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을 읽고

언제나 마음의 여유가 결핍되어 있는 나에게 수필을 좋아하는 나의 아내가  권해준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란 책은 한걸음 물러서서 뒤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지난 10년 동안 열 차례에 걸쳐 인도 등지를 여행하면서 체험한 엉뚱하고, 기발하고, 감동적인 일화들을 모은 것이다. 장발을 한 고독한 여행자가 히말라야의 동굴과 드넓은 평원에서 맞닥뜨린 따뜻한 사랑의 삶과 큰 감동의 울림……

언제나 느긋한 인도인들. 버스가 약속된 시간보다 몆 시간이나 지연되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고 또 화를 내지않는 사람들. 그저 모든 것이 그렇게 되어있기로 운명지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언제나  “노 프라블럼” 을 외치는 사람들. 처음엔 게으르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느새 책의 마지막에 다달을땐  나 또한 어느샌가 그들과 같은 느긋한 여유로움을 가지게 해주었다.

“ 우린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서둘러 어딘가로 가려고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   이런 힌두인의 말을 들은 류시화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인도의 어느 스승이 작자에게  전해준  세가지 만트라는  내게도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대의 가장 완벽한 스승은 그대 자신임을 일깨워준 그 세가지 만트라…..

“첫째 만트라는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어찌 보면 완벽한 합리주의인 것도 같다. 우리 속담에 ‘이미 업퍼진 물이다.’라는 말처럼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속상해 하기보다는 운명적으로 예정된 일이라며 마음편히 생각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최상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사소한 많은 일로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한 기분….  오랜 만에 느낀 감동이다.

각박해진 요즘 사람들을 대할 때나 운전 할 때도 화가 날 때 또한 ‘노 프라블럼. 예정된 일 ’ 을 생각하면 마음 편하고  여유롭다.

한 권의 책이 나에게 가져다 준  예기치 못한 선물….

널 다란 인도 땅을 두루두루 여행을 한 느낌.  작은 내 가슴에 하늘만한 감동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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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유품..

벚꽃이 지던 그 날,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나는 하얀 봉투를 발견하곤 왈칵 눈물을 쏟았다.

부모님이 이혼하는 바람에 나와 내 동생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했다.

할아버지가 국수를 뽑아 생계를 유지했지만 생활이 어려워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는 돈도 벌 수 있는 산업체 야간학교를 택했다.

학교에 입학하여 첫 월급을 타던 날,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 봉투를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할머니는 대견하시다며 연신 눈물을 찍어 내셨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천 원짜리 육십 장을 천천히 세어본 뒤, 귀가 접힌 돈과 앞뒤가 뒤집힌 돈을 차례차례 귀를 펴고 맞춰서 툭툭 다독이셨다.

그 동작이 어찌나 느리던지 할아버지 앞에서 한 달 용돈을 기다리던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할머니는 애가 고생하면서 번 돈이니 마음대로 쓰라고 하셨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호되게 야단치고 달랑 천 원짜리 세 장을 내미셨다.

나는 속으로 '내 돈인데...'하며 뾰로통해졌다.

월급봉투를 서랍에 집어넣는 할아버지가 너무 야속해서 그날 밤 나는 그대로 회사 기숙사로 돌아와 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매번 할아버지 앞에서 삼 천원을 타기 위해 기다린 지루함이 먼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책상 서랍 한쪽에서 가지런히 귀가 맞추어진 지폐 몇 장이 든 돈봉투와 스물일곱 장의 월급봉투, 그리고 내 이름으로 된 저금통장을 발견한 것이었다.

한번도 '수고했다'는 말씀이 없었던 할아버지셨지만 월급봉투 한 장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깨끗이 보관한 것으로 보아 나를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하셨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내 이름 석 자가 또렷이 박힌 월급봉투를 안고 나는 한참이나 울었다.

<행복수첩>, 김용택 엮음,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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