 화나게 하는 건.......

그 녀석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야.....

너처럼...카메라 앞에 서서....날 사랑한다고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그 애가 그렇게 하는 걸 나도 원하지 않으니까.....



그게.....그까짓 게...

내가 도망쳐야 하는 이유라는 게......


너무 화가 나........



소나....너의 자리에.....그 애가 있을 수 없어서.......


화나는 거야............



안겨오는 소나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칠현이 사랑한다고 말하며 울어도...

해줄 수 없는 위로를.....해줄 수 없는 포옹을.....

소나에게 해주며.....

나도 울었다.




현아..........


왜.....난 너여야만 했을까?

그리고....넌.....

왜 나여야만 했을까?



.

.

.



"강타야..빨리 나와라...늦을라...."


"지훈형....나 저녁에 스케줄 비는 날이 언제야?"


"글쎄...어디보자.....내일....저녁스케줄 없어...

지난 주에 라디오 미리 녹음했잖아.."



아침에 접한 신문기사를 생각한다.

지금 희준을 보면.....괜히 질투만 하게 되겠지?

마음만 상하게 만들지도 몰라.........



"내일 말고....나중에 언제 비어?"


"주말에....한번......근데 왜?"


"친구 만나려구...."


"그래..주말에 만나라...."


.

.

.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푹 꺼진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가로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지만......

뿌옇게 흐린 날씨 때문에 기분은 더 엉망이 되고 만다.

높은 빌딩 아래로는 빽빽하게 늘어선 차들이 내려다보였다.


답답하다.....



이렇게 답답한 세상인데.....

네가 곁에 없다는 것도.......

괴로워...현아....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비서가 예의바른 인사와 함께 들어섰다.

나는 뒤돌아서서 그녀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


"실장님! 지금 곧 새 브랜드에 관한 회의가 있습니다. 올라가시죠..."


"알겠습니다...."


.

.

.



- 강타야..오늘 저녁에 시간 난다며....우리 집에서 한잔 할래?



재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놀랍지 않았지만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할지....

뭘 어떻게 정리해나갈지 막막한 기분이 앞섰다.


숨겨온 내 감정에 대해....

3자인 그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한숨을 내쉬고 재원의 숙소에 들어섰다.



"어서와...."


"응..."


"앉아...똥마려운 강아지같이 그러고 있지 말고..."


"재원아...."


"왜?"


"어떻게 알았니?"


"글쎄...어떻게...그렇게 됐네....눈치챈 거지....뭐...."


"........"



재원은 나를 앉히더니 소주잔을 건넸다.



"표정..보니까...희준형...잘 안됐구나?"


"희준형이랑...많이 친해? 많이 친하니, 재원아?"


"..........."


"희준형...너한테...많이 웃어주니? 

재원아...원아....이렇게 다정하게 불러?"


"..........."


"형은...화내.....내가...부르면...."


"............"


"내가 웃으면 인사해도 웃어주지 않고....

아무리 울면서 불러도....조금도 다가와주지 않구...."




도망치기만 해.....

내가 가까워지면 그보다 두배씩 멀어지는 것 같아.....

여태껏 매달리는 내가 부담스러운 걸까?




"어떻게 하면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렇게 졸랐는데...진심을 다 말했는데....

왜....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는 걸까?"


.

.

.



방송국 주차장........

우혁은 재원을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와서 

승호의 차에 기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승호가 나왔다.



"우혁이........?"


"나랑 데이트 좀 하자...."



영 기운없어 보이는 승호는 

들떠 보이는 우혁을 거절하지 못했다

우혁에게 차열쇠를 건네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어디 갈거냐는 질문도 없고.....

조용하던 승호는 우혁의 옆자리에서 잠들었다.





"승호야..내려..."


"...우...어디야...?...어?..너네집이잖아..."


"어쩔 수 없다...데이트계획...전면수정! 너 피곤하니까....."


"?"



아직 졸린 눈의 승호를 데리고 우혁은 집앞에 섰다.

현관이 열리자 널부러진 재원과 강타가 보였다.

우혁은 그들이 깨지 않게 승호와 방으로 향했다.

손목시계만 들여다보는 우혁을 쳐다보며 승호는 눈만 비볐다.



"뭐야...장우혁...."


"오랜만에 오붓하게 데이트 하려고 했더니...

강타를 집에서 만나다니..도움이 안돼....

멋지게 하는 건 다음에 시간 날 때로 미루자...승호야..."


"...........나 졸려.."


"12시!!!땡!!! 승호야!! 생일 축하해...."


"!!!!"


"내 연인으로...새로 태어난 걸 축하해...."


"생일인 거 어떻게 알았어?"


"대답해...말돌리지 말구...."



어색해...;;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당황하던 승호가

아무 말 없이 우혁의 가슴에 기대왔다.

그리고 얼굴이 숨겨지자 작게 고백했다.



"나도 우혁이..너...좋아해....앞으론 더 많이 좋아질 것 같아...."



우혁은 피식 웃으며 승호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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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다는 건 참 신기해요...
왜 하필 그 한사람인지...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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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7) - "나보다 아프면 안돼.."








회의 때 기획팀 대부분이 강타를 새 브랜드의 첫모델로 지목했다.

최근 강타는 다른 의류사와의 계약이 만료됐고

그 브랜드가 매출이 두배이상 뛰는 효과를 얻었다는 이유였다.

더이상은 스포츠브랜드를 원하지 않는 강타 측에 의해 

그 회사는 재계약에 실패했기 때문에 계약을 서둘러 따오자는 것이었다.



새 브랜드는 청바지가 주를 이루는 캐쥬얼 브랜드였다.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제품.....

자연스러운 색감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강타를 섭외하는 것을 모두가 당연시 하는 가운데 

회의는 끝났고 이제 내 결재만 남았다.



나는 싸인을 하고도 밤늦도록 사무실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카탈로그를 넘겨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현이가 입으면 참 예쁠 거야....


.

.

.


♪ 그래요 그대 마음 나에게 다가와 주길 바래요 
그대의 슬픈 눈빛 속에 내가 들어가길 바래요 
안되겠죠 내맘을 그렇게 쉽게 받아줄순 없겠죠 
하지만 그대 문을 열고 날 받아주길 바래요 
많은 날들을 그댈위해 포기할수 있어요 
소중한건 그대 하나 뿐인 걸 이해할수 있나요 
수많은 내 사람이 별되어 그대 곁에 지켜줄께요 
포근한 밤 그대와 함께 잠들고 싶은데 
부족한게 많지만 모든걸 그대에게 드릴테니 
내 사랑 부디 내 작은 꿈을 받아주길 바래요 
고마워요 내 맘을 받아준 그댈 위해 난 살께요 
그대 모습이 빛 바래져도 
그댈 사랑할께요 그댈 사랑할께요 그댈 사랑할께요 ♪




내가 틀어준 노래를 듣는 홍보팀장의 얼굴이 꽤 밝았다.

고개를 가끔 끄덕이는 폼이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내 생각에 이번 홍보컨셉에 최상으로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되는데...어때요?"


"좋은데요?"


"......."


"문실장님...이 곡으로 추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컨셉도 맞고....마지막 구절을 간단하게 

광고카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홍보팀장이 나가고 나는 씨디를 다시 틀었다.



내 평생 기억하고 싶은 달콤함이....

이 노래 속에 담겨있었다.....



.

.

.



"청바지?"


"강타 너한테 잔뜩 기대를 걸고 있어....

새 브랜드의 첫 이미지를 니가 결정하는 거니까...."



나는 2집 방송활동을 접고 전국 투어 콘서트이 

바로 코앞이어서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 사이 한 캐쥬얼 브랜드의 씨에프를 찍게 되었다.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내 걸음을 멈춰서게 한 건.....

음악소리였다.....



항상 희준을 생각하며 들었고....

들으면 희준이 생각나는 노래.....



그댈 사랑할께요.....



내 사랑의 맹세......



멍해진 내 자신을 향해 비소를 흘리고 

콘티를 훑어보며 메이컵을 받고 또 옷을 갈아입었다.



"강타씨! 책상에 걸터앉아서 고개는 약간 젖히고

노래를 따라서 흥얼거려보세요....."



사실은.....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동안에도...

희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를 떠올리며 울다 웃다.....그렇게 촬영은 계속 되었다.


.

.

.



"실장님! 여기까지 오셨어요?"



몇몇이 내게 다가와 인사했다.

나는 작게 고갯짓으로 대답하고

어두운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앉았다.



"촬영분량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많이 끝났어요...20시간이 다되어가서 

강타씨 스탭들도 모두 지쳤을 거예요...

실장님..계속 계실 거예요?"


"아뇨...그냥 잠시 들러본 것 뿐이예요....

저 신경쓰지 말고 일 하세요..."




밝은 조명을 받으며 칠현은 포즈를 잡았다.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아 난 찡그려야 했다.

칠현의 얼굴이 가까스로 보였다.



오래 지속되는 촬영 탓에 메이컵을 덧바르자

많이 답답한지 자꾸 칠현의 손은 얼굴로 올라갔다.

피곤한 듯 눈을 많이 깜빡였다.

렌즈가 말랐다고 지훈을 손짓해 부르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머리를 만져주는 코디와

무슨 농담을 하는지 밝게 웃기도 했다.



나는 스토커--;마냥 칠현을 훔쳐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혼자 상상해봤던 것보다....

훨씬 더 잘어울리고 예쁘다...현아.....



약간 붕붕 띄운 머리카락도 

막 자다 일어난 듯 귀여웠다.....


무척 잘 어울린다.




"강타 너 눈 빨개졌다...."


"피곤해지니까 눈이 금방금방 말라...."


"내가 찍을테니까 쉴래?"


"킥킥....형이 광고해서 이 회사 망하면?"


"뭐야? 내가...매니져로 썩고 있지만 인물은 좀 되잖냐?"


"인물 다 죽었네...."


"--"


"형, 방금 자다 나왔지?"


"어? 아냐!"


"그 침은 좀 닦고 속여라...."



지훈이 칠현 주위에 있는 걸 보며...

마치 내 자리를 빼앗긴 것 같은 질투마저 들었다.



놓아주고도 이렇게 맴돌아야 하는 내 맘은...


내 맘은.....

현이 네 맘보다 훨씬 더 아픈 것이었으면 좋겠다.....


나보다 아프면 안돼...현아....



너만은 나보다 아프면 안돼............


.

.

.



"졸려서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빨리 차몰아...."


"잠 안재우니까 사나워지는구나?"


"말할 기운도 없으니까 빨리 집에 가자...."


"나도 힘들어"


"형..아까 분장실에서 잔 거 다 알아...."


"안잤다니까?"


"아이씨.....형....제발 뻥 좀 치지마...."


"--;"


"그만!! 나 싸울 힘 없어!"



온 몸이 늘어진 기분이었다.

콘서트 준비만으로도 바쁘건만

거의 하루를 넘겨가며 촬영을 했다.



물먹은 솜처럼 차에 늘어졌다.



"나 눈붙일테니까 집에 도착하면 깨워줘....."


.

.

.



무거워서 떠지지 않던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이불을 밀어내고 침대에서 기어나와 

불끄고 나가려던 지훈에게 되물었다.



"희준형 있는..회사라구?"


"의류회사 기획실장이라더니....거기였나봐...

희준이가 너 모델로 쓰는 거 힘쓴 거 아니냐?"


"..........."




난...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이 노랜.....우연이겠지......?



"형...지훈이형..."


"왜..?"


"곡은..누가 정하지?"


"곡?"


"씨에프에서 쓰이는 곡 말이야...."


"회사에서 정하겠지..."


"회사에 누구?"


"글쎄...회사에서 일을 해봤어야 알지--;

아마 홍보...홍보팀아닐까?....근데 왜?"


"희준형은 아니겠지?"


"글쎄...기획실장이면...진짜 높은 자리라던데...

이런 세부사항까지...지시하겠냐..설마..?"



그래..아니겠지.....

역시...아닌 거야............



"어서 자라....내일 오후까지 자고....

밤에 컨디션 봐서 연습실 가자...."


"...어...형도 잘자...."



희준은 곡 선정과 아무 관련도 없었다고 결론짓고도...

난 한참을 아쉬워했다.....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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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뿐이라서 죄송해요...
대신 내일 한편 더 올릴께요...약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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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8) - "또 슬플지도 몰라요......"








비어있을 무대 쪽에서 어렴풋이 틀어진 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씩 섞여들리는 팬들의 외침에.....

심장이 쿵쿵대며 뛰기 시작했다.



"떨려?"


"이번 투어 첫공연이잖아....설렌다...."


"멋지게 잘해!!"



지훈의 격려를 받고.....

무대를 향해 깜깜한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타이틀곡을 정신없이 부르고 음악이 멈추자 

나는 무대 중앙에 우뚝 서서 얘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강타입니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한사람 한사람.....팬들은 날 향해서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얘기를...외쳐대고 있었다.....



한 곡...........두 곡..............세 곡...............

반복되던 연습으로 모든 곡들을 익숙하게 이어불렀다.

콘서트 중간에 영상이 나가는 동안 대기실에 들어왔다.

콘서트 뒷무대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몇 들어와있었지만 

나는 곧 다른 대기실로 그들을 따돌리고 다음 공연을 준비했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무대 뒤........



마지막 곡을 준비하며.....풀렸던 긴장이 시작됐다.



콘서트를 위해 준비한 신곡...........



제목도 아직 없는 그 곡을....

전주와 함께 즉석 나레이션을 시작했다.


능숙한 밴드는 멈칫하지도 않고 

날 위해 전주를 반복하며 기다려주었다.



"그 사람을 포기하는 일도 잘 되지 않고 

그 마음을 포기하는 일도 잘 되지 않네요...

잊은 줄 알고 건방떨고 있다가도....

내 눈 앞에....잠시만 그 사람이 스쳐도...심장은 내달리고...

아직도 내가 사랑하고 있구나....깨닫습니다...

그 사람을 포기하는 일도 결코 되지 않고

그 마음을 포기하는 일도 결코 되지 않네요...."




내가 말을 멈추었는데도.....

관중들은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숨을 죽였다.

신인 때 첫 콘서트 이후......이게 두번째 콘서트니까.....

내 우울한 콘서트에 적응해가는 걸일런지도?



한숨을 내쉬며....난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원한다면 해주고 싶지만....

그게 그렇게 되지를 않네요....

보고 싶고....닿고 싶고.....듣고 싶고.....

이렇게 많이 그리운데...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이 곁에 있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자 나는 방긋 웃어버렸다.



따라 우는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랑하고 계세요?.....저번처럼 말리고 싶지만....

저번에 사랑하지 말라고 한 말 취소할께요.....

그래도...사랑하세요....사랑한다면 그냥 사랑하세요....

억지 쓴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분.....즐거운 콘서트 기대하고 오신 거 아니죠?

다음 번에도..또 슬플지도 몰라요......

즐겁기만 한 공연은...전 평생 못할지도 몰라요....

그래도...제 노랠 들어주실래요.....?"




♪ 바라보기엔 너무 아파 

이만큼 가까워진 그대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내가 정말 죽을 것 같죠

모두 남기고 갔죠 

가지고 갔다 말하지 말아요

그대가 없을 뿐 

난 모든 게 그대로였는데

추억 모두 가져가요 나를 데려가요 

다시는 같은 아픔 겪지 않도록

사랑이 아니라면 내 오해라면 

더는 기대하게 하지 말아요 ♪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희준.....

오해하게 만든 적 없다고 말하지 말아요.....

나는....별 것 아닌 것에도 기대를 거는 바보니까......

형이 추억으로 기억하는 한가지 한가지에....

난 평생을 걸고 사랑하고 있으니까.....



아니 어쩌면 형은 잘못이 없을지도 몰라요.......

내 앞에 돌아온 건 형이 잘못한 걸까?

하지만...형을 떠올리며 울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하늘 아래라서 행복한 나니까....



어차피 나 혼자만의 감정이니까 

끝까지 모두 내가 혼자 지는 게 좋겠죠?

형은...날 돌아봐줄 생각 따윈 없을 테니까......


.

.

.



"강타씨 콘서트 협찬 비용 보고서입니다....."


"....공연은 시작했나?"


"오늘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주요도시를 돌고

마지막 공연은 다시 서울에서 할 예정입니다...."



나는 말없이 건네진 서류를 훑어보았다.

공연 스케줄과 함께 협찬 내역이 쓰여져 있었다.

찬찬히 살피던 나는 리스트에 몇가지를 더 적어넣으며 말했다.



"지방에서 묵을 호텔비도 충당해주도록 해요....."


"호텔비까지요?......아...네..알겠습니다...."


"콘서트 촬영은 하고 있습니까?"


"예...그런데 강타씨 측에서 이번 콘서트는...

DVD를 낼 생각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따로 촬영하지 않아도 될 걸 그랬나봐요...

어쨌든....오늘 첫공연은 씨에프 촬영으로 

허가 받았고.... 그래서 그냥 촬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연....복사본을 나한테 가져올 수 있겠어요?"


"네....그럼...내일 올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안되겠습니까?"


"그건.....시간이 늦을텐데요...."


"상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이번 공연 컷으로 만들 다음 씨에프는

내일 회의 후 보고하겠습니다...."


"수고해요....나가봐요...."



.

.

.



집에서 양주를 몇잔 들이키고 있던 늦은 시간....

공연 테입이 퀵서비스로 도착했다.

공연에는 차마 직접 가지 못하고....

이렇게 비겁하게 숨어서 또 지켜보는 구나....


내 자신이 초라하면서도.......

비디오를 켜는 내 마음은 들뜨고 있었다.



볼륨을 높이고....

마치 소녀팬처럼 티비에 눈을 고정했다.



촉촉한 눈으로 그의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홀로 무대에 서있는 그 모습이 왜 저렇게 쓸쓸해 보일까?

다가가서....안아주고 싶고....감싸주고 싶고.....

저 땀을 닦아주고 싶고......



마지막곡을 부를 때는 조명이 칠현에게 집중되었다.

몇번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던 그 녀석은.....

마이크를 쥐고 노래 대신 말을 시작했다.




- 그 사람을 포기하는 일도 결코 되지 않고

그 마음을 포기하는 일도 결코 되지 않네요....



- 그 사람이 곁에 있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있으니까.....



- 다음 번에도..슬플지도 몰라요......

그래도...제 노랠 들어주실래요.....?




울먹울먹......

그리고 작게 미소........


연신 반짝이는 눈빛에......가끔 끊어지는 그의 말소리.....



노래를 시작하며.....

칠현은 어딘가를 보며.....슬픈 표정을 지었다.



노랫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던 난........

노래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비디오를 꺼버리고....또 서럽게 울어버렸다.....




너무 괴로워서 끝내버리고 싶은 사랑.......

그런데 죽어도 잊혀지지 않아 미치겠는 사람........



나에게........

그게 너야...안칠현.......



왜 넌 나고.....

난 너일까.....



너와 마주친 인연이....난 원망스럽다.....




가슴이 찢어지는 행복을....배우게 한 운명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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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리면서 오늘도 올린다고 말씀드렸죠?^^
여기 가져왔습니다!
오래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다음편은 준타의 재회가 될 것이예요!^^;
완결을 향해~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감상으로 힘을 실어주신 분들도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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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29) - ""왜...품고 다녀요...?"







"이지훈씨 만나뵙기로 했는데요?"



사무실에 한사람이 찾아왔다. 

하지만 지훈은.........

내 마지막 공연장 측과의 조율 문제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지훈형...이요?"


"네....워낙 이번에 강타씨 파워가 작용해서....

회사에서 미리 계약 연장 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매니져분 만나뵈려고 하는데....

약속시간 늦으시네요?"


"아..죄송해요...잠시만 기다리세요...제가 연락해볼게요...."


"아녜요...잠깐 앉으세요...."



연신 친절한 미소의 그녀는 내게 명함을 건넸다.

나는 직원 대신 커피를 건네주고 자리에 앉았다.



"강타씨...어때요? 광고..모두들 맘에 들어하는데....

정작 강타씨 맘엔 드는지 모르겠네요?"


"네....저 개인적으로도 맘에 들어요....이번 씨에프...."


"노래도 너무 좋지 않아요? 

전 몰랐었던 노랜데...이번에 알았어요....

문실장님이..좋아하시는 노랜가봐요....

직접 홍보에 관여하셨거든요..."


"문실장이라면.....희준형이요?"


"네...문희준실장님이요...."


"............."


"실장님 꽤나 유명하시더라구요....

우리 실장님이 강타씨 매니져 하셨다면서요.."



혹시.....



"이 곡...희준형이 골랐어요?"


"네....홍보팀장님까지 직접 불러서 그랬다던데요?

가수 매니져를 해보셔서 그런지 센스가 있으시더라구요..."


".............."



뭐예요...정말.....

무슨 생각으로 이 노랠.........


잊지 않은 건가요....?


내가....불렀던 이 노래.....

형이...내게 키스해준 날...흘렀던 이 노래....


잊지 않았나요?



그렇다면...혹시........



그 때의 나도..

형이 사랑했던 나도.....

아직 기억하나요?




무슨 용기였는지..모르겠다...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희준의 집으로 향했다.



두드려도....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나란 걸 알면...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어쩌나....

겁이 나서 그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다.



달칵....문 열리는 소리에 

미친 듯 문을 두드리던 난 정신이 들었다.



"!!!!"



문이 열림과 동시에 풍기는 술냄새......

흐릿한 희준의 눈동자가 날 향하고 있었다.



"왜....왜......왜 온 거야......"


"........."



희준은 집으로 들어서려는 나를 세게 밀쳐냈다.



"나가....."


"...형"


"나가....."


".......보고 싶어서..왔어요..."


"......난 너 보고 싶지 않아!!!!!"


"못보면..죽을 것 같을 땐...오겠다고 했잖아요...."


".........."


"죽을 것 같아서 왔어요....."


"오늘은 아니야....다음에 와....."



희준의 팔을 잡았다.

놓을 수 없어...절대로 놓을 수 없어......

그의 등에 안겨버렸다.....

멈춰버린 희준의 몸........



"나...내치지 마요....오늘은 그러지 마요...."


".......오늘도...내칠 거야....나가..."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그 노래....그리고..나...

형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어...그렇죠?"


"........나가..."



점점 떨려오는 그의 목소리....

나는 희준의 가슴에 손을 엊었다.



"형은...날 기억해요....잊지 않았어....."


"잊었어....."


"형....가슴이 뛰고 있어요...."


"난...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이렇게 빠르게 뛰는 심장이....사랑이 아니라구요...?"


"아니야..."




내 계속되는 손길에 술마저 깬 듯

그는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날 밀어내는 손이 떨리고 있었고....

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감정이 어떻든.....

지금 이순간 그는 날 원해....



"사랑이 아니라도 좋아요....."



당황한 얼굴로 아무말도 못하던 희준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음을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차갑게 쏘아붙였다.



"당장 떨어져..."


"거부하지마요..."


"꺼져...."


"어쨌든 나 갖고 싶잖아요?"



찰싹!



희준은 순식간에 내 팔을 가슴에서 떼어내고 돌아섰다.

그리고 내 얼굴이 돌아감과 동시에 뺨이 불이 난 듯 아팠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더이상 뭐라 할말이 없었다...

그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와 

날 다시 한번 내리칠 것 같은 눈빛.....



휑한 공기를 빼고는 아무도 끼어들지 못하는 

그 짧은 순간을 치고 들어온 건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재원이었다.



"희준형!!무슨 짓이야!!!"


"........"



무슨 짓....?

저 사람이 날 때린 것 말이니?

그건...아무것도 아니야....재원아....

저 사람이...내 마음에 낸 상처에 비하면....

이깟 뺨 한대 따위는 아무것도...아무것도.....



나는 희준에게서 한걸음 물러났다.


잔뜩 화난 얼굴의 희준을 향한 항복의 뜻이기도 했고

정말 비참해진 내 자신을 위한 보호이기도 했다.



"나 이젠 형 하는 짓거리 도저히 못 봐주겠어...

강타...아니..안칠현...너 눈 똑바로 뜨고 봐..."



재원이 갑자기 희준의 자켓을 집어오더니

주머니에서 희준의 지갑을 꺼내 내게 던졌다.

희준은 당황한 빛을 띄고 벌떡 일어났지만 

재원은 지갑을 집으려는 그를 막았다.




이미 열린 채 바닥에 떨어진 지갑.......



그리고 그 지갑에 꽂힌 내 시선.......


투명한 비닐 속에 간직된 한장의 사진....




내 사진이었다....

그의 지갑에...구김도 없이 곱게 간직된 내 사진.....


사랑했던 때와 너무도 똑같이....그렇게 있었다.




"이 사진은...뭐예요?"


"..........."



다리가 떨려서 주울 수 없었다......

손이 떨려서....지갑을 주울 수 없었다........



"나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


"왜...품고 다녀요...?"


"........."



희준은 말이 없었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형...나를 봐요...나를 봐....."


"............"



희준은 오랜 망설임 끝에 고갤 들었다.

그리고 내 눈을 어렵게 마주쳤다.



슬퍼서....빠져버릴 것 같은 그 눈에....

나는 울먹이고 말았다.



"왜.....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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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여기서 짤라버리다니;;
인간성 한번 예술입니다--;그쵸?^^;
그러나! 대신 다음편도 데려왔어요^^
한편 더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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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30) - "내일 버려도 좋으니까..."








"왜.....형은.....눈으로...자꾸 사랑한다고 외쳐요....?"


".........."


"내가 바본 줄 알아요? 내가 장님이야?"


"........."



놀랍게도 울며 외치는 날 보는 

희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는...날....사랑해.......

여전히..날....사랑하고 있어....


이 눈빛은....착각이 아니었다......



"나...예전엔 안보였었는데.....지금은 다 보여요....

형..마음.....이젠 다 읽을 수 있단 말이야....."


"난...너 버렸었어......잊었니?"


"........."


"널 버렸다는 건....내가 널 다시 버릴 수도 있다는 걸 뜻해....."


"........."


"난 결국...널..또 버릴거야..."



이를 악물고 날 설득하려 드는 희준의 인내심에 

나는 기가 차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쯤되면 서있기 조차 힘든 날 꼭 안아줘야하잖아....

눈앞에 눈물이 가득해 더이상 그가 보이지 않았다.



"흑...날.....위해서였잖아...."


"아니...날 위해서야..."


"아니야....형은...날 위해서 그런 거야....."


"..........."


"나...이제는 알아...."


"아는 척 하지마..."



희준의 크게 떨리는 눈빛에 나는 오히려 용기를 얻고 있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그가 날 받아줄 거라는 희망......



"다시 버려도 되니까...다시 버려도 나는 또 기다릴 거니까....

밀어내지 마요...이만큼 기다렸으면...잠깐만이라도....

나 안아줄 수 있잖아요...사랑해줄 수 있잖아요..."



서있을 힘조차 없었다.

내 마음을 더 표현할 길도 알지 못했다.

더이상..그를 붙잡고 매달릴 수 없었다.

손내밀면...밀쳐내질 내가...너무...비참했다...


희준에게서 몇걸음이나 떨어진 채 주저앉은 나.....

눈물이 쉼없이 흘러나와서 그를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이를 악물고 있었다.



재원이 나가는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여전히 희준은 옷자락 부딪히는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정말 끝이예요....?

나 안잡아줄거예요....?

그의 침묵에 난 두려움이 밀려오는데....

갑자기 그의 그림자가 바닥만 향한 내 눈에 가까워졌다...



너무 울어서 눈도 잘 떠지지 않는데....

얼마나 흉해졌을까....

나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그런 내 머리에 닿는 그의 손길......

아....나 잡아줄거예요...?




"현아...."



그에게서 강타가 아닌 저 이름으로 불리우는 게 대체 얼마만일까....?

떨리우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현아...왜 나 때문에 아파해...응..?"


".......흑..."


"너..버린 사람...또 버릴 사람인데...왜 날 사랑해...응?"


"사랑해요...흑..."


"평생 너 안떠날 그런 사랑.....그렇게...많이....

행복해지는 사랑을 해야지.....왜..날 사랑해...."


"사랑해요..형....."



희준의 원망섞인 목소리.....

타이르듯....조용조용하게 묻는 그의 목소리에는...

놀라울 만큼....깊은 고통이 숨어 있다는 걸 그제야 난 느꼈다....



"현아....."


"나...내일 버려도 좋으니까...오늘은...그냥..."


"..........."


"오늘은..오늘만이라도 나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나 안아주고...입맞춰주고....다정하게 바라봐주고....

오늘만이라도....그렇게 해주면 안돼요?"


"..........."



여전히 내 머리를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고 있는 그에게

울먹이며 나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형...사랑해요...."


"............"



말없는 그만큼 나를 두렵게 하는 건 없었다.


혹시 내가 울고 있으니까 답답하고 짜증나나요?

그럼 아이가 조르듯이 귀엽게 말하면 들어줄래요?


서있던 그가....내 앞에 살짝 무릎굽혀 앉았다.

그리고 양 팔을 벌려 내 머리를 끌어당겼다.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고 아직도 울먹임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내 등을 매만져주고....




"현아......"



그의 잠긴 목소리가 내 귓가에 숨소리처럼 속삭여졌다.



"날 사랑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 말 하지마요..."


"나 때문에 아파하고...눈물 흘리는 게...."


"..........."


"형은...너무 마음 아파..."




금방이라도 흐느낄 듯한 그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축축해져서 이미 희미한 두 눈을

깜빡이며 그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

까만 눈동자가 날 살피며 바라본다.



돌아와주었군요....

내 옆으로 돌아와주었군요....

내게 눈맞추고 바라봐주는군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만 있던 나는....

힘없는 내 양팔을 들어 희준의 옷을 와락 붙들었다.



.

.

.


칠현은 이제 막 내려앉은 이슬처럼 너무도 순수했다.

목에 스치는 내 가벼운 키스에도 얼굴을 붉히고

허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에 바르르 떨었다.



내 스킨쉽에 멈칫거리면서도 

내 손을 꼭 쥐고 있는 사랑스러운 녀석......



너무 예뻐서.....

칠현의 얼굴에 내 얼굴을 들이댔다.

눈을 마주치고 또 마주치고.....

두 팔 안에 꼭 안아주고....또 안아주고....



칠현이 날 진지하게 바라본다.



"고마워요...지금 나 받아줘서..."


"........."


"형이 떠나고 싶을 땐 떠나도 좋아요..."



떠나도 좋다고...

오늘 하루 그 마음을 받아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말한다....

그런 슬픈 말을 하면서도

행복한 듯 반짝이는 칠현의 두 눈....

내가 많이 괴롭혀왔구나....

이런 널...너무 아프게 해왔구나....



장난스레 칠현의 목 주위를 멤돌던 입술을

그의 귓가로 가져갔다.



"안떠날께....."


"............."


"니가 떠날 때까지 안떠날께...."


"....형..."


"정말이야...현아...."


"..........."


"이젠 내가 먼저 떠나지 않아..."



작은 귀에 반복해서 소중히 입맞추며 약속했다.

내 입김에 움찔움찔하던 칠현이 

다시 내 손을 찾아 꼭 잡았다.



"그럼...나...죽을 때까지 형 옆에 있을 수 있겠네....?"



칠현은 고개를 옆으로 틀어 나를 마주했다. 

그리곤 입술을 내 입술로 가져왔다.



"사랑해요..."


"........."


"나 사랑하나요?"


"............"


"응? 나 사랑해요?"




입술을 맞대고 눈을 감은 칠현이 

내 대답을 앞두고 살며시 눈을 떴다.



"사랑해...현아....."


칠현은 행복하게 웃으며 눈물을 흘려냈다.


.

.

.


희준형......

내가...현아.....하는 형 목소리...얼마나 그리웠는지 알아요?

강타야..강타야...그럴 때마다 너무 슬펐는데.....



고마워요......


이 인연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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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한편 더 남았는데....30편이네요...
에잇..못맞췄다;;
한편 더 쓰면 숫자가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맘에 안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네요...
내일 마지막편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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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니져 (31) -완결- "유일한 힘...."











칠현과 희준을 쳐다보며 지훈은 

콧김을 뿜어대며 씩씩대고 있었다--;

짐을 싸다말고 두 사람을 째려보며 쏘아붙인다.



"둘 다 정말 어이없는 거 알지?"



어설픈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는 칠현..희준....



"한놈은 매니져 간다는데 서운하지도 않은지 

그저 좋다고 헤죽헤죽 웃고 있고 또 한놈은 

그 좋은 직장 놔두고 다시 비집고 들어와?..."


"지훈형...말은 바로하자.....솔직히 형은....

여자연예인 매니져 해보고 싶다고 노래했었잖아!!

이제 형도 소원성취 했잖아..."


"그래도 서운한 척은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



희준이 방에서 슬쩍 나가는 것도 모르고 

칠현과 지훈은 한참을 티격태격했다.


짐을 다 챙기고 나온 지훈은 

쇼파에 앉아 자신의 다이어리를 보고 있는 희준에게 달려갔다.



"왜 남의 다이어리를 그냥 만져!!!!"


"야!! 무슨 스케줄을 이렇게 많이 잡냐?"


"뭐야?"


"애 잡을 일 있냐? 이렇게 빡빡하면 대체 언제 쉬라고!!"


"그게 뭐가 많냐? 그리고....설령 많다고 쳐도....

스케줄 많이 잡아달라고 그런 게 누군데!!!"


"현이가 그런다고 이렇게 무식하게 잡냐?

매니져가 왜 있는 건데?"


"문희준! 정신 차리고 똑바로 생각해라....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 스케줄이면 적당한 거지 많은 거냐?"



이번엔 칠현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침튀겨가며 다투는 희준은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띵동~



벨소리.......



아랑곳하지 않는 희준과 지훈을 대신해서

칠현이 문을 열어야 했다.



음식냄새를 풍기며 손에 뭔가 가득 들고 우혁과 승호.....

그리고 무슨 스케줄을 하다 온건지 

폼나게 차려입고 썬글라스까지 쓴 멋쟁이 재원........



우혁과 승호는 들어오자마자....

집을 몹시 시끄럽게 하고 있는 

지훈과 희준을 멀찌감치 떼어놓았다.



재원은 칠현을 보고 살짝 눈짓을 하며 웃었다.



"재원아...그 날..."


"고맙다구?"


"응...."


"누구라도 내입장이었으면 그정도는 했을 거다....

도저히 답답해서 그 꼴 못보겠던데...뭐...."



가볍게 칠현의 이마를 톡톡 치며 재원은 웃기만 했다.




시끌벅적한 술자리...........



"우리 승호가 좀 도도하지....."


"뭐? 장우혁!!!!!!!!!"


"아이..예쁘단 얘기지!!"


"와하하.....니네 웃기고 있다...

승호가 어디가 예쁘냐? 우리 현이를 봐라!!"


"문희준 이 새끼가!"


"다들 시끄러.....!"





한창 술기운이 도는데.....

희준은 베란다에 나가는 재원을 따라나갔다.


재원은 희준을 돌아보더니 담배를 물며 희준의 가슴을 툭 쳤다.

앗...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찡그린 희준은 여유로운 재원을 놀라서 쳐다보았다.




"억...........!............뭐야?"


"어때? 심장 잘 돌아가?"


"그래...."


"덜떨어진놈...."


"뭐야? 이 새끼가 형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발끈하는 희준을 보며 재원은 피식 웃었다.



"냉정하게 평가하는 거야....내가 언제 말했었지?

병신짓하면 형대접 안해준다고....

이런 덜떨어진 놈이 형은 형이냐 무슨...

내가 안도와줬으면 평생 그 청승 다 떨 생각이었냐?"


"............"


"내가 그 심장주인이 강타라는 거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아?"


"............"


"언젠가..나랑 술먹던 날....형 취해서....울었던 거 기억나?"


"............"


"그 때 얼마나 밤새워서 안칠현안칠현...그랬는지 알아?"


"....그랬냐...?"


"우리 둘만 있을 때는....평생...형대접 못받을 줄 알아...."


"훗...."



재원이 들어가고 희준은 혼자 베란다에 남았다.

희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은 차가운데 마음은 이리도 무덥다.


.

.

.



처음부터 나는 뻔히 도착점이 같은 길을

머뭇거리고 넘어져가며 돌아오고 있었나보다.



그래.....

사랑은 돌려보려 한다고 돌려지는 게 아니니까........



못하는 게 없도록 만든다는 인간의 노력이란 걸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힘....

그게 바로 사랑이니까.........




유리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칠현이 고개를 내밀었다.




"형...들어와...바람 많이 불어서 춥잖아....."


"사랑해....."


"............."


"사랑해...현아...."


"............."


"알지?"


"................"



칠현은 환한 미소에 눈물을 담고 크게 끄덕였다.



내 마음 가운데에 늘 있어온 이 한마디 말에도 

저렇게 크게 미소짓는 널 보면서....

그 유일한 힘은.......

내 안에서 솟구친다.


.

.

.




수많은 내 사람이 별되어 그대 곁에 지켜줄께요 

포근한 밤 그대와 함께 잠들고 싶은데 

부족한게 많지만 모든걸 그대에게 드릴테니 

내 사랑 부디 내 작은 꿈을 받아주길 바래요 

고마워요 내 맘을 받아준 그댈 위해 난 살께요 

그대 모습이 빛 바래져도 

그댈 사랑할께요 그댈 사랑할께요 그댈 사랑할께요 ♪





지금까지 그랬듯이 형만 사랑할께........



.

.

.




나는 서랍에서 그것을 꺼냈다.


현.....炫............

표지에 현이라고 쓰여진 앨범.........


고등학교 때 현이의 모습들이 담긴......

이별하고 나서 현상했던 사진들.....

그래서 그 때 칠현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사진들.......



이제 저 시간들을......

그 행복들을 너에게 다 돌려주고 우린 새로 시작하는 거야......



앨범을 포장하고 있던 소포종이를 뜯고......

고운 포장지로 새로 앨범을 쌌다.



잠든 칠현의 품에 앨범을 안겨주었다.



이제부턴 내 꿈만 꾸렴.........



.

.

.



"정말....그 때가 더 예뻤어?"


"당연하지....고딩이랑 지금이랑 같냐?

그 땐 우리 현이...피부도 탱글탱글해서 훨씬 좋았는데...."


".........."


"삐쳤구나, 우리 현이?"


"형은 그 때도 피부가 까칠까칠했어!!"


"--;"


"형도 나름대로 젊었는데 왜 그렇게 피부는 상했었어?"


"야! 안칠현!"


"빨리 겉옷 입어!!!"


"아침부터 어디가는데?"


"피부관리실!!!!!"


"............"


"빨리 따라나와!"


".....야..무슨.."


"여기서 더 늙으면 어쩔라고 그래!!!나와!!"



===============================================

나의 매니져가 끝났습니다....
휑~~~~~~~~~~~~~--;
썰렁하게 끝났다구요? 제가 원래 엔딩에 약해요;;아시는 분은 아시자나여;;
이번에도 역시 길이에 비해 시간이 오래걸렸나 싶은데
부족한 소설 인내를 가지고 읽어주시고 지켜봐주신 
늘 말씀드리지만 한결같이 착하신^^;여러분들께 
슈아의 마음을 담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소설에서는 칠현군 마음고생이 덜하도록
최선의 노력(만?)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다음 소설은 연재시작 하자마자 중단했었던;;
"아기천사를 도와주세요"로 하려고 생각했는데...
써질지 잘 모르겠어요...그때도 안써져서 중단했던 거였기에...
우선은 조금만 쉴께요^^;워낙 인생이 정신없게 돌아가는 중이라서..
예고까지는 아직 못하겠구요...언젠가;;새 소설 가지고 찾아뵐께요^^;
소설을 쓰는 일은 저한테는 무척 즐거운 일이예요..
소설에나마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하는 걸지도...?!
그래서 그만두지 못하고 자꾸 쓰게 되는 것 같네요...
물론 읽어주시는 분들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소설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또 들어주는 분들이 계시고...
저에겐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여러분 모두 안녕하시고 행복하세요^^*
내가 영원히 예뻐할 다섯천사들도 모두 안녕하고 행복하기를^^*

이니스프리 분들....카페 식구들.....
그리고 더불어 감상방에서, 이멜로, 카페에서, 
감상까지 챙겨주신 모든 분들ㅠ_ㅠ
나의 매니져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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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shooa27@hanmail.net
http://cafe.daum.net/shooa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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