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언덕위에서 하는 말

 

나의 인생이 햇불처럼 옴츠러 들어간 지금,

나의 임무가 끝난 지금,

애상과 나이를 먹는 동안

어느샌가 무덤 앞에 이르게 된 지금,

 

그리고 마치 사라진 과거의 소용돌이처럼

꿈의 날개를 펴던 저 하늘 속에서

희망에 부풀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어둠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지금,

 

어느 날인가 우리는 승리를 하지만

그 다음날은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만다고 말할수 있게 된 지금,

슬픔을 안고 꿈에 취한 사람모양 몸을 구부린 체,

 

나는 바라본다.

뭉게구름이 산과 계곡,

그리고 끝없이 물결짓는 바다 저 위에서

욕심장이 북풍의 부리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하늘의 바람소리가 ,암초에 부딪치는 물결소리가,

익은 곡식단을 묶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 기울인다. 그리고는

속삭이는 것과 말하는 것을 내 생각 깊은 마음속에서 비교해 본다.

 

나는 때때로 모래언덕 위 듬성듬성 난 풀 위에

몸을 던진체, 꼼짝 않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노라면 흉조를 띤 달이 떠올라와

꿈을 펴는 것이 보인다.

 

달은 높이 떠올라 가만스런 긴 빛을 던진다.

공간과 신비와 심연 위에,

광채를 발하는 달과 괴로움에 떠는 나,

우린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사라진 내 날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를 알아주는 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 노곤한 눈동자 속에

젊은 날의 빛 한 오라기라도 남아 있는가?

 

모든  것이 달아난 걸까? 나는 외롭고 이젠 지쳤다.

대답없는 부름만을 하고 있구나.

바람아! 물결아! 그래 난 한가닥 입김과 같은 존재였단 말이냐?

아 슬프게도! 그래 난 한줄기 물결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냐?

 

사랑했던 그 어느 것도 다시 볼 수 없단 말이냐?

나의 마음속 깊숙이 저녁이 내린다.

대지야, 네 안개가 산봉우리를 가리웠구나,

그래 난 유령이고 넌 무덤이란 말인가?

 

인생과 사랑과 환희와 희망을 모두 살라 먹었을까?

막연히 기대를 건다. 그러다간 애원하는 마음이 되어

한줌이라도 혹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단지마다 기울여 본다.

 

추억이란 회한과 같은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에게 울음만을 밀어다 주는구나!

죽음, 너 인간의 문의 검은 빗장아,

너의 감촉이 이리도 차냐!

 

나는 생각에 잠긴다. 씁쓰레한 바람이 일어오는걸,

물결이 붉게 주름지어 밀려오는 걸 느끼면서,

여름은 웃고, 바닷가 모래밭에는

파아란 엉겅퀴꽃이 피어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