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 발달 이론 <저자:김명자,  중년기 발달 1998>

 성인발달 이론의 역사적 뿌리는 융, 에릭슨에 그 근원을 두나 중년기에 관한 구체적 개념을 최초로 발전시킨 사람은 융이다. 그 이후 뉴가르튼(1963), 베일런트(1977), 레빈슨(1978), 굴드(1978), 울프와 콜브(1980), 파렐과 로젠버그(1981)등에 의해 보다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성인기 발달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들 성인발달 이론은 콜버그, 피아제, 레빙거 등의 아동기 발달 이론과는 구분된다. 즉 아동발달 이론들이 한 단계에서 보다 우월한 다음 단계로 순서를 따라 발달해 나가는 위계적(hierarchical) 변화를 상정하는 데 반해, 성인발달 이론은 어느 시기가 이전 시기보다 높거나 우월하지 않으며, 각 시기가 나름대로 특성을 지닌 계열적(sequential) 변화과정을 상정하고 있다.

 1. 융
 의식수준에 근거한 정신분석학적 입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융(Jung, 1933)은 40세경에 시작되는 중년기를 인생의 전반에서 후반으로 바뀌는 전환점으로 보고 매우 중요시했다. 중년기는 새로운 변화의 길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융은 40세 전후를 인생의 정점(noon of life)이라고 하면서 근원적 변동이 시작되는 시기로 보았다. 융은 인생의 전반기를 자기확산기로, 후반기는 자기수렴기로 구분하였는데, 자기확산기에는 외부적·물질적 자아에 몰두하는 반면, 자기수렴기에는 종교적·철학적·직관적 정신세계에 몰두해야만 인생전체가 균형과 통합을 이루며 결국 자기실현이라는 최종 목표에 이른다고 보았다.
 이처럼 외적 자아를 내적·정신적 차원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개별화(individuation)라 하였다. 다시 말하면 융은 전 인생주기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 발달·자아실현을 강조하면서, 특히 개별화라는 개념으로 인생주기의 후반부에 발생하는 발달과업을 설명하고, 개인의 인성에서 근본적 변동이 40세경에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융은 인간이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포함하는 정신에 의한 자기 인식을 통해 개별화를 향해 나아갈 때 중년의 위기가 해결될 수 있다 하였는데, 개별화는 진정한 의미의 자기실현이라 할 수 있으며, 자신답게 사는 과정을 뜻한다.
 중년기에 이르러 개인은 외부세계를 향하여 쏟았던 에너지를 전환하여 내적 자아에 초점을 맞추도록 자극 받으며, 이제껏 묻혀 있던 자아에 대해 관심을 갖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며, 또한 지나간 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중년기 개인은 가치롭게 여기지 않던 자아, 무시되고 위험시되었던 자아, 반대의 성과 관련된 자아 등을 수용하는 개별화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전환과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나, 이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인생의 후반부에 개인은 인생의 유한성·사망 등을 수용할 수 있는 내적 탐구를 포함하는 내향성에 관심을 보이며, 기존 가치체계의 재조정을 경험하면서 인생에서 전체성의 의미를 창출해 낸다 하겠다.

 2. 에릭슨
 에릭슨(Erikson, 1968, 1976)의 심리 사회 발달단계 이론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신분석학적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으나 특별히 다른 점은 유아기부터의 발달을 성욕을 중심으로 본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사회적 접촉 등 사회적 발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즉 프로이트는 리비도에 의해 유발되는 욕구 충족에 의해 성격이 좌우된다고 했으나, 에릭슨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초기 신뢰감이 성격형성의 기틀이 된다고 보았으며, 특히 사회적 환경과 자아의 상호작용을 중시하였다. 에릭슨의 8단계 중 제7단계인 생성감과 자아탐닉의 단계(40∼50세)를 중년기로 볼 수 있겠는데, 이 시기의 주된 관심은 부보됨과 직업에서의 성취를 통해 자신의 흔적을 영속적으로 남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것이다. 즉 생성감이란 일차적으로 다음 세대를 낳고 이들을 지도하는 데 대한 관심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지닌 자원이나 기술·재능 등을 활용하여 젊은 세대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며, 자신의 사후에도 계속될 사회적·개인적 공헌을 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공헌은 개인의 가치관·목표에 따라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3. 레빈슨
 레빈슨(Levinson, 1978)은 개인의 인생주기에는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개인적·문화적 차이를 초월한 보편적 유형이 있다고 보고, 인생 주기를 특정한 단계나 기간이 연속적으로 순서를 따라 지속되는 계절의 개념으로 접근하였다.
 레빈슨은 융의 이론을 토대로 성인의 사회심리 발달과정을 설명하는 인생계절론 모델에서 생애구조(life structure)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일정한 시기에서 개인의 생활에 내재화된 유형이나 설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생애구조의 개념은 내적 경험과 외적 현실간의 구조적 관계를 제시하는 것으로, 자아와 세계가 상호 구체적 영향을 주고받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이 인생의 각 시점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그의 생애구조가 달라지게 되며, 이러한 선택은 단순하고 고립된 과정이 아닌 복합적인 사건으로 선택이 일단 이루어진 뒤에는 '적절한 생애구조의 구축'을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요하게 된다.
 또한 생애구조는 성인기를 통해 연속적 과정으로 진화해 간다고 보고, 이러한 과정에서 안정기(stable, structure building period)와 전환기(transitional, structure changing period)가 체계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중년기 전환기에 처한 개인은 인생에서 무엇을 이룩하였으며, 젊은 시절의 꿈이 실현되었는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 등 인생의 모든 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제껏 익숙해 있던 생활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결국 중년기 전환은 다음 단계를 보다 창의적으로 가능성 있게 맞이하느냐, 혹은 심리적 위축과 함께 절망감으로 맞이하느냐를 결정하는 결정적 시기라 할 수 있다. 레빈슨은 중년기 생애구조 형성을 위한 근거로 젊음과 노화(young & old), 파괴와 창조(destruction & creation),남성성과 여성성(masculine & feminine), 애착과 분리(attachment & separateness)등 자아 내부에 공존하는 양극성을 통합해 나갈 것을 제안하였는데, 중년기에 있어 양극성의 통합과 생애구조의 조정을 통해, 개인은 보다 성숙해지고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제빈슨이 제안한 위의 4가지 양극성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젊음과 노화
 상징적 의미로서 젊음은 탄생·성장·가능성·봄·힘 등을 뜻하며, 노화는 죽음·종말·황혼·결실·완수 등을 뜻하는 것으로 무한성과 유한성으로 요약된다. 무한성에 대한 욕구와 함께, 후손에 남길 가치 있는 유산을 창조하고자하는 소망이 중년기 생활을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젊음의 상징적 사망을 수용하면서 노화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2)파괴와 창조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은 중년기 남성으로 하여금 파괴성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즉 중년기 전환기에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인생의 본질적 면에서 파괴와 창조에 직면한다. 중년기 개인은 사회적인 책임감으로부터 물러나거나 파괴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애쓸것이 아니라, 파괴성과 창조성의 균형을 통해 힘과 사랑의 새로운 균형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3)남성성과 여성성
 일반적으로 남성성은 도구적.수단적 역할, 과업 중심, 합리적 사고, 과업의 수행 등으로 표현되고, 여성성은 표현적.애정적 역할, 정서적, 감정이입적, 부드러움, 유친성 등으로 표현된다. 모든 남성은 남성으로서의 정체감을 지니며, 이것은 특히 성인 초기에 가장 강하여 이 시기에는 여성성으로 여겨지는 자아의 어느 부분도 등한시하나, 중년기 전환기에 남성성과 여성성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균형은 단지 양적으로 남성성이 저하되고 여성성이 증가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의 질적인 통합을 뜻한다.
 결국 중년기 개인은 자아의 내부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이 보다 융통성 있게 통합되었을 때 직업.대인관계.생활경험 등에서 양성을 보다 창의적으로 복합할 수 있으며 성장 발달이 가능해진다.
 4)애착과 분리
 애착(attachment)은 인간과 환경을 연결시켜 주는 모든 힘을 뜻하는 것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적응이나 참여.정복 등이 포함된다. 이에 대하여 분리(separateness)는 개인의 주된 관심이 외부 세계에 대한 적응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세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분리에 빠지면 환경이나 외부세계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 개인의 생존능력이 위험시되며, 또한 지나치게 애착에 빠지면 자아성장, 창의력 신장에 손상이 오므로 모든 개인은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4. 굴드
 정신분석학자인 굴드(Gould, 1978)는 35∼45세를 중년기로 보고, 이제껏 자신을 지배해 왔던 그릇된 관념과 환상을 극복하고 인생의 부정적측면을 수용하는 변형과정(transformation)을 통해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인생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고 기존의 안정감에 연연할 때, 즉 변형이 왜곡될 때 진실된 내적 자아를 추구할 수 없으며, 자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회피하게 되고 결국 성장 발달에 방해를 받게 된다. 결국 중년기는 시간의 압력 속에서 성인기의 의식을 한정하는 그릇된 가정을 깨뜨리고 생의 목표를 재조정해야 하는 시기로, 이것은 힘든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불안감과 혼돈감을 경험하기도 하나 이러한 부정적 증상은 남은 생애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적 자아를 추구하는 성장기제로서, 변형을 통해 성숙된 자아를 발달시켜 나갈 수 있다.
 굴드가 제시한 중년기에 극복해야 할 주된 가정을 구성하는 5개 가정의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1)안정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
 중년기는 의존적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변화하는 자녀의 요구와, 주도권과 권위를 상실하고 의존적으로 변화하는 노부모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자녀가 독립해 나간 뒤에도 현재의 가족 생활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2)사망은 나와 내 가까운 사람에게는 발생할 수 없다는 생각
 영속성에 대한 착각은 먼저 부모의 사망이나 질병 등에 의해 도전 받는데, 부모가 생존한 경우에는 사망은 순서 있게 발생하여 부모에 의해 자신이 사망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3)보호자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
 여성은 그들도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에 통제됨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에 최초의 보호자이자 모델은 어머니이며, 어머니를 닮는 것이 안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성장한다. 중년기에 이르러 여성은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면서 억압되고 잠재되었던 권력·자립·지위에 대한 갈망이 출현하며, 결혼을 한 가정주부이건 전문직에 종사하는 독신여성이건 '내 인생에는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그릇된 가정을 극복하고자 한다.
 4)현재의 가족을 떠난 나의 생활은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
 부부는 한 인간으로서보다는 부모로서 수십 년 간 생활해 왔으나, 자녀가 독립해 나가는 중년기에 이르러 부모 역할이 경감되면서, 자신과 배우자를 위한 시간이 많아지므로, 중년기에 부부관계는 재조정되어야 한다. 그 관계는 우열이나 자기희생의 관계가 아닌 진정한 평등의 관계로 부부 모두가 자아에 충실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상호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5)나는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생각
 중년기는 외면적으로는 별 문제 없이 균형이 잡힌 듯 보이나, 내면적으로는 분노·속은 것 같은 느낌·탐욕 등의 유치한 감정을 지니는 시기이다. 즉 바람직한 생활과 미소 뒤에 미성숙한 탐욕과 유치한 야망을 감추고 있음을 감지하면서 이러한 양면성으로 갈등에 빠진다.
 이러한 부정적 자아를 적절히 다루고 활용한다면 중년기 개인의 생활은 보다 풍부해질 수 있다.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는 부정적 측면이 수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의 중년기 발달이론을 종합해 보면, 중년기는 인생주기에서의 필연적인 한 단계로 비교적 예측 가능한 시기이며, 새로운 자아의 충동·외부환경의 요구 등에 의해 갈등과 불균형이 나타나는 시기이나 성장 지향적 발달이 가능하며, 따라서 당면하는 고통·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와 수용을 통해 보다 통합되고 성숙된 중년기를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