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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하나아-







"아쒸...뭐 저런 것들이 다있어?"



나는 술기운에 넘치는 힘과 배짱으로 

단단한 땅바닥 위에 발바닥이 아프도록 연신 쿵쿵대고 있었다.


희준은 나 몰래 딴 쪽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야! 생각을 해봐! 신입 주제에!! 선배님도 아니고 

어머~오빠~오빠~! 우엑! 저것들 아주 미친 거 아니냐?"


"귀엽잖아....그리고 술을 그렇게 먹여놨으니 제정신이었겠냐?"


"귀엽긴 개뿔이 겨워! 야! 아직 쌍꺼풀 붓기도 안빠졌더만 무슨!

이야...아까 희진인가 걔 봤지? 코랑 턱이랑 야...아주...사람 찌르겠더라!

걔는 얼굴이 집이냐? 다 새로 짓게? 아무튼 그것들 아주...으휴..."


"칠현아...진정해, 제발^^;"


"내가 시방 진정하게 생겼냐? 문희준 너도 참 그래....

니 얼굴 걔내한테 세내놨냐? 무대포로 뽀뽀공격 받으니까 좋든?"


"..........."


"문희준 병신 같다니까, 아무튼! 누가 너 구제할지 참 불쌍한 여자다!

인내심 평균치 이상이어야지 안그럼 답답해서 홧병나지.....암 그렇고 말고...."



이게 왜 그렇게 흥분할 일인지 난 나도 모르게 

희준에게........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희준은 빙긋이 웃으며 서있을 뿐.......

반박도 긍정도 하지 않는 초연한 모습--;


한참 틱틱대던 난 제풀에 못이겨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리 술을 먹었다지만 너무 덤비는 신입생들을 향한 

나름대로의 의사표현이었을 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화가 가라앉지 않는 것인지.......


무엇보다도.......

좀 동의해주면 어디 뭐가 나는지 

가만히 듣고만 있는 그가 너무 얄미워보였다.



"나쁜 자식...."


"어?"


"됐어..임마......--;;;"


"왜 나한테 그래!!!"


"이쒸...집에나 가자고.....! 

술먹고 이렇게 기분 더럽기도 처음이네..."


"너 오늘 너무 많이 마셨어......."


"별로 안먹었어.....! 말도 잘 하잖아...내 주량 알면서.."


"우기기는....."


"..........--;;;"



앞장서는 희준을 난 약간 비틀거리며 따랐다.

머리가 띵하니....너무 어지러울 뿐이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날 살피지 않으며 가는 것 같지만

실은 일부러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앞서고 있는 그의 배려.....



"문희준!"


"?"



멈춰서주는 희준에게 난 비틀비틀 다가갔다.

한 손을 희준의 어깨에 의존하며 한마디 툭 던져보았다.


취한 김에 무슨 소리를 못할라고..........



"아..너 말이야...."


"............"


"나랑 그렇게 할 얘기가 없는 거냐?"


"...어......?...."


"문희준 이새끼...진짜 날이 갈수록 찬바람 쌩쌩부네..."


"대체 뭐가 불만안데..?......."


"괜히 내가 니 얼굴을 10년째 보고 있는 줄 아냐?

고민 있으면 재깍재깍 보고를 해야지 혼자 꿍~하고...."


"............"


"나쁜 시키....실망이다..실.망."



부쩍 어두운 그의 얼굴을.......

얼마나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대답없이 날 한팔로 잡아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어깨에 기댄 난 못다한 말을 늘어놓았다.



"술취했다고 무시하지마! 내가 니 속을 모를 줄 알고?"


"!!"


"무슨 일이냐고...대체.....!"


"그만해....."



낮은 희준의 대답에 난 결국 뚝 하고 잔소리를 그쳤다.


.

.

.


밥상 앞에 앉아서 희준이 내어놓은 해장국을 후루룩거리며

이제 맑은 정신으로 친구가 상담해준다는데......

내가 캐물으면 그가 결국 대답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녀석 고집은 여간이 아니었다.



"더 이상 안묻는다.....진짜....나도 존심이 있지......

입 굳은 애 데리고 무슨 지랄을 했나 싶다고...."


"잘 생각 했네......."


"그래도 상관할 건 상관해야지....."


"또 뭐야..안칠현....."


"너 요새 다이어트 하냐? 너 만나면 해골 바가지 보는 것 같고

호러스러워서 내가 요새 깜짝깜짝 놀라니까 

머리털도 빠지고 그런다...엉?...

부탁이니까 밥 좀 쳐먹고 살 좀 붙어라...

그렇게 살빠지면 너 무슨 미스코리아라도 나갈래?"


"............."



역시.....또 이렇게 되고 만다.


혼자 설쳐대는 나..........

그 모습을 지켜 보다가 피식 웃어버리는 희준..........



이런 상황 만큼 날 희준 앞에 자신없게 만드는 일이 없다.



아무리 봐도 이 이상의 사이는 불가능해..........

하는 판단을 스스로 내리게 되곤 했다.



*	*	*	*	*	*	*	*	*	*



"무슨 일로 나한테 밥을 다 사냐? 부탁있지?"


"............."



밥을 먹기 시작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유나 때문에

체할 것 같아서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물어보기로 마음 먹은 거였다.

유나의 안색을 보니 꽤 긴장한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희준이가...무슨 얘기 안해?"


"희준이?"


"실은...나....희준이한테..."



그에 대한 이야기가 꺼내어지자 

밥먹기를 멈춘 내가 고개를 들자 

입이 마르는지 입술을 깨무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말하기가 그렇게도 힘이 드는가 보다.



"희준이....뭐?....너 희준이 좋아하냐?"


"........으응......."



내가 방금 그녀에게 한 질문이.......

누군가 내게 한 질문이었다면.....................?



아.....

이런 쓸떼없는 생각은 지우자........



"고백이라도....했냐?"


"............."


"아...그랬구나..."



끄덕거리는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가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를 보는 듯 싶기도 했다.



"휴우...."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러고보니........최근 몇 년........

희준과 여자 얘기를 나눠본 일이 별로 없다 싶었다.

불과 몇 년 전인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내 여자친구가 예쁘네 네 여자친구 영 아니네.......하며 

별 영양가 없는 싸움으로 투닥거리기까지 했었는데

언젠가부터......뚝 하고 끊긴 여자얘기.........



대학에 들어와 오티 때 만난 유나는.....

누구나 한번쯤 호감이 가게 생긴 외모에.......

조용조용 하면서도 누구보다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아이였다.

희준이 우혁이 승호 재원이 유나 서영이.........그리고 나........

이렇게 일곱명은 오티 이후로 졸업반인 이제까지 붙어다니고 있었다.


나와..서영이를 포함해서.......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사항이긴 하지만

그녀와 나는 곧 100일이 되어가는 커플이다.



"도와줄 수 있잖아......"


"응?"


"넌....희준이랑..제일 친하잖아......"


"............."



친한 게 어떻게 도움을 주는 데에 유리한가 싶어

픽.........웃음을 흘릴 뻔 했다.



"뭘 어떻게 도와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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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아기천사는 다음 번에 연재를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기천사 기다려주신 분들께는 죄송하구요.
슬럼프나 그런 거라기보다는 부실한 설정으로 
앞으로 어떻게 쓸까 고민이 많았던 소설=이고
철없는 천사 같은 느낌으로 쓰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되서 미룬 것이기도 합니다.
잡았던 줄거리를 수정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우선 연재를 중단하게 된거랍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아예 설을 안올리는 건 아니구요
새로운 설을 우선 연재할겁니다
설 제목은 "strawberry (딸기)"입니다..
열심히 쓸께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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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배경이지만 따뜻한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이건 항상 저의 *바*램*이지요..ㅜ_ㅜ)
슈아 설 특징인 청승은 어디 가겠습니까만은;;
거의 안칠현군 시각입니다...
가끔 어떤 장면에 안칠현군이 아예 없을 때만 
그건 다른 캐릭터 시각이구요^^

땡스투......^^*
컴퓨터 하드 날려먹었구요ㅜ_ㅜ
덕분에 잠수가 길어졌습니다.
제 완결설 퍼가주신 분들...
혀냐님...루야님...콤바인우혁님...
감상주시고 독촉주신 런트님
제 딴설 찾아 멜 주신 혀니는내꼬님
완결묶음에 철없는천사30편이 빠진 줄 몰랐던 
저에게 깨달음을 주신 혀니타야님^^;
한편한편을 다 챙겨서 봐주신다는 게
얼마나 저에게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그리고 항상 카페지켜주는 현이지기
오랜독자 재아님, 또....Bowwow님, 
희준강타님 한이현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딸기..열심히 쓸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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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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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두우울-






어쩐지 기운이 없었다.


딱딱 거리는 소리가 나는 부엌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부엌으로 가는 길목에 가려진 얇은 커튼 틈으로 

그가 움직이고 있는 부엌 안을 들여다보았다.


뭐가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손에 들린 감자를 들여다보는 게.......


쿡쿡.........

앞치마를 입은 그는 참 귀엽다........

같이 자취를 하게 되었을 때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이.....

그의 별의별 모습을 다 볼 수 있었다는 것....


나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유나의 이야기로 잔뜩 바쁘게 돌아가던 머릿 속이

조금 나아지고 식혀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결국 한쪽 벽에 기대섰다.

한쪽에서 요란하게 끓고 있는 찌개 탓인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희준이었다.


그렇게 바라보던 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먼저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에게

혼잣말 처럼 작게 웅얼거렸다.



"그것 때문이었구나......?"


"홧!!!"


갑작스런 목소리에 놀랐나보다.

희준은 재주껏 썰고 있던 감자를 떨어뜨리며 

뒤돌아보더니 나란 걸 확인하고 숨을 내쉰다.



"니가 무슨 귀신이냐? 놀라게시리..왜 그렇게 나타나.....?"


"그것 때문에 그렇게 걱정스런 표정이었구나....."


"엉? 뭐가....?"


"너 요새 시무룩한거....그것 때문이었구나....."


"무슨 소리야? 어?"


"그거.......니가 우울한 이유...."


"무슨 얘기냐니까!!!!!!!!"



그것....이라고만 반복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급해진 희준이 마구 재촉해왔다.


뭐 큰 거 들킨 마냥 저렇게 반색을 하는 건지........



"유나 때문이잖아!!!!!!"


"?"


"유나가 고백했다면서...!! 내가 헛거 들었냐? 어?"



어휴........


상황이 우습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큰소리로 날 재촉하는 희준.....

또 대뜸 그를 향해 언성을 높인 나.......



그다지 설명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희준은 감자를 주워서 물에 씻으며 물었다.



"유나 만났구나...."


"그것 때문에 요새 어두워져 있었던 거야....?"


"아니야...."


"유나가 고백했는데...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거짓말이지...."


".........."


"어디서 사기를 치려구....?"



의외로 침착한 그의 모습 때문에 

나는 무슨 얘길 해야할지 막막해졌다.



그를 잡아끌자 희준은 말없이 날 따라왔다.


방으로 데려와 앉혀놓았다.



"유나....힘든가봐....넌 아무렇지도 않아? 아니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지만....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어두워져 있을 정도는 아니야...."


"그럼 대체 문제가 뭐야...너 요새 기운 하나도 없잖아....."


"걱정했어?"


"그럼 안하리?.......무슨 일인지..말 못해줘?"


"걱정하지마.....별 일 없어......."



빙그레 웃으며 내 어깨를 감싸주는 그의 속을 

나로서는 대체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딴 얘기로 금방 새버릴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내입으론.......

유나 만나라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	*	*	*	*	*	*	*	*	*



짱~짱~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축하한다! 안칠현! 진서영! 100일! 축하!"



그녀와 만난지.......벌써 100일이나 됐다니......

줄곧 친구라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던 서영이지만

몇달전 그녀의 고백을....거절할 수 없어

얼떨결에 사귀고 있긴 했다.


더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했을 걸.......

하는 후회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냥......그랬다.........



내 안에 사랑이 있으나 없으나...그냥....그게 알맞았다.



무엇보다...그녀는 내게 너무 잘했으니까.......



러브샷.......

술잔 옆으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웃어주었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적어도 나는 권태기였다.

어쩜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을까?

아니면...차라리 난.......

처음부터 권태기였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 몰랐다.


그녀도 그렇다고 우기고 싶지만.....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키스 한번 찌인~하게 하는 게 어떠냐?"



난 말없이 술을 들이키는데 재원이 한마디 하자......

다른 아이들도 박수를 치며 난리를 쳤다.

그녀가 날 힐끔 쳐다본다.



그녀의 시선을 피해 난 희준을 힐끔거렸다.


그는 나처럼 말없이 술을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 시선을 느꼈는지 

다른 아이들을 따라 피식 웃어주기도 하고........


내가 무반응이지 어색해지려는 분위기 탓에

결국 생각 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누구 좋은 구경 시키자고 여기서 키스냐? 좋은 데 다 놔두고...."



*	*	*	*	*	*	*	*	*	*



아이들은 나와 서영이만 거리에 세워둔 채 모두 사라졌다.

당장 집에 들어가면 아쉽지 않겠냐며

자기네들은 2차 갈테니 둘이 좋은 시간 되라면서........



희준 또한 내 어깨를 툭 쳐주며 사라져간다.



우뚝 선 채 어디가자 말이 없는 내게 

서영이 기다리다 못해 물어왔다.



"칠현아..무슨 생각해...?"


"어?...아..집에 가야지...."


"지금 바로 집에 가게?"


"미안해...오늘 내가 좀 피곤하다...."


"아니..나도 좀 피곤해....들어가서 쉬어야지....."



금방 동의해주며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녀........


도망 가는 거라고 해야 가까운 답일 테지만

나는 그래도 그녀와 이만 헤어질 수 있는 게 다행스러웠다.

마주 하고 있어도......할 얘기가 없었다.

오히려 어색함만 더했으니까........

차라리 친구일 때가 나았지....


물론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내 생각들이란 다 그녀의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사랑하고 안하고의 차이란 이토록 크기만 한 것을.........




나와 가장 가까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과 내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같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서영아....100일....축하......."


"너도...칠현아......"



사랑한다는 말은 할 생각이 안들었다.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는 의무감 때문이라도

종종 해주던 말인데......요새는 그 재미도 시들하다.


진심이 아닌 말은 

가끔은 너무 쉽게 튀어나오고......

가끔은 절대 입을 찢어봐도 입 밖에 낼 수 없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서로를 향해.......

어색한 100일 축하 멘트나 날려대던 우리 둘은 

어서 들어가 쉬자~ 하는 합의를 보고 방향을 틀었다.



*	*	*	*	*	*	*	*	*	*



희준은 2차를 갔을 테니 

집이 비었겠구나 싶어 열쇠로 열고 조용히 들어왔는데

웬일인지 욕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종종 걸음으로 그 쪽에 다가가서 노크하려는 순간.....!


갑자기 열린 문........

그리고 팬티바람으로 눈 앞에 나타난 희준.......



그 놀란 두 눈이 나와 마주치는 순간........

어쩐지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



촉촉하게 젖은 그의 눈가는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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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세에엣-






"칠현아...너 뭐해?"


"희준아?...하하..그게..들어왔는데 여기 불이 켜져 있어서...그래서..."


"어? 근데 벌써 왔어? 서영이랑은....?"


"피곤해서 그냥 헤어졌지......"


"아..그래?"



바로 코 앞에 있는 그......

그의 긴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내 어깨로 뚝뚝 하고 떨어질 때마다......

움찔 움찔 놀라고 있는 나였다.


희준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야...나 추워...옷입어야돼...."


"아..그..그렇겠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욕실 입구를 막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비켜주자 그는 재빠르게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눈을 심하게 비비기라도 한 걸까?

세수하다가 비눗물이라도 잘못 들어갔나?


그의 붉은 두 눈이 다시금 마음에 걸렸다.

.

.


.


샤워를 마치고 나와보니.......

내 방 침대에 희준이 

채 마르지 않은 머리를 매만지며 앉아 있었다.



내가 그의 곁에 가서 털썩 주저앉자마자 

희준은 내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사양해보지만......



"피곤하다며...."


"..........."


"너 피곤하면 어깨 아프잖아....."


"............."


"근데 그렇게도 많이 피곤했냐? 100일 된 여자친구랑 더 못있을 만큼?"


"그래......"



그랬어.....많이 피곤했어.........


서영이랑...더 마주하고 있을 생각이 가실 정도로...

피곤했어....임마.....


이렇게 집에 와서.......

널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됐을 정도라구........



정말 피곤하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아마 그게 뻥만은 아니었나보다.


난 곧 시야가 흐릿해지며 잠 속에 빠져 들었다.


따스한 봄날......풀밭에 누워 잠든 것 같은 포근함......



*	*	*	*	*	*	*	*	*	*




"좋으시겠다....너희 부모님......"



헛소리 같은 내 말에 희준이

무슨 얘기냐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벌써 아침부터 책상에 앉아있으니.......

경영 아예 물려받고나면 죽음으로 잘 하겠네....."


"그렇지......가뜩이나 똑똑한데.....

공부까지 하면 난 대체 얼마나 똑똑해 지는 거냐?"



문희준이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엉뚱한 농담을 건네는 건

내게 있어서는 너무도 즐거운 신호였다.


그의 서재를 나서는 나를

희준은 자연스레 내 방까지 따라왔다.

부시시한 채로 컴퓨터 앞에 앉는 나에게 그가 물어왔다.



"너는 일 어때?"


"어떻긴.....아직 실력이 딸리지......."


"그래도 실력 좋다고 특채로 들어간 회사잖아....

말이 인턴사원이지 월급도 엄청 쎄던데?"



그의 칭찬엔 난 무척 약해진다.

금방 내 자랑에 나서고 만다.



"이번에 아마 내 캐릭터 하나가 출시될 것 같아......"


"저번에 그 눈만 땡그런 캐릭터?"


"눈만 땡그래? 그게 눈 코 입 다 얼마나 공들인 건데!!!!"


"하하...알아..알아...근데 눈밖에 안보이더라..뭐...--;"


"--;;;"


"나같이 귀엽지 않냐?"


"미친 새끼.....낮술 자셨냐?"



이렇듯 문희준은 나에게......

가릴 것 가릴 말도 없는 친구..........



그래.........




컴퓨터 화면에 내가 다시 손보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곧 아까 그 소릴 또 뱉어낸다.



"날 모델로 그렸구나?"


"얼어죽을--; 너 자꾸 왜 그래!! 

미쳤냐? 니가 어디 이렇게 귀엽냐?"



난 그에게 핀잔을 주기는 하지만.........



그래......

분명히.....난 희준을 그렸을 것이다.

어쩐지 캐릭터만 그리기 시작하면 그를 그리고 있다.

아마 그가 보기에도 너무 자신을 닮았다고 느껴지겠지?

그의 얼굴에 가볍게 진 그늘을 제외하고는

내 캐릭터와 그의 모습을 참 많이 겹쳐졌다.



동그란 눈........

약간 긴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 틈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웃음..........



"나랑 진짜 비슷하다니까!!!"


"니가 내 캐릭터를 닮아가나보지!! 난 너 안그렸어!!"



나는 그에게 박박 우겼다.

입술을 삐죽대는 모습을 보니

나의 그 우김이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다.



벌떡 일어나.........

내 방을 나서는 그를 잡았다.


뒤돌아선 그의 얼굴엔 

항상 그대로인 그 기분 좋은 미소가 있었다.



"아유...문희준......"


"아유...안칠현......."


"그래! 너 그렸다! 됐냐?"


"진작에 인정할 것이지....내가 얼마나 

귀엽고 깜찍했으면 날 캐릭터로 그렸냐..그래.....?"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 순간이다.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 대며 뿌듯해하는 모습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리만치 귀여웠다--;


그렇지만 내 고집도 상상을 초월한다........



"야..그래도 내 캐릭터가 너보다 훨씬 잘생겼다..임마....."


"아..이자식...눈 삐었네.....! 어떻게 이 캐릭터가 나보다 잘생기냐?

사람도 나보다 잘생기기 힘든데......어떻게 캐릭터 주제에...엉?"


"문희준~너 오바다~"


"오바는 무슨 오바!!"



또 어이없는 투닥거림이 시작되지만.....

이쯤되면 난 정말 큰 행복 안에 있다.




"야! 추..출..근............................!!!!!!!!"


"으악! 나도 늦었잖아!! 안칠현 너 때문이야!!!"


"그걸 말이라고 해!! 니가 내 캐릭터로 시비 걸었잖아!!"


"그게 무슨 시비야!!! 내가 아닌 걸 기다고 그랬냐?"


"아띠! 진짜 늦었어! 넌 늦어도 안짤리지만 난 신입이라고!!"


"그러게 왜 우겨...우기길!!!!"



끝까지 서로에게 한마디를 안지며......



말라 비틀어진 토스트를 내버려두고.......

우리 둘은 집을 뛰쳐나왔다.

.

.

.



회사에 데려다준 희준에게......

난 빙긋이 웃으며 약속했다.



"희준아! 고마워!!"


"고맙긴..빨리 들어가봐...."


"우리...음....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우리끼리 먹자!!"


"그래...."


"오늘 저녁에 늦지마! 집에서 보자..!"


"아냐...내가 여기로 데리러 올께......전화해..."


"그래....그럼........"



같이 저녁 먹자는 약속을 서로 다지며.....

우린 어느새 다정한 대화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차에 손을 흔들던 나는 문득 놀라 시계를 본다.



"으아아........."



타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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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의 첫감상...멀뚱멀뚱님 감사하구요^^*
재아님...포..폭탄이라고 하셨나요?ㅠ_ㅠ 제 능력 밖이잖아요..그거--;
안개님 오랜만에 방가써여^^* 월요일이..수능100일전이라니..
아..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모든 에쵸티팬 고3 홧팅!^^;

근데 왜 저는 설 연재만 시작하면 꼭 딴 소설 찾아 읽곤 하죠?ㅜ_ㅜ
잠수 타는 동안에는 설 안보다가 설 연재만 시작하면...;;
이번 역시...바쁜데도 잠 줄여가며 소설 읽고 있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어요--; 딸기도 별로 못써놨는데--;
오늘 두편을 올리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반~~~~~~성~~~~~;;
그러고보니 최근...카페에 답글 다는 걸 게을리했는데...
이제는 안그럴께요..용서해주세요..^-^*
반성할 것도 많네^^;그러게 진작 착하게 살지^^;
제 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위에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바쁘지만
게으름 피우지 않고 꼬박꼬박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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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네에엣-







"안칠현씨!"


"네?"


"프레즌테이션 준비는 잘 되어가요....?"


"네...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내가 잔뜩 칭찬해놔서 윗분들 모두 기대하고 있으니까

내 체면 봐서라도 잘 부탁해요....알겠죠? 이번 일만 되면....

칠현씨 바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눈치니까....."



서글서글한 눈매의 팀장의 말에 난

고마움을 표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컴퓨터로 다시 돌아앉았다.

모니터를 켜고 일을 막 시작하려는데.....

문자가 왔다고 핸드폰이 조그맣게 울렸다.



- 아침 못먹어서 어케... 꼭 머 머거 알찌?  쭈니^@^




"풋....."



그는.....어쩔 땐 한없이 무뚝뚝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한없이 귀여웠다.



답문을 보냈다.



- 쭈니도 아침 못먹어서 어케? 너두 머 머거! 혀니^@^



수신되었습니다......라는 말이 사라졌는데도

나는 한참을 핸드폰 액정에 눈을 고정한 채

바보 같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

.


마우스를 클릭하는 내 손은.......

캐릭터의 입꼬리를 더 올리고 있었다.



더 환하게 웃는 그..........



모니터 속 그는 더할 수 없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	*	*	*	*	*	*	*	*	*



퇴근 후 같이 마트에 갔다. 

그와 나는 생선 코너 앞에서 이 생선 저 생선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거 색이 별로 안좋은 거 같은데?"


"야...이거..싱싱해보이지 않냐?"


"그건 너 닮아서 좀 거무죽죽하다...."


"이게!!!진짜!!! 쳇...이 놈은 너 닮아서 희멀겋다!"




"뭐 찾으세요?"


두꺼운 앞치마를 맨 인심 좋게 생긴 아저씨가

고무장갑 낀 손으로 생선들을 가리켰다.



이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희준과 나는

쳐다보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생선을 이 놈 저 놈 이라고 지칭하며 

거무죽죽하다...희멀겋다....이러며 티격태격 했을 것이었다.

.

.

.


"아...요새 물가 진짜 비싸졌다....."


"이게 뭐가 비싸...."


"그래...재벌집 아드님 눈에 뭔들 비싸보이겠냐...."


"...........;;"



내 딴엔 희준이 카드를 긁은 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는데....



집에 다다랐다.

짐을 나눠들고 엘레베이터로 걸어가는데



"현아! 희준아!"



고개를 돌리자 반갑게 손을 흔드는 서영의 뒤로 유나도 보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뭐야? 장 본 거야? 어떻하지?"


서영이 자기 손에 들린 비닐을 들어보이며 웃었다.



"우리...남자 둘 밥해먹이러 왔는데....?"



내가 말이 없자 그런 날 힐끔 쳐다본 희준이 

서영과 유나 앞에 나섰다.



"잘왔어...아! 서영아 고맙다!.........

유나야...잘 있었니?"


"..........."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엘레베이터 버튼을 내리눌렀다.

서영이 내 곁에 와서 서는 게 느껴졌고

나는 의무적으로 그녀가 든 짐을 빼앗아 들었다.



"울 엄마가 예비 사위 밥 좀 해주고 오라시더라구.....

엄마가 나보다 더하다니까....."


"나 요리 잘 하는 거 알잖아....왜 무거운 거 들고 와...."


"그래두...해주고 싶으니까 그렇지....."



서영이는 나의 걱정어린 말투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빙긋이 웃는 미소가......참 예쁘다.

나도 살짝 웃어주었다.


그다지 말이 없는 희준과 유나......



나는 어쨌든 중재자 역할을 담당해야만 했다.



"밥한다고 고생할 것 없어졌네~ 잘 부탁한다~!"



난........희준과 유나를 보고 말하지 않았다.

따스하게 날 바라보는 서영을 바라보는 편이 나았다.



*	*	*	*	*	*	*	*	*	*



내 친구 중 제일 유연한 놈이다......

댄싱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우혁은 

연습실에서 하루를 다 써버리기 일쑤였다.

승호와 재원도 그와 춤연습을 낙으로 삼았다.


서영이나 유나......

희준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세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현이.....니네도 밥 먹으러 와라....서영이랑 유나도 와있어...."



제발 좀 와달라구.........

난 이 분위기 못견디겠으니까......



.

.

.



"하아하아....오늘은 연습 그만 하자...숨차......"


"숨차긴....뭐가 숨차!!!!"


"케켁....니 몸엔 무슨 산소통 같은 거 있냐?"



승호의 한마디로 세 사람은 딩굴딩굴 난리가 났다.



"우리도 밥먹으러 가자...응?"



"안승호 너 그렇게 눈치가 없냐?"


"우혁이 말이 맞아...넷이서 딱 커플끼리 노시겠다 그거지......"



우혁과 재원의 핀잔에도 승호는 여전히 삐죽댔다.



"칠현이랑 서영이는 그럴지 모르지만 희준이 속은 안그럴걸....?"



"무슨 얘기야?"


"혹시 유나가..고백...했냐?"



"그래......"



재원과 우혁의 얼굴이 쌰악 굳어갔다.


.

.

.



"이건 우리 엄마가 싸주신 거야.....

저번에 싸왔더니 잘 먹길래 그 얘기 했지...

그랬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우리집 부엌이 

아주 난리 법석이었다니까...튀김냄새 때문에...어휴"


"맛있겠다.....감사하다고 말씀드려..."


"감사하긴....누구 사윈데.....? 푸훗.."



날 보는 서영의 미소는 퍽이나 행복해 보였다.

보기에도 달콤해보이는 양념통닭이 서영의 손으로 

접시에 가득 담겨지는 걸 보자니

희준이 녀석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 뿐........


그는.......

아마 수능 보다가도.....또는 회사 회의 중에도 

닭먹으러 튀어나올 수 있을 만큼......

양념통닭에 환장한 녀석이었다;;



"가서 앉아 있어....나랑 유나가 오늘은 책임지고 상차려준다!"


"고마워........."



그녀는 눈치를 보는 것 같을 때가 많다.

내가 웃는지 우는지 미소짓는지 찡그리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보일 때면 자신도 따라웃곤 했다.


그런 조심스러움이 부담이 될 때도 있었지만

곧 나는 적응한 것처럼 그녀를 

최대한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내가 애들한테도 전화했는데...음식 충분할까?"


"걱정마......"



이미 다 눈치챘는지 그녀는 찡긋해보인다.

그런 그녀를 두고 나는 부엌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희준이 창을 연 채 담배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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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다서엇-








그의 쓸쓸한 표정과 담배 연기 

뒤로 펼쳐진 야경은 그야말로 영화처럼 

멋지게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폼난다고 칭찬해주려다가 그만 뒀다.

야단을 해도 부족할 일에 칭찬을 하면 안되지.......



"그 놈의 담배 안피울 수 없어?"


"넌 담배가 쉽게 끊어지든?"


"어쨌든 나야 끊긴 끊었잖아....!"


"그래....근데 나는 그렇게 독한 놈이 못돼...."



글쎄........

독한 놈이라........

그의 말대로 그는 독한 구석은 없어 보였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는 은근히 마음 약한 모습이 전부였다.



창 밖을 내다보는 희준의 모습은......참 어두웠다.


종종 장난치다가 나와 이마를 맞대고 

눈을 맞대고 코를 맞대고 가만히 쳐다볼 때면.....

그의 얼굴엔 미소와 동시에 어두운 그늘을 지곤 했다.

왜 그럴까 항상 궁금해했더랬다.




지금은 뭘까?

난 어렴풋이 유나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다.

부엌에서 가끔 고개를 빼꼼 내미는 그녀도

담배 연기를 보는지 별을 보는지 알 수 없는 그처럼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녀의 얼굴엔 약간의 기대가 담겨 있다는 것 쯤......?



"그만 피워...."


"야...! 이리내!"


"담배 피우지마...."


"니가 내 마누라냐?"


"마누라만 상관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써있냐?

마누라 없는 놈이니까 친구가 거둬야지..."


"............"



나는 그의 담배를 빼앗아 버리고

담배 연기가 사라질 즈음 창문을 닫았다.




요새 신부수업이라도 받는 건지.......

서영의 요리솜씨는 눈에 띄게 늘어있었다.

대학 시절 엠티 가서 찌개 하나 어찌어찌 

만들어 오던 것과는 비교되지 않게 맛있어진 요리...


찌개 뿐만 아니라....

무슨 잔치집 같이 부침개까지 부쳐오는.... 

바쁘게 날라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새색시였다.



"맛이 괜찮아...먹어봐...."



부엌이 더운지 둘 다 얼굴이 붉어진 모습이 더워보였다.

나는 일어나서 창문을 다시 열었다.

그걸 본 서영이 빙그레 웃었다.



"고마워......"



희준을 배제한다면....

지금 내 모습은 분명히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해야만 했을 것이고 

어쩌면 자동적으로 그렇게 됐을 것이었다.



여전히 말수가 없는 유나......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나는 자꾸 당황했다.



유나를 향해 응원의 눈짓을 보내주기에


희준이는 24시간 내 옆에 붙여놔야 

안심이 될 것 같은 녀석이었다.


.

.

.


학생 치고는 고급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유나지만

오늘은 차를 수리하느라 카센타에 맡긴 탓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서영의 설명이 이어졌다.


집이 가까운 서영이야 항상 내가 직접 걸어서 데려다주곤 했고

서영도 그게 데이트로 느껴지는지 좋아했지만

유나를 데려다 주는 것은 나나 희준에게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희준이...........



"현아...너는 서영이 데려다줘라....내가 유나 데려다줄께...."


"!!!"



그래...라고 대답하면 될 텐데.......그게 안됐다.

어쨌든 날 잡아끄는 서영을 따라야 했다.

두 사람을 향한 서영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공주님 잘 모셔라.....문희준!"




무슨 대화를 하며 서영을 데려다줬는지 모르겠다.

뭐라뭐라 떠들다가 손 흔들어주고 뒤돌아서 터벅터벅......

혼자 주머니에 손 넣고 걸으려니까

비로소 밤바람이 차게 느껴지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주위를 살피게 된다.



역시 생각 하는 데에는 혼자인 것이 제일 적당하다.


나는 깊이 생각을 시작했다.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희준을 아끼다못해 집착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나는

그와 유나가 잘 되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는 자신을

설득해야할 필요를 분명히 깨달은 것이었다.



희준이란 단어에 대해서는 

그다지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침착하지도 못하고

그에 대한 무엇인가를 생각하려고 하면 

직진을 못하고 좌회 우회를 거듭하곤 하니........



"현아....."



내 생각은 쉽게 이어질 수 없을 것 같다.

또 끊기고 말게 되었으니......



차를 주차하고 달려온 희준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어깨동무를 해보였다.


왜 갑자기 울컥 하는 화가 올라왔는지 

나는 그를 뿌리치고 말았다.

놀라는 그가 느껴졌고 난 그제야 

내가 다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유나 잘 데려다줬어?...."


"...아....어....."


"독한 놈이 못된다더니.......받아주기로 한 거야?"


"..........."



설마.....정말로........?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어......."


".........."


"좋은 쪽으로....."


"............"



희준은 버릇같이 내게 설명하려 들곤 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노력으로도 안되는 것이고

무슨 수를 써도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는 그에게

벌컥 화가 치밀었다.



충고는 그렇게 잘 하더니........

정작 자기는 무슨 꼴......?



"문희준!!!"



말해버리고 싶었다.

진짜....웃기는 놈이라고 하고 싶었다.



"잘 생각하고 결정해....나중에 상처주지 말고....."



내가 말해놓고도 뜻이 모호했다.



대체 누굴 상처주지 말라는 건지......



유나는...인물 좋고 집안 좋고 학벌 좋고.......

분명 착하고 매력있는 여자였다.

이 정도면 희준을 애지중지 하는 부모라도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 법 한데

내 마음은 기울 줄 몰랐다.


무의식 중에 자꾸 유나를 부족한 여자로 깎아내리는 것이었다.

.

.

.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시절.......

서로 신부감을 골라주기로 한 그 약속을 

희준은 잊었는지 몰라도 나는 기억했다.


서로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봐주기로 한 약속도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제일 크게 박수쳐주기로 한 약속도

혹시 축복받지 못할 결혼이라고 해도..........

서로만은 편들어주기로 한 약속도 기억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부모님 뜻에 거슬리더라도 

꼭 사랑하는 '그녀'와 결혼 하겠다는 것도.......

어렸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귀여운 약속이었다.

그렇게 우린 서로의 믿음직한 오른팔이었다.

오늘날 퍽이나 자라버린 모습에서도

난 항상 어릴 적 그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의 반을 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반쪽까지 알기에는

우리가 서로 다른 인격체라는 걸 이젠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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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님^^* 멀뚱멀뚱님^^*
현이지기^^* 야무친모님^^*
푸른눈꽃님^^* 정말 땡큐스럽구요^^;
열심히 써올릴께요..
두편 만들어질때마다 올리는데
되도록 자주 나오겠습니다ㅠ_ㅠ
아무리 시간 쪼개 쓰지만 
차분하게 쓰려고 노력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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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여서엇-






다음 날은 유난히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었다.

푹 잤는데도 개운하지가 않았고

어제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속이 아팠다.


속이 아픈 건지 아니면 다른 속이 아픈 건지........



"퓨휴우....."



한숨이 절로 나오는 어느 아침이었다.



"벌써 열시?"


내가 늦잠을 자긴 했지만 

집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오늘따라 허전했다.


앗..그러고보니 오늘은 휴일.......

그런데 희준인 어딜 간거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조용한 거실............

어디 갔지?


방마다 문을 재끼고 다녔다.

마치 자식 잃어버린 부모마냥 뛰고 있는 가슴을 억누르고.....

희준의 핸드폰이 방에서 그냥 뒹구는 걸 보고 

걱정이 더해진 나는 찾은 방 또 찾고.....또 찾고........


찰칵........!



"야! 문희준!! 너 아침부터 어딜 쏘다녀?!!"


"과일 파는 트럭이 지나가길래...."


"?"



그는 손을 들어보였다.

까만 봉지가 두 손에 가득 들려있었다.

화내던 것도 잊고 궁금증이 앞선다.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설마 그게 다...따...아..."


"딸기!^^"



그는 딸기를 좋아했다.

따뜻한 계절.......딸기가 제철을 만나면..........

그는 정말 딸기를 양손에 가득 들고 집에 오기 일쑤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서운 인상(?)에 손에 들린 비닐나부랭이(?)는

잘 매치되지 않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제철이 아닌 한겨울에도......

맛도 별로 없고 무지 비싸기만한 딸기를 자주 사들고 왔다.

그때마다 

재벌집 자식은 달라도 다르군!

돈 좀 아껴라!

등등........구박했지만........

나도 그와 나란히 앉아 딸기를 먹어대곤 했다.



"재벌집 자식 친구로 둔 것도 행운이지 뭐.....

누가 한겨울에 딸기로 끼니를 때워보겠냐...."


결국은 칭찬 비슷한 말로 내 구박은 끝맺곤 했다.



아무튼 희준은 아직 부시시한 내 머리를 

손으로 헝클더니 딸기 씻어온다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

.

.


맛있는 딸기를 먹어치우던 나는 문득 그에게 물었다.



"너...트럭 온 거.....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다가 알았지?"


"아냐! 소리 들었어...!"


"칫...놀라기는....."


".........--;;"



놀라며 부정하는 그를 보니 

아무래도 내 추측이 옳았던 것 같다.


아침부터 담배 태우는 그를 어떻게 하면 말릴까....?

담배 끊고 새사람된 나를 좀 보라고 하면 효과가 없을까?--;



고등학교 때 내가 처음 담배를 피웠을 때....

그는 각종 공익광고를 녹화해다주고 

웬 여배우가 환하게 웃으며 손짓하고 있는 

길가에 있는 금연 포스터를 떼어다 내 방에 붙여주며 

날 뜯어말릴 정도였다.

딴 건 몰라도 담배는 중독성이 어쩌고.....하며

잔소리를 해댔었더랬다.


그런데 언젠가부턴 그는 나와 맞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헌데 지금은 담배를 끊은 나와는 달리

골초가 된 녀석을 보자니 미안하기도 했다.



"담배...피우지마......."


"............"


"나 때문에 시작했잖아......."


"..........."


"..........."



몇 초나 될 법한 시간 동안 

그와 나 사이에는 시선만 오갔다.


문득 그가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현아! 우리 어제 못먹은 매운탕 해먹자......"



핑...하고 눈물이 돌았다.

가끔 이상하게 그의 말이........

찾으라고 한다면 아무 뜻도 찾을 수 없는 말이......

그런 아무것도 아닌 소리가 감동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그의 미소 짓는 얼굴이 너무 눈물 겨울 때가 있었다.




"음~역시 내가 만든 게 더 맛있다!"


"잘난 척은......"



희준에게 핀잔을 주지만

정말 그는 부잣집 도령 치곤 너무 요리를 잘했다.

요리 잘하는 신부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맛있지?"


"...그냥 그래...."


"맛있으면서....."


"푸훕...그래....맛있다!"



무척 자신이 있었나보다.

그는 그냥 그렇다는 내 혹평에도 지지 않고

꿋꿋하게 음식 맛을 자랑했다.



대낮에 뜨거운 매운탕을 마주 앉아 먹으며

연인과 나가 놀아야 할 맑은 휴일을 집에서 몽땅 까먹었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저녁 때 서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해?"


"그냥 있어....넌?"


"오늘 뭐했어?"


"그냥 집에 있었어...."


"휴일인데 나한테 전화도 안하고 집에서 가만히 있었다구?"



그녀는 분명 하루 종일 기다렸겠지........?

이 시간이 되도록 내게 전화가 없자

아마 분통이 터져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꽤 화가 난 것 같았지만 많이 참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곁에서 내가 통화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희준이

핸드폰에서 새어나오는 서영의 목소리에 날 쳐다보았다.

그녀를 향한 내 무뚝뚝함을 말리기라도 하듯 눈짓한다.



"미안해....서영아...."


".........."


"내가 좀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싶었어...."


"..........."



잠시 입을 꾹 다물고 대꾸도 없던 그녀는

조용 조용 몇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서영의 목소리 때문인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희준은 전화를 끊자마자 미안한 표정이었다.



"서영이 화났지?"


"아니..화는 무슨....."


"그러게...만나지 그랬어.....이런 날 

여자친구를 혼자 둔 건 정말 잘못이다...."


"야...여기 내 친구 무늬준이가 집구석에 짱박혀있는데

내가 나가서 놀고 싶어 지기도 하겠다? 응?"


"나 때문에 그랬어?....."



어떻게 이런 날 그를 혼자 놔두고 

나가 놀겠냐는 내 마음을 얘기한 것 뿐이었는데

희준은 내 말에 한결 더.........몹시도 미안해하고 있었다.



"됐다 됐어! 내가 왜 문희준 때문에 못나가냐?

그냥 나가기 귀찮아서 그랬어....나 요새 잠 많아진 거 알잖아...."


"..............."


"정말이야....내가 설마 너 때문에 여자친구를 안만났겠냐?"


".............."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난 분명 희준이 있어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면......아무리 휴일이라고 해도.....

희준이 집에 있으면 밖으로 나가기 보다는 

서영이를 집으로 부르곤 했으니까........



"서영이 만나고 와라...지금이라도......"


"나 피곤하다고 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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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일고옵-






"이번엔 니가 먼저 사과해...."


"사과라니.....?"


"서영이..."


"야..서영이가 이런 거 가지고 삐지는 애 아닌 거 알잖아..."


"서영이가 너 봐준 거지....그거 몰라서 그래?"



희준이 서영이를 불렀다는 걸 알고

나는 펄펄 날뛰는 중이었다.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런다고 

사과해야 한다는 죄책감 같은 건 눈꼽만치도 없었다.



"대체 왜 이래? 내 일이야! 알아서 할께! 왜 걔를 불러? 이 밤중에...."



무엇보다.....희준이 그렇게 안절부절 하는 걸 이해하기 힘들었다.

만약 그녀가 내게 쌓인 게 많아서 화를 내더라도......

혹시 우리가 무진장 싸우더라도........

희준이 중재 역할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벨소리가 마침 울리지 않았다면

나는 밀려오는 짜증에 소리라도 빽 지르고 말았을 것이었다.



"문희준 니가 알아서 해...내가 부른 거 아니야..서영이..."


"안칠현.......!!"



저렇게 부탁하는 눈빛은......

내가 거절하기는 무척 힘든 것이었다.


누가 보면 니가 서영일 좋아하는 줄 알겠군.....


결국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희준의 얼굴이 밝아지더니 현관문을 열러 간다.

서영이 집에 들어서는 것 까지는 괜찮았다.


그녀가 들어서자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희준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서영도 살짝 웃는 게 기분이 나아보였다.



그런데.........



"야! 문희준! 어딜가!!"


"애들이 잠깐 보자고 그래서....."



내가 쫓아가 잡기라도 할 것 같이 

급히 뛰어나가는 희준에게 서영도 놀란 얼굴이었다.


"야!!"


서영이 타고 올라온 엘레베이터를 타고 사라져 버린 그.......

그녀가 문을 닫는 것을 보며 한숨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밤이라서 추운데.....저 녀석....

왜 저렇게 얇게 입고 나가는 거야.......

감기 걸리기만 해봐.......간호 안해줘.......


걱정이 되서 자꾸 현관문으로 시선이 갔다.



"현아..."


"응?"


"아까...내가 화내서 미안했어....."


"아니...내 잘못이지 뭐........"



그가 원했던 내 대사는 이런 것일까?

내 어깨에 고개를 묻는 그녀를 토닥여주며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한손으로 눌러댔다.



*	*	*	*	*	*	*	*	*	*



"야...얼어죽을라고 환장했냐?"



우혁은 희준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승호와 재원까지 셋이서 술먹고 있었던 걸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를 하더니만은 금방 튀어나오는 녀석.......

게다가 면바지에 티 하나 달랑 걸치고 밤바람을 견디고 있는 모습.....



재원은 소주잔을 탁 내려놓더니 희준을 가리키며 웃었다.


"이 새끼 혼자 젊어 혼자! 야! 좋겠다! 혼자 나이 안먹고 팔팔해서..."


"술이나 쏴라....."



희준의 말에...제일 말짱해보이는 승호가 희준을 째리더니

포장마차를 제일 먼저 나섰다.


"으휴...저걸.....야! 다들 자리 옮기자...여기서 계속 

먹다가는 희준이 술기운 올라오기 전에 먼저 얼어죽겠다"


약간 얼굴이 붉어진 재원이 앞장서고

우혁은 계산을 하고 승호는 희준에게 자기 겉옷을 툭 던져준다.



"입어...우선....난 안추워 임마......"


"고맙다......."


"문희준...술을 요새 너무 안먹는다 했다....오늘은 내가 쏜다..."


.

.

.


희준 덕에 나머지 셋은 취한 술이 다 깰 지경이었다.

무슨 노랜지 알 수 없지만 끊임없이 중얼중얼.......

마치 시조를 읊는 것 같기만 했다.

주변 테이블에서 몇몇 사람이 희준을 쳐다보았다.


주량이 제일 센 승호는 멀쩡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진짜.....주접이다...문희준......

내가 저 딴 쪽팔리는 친구를 뒀다니......"


얼굴이 벌개진 셋을 보자니 

승호는 오늘 저들을 거둬야할 자신이 불쌍해졌다.



"이씨......"


짜증스런 몸짓으로 허리춤을 뒤적뒤적.....

핸드폰을 꺼내든다.


전화가 걸리자마자 소리를 빽!!!!!


"야! 안칠현! 니가 문희준 데꾸 가! 내가 나머지 거둘테니까..!"


- 뭐?


"니네 집 사는 애잖아! 니가 책임지라니까!"


- 어디야?


*	*	*	*	*	*	*	*	*	*



서영을 데려다주려는데........

희준의 차키가 내 자켓 주머니에 있었다.

아마 드라이브라도 하라는 뜻이었던 모양이었다.


이녀석 정말......

차도 안가지고 가다니...........



서영을 집에 데려다준 후에 희준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었고 

나머지 세 녀석들도 통 전화를 받지 않아 

이 녀석들 어디 단체로 취해서 찌그러져 있구나 했는데

승호의 전화는 차라리 마음이 놓였다.


많이 취했는지 책임지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승호.......


술을 내가 먹였냐!! 

왜 화를 내고 그래!!



어쨌든 희준일 버리고라도 갈 기세길래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춥게 입고 나갔었으니까......희준의 옷을 챙기고........

.

.

.


테이블에 엎어진 꼴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승호를 탓했다.



"왜 술먹는데 얘를 불러내?!!"


"부르긴 누가 불렀다고 그래!!!"


"...그럼..아냐?"


"우리 술먹고 있는데 지가 먼저 전화했어!!"


"............."



일부러 자리를 피해준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술을 마시고 있을 줄이야........



"아..암튼 진짜...엽기야...문희준......니가 집에 잘 데리고 가서 

아침에 팅팅 부어서 일어나는 문희준한테 

꿀물을 먹이든 해장국을 끓이든 알아서 해...."


"............"


"아...이것들 왜 오늘 세트로 오바하냐?

과음은 잘 안하는 놈들인데 오늘은 전멸이네...."



당근 같이 붉게 변한 재원과 우혁을 

양쪽에 낀 승호는 씩씩거리며 술집을 나섰다.


테이블에 곱게 자빠져있는(?) 희준........


나는 축 늘어진 그를 일으켜 붙잡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아아아~~~~"


"왜애애애......."



술냄새가 조금 불쾌하긴 했지만 

드물디 드문 술주정이니 받아주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보이자 내 이름만 몇 번 부르더니 

그의 풀린 눈은 자꾸 감기는 모양이었다.



"안이쁜 자식아....잠이나 퍼 자....."


"............쿨...쿨......"



집을 향해 운전하는 내내.......

그의 몸은 내게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술만 들어가면 아이가 되어버리는 그는.......

아직 어린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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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올려서 죄송합니다^^*
열심히 올리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힘드네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노력할께요;;
지루하고 느려보이지만 의외로 매편마다 
제가 원래 한급함해서 꽤 빠른 진행은 있답니다--;
그러므로 빠뜨리지 말고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어요;;

감상 주신...
준에스뽀사님^^* 
한이현^^*
Bowwow님^^*
그리고....
희준이 사진에 딸기 문구를 넣어 
보여주신 고마운 야무친모님^^*
감사드리구요..설 열심히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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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여어덟-






"..........."



희준은 잔뜩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다가 

바로 앞에 서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 하고 놀란다.


게다가 달리 변명도 못하고 뻘쭘해져 있는 모습......


나는 꿀물을 내밀었다.



"마셔...."


"..고..고마..워...."


"술은 그렇다치고 그 담배는 좀 끊어.....알았어?"


"..............;;"



꿀물을 받아든 손이 아닌 다른 쪽 손에 

벌써 담배가 한개피 잡혀있는 것에 화가 나서

한 말이었는데 그는 이런 질문엔 항상 대답이 없다.


애초에 끊을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그는 거짓말 안하는 착한 친구일지도........;;


희준은 꿀물을 꼭 쓴물 먹듯 찡그리며 마시고는

뻔뻔하게 내 팔목을 잡고 침대에서 일어선다.



"서영이랑 화해는 잘 했냐?"


"내가 언제 서영이 불러달랬니? 아니...그보다....

내가 언제 너보고 나가달랬어? 왜 나가서 술을 퍼마셔 퍼마시길!!"


"오늘은 나랑 싸우겠네....안칠현?"


"..........."


"나도 휴일이 있어야지.....

뭣하러 서영이랑 너 둘이 있는데 앉아있냐?"



진심일까?


어쩐지 그의 말은.......

나 때문에 휴일이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울컥 하는 마음이 치솟는데........

희준이 내 맘을 읽었는지 선수를 쳤다.



"너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나도 어젠 한잔 하고 싶었다구......"


".........."


"야...잔소리 끝! 오케이?"


"옷이나 따뜻하게 입고 나다녀...병신아..."


"아..진짜...."


"알았어! 알았어! 나도 치사해서 더는 잔소리 안해....."



왜 이렇게 쪼잔해지는 건지.......

삐치는 내 자신이 얼마나 유치한지........

한숨이 절로 났다.

.

.

.


대충 세수를 한 희준이 집을 나섰다.

오늘은 출근 안한다고 하길래 

조금 있다가 내가 회사 갈 때 데려다달라고 할 참이었는데........



"야..어디가?"


"갈 데가 있어......"


"어디....."


"갈 데가 있어....."


"어디냐니까!!!"



급한 마음에 짜증을 내고 마는 나는 분명 

지금 이 순간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유나 만나! 됐냐?"


".............?"



그의 커다란 대답이 돌아오자 뒷통수를 맞은 기분......


눈이 커지는 나를 잠시 바라보던 희준은

들으라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휙 돌아가버린다.


유나를.....만나?



"그..좋은 쪽으로 생각하려던 게......결정 났나 보지?"



비웃음으로 들릴까봐 애써 목소리를 누르며 물었다.

그러자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좋은 쪽이냐?"


"............"



대답이 없는 건............아마.........



결국 받아주기로 마음 정한 거구나?


하.......참 쉽구나?

서영을 허락한 내가 그랬듯이.........

너도 참 쉽구나?



*	*	*	*	*	*	*	*	*	*



"뭐라구?"


재원에게 온 전화를 받고 회사 1층에 있는 커피샵에서 

그녀석을 만난 나는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휩싸였다.



"승호랑 우혁이가?"


"그래....."


"넌 알고 있었어?"


"얼마전부터....."


"난 못 믿겠으니까.....그 자식들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그래!!"


"야! 안칠현!"



재원을 두고 그 자리에서 저벅저벅 걸어나오는 내 다리는 

마치 회초리로 두들겨 맞은 듯이 마구 후들거리고 있었다.


한국 살아보고 싶다고 미국에서 온 새내기로 우리학교의 인기인 승호...

댄스동아리의 주축으로 학교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가수지망생 우혁...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두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는 건 알았지만

내 머리론 그 이상의 상상에 도달해본 적은 없었다.



재원은 그 두 사람의 관계를 "특별한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아마 그렇게 해서 내 거부감을 최소화하고자 했겠지.......

그의 입장에선 정말이지 조심스런 단어 선택이었을 거라고 

생각되어졌고 그 생각이 든 순간 만큼은 재원을 이해했다.



희준은 사업 물려받는다고 경영수업을 받으러 다니고

나는 취직 됐다고 회사 다니느라 바쁜 동안 

세사람은 아직 활동 중인 춤 동아리 연습으로 

아마 수시로 만나고 있었을 것이었다.



춤동아리............그럼...희준이도........?

어쩌면...희준은 알고 있을지도.........?


희준도 같은 동아리라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나만 몰랐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였다.



왕따가 따로없군...........


머리를 흔들며 혼자 짜증을 내어본다.



"이 자식들...아주 나 빼고 신들 났네......아쒸.."



책상 아래로 발소리를 탁탁 내며 중얼거리는데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화들짝 놀랐다.



"칠현씨...?"


"아...넷?"


"칠현씨, 프레즌테이션....내일 모레로 정해졌어요......

마무리 잘 해주세요.....^^"


"네....;;"



어색한 미소로 답하고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재원을 만나고 온 후 일이 손에 통 잡히지 않았다.


희준에게 전화를 걸어보려다 그냥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지금 전화해서 뭐라고 묻지?


승호랑 우혁이가.....특별한 사이래....!??

안승호랑 장우혁이 사귀신단다~!??

야! 너 안승이랑 장우 사귀는 거 알고 있었어?



아.....통 모르겠다..........



아...그런데!! 

유나랑...희준인.........?

어떻게 됐을까?



다시 핸드폰에 손이 간다.

그의 전화는 대부분의 경우 꺼져있다.

아니...켜져 있을 때도 잘 안받는다..........

그는 핸드폰을 삐삐로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띠 소리가 나자 어색하게 녹음을 시작한다.


"나..현인데...그냥..할말도 있고 해서.........

아..근데 뭐...집에서 하지 뭐......"


내 귀에 내 목소리만 들리는 게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문자나 날릴 걸 그랬다.......


계속 그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 

마치 지금 막 생각난 듯 호들갑스럽게 유나 얘길 꺼냈다.


"아참! 유나 만난댔지?

유나는 잘 만나..났지? 잘..생각했다...하하.....

이따가 집에서 보자.....일..잘해라...."



전화를 내려놓을 쯤엔 내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음성을 다시 지울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시국에 쪽팔리게 버벅 거리다니.....



음성 녹음은 역시 할 것이 못돼ㅜ_ㅜ

문희준 이 자식...날 얼마나 웃기게 생각할까?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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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아호옵-






퇴근 하고.......

희준과 나는 베란다에 놓여진 테이블에 마주앉아

새로 사온 와인을 맛보는 중이었다.

.

.

.


"사귀기로 했어....."


솔직히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나는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꼭 상상도 못한 일을 눈 앞에서 본 듯.......

만약 앉아 있지 않고 서 있었다면 아마 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학에 온 후로 통 여자를 만나지 않던 희준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데 내가 왜 이렇게 놀라는지......


금방 나는 그에게 아군의 모습으로 선다.


"그랬구나....."


"....어...."


"이야...잘했네....안그래도....너희 부모님...유나 부모님....

니들 아직 어린데도 선보라고 안달이시잖아...."


"그래......"


"문희준 간만에 인간다운 짓 했다! 은근히 오래 싱글로 버티길래 

계속 그러고 있다가 폭삭 늙도록 노총각 될까봐 내가 걱정했잖냐......"



아....정말 탁월한 말솜씨였다.

나는 이 상황에 정말 걸맞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그에게.....생각해줘서 고맙다라는 말만 들으면......

무언가 대본에 들어맞는 상황극이 아닌가 싶었다.



폭풍우 같던 마음의 흔들림이 차분해지자

비로소 승호와 우혁이 생각났다.

알고 있었는지 묻고 싶었었는데.......

그만 깜빡 하고 있었구나........



"희준아....너...알고 있었냐?"


이미 약간의 알코올로 붉어진 얼굴이 다행스러웠다.

이런 민망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술기운이 아니었다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똑같이 민망하지 않을까?



내 물음에 희준은 무슨 얘기냐며 눈을 크게 떴다.



"승호랑......우혁이......."



아...역시 문장을 완성하기에는 술기운이 부족한 듯 했다.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머리 굴리고 수고할 필요가 없어졌다. 

희준이 이미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후........."



낮에 생각했을 때는 희준까지도 알고 있었다면 

무척 화가 날 것 같았는데........

막상 다들 알고 있었다니까 한숨부터 나왔다.



"나만 바보 만든 거구나?"


"오래된 일은 아니야...."


"너는....그 녀석들 이해하냐?"


"............"



희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집쟁이 같으니라고.........


모르는 문제에......대답하기 곤란한 문제에........

심지어는 언젠가 내가 수학 문제를 물어봤을 때 자기도 모르면...

그는 항상 입을 다물어버린다.

아마 희준은 그 방법이 제일 편하다고 느낄 테지만

보는 사람은 답답해서 속이 탈 지경이었다.



이해 하지도 그런다고 못하지도 않는 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심정이겠지 하고 추측해보았다.



참 이상도 하다.........

승호와 우혁의 일에 대해서........

많이 놀랄 줄 알았는데 난 의외로 내가 봐도 침착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그 녀석들을 이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	*	*	*	*	*	*	*	*	*



"그렇다고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에 가까운 특별한 캐릭터를 

만들어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이 캐릭터의 동그란 눈은 

만화 같은 이미지를 주지만 이와 반대로 눈동자에 담긴 

날카로운 시선은 더 인간적인 면을 선사합니다....

다음 사진들은 이 캐릭터의 여러가지 표정입니다......."



리모트 컨트롤을 눌러 몇몇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다들 꽤 흥미로워 하는 눈치였다.

자신이 생긴 나는 당당하게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요즘 캐릭터들을 띄우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인터넷에 떠도는 플래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제가 연습 삼아 제작한 플래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조금은 엽기적인 시작.......

그렇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엔딩.......

희준의 미소를 흉내내는 나의 캐릭터......


나조차 만족하는 플래쉬였고 회의실의 분위기도 좋아졌다.

팀장이 다른 사람들의 대표해 질문을 던졌다.


"칠현씨....그 캐릭터 이름은 생각해보셨어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내 말에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홍보부장님이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거야...자체 회의로 결정하면 될테니 두고.......

아무튼 꽤 괜찮다고 생각되는데......어떤가?"



그 녀석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이상.......

이 캐릭터의 이름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요.......



모두의 반응에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나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

.

.


"와..칠현씨 정말 잘 만드셨더라...."


내가 회사에 들어왔을무렵......

전문대를 졸업하고 인턴사원을 거쳐 

정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하고 있던

유진은 한살 어리지만 나에게는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동료였다.

그녀의 칭찬에 나는 우쭐해져서 웃어댔다.



"제가 좀 하죠...^^"


그녀는 내 장난에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풋...뭐예요...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유진씨...너무 고마워요....."


"제가 뭘했다구요...? 추천해주신 팀장님한테나 감사드려야죠.."


"유진씨도 한몫 한 거 알고 있어요......."


"그럼 언제 밥사요....^^"


"물론이죠....."



*	*	*	*	*	*	*	*	*	*



"잘했어?"


"뭘?"


"프레즌테이션...오늘 아니었어?"


"어떻게 알았어?"



조금 일찍 들어온 희준 덕에 우리는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가 전부였는데

희준이 먼저 아는 척을 한 것이었다.



"내가 데뷔하는 날인데 어떻게 모르냐?"


"무슨 소리야....?"


"그거 내 캐릭터잖아...."


"얼씨구....."


비웃음을 날렸지만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가 혹시 소송이라도 걸면 초상권 침해라고 그가 우겨도

할말이 없다 싶을 정도로 그와 똑같은 캐릭터였으니까........;;



"어땠어?"


정말 궁금한 모양이다. 

굉장히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희준에게 

난 빽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잘 하지! 내가 못했겠냐? 아쒸..."


"아........"


"너는 어때...."


"좋아..뭐....곧 본격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것 같아...."


"좋겠네...돈 많은 집 자식으로 태어나서....쿡쿡..."


".....--+"



희준이 사납게 나를 째려보는 게 

밥그릇에 얼굴 묻고 있는 내 이마에 느껴졌다.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그럴 만도 했다--;



"선보라고는 안하시겠네...유나 있어서....."


".........."


"아직 말씀 안드렸어?"


"얘기만 해놨어.....급한 불은 꺼야지...."


"급한 불 끈다고 아무나 사귀냐? 너 그럴 애 아닌 거 알아..."


"............"


"유나 잘해줘...지금까지 같이 친구같이 굴지 말고.....다정하게 잘해....."



어쭈..나도 모르게 내 입은 그의 편이 되어버린다.


유나 얘기를 내 입으로 꺼낼 때면 

가슴 한쪽이 시린 게 아주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난 친구의 도리를 다 할 필요가 있었다.



"아예 결혼도 하지 그래?"


"!!"


"분명히 양가 부모님들은 좋다고 하시겠네.."


"..............."


"그리고 언제 축하해주러 애들끼리 만나야겠다....."



마음이 자꾸 삐뚤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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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감상주신 야무친모님^^*
혀니님^^* 현이지기^^* 재아님^^*
철없는천사 퍼가신 "랑"님
슈아 기운의 원천! 정말 감사드리구요^^*
아..그리고 멀뚱멀뚱님^^*
설 올리기 직전에 감상을 봤어요^^;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는 정말 자주 나타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지지부진한 것 같아서
아무리 바빠도 열심히 올릴 거예요...
딸기를 찾아주세요^^
게시판에서 새글로 깜빡이는 딸기를 자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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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여어얼-






"언제 축하해주러 애들끼리 만나야겠다....."


"축하는 무슨......"


"그래도 축하할 일인데~!"


"너는 서영이나 챙겨......."



나와 서영이의 만남은......

그야말로 남자친구 여자친구.....그런 만남이었다.

뭐...그 집에서는 나를 자꾸 사위...라고 부르지만....

난 별로 뜻을 두지 않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희준과 유나는 다르게 생각되었다.

희준의 아버지는 커다란 사업체의 대표였고....

유나의 아버지는 재력있는 정치인이었다. 

양쪽 다 좀 있는 집안인데다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길 바라시는 부모님들을 둔 두 사람이었다.



갑자기 싱숭생숭해진 나는 벌떡 일어나 

밥그릇과 수저를 물에 담궜다.



"나 먼저 들어간다...오늘 희준이 니가 설거지야...알지?"



사실 희준의 집에 살면서도 

집값을 제대로 내본 적이 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살림을 맡아주는 조건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보니 

나는 그에게 살림의 반을 미뤄주고 있었다.


뻔뻔한가?


그렇지만......

친구가 괜히 친군가?;;


설령 오늘 설거지 당번에 나였더라도...

별로..설거지할 기분이 아니었다.



*	*	*	*	*	*	*	*	*	*



"일찍부터 뭐야...? 데이트 가?"


"연습실 가려구....."


"안 피곤하냐?"


"별로^^"



희준은 싱긋 웃고......

상당히 비어보이는 가방을 휙 집어들더니 늦은 듯 뛰어나갔다.

조용해진 집 분위기에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거실에 앉아 잡지 등을 뒤적거리던 나는 

견딜 수 없이 지루해졌고 다른 일을 생각해내고 있었다.


오늘은 애들 연습실에나 따라가볼까?

아니면 서영이를 불러내볼까?



잠깐의 고민.......

나는 곧 옷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아...진짜...나도 댄스 동아리 괜히 탈퇴했나?...이 자식들 

나만 빼놓고...맨날 무슨 소릴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애니메이션 동아리와 댄스 동아리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난

언제부턴가 춤 추는 일을 등한시하면서 탈퇴해버렸더랬다.

배신이니 어쩌니 하는 우스갯소리를 무시하고 말이다.


춤보다 애니메이션이 좋은 걸 어쩌라구......



그런데 워커를 신다말고 운동화를 꺼내는 나는 

어디다 내는지 모를 짜증을 내고 있었다.


.

.

.


연락도 없이 갔으니....

한마디로 쳐들어간 연습실엔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희준이 없었다.


대신 재원 우혁 승호가 몇몇 모르는 아이들과

열심히 춤 연습 중에 있었다.



"안왔다구?"


"오늘 아마 병원갔을걸?....."


"병원?"


"희준이가 춤을 무리하게 춘 것 같다.

어깨가 안좋다고 요새 병원 다니잖아..몰랐어?"



몰랐다....

그에게서 아프단 얘기는 들은 일도 없었고

아파보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난......

내 어깰 주물러주는 손길에 맘껏 기대었을뿐......

결국 나는 어쩔 수 없는 바보 였던 것이다.



"휴우.....정말...너희들 비밀 많구나?"


"..........."


"..........."



내 말은 어쩌면 저렇게 침묵을 지키고만 서있는 

우혁과 승호에게 은근히 향해있는지도 몰랐다.


"우혁아..승호야....언제 술한잔 같이 하자....

그리구...희준이 다니는 데....어느 병원이니....?"


.

.

.


그가 다닌다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병원에 들어서보지도 못하고 급히 돌아섰다.

서둘러 뛰는 내 앞에 보인 두 사람........


희준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고 그 옆에는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웃는 유나가 있었다.

그는 예의 다정한 미소로 그녀의 말에 답해주는 듯 했고

내가 희준에게 부탁했던대로 두 사람은 다정해보였다.



마치 연인처럼......


아니..연인이 맞는 거겠지.....



내가 처음부터 유나에 대해 아는 척 하지 않고 

희준 앞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면

저런 장면은 보지 않아도 됐을까?



그런데...나는 왜......

친한 내 친구 두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왜 나서지 못하고 이렇게 서있을까?



주차장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털썩 건물에 기대섰다.



나를 태울 듯이 내리쬐는 하늘이 몹시도 밝았다.



*	*	*	*	*	*	*	*	*	*



나는 서영과 내가 사귀고 있는 사이란 걸 

어떤 순간엔 깜빡깜빡 잊어버리곤 했다.


예를 들어......

희준과 유나의 모습을 볼 때......

두 사람에게 쏠린 내 정신은 돌아올 줄 모르고...

내게 기대앉은 서영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느껴졌다.



별 이유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뭐 워낙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니까..........


서영과 유나가 얘기해서 만드는 자리인 듯

더블데이트 할 일이 자주 생겼고

마땅히 피할 이유가 없는 나로서는 항상 자연스레

그 셋과 함게 어울리게 되곤 했다.



"어?! 거기가 어디라고 거기까지 가?"


점심을 먹다말고 휘둥그래진 눈으로 묻는 내게 서영이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설명했다.



"유나가 거기가 경치도 좋고...산장도 좋다구....

한창인 시즌에는 예약이 꽉 차있어서 못비운다는데....

그냥 일찍 휴가간다 치고 갔다 오자...응?"


"그래도 그렇지 왜 갑자기 그래...?

휴가철도 아니고 주말 껴서 겨우 다녀와야 하는데.."


"싫어?"


"휴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보이는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어느 구석에서부터인지....미안한 감정이 솟았다.

살며시 눈치를 보며 싫으냐고 묻는데 난....

결국....



"그럼 그렇게 해...."


"......"


"야! 가자! 가! 날씨도 이만하면 괜찮지 뭐!"


"정말?"



동글동글 애교있는 눈으로 바뀐 그녀를 보자

차라리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미안해....

널 보면 어쩐지 너무 미안해져...서영아....



"유나한테 말할께 그럼!"



아...그가 있었지.....

유나네 소유인 산장에 가는데 당연한거지...

희준이도 같이 산장에 가는 거구나...

아니..희준이는 유나와 가는 거라고 해야 맞을까?



자꾸만 어두워지려는 표정을 다잡아

서영에게 고갤 끄덕여주며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딴 생각 하지 말자...안칠현.......

자세하게 내 느낌들을 설명하고 변명하려 들지 말자.....


이렇게 중얼거려본다.


.

.

.



그런데.......

회사로 돌아와 일에 전념하려는데......

모니터에는 내가 그리는 희준의 모습이......

울상이 되어가기만 했다.



유진이 곁에 서더니 모니터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칠현씨...그게 뭐예요? 우는 표정? 쓸쓸한  표정?

정말 대단해요...귀여운 캐릭터인데도 모든 표정이 어울리네..?"




왜냐하면 그 녀석은 무척 표정이 풍부한 녀석이거든요.....

어떤 표정이든 그 녀석이 지으면 어색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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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하나-






"우리 산장 가는 거 너도 얘기 들었지?"


"응..."


나는 집에 도착하고 희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두 그만두고 방문을 걸어잠그고 쓰러져버리고 싶었다.


아까의 다짐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자꾸만 알고 싶어진다.

내 흔들리는 마음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고 싶어진다.



"현아! 우리 낚시도구 사러가자!"


"뭐? 이 시간에?"


"24시간 하는 마트 가면 되지!!

어차피 우리 시간도 별로 없잖아....."


"............"



더이상 반대하고 우길 기운은 없었다.

순순히 따라나설 준비를 한다.



희준의 손에 들린 열쇠가 쨍쨍하는 소리를 내며

정적을 가르고 밤의 공간에 비집고 들어간다.



"꽤 추운데....너 너무 얇게 입고 나왔다..."


"안추워...."


"이거..걸쳐라...."


대뜸 자신의 자켓을 벗어주는 희준에게

달리 거절의 말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당황한 빛을 미처 감추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자켓을 돌려주었다.


"야...내가 여자도 아니고...이 정도 추위 가지고 왜 그래...."


"..........."



희준은 잠시 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어색해질 무렵 웃으며 내게 가볍게 말을 건넨다.


"빨리 가자~"

.

.

.


"근데...저거 정말 다 필요할까?"


"당연하지! 쓰면 되는 거야, 쓰면!"



별 잡동사니를 다 샀다는 생각에 후회가 막심했지만

있는 놈 자식;; 희준이 다 계산했으니 더 말 말기로 했다.



집에 다다르자 쇼핑백을 모조리 차 트렁크에 

밀어 넣어버린 희준은 같이 걷자고 제의했다.

나는 말없이 그를 따랐다.


노력하고 있긴 했지만 밤공기는 이겨낼 것이 못되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떨려왔고 입술도 떨리는 게 느껴졌다.


적어도 희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아까 내가 돌려주었던 그의 자켓이 다시 내 어깨에 걸쳐진다.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희준이 먼저 한마디 한다.



"내가 산책하자고 그랬으니까....추우면 내가 미안하잖아...."


".........."



돌려줘야 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내 머리는 멈춰버렸는지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할 말을 찾다가 고민 끝에 던진 질문 한마디....


"어깨 괜찮아?"


"?"


희준이 동그래져서 날 쳐다보는 걸 보니 놀란 모양이었다.

괜히 나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게 비밀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모두 알고 있었는데......

한 집 사는 나만 몰랐는데..........



"어떻게 알았어?"


"나빼고 다 알던데 지나가다라도 듣겠다!"


".........그냥..."


"어째서 말 안해준거야?"


"걱정할까봐......"


"그럼..나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걱정하라고 얘기했구?"


"..........."



내가 너무 민감하게 나오고 있다는 건

내 자신도 잘 알고 있었지만

감정이라는 건 도저히 감춰지지 않을 때가 있다.



희준은 흥분하는 내 모습에 조용히 걷기만 했다.

아마 산책 하자고 한 걸 후회하고 있을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나도 걱정시켜...쏙 빼놓지 말고...."


"........."



난 더 쏘아주고 싶은 걸 꾹 참고 희준보다 앞장섰다.


금방 쪼르르 달려와줄 것 같았는데

희준은 천천히 내 뒤를 따랐다.

느릿한 그의 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달려와줘.......

가볍게 어깨동무하며 웃어줄래.....?



나는 자리에서 멈춰섰다.



달려와....


달려와줘 희준아......


"안칠현! 산책 각자 하자는 거야?"


"........."


"같이가...."


"..........."



내 투정에 아랑곳하지 않는 다정한 목소리도 

대뜸 날 감싸버리는 단단한  팔도.......

내 바램대로였다.

항상 그랬다...희준인.....


"출출하지 않냐? 우리...좀 더 걸어나가서 길에서 뭐 사먹고 가자!"


"피곤...하지 않아? 너 내일 아침에 회사 들러야한다면서...."


"괜찮아..별로 힘든 일도 아니고....가자! 나 배고파!"


"응..."



보호받는 듯한 느낌이 어쩐지 멋적었다.

그렇지만 편한 걸......


"나 오뎅...."


희준에게 웃어주었지만.....

촉촉해진 눈 때문에 희준의 모습이 내겐 흔들렸다.


*	*	*	*	*	*	*	*	*	*


헤어지는 길목.....

서영은 내 등 뒤에서 뭘 부스럭 거리며 꺼내더니

짜잔 하고 보여준다.



"이게 뭐야?"


"커플티!"


"커플티?"


서영의 손에 달랑 거리고 있는 건.....

빨간색 박스티......


내 표정을 살피던 서영이는 즐거운 듯

티셔츠를 이리저리 돌려 보여주고는 입을 열었다.



"유나랑 쇼핑갔다가 우리 놀러갈 때 입자고 샀어...."


"응....예쁘네...."


"맘에 들어?"


"그럼...너 옷 잘 고르잖아...."



들뜬 목소리의 서영이는 연신 눈웃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래...사랑은 아닐지 몰라.....

사랑한다는 말이 지금껏 거짓이었을거야....

그렇지만 널 볼 때 내가 이렇게 웃어줄 수 있는 건...

네가 느낄 따스함만은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건 알아주겠지.....


적어도 널 떠나지는 않을께.......


곁에 있어줄께, 서영아......



웃고만 있는 나를 서영이 먼저 안아왔다.



"칠현이 너....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무슨 일...."


"그냥 안좋아보여....괜찮아?"


"그럼..괜찮지....너도 있는데....."



서영이 널 기쁘게 해주고 싶어......



"웬일이야, 안칠현? 그런 소리도 할 줄 알아?"


"왜? 싫어......?"


"싫긴..! 자주 하라는 얘기지..쿡쿡...."



나도 서영의 허리를 꼭 감아안아주었다.

사랑이 전해질 수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은 마음 만큼은 너에게.....


"희준이 차로 가기로 한 거 알지?

유나랑 내가 새벽에 거기로 갈께...

그러니까 5시까지 준비하고 있기다!"


"그래...너 그렇게 일찍 일어나려면 꽤 힘들겠다?"


"어머! 왜 그래! 나 늦잠 잘 안자! 유나가 잠이 많지...."


"훗..그래...내일 새벽에 보자..."


손을 흔들며 들어가는 서영이를 지켜보다 돌아섰다.


거기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알아....

나는 널 사랑...하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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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아님^^*과 멀뚱멀뚱님^^*
고맙습니다^^*한편이지만 들고 나왔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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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두울-






"짐은 다 쌌어? 30분밖에 안남았어..."


웬 소심한 노크소리가 들려오더니

희준이 방으로 들어선다.



"뭐...2박3일인데 뭐 많이 챙겨갈 건 없잖아...."


배낭에 옷을 쑤셔넣다가 고갤 들어 희준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순간 말을 멈췄다.


노란색 박스티....

서영이 내게 준 빨간색 티와 같은 디자인......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어쩐지 씁쓸한 마음.....


"유나랑 커플티구나?"


"어...야..니네 꺼보다 우리 노란색이 더 예쁜 거 같지 않냐?"


"무슨 소리! 빨간색이 더 예쁜데!"


한마디라도 질세라 내 옷이 더 예쁘다고 우겼지만

사실 정말 희준에게 노란티는 너무 얄밉도록 잘 어울렸다.

하마터면.....너무 예쁘다!라고 탄성을 내뱉을 뻔 했다.



"칠현아..우리 이 옷 바꿔입어볼까?"


"야! 그럼 커플이 바뀌잖아.."


"바꿔보지, 뭐~쿡..."


"문희준 너 아직 서영이한테 안맞아봤구나!"


"술취한 유나한테는 맞아봤지...쿡쿡..."



아무렇지도 않았다.

희준이와의 순간들은 아직 많이 남았기에

어쩌면 영원하기에.....

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배낭을 거실에 던져놓고 유쾌하고 웃고 있는 우리 둘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


폴더를 열어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유나?"


"어..너는..? 서영이?"



풋......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

.

.


휴게실에 오기까지는 내가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여자애들이 뒷좌석에서 수다를 떨어댔다.

아유..시끄러워...

라고 희준과 불평하며 웃었더랬다.



그런데 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멀리 서 있는 차를 보니....

조수석에 옮겨앉아 희준이와 얘기하고 있는 유나가 어렴풋이 보였다.

나란히 앉아 있고....나란히 노란티를 입은 두 사람.....


씁쓸하게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차로 다가가는데

뒤에서 아이스크림을 쑥 내미는 서영....


"자! 니꺼!"


"응..땡큐!"


분홍빛을 띈 먹음직스런 딸기아이스크림이었다.

희준이가 좋아하겠는걸......


내게 하나 건네주고도 아직 세개나 한꺼번에 들고 있는 

서영에 손에서 한개를 건네받고 차에 올라탔다.


유냐가 휙 뒤돌더니 내게 말했다.


"내가 이제 상석에 앉는다!"


나는 피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내가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서영을 통해 희준에게 건네어졌다.



"무슨 남자들이 딸기아이스크림을 그렇게 좋아하냐?"


"그러니까 말야! 우리도 쵸코 먹는데..."



우리 네 사람은 그렇게 산장으로 향했다.


*	*	*	*	*	*	*	*	*	*



몇시간을 달렸을까?

벌써 해가 드높이 뜬 아침시간이었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굽어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상 속에 있던 산장은 밤색빛 통나무집이었는데

유나네 산장은 하얀빛 돌로 지은 고급스런 집이었다.



"야...김유나! 여기가 산장이냐...아님, 동화 속 별장이냐...?쿡..."


서영이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제일 먼저 돌계단을 밟으며 앞장섰다.


희준과 나는 차에서 짐을 하나씩 들고 날랐다.

무척 깔끔하고 예쁜 집안.....

유나가 보면 촌스럽다는 소릴 들을 것 같지만

한낱 산장에 불과한 이 곳을 나는 두리번 거릴 수 밖에 없었다.


부엌 정리를 대충 하겠다며 서영과 유나가 사라지고

나는 희준과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띨리리...리리....


이 산속에서도 터지다니....


나는 내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누구보다 내가 제일 놀랐다.


"여보세요...?"


- 칠현씨?


흘러나온 건 회사동료....회사동료일 뿐인 유진이었다.

나는 희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안녕하세요?"


- 아침부터 놀라셨죠? 칠현씨 늦잠 자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목소리 들어보니 아니네요?


"네...아녜요...그런데 어쩐일로..."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의아할 정도로 발랄한 그녀의 목소리가 

옆에 있는 희준에게 그대로 들리겠구나 싶었지만

그런다고 뒤늦게 일어서서 나가기는 오히려 어색했다.



- 저번에 밥사기로 한 거....오늘 괜찮아요??


"아..죄송한데..제가 지금 여행을 와서....."


- 여행이요?


"네...친구들이랑 잠깐 여행왔어요....


- 와 좋겠다! 그럼 할 수 없죠...재밌게 놀눼 오세요....그럼....



전화를 끊자 희준은 예상한 질문을 해왔다.


"누구야?"


"회사동료...."


"만나서 밥 먹는 걸로도 서영이 속상해할 수 있어...."


"뭐?"


희준이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서영이가 널 깊이 생각하고 있고....

아니..너도 마찬가지라면 다행이지만...

아무리 직장동료라도 둘이 만나는 모습 보이는 거 좋지 않다고..."


그는 특별히 흥분한 것 같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을 들쑤셔 놓는 기분이었다.


"니가 무슨 상관인데?"


"?"


"너는 유나한테나 잘하라구....내 일 상관 말구....."


"........"



나도 모르게 말이 막 나가고 말았다.

내가 만나는 여자를...서영에게 한정짓는 게......

아무렇지 않아야할지 몰라도 난 그렇지 않았다.


희준이.......

그런 말투로 내게 충고 하고 있다는 게 무척 거슬렸다.



"됐어...괜한 소리 해서 미안하다...."


희준은 벌떡 일어나 담배를 태우러 나가버렸다.


가끔 그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럴 때이다....

혼자 얘기한 후....괜히 얘기 했다는 듯 찡그리곤 나가버리는....


지금보다 어릴 적엔 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어? 칠현아! 희준이는? 희준이랑 부엌으로 와....

놀더라도 아침은 먹고 놀아야지.."


서영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그런 희준을 보고난 직후........

도저히 웃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래....."


"희준이 얘 또 담배피우지? 어휴! 유나가 얼마나 그걸 싫어하는데....."


서영은 시끌시끌 잔소리를 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는 희준을 부르러 현관으로 향했다.


마치 풀벌레들을 다 죽이기로 마음이라도 먹은 듯

담배를 태우며 발장난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자꾸 아까 희준의 말소리들이 생각나 기분이 상했지만

그의 쓸쓸해보이는 모습에....마음이 녹아버린다.



"뭐하러 거기서 피우냐? 2층에 멋진 테라스도 있는데...."


"..........."


"거기 그러고 있으니까 불쌍해보이잖아...쿡..."


"............"


"아침부터 밥대신 담배만 피워대구 말이야...."


"............."


희준이 가볍게 웃는 것으로 내 밝은 인사에 대답해왔고

나는 그에 힘입어 자신있게 달려가 그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를 집 안으로 이끌며 나는 울먹여지는 가슴을 잡아야했다.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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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뚱멀뚱님^^*
Bowwow님^^*
재아님^^*
안개님^^*
야무친모님^^*

11편도 달랑 하나 올라오더니 
왜 또 한편이냐...저도 모릅니다ㅠ_ㅠ
여기까지밖에 못썼는데 그냥 올려요;;
다음에는 두편 올릴께요!ㅠ_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번 소설 시작하면서 깜빡한 게 있더군요...
바로 각 편 마다 소제목 달기ㅠ_ㅠ
지금이라도 달까요? 아니면 그냥 말까요?;;
고민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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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세엣-






"나는 왜 잘 안되지?"


유나는 서영의 찌개맛이 부럽다며 삐죽거렸다.



"너는 사람 쓰면 되지! 지지배...

돈도 많으면서 음식솜씨 걱정은..."


"야! 그게 내 돈이니? 아빠돈이지!"



나는 아직도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서영을 

애써 붙잡아 앉혀놓았다.


"너도 먹어야지..."


"고마워...^^ 야~칠현아! 나는 내가 요리 잘 하고 

게다가 청소도 잘 하니까~결혼만 하면 돼! 알지?"


"어휴..은근히 지 자랑이야 지지배..."


서영과 유나는 장난스런 신경전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그때야 희준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만 하고들 밥 먹어...먹어야 힘내서 놀지!"

.

.

.


수영복 입고 물가로 나오라는 말에

가방을 뒤져보는데 수영복이 없다.


나는 할 수 없이 그냥 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야겠구나 싶었다.


아휴....안칠현....

아침에 짐을 쌌으니 안빼먹고 챙겼을 리가....



"수영복 없지, 안칠현?"


"야! 희준아! 니가 챙겨왔어?"


"안칠현씨는 아무래도 챙길 생각도 안하시길래 내가 가져왔다!"


"고마워!"



가까운 줄 알았던 물가가....꽤 멀었다.

슬리퍼를 신은 채 울퉁불퉁한 돌들을 

밟고 지나가려니까 힘들었다.



휘청대는 날 놀려대는 희준이....

샌들을 신고 있어서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놀리면서도 잡으라며 등을 대준다.



"싫어!"


"싫으면 어쩔건데? 너 그러다 넘어진다~"


"..........."


"잡아..."


"내가 유나도 아니고 니 등을 왜 잡아!!!"


"너 슬리퍼 신고 왔으니까 당연히 넘어지기 쉬운거잖아....

누가 너보고 여자랬냐? 자존심 세우지 말고 잡아....."



쉽게 팔이 내밀어지지 않았다.

희준이 그 녀석에 대한 내 망설임이란 끝이 없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희준인 내 손을 잡더니 조심스레 앞섰다.


민망해진 나는 손을 힘주어 빼려 하지만 

그는 단단히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안씨 아니랄까봐 고집 한 번 무지하게 쎄요..아무튼..."


"야!! 그러는 넌 문씨가 왜 고집이 쎄니?어?"


"안씨랑 너무 놀아서 그러지...큭큭...."


"..........--;"



정말이지 여름햇살에 데워지지도 않는지 물은 너무도 차가웠다.

그늘 아래서 수다를 떨다가 낮잠을 청하는 유나와 서영이를 보다가

지루해진 희준이와 나는 어쩌다보니 허리까지 오는 물에서

물장난을 치기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오기가 생긴다.



"왕눈이 너 죽었어!!!"


"깜상 너나 잘해!!!"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언젠가 이렇게 희준과 물장난을 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서로를 부르며 꺄르륵 댔던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잊고있었나보다.......


어린 아이 같았던 시절.....

서로의 뺨에 쪽 하고 뽀뽀를 해도 어색하지 않던....

얼굴을 붉히기보단 서로 번갈아가며 해주기 바쁘던 시절을....


잊고 있었는데......


기억나버렸는가보다....



계곡물에 젖은 그를 보면서 나는 알아버렸다.

그래...인정할께....


이 순간 나는 못이긴 척......인정한다.....



내가 너를..아마..사랑한다는 거........


내가 획까닥 돌아버리지 않는 한 비밀이지만...

이건 사랑이 맞다는 것....


그리고 이 병은 내게 있어 꽤 오래되었다는 비밀.....


나는 내게 튀는 물을 막아내느라 눈을 감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눈을 깜빡이고 얼굴을 닦아내며 눈물을 씻고 있었다.


물방울이 퍼지는 가운데 

희준이....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는데....

나는 물을 맞으며 속으로 울었는가보다.


붉어진 내 눈 때문인지 희준이 동작을 멈추고 내게 달려왔다.

물의 무게를 밀어내고 뛰어오는 모습은

언뜻 보면 웃길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내게는 무척이나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숙여진 내 얼굴을 들어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칠현아...눈에 뭐 들어갔어? 빨갛잖아...""


"으응..? 그런가봐...."


"괜찮아? 봐봐...."


"아냐..."



갑자기 눈물이 샘솟는데.......

희준에 의해 위로 향해진 내 눈에서는...

마치 계곡물을 조금 담아두었던 것 처럼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희준의 놀란 눈도 잠깐.....

그는 말없이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내고는

계곡물을 내 얼굴에 뿌려버린다.



"에이! 엄살이었지? 안칠현?"


".........."


"물 좀 뿌렸다고 울고 말이지!!"


".........."



무슨 의미에서인지 붉어진 자신의 눈가를 부비는 희준의 뒤로는......

여전히 잠든 서영과......

나를 노려보고 있는 유나가 있었다.



"배고프다...희준아....."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	*	*	*	*	*	*	*	*	*



"하는 일 없이 배만 금방금방 고파지네..."


"원래 놀러오면 식욕이 땡겨!"



다른 때와 달리 유나는 말이 없었고

덩달아 유나의 눈치를 보는 나도 말이 없었고

결국 항상 수고하는;; 서영.....그리고.....

조용하자 어쩔 수 없이 입을 여는 희준이.....


유나는 처음에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와 희준을 살피던 것과 달리 

식탁 앞에 앉아서는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물가에서 나를 노려보던 유나에게도 놀라지 않았다.

내 마음엔 설마하는 안도가 자리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설마...유나가 무슨 상상을 하겠어...라는 안도.....



그렇지만 여자들의 직감은 무시할 게 못된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라고 어디선가 귀에 못박히게 들었다.



"유나야...어느 방에서 자면 되지?"


서영은 물가에서 낮잠을 실컷 자놓고도 졸린 모양이었다.

밥을 다 먹자마자 풀린 눈으로 유나에게 묻는다.

유나는 수저를 계속 놀리며 말했다.



"침실....세개나 되니까 편하게 써....아..근데...

서영이랑 나는 더블 침대 있는 방에서 한방 쓰면 되는데....

다른 방들은 침대가 남자 둘이 자기엔 좀 좁을 거야..."



그러니까 각자 하나씩 써....라는 말로 들렸다.


같이 살고 있는 허물없는 친구사이인데

유나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렇게 내게 차가운 시선을 꽂는 것을 보면......



"야...우리 오늘은 푹 자고 내일밤에는 밤새자~

나 방에 가서 짐 풀테니까 다들 계속 식사해..."


서영이는 아직 1층에 있던 자기 가방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말없던 유나가 다정한 듯 아닌 듯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행 오니까 좋다.....다들 이렇게 가까이 있구 

또 같이 있으니까 서로 몰랐던 걸 알게 되잖아..."


"............"



나는 날 바라보며 얘기하는 유나의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몰랐던 걸 알게 되잖아.......



그래...나도 몰랐던 걸 알아버렸어....

제길...이 여행..오지 말았어야 했어....



그렇지만 희준을 곁눈질로 바라다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머무는 미소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이 여행을 왔다는 것....

항상 같은 집에서 마주하던 희준이 너와

이 산장에서 이렇게 밥을 먹고 있단 게......


나도 모르게 즐거워진다는 것.......



하지만 그게 다야......




당연한 거잖아.....



유나 너는 내가 무슨 욕심을 낼 거라고 생각하는거야.........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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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등장해 슈아를 반갑게 해준 자두입술^^*
감상주신 시안님^^*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멀뚱멀뚱님^^*시골에서 잘 쉬고 계시기를 바래요^^*
희준이 왜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우냐...하는 이유..
담배 피우는 장면을 많이 넣었는데..그 이유는....
6편에서 보면 희준이 담배를 배운 건 그보다
먼저 담배를 시작했었던 칠현 때문이었다는 게 나오죠...
칠현이 담배를 끊었는데도 희준은 끊지 못하고 있어요..
칠현과 연관된 것이라면 그 무엇도 쉽게 끊을 수 없는 
희준의 속마음을 암시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결국은 설명으로 대신하고 있네요^^;
사실 담배 얘긴 원래 번외용이었어요^^;

음..그리고 희준이 마음을 궁금해들 하시네요?
언젠가 희준이 시점으로도 조금 써볼게요^^*
우선은 준타 진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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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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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네엣-






"니가 이방 쓸래?^^"



희준은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방을 기웃거리더니

나의 짐을 그 방으로 밀어넣으며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그리고 자신은 뒷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저 방은 풍경이라봤자 밤이라 시커먼 나무들 뿐일텐데.....

희준이 혼자 한 결정이지만 나는 

앞방을 쓰는 게 내키지 않았다.



"야...."


내 부름에 희준은 고개를 휙 돌려서 픽 웃더니

침대로 자빠져버렸다.



"그냥 앞방 써......"


"괜찮아...나는 아무데서나 잘 자잖아..."



이제 아주 눈까지 감고 지껄이는 희준이

얄밉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기가 생긴 나는 희준의 팔을 힘껏 잡아 끌었다.

누워있던 희준.........

왜 그러냐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다본다.



나는 여전히 꼭 쥔 손을 놓지 않으며

희준이를 잡아 끌었다.



"앞방에서 자라구....!"


"됐다니까!! 너 창문 작은 방 싫어하잖아!!"


".........."


"그러니까..양보해줄 때 거기서 자...."


"니가 창문 작은 방에서 자는 것도 싫어!!"


".........--;"


"그냥 같이 자...꼭 침대에서 잘 필요 없잖아!"


"............"



나는 승리를 예감하며 희준을 괴롭혀댔다.

말이 없다가도 내가 징징대는 소리를 내면

결국 내 뜻대로 따라주기 때문이었다.



벌떡 일어난 희준인 자신의 가방을 다시 앞방으로 던지며 궁시렁댔다.



"아..안칠현 저 쌩고집......"


"............--;"


.

.

.


대충 잘 준비를 마치고 나는 창가를 서성였다.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는 바깥을...

나는 무슨 미련인지 열린 창으로 고개를 쑥 빼고 자꾸만 내다보았다.



"추워!"


내 뒤에서 팔이 쑥 나타나서는 창을 닫아버리기 전까지 말이다.

목에 수건을 걸치고 등장한 희준이는 

두손으로 모기를 잡으며 잔소리를 해댄다.



"문 열고 뭐하는 거야...모기 들어오잖아!"


"..........."


"잠 안자?"


"응..졸립긴 하네..."


"빨리 자기나 해...."


"너나 자....너 나 잠들면 저 쪽 방 가려고 그러지?"


"--;;"



살짝 노려보는 나를 희준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풀린 표정으로 그의 코 앞에 와있는 내 이마를 

한손가락으로 꾹 밀어내며 말했다.



"고집만 있는 줄 알았더니 눈치도 있네?"


"그걸 여태 몰랐냐? 세월이 몇인데?"


"나 저 방 안가..그러니까 자....내가 도둑놈이냐? 자는 동안 도망가게?"


"바닥도 안돼! 침대서 자자..그냥..."


"좁아 터진 데서 어떻게 자...난 밑에서 잘 거야..."


"이불도 없잖아..."


"..........."



끈질기게 옷자락까지 잡고--; 침대에 앉히는 나를

희준이는 갑자기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어색하게 웃어주기 전까진 그 표정 그대로였다.



"야..희준..아...왜...?"


"아휴..자자...알았으니까 침대에서 자자..됐지?"


"어^^"


"--+"

.

.

.


빈번한 일이었다.

같이 살고 있는 친구사이에 나란히 잠드는 일이야 

자주 있어온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싱글에 꽉 껴서 이렇게 고생스럽게 잠드는 일이야 없었지만--;;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좁았다.

나는 벽에 딱 붙어 옆으로 돌아누워 둘이 누울 공간을 만들었다.

희준이도 불편한지 옆으로 누웠다.



"불편해?"


"너나 불편하단 소리 하지마...바닥에서 잔다니까 왜 고집이야..."


"..........."


"..........."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졸립기도 했지만 할말을 생각해낼 재주도 없었다.



잠자코 누워 기다렸다.

잠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꽤 흐른 듯 한데 잠이 들어지지 않았다.

좁아서 움직이기 힘들지만 자세를 조심스레 바꾸어보았다.

희준과 마주본 자세......


그리고 희준이의 손을 한손으로 꼭 잡아보았다.

잠든 줄 알았던 희준인데......

내 손을 자기도 꼭 잡아온다.


픽..하는 그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는 눈은 여전히 꼭 감은 채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마주잡고 있는 그 한 손이 눈물이 날 것 같이 슬펐다.



체온만으로도 슬퍼질 수 있다는 게 불안했다.

희준이 말대로 엄청 고집센 내가 

이런 세세한 느낌들을 인정해 간다는 게 

한편으로는 끝없이 불안했다.



희준의 손을 샤라락 놓으며 

그런 내 손을 오히려 힘주어 잡는 희준을 느끼며 

나는 피로함에 곧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잠든다는 건 그를 잠시 잊고 있는 게 아닐까 했다.

제일 쉽게 잊는 방법은 잠드는 걸거야...라고 생각했다.



*	*	*	*	*	*	*	*	*	*



따사로움에 자꾸 이불 속을 파고들던 나는

문득 이 곳이 집이 아니구나..

캠핑을 왔었지 라는 생각을 해내자 벌떡 일어났다.


창문은 꼭 닫혀있었고 희준은 이미 내려간 듯 했다.


세수를 하고 부시시한 머리를 매만지며

나는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서 나란히 아침준비를 하는 두 사람.......

희준과 유나였다.

무슨 얘길 하는지 무척 즐거운 표정의 유나....

그리고 밝게 웃어주고 있는 희준....


깨고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서있다가 들키는 게 한층 민망할 것 같아

결국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서영이는?"


"내려올거야..."



유나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셋이 모여앉은 가운데 조용한 아침식사가 시작됐다.

내 머릿 속엔 빨리 서영이 내려와줬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 바램을 전해듣기라도 했는지

서영의 요란한 등장은 분위기를 확 돌려놓았다.



"으아..배고파..! 현아..잘잤어?"


빵을 집어먹으며 서영이 날 향해 웃어보인다.


"응..너는..?"


"잠자리 바뀐 것도 모르고 잘만 잤어^^"



유나도 날향해 굳어있던 얼굴을 풀며

서영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나는 다행스런 한숨을 내쉬고 희준을 힐끔 보았다.


저 다정한 눈빛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악숙한 희준의 한가지 한가지가

마치 처음 본 듯 새로이 다가오고 있었다.


빵은 어쩐지 씁쓸한 맛만 났다.

.

.

.


머릿 속에 무슨 생각이 담겨있든 놀러온 이상

시간은 금방금방 흘러갔다.

물가에서 놀다가 돗자리를 펴고 낮잠을 자고

낚시를 한다고 냇가를 돌아다니다가

되도않는 매운탕을 끓여먹고

그렇게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희준과 나는 나무를 모아 조각내기 시작했다.

자잘한 가지들을 모아 부러뜨리고 산장 뒤뜰에 쌓여있던 

굵은 나무들을 조금 가져다 놓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던 나는 그만 바보같이 

뾰족한 나무가 손가락에 박히고 말았다.



"아얏.."


"!!"


희준은 놀라서 내쪽으로 건너오더니 

내 손가락을 스윽 가져가버린다.

얼떨결에 희준에게 끌려 방으로 들어간 나.......


희준인 내 손에서 가느다란 나무조각을 뽑고 

약간 솟아나는 피를 닦아내고 밴드를 딱 붙여주었다.



"고맙다.."


"따뜻하게 옷 입고 나가자....밤 되어가니까 춥다...."



어색한 분위기 가운데 먼저 밖으로 나가는 희준의

뒷모습을 나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에 대해서....

무슨 특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안칠현...."



그를 뒤늦게 따라 나서던 나를 붙잡은 건 유나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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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다섯-







"나랑..얘기 좀 할래?"




유나는 어떤 식으로 얘기를 꺼낼 수 있을까?


감히 그녀가 함부로 내게.....희준일 사랑하냐는 둥의...

사실이 아니면 무지 엉뚱하게 보일 질문을 

쉽게 던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희준이...어떻게..생각하고 있니?"


"어떻게 생각하긴..우리 친한 거 몰라서 물어?"



유나가 혹시 모든 결론을 머릿 속으로 내린 상태더라도 

내가 대체 그녀에게 무슨 해줄 말이 있겠느냐 말이다.

유나는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언제부터야?"


"......."


"희준이..좋아한 거...."


"뭐?"



유나가 저런 식으로 물어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


"............."



갑자기 밖에서 까르르 웃어대는 서영의 목소리가 들렸고

똑바로 서있던 내 몸이 움찔하고 벽에 기대었다.

유나의 한숨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너...꽤 오래 알아왔는데 이제야 눈치채다니...훗...."


"..........."


"말하기 싫다면 관둬...나가자..다들 기다리는데.."


"..........."



유나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잔뜩 꺼내담아 뒤뜰로 향했다.


나는...입이 굳어버린 듯 했다.

그래..또는 응..이라는 대답조차 그 순간만은 할 수가 없었다.

유나는 내가 원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아니라는 부정의 말 또한 할 수 없었다.



"너희 둘 왜 이제야 나와!!! 불도 다 피웠는데..."


서영의 말대로 모닥불이 예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희준도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불을 응시했다.

.

.

.


맥주를 몇 캔 들이키는 동안 이야기가 무르익어갔다.


사람은 참 이상하다.

의미없는 짓인데도 자꾸 과거에 있었던 추억을 늘어놓길 좋아한다.

새내기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우리들 또한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오리엔테이션 하던 날 처음 만나 어색했던 이야기...

엠티 가서 재밌었던 기억들....

장학금 받기 내기를 했던 기억들....


남이 들으면 별 것도 아닌 이야기들........

우리만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어둔 하늘 아래서 작은 불빛에 기대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웃음소리가 잦아지고 

희준이 기타를 잡았다.



"우리 노래할래?"



서영과 유나의 성원을 등에 업고 

희준이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

어두운 불빛아래 촛불 하나 

와인잔에 담긴 약속하나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줄꺼야 

날 믿어준 너였잖아 oh~oh~ 

♩~



희준은 속삭이듯 그렇게 노래했다.

조금만 더 크게 부르면 이 평온도 다 깨져버릴까.....

그는 기타의 부드러운 울림만큼 조그맣게 노래했다.



♪~

나 바라는건 오직하나 

영원한 행복을 꿈꾸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꿈같지 않아도 

너만 있어주면돼 

♩~



여자파트를 유나가 이어부르는 것을 들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기타와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담아본다.


참 예쁘게 어울리는 둘.........



You light up my life 

당신은 내 삶에 불을 비춰줍니다....♪


You are the one in my life 

내 삶에 있어 당신은 오직 하나의 사랑입니다....♪


All i ever want is.. your love 

내가 원하는 전부는 당신의 사랑 뿐이랍니다....♪



둘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있었다.

내 손을 잡아오는.....그리고 어깨에 기대오는 서영을.....

감싸안아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있었다.



많은 생각이 머릿 속을 헤집는 그 순간조차 

나는 희준의 기타솜씨에 감동하며 그렇게 미소지었다.



모닥불이 자꾸만 꺼져갔다.

희미해지는 불빛.....



"희준아...추워서 안되겠다...

서영이 데리고 들어갈께...너도 빨리 들어와...."



내게 기대 잠든 서영을 업어

산장으로 들어가려는 내 뒤로.....

유나가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야..문희준....우리 결혼할래?...."


걸음을 옮기던 나는 못들은 척 눈을 꼭 감았다 떴다.



"결혼해..."


"........"


"결혼....응?"


".........."



희준이 무슨 대답을 할지 알고 싶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궁금함 따위는 감춰버리고 산장 안으로 숨어들었다.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내 다리는

나도 모르게 후들거리고 있었다.

확실한 건.....

서영이 무거워서도 아니고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도 아니었다.



고개를 내저었다.



내 목에 감겨진 서영이의 팔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

그거야말로 내가 생각하도록 느끼도록 허락된 것일지도 몰랐다.



"현아...."


"응?"


"칠현이야..."


"응?"


"사랑해..."


"응...."


"사랑해...이 바보 같은 놈아...."


"........."



느릿한 서영의 흐느낌......

나보다 그녀는 눈치도 빠르고 똑똑하다.

그래서일까?

일방통행이라는 걸 눈치채버렸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까?



서영은 내 어깨에 눈물방울을 떨궜다.


사랑한다고 혼잣말같이 중얼거려댄다.

마음이 아파졌다.

미안함 때문이지만.....나도 입을 열었다.



"그래...나도..사랑해...."



내 자리를 지킬 용기가.....아직까지는 있었다.


서영이 옆에 앉혀진 나......

일어서지 않을 자신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서영이에게 한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리 합쳐도 진심이 될 수는 없었지만......

진심 같이 들려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런 소리 하면 뺨을 얻어맞겠지만.....

난 서영이를 그냥 친구로는 사랑하고 있었다.



서영을 뉘여주는 내게 다가오는 그녀의 입술......

살짝 어깨를 감아주며 응해주는 나는

희준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마음이 너무 단단했고

그녀를 거부하기에는 너무 마음이 약했다.



내 입술에까지 느껴지는 서영의 눈물이....마음 아팠다.



알고 있었구나...넌......


나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느낌들을

오히려 네가 다 느끼고 알아버렸던 거야......



떠나지 않을께.....


내가 그런다고 어떻게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하겠니....

널 버리고 희준이에게 다가가겠니...

어떻게..널......아니....희준일..내가 괴롭힐 수 있겠어....



이렇게 날 사랑해주는 너의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나 꼭 잡아줘...



부탁이야..서영아.......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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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요플레님^^* 내마음은님^^* 런트님^^*
재아님^^* 초록별지구님^^* 혀니님^^*
고맙습니다^^*

이상한 일이예요..
한멜에서 발송된 멜이 아닙니다라고 뜨고 
용량도 꽤 큰 멜이 자꾸 오는데 
보내는 사람이 멜주소로 미루어봐 다 에쵸티팬이예요...
저는 그냥 그려려니 하고 멜 지우기만 했었는데
어떤 분이 제이멜주소로 그런 멜을 받았다는...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예요?
어떻게 다른 사람이 제 멜 주소로 보내는 게 가능하죠?
정말 찜찜합니다...어케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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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여섯-






산장을 떠나오는 아침은 고요했다.

일찍 짐을 싸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다시 차에 몸을 싣고 산장에서 내려왔다.


몇시간 자지 않은 탓에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유나와 서영은

보통 때와 다르게 조용했고....

눈을 감고 있는 걸 보면 어쩜 자고 있을런지도 몰랐다.

나 또한 말을 늘어놓을 기분이 아니었다.



나 혼자만 알 정도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희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피곤해보여..."


"그거야..다들 마찬가지지..뭐..."


"오늘 회사 안가도 돼?"


"응...넌?"


"나야..집에다 미리 말씀드렸지.."



희준과 나는 의미없는 대화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출시 앞두고 있는 기분 어때요?"


"글쎄요^^"


"인턴사원 작품을 메인으로 시장에 내보내는 거

절대 흔치 않은 일이라는 건 잘 알죠?"


"네..알아요.."


"회식 있을 거니까 오늘 저녁 시간 비워놔요.."



산장에 다녀온 후....

회사생활은 내가 희준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열중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였다.



희준에게 

회식이 있어서 늦게 들어간다는 문자를 보내려다가

무슨 상관일까 싶어 손을 거두고 말았다.


차라리 서영이에게 알려야 어울리는 게 아닌가?


피식 웃어버리고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졌다.


.

.

.


"여자친구랑 여행갔던 거예요?"


"네?"


"주말에...내 전화 받았을 때...여행갔던 거 말이예요..."


"아..네...친구들이랑..."


"칠현씨 주위는 항상 북적북적 할 거 같아요..."


"?"


"잘생겼고 성격 좋고...몇 번 느꼈는데 유머도 있는 것 같구..."


"유진씨야말로 북적북적 하지 않아요?"


"저는 북적북적 해보이긴 하는데...

정말 실속이 없죠...남자친구도 없는데..."



회사 앞에 있는 회식장소로 향하는 동안

오랜만에 유진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해맑게 미소짓는 게 참 예뻤다.

서영이 깔깔대고 시원하게 웃는다고 말하자면

유진은 소리없이 환하게 미소짓는 편이었다.


결코 부담주지 않는 그녀의 다가섬....

나는 유진의 마음을 눈치채면서도 모른 척 했다.

연인으로 둘 수 없지만....

잃고 싶지 않은 친구 같은.....

그런 여자였다.



"칠현씨 술 잘해요?"


"글쎄..그냥 조금요..."



그렇게 회사 건너편에 다다랐을 때.....


차창문을 조금 연 희준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외면할 용기가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다.

.

.

.


빈 술잔이.....빈 마음이.....

채워져 가는 게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끊임없이 잔을 입에 가져다댔고

처음에는 무슨 일이냐며 자꾸 물어오던 

유진은 나중엔 말없이 술을 채워주었다.


회식 자리에서 즐겁기는커녕 술만 들이킨 나는

그렇게 취해가고 있었다.


머릿 속에 아로맺히는 얼굴에 아파하며.......



멀리서였지만 희준은 쓸쓸해보였다.


왜 회사까지 찾아왔는지 비로소 궁금해졌다.



*	*	*	*	*	*	*	*	*	*



바늘로 찔리는 듯이 양쪽 머리가 아파왔다.

잔뜩 찡그리며 눈을 뜨자 익숙한 내음이 느껴진다.


아....

내방이구나.......



어렵게 몸을 일으켰을 때 나는 내 방에 희준이 있다는 걸 알았다.

화가 났는지 무척 차가운 목소리로.....

희준이 말했다.



"회식에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어...인턴사원주제에..."


"인턴사원주제....그래..희준이 너는 좋겠다? 

부모님 사업 받아서 그대로 잇기만 하면 되서?"


"!!"



희준이 방문을 쾅 닫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나는 내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알지 못했다.

문 닫히는 소리는 나를 깨웠다.


술기운이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일어났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침대로 주저앉았다.



바보 같아........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인건지.....



그냥 답답해서...화가 나서..그랬어....



아침에 눈을 뜨고 기지개를 펴듯....

하나의 일상과 같던 너란 애가......

지금은 보면 볼수록 마음 아픈 존재가 되어버렸다구....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다고....



얼굴을 찌푸려 눈을 감은 채로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있는 내 귓가에......

저 밖으로...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

.

.



- 괜찮아요? 어제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나죠?


"하하..그러네요..생각 안나요.."


- 제가 고생 좀 했는데 그것도 기억 안나겠납六?


"아, 그랬어요? 미안해요..유진씨.."


- 기억 안난다면서 사과는 왜해요? 쿡...미씨훌 건 없어요...


"예전에 식사대접 하겠다던 약속 오늘 지킬께요..."


- 잊지 않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유진과의 짧은 통화로 인해 조금은 나은 기분이 되어있었다.



그 늦은 시각에 나를 어떻게 집까지 떨궜는지

무슨 실수한 건 없었는지 물을 틈도 없었다.

약속을 정하고 웃으며 전화를 끊는 때까지도

나는 서영을 생각해내지 못했으니........



머지 않아 나는 내 침대 옆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서영과 나의 사진들을 발견했고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어냈다.



결코 서영에게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니...희준에 대한 나....

그걸 알고 있는 서영의 질책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숨어있었을지도....



유진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비교적 가벼웠던 것도

아마....유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 였기 때문이었다.



*	*	*	*	*	*	*	*	*	*



나를 불러내는 서영의 전화에 놀랄새도 없이 

우선은 유진과의 자리에서 밖으로 뛰쳐나가야했다.



칠현아..우리 유나랑 희준이 축하해줘야지!


축..하? 무슨 축하?


몰랐어? 결혼하기로 했대!


결혼?


걔들 부모님이야 진작부터 원하셨던 일이구...


........


약혼식 올리기로 약속했대! 우리가 축하해줘야지! 


.........


여기 댄스동아리 연습실이거든? 애들 다 왔어! 너두 빨리와! 알았지?




서영인 변하지 않았다.

다 아는 것 같았지만 내게 다르게 대하는 건 없었고

희준과 유나에 대해 쉽사리 언급하고 있었다.



"서영아...나는 좀 늦을 것 같다...지금 약속이 있어..."


폴더를 닫으며 나는 어디선가 밀려오는 허탈함에 

카페 계단 벽에 기대서야만 했다.

한참동안 넋놓고 서있던 나는....

안에서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을 

유진의 모습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다시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는

희준이 문을 꽝 닫고 나서던 오늘 아침을 생각했다.



문희준.....너....


자격이 없어도 내 맘엔 어쩐지 원망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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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일곱-







"유진씨는 왜 나 좋아해요?"


"네?"


놀란 유진의 표정.....

하지만 내가 한 질문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잠시 망설이더니 가벼운 웃음과 함께 이야기한다.



"칠현씨는 여자친구 왜 좋아하는데요?"


"......."


"고민..많아 보여요..칠현씨.."


"그래요?"


"얼마전까지는 항상 좋아보였는데...

요 며칠 새는 어디 정신 팔린 사람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따뜻하게 웃어보이는 유진을 보니

기대고 싶은 충동마져 일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

연습실에서 축하파티를 시작하고 있을...

희준..유나..그리고 친구들...


사실은 그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무슨 일인지 이야기 해줄 수 있어요?"


"네?"


"나한테 정신 팔린 거 아닌 거 알아요..

그러니까 친구하자는 거예요...

나 칠현씨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고집부리는 건 별로 안좋아해요..."


"유진씨..."


"천천히 얘기해줘도 돼요....우선 친구부터 되야죠..."


벌써 그녀는 친구였다.


이 시간에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은....

희준이 유나와 결혼약속을 한 날...

유진과 함께 있다는 것은 내게 이미 친구임을 의미했으니까...



"아까 무슨 전화였어요?"


"친구들..파티 한다고 오라는 전화였어요..."


"아..그럼 저 때문에 못가고 계셨구나...

밥도 다 먹었는데 이만 가봐요..칠현씨.."


"가고 싶지 않은 파티예요..."


".........."


"가기..싫어요...."


어린애가 투정 부리듯이 나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시키고 그렇게 앉아 있었다.


축하해.......

라고 인사할 자신 따위는 없었기에

쉽사리 가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

.

.


"칠현씨..보다가 내 속이 다 터지겠어요..."


"......."


"가서 파티...파토라도 내요..속상해하지 말구..."


농담반 진담반.....

유진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	*	*	*	*	*	*



케잌에 꽂힌 촛불을 끄고 파티는 시작되었다.



희준은 연습실 바닥에 차려진 술과 안주를 바라보다가...

또 유나를 포함해 들뜬 모두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그렇게 말없이 가끔 술을 들이키는 게 전부였다.



"무슨 약혼할 애들이 이래! 우리 있다고 내숭이냐?"


재원의 강력한 주장으로 희준과 유나가 나란히 앉혀졌다.

불기운에 두 뺨이 발그레해진 유나는

쑥쓰럽기 때문인지 더 붉어지고 있었다.


승호의 놀림은 더해만 갔다.


"키스 한 판 진행할까?"


"그러자!"


좀처럼 저런 말 내뱉지 않는 우혁까지....


아니..한술 더 뜬다.

우혁은 준비한 초에 불을 붙이고는 벌떡 일어나 불을 꺼버렸다.


노을빛 촛불만이 밝혀져 있었다.


희준의 표정에는 좀처럼 변화가 없었다.




"문희준! 우리 성격 알지?"


"어차피 키스 하기 전엔 그냥 못넘어간다!"


"그냥 한번 하고 끝내!"


"와아! 박수!"



어두운 조명과 달리 시끄러운 분위기.....

유나는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희준은 굳은 얼굴로 유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차피 어색하게 넘어가지지 않을 것 같았다.

.

.

.


"유나야...우리 결혼하자..."


"희준아.."


"부모님들도 원하시고...우리도 어리지는 않아..."


"....희...준...아.."


.

.

.


결혼하자는 말도 했는데 그까짓 키스를 못할까?


희준은 살며시 유나의 뺨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눈감은 그녀를 보자니 희준은 망설이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달칵....


?!!!


*	*	*	*	*	*	*	*	*	*



문앞에서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차라리 일찍 갔었다면 덜 힘들었을까?

한창 파티 중일 모습을 상상해보며 

차라리 뒤돌아 집에 먼저 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오늘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문을 힘주어 열었다.


달칵 하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린다.



깜깜한.......

초 두개에 모든 빛을 의존하고 있는 연습실 안......

촛불 곁에 얼굴이 한껏 가까워진 희준과 유나.....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


입이 얼었는지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축하해! 하고 외치며 들어올 생각이었는데

나란히 마주한 두 사람을 본 순간 주저앉고 싶었다.


나를 보고 유나를 살짝 밀쳐내는 희준.....

그리고 친구들의 상반된 반응.....



"너 뭐야! 하필 지금 등장하구!"


"아..미안해.."



안올 걸 그랬어......

오지 말걸 그랬어.......


희준이 넌.......알고 있니?


나를 알고 있니?


안다면...얼마나 알고 있니?



*	*	*	*	*	*	*	*	*	*



"아침에 미안했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희준에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가 방으로 들어가버리기 전에 사과는 해야했다.

유나와의 약혼얘기에 민감해진 나지만

어쨌든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내겐 없었기에......



희준은 괜찮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고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약간의 알콜로 붉어진 얼굴은 무척 슬픔에 젖어 있었다.



"..........."


"..........."



이런 희준을 더 길게 붙잡고 있을 용기는 없었다.



"희준아...잘 자..."


내 사과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뒤돌아서는데

희준은 내 이름을 작게 불렀다.



"안칠현..."


"!!"


"칠현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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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우연히 만난 이슬이^^*
오랜만..반가웠구..설 빨리빨리 올릴께^^
야무친모님^^* 초록별지구님^^* 
딸기요플레님^^* 재아님^^*
저....달랑 한편이라 짱나시죠?--;
게다가 각 편 자르는 곳도 하필...;;짜증나신다구요?--;
대신 내일 또 올릴께요^^* 아잉~(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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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여덟-






"내일 너 퇴근하고 나서...오랜만에 밖에서 만날까?"


"밖에서?"


의외의 외출 제안에 나는 흔쾌히 응했고

희준의 화가 풀렸구나 싶어 반가웠다.

그래서 활짝 웃으며 호응해 주었다.



"그래! 영화 하나 볼래? 내가 예매해둘께..."


"그러자..그럼..."


"희준이 넌 뭐 보고 싶은 영화 없어?"


"아무거나..."



희준은 그제야 희미하게 미소를 띄었다.

그래...그게 어울려....

요새 보기 힘든 웃는 얼굴......

어쩐지 너무 미안해져...



꼭 내가 그렇게 만든 것 같은 죄책감..........



*	*	*	*	*	*	*	*	*	*



"칠현씨 오늘 기분 좋네?"


"그래 보여요?"


"그렇게 티내도 되는 건가 몰라...칫.."


"......."



장난기 가득한 유진의 말에도 나는 미안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팀장과 실장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녀의 자그마한 손이 내 어깨를 살짝 두드리더니

자기 자리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무슨 신호라도 보내듯이 유진은 나를 보고 웃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마주 웃어 주었다.


.

.

.

차를 세우고 날 기다리는 희준이 보였다.



지금 비로소 생각해보는 건..

예전에는 매일 같이 이랬었다는 것......

얼마전까지만 해도 매일 같이 희준인 날 데리러 왔었다는 것.......



희준이 나를 발견하고 손을 들자

나는 슬퍼지려던 표정을 감추고 그에게 뛰어갔다.

.

.

.


"그게 무슨 말이야?"


"모르겠어....승호가 사라져버렸다는 것 외에는...."


"하.....말도 안돼..."


".........."



승호에 대한 소식으로 인해 

내게 밀려온 건 걱정보다도 공포였다.

승호가 사라졌다.

우혁이랑 죽고 못살던 승호가 사라져버렸다.


왜....?



승호야...왜....?



나는 인정하기 싫었다.



"서울 바닥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놈이라구!"


"..........."



희준은 말이 없었다.

한 손으로 내 무릎을 툭툭 쳐줄 뿐.....

굳은 표정 그대로 운전만 했다.



"그럼..그 녀석...미국..간거야?"


"모르겠지만...아마도...."


"우혁인..뭐래?"


"말을 안해...일단..가보자..우리.."



어이가 없었다.

잠 재워줄 곳도 없는 놈이니....

미국으로 날랐다는 얘긴데.....



이걸..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어제....

희준과 유나를 축하해주던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아 보이던 승호와 우혁이 떠올랐다.



이별 전야에...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냐고....



"그럼 어떻게...어제 우리 다 모인 데선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어?"


"..........."


"희준아..."


".........."


"사랑한다며...둘이...사랑한다며...."




우리 둘은 급히 우혁의 집으로 향했고....


오랜만에 둘이 보낼 시간을 위해 

내가 들뜬 기분으로 예매했던 영화표는 

내 지갑 속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	*	*	*	*	*	*	*	*	*



재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경악한 건.....

우혁이 담담해보였다는 것이었다.

이성을 잃고 있지도 않았고 넋을 놓고 있지도 않았다.

한참 울었는지 눈은 부었지만 이미 눈물은 그친 후였다.



괜찮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우혁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왔어?"



우혁이 살짝 갈라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희준은 돌아서더니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꺼내물었다.

나는 쇼파에 몸을 기댄 채 입을 힘주어 다물었다.



"뭐..마실래?"


우혁의 물음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우혁이...승호...

너희들.....

서로...포기한거니?



"미안하다..너희들 다 신경쓰게 해서..."


무언가 설명해야할 필요성은 느꼈는지 

우혁이 드디어 말문을 텄다.


천천히 이어지는 우혁의 이야기.....



"승호랑 나...헤어지기로...했어....

놀랐겠지만...어쩌면 어차피 올 일이었을지도 몰라..

사랑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그렇지가 않더라....

아직 가족들이 소중하고...앞으로 할 일들이 소중하고....

승호..아마 학교도 수속 다 밟았을 거야...

나한테는...오늘 승호 사라져버린 거...별로...놀랍지 않아...

사랑...해...아직...그렇지만..노력해야지....해봐야지...

너무 걱정하지마..승호도 나도..잘 할 거야..."


.

.

,


난 정말이지 절망적이었다.

우혁과 승호는 더이상 내게 위안이 되지 않았다.

결국 버티지 못한 두 사람을 보고...

어떻게 무슨 용기를 내볼까...?



거봐......

사랑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

.

.

.


우혁은 마음은 거의 정리 되었다면서

우리를 집 밖으로 내몰았고 

한동안 멍하던 희준은 울먹이고 있는 나를 보고는....

보려가려던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그래...가자...."


.

.

.



숨죽이며 본 영화는 공교롭게도 

내가 아마 24시간 내내 꿈꾸곤 하는 

사랑하는 이와의 해피앤딩이었다.



- 가지고 싶은 사랑을...한번쯤은 부딪혀볼  수 있다.



이 문구가 영화의 시작과 끝에 새겨져있었고

나는 계속 맴도는 그 말을 들릴까 말까 하게 웅얼댔다.



아마...우린...

우혁과 승호에 대한 걱정을 각자 하고 있었을 것이다.


많이 사랑했기에 택할 수 있었을 길.....

이제 그 길을 포기하고 서로를 놓아준 두 사람이

괜찮은 것 같아도....

마음 속으론 대체 어떤 아픔들을 가지고 있을지...


.

.

.



영화를 떠올리며 질문을 해보았다.



"희준아..."


"왜?"


"만약에 내가......."


"?"



희준은 빨간 신호등 앞에 차를 세우며

망설이고 있는 나를 쳐다보았다.



숨 막힐 것 같은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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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아님^^* 시안님^^* Bowwow님^^*
딸기요플레님^^* 초록별지구님^^*
야무친모님^^* 멀뚱멀뚱님^^*
감사드립니다^^*

저번편..희준이가 칠현이 부르는 장면에서 
뚝 잘라먹었다가 다들 너무한다고 하셔서요;;
이번에는 칠현이가 희준이 부르는 장면에서
잘랐지만 다음편이 있지 않겠습니까?^^;
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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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열아홉-







"내가 너 사랑하면....?"


"서영이가 나 때리겠지?...큭큭..."



희준의 웃음소리에 울컥하는 마음이 앞선다.



"서영이 얘기 하자는 거 아니야...."


"질문이...뭐였지?"


"내가 너 사랑한다면....."


"안되지........"




대화는 그에 의해 엿가락 마냥 뚝 하고 잘렸다.

단호한 말짓에 내 머릿 속은 비어갔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자기 입에 담지 않겠다는 듯이


내게 질문이 뭐였냐고 되묻는 그의 냉정함.....



그는 내 질문에 놀라지 않았다.

날 나보다 먼저 알아챈 건 희준일지도 모른다.

대체 나는 얼마나 바보 였던 것일까......

다 알면서 충실한 친구의 자리를 지켜준 희준에게

고마워해야할 처지란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10년 동안 바보 옆에서....

아는 걸 모르는 척 모르는 걸 아는 척....

그것도 정말 대단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한참의 고민 끝에 나도 말할 수 있었다.



"그래..안돼....서영이가..때리면 얼마나 아픈데..

훗..문희준 너는 맷집이 없어서 아마 맞아 죽을 거야..

나니까...나라서..서영이 데리고 살 생각을 하지...훗.."



포기해버린 우혁과 승호를 보고......

방금 내린 나의 결론.......


그리고 오래 전 이 결론을 낸 희준.........




난..어리석었다.



약혼식 앞둔 놈한테.....

이런 소리나 지껄이고....참도 정신 나갔지...



고맙게도 희준은 방에 들어가 유나에게 전화를 거는 것으로 

나를 분명하게 무시해주었다.



*	*	*	*	*	*	*	*	*	*



희준의 약혼식이 있던 날 

나는 투명인간이었다.


희준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방에서 낮잠자는 척만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코끝이 찡해지고 서러워지는데...

그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 이불을 뒤집어썼다.



종종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시계 한번 핸드폰 한번

번갈아보고 또 숨어버리는 나는.....

지독한 열병을 앓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다 끝났을까?


아니면.....

찬란한 고급호텔에서 양가 부모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이제는 차를 마시며 결혼날짜를 이야기할까?


시간이 흘러주었고

나도 울다가 말고 이불도 한켠에 밀어놓고 자리에 앉아버렸다.


부엌 한번을 안나가고 화장실에도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그렇게 혼자 보낸 하루.....꽤 지루했던 시간.....


울어서 몸에 수분이란 수분은 다 빠져버린걸까?

갈증은 나를 어지럽게 했고 결국 난 부엌으로 걸음을 했다.

물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맥주캔.....


빈 속인데도 왜 배고프단 생각은 안들고

술고프다는 생각만 드는지.....


맥주캔을 여럿 들고......

안주거리를 찾다못해 과자봉지를 하나 쥐고.....

거실에 쏟아놓고 먹기 시작했다.



먹다가 문득 시간을 보니......

벌써 희준이 나간지 8시간.....



정말 끝난 건가 보다.....

약혼이라는데...말 다 한 거지....



파서 뭐가 나올 곳을 파야 익이 되는 거지...

안칠현 정말 웃긴다.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마냥....

맥없이 나는 술만 들이켰다.


.

.

.



맥주캔을 들이키는 나를 본 희준....

보통 때 같으면 말렸을 것 같건만

그는 그냥 방으로 향했다.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려는 그를 붙잡으며...


나는 물었다.


그에게...혹은 나에게....



"그거 아냐?"


".....어?"


"깨달음은..순간이더라..."


".........."


"너도..그랬니?"


"..........."



희준이 너도 그랬니?


나보다 더 오래 알고 있었으면서....

가르쳐주지 않은 거...


혹시 너에게....

그 깨달음의 순간이 너무 저주스럽진 않았을까?



상대가 나라서...?



희준이 들어가버린 방문을 향해.....

맥주캔을 던져버렸다.


고요한 적막을 깨는 건 

내 일방적인 난폭함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렇지만 희준은 다시 방에서 나왔다.



"어떻게 해줄까?"


".........."


"현이 니가 원하는대로...원하는대로 해..."


".....우...흐...흡..."


"아니지? 다신 이러지 않을 거지?"



다정했다.

약혼식 마치고 온 친구 앞에 무너져서

맥주캔을 하나하나 해치우고 있는 

천하무적 안칠현을.....

그는 결코 다그치지 않았다.

희준인 다 이해한다는 듯이......

나보다 몇 갑절의 인생을 살았다는 듯이

나를 꼭 안고 내 등으로 어루만져주었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나를........


희준인.....그렇게......



기웃기웃.....현관에 들어서다가 

희준에게 안겨 우는 나를 본 유나.......

희준은 그녀가 있는 걸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녀를 못본 척 울어대기만 했다.



포기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 건 유나를 봤을 때가 아니었다.



희준을 밀어내며 그의 얼굴에 슬피 흘러내린 

눈물방울들을 보았을 때였다.



한사람만 보인다는 게 어떤 말인지.....

수재였던 나는 대학 졸업반의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

.

.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그 전날이 이렇듯 꿈같을 수 있을까?


정말 난...희준인....

아무렇지도 않았다.

승호랑 우혁이도 이랬을까?

이별을 하고도......마치 꿈에서 깬 것 같았을까?



유나를 만나러 간다는 희준은....

이미 눈물의 흔적 따위는 찾을 수 없는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희준을 내보내고 나는 또 미친 듯 술을 마셔버린다.

그리움 따윈 어떻게 참는지 방법을 몰랐다.

승호와 우혁이를 데려다 앉혀놓고 한수 배우고 싶기도 했다.



"........"


- 칠현아..나올래?...옷..따뜻하게 입고...


가라앉은 목소리..

서영의 문자를 다 씹어버리고도....

희준의 전화는....신호가 한번 더 갈새라 받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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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무울-






"칠현아..나올래?...옷..따뜻하게 입고..."



희준은 유나의 말대로 칠현을 불러냈다. 

짧은 통화를 듣고 있던 유나가 차갑게 말했다.



"여기로 부를 게 아니라 아예 니가 직접 달려가서 

안아주지 그래? 칠현이 잘 울잖아...

보호자가 지금쯤 달려가줘야 옳지 않겠어?"


"뭐?"


"야..문희준....나는...내가 손해보는 사랑은 못해....

너...그 자식 사랑하잖아..."


"그래 그런 것 같아..."


"......!"



망설임없는 희준의 대답에 더 난감한 건 바로 유나였다.

아니라고 말해달라고...그러면....

오늘 한 말....다 없던 말로 하겠다고.......

그렇지만 희준은 멍하니 끄덕였다.



"니 말이 맞을 거야..."


유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우리 헤어져...문희준..."


"그러자......."


"무..머..라구?....."


"............"


"정말..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심마저 들어...

알아? 너 은근히 잔인한 애야...

욱하는 마음에 사귀자고 하고

욱하는 마음에 결혼하자고 하고

이러다가 어느날 문득.....

니가 또 욱하는 마음에 헤어지자고 하면...

나 감당할 자신 없어..

안칠현 좋아하니까 헤어져..라고 니 입으로 말하기 전에...

내가 떠나줄께...멋대로 해....

그렇지만 알아둬...미친 선택 하면 너 후회할거야..."



막 내뱉어내던 유나의 말이 멈추었고.....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칠현이 두 사람 시야에 들어왔다.



"?"


칠현의 의아한 표정.......



유나가 칠현 곁을 스쳐 나가버리는 상황........


순간 밀쳐진 칠현은 쓰린 속을 잡으며

희준에게 느릿느릿 걸어갔다.

.

.

.


"앉아..현아..."


나는 희준의 말대로 했다. 

유나가 앉았던 자리에 그와 마주앉았다.


이 상황....

그가 무언가 해명해주길.......



"유나랑 헤어졌어..."


술이 다 깬다......



"야! 언제 미치나 했더니 드디어 올게 왔구나? 

대체 너 무슨 헛소리야..취했냐?"



아...술은 내가 마셨지...?

그럼 내가 헛걸 들었나보구나......



"너같으면 미친놈 소리 듣자고 빈소리 하겠냐?"


"그럼 뭐야? 정말이야?"


"그래...."



주체할 수 없이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내가 어떤 입장인지 분명히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친구를 위로해야하는 건지.....

아니면...나랑 잘되자고 기뻐해야하는 건지......


도통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그냥 테이블에 엎드려버렸다.



"너 또 술먹었니?"



문희준....

넌 지금 그게 중요하니?


미치겠다.



"야...너 정신차려봐....약혼녀랑 헤어진 건 

그냥 헤어진 것도 아니고 그...뭐냐..."


"파혼..."


"어! 그래! 파혼!...파혼이잖아....후....

야! 아는 놈이 파혼을 하냐? 너 유나한테 잘못하는 거야!"


"헤어지자고 한 건 유나야!"


"뭐? 야! 말도 안돼!...구라도 그런 구라는 안통해.......!"


"........"


"야...진짜..야...? 왜? 아...싸우다가 말 헛나가서 그랬구나?

그런 건 그냥 새겨들어야지! 남자가 양보하는 거야...!"



내가 바락바락 우기고 있는 틈에....

웨이터가 술을 들고왔다.



"됐다 됐어..야...술이나 따라줘..."


"그런 큰일을...나한테 상담도 못하냐?

친구놈이란 게...그렇게 멋대로 결정해버..."


"니 일도 너한테 상담하리?"



희준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내 말을 잘라먹었다.


무슨 소릴 하려고 하는 거야.....



"뭐?"


".........."


"문희준...니가 유나랑 헤어진 게 그럼 내 일이니?"


"........."


"너 뇌세포 다 죽었냐? 왜 말을 못해...말!"


".........."


"유나랑 네 일인데 왜 나한테 그러는데?"



희준이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에!"


".........."


"나랑 헤어지는 거래...너 때문이라고!!"


"뭐...어...?"


"..........."


"미..미쳤냐? 유나..걔...무슨....애인 친구 때문에 

애인이랑 헤어지는 사람이 어딨어, 야..."



내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음을 나는 곧 깨달았다.

이미 그 이유는 나도 희준도 서로 잘 알고 있는 터였다.



"내가 널....사랑한대..."


"하하...야...친구랑..애인이...그게..같냐?"


"씨발....."



최근 들어 그가 욕하는 모습은 

정말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희준아..."


"더 골 때리는 게 뭔지 알아?"


".........."


"나...그런 거 같다고...그러니까 헤어지자고 그랬어...."


"뭐....뭐가..그런 거 같다고? 뭐...가?"


".........."


"뭐가...그렇다는 거야...?"


"너 사랑하는 것 같다고...."



재차 그에게 되물은 건 정말 실수였다. 


이미 아는 거 확인할 필요도 없고.....

도장 찍어둘 것도 없는데.....

욕심많은 나는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서.........

사랑한다는 말 한번 듣자고 재촉하다니........



미친 놈 소리 한 번 하고 

카페 밖으로 도망이라도 쳤다면 

그게 제일 적당한 방어가 됐을 테니까...



"나..다 인정했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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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월24일! 이니스프리 1주년 축하해요~*^^*
좀 일찍 알았으면 축설을 준비라도 했을 텐데..;;
생일인지 몰랐어요;; 2주년 때는...하하하--;
초록빛 이쁜 이니스프리의 생일을 모두모두 축하합시다~

드디어 20편에 도착했음을 알립니다~짠!^^*
7월25일부터 했네요..그러니까  아직...
한달 안됐는데 스무편이면 나쁘지 않죠?^^*

자두입술^^* 딸기요플레님^^* 
재아님^^* 초록별지구님^^* 
혀니님^^* Bowwow님^^* 
내마음은님^^* 설빈님^^* 
멀뚱멀뚱님^^* 초록준타님^^*

감상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리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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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하나-







"안칠현 너 사랑하는 거 인정했다구......"


"..........."


"나 감출 자신...없다구.....다 알잖아...너도...나도...."



희준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나는 이 자리를 벗어나려 일어섰지만

그만 다시 주저앉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술잔을 들이켰다.

이 순간........기절해버리면 좋겠다.


딱 여기까지가 좋다...


사랑한단 소리도 들었다.

이제 됐지......


여기까지만....이었으면 좋겠어.....


.

.

.


"우..욱...엑....."



별로 먹은 게 없어서인지

더 게워낼 것도 없는데 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정신이라도 잃었으면 하는 마음.....


등을 토닥이고 있는 손길이....

거기서 전해져오는 체온이....

너무 따뜻하고 서글퍼서 애써 중심 잡고 있는 내 팔이 후들거렸다.



"현아..집에 가자..."


"........."


"괜찮아?"


"응..."



희준은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나를

눈물을 머금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아이였구나.......


별로 말은 없지만...

내 생각은 끔찍히 해주는 문희준이라는 놈 말이야....



"미안.."


"어?"


"파혼은 니가 했는데 주정은 내가 다 부리고 말이야..."


"알긴 아네..."



희준에게 기대선 나는 화장실을 나섰다.


술은 깼지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과감하게 음주운전을 하는 희준의 옆자리에 

비스듬하게 앉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끙끙댔다.



내 신음을 들었는지 희준은 틈틈히 

걱정스럽게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한테 저렇게 약한 놈이었구나...



희준이가 그랬구나.....



파혼 맞고 이제 집에서 한 잔소리 들을 희준....

유나에게는 또 얼마나 독설을 들을지 모르는 희준....

그런 희준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게...

내게 있어서....

단 한가지 행복함이었다고 말하면 뒈질 놈일테지...



"희준아...운전해...나 보지 말구..."


".........."



죽을 때까지 널 보고 있으면 좋겠다.


니가 무슨 말 할 필요도 없고...

내가 무슨 말 할 필요도 없고....

니가 내 곁에 붙어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나는 너 볼께....

그렇게 할께....



말을 하면....비참하잖아.....


그러니까...우리 말하지 말기로해.....



쓰린 속......

또 구역질이 밀려올 것 같았다.


나는 창가로 고개를 휙 돌리고

움직이는 풍경에 시선을 박았다.



*	*	*	*	*	*	*	*	*	*



내가 잠이 든 사이....

희준은 무언가 요리 중이었나보다.

어디선가 나는 음식냄새...



대체 뭘 만들길래 이런 특이한 냄새가?!


코를 킁킁 해보던 나는 한숨을 쉬었다.



네 놈이 뭔가를 태..운 거로구나?--;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걸어갈수록

탄내는 내 코를 더욱 찔러왔다--;



"야..야..."


"어? 6시 밖에 안됐는데..깼어?"


"너 뭐 태웠어?"


".........;;"


희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게..."


"...풋.."


내가 보기로는.......

한쪽에서는 죽에 넣으려는 듯 작게 썰어 야채를 볶고 

한쪽에는 죽을 끓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야채가 거뭇거뭇 다 탔다--;


희준이 서둘러 저어보는 죽은...

밥알이 다 냄비 바닥에 늘러붙은 듯--;

벅벅 긁고 있는 희준이 안쓰러웠다--;


웃어버리는 나를 보고 약간 창피한지 희준인 멋적어했다.



나는 희준에게서 나무주걱을 빼앗아서 죽을 저었다.

희준은 재빨리 탄 야채가 가득한 후라이팬을 치우고

새로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야..문희준..."


"어?"


"너 시집 못간다.."


"풋...시집?"


"기본이 안되어있는데 무슨 시집이야.."


"아..혼자 살아야하나?"


"맘이 태평양 같은 착한 여자 찾아서 시집가라..."


"쿡쿡...."



희준은 웃기만 했다.

바보처럼......



그래서 나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

.



"자..완성된 쭈니샘플입니다, 안칠현씨.."


"어? 유진씨..."



쭈니...내 캐릭터의 이름......^^


유진은 고급스런 옷감으로 만들어진 인형을 내밀었다.



"이건 칠현씨 주려고 여분으로 만들어 온 거예요...

회사에는 벌써 하나 제출했구요..."


"아...."


유진의 배려가 느껴져 고마운 마음에 미안한 마음이 더해갔다.



"우선 인형부터 출시하고...반응봐서 악세사리로 출시할거래요..."


"고마워요..그리고..수고해줘서 미안하구요..."


"그러게 왜 맨날 바쁜 척 해요...?"


"미안해요..."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자꾸 미안하데요?"



유진은 인형을 내 품에 안겨주고

내 팔을 인형에 둘러준 다음 자기 자리로 사라졌다.



동글동글 귀여운 눈을 크게 뜨고

쭈니가 나를 보고 있었다.

입꼬리는 올라갔는데 눈매는 새초롬하게 젖어보이는 게....

웃고 있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

무슨 표정인지 알기 힘든 쭈니.....



인형을 안고 눈물을 글썽이던 한심한 나는....

그만 피식 웃었다.



문희준 때문에 병신 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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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두울-






찻집 한 구석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유나를 향해

나는 인사 따위는 건네지도 못했다.

야윈 듯한 얼굴이...창백해보이는 모습이....

내게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칠현이 너한테 저번에 하려던 말 못해서..부른거야..."



그녀의 목소린 날이 선 목소리였다.



"유학가..."


"..........."


"파혼얘긴 들었겠지?"


"어..."


"약혼 하자마자 파혼...엄마아빠가 이런 나 

한국에 그냥 두려고 하시지를 않아..."


".........."


"유학...희준이랑 같이 갈 생각했었는데....

혼자 가기로 결정했어..."



유나는 내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나는 날 똑바로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찻잔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나야...다시..생각해..."



나도 모르게 나는 설득하는 가증스러운 말을 하고 말았다.



"뭘?"


"........."


"희준이랑의 관계?"


"그래...파혼은 너무 성급......"


"너야말로 더 생각해보지 그랬니?"


"!!"


"칠현이 너부터 더 신중해야했어...."



유나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따지는 말투라기보다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

그에 비해 나는 이미 흥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신 좀 차려...희준이까지 미치게 하지 말고...

친구로서 충고해주는 거야...너희 둘 그만 둬..."


"유나야!"


".........."


"그 딴 헛소리 하자고 날 불렀어?"


"아니라고 할 수 있니? 그렇게 자신 있어?"


".........."



요목조목.....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내가 기껏 말장난 한번 하고 유학...아니..도망갈 것 같아?"


".........."


"나 장난 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난 알고 있는 대로 느끼고 있는대로 말해...."



차라리 유나가 크게 목소릴 높였다면

난 펄쩍 뛰며 손을 내저을 수도 있고

되려 내가 화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은 어깨를 핏기없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말을 힘겹게 잇는 그녀에게

내가 그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희준에게는 어떻든지 그녀에게는....

아니..희준이 아닌 다른 이에게는 

내 감정......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더 버틸 수가 없었다.



"내가 가야할 유학을 니가 가는건가?"


".........."


"유나 너야말로 여기 있어야할 사람인데...

니가 내가 도망가야 할 곳에 가버리는 거야?"


"..........."


"그래..사랑해....."


"흐..흡...."



유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분노라기보다는 슬픔에 가까운 모습......



"나..칠현이 니가 그렇듯이 희준이 갖고 싶어..

나도 니가 그렇듯 그 애 사랑하니까.."


"..........."


"힘든 거 알아..아니..몰라도..그래..모르지만...노력해볼께...

하지만 결론은 어차피 같을 거야...그러니까 시간을 줄께..."


"............"


"2년 후에 나 돌아올거야...그 때까지만이야....

그 때까지...두 사람..제자리에 돌아가있어..."



유나는 희준을 포기한 건 아니었던 거다.

난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는데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박또박 이어지는 유나의 말에....

토달 수 없었다.



"2년 후야..."


마치 판결을 받은 피고처럼 맥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치 이 상황에 지쳐가고 있었다.


이만큼을 견디지 못하는데....

어떻게 더 견딜 수 있겠어....



*	*	*	*	*	*	*	*	*	*



희준의 전화...문자....다 씹어버렸다.


유나와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

희준의 목소리만 들어도 환장할 지경이었으니까..



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색이 여자친군데...최근 들어서 너무 챙겨주지 못했다.



"서영아...."


- .........



서영이도 파혼 소식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모를리가 없지....

유나친군데....



"서영아...지금...만날래?"


- 칠현아..어디야...?


.

.

.



"유나..소식..들었어?"


"어.."


"희준이한테서?"


"........어..."



보통 때 같으면 내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했을텐데...

오늘은 서영이도 한없이 힘들어 보였다.



"칠현아...사랑해..알지?"


"그래..."


"너 위해서..뭐든 해줄 수 있을 만큼..많이 사랑해.."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의구심을 갖고 그녀의 말에 귀기울이게 된다.



"니가 다른 여자 사랑하면 포기해 줄 수도 

있을만큼...그렇게 많이야...알아?"


"........서영아.."


"말길 못 알아듣는 것 같이 되묻지마...

그냥..내가.....그렇다는 거야...^^"



난 따뜻하게 웃어줄 수 밖엔 없었다.


뭐 그리 깊이 생각하냐면서 내 팔을 툭 치더니

서영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짓는다.



삑삑대는 소리에 문자를 확인한 그녀가 말했다.



"우리..그만 일어나자.....애들연습실 가자...

재원이...우혁이랑 희준이..다 거기있대..."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잡아 끌었다.



*	*	*	*	*	*	*	*	*	*



"왔어?"


잠긴 문을 크게 두드리자 재원이 튀어나와 반겼다.



"일찍들 왔네..."


"응..우리 둘 다 밖에 있었어..."


나는 서영을 따라 연습실에 들어서며 슬그머니 주위를 둘러봤다.

눈이 마주치자 쓰게 웃고 고개를 돌리는 그.....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한 불편함...어색함....


애들이 춤연습을 마무리 하는 걸 지켜보다가

모두 함께 연습실을 나섰다.

내 곁에 와 서는 서영을 살며시 끌어당겨주며

나는 희준의 시선에서 도망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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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에 달랑 한편--;할말無.....
게다가 준타도 출연을 별로 안한 이번편..!
다음 편에는 준타얘기만 써서..

재아님^^* 초록별지구님^^* 
딸기요플레님^^* 멀뚱멀뚱님^^*
야무친모님^^* 감사드리구요...

다음편에서는 더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닷!--;
강군 새앨범이 나오니 제가 정신이 온통 거기 가있어서요;;
바쁜데다가 엎친데 덮친 격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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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세엣-






집에 돌아와......

희준이 씻는다며 욕실로 들어가고

나는 내 방 책상 의자에 걸터앉아

회사에서 작업하다가 가져온 온갖 종이들과 

씨디들을 꺼내서 늘어놓았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종이가방.......


아....

인형을 넣어왔었지....



나도 모르게 손이 갔고....

난 그 인형을 꺼내서 살며시 내 눈 앞으로 가져왔다.

짧고 뽀송뽀송한 인형의 털들이 뺨에 닿았고

쿡쿡 하고 웃음이 터질 정도로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똑똑....

하는 소리에 당황해 인형을 서둘러 땅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방에 들어오자마자 희준의 눈은..

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향해 있었다.



"예쁘다..이거.....니가 만든 그...."


"어...그거...샘플이 나와서...."


"야..나랑 꼭 닮았다..그치?"


"..........어때?"


"대박 예감이야...큭큭.."


"그거 너 가져....이름..쭈니로 결정났어..."


"내 이름까지 붙인거야?"


"그게 왜 니 이름이냐? 니 이름이 문쭌이냐?"


"--;"



희준은 나를 의아한 듯 잠시 응시하더니

곧 피식 하고 웃으며 인형을 품에 꼭 안아보인다.



"그래..이 녀석은 내가 키우마..."



내가 만든 인형을 보듬어 안고

방을 나서는 희준에게 나는 조용히 물었다.



"유나...유학..가는 거 알고 있니?"


"........?!"


"유학..다녀올 거래...."


"..........."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 보다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날 위한 마지막 노력이었다.


서영은 아는 것 같기도 했지만....

재원도 우혁도 모르는 눈치였기 때문에

희준이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고.....



그냥..말해주고 싶었다.


그녀를 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잡으라고......


내가...시한부....사랑 따위......

하지 않게....

차라리 지금 포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유나가 가버린 후엔.....

정말 서영이가 어떻게 되든지....

너한테 매달릴 것 같은데.....


그 2년이라는 시간이......

내 평생을 바꿔버릴까봐.....



난 어차피 힘들어도 상관없지만...아주 조금은 두려워.......



*	*	*	*	*	*	*	*	*	*



사랑한다는 말을 했던 희준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과 분명 같은 사람인지

종종 햇갈릴 때가 있다.


그 동안 니 마음은 항상 그랬는데

니 모습은 지금 같이 아무렇지 않았을까?



오늘 회사를 나가지 않는다며 

신문을 보고 있는 희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내 시선을 느낀 그의 눈과 부딪혔다.



"뭘 그렇게 쳐다봐?"


"으..응.."


"또 내 얼굴 가져다가 이상한 캐릭터 만들라구?"


"뭐야?! 이상한 캐릭터라니!! 너랑 똑같이 생긴 놈 욕하면 재밌냐?"


"아.그래..쭈니..이뻐이뻐..됐냐? 

나 닮았으니 할 수 없이 이쁘지.."


"니가 무슨...!! 내가 머리 싸매고 미화해준거지..."



내 핀잔을 들은 희준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혼자서 깔깔대고 웃는다.



"그래...그 돌 싸매고 고민하느라 수고했다~"


"뭐야!!!!!"



신문을 던지고 방으로 재빨리 튀는 그의 뒷모습을 째려보던 나는

내 입가에 감도는 미소를 느끼고 얼른 표정을 굳혔다.



웃어버렸다....


내게 장난을 거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오랜만인 것 같아 슬프게 웃어버렸다.....


방문을 쾅쾅 두드리며 희준을 불러댔다.



"야! 문희준!!"


"...........응?"


"문열어라..!!"


"어쩌지? 문이 잘 안열리네..?"


"죽을래--+"


"........--;"



한참 씨름하던 끝에 내가 먼저 손을 들었다.



"문희준...안때릴테니까 나와라...밥먹자...!!"


"........"


"나 배고파..임마.."



빼꼼.......

그렇게 고개를 내민 희준이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쯧쯧하며 그를 쳐다보았지만

역시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려든다.



"현아..근데 우리 뭐 먹지?"


"너는 뭐 먹고 싶냐?"


"나야..."


"나 먹는 거?"


"크크..그래..너 먹는 거..."


"재료도 없어....나가자..--;"


"딸기도 사오자...! 딸기쉐이크 만들어줄께!"


"니가 사..돈 많으니까--+"



그와 나의 휴일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적어도 가끔은 내 머릿 속 잡념들을 지우고 웃을 수 있을만치...

행복한 휴일........

.

.

.



나를 사랑하는 그.........


그를 사랑하는 나..........



사랑한다는 말까지 그에게서 들었고 

그에 마땅한 대답도 하지 못한 나였다.


이렇듯 참 알 수 없는 사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작 지금까지와 같은 친구 사이지만....



"20만원 넘으면 사은품 주나봐..."


"문희준 너 바보냐? 그런다고 20만원 넘기게?

너같은 놈 있으니까 이런 사은품행사가 있는 거야.."



확인할 수 없는 서로가 너무 슬픈 일이어도

그 사실만으로도 난 설레고 있다는 걸.....

해본 말이라도 사랑이란 말 한 번 들은 걸로 

난 심하게 가슴뛰고 있다는 걸.....



"그거 사지마! 너무 양 많아서 저번에도 

샀다가 다 못먹고 갖다 버렸잖아!"


"그래도 칠현이 너 이거 좋아하잖아..."



너의 그 한마디로 만족하지 못하고....

내 마음까지 속삭이고픈 욕심에 힘든 나란 걸.....



"딸기 가격 벌써 오르고 있네?"


"괜찮아! 다 사자! 나 갑부잖아..."


'어휴..잘났어..."



그래도...이 정도는 가뿐하게 참아낼 수 있는 나란 걸.......


.

.

.


"칠현아! 이 생선 좀 봐라! 못생긴 게 딱 너다!"


"야...이쪽에는 니 동생들이 줄 서있어! 인사해야지!"



오늘도 역시 생선코너를 좀처럼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그와 나는....



어제와 같았고 그저께와 같았다....



매일과 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향해 서있었다.



"안칠현 닮은 거 하나 사고....."


"문희준 닮은 거 하나 사고...쿡쿡...."



우리는 생선코너에서 제일 못생긴 생선 

두마리를 사가지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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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좀 늦었지요? 그날 한편 더 올릴 생각이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올렸어요..오늘에야 올립니다..

스피디하게 감상을 주셨던 멀뚱멀뚱님 감사하구요..
초록준타님 리플 늦게 달았네요..죄송!
현이지기랑 재아님 감사드립니다^^*

한편한편...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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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네엣-







한동안 희준은 집에 다녀온 날이면 

무척 그늘진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얼핏 볼 때면

나를 사랑한다는 소릴 했던 희준이 떠올랐다.

믿고 싶어 하면서도 

믿으려 들지 않는 내 자신이 우습지만....

그의 그늘진 모습이 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니겠지......?


아마 약혼하자마자 어이없는 파혼으로 인해 

집에서 미움을 샀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곧 괜찮아졌는지 희준은 요새 훨씬 나아보였다.



늦은 밤......

본가에 들렀다가 돌아온 희준 옆에 드러누워 물었다.



"괜찮아?"


"........."


"이제 괜찮냐고 묻잖아..."


"뭐가..?"


".........."



나는 질문을 던질 당시에는 별 뜻을 두지 않았지만 

희준의 되물음이 느릿하게 들려오자

괜찮냐는 질문의 뜻이 마치 수십가지가 된 듯 했다.



뭐가 괜찮냐는 거냐.......?



글쎄....

내가 그에게 묻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뭐가..괜찮냐는 거였을까?



가장 단순한 뜻을 찾아보자면 

파혼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이 괜찮냐...일테고...

가장 복잡한 뜻을 찾아보자면

나를 사랑하는 너의 심경이 어떠냐...일테고...



희준은 가장 단순한 뜻부터 

가장 복잡한 뜻까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워낙 똑똑한 녀석이니까......



"괜찮지 뭐...."


"..........."


"그만할까? 이런 얘기?"


"응....."


"....그래...괜히..힘들잖아...."


"응....."



희준의 조심스러움은 배려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가끔 부담스러운 행동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 배려에 내가 익숙하다는 거야말로 큰 문제였다.



"칠현아..요새 회사일 많은가 보더라..."


"그냥...출시 앞두고 있어서 일이 많아..."


"집에까지 일거리를 싸들고 오길래..."


"나만 그런 거 아니고 다들 바빠...."


"무리하지마...."


"..........."


"너 거기 짤리면 내가 우리 회사 취직시켜준다니까...."


"쿡...."



눈을 감고 있는데 머리카락으로

어렴풋이 희준의 온기가 느껴졌다.

따뜻하게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손길....



내 마음 한구석에서.....

그는 정말 날 사랑하나봐.......하고 말한다.


은연 중에......

그의 사랑한다는 말은 

심장 위에 아프게 또박또박 새겨진 모양이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대답도 하지 못했으면서.....

사랑한다는 말은 잊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한 그 놈은 나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려해 

참느라 입술을 작게 떨고마는 나를.....

희준이란 아이를 사랑하는 나를.....

그는 모를 리가 없었다.



재주도 좋고 넉살도 좋은 희준이 

꼭 얼마전까지 그랬던 것 같이

나를 어색하지 않은 동작으로 끌어당겨 

한팔에 안아버리듯 할 때까지도

나는 어릴 적부터 무지 똑똑했던 

그 녀석을 떠올리고 있었다.



"문희준...."


"........."


"희준아..."


"어..."


"넌 똑똑해...머리도 좋구....그치?"


"..........."


"맨날 전교1등 하고....무슨 대회 무슨 대회...

여기저기 다 나가서 이 상  저 상 쓸어오구.."


"..........."



희준의 의아한 시선이 옆에서 느껴졌다.



"졸립다...희준아..자자...."



희준의 방에서 그냥 잠들기로 마음 먹었다.


내 어깨 즈음에 걸린 그의 팔이 

이불에서 전해지는 온기보다 따뜻했기에....


눈이 절로 감겼다.



사...

랑....

해.......



막 잠 속에 빠져들 무렵 어렴풋이 들렸던 것도 같다......


사랑해....라는 그의 말......



*	*	*	*	*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벨소리가 들렸다.



"나 서영이! 시내 같이 나가자구..."



문을 열자 갑자기 커다란 무언가가

눈 앞에 들이밀어졌다.



"짜잔!"


"?!!"


"나오자마자 하나 사줬지^^조카 선물 줄거야.."



제일 커다란 사이즈의 쭈니를 품에 안고

서영이 환하게 웃어보였다.



"미안..내가 챙겨줬어햐 하는데..."


"에이..알긴 아냐?? 나 니 여자친군데...

샘플 나오면 나 줄 줄 알았는데...."


"다음부턴 즉시 너한테 먼저 갖다줄께..."



살짝 째려보는 서영을 미안함의 말로 달래는데

희준이 쭈니를 안고 방을 나옴으로 상황종결........



"희준이..줬구나?"


"........."



희준이 안고 있는 인형은 내가 준 게 아니라고 

난 왜 말하지 못했을까?

내 말을 뒤엎을 희준이 아니란 거 알면서도

나는 서영보다 희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정말이지..바보 같다....



서영의 표정이 숨겨지지 못하고 

살짝 굳어지는 걸 난 놓치지 않았다.


깊어진 숨을 내뱉는 그녀에게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희준은 인형을 번갈아 보곤 당황했는지 나를 쳐다보았다.



"현이 넌 출근 준비 안된 것 같구...

난 지금 가봐야 안늦으니까 먼저 갈께..."


꼼짝않던 서영이 갑자기 그렇게 현관을 나섰다.


인형을 바닥에 떨어뜨린 희준이 날 

현관 밖으로 밀어버린 것도 거의 동시였다.

내 등 뒤로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야 정신이 들었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서영.......


그저 밀려오는 미안함에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서영아...."


"응?"


"미안..."


"......."



대답이 없었다.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는 그녀의 뒷모습이 떨리는 걸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좀 삐쳤다고 해도 

내 말에 대답하지 않을 그녀가 아니었다.


아마...많이 서운했나보다...

울먹임만 새어나올까봐 대답할 수 없었나보다...


마음이 아파졌다.



현관에 기대선 나는 분명 안에서 숨죽이며 

귀기울이고 있을 희준에게 중얼거렸다.



"나는...점점 두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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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누운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아련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이번편이지만...
그다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흑..준타가 연기를 한다면 좀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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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다섯-








"나는...점점 두려워져...."



서영이랑 이대로 잘 지낼 자신도 없어.....

그 애보다 널 더 생각하는데....

오늘 같은 상황이 또 와도

서영일 위로할 사랑이 없는데....



"언제까지...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않고 견딜 자신도 자꾸 없어져...

처음부터 고백 따위 할 예정에 없었는데 말이야...

지금은 고백하지 않고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널 보면 니 고백을 떠올리고....

니 고백을 떠올리면...


너에게 수줍은 고백을 건넬 내 모습을 상상해...



"잘 할 자신 없거든..."



달칵...



현관에 기댄 채로 멍하니 서있던 나는 

맥없이 주저앉으려했지만 잠겼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움찔 하고 현관문에서 떨어졌다.


나는 희준의 행동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문을 열었다.


집 안으로 다시 들어서는 내 앞에 희준의 손이 쑥 내밀어졌다.



그의 손에 들린 건 내 핸드폰.....



- 칠현아 미안 별것도 아닌데 삐쳐서 -


서영에게서 온 문자였다.



희준은 핸드폰 액정에 시선을 고정시킨 날

한참 바라보더니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	*	*	*	*	



요즘.........

갑자기 희준은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 또한 그런 그에 발맞춰 나 다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지내기에 주어진 2년이란 시간이 

아까웠고 슬프다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죽겠다! 나 좀 살려줘라..."


"그냥 사표 쓰라니까--+"


"또 니네 회사 들어오라는 얘기야?"


"그래...그럼 내 비서로 써먹지..."


"너 같은 놈 시중들 생각 없네!

그럴 바에야 그냥 이 회사에서 죽지..."

.

.

.


"이렇게 차려입고 어디 가나 궁금하지도 않지?"


"너야 뻔하지...서영이 만나러 가는 걸 텐데?"


"........"


"맞지?"


"그래..."


"잘하구와..."


"나 서영이 부모님 뵈러 가..."


"?!!"


"그냥..오랜만에 인사드리러..."



우리 사이에 이런 건 별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말하는 나도 듣는 희준도 어색하고 괜히 불편했다.



"다녀올께..."


"잘해...맘에 쏙 들게..."


"워낙 나 좋아하시잖아..."


"...다녀와..."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 그는 충분히 슬퍼 보였다.


집을 나서기 미안할만치 촉촉한 눈동자.......


.

.

.


서영의 집에 들어서자 닭튀김 냄새가 가득했다.

서영의 어머님께서 날 초대하느라 

일부러 양념치킨을 만드신 모양이었다.



"칠현이 왔네..어서 들어와..^^"


"안녕하셨어요?"



머릿 속엔 다른 생각 뿐이었다. 

순간 약해져버린 희준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다녀와...라던 그의 목소리가 환청 같이 내 귓가를 맴돌았다.



언제나 기다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내가 어딜 가든 그가 항상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대단한 착각...


아니...착각이 아닐지도.......



희준은 분명 날 사랑한다고 했으니......



"칠현아...우리 서영이랑 언제 결혼할래?"


생글생글 기분좋은 눈웃음을 가진 서영의 어머님은

날 앞에 앉혀두고 마냥 즐거우신 모양이었다.

결혼 얘기를 꺼내며 조금 부끄러워 하시는 모습까지

서영을 빼닮은 얼굴이 무척 예쁘셨다.



난 그냥 말없이 웃어드렸다.



"곧 칠현이 부모님도 뵈었으면 좋겠네...어때?"


"언제 서울 오시면요...."


"그래...네가 다 알아서 잘 하겠지..?"


"........"


"^^"


내가 여기서 서영의 어머니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얘길 하고 있는건지....



수줍은 미소를 보이는 서영을 옆에 두고

내 마음이 지금 심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당연히 하나 뿐이었다.



희준.........



오늘은 슬픈 눈을 한....바로 그였다.



*	*	*	*	*	



말해주면 들어줄래?

그럴래?


사랑한다고 하면....

너 그대로 들어줄래?


믿어줄 수 있겠니?


.

.

.


돌아온 집안에 냉기가 돌고 있었다.



"?!!"


난.....

지갑....열쇠.....심지어는...

서영의 어머니가 희준에게 주라며 싸주신 

양념통닭조차도 손에 그대로 든 채로

당황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있어야할 희준이 없다는 게 공포에 가까웠다.



여러가지 경우를 재보고 생각해보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급했고....

그 딴 눈빛으로 날 쳐다봐서 몇시간 째 쫓아다니는 

그 생각의 주인공을 봐야한다는 게 

날 단순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가 어디 숨어있는 것도 아닐텐데 

이 방 저 방을 돌고 또 돌며 그를 찾는 

내 어깨에 희준의 손이 올려졌을 때 나는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



꼭 내 시선이 닿으면 사그러질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희준을 조심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내 가슴은 나도 모르게 울먹여졌다.


어디 갔다왔냐고 묻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울먹임도 내뱉지 못했지만 희준은 다 알고 있는가 보다.

내 마음은 그에겐 너무 쉽고 간단한 퀴즈와 같아서 다 읽어버리는 걸까?



"담배사러....잠깐 나갔다왔어.."


"............"


"그런데 왜 이러고 있어...자..일어나..."


"............"



내 양팔을 세게 잡아끄는 희준 덕에

나는 자빠져있던 바닥에서 비로소 일으켜졌다.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꼭 감아버린 채 

난 심한 긴장으로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너 사랑하나봐....나..나 말이야..."




=======================================

내용을 잊어버리셨다구요?ㅜ_ㅜ
지난 내용은....
서영이가 샘플인형을 희준에게 준 것에
별것도 아닐 수 있지만 상처를 받죠...
뒤돌아선 그녀를 보내고 칠현은 희준에게
두렵다고 중얼대며 지난 편이 끝났었습니다
현관문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이었지요--;
죄송합니다..너무 오랜만에 올리네요ㅠ_ㅠ
바빠서 그랬다고 해도 소용 없겠지요?;;
그렇지만 칠현이의 고백이 나왔지 않습니까?^^;;

재아님 
멀뚱멀뚱님
푸른눈꽃님
초록준타님
딸기요플레님
야무친모님
혀니님
캐미라님

감사드려요ㅜ_ㅜ
한편인 것도 죄송해요..노력할께요ㅠ_ㅠ

강타님 건강한 목을 되찾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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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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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여섯-







"너 사랑하나봐....나..나 말이야..."


"...?!"



끝까지 남아있는 이성 때문인지 

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고작 한다는 말이....사랑하는가보다...하는 추측.....



날 잡고 있던 희준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뭐라구?"


".........."


"칠현아...."


".........."



자기도 날 사랑한다든지...

그런 대답을 했어도 난 어쩔 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척 하는 그가 이 순간 너무 미워보였다.


그가 어떤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하는 내게

뒷모습을 보이는 희준은 다른 때와는 너무 다른 약한 모습이었다.

차마 걸음을 떼지는 못하고 희준을 불렀다.



"희준..아..."


"..........."


"왜..모른 척 해..."


"............"


"기..쁘..지...않아? 내가..너...흑...사랑한다잖아..."



결국 내 고백은 눈물로 얼룩지고 말았다.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슬픔이....

서운함 같은 투정이 내 입술로 흘러나왔다.



"왜...왜...너도 사랑한단 말..해주지 않는 건데...."


"........"


"저번엔 잘만 하더니...흐흡.."


"..........."



내 곁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서 촉촉하게 날 바라보는 희준은

어쩌면 나보다 더 상처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다가와 안아주지도...

그렇다고 무슨 대답을 해주지도 않는 그...

입술을 달싹이다가도 꾹 다물고 마는 그 때문에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야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던지고.....

대답이 없다고 울고 있는 내가 

정말 너무도 비참해지려 들었다.


고개를 떨어뜨리는 내게 비로소 그의 품이 느껴졌다.



"기뻐...나 기뻐..현아..."


어쩜 너무 못됐지만....

날....조심스럽게 끌어안은 희준이 울고 있음이 

행복했다.....



이 순간이 끝난 후는 내 머릿 속에 없었다.



"기뻐...현아..."



사랑한다고....말해줘....


희준아...제발....



애원하듯 더 꼭 매달려보지만....

희준은 기쁘다는 말밖엔 없었다.


내가 기다리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그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울지마...울지마..희준아...



*	*	*	*	*	




아...

날이 환해지자 그의 품에 

필사적으로 붙어있던 나도 쑥쓰러움이 밀려왔다.



어떻게 하면 벗어나볼까 머리를 굴려보지만

그의 팔이 엉겨있는데 어디로 가겠는가..



나는 벗어나지도 못하고 얼굴을 붉히고 있는데

희준이 살며시 눈을 떠올렸다.

바둥거리는 나를 보더니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해...?"


".........///"


"쿡...왜 빨개지고 그래?"


".........."


"야..안칠현...타겠다..타겠어...불타는 안칠현..."


"죽어...///"



힘껏 그를 밀어내고 베개로 그의 얼굴을 뭉개버렸다.



"왜 때려...."


".........!!!!"


"야..근데 너 왜 이렇게 힘이 없어!"


"...........!!!!!!!!!!"


"더 세게 때려야지!!! 기운이 그렇게 없냐?"


".........................--++++++++++++"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베개를 휘둘렀다.


내가 이렇게 말이 없어지고

그가 말이 많아지는 경우가 올 줄이야....



그는 나를 놀리는 게 무척 즐거운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그가 그답게 맑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 순간의 난...자존심 같은 거 안키운다..


난 웃고 있는 그의 품에 쏙 숨어버렸다.



"안 때리게? 벌써 힘빠졌어?"


"아니..."


"막 때려놓고는 이러면 다 봐줄 줄 알았지?"


"............"


"칠현이...정말 뻔뻔하네?"



그는 구박하는 말투로 말하지만

어느새 내 머리를 둘러버리는 그의 팔은 따스하기만 하다.



내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고 희준이 나를 놓아주었다.

지정된 벨소리라서 서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난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현아..."


"나 더 자도 되지?"


"..........."


"더 잘래...오후 출근이야..나..."



지금....너 말고 다른 생각을 하게 하지 말아줘.......


.

.

.



"근데 현이 너 너무 잘 자는 거 아냐? 

나 좋아하면서 안겨서 자면 안떨려?"


"뭐야?--+"



어떻게 희준이 하루 새에 저렇게 넉살좋은 놈이 됐는지..

정말 생각도 못한 소리만 연신 지껄이는데

내 얼굴은 울그락불그락....수습불능....


그렇게 놀리다가 금방 화를 풀어주면

난 또 바보처럼 마냥 웃고 있고

그는 너무도 자연스레 날 가지고 논다.



"진짜..미워죽겠어...."


"야! 그새 변심이냐?"


"............"



퉁퉁 부어서 출근준비를 하고

희준에게 인사도 없이 걸어나가려는데

그의 목소리가 날 불러세우고

그의 손은 날 잡아끌었다.



"데려다줄께...."



항상 듣던 말인데.....

그가 날 데려다주는 일은 항상 허다했는데

오늘 그 말의 의미는 어쩐지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의 손을 마주잡고 현관을 나서는 난......



가장 행복한 꿈에 빠져있었다.



지금 네 손을 잡고 가는 곳이....

다시 돌아오지도 못하게 먼 곳이었으면 좋겠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도록.....



다시는 오늘을 그리워하지 않도록.......




========================================

멀뚱멀뚱님 - 이번 편..나름대로 해피모드랍니다..여전히 우울하세요?
초록준타님 - 힝..잠수 용서하시고 저랑 놀아주세요ㅠ_ㅠ
자두입술 - 희준씨애인 모가지는 내 손에...ㅋㅋ
초록별지구님 - 지금은 눈병 다 나으셨겠죠?^^
푸른눈꽃님 - 감기는 어떻게..;;(나은지 오래시라구요?ㅠ_ㅠ)
재아님 - 님설 시간남 즉시 읽어볼께요..^^
혀니님 - 님..중간고사 중이신가요? 셤 잘보시길..
현이지기 - 아프지마...! 어여나으렴!ㅠ_ㅠ

느릿하게 설 올리는 제가 감상 주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여기에 답변 썼어요;;;
감상 리플 달아드릴 정신도 없었음을 사과드려요ㅠ_ㅠ
그래도 이번 편 내용은 슈아의 이쁜짓~아닌가요?^^;
느리게 올라가도 미워하지 말아주세요ㅠ_ㅠ
설 쓰고 싶은데..정말 눈코입귀 뜰새 없어요ㅠ_ㅠ
여러분..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여러분들이요~~제일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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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일곱-






"너한테는...연락왔다구...?"


"응...지금은 그냥 부모님댁에 있나봐....

학기 시작에 맞춰서 학교 기숙사 들어갈 생각이래...."


"학교 수속은 잘 됐나보네? 하긴..공부 잘 하니까..승호..."


"칠현이 너보다야 못하지....머리 하면 안칠현 아니냐..."


"......머리는..무슨..."




넌 내가 얼마나 돌인지 모르니까 하는 말일 거야.....


나....지금껏 내 자신이 똑똑한 걸로 오해하고 살았었거든...

자기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있던 '돌' 한테..

머리 좋다는 게 어디 칭찬일까?



오랜만에 재원과 둘이 만나 승호얘기를 하고 있었다.

우혁에겐 꺼낼 수 없는 얘기지만 

승호가 나나 희준에게는 말해도 좋다고 했단다.



한참 승호가 어떻게 자리잡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질구레한 얘기들.....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얘기들을 나누던 우리......


나는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괜찮대?"



재원은 잠시 무슨 뜻이냐는 듯 날 쳐다보더니

내 걱정스런 눈빛을 읽었는지 피식 웃고는 

무척이나 확신에 찬 대답해주었다.



"힘든데...그래도 잘했다 싶대...."


"........"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기대하나봐..."


"..........."


"녀석들 바램대로 그런 거여야 할텐데..."



재원은 쓸쓸하게 입술만 움직거렸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승호도 우혁도 떨어져 있으면....

그 시간이 모든 감정을 정리해주길.....


내게도 희준을 잊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길 기대했다.



*	*	*	*	*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몇 번 연습했던 것 같다.


아니다..사실은 몇백번..몇천번은 연습한 것 같다.



희준아...나 왔어...

희준아..? 나 왔어...

희..준..아...나 왔어....

.

.

.


벨을 누르고 이렇게 말해야지....

정말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를 낼 거야....



현관 앞에 선 나는 연습삼아 작게 중얼거린다.



"희준아...나왔어..."


"풋..."


"?!!"


놀라서 휙 돌아선 그 곳엔 희준이 서있었다.


그에게서 옅게 담배냄새가 났다.

계단을 조금 오르면 반층 위에 위치한 창문이

열려있는 걸 보니 그가 담배를 태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양복차림이 의아해서 그에게 왜 안들어갔냐는 시선을 보내자

눈치빠른 희준은 금새 알아채고 대답을 해준다.



"열쇠를 깜빡해서 못들어가고 있었지..."


"그럼 전화를 해야지!"


"너 곧 들어오는 거 아는데 뭐하러 전화를 해...."


".....아...."



어색........



아까 연습하던 말 들어버렸나?



으...밀려오는 낭패감...



희준은 그냥 넘어가주지 않는다.

내 주머니에서 귀신같이 열쇠를 꺼내더니 현관을 열었다.

안으로 쏙 들어갔고 따라들어가려는 내 앞길을 막았다.



"아까 그 대사 해봐......연습도 했는데 아깝잖아..."


"/////"



순식간에 난 다시 불타는 안칠현으로 변신했다--;



희준은 붉어진 내 표정을 살피더니 

다시 현관에서 나와 내 곁에 서더니 대뜸 

날 안으로 밀어넣고는 말한다.



"문 잠궈...."


"..........?"


"빨리...잠궈봐...."


"..........."



달칵...하고 현관을 잠궜다.


"거기 서있어봐..현아..."



문 밖에서 들리는 희준의 목소리가 지시를 내린다.

영문도 모르고 서 있는 내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나왔어....."



울컥.......



그 말 속에 사랑이 묻어났다. 



어쩐지 많이 익숙한 그 말....



너무도 많이 들어왔던 말이었다.



아!

그는 가끔 열쇠로 열지 않고 벨을 누르고 저렇게 말했었다.

저렇게...똑같이 얘기했다.


사랑이 묻어나게......

넌 지금껏 그렇게 얘기했는데 난 지금껏 몰랐던 거야.....



내가 얼마나 돌대가리인지 한심해졌다.



떨리는 손으로 잠금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씨익 웃는 그가 마음 속에 아껴두고 싶을 만큼

예쁘게.....살풋이 미소지었다.




넌 그렇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있었고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는데

나는 몰랐던 거야....



말없이 희준을 멍하니 보고만 있는 난

눈 앞에 뿌옇게 흐려져갔다.


한걸음 가까이 다가온 희준이 뒷걸음 치게 

그의 품으로 안겨들어 버렸다.



울음과 함께 터지는 웃음이.......아프고 가슴뛰었다.



"현아....그거 알아?"


"응?..뭐?"


"나도...연습했었다...."


"?"


"문 앞에서...니 이름 부르고 너한테 뭐라고 할까..."


"..........."



내 머리칼에 닿는 숨결에 

녹아들 것 같은 목소리에 

나는 말없이 가만히 안겨있기만 했다.



"나도 많이 해봤어...."


"........."


"그냥...창피해하지 말라구..."


".........."


"듣기 좋은데 뭐...그냥.....니 열쇠....

뺏어서 묻어버릴까? 그말 매일 듣게?"


"자...여기..."



나는 한쪽 팔을 빼서 열쇠를 찾았다. 

그리고 웃으며 열쇠를 그의 호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짤랑...하고 주머니에 담기는 열쇠소리에 

그의 입술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새어나는 것 같았다.



"어? 진짜 매일 들려줄건가보네? 풉..."


"나..희준이 너 없으면 집에 안들어와야지...."



난 그만 어린애같이 투정 부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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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느린 연재--;그리고 이 찔림;;
오늘은 그나마 두편을 들고 나왔습니다..
부지런해져서 빨리 왼결내도록 노력할께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정말 미운 짓만 하는 슈아에게 감상 주신
초록별지구님 현이지기 재아님 혀니님 
딸기요플레님 멀뚱멀뚱님 초록준타님
천사들이시군요!!!ㅠ_ㅠ
곧 날개가 돋을 거예요..ㅠ0ㅠ
오랜만에 퍼감멜 주신 월인현 사령님 감사드려요^^*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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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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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여덟-







"사랑해..."


서영의 말은 애원에 가까웠다.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지는 느낌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스칠 수 있는 나의 무관심에도...

서영은 긴장을 했고 눈물도 흘렸다.


몇달동안 난 희준과 서영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그녀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둘을 잰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재고 있었다....


끝내기엔 너무 오랜 시간 끌어온

마치 동정 같이 남아버린 서영에 대한 마음과

만약 이게 짝사랑이었다면 

구걸이라도 했을만치 간절한 희준에 대한 사랑......



마음이 희준에게 있어서인지 

그를 서운하게 할바에야 서영을 내버려두는 일이 잦아졌다.




어떻게 알았을까?


카페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작고 작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나와 희준의 테이블 옆에...서영이 다가와섰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그녀는 함께한  긴 시간 때문에 

내가 갈만한 곳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무척 두려워졌다.


약간 술냄새가 나는 듯 했지만....

서영이 많이 취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대뜸...사랑해...라고 말해놓고 나에게서 무언가 대답을 기대하는 그녀...

아무렇지 않은 척 안주거리를 뒤적이고 있는 희준.......



두 사람 사이에서 난 갈 길을 몰랐다.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중얼대는 그녀의 눈가가 젖어갔다.

나는 가까스로 팔을 움직여 그녀를 곁에 앉혔다.

안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나를 붙잡고 기대온다.

울먹이는 그녀를 절대 뿌리칠 수 없었다.


가만히 멈춰있는 날 보던 희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그의 표정을 볼 용기가 없었다.



"야..서영이 위로 좀 잘해줘...나 먼저 가볼테니까...."



나는 눈을 찡그려 뜨고.....

취기가 도는지 약간 비틀거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이미 시야에서 벗어났는데 눈을 뗄 수 없었다.


보지 말라는 듯.....

희준의 뒤를 쫓지 말라는 듯....

가만히 내 눈을 덮어오는 작고 하얀 손......



서영이었다.



"현아..나...거짓말인가봐....

사랑하는 사람 있으면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었지?

나..못하겠어....그런 생각만 해도 죽을 것 같아..."


"............."


"그 말 했을 땐...니가..니 마음이 어떻든....안갈거라는...

못갈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였어..."


"............."


"그런데..나 너무 불안해....너무..."


"............."


"넌 꼭 안되는 거라도...해버릴 것 같아..."


"............"



한마디 대답이라도 해줬으면 그녀가 덜 불안해했을까?

미안함이야 말할 것도 없었지만 

정말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무언의 시위였다.


희준을 집에 보내버린 그녀의 등장에 대한 내 불만......



취한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는 촉촉해진 눈가를 닦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이 가까워지자 정신이 들었고

나는 마구 뛰었다.....

그를 보고 싶었다....

뒷모습....아까 그 뒷모습 밖엔 생각나는 모습이 없어서...

그의 얼굴을 봐야했다.....



헉헉대며 도착한 집에.....

불은 꺼져있었고....

아무리 벨을 눌러봐도 희준은 집에 없었다.


물론 내 열쇠는 여전히 그의 옷 중 

어느 하나의 주머니에 들어있을 것이었다.



"희준아..나왔어....희준아....나왔어......희준아....나야........"



결국 울어버리고 마는 나는 이유도 모르고 엉엉 울어댔다.



*	*	*	*	*



얼마나 울었던지 마치.....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만 같다...


술내음을 풍기는 희준이 다가와 날 품에 안아서는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기억은 어렴풋이 났다.

옷을 갈아입혀주고 젖은 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던 

그 앞에서 난 붉어진 얼굴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만 멍하니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그 앞에서 잠들었다.



"가끔..난 너무 두려워....이 모든 게 끝이 있을 것 같아서..

어느날 갑자기...우리...문득...그냥..상황이...절대...

안될 수 밖에 없게 되어버리는 거야...그럼 어떻게 하지?

너무 오래 끌다가...너..서영이..모두 상처투성이가 되면....

과연 내가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의 말에도 난 못 들은 척 잠들었더랬다.



"우웅..."


깊이 잠든 듯 작게 웅얼대기도 했더랬다...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


.

.

.



"가죽이 뼈에 가서 붙었다...안칠현..."


부시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부엌에 나가자 

국자를 내려놓고 날 째려보는 희준은 약간 화가나 보였다.



"왜..그래...화났어..?"


"이거나 먹어...."



쨍..하고 부딪히는 그릇 소리에 흠칫 긴장했다.


술을 마신 건 내가 아니라 희준인데....

아침을 챙겨주지는 못할 망정ㅠ_ㅠ

난 쪼르르 희준에게 가서 그의 앞치마를 풀러냈다.



"내가 할께...."


"다했어--;"


"아..."


"앉기나 해..."


"....;;"



아침식사시간은 생각보다 더 썰렁했다.

싸한 분위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희준의 굳은 얼굴에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희준아..너...오늘 회사 나가?"


"어...나 늦을 거야..오늘은..."


"..........."


"열쇠...니 지갑 위에 뒀으니까...가지고 가...."


"............"



다정한 듯 부드러운 말투지만...

내겐 그의 굳은 시선이 여전히 따갑기만 했다.



"희준아....얘기 좀 해...."


"........."


"그렇게 꿍하고 있지 말라구!!!!!""


"..........."



돌아섰던 그가 다시 날 향해섰다.



"현아...너...."


"..........?"


"시간 낼 수 있으면....우리 어디...

저기....멀리 가서 둘만 있다가 올래?"


"희준아...."


"너 괜찮으면...잠깐만...그럴래, 우리?"



나는 눈물을 머금은 그의 눈빛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너...원하는 대로.....해......




어차피...내 마음이 온통 너에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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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스물아홉-







인턴사원 주제에 깡만 넘친다....

짤리면....정말 희준의 회사에 취직이라도 할 셈일까?


첫 작품이 떴다는 이유로 가까스로 휴가를 얻어

나는 희준이 가자는 곳으로...하자는 대로...따르고 있었다.

휴가는 달랑 사흘인데.....

희준이 여행가자는 기간은 1주일이니....

돌아왔을 때 짤릴 확률이 매우 높았다--;


히트치고 있는 새 캐릭터가 내 작품이라는 것 하나만 믿고

일단 떠나고 본다..ㅠ_ㅠ




꼭 가기 전에 해야하는지 밤새워서 일에 매달리더니

새벽에 졸린 눈으로 내 무릎을 베고 잠든 그.......

별로 사랑의 표현 따위는 오가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게 닿는 체온이 따스했다.



"우움..후......"



진동하는 핸드폰에 놀라서 움직여버린 나 때문에 

잠에서 깬 그가 불평 하듯이 작은 소리를 냈다.



"아..미안...."


"몇시야?"


"6시...."


"아..정말? 서둘러야겠다...."


"너 달랑 2시간 잤어..."


"괜찮아..나 잠 별로 없잖아...."



그의 졸린 눈이 날 향해 미소지었다.



난 매일 아침마다 저런 미소를 보고 싶다.......



*	*	*	*	*




"너무 늦게 나와서 약간 밀린다...."


"여기만 벗어나면 안 밀릴텐데 뭐...."



희준은 피곤한 몸으로도 일찍 나오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었다.

나는 괜찮을 거라 위로해보지만 그는 울상이다......



"겨우...일주일이라구..."


"........."


"겨우 낸 시간인데....시간 가는 게 너무 아까워...."


".........."



그의 솔직한 마음에 나는 금세 동조하고 말았다.



"희준아..그럼...내가 운전할께.....너 잠깐 자...."


.

.

.


어느덧 휴게소에 다다랐다..

간단히 김밥 한줄을 나눠먹고 

딸기 아이스크림을 해치우고 길을 재촉했다.



우리 사랑에...갈 길이 너무 멀었다...



저 앞이 꽉 막힌 막다른 곳이더라도

우리는 서있을 만큼 여유가 없었다.



"저기야?"


"응.."



바닷가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	*	*	*	*



"여기 와본 적 있어?"


"아니...처음이야..."


"와..좋네...그럼 어떻게 알아서 여기까지 찾아온거야?"


"도망오는데....멀리...깊이 오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희준은 그렇게 한마디 던지고는 앞서 걸어갔다.

저 그늘을 거둬주고 싶지만.....

그는 생각보다 더 힘들어보인다....

.

.

.



바다를 바라보는 건......

온갖 잡념을 지워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바다를 보면서도....

온통 희준에 대한 이모저모로 머리 속이 가득했다.



"현아...서영이 생일...다가오지?"


"니가......서영이 생일도 알아?"


"그럼...친구 생일을 모르겠어...?"


".........."


"서영이..생일 때까지만....서영이 만나지 마....."


"!!"


놀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는 내게

희준은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중얼댔다.

하지만 그 중얼거림이.....

희준에게는 끝없는 망설임이고 고민의 결과라는 걸.....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희준아..근데...너무....짧네..그럼...?"


".........현아...배고픈데..횟집 갈까?"


"회? 좋아^^"



날 외면하고 있던 그의 눈.......

드디어 내 눈과 똑바로 마주했다.....

그리고 주머니에 머물던 그의 따뜻한 손이

습기찬 바람에 촉촉해진 내 손을 잡았다.



꼬옥 힘주어잡는 손길에......

나는 느릿하게 그와 걸으며 그 어깨에 고개를 대어보기도 하고...

그 팔을 붙잡고 부비적거리기도 하고......

그런 날 보며 그가 웃으면 살짝 째려봐주기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돌맹이 투성이인 길을 걸으며.....

희준이 내 허리께에 손을 댔을 때는 

아찔한 느낌과 동시에 짠하는 마음 때문에

조금 눈앞이 흐려왔는데.......

그래도 괜찮았다...난......



이 순간을 위해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곁에 이렇게 붙어있는 느낌이 어떤지 설명하라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좋은 단어들은 다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나선 남은 세상 동안에는

그 단어들을 그에 대한 일 외에는 쓰지 않아야 할 것 같았다.


.

.

.


"민박집 찾아야하는 거 아냐?"


"빈집 하나 빌려놨어....."


"그래...?"



조금 더 걸어올라가니........

집 한채가 보였다...


바다를 내려보는 곳에 있는 작은 집....



무척 오래되어 보이는 낡은 집인데 

어설프게 모기장까지 쳐진 걸 보니....

그의 작품이겠구나 싶었다...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거미를 치워버리는 희준...


재밌는 풍경이었다.



"집이..주변이 온통 풀밭이라 벌레가 많더라구....

게다가 자주 비어있는 집이라서......."



가만히 집을 바라보는 내게 희준이 쑥스럽게 말을 이었다.



"모기장이 제역할을 할지 모르겠다..근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표현되지 않아서 

결국 그에게 폭 안겨든 나.......



미안해........미안해...............


난 널 볼 때 왜 이렇게 미안한 거니.......?




그를 보는 내 눈은 한쪽 뿐이었다.


내 사랑을 볼 줄은 알았지만

그의 사랑을 볼 줄 몰랐으니까....

내가 두 눈을 다 뜰 수 있기까지.....

그는 참 많이 아파야 했을 것이다.



내가 원망해온 그는 사실 날 원망했어야 하는데 

날 용서하고 있었던 것일게다....




"내가 너를....너무 많이 좋아해....정말...사랑해....."


"알아...."


"너도 날 너무 사랑해....."


"응...정말 맞아....."



그 품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내 이마에 풋..하고 내려앉은 입김으로 미루어 보아...

희준의 입가에는 미소가 서렸을 것이다...



죽을 것 같이 행복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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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아님..슬럼프에선 벗어나셨나요?^^*
멀뚱멀뚱님...언제봐도 반갑고 즐거운 님 감상^^;
혀니님...셤대박난 천재~~~^^;
혀니헤나...무척이나 반가웠던 이름!!!!^^*
빈 카페를 지켜주고 있었던 현이지기...^^*넌 감동이었어!ㅠ_ㅠ

내용 잊어버리셨나요?--;
요편..앞부분..즉....지난 편은....
"시간 낼 수 있으면....우리 어디...
저기....멀리 가서 둘만 있다가 올래?"
희준군이 여행가자고 하고 끝났었습니다;;

자아! 이제 서른이예요!
다음 편 클릭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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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서어어른-








시골마을의 고요함이란....

내 마음에서 요동치는 사랑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희준이 낚시도구를 빌려와서 

배를 한 번 얻어 타볼 생각이었지만

파도가 가파른 탓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바닷가.......

그 안에 이는 거센 파도......



아...어쩌면 바다는 나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

.

.


"심심하지?"


"아니..."


"시골마을이라 이래....게다가 날씨도 별로네...."


"좋은데...."


"흐리잖아...배도 못타보고...."


"나 안심심해..."



희준의 걱정에 나는 웃어버린다.

내 뜻을 읽었는지 그도 따라웃었다.



"하긴...나랑 있는데 왜 심심하겠어...."


"어쭈....?"



아무튼 한 번 띄워주면 그는 금방 저렇게 돌변한다.

한결 밝아진 그의 모습에 난 그저 좋기만 하다.


내 수저에 반찬을 올려주고는 

자기 수저도 내 앞에 들이밀고....

내가 시치미를 뚝 떼고 내 밥만 먹으면 수저를 탁 하고 내려놓는다...

그럼 난 내 수저에 밥과 반찬을 엊어서 그에게 쑥 내민다...


울컥하고 마음이 아려올 정도로 

그의 미소가 반갑다......



이 행복과....그것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는 불안한 슬픔.....



파도처럼 흔들리고 흔들리는 가운데......

나와 그의 휴가는 흘러가고 있었다.....


.

.

.



그와 내가 서로를 위해 낸 시간.....

길지않은 그 여행의...마지막날이었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다음날 새벽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다른 날은 어쩌다보면 금방 시간이 흘러갔는데

마지막날 우리 둘은 망설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방학숙제를 밀렸을 때 마냥 마음이 떨렸다.


우리 사이에 대해 생각하려 멀리 왔지만

결국은 섣불리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다시 돌아가야할 시간을 맞이해버린 것이다.




수평선을 비집고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며 

그와 나는 마루에 걸터앉았다.


새벽공기가 차가워서인지

나는 그의 등에 한치의 틈도 없이 바싹 붙어있었다.



"칠현아......"


"......응?"


"안칠현....."


"왜애______!?"



이번 여행 내내 현아..라고 부르던 그가

성까지 이어부르는 게 어쩐지 맘에 들지 않아 

소리를 빽~질렀다--;


갑자기 삐죽거리는 내가 귀엽다는 듯

희준은 픽 웃으며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여기 있는 내내 너한테...얘기해야지....얘기해야지...했는데...."


"..........."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또 가끔은 망설여져서....."


"............"


"쉽게 얘기 못했어...."


"............"


"바보 같지?....사실은 그 얘기 하러 여기까지 온 건데....."


"............"


"서영이 생일까지만이라고...얘기했어도....

사실은...나는.....그게...진심이 아닌데 말이야...."



이 순간 희준이 무언가 확실한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면....

모두 그에게 미루고 싶은 내 이기심일까?




"나..너....정말...사랑해......"


"............."



뜨는 해만 바라보며 말하던 그가

내게 고개를 돌려 사랑한다 말한다......

입가에 맺힌 미소가....

그의 뒤로 보이는 해로 인해 노오란 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나도...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내가 입을 열면 그의 눈물이 또로록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니....내 숨소리에도 그 눈물은 힘없이 내려앉을 것 같았다.



"다 안된다고 그럴거야....우리 편...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지도 몰라....

그래...힘들지..힘들지 그럼....그렇지만..우리 둘만이라도...

믿자...사랑...믿어주자구...응? 나 안변할거야....현아...."



촉촉해진 눈으로 그가 웃는다.......

비로소 눈물방울이 떨구어졌다.



내가 자신있게 그의 귀에 속삭였다.



"나도....나도 안변할거야....너만 좋아해야지.....

아무것도 상관없어....정말...희준이 너만 있으면...."



희준이 천천히 몸을 돌려 내 입술에 살며시 키스했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다가 다시 입맞춘다.

촉촉하게 젖어가는 입술이 이 설렘만큼 떨려왔다.


.

.

.



"해..다 떠버렸네...."


"아..다행이다..."


"뭐가?"


"지금 말해서 다행이라구....지는 해 보면서 맹세할 수는 없잖아...."



서영이.....부모님.......친구들......

그리고 심지어는 2년 후 돌아올 유나까지........


난 마음 속에 깔려있던 고민들을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해가 뜨고 있고.......

그가 옆에 있고........

사랑한다고...그가 말하고.....


또 내가 말한다...사랑한다고.....




"사랑해....."



해가 질 때까지만이 아니야.....



내 다짐은.......

해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야.....



그의 눈에서 내 마음을 읽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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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느림보처럼 기어온 것 같지만....
어느덧 30편에 도착했네요....
지켜봐주신 분들...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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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가진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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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서른하나-








서울에 돌아왔다.

알게 모르게 먼지가 쌓인 집을 치우는 일은 미루고

희준과 나는 조금 누적된 피로를 풀어야겠기에 한참을 잤다.



비로소 잠에서 깨어 

내내 꺼져있던 핸드폰을 켜는 내 손이 떨려왔다.


서영이.....취한 채 날 누구에게도....

보내줄 수 없다고 울었던 그 날 밤....

그 이후로 난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자도 음성도 그녀로 인해 꽉 차있었다.


- 칠현아....메세지 확인하면 전화해..


- 집에도 없는 것 같고...걱정되서...꼭 전훑..해....

기다릴께....오늘 만났으면 좋겠어.....


- 왜 연락이 없어...? 칠현아....제발...


- 보고 싶어.....


- 사랑해....


- 멀리 간 거 아니지? 여행..갔어?


- 가면 안돼....나 버리면...안돼...응....?? 사랑해..




문자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갈 때마다

음성을 확인할 때마다 꽉 다문 입술 틈으로 

절로 신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괴로워.......


서영이 널 생각하면 죄책감에...괴롭다구........




"서영아...나야....만나자 우리.....할 얘기..있어..."



*	*	*	*	*




서영을 만나러 간 그 곳.........


약속장소가 호숫가라는 의외의 장소에 놀란 것도 잠시....

그녀 옆에 서있는 희준의 모습에 말을 잃었다.



네가 왜 여기............?




날 발견한 희준이 희미하게 웃어보이자 난 따라웃으려....



"웁......!"



금방 뛰어오더니 내 입술을 누르는 그녀의 입술.....

커진 나의 두 눈이 고개를 돌린 희준을 향했다.

그렇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우리 둘 모습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다.....



서영을 밀어냈다.

내게서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는 크게 울먹였다.



"으아....흐..흑...."


"헤어져....."


"안돼...안돼.....흑....."


"..........."


"나쁜 놈....문희준...나쁜 놈...."


"..........."


"너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엉엉...."



울먹이며 서럽게 외치는 서영을.....

몸부림 치는 서영을 꽉 품에 안았다.

미안함....죄책감......

목을 조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젠..나...


희준일 포기할 수가 없어......

방법이 없어.....



이제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는 희준을 보았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와 서영을 보고 있는 그.......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



그가 입모양으로 내게 말해준다.


미....안....해......라고..



뭐가 미안해........

난 그의 표정에 슬프게 웃어버렸다.



서영을 집에 데려다주었지만 아예 말을 잃은 그녀에게

내 위로의 말은...사과의 말들은 아무 소용 없는 것........

멍하니 눈물만 주르륵 흘려내는 서영.........


날 죽이고 싶도록 미워해라......


나 사랑한만큼 미워해........



*	*	*	*	*	




"꽤 나쁜놈 됐는데...괜찮아?"


"............"


"서영이한테....저기...."



그의 목소리엔 자신없는 죄책감이 깔려있었다.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속이 상했다.

난 그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야!!!문희준!!!"


"?"


"똑바로들어!"


"?"


"나는...너한테만 나쁜놈 아니면 돼...."


.

.

.



그에게만 나쁜놈이 아니면 된다던 내 말은....

마치 거짓인 듯 그를 실망시켜버렸다.

안된다고 안된다고....서럽게 외치던 서영이....

손목에 칼을 들이댈 것을 알았다면

아마 더 일찍 그에게 실망을 안겨줬을 것이다.




"제발....."



그 마지막 부탁을 외면하기엔

그녀 또한 내게 큰 존재였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날 잡은 손길을 뿌리칠 도리가 없었다.



희준아.......한번만 용서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나도...죄책감 속에 살아갈 거야......


차라리.....서영이가 날 버리기를 기도해줄래?

네게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버림 받기를 기도해줘......



용서해달라고 하는 게.....역시 무리일까?




"사랑해...그런데 우리는 헤어져야 옳아..."


"옳고 그른 걸 어떻게 알아?"


"우린...너무..당연한 경우니까...헤어지는 게 옳대..."


"안돼....그렇게 못해....."


"그만해..."


"내 말 들어..희준아..부탁이야...."


"좋아! 헤어지자는 말 빼곤 다 들어줄께..."


"아니..헤어지자는 말만....그 말만 들어..."


"왜! 대체 왜! 그래야해!...이제야..시작이잖아...우리.."


"그럼 우린 이 순간이 시작이자 끝인가...

어쩔 수 없어....나...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헤어지자는 말만 들어....다른 말 듣지 말고 그 말만 들어...

제발...내가 한 다른 말은 다 잊어버려..."




용서는 역시 무리겠지?



희준의 화난 모습.......낯설었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냐 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희준이 오히려 날 위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힘든 내 마음 그대로 이해해주기를.......


그도...폭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또 이해해주길 기대하고......

그의 힘든 마음 다 무시해버리는 나를.......


희준은 질려할까?



희준이 내게 소리를 질렀다.


"닥쳐!!!!!!!!!!"


"사람이 죽을 뻔 했어!! 사람이...우리 때문에 죽을 뻔 했다구....!!!!!!!!!"


"............"


"사람이....서영이가......우리 때문에 죽어버리려고 한다구.....흑..."



눈물은 안돼.......


그렇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재주는 없었다.



"서영이...자살...시도했어...."



희준의 표정엔 놀라움이 없었다.



"알고 있었어....그래도...나는....난 있잖아.......

포기하기가...싫어서....그랬어...못할 것 같아서....

현이 니가...포기하라고 해도...싫다고 해야지...

그래야지...그랬어....미안하다...미안해...."



대체 뭐가 미안한거니?



희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현아....평생...옆에 있어...서영이랑 같이라도 좋으니까....

그냥...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옆에는 있어...알았지?"


"..........."


"잠깐 고집 부려본거야....나 괜찮아...."



날 안고 토닥거리며 위로하는 희준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난..친구도...괜찮거든....너랑 있을 수만 있으면...."


"............"


"현아...어쩌면 그게 나을지 몰라....친구로...죽을 때까지...."



그가...그리고 내가....

조금만 어렸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무조건 눈이 멀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철없다는 소리를 조금 듣더라도.....

우리 마음대로....할 수 있는 아이였으면.......



철없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그럼....절대로 이렇게 간단하게 포기하지 않을텐데......


그런데 내가 사는 세상은 날 포기시킬만큼.....

대단한 곳이었다.

그리고 서영이도...대단한...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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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길지도 않은데 연재기간만 길던 딸기가--;
어설프게나마 끝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34편이 완결이 될 예정이거든요...
멀뚱멀뚱님 현이지기 혀니헤나 재아님~고마워요~
포르타멘토와 철없는천사 퍼가주신 주니마눌님 감사합니다^^*

준타톤혁원...보고 싶어요...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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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서른두울-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나는 가끔 장난스레 그의 품에 폭 안기기도 했고

평소에는 변함없는 친구처럼 그렇게......

서영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않고 우리는 친구임을 누차 강조했다.




바쁘게 약혼식 준비를 하러다니다가 

집에 돌아와 나는 쓰러져누웠다.


어느새 내 옆에 털석 누워버리는 희준......


엷은 미소를 띄우고 날 보는 희준의 표정이 

통 내 맘에 들지 않아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 약혼한다니까 잘됐다 싶냐?"


"친구가 약혼하는데 그럼 내가 안됐다고 그랬음 좋겠어?"


"나 나가면 들어와 살 여자라도 있나보지?"


"풋.....찾아봐야겠네...."



아닐테지만 혹시 진짜 나 몰래 

여자를 만나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결혼하면 이제 더이상 한집에 있지 못해 서운한데....

여자까지 들어오면.....진짜....열불나서 그 꼴을 어떻게 볼까?

약혼하는 마당에 희준에게 독신을 강요하는 나도 참 철판이지만....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혼자 잔뜩 찌푸렸다.



이런....

의부증?의처증?까지 생겼구나....



우습긴 하지만 발끈한 나는 잔뜩 삐진 시늉을 하고

몸을 그를 향하지 않고 천정을 보고 누웠다.

그의 고요한 숨소리에 그가 잠들었는지 궁금해졌다.




그와 나 사이의 공간이 너무 멀다 싶었다.


우선 눈을 감고 느리게 숨을 쉬어본다.

마치 잠든 듯 평화로운 숨을 내뱉는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를 향해 돌아누웠다.

그렇게 한참 자는 시늉을 했다.

실눈을 떠볼까....아님 깬 듯이 연기해볼까....

한창 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그의 움직임이 느껴져 생각이 그대로 멈춰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난 그렇게 멈춰져있었다.

너무 지루해져서 눈을 뜨고 싶어졌지만

갑작스레 다가온 그의 손길에 신경이 온통 쏠리고 말았다.


허리께로 내려가있던 이불을 어깨까지 올려주더니.....

내 뺨에 와닿는 그의 손.....봄햇살 같은 체온........




무척이나 놀란 마음과는 달리.......

몸은 금세 긴장이 풀어지는 모양이었다.

그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떠올리며.......

두근거리던 심장이 살며시 제자리를 찾았고

하염없이 보드라웠고 따사롭던 손길이

그가 항상 베풀어주는 마음 따위와는 

비교되지 않게 설레이게 했다.

흘러내린 머리칼이 그의 손에 의해 정리되어지는 가운데.......

가짜...연기가 아닌....진짜 잠이 밀려왔다.



이마에 살짝 닿는 입술이 어렴풋이 오늘의 마지막 기억을 장식했다.




*	*	*	*	*




"예복 맘에 들어?"


"응.."


"반지두?"


"어...이쁘네..."


"나는?"


".......?"


"됐어....나가자.."



서영이는 가게를 앞서 나섰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지우지 못한 채 그녀를 따랐다.

바짝 쫓아가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진서영...."


"포기할거라고 생각하지마....."


"뭐?"


"니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 포기 안해...."


"하지마...."


"나...날 나쁜 여자로 만들지마.....꼭 니들 괴롭히는 악녀 같잖아...

잘 사랑하고 있는 애들 사이에 내가 낀 것 같잖아....

상처를 입힌 건 니들인데...꼭 내가 잘못한 것 같잖아..."


"서영아...."


"하아..미안해...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예복은...내가 픽업해서 가져갈께...내일....약혼식장에서 봐...."



서영은 눈물을 머금은 채 휙 돌아서 뛰어가버렸다.



"............."



약혼식을 하루 앞둔 그날.......



서영에 대한 미안함이든 무엇이든.......

내게는 아무 의미도 되지 못했다.


오직 한가지.......

내일 거짓을 맹세할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



*	*	*	*	*




"담배 숨어서 피우냐?"


"훗......"



담배를 빼앗았지만 기분은 영 개운치가 않다...

베란다 맨 코너에 기대서 담배를 태우는 그가 보기 좋지 않았다.



"끊을거야....."


"응?"


"담배 끊을 거라고.....딱 오늘까지만 피울거야...."


"아....."


"안기쁘냐?"


"기쁘지..왜 안기쁘냐? 페암으로 죽을 뻔한 사람 하나 살렸다 싶지..."



나를 따라 피우기 시작했던 담배...

이제서야....끊겠다는 얘기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이제...나에 대한 마음 조금씩 덜어보려고 하는 거야?



저렇게 회의적인 미소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걸핏하면 저렇게 웃는다......




나는 베란다에 그를 남겨둔 채 나오며 그에게 물었다.



"조금 일찍 알았으면 달랐을까?"


"아니....일찍 알았어도 소용은 없었지....."


"............."


"일찍 알았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너한테 빠져버렸을지도 모르니까....."


".............."



희준아......



안정적인 톤의 목소리.....

그렇지만 그 목소릴 듣는 내 마음은 너무 불안정했다.


나는 다시 베란다로 나와 희준이 옆에 기대섰다.




"나도 담배줘라........"


"?"


"나도 하나 줘봐......."


".........."



재촉하자 희준이 담배를 내민다.



"난 오늘부터 담배 피울 거야......"


"야...자식아..안좋다고 난리친 게 누군데...."


"난! 오늘부터....피울 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희준...........



희준이 넌....내게......

한순간도 담배가 생각나지 않게 해준 존재야...

그래서 그렇게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너한테서 한걸음만 멀어져도....

난 이 담배녀석이 필요할 것 같다....




"콜록..."


"너 무슨 담배 처음 피우는 고딩같다....쿡쿡..순진한 척 하긴..."


"오랜만이라서 그래......딱 행복했던 동안이었네....."


"............"


"야...베란다는 춥다......."


"야....들어가......"


"안아줘봐...추우니까..."


"............."



눈물이 날 것 같으니까........

품에 그냥 꼭 안아줘라.....



너무 꼭 안아서 어디 갈비뼈 하나라도 뿌러지게 해주면

나 내일 약혼식 대신 병원 갈 거 아냐......



그렇지만 내 바램과는 너무도 달랐다.



희준인........

너무 살포시 부드럽게 날 안았다.


추위 대신 순식간에 확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따뜻한 품....


그의 입술에 키스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마지막 고백이라도 멋드러지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터진 울음은 그 모든 걸 하지 못하게 했다.


.

.

.


다음날........서영과 나는 약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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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 두편 더 쓰면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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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서른세엣-







"칠현씨...어제 약혼하셨다면서요? 축하해요...."


"네..감사합니다...."


"인기 많아서 좋겠어요?"


"?"


"여자 둘.....남자 하나....."


"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내게 그녀가 창문 밖을 가리켰다.



희준이 회사 앞에 차를 세우고 서있었다.



"저 사람...그 절친한 친구...맞죠? 예전에 제가 칠현씨....

취한 걸 집에 데려다주었을 때....같은 집 살던 그 친구...."


"아....네...."


"회사 앞에도 자주 등장....칠현씨 핸드폰에도 자주 등장...

항상 칠현씨 주위에 있잖아요...어떻게 모르겠어요...

나도 칠현씨 좋아하는 입장에서 볼 때....뭐..쿡쿡..."


"..........."



그녀는 웃었지만 난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약혼은 아직 서류상 깨끗해요...알죠?"


"............."


"약혼축하인사로는 너무 파격적인가?"


".............."



유진은 슬퍼보이지 않았다.

그녀 방식의 지켜보는 사랑......


그게 좋았다.


그녀의 마음은 타들어갈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사랑받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편하고 부담 없었고........


이런 방식을 조금은 서영에게 강요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벙쪄있으면 어떻게 해요? 친구분 기다리겠어요...

점심시간 별로 안남았는데 식사하고 와요...."



유진이 직접 싸온 듯한 도시락을 

뒤로 숨기는 걸 본 나는 미안해졌다.


모르는 척 해주는 게 차라리 덜 상처주겠지?



"다녀올께요....."


.

.

.


왜 내려오라는 연락도 없이 희준은 회사 앞에 서있었던 건지.....

내가 1층에 내려갔을 때....회사 앞 희준의 차는 사라진 후였다.


전화는 꺼져있었고.........

나는 괜히 화가 나서 내 핸드폰도 꺼버렸다.



*	*	*	*	*



희준은 연락도 없이 늦었다.

거실을 뱅글뱅글 맴돌았다.


자기들도 모른다는 우혁과 재원의 말에

왜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지 걱정했다.


,

,

,


해장국 끓여줄 마누라라도 숨겨놓은 걸까?



얼마나 들이켰는지.....집에는 어떻게 온건지.....

술냄새를 풍기며 쓰러져버리는 그를

나는 아픈 마음으로 지켜봐야했다.....




"흑....."



나는 훌쩍이며 그를 방으로 겨우 데려갔다.




"현아....."


"응?"



느릿한 그 부름에 욱 하는 마음을 꾹 누르고 그에게 대답했다.



"나..."


"........."


"니 마음...흔들어...보려는 거 아니야.....

나 망가지는....거...봐달라는 거 아니야....."


"..........."


"뭐...많이...힘...든 거 아닌데....그냥...보고 싶길래.....

나 아직 방법을 찾는 중이니까.....나...나..."


"........."


"미안...."



취한 탓에 흐릿한 정신으로 

느리게 변명같은 말들을 늘어놓는 그는 

내게 그렇게도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 보이는 것조차도 미안해서......

투정 한번을 맘대로 못부리고.......



나는 술에서 깨려고 노력하는 그를 침대에 뉘였다.


그는 내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잠들지 말고 기다려...응?"



나는 방에서 나와 부엌에 가서

양주를 들이켰다.

목이 아프고 속이 쓰렸지만...취하려고....취하려고 그렇게 마셨다.



몇잔을 마셨을까? 



안주도 없이 막 들이킨 탓에 금새 정신이 몽롱해졌다.



어지러운 머리를 잡고 방으로 힘겹게 향했다.

침대에 누운 그가 좌우로 흔들리며 내 시선에 맺혔다.



"현아!"


취한 와중에도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그가 놀란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나는 비틀비틀 다가가 그의 위에 픽 쓰러졌다.

그리고 희준의 입술에 입맞췄다.

내 독한 술기운을 전해주듯이 키스했다.


당황한 희준의 뺨을 매만지며......


혀가 꼬이는 것 같았지만 천천히 또박또박 그에게 말했다.



"너랑 조금만 멀어져도 미쳐버릴지 몰라......."


"............"


"키스해줘....."


"...........!!!!"



이젠 술취한 건 그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그에게 항상 취해있었다.



아예 서영을 희준으로 생각하기로 마음 먹은 적도 있었다.

무슨 인형극을 하듯.......

배역을 정해놓고 연기하기도 했다.



그게....나도 힘들다는 거.........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내 사랑도 꽤 깊다는 것.....

그의 사랑만큼은 혹시 아니더라도......

정말 많이 사랑한다는 거.......



희준은 자꾸 망설였다.


나는 술기운을 빌어 그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날 밀어내려는 희준의 손을 잡으며.....



"내가..원해.....내가 안기고 있는 거야....."


"현아..그만해....."


"내가 원해서라구....나....취해서 실수로 이러는 거 아니야...."


"............"


"안아줘...안아줘....."



술기운이 달아나는지 희준의 눈이 

흐리멍텅함에서 벗어나 당혹스러움만 가득했다.



"안아줘..나......."



희준의 팔에 내게 감겨올 때까지.......

나는 그렇게 그를 설득하려 노력했다.



증명해주고 싶었다.


얼마만큼인지........



서영 곁에 내가 있지만........

말로도 못할 그에 대한 마음......

가르쳐주고 싶었다.



오늘 밤이 마지막이 되더라도.........



꼭 가르쳐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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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완결입니다~^^
지켜봐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설 달랑 올려놓고 사라지곤 하지만
그 흔한 잠수에도..정말 지금껏 읽어주시는 분들께...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그럼 완결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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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wberry (딸기) -서른네엣- (완결편)






이불의 폭신함보다 그 부드러운 품이 좋았다.


매일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불에 나를 꼭 싸매는 그는 조그맣게 키득댔다.

아침햇살에 빛을 내는 까만 머리칼에....

대조적인 하얀 피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만큼 예쁜 사람이라는 거.......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피부가...진짜 하얗다...."


"까무잡잡한 게 더 보기 좋아...."


"난 하얀 게 좋아....."


".........."


"니가 하얘서......"



실없는 내말에 그는 피식 웃는다.



"희준아....."


"말해....."


"내가...빌께....."


"?!"



희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다보았다.



"서영이한테는 내가 빌테니까...."


"....어?"


"아니..서영이가 용서 안한다 그러면 나 어디로 데려가버려......"


".........."


"너 돈 많잖아...."


".........."


"어디든지 좋아......."


"..........."


"지금 니가 나 받아주면...서영이가 죽어버려도 나 너 못버릴거야....."


"............"


"유나가 돌아와도 나 절대 도망 안갈거야....

나....서영이도 버릴 수 있는데...

내가 유나한테 널 내줄 것 같아?"


"..........."


"사랑한다구.....뭐든 너에겐 줄 수 있을 만큼......

심지어는 니가...지금 당장 나를 버린다고 해도....

평생 너 사랑할 수 있어....난...."


"현아......"


"너도...그렇잖아....아냐?"


"............"


"포기할 수가 없어....널......."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있었다.

그의 눈물은 흔치않은 장면이다......


그는 울고 있었다. 

아니....어쩌면....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그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어쩌면 항상 울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제야 했다.





숨어버리고 싶다고........

그대를 데리고 나....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다고......

이 사랑을 자랑함이 그대에게 상처라면...차라리 숨어버리겠다고....




나는 내 마음을 다시 고백했다.

쑥쓰럽지만 다시 돌아오고 싶노라고.......




"사랑해........"



"나도......"


.

.

.



승호가 돌아왔다...

내가 희준이를 데리고 공항에 마중 나갔는데 

아니...녀석의 머리털이 회색빛이다.....

거의 흰머리라고나 할까.....


내가 나이들어 주책이랬더니 웃기만 한다....



"주책이야.......머리털 그러고 다니면 안쪽팔리냐?"


"젊게 살아야지......어째 문희준 너는 이제 시커멓냐?"



녀석은 까만 희준의 머리에 오히려 핀잔이다.



그녀석의 짐을 차에 실으며 내가 물었다.




"우혁이 머리가 회색인데 어떻게 알았냐?"


"정말?"


"그래....."


"이야...첨단통신 다 필요없네.....

그이랑 나는 원래 다 통한다니까......푸하하..."




멀리있어도 통하는 게 사랑일까?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도 

같은 색의 머리를 하고 있었던 승호와 우혁이.......



승호는 우혁이 자신을 받아줄 것인가에 대해

한치의 불안감도 없어보였다.



굳은 믿음.............


서로 사랑한다는 느낌..........




답을 찾았다고 잘난 척 하며 우혁일 떠났는데.......

알고보니 오답이었다며 껄껄 웃는다....

헤어진 거 물리자고 할 거 생각하니 쪽팔린다면서도

마냥 행복한지 기대로 부풀어 우혁이 얘기 일색이다.




"그러게 비행기표 아깝게 미국엔 왜갔냐?

또 귀찮게 짐은 왜 다 싸가지고 갔냐...."


"나도 후회하는 중이야.....쿡..."



납치라도 해서 데리고 살거라며 우혁의 집에 내려줄 것을 내게 주문했다.




많이 얼굴 상한 우혁의 행복한 미소가 상상이 간다.




진작 그럴 것이지...........


.

.

.



들어가서 훼방이라도 놓고 싶지만

재회한 마당에 쓸데없는 방해는 하고 싶지 않고....

우리 둘은 교외로 놀러나왔다.



물가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에 앉아서.........




오늘은 다른 거 시킬까..? 하다가도 

막상 종업원이 물으면 딸기맛으로 주세요...하고 마는 그....

몹시도 잘 어울리는 딸기향........



"현이 너 딸기 좋아하잖아...."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희준인 딸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난.......

그가 좋아하기 때문에 딸기를 좋아했다.


.

.

.


아무리 아니라고 용을 써도 사랑은 사랑이다.........




그리고 내 입에서 달콤하게 녹는 설탕에서 한번 떼구르르 구른 딸기는

내가 좋아해서 그가 좋아하고 그가 좋아해서 내가 좋아하는..........



딸기이다.......





사랑해......문희준..............





내가 컵에서 딸기를 건져먹는 데에 열중하자

희준이 불만스럽게 묻는다.



"딸기가 좋냐? 내가 좋냐?"


"..........."



내가 누구때문에 딸기를 좋아하는데.....쿡쿡....



자기도 쓸데없는 투정인 걸 알기 때문일까?

그는 대답없는 나를 불안해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왜 그렇게 불안했을까?



그가 내게 완전한 사랑을 줄 동안에도 

완전하지 못했던 내 사랑........



"여기 예쁘다....카페도 예쁘고..물도 예쁘고...."


"이 카페 확 사버릴까?"


"뭐?"


"나 돈많아서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아...알아버렸냐? 비밀이었는데...."




예쁜 카페에서 예쁜 물을 보며........


예쁜 내 연인을 바라보며.....




희준아....사랑해.....

혹시라도 오늘 이 순간보다 덜 행복한 날이 올지라도....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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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편이 등장...
준타톤혁 해피엔딩입니다^^*
(역시 슈아는 착합니다--;죄송;;)
이게 얼마만이냐고 하시겠지만, 이제야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봐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려요.
다음 소설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오긴 나옵니다;;
어느 걸 쓸까..하는 건 모르지만 
시작해놓은 건 몇몇 된다는 것이죠--;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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