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자 리

 

건드리면 손 끝에 물이 들 듯 빨간 봉선화
   너울너울 하마 날아 오를 듯 하얀 봉선화
   그리고 어느틈엔가 南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한 일편단심의 해바라기---
   이런 꽃으로 꾸며 졌다는 고호의 무덤은 참 얼마나 아름다우리까


   산은 맑은 날 바라보아도
   늦은 봄비에 젖은 듯 보얗습니다
   포푸라는 마을의 푯말과도 같이
   실바람에도 그 뽑은 듯 헌출한 키를
   포물선으로 굽혀가면서 진공과 같이 마알간 대기 속에서
   먼 풍경을 줄이고 있습니다.

   몸과 날개도 가벼운 듯 잠자리가 움직입니다
   헌데 그것은 과연 날기는 나는 걸까요
   흡사 진공 속에서 나는 듯한데
   혹 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줄을 이리저리 당기는 것이 아니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