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교회 하면 여성이 떠오를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교회 다니는 여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중년 여성 대여섯 이상
모이면 그 중에 교회 다니는 여성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있게 마련이다. 여성들의 교회활동 정도는 개개인의 상황과 교회 안에서의 직분에 딸라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교회는 여성들의 정신적 삶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남성이 가정과
사회라는 두 영역을 중심으로 살아가듯이 여성은 가정과 교회라는 두 영역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목회 성공여부는 여신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여성들은 교회에서 숫적으로 보나 열성으로 보나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여성 신도수의 우위 현상이나 몰입 현상은 개신교 교회
뿐 아니라 타종교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종교학자나 민속학자들은 대체로 여성들은 본성적으로 정적이며 비합리적, 의존적
성품을 갖고 있어 남성에 비해 보다 종교적 성향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종교 행태를 분명하게 분리해 낼 수는 없으나
한국 여성의 종교 의식 구조는 여성들의 이러한 심성적 특성에 의해 종교와 상관없이 가족의 안녕과 복을 비는 무속 신앙에 기반한 맹목적 기복 신앙
형태를 띤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오랜 교회 생활과 여성 신도들을 통해서 얻은 직,간접체험에 의해 이와는 다른 견해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밝혀보고 싶었다.
여성들은 정말 본성적 특성에 의해 종교 활동에 몰입하며 기복적, 맹신적 신앙
특성을 갖는가? 여성들에게 종교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종교가 여성의 의식이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2. 여성의 종교심은 본성인가?
이 문제는 먼저 교회와 관련한 주부 신도들의 활동 내용 및 활동 시간을 통해서 살펴본 다음 그들이
교회에 나가는 동기와 관련시켜 살펴보기로 한다.
1)여성들의 교회 활동 내용
교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권사들의
일과는 이와 비슷하다. 권사가 되면 우선적으로 듣게 되는 인사가 "축하합니다. 이제 바쁘시겠군요"이다. 집사나 권찰들도 권사보다는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지만 여신도회 관련 사업들인 양로원, 고아원 방문, 바자회 등 수시로 요구되는 교회내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여전히 많은 시간을
교회일에 할애한다.
1주일 단위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교회 모임이나 활동은 크게 심방과 성경 공부, 구역 예배, 기도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낮 시간에 행해지는 이러한 활동들은 대체로 여성들이 그 활동들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보편적으로 민속학자나
종교학자들이 말하듯이 여성이 보다 종교적 성향이 강해 종교적 활동에 열중한다기보다는 먼저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그 요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여성=가정, 남성=사회라는 이분화된 사회 구조에서 여성들은 대부분 전업주부로 사적 영역에 남아 있게 되기 때문에 남성들보다 평일 낮 시간을 훨씬
자유로이 낼 수 있으므로 여성들이 교회 활동의 주 대상이 되거나 주체가 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2)여성의 삶과
교회
여성들이 교회를 나가게 된 동기, 교회에서 그들이 얻고자 하는 내용 및 신앙형태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여성이 교회를 나가게 되는 동기와 의미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8 '탈출구'로서의 교회
여성들이 교회에 나가는 중요한 동기 중 하나는 교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부여받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구조적으로 사회모순의 문제를 자신의 삶 속에서 개인적 책임으로 떠 안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교회에서 잊거나 참아내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이 땅의 삶은 잠깐이며 예수만 잘 믿으면 근심과
걱정이 없는 참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영생의 나라로 갈 수 있다는 기독교의 내세관은 참으로 매력적인 탈출구가 된다. 또한 끊임없이 희생과 헌신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이나 무가치하거나 당연시하는 데서 오는 억울함과 서러움 등을 갖고 있는 여성들에게 교회는 그러한 희생과 헌신이 바로
천국으로 인도하는 중요한 길이며 "예수님이 그 모든 것을 아신다"는 메시지를 강조함으로써 여성들이 자신의 현재의 삶의 어려움과 희생에 대한
보람과 가치를 스스로 느끼며 위로를 받는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교회로 나가게 만든다.
8 축복보장의 장으로서의 교회
여성들이 교회를 다니는 또 다른 주된 이유는 교회를
다니면 모든 일이 잘되고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회 다니세요. 그러면 복을 받을 수 있어요." 혹은 "교회를 안 나가니까
그렇죠."등의 말은 전도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들은 가정의 번영과 안녕은 전적으로 기도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물론 누구나 이렇게 기복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이러한 맥락에서 교회 봉사나 십일조가 이해되고 또 교회에서 강조되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이러한 교회 여성들의 기복신앙은 한국 여성들이 오랫동안 젖어 왔던 무속적 신앙형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가족의 안녕과 존속 유지의 책임은 지고 있으나 사회적 수단이나 대안은 갖지 못해 초월적 힘에 정성 들여 비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전통적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오늘날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8 사회적 역할 부여의 장으로서의 교회
여성들이 교회에 나가는 주요한 세 번째는 교회가
여성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역할의 기회를 제동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유년 주일학교 교사, 찬양대원, 구역장, 그리고 대중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간증, 기도, 설교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각종 행사와 사회적 봉사의 기회(양로원, 고아원등 방문, 바자회)를 갖게 한다. 즉 여성들은
교회라는 새로운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서 가족과 친족 집단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회 단체로서 참여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회조직에서와는 달리 교회는 여성들의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활용하여, 여성들이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여신도회 사업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면서
직접적 성취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교회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역할 담당의 기회를 부여해 주는 커다란 장이 되어 여성들의 중요한 사회적 망을
구성하게 만든다.
이렇게 교회는 고립된 가정 속에 갇혀 있는 여성들에게 사회인으로서의 다양한 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장을 제공하여
여성들간의 사회적 망을 구성하게 해주어 여성들로 하여금 교회 참여의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3. 교회가 여성의 의식과 삶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여성들은 교회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는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남성과
더불어 해방된 삶을 지향하는 여성해방적 관점에서 볼 때 교회가 여성에게 주는 영향은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1)남성 우월적 성역할 고정관념
한국 교회는 대체적으로 교단에 상관없이 근본주의 신학과 경건주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남존여비 사상, 부창부수 등의 유교적 여성관과 쉽게 접목되어 한국 교회에서 더욱 강화되어 대부분의 교단이 여성들에게 목사나 장로의
직분을 금하며 봉사차원에서의 역할을 주로 맡긴다.
현재 한국 교회의 남녀 목사 비율은 98:2(11312명:270명)이며 58개 교단 중
여성에게 목사 및 평신도의 대표인 장로를 허용하는 교단은 8개 교단뿐이다. 교회 여성은 남자 목사와 남자 장로를 도와 교회 주부로서의 역할만 잘
감당하면 된다고 본다. 이로 인해 가정에서 주부인 교회 여성은 또다시 교회의 주부로서의 역할과 위치를 갖는다.
또한 한국 교회는 오랜
유교 문화에 의해 목사를 하나님의 대리자이자 가부장적 아버지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교회제도와 구조는 교회 여성들로 하여금 남존여비
사상에서 탈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도리어 강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렇게 교회가 남성 하나님, 남성 예수, 남성 목사의 이미지를
정형화시키고 목사의 권한을 절대시함으로써 여성신도들은 일반여성보다 더 남성우월적 성역할 고정관념을 갖게 되고 보수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2)탈사회적인 교회중심적 가족이기주의
한국 교회는 교회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가족이기주의적 기복신앙을
극복하지 못하게 한다. 하나님의 축복을 현세적 축복과 연결시켜 강조하며, 그 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열성적인 예배 참석과 헌금을 강조하는
반면, 사회구원의 문제는 간과하고 개인 영혼 구원과 무조건적 신앙을 요구하는 축복중심의 성령부흥운동이나 설교는 물질적 세속주의와 결탁시킨다.
따라서 여성들의 기복적 탈사회적 신앙형태를 더 강화, 왜곡시켜 가족이기주의를 벗어나기 힘들게 한다.
그래서 교회 다니는 사람만 이웃으로
인식하고 그 외 안 믿는 사람과 타 종교인에 대해서는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갖는다. 또한 시회적 모순에 의한 문제를 부족한 믿음의 탓으로 돌려
회개, 교회에의 열심히 풀 수 있는 문제로 만든다. 여성의 무조건적 희생을 강조하는 많은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이러한 보수적 사회관과 여성관은
여성의 갈등적 상황을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보지 못하게 하고 개인적 차원에서 용서와 인내로 수용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신앙 형태는 교회
여성들로 하여금 여성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극복하지 못하게 만든다.
3)민주적 역량과 평등사상
교회는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그 역량을 키워 주며 가정이라는 사적 조직에서 개별적
존재로 남아 있던 여성들에게 교회 안에서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회는 마련해 주고 여성들만의 조직과 연결망을 갖게 하여 교회여성들은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민주적 역량을 키우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만인 평등 사상과 민주 의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요소는 교회여성들로 하여금 교회 안에서 언제까지나 잠잠한 민중으로, 권리와 책임은 없이 희생과 헌신만을 수행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게 한다. 이렇게 교회여성들은 교회가 에상하지 않았던 결과들(교회여성들의 민주적 지도적 역량의 성숙, 여성들만의 조직력의 증대
그리고 사회에서의 여성 해방의식과 더불어 대두된 여성신학 등)에 의해 일반 여성들보다 여성해방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더 많은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4. 맺는 말
보편적으로 모든 종교에서 숫적으로 여성의 우위현상이 나타나며 여성은 맹신적 기복적 신앙특성을 띠게 되는지를
개신교 교회 여성 중 주부신도들의 신앙동기와 형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여기서는 그 원인을 여성이 본성적으로 종교적 성향을 갖거나
비지성적인 신앙구조를 갖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제한적 삶과 낮은 사회적 지위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한 남성중심적 제도와 구조 그리고 가부장적
신학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 의해 교회여성들은 보수적 여성관과 탈사회적 신앙을 갖게 되어 반여성해방적 성향을 띠게 되기도 하지만,
교회생활을 통해 민주적 역량, 평등사상, 민주의식을 배우게 되어 일반 여성들보다 여성해방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음도
보았다.
만일 교회 여성들이 이제까지의 수동적인 자세, 그리고 교회 주부로서의 자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능동적인 종교적
자세를 갖추고 교회 안에서 남녀 평등한 자리 찾기를 시작한다면 여성들의 가족 이기주의적인 기복신앙형태를 극복하고 왜곡되어 가는 기독교의 본질을
바로 세우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