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찬물을 글자에 끼얹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목욕가운을 반쯤 걸친채 거울 유리에 겹쳐 보이는
붉은 글씨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가운이 스르륵 벗겨졌다.
샤워기에서는 아직도 물이 폭포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수증기가 욕실을 더 가득 채우고 글씨도 그녀 얼굴도 보이지 않을 때 그녀는 면도칼로 손목을 긋고 욕조에 깊숙히 몸을 담갔다. 자신의 몸이 종이장 처럼 여겨졌다. 몸도, 얼굴도, 하얗고 가느다란 팔도 작은 발도 모두 뜨거운 물속에 잠기고 머리카락과 붉은 피만이 해초처럼 하늘하늘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떴다가 감았다.
-사람이 극한 상황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줄 알아? -글쎄,...어떻게 될까?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웃음소기가 멀어졌다. 그녀의 귀에 웅웅거리던 환청도 멀어졌다.
-산다는건 정말 지독해. 그가 담배를 세가치 동시에 물고는 연기를 하나가득 그녀에게 뿜어댔다. 그 녀의 얼굴이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life is harsh 그녀는 잡지를 뒤적이다 어떤 외국술 광고에서 그 문구를 읽었다. 칼로 그부 분을 오렸다. 그녀는 그것을 담배에 말아 붙이고는 그에게 주었다. life is harsh. 그가 그녀의 눈동자를 깊숙히 들여다 보았다. 둘은 아무말도 없었다. 그는 담배를 물고 있다가 새끼손가락을 맥가이버 칼로 죽 그었다. 피가 맻히 다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둘은 여전히 아무말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새끼 손가락에 입을 갖다 대었다. 찝찔하고 비린 피맛 이 혀 끝에 돌았다. 그녀의 혀는 그의 상처를 따라 내려갔다. 그의 눈과 마 주쳤다. 그의 입술이 내려왔다.
-비정상적이라곤 생각안해. 그렇다고 아주 정상이란 얘기는 아니야. 모 든 이유를 단지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에 붙이고 싶진 않아. 그 녀의 친구가 재빠르게 얘기하면서 자판기의 커피를 눌렀다. 그녀의 친구 에게는 소리지르기 좋아하는 상관이 있다. -그여자가 정상인거야, 내가 비정상인거야? 그녀의 친구가 다시 물었다. -그래 모두 같은말이지, 강한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난 정말 못하겠어.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고 자기가 왕인 것처럼 권위적이고 보시하고 명령 만 내리고,. 그녀의 친구는 화가 났는지 커피를 옆 쓰레기통에 확 부었다. 복도벽에 물감 흩뿌린 듯 커피자국이 나 버렸다. 친구손이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녀는 가느다랗고 힘겹게 한숨짓는 친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와 그녀와 그녀친구는 아울렛에서 캔맥주를 세박스 사가지고 왔다.
셋은 정신이 혼미해질때까지 마시고 토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거실바닥에
누웠다. life is harsh...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잡지에서 오려낸 부분을 기억했다. life is harsh.
그녀는 대형서점 외국어서적 코너에 있었다. 3시간에 걸쳐 "Tuesdays with Morrie"를 읽고 있었다. 다리가 아파 오자 구석에 가서 쭈그리고 앉았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왔고 그녀는 간간이 감동적인 대목에서 눈물을 흘렸다. 사람은 죽지만 그 관계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코 끝이 시큰해지고 눈물을 글썽일 때 그녀는 커다란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젖은 눈과 그의 무표정한 눈이 마주쳤 다. 그리고 그녀가 그를 세번째로 보게 된 것은 그녀의 아파트로 미니화분10 개가 배달되고 나서였다. 동백꽃 봉오리가 붉게 주렁주렁 매달린 미니화 분이었다. 그녀는 몇일전 종로에 간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동백꽃봉 오리의 화분을 사려고 몇번 망설이던것도. -기분이 우울해서... 그녀가 말을 이었다. - -아침일찍 나선 것 뿐이에요...일요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할 일도 없 고,,,교회를 가는 것도 아니고...친구를 만나면
더 비참하고... 그래서 동대문에서 내려 종로까지 걸었어요. 그가 말했다. -인연이라면.. 다시 한번 보겠죠. 그녀는 화분이 진열되어 있는 보도블럭 옆으로 멈췄던 그의 차가 미끄러 져 가는 것을 보았다.
-이상한 사람 같아.
그들은 가끔 셋이서 홍대근처 까페에서 썬라이즈나 마티니를 마시거나
그의 아파트에서 캔맥주를 마셨다. -살기 싫어. 살기 싫어. 그녀의 친구는 술이 들어가면 발작처럼 살기 싫다고 외쳤다. -살기 싫어. 그가 묘한 미소를 띠우며 맥주를 삼켰다. -죽어! 죽어! 죽어! 그녀는 칼로 베개를 난자했다. 오리털이 휘날리고 옆의 쿠션에서도
솜이 삐져 나왔다. 그녀의 친구는 미친 듯이 웃으면서
칼로 쑤셔댔다. 그는 아파트 현관문과 베란다 문을
열어 젖혔다. 한차례의 강풍이 오리털을 온 거실에 흩날린 후 베란다까지 몰아댔다. 그의 아파트는 눈이 뿌려진것처럼
새하얳고, 그녀는 한기를 느꼈다. 그는 그녀의 친구가 칼로 자신을 자해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녀의 친구 손등에 칼자국과 함께 피가 떨어졌다. 그녀도, 그도, 그녀 의 친구도 동시에 멈춰섰다. 그녀의 친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그는 그녀의 친구 손등에 입을 대었다. 그의 입술이 피로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아이스크림 한통을 사들고 그녀의 친구집으로 갔다. . 앙상하고 작은 소나무 한그루 뿐이고 나머지는 흙밭이었다.
-내일 올거지? 그녀의 친구가 전화했었다. -그거 사가지고 와, 알지? 내가 좋아하는 거. 그녀의 친구는 오랜만에 밝게 말했다. -그래. 그녀는 전화선에 손가락을 둘둘 말았다.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전화선이 엉켜붙은 듯 잘 풀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검지 손가락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침대바닥에 엎어진 남자의 얼굴도 보았다. -아이스크림 사왔어. 그녀가 친구를 보며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걸루. 친구눈은 아직도 부릅뜬채였다. -그럴줄 알았으면.... 그녀는 방바닥에 엎어져 있는 남자의 엉덩이를 기억했다. -화분도 가져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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