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다리' 초청,  풍도 어린이 세상 구경하다.
 

 “은영아, 줄을 더 당겨봐.”

 “와, 나무가 태풍 만난듯 흔들리네.”

  얇은 장막 앞 뒤에 서있던 아이들이 이쪽 저쪽으로 얼굴을 내밀며 깡총거렸다. 7월 24일 낮 서울 세종문화회관 사층 회의실. 사다리연극놀이 연구소가 마련한 제1회 그림자극 교실에 먼 바다에서 손님들이 찾아왔다. 서해 대남초등학교 풍도 분교 전교생 아홉명이 하루 한 번 열리는 뱃길을 타고 연극하는 형과 누나들을 찾아 여행을 나선 것이다.

 “손바닥을 포개서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만들고, 거미가 움직이는 것도 몸으로 표현해봤어요.” 5학년 고영현 어린이가 신이 나서 두 손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두시간쯤 걸리는 작은 섬 풍도 어린이들이 극단 사다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월이었다. 낙도순회공연을 돌던 극단 사다리 단원들은 <내 친구 플라스틱>에 환호를 보내며 눈을 반짝이는 풍도 분교 어린이들에게서 연극이 일궈내는 큰 만남을 보았다. 풍도에서 무대는 너른 바다만큼 크게 열렸고,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귀함을 마음에서 마음으로 느끼도록 이어준 끈이 되었다. 기획을 맡았던 김지연씨는 “더불어 사는 걸 가슴 깊이 느낀 그 자리는 말하자면 품앗이 배움터였다. 아이들에게 서울 극장에서 우리가 공연하는 걸 보여주자고 자연스레 뜻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점심은 뭘 먹고 싶니?” “햄버거요.” 우렁차게 합창을 하는 신홍이, 기동이, 영욱이, 민동이, 병찬이, 진명이, 윤동이… 아이들을 이끄는 사다리 단원들이 더 흥이 난 듯 했다. 빠듯한 극단 살림이지만 여럿이 힘을 모으자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들 잠은 방이 넓은 김보경 단원 집에서, 밥은 삼십여명 사다리 후원회원들이 손수 해온 김치며 불고기로 너끈하게 해결됐다. 삼박사일 일정은 연극 놀이 속에서 서로를 더 푸근하게 안아주는 길로 나아갔다.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극단 사다리의 이야기 뮤지컬 <개구리 왕자>를 보고 나서는 무대에서 형들 땀내가 밴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었고, 화양리에 있는 극단 연습실로 몰려가 신나는 잔치도 벌였다. 아이들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한 김창교 분교장은 “자연에 있던 아이들이 형식으로 짜인 사회 구경을 한 셈인데 그 매개가 연극이라 참 좋다”며 풍도 분교 아이들에게 소중한 현장학습을 열어준 극단 사다리 쪽에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아이들은 오늘 다시 풍도로 돌아가지만 풍도 분교생들의 연극 여행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김지연씨는 “서울에 있는 어린이극단들이 전국에 있는 섬 하나씩을 맡아 연극 속에서 맺어지는 이런 만남을 꾸준히 일궈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