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후 (전)-오클랜드에서-
눈을 떴을때는 이미 시계의 작은침이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최근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제대로 자지 못한 날들이 계속됐었기에
겨우 자유러은 시간을 갖게된 오늘 난 늦잠을 자고 말았다.
그래도 푹 잔 덕분일까.
평소와는 달리 꽤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날수 있었다.
항상 생각하는데 아침에 곧잘 사람들은 "상쾌한 아침입니다."라고
인사하곤 하지만 정말 상쾌한걸까?
늘 잠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아침은 유난히도 불쾌하다는 생각을 하는건 나뿐일른지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대충 세면을 끝마쳤다.
정말 오랜만에 갖는 나만의 시간을 그냥 집에서 딩굴거리기에는 조금 아까웠기에
난 그냥 예정도 없이 외출하기로 결심했다.
낡았지만 내게 있어서 그 이상갈수 없이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차츰 차가와지고 있는 날씨를 생각해
헐렁한 긴팔셔츠위에 팔뚝없는 잠바를 걸쳐입었다.
주머니속에는 달랑 동전 몇개를 집어넣고 옛날에는 잘 신었지만 사회인이 된 지금에는
잘 신을 기회가 없었던 나이키 농구화를 오랜만에 꺼내 신고 무작정 그렇게 집을 나섰다.
그래도 다행인건 무척 좋은 날씨였다.하긴 그 동안에 쌓인 피로로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던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게
한건 거침없이 밀려드는 햇살의 눈부심에 더이상은 저항할수 없어서 였으니깐...
우선 집을 나와 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약간 언덕위에 있는데 그 집에서 뒷편으로 약간 걸어 내려가면 곧 대로로 빠져나올수 있다..
이 길은 이 곳의 가장 중심가인 퀸 스트리트와 연결되어 있어서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곤 하는데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역시 다양한 인종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 곳의 좋은 점을 들라고 한다면 난 주저없이 명랑한 사람들이라고 할것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사이에도 눈인사가 밝은 미소와 함께 나눠지는 모습을 볼수있다.
이미 나 자신도 벌써 3명의 사람과 눈인사를 나눴다,물론 난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들도 내가
누군지 알턱이 없지만 그냥 그렇게 미소를 주고받고 나도 모르게 유쾌한 기분에 잠겨졌다.
다른 나라에선 백인이니 유색인종이니 하며서 결코 가까워질수 없는 사이처럼 말하곤 하지만 적어도 여긴 아니다.
아무리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해도 누구나 조금만 상대방을 이해하려한다면 상대방도 그 노력에 보답을
기꺼이 해준다.
이런던중 난 가장 중심가에 들어섰다.서울만한 크기의 도시에 인구는 겨우100만 어디가도 항상 한산해 사람보기 힘들은
이곳도 중심가인 퀸스트리트만은 예외다.
아시아계,아랍계,백인계등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바삐 어딘론가 오고가고 있다.
그 사람들의 물결을 타고 한참을 흘렀갔을때 내 눈 앞에 나타난 거대서점!
그다지 책 읽기를 좋아하는것도,영어를 사전없이도 술술 읽어내려갈수있는것도 아니지만 난 발 닿는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은 잡지코너앞 하지만 그다지 읽고싶은 잡지를 발견할수없었기에 조금은 한산한
문학서적코너앞으로 갔다.
결코 의도한것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어린이용 동하집-이솝우화(물론 영어)-집어드고 비교적 쉬운 단어에 안심하며 잠시
독서타임을 가질수있었다.
이곳에서는 굳이 서서 읽을 필요가 없다. 적당히 주저앉아 책을 읽어도 누가 뭐랄 사람없고 땅바닥에 주저앉는다는 행위에 대해
누구나나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서 나도 그들을 따라 그 자리에 편하게 주저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 내가 아는 이야기들이라 이해하기도 쉽고 무엇보다 그림이 많아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다.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낸
나는 책 한권-그래봐야 12페이지-을 다 읽고 기분좋게 서점을 나섰다.
그때 어디선가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내 위를 괴롭혀왔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발이 이끄는대로 냄새의 정체를 찾아 잠시 걸었다.
2분정도 나아갔을까
거기에는 걸스카웃복장을 한 서너명의 10대의 소녀들이 자선모금을 위한 것이라는 작은 팻말 밑에서 빵과 소세지,양파등을
구워 즉석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의 원흉은 바로 이 양파굽는 냄새였던것이다.
가격은 단돈1불!
주머니속에 그 정도는 있다는 것을 확인한후 줄곳 -내가 주머니를 뒤지는 행동-을 쳐다본듯 나를 향해 밝게 미소짓는 빨간머리의
소녀앞으로 다가갔을때 이미 알고 있다는듯 소녀는 곧 샌드위치 하나를 내밀었고 나는 쑥스러운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난 원래 서서는 잘 먹지 못한는 편 이었는데 오늘은 여기저기서 샌드위를 손에 쥐고 서서 먹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그들처럼 길 한구석에 서서 샌드위를 먹어보기로했다 사실 마땅히 앉을만한 자리도 없었고...
한입 배어 물었을때 첫느낌은 생각보다 맛이 무척좋다는것이었고 특히 마스타드 소스의 톡쏘는 맛은 내 취향에 꼭 맞았다기에 난
샌드위치 하나에도 무척 만족함을 느낄수 있었다.
손가락에 묻은 소스와 기름등을 대충 티슈로 씻어내고 난 아까 지나왔을때 눈여겨 보아둔 노촌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이 곳의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난 당연코 카페오레라고 말하고 싶다.향이나 그런것은 잘모르지만 부드러운 맛이 무척 날
즐겁게 해주었으며 또한 양이 많아 천천히 음미하며 조용한 오후한때를 보내기에 이 이상가는게 없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