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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건너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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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굽왕자의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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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의 순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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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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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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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혼(?)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으나, 1991년 봄, 3층 음악실, 무심히 내려다 본 창 밖 풍경 속 에 낯선 이방인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화단에 핀 진달래를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모든 시간은 정지되었다. 그것은 신의 예정된 섭리를 이루려 함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우리들만의 섬으로 유배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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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분배해주었다. 그는 나에게 옥따비오바스의 '태양의 돌을'! 나는 그에게 그레고리안 찬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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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그 위대한(?)유산은 우리들을 저 너머의 세계로 인도하기에 충분한 유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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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무인도의 원주민' 이란 이름을, 그는 나에게 '고독한 섬' 이란 이름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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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그는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나는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였다.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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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에게, 나는 그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빛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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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새삼 그의 눈빛을 길어 올림은 단순히 지나간 계절을 그리려함이 아니라, 고갈되어 가는 나의 감성의 계곡에 생명수의 발원지인 그의 우물에서 작은 물고 하나를 얻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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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벗이여! 허락해 주게나!.........
2001, 5월의 언덕에서 벗을 그리며! 고독한 섬,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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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모든 욕망들로부터 도망쳐 나와 나만의 땅에 욕망을 던져준 땅 깊숙이 육체를 녹이 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와 함께 하던 시간들이 내 살갗이 쉽게 무너지도록 내 몸 위에서 춤을 추고 집을 지었으면 합니다. 박테리아와 같은 시간의 벌레들이 나를 소멸시켜 주었으 면 합니다. 생의 고독들을 벌레들이 물고 붉은 땅 깊이 그들의 집으로 옮겨갔으면 합니다. 살아있음으로 괴로워했던 수많은 욕망들이 땅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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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땅위에서 연 초록빛 풀들이 자라나 작은 귀뚜라미가 움집을 짓고 가을 저녁에 울어댈 처 량한 소리가 따스한햇살을 가득 담길 바랍니다. 어쩔 수 없었던 운명들에 대해 분절음 가득한, 〈그레고리안 찬트〉의 단순한 읊조림 같은, 생의 가녀린 방황들이 가을의 그늘진 갈참나무 숲 길로 걸어가길 바랍니다. 갈색 사이로, 그리고 말라비틀어진 모습으로 여름날의 형체만을 안고 있는 그 사이로 겨울이 차갑게 지나갑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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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어두룩한 골목에서 늦가을의 우수에 젖은 듯 걷습니다. 푸르르던 계절에서 빠져나온 텅빈 공간으로 여름 철새들은 추락해 버리고 영일대 주변에서 맴돌던 잠자리들도 모두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태양 빛은 고꾸라진 혀를 내밀며 갈참나무 낙엽 속으로 기어갑니다.
무너진 성곽 아래 생의 부질없는 노래를 묻습니다. 들어간 눈 속에 이슬처럼 맺혀 있는 우 수, 긴 머리카락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미묘한 여인의 냄새, 작은 입술사이로 터져 나오는 플륫 같은 명랑한 목소리, 언제나 나를 보며 싱그럽게 웃던 여인들의 조각들을 과거의 흔적 속으로 보냅니다.
내 노래를 품에 안고 머나 먼 사막으로 낮과 밤들이 소용돌이치며 인간들의 굴레가 벗겨진 빈땅으로 끈적끈적한 어둠만이 지배하는 선사시대 인간들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렵니다. 투 명한 각질에 실핏줄만이 몇 가닥 드러난 벌레들이 내 노래의 차가운 몸과 내 몸에 새롭게 들어올 때 난 떠나렵니다.
언제나 내 곁에 머물며 내 가슴속에서 그리움으로 자라난 존재에게 한 가닥의 따스한 미소 로 자리잡고 있을 내 노래는 멀리 떠나갑니다. 그가 먼저 선택해 버린 죽음에... 그가 죽음 의 파도에 떠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정적의 바다 위에 지푸라기 용신을 만들어 태우 며 그를 위해 붉은 낡은 닻으로, 깃발로 춤을 춥니다.
홀로 남겨진 부질없는 삶에게 자그마한 들국화 한 송이 바치며 그를 위해 죽음의 노래를 바칩니다. 어둡고 쓸쓸한 새벽길... 안개에 나를 묻습니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는 종말을 위 해 병든 사랑들을 위해 아스라한 길들이 접혀져 있는 그 위에 우수에 젖은, 이슬에 젖은 머리를 무녀들의 제물로 기꺼이 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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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병든 숨소리들과 국화 향기 가득히 땅거죽 아래로 저무는 늦가을 오후에 난 그 대를 향해 있던 눈물을 돌려 내 빈 가슴으로 돌아앉습니다. 모든 것들과 이별하기 위한 진행... 더 이 상의 행복을 찾아, 디오티마가 머물고 있을 세계를 이젠 꿈꾸지 아니 하렵니다. 그들은 내 가 찾는 곳이 아닌 그들의 세계에 갇혀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기에.
더욱이 나의 이상은 하얀 눈 위에 새겨진 흔적들... 그 상혼 속에서 당신은 웃고 있습니다. 마치 현실로 다가올 것처럼.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리고 이제 머지않아 먼길을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난 느끼고 내 곁에는 있지 않습니다.
에덴에 가까운 시크리트 속에 아주 깊숙하게 숨겨 놓은 내게 가장 소중한 보물… 파멸, 그 를 위해 난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수없이 떠나가는 사람들을 따스하게 보내면 난 나의 파멸을 만지작거리곤 합니다. 무덤에서 금방 꺼내어진 향수가 가득 묻은 아기 같은 푸 르른 독이 가득 서려 있는 옥구슬 같은 나의 보물… 그가 있기에 나는 존재합니다.
지금이 아닌 다른 순간에 그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따스한 난로가 있고 당신이 있는 포근한 파멸. 그가 다가와서 내 어깨를 어루만져도 난 그를 위해 웃음을 던져줄 수 있는 그런 여 유가 있는 순간을. 지금이 아닌 다른 순간으로 그를 보낼 수 있다면... 난 지금 여유가 없 습니다. 파멸을 너무 그리워 미칠 지경입니다.
그는 땅으로 나를 내몰기 위해 준비해 둔 수의처럼 나만의 자유입니다. 이제까지 나만을 위 해 간직한 나만의 순결, 나의 마지막 창조이자 세계를 영원히 지배하는 신과 함께 하는 위 대한 보물. 나는 그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입니다. 당신이 내 머문 땅에서 멀어질 때, 그 가, 파멸이 내 옆으로 다가와 유혹하고 난 그에게 완전히 도취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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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나의 몽상은 늦가을 비가 어머니가 주신 배내옷에 젖듯 유리창에 어둠이 피어나듯 3개의 탁자가 오밀조밀하게 들어찬 커피숍에서도 계속 됩니다. 과거들은 흩어져서 가난한, 방황하 는 영혼의 비문이 되고, 낡아서 찢겨진 어머니가 주신 배내옷들은 누린 무덤의 잔디가 되어 바람결에 흩날립니다. 깨진 소주병들이 아침 햇살에 빛나는 얼음 조각처럼 어둠을 잊게 해 줍니다.
더렵혀진 육체를 부둥코 울던 그 어미의 품에서 난 사랑을 느낍니다. 어미가 속옷을 갈아입 을 때 난 소유하고 싶어합니다. 당신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난 그리워 진달래가 피었다 저문 낮은 언덕으로 구릉지로 할 일 없이 뛰기만 하였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터질 듯 어 미의 젓가슴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던 그 언덕을 뛰기만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낮은 음성은 나에게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잔잔하게 웃는 그 미소는 내 생의 가 장 큰 기쁨이었고, 어루만지는 손길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전율하며 느꼈습니다. 어머니의 독특한 젖냄새 같은, 살 냄새 같은 그 향기는 날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미의 자궁에서 빠져 나온 후부터 그 냄새를 찾아 밤 뒷골목을 헤맵니다. 습기에 젖은 땀 냄새가 배인 거리에서 당신 가까이 있는 것마냥 가슴이 포근해집니다.
내 영혼은 따스하면서 달콤한 젖내음에 빠져 있습니다. 암술에서 흘러 내려온 꿀 같은 끈적 끈적한 액체에 내 영혼은 담겨 있습니다. 바닷가의 비릿한 향기가 젖은 어머니의 젖가슴에 영혼은 숨을 쉬고 그 가운데서 생명력을 얻습니다. 내 어두운 창 너머로 작은 화분에 담긴 누런 잎이 떨고 있습니다. 생기를 잃고 그저 창가에만 기대어 있는 나의 작은 꽃… 그는 늦은 가을 뒤편으로 말없이 걸어갑니다.
내 영혼도 작은 꽃잎 사이에 숨어 떠나려 합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에게 감사의 미소 를 머금은 채, 가장 가슴 절이며 기다리고 서있던 그 길가에 내 빠알간 꽃잎 하나 던지며 가렵니다. 생을 뒤돌아 서서 가렵니다. 회색 빛 먹구름이 창가에 흔들거리며 저급한 노래가 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차피 생은 저속한 멜로 드라마처럼 흘러가 버리는 것인데 난 그보 다 나은 생의 고고한 사랑을 말하려 합니다. 생은 그저 껴안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그걸 위해 모든 것들이 포장되어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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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사라 본의 노래를 들으며 사랑의 기억들을, 위대한 운명들에 젖습니다.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 겨울 그리고 포장도로, 한쪽으로 길게 펼쳐진 바다-섬 하나 담겨 있지 않은 텅빈 바 다-들마저 위대한 운명의 소재가 되어, 히페리온이 해방을 위해 말을 몰던 그리스의 한 해 변처럼 내 가슴을 들뜨게 합니다. 가끔씩 그처럼 나의 죽음이 위대한 영혼들 가까이 묻히기 를 고대합니다.
나의 모든 욕망들로부터 도망쳐 나와 나만의 땅에 욕망을 던져준 땅 깊숙이 육체를 녹이고 싶습니다. 그대가 나와 함께 하던 시간들이 내 살갗이 쉽게 무너지도록 내 몸 위에서 춤을 추고 집을 지었으면 합니다. 박테리아와 같은 시간의 벌레들이 나를 소멸시켜 주었으면 합 니다. 생의 고독들을 벌레들이 물고 붉은 땅 깊이 그들의 집으로 옮겨갔으면 합니다. 살아 있음으로 괴로워했던 수많은 욕망들이 땅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 땅위에서 연 초록빛 풀들이 자라나 작은 귀뚜라미가 움집을 짓고 가을 저녁에 울어댈 처량한 소리가 따스한 햇살을 가득 담길 바랍니다. 어쩔 수 없었던 운명들에 대해 분절음 가득한, 〈그레고리안 찬트〉의 단순한 읊조림 같은, 생의 가녀린 방황들이 가을의 그늘진 갈참나무 숲길로 걸어가길 바랍니다. 갈색 사이로, 그리고 말라비틀어진 모습으로 여름날의 형체만을 안고 있는 그 사이로 겨울이 차갑게 지나갑니다.
늙은 어부의 마른 기침소리 같은… 겨울이 지나가는 소리. 상여가 지나간 뒤에 남은 찌꺼 기, 쓸쓸한 요령소리가 뒹구는… 겨울이 지나가는 소리. 어쩔 수 없이 맞아들이는 인간들의 거친 숨결에서 겨울이 지나가고 있을 뿐… 대지에는 아직도 살아갈 힘들이, 봄빛에 태어나 서 조잘댈 작은 새들의 소리들이 따스한 품에 기어 들어가 가만히 있을 뿐… 모든 것은 그 저 해풍에 흔들리는 어선의 깃발처럼 존재하고 있을 뿐.
당신을 통해 생의 부조리함이 보입니다. 텅빈 들판, 얼음 조각들 사이로 초췌한 햇살이 들 어오듯… 하얗게 여름이 벗겨진 창백한 얼굴과 따스함을 잃어버린 여인의 눈길, 여름날에 하얀 망사천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던 창이 긴 모자 대신 긴 머리칼을 덮은 적갈색의 목도 리, 당신이 추구하던 언어들마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컵라면 그릇처럼 그저 의미 없는 율동 만 남아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마시던 향기 짙은 불루마운틴 커피, 이른 아침을 달리면서 입에 가득 담은 레 론 그리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찻집에서 마시던 레몬에이드. 이 향기로움은 나의 생을 위 한 제물이었습니다. 하얀 겨울에 발자국도 없이 떠나가는 인간들을 위해 준비해 좋은 제의 를 드리는 무녀의 섬세함처럼 나무들의 푸르른 내음을 가득 담아 당신은 나에게 주었습니 다.
당신을 통해 난 슬픔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됩니다. 슬픔이 아닌 생의 절망, 죽음을 준비 해 주던 무녀가 살아진, 죽어 가는 자가 자기를 위한 죽음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줍니다. 모든 것들이 말없이 멀어져 겨울비에 젖습니다. 슬픔도 씻기고 무녀의 씻김굿도 빗물에 젖 어 흐릅니다. 자기의 무덤을 향한, 죽어 가는 고독한 인간에게도 바람이 잔뜩 스민 겨울비 에 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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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이제 더 이상 무엇을 꿈꾸려 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누굴 그리워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살아있음에 대해 자랑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 혼자가 되는 것을 슬퍼하지 않을 겁니다 하고 수없이 읊조리건만 생은 받아주려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내게서 모든 것들이 깨어져 버리고, 그 깨어진 의미 사이로 하루하루 떠납니다. 잠 든 어머니의 무덤과 풀들마저 자라지 않은 붉은 흙속에 나는 떠납니다. 죽음은 생명의 모체 가 되어 있습니다. 어쩌다 따스한 햇살이 머문 그곳에 난 이미 가 있습니다. 죽음을 동경하 는 그녀가, 내 허파에서 파닥거리며 난 그녀의 자궁 속에 들어가 이 생을 피하려 합니다. 내게 남은 건 죽음을 위한 제의뿐입니다.
어머니의, 요절한 젊은 여인의 머리카락이 아직도 숨을 쉬는 그 살갗이 가장 편안한 요람입 니다. 그 여인의 살갗으로 만든 배내옷이 이제 머지않아 내 수의가 된다해도 지금은 너무나 평안합니다. 삶의 귀퉁이에서 떨어진 눈물이 죽음을 향한 이들의 길가에 겨울비로 뿌려진다 해도 난 지금 행복에 겨워 몸부림칠 지경입니다. 어머니는 나를 만들어 낸 자궁을 갖고 있 습니다.
피가 실타래 모양으로, 생식세포가 엉긴 모양으로 만들어진 어머니의 자궁, 아버지의 희멀 건 정액으로 벽면을 회칠해 놓은 자궁, 나를 만든 산실인가? 내 운명을 결정지은 신이 드 나드는 통로인가? 지금 나는 어머니의 자궁을 따라 겨울눈을 맞으며 어둡고 차가운 먼 곳 으로 가려 합니다. 사다리를 타고 가장 높은 곳으로, 그 길을 따라 하얀 눈이 녹아 촉촉한 그 길 대신 겨울비에 젖은 길로 가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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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더 이상 이 세상에서 꿈꿀 것들을 잃어버린 부랑아, 더 이상 찾을 것들을 모두 상실해버린 파산자, 단지 남아 있는 건 죽음을 향한 제례뿐인 한 생명체로 길을 떠나려 합니다. 운명의 여신에게, 타악기를 호흡 가쁘게 두드리는 까르미나 부라나처럼 나는 순전하게 바치려 합니 다.
씁쓸하게 남겨질 미소를 떠올립니다. 쓸쓸함마저 사라진 이 땅 위로 계절의 흐름을 느껴봅 니다. 딱따구리가 쏘아대는 죽은 갈참나무의 마른 껍질을 만져 봅니다. 더욱이 눈이 내리는 날, 천상에서 내려온 축복의 정령들이 춤을 추며 나즈막한 산등성에 내려앉은 찻집에 앉아 웃으며 적막한 평화가 몸부림치게 따스한 날, 잊혀짐에 서글픈 미소를 떠올려 봅니다. 노랗 게 잘 여문 레몬의 새콤하면서도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한 저 혼자서만 겨울 모퉁이에 홀로 있을 그 향기를 그려봅니다. 감미로운 블루스, 재즈 음악이 저 혼자서 소리를 머금고 돌아 가고 있는 카페에 내 귀를 가까이 대어 봅니다.
삶은 질그릇의 한 조각에 불과한 운명. 그 운명을 위해 모든 따스한 죽음을 입히려 합니다. 내게 줄 수 있는 나의 모든 것들을 가득 담아 아름다운 파멸을 빚어내고 싶습니다. 지금 바로.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노란 나리꽃처럼 초여름 햇살이 가득 고여있는 낮은 산 구릉지에서 모든 것들을 망각하며 있고 싶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공허한 내 친구, 아름다운 파멸에게 무척 고요한 진혼곡을 부탁합니 다. 살아서 못 다한, 가까이에서 멀리 돌아서야만 했던 현실에서 울어야한 했던 운명들에게 정겨운 이사를 내며 요령소리에 발소리를 맞추어 떠나렵니다. 혼자서 가는 길은 너무 외롭 지만……. 갈참나무 우거진 수풀 사이에 나를 위해 준비한 사다리를 타고서 떠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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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무엇에 잠겨 있었는지. 희미하게 저녁 노을이 포근하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안개빛에 젖은 거리를 주머니에 두 손을 꼭 담근 채 무념으로 걸으며 키작은 꽃화분이 놓인 창을 따스하게 응시하는 것처럼 그저 그렇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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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당신이 내 마음에 없었더라면 지금쯤 그런 상념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밤을 맞이하려고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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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밤의 조류가 다가서는 시각이면 나를 차갑게 흔들어 깨웁니다. 몽상에서 깨어나 선명하게 나를 바라다 보게 되는 것이지요. 간혹 슬픔에 잠겨 버리곤 합니다. 초라한 골방에 놓여 있는 화사한 백합의 향기를 마시고 있는 것마냥....... 어색해지는 자아에 그만 슬픔에 잠겨 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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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구의 화원에 피어나서 향기를 내는 꽃이든지 그건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그곳을 지나치면 마주하게 되는 향기에 도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웁니다. 당신은 이미 내 방에 와 있고 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같이 포도주를 마시며 몽상에 잠겨 있었던 그 시간들을 노래하듯이 조잘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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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명들에 대한 신의 축복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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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부끄러움 없이, 그리고 서로에 대한 간절한 배려들이 스며있는 대화가 풍성한 술의 향기로 영혼을 적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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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존재로만 있는 '나'가 아닌 저녁을 맞이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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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면 푸르른 향기가 그리운 여인의 향수처럼 잔 바람결에 날립니다. 마치 갓 피어난 장미꽃이 바람에 흔들거리듯이… 잔잔하게 당신은 언제나 그리우면서도 항상 내 곁에서 나의 그림자가 되어 산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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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 내가 아침에 다시 깨어나 있다는, 어젯밤의 몰골이 채 가시지 않은 내가 다시 깨어나 있음을 놀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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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척거리는 다리를 끌며 창가에 섭니다. 공대 도서관 위에 무겁게 놓여 있는 시계첨탑 비가 그친 후 일어난 엷은 안개가 그대의 흰 잠옷처럼 시간을 두르고, 가 느다란 아침빛은 당신이 내게 보내준 은시계 줄 사이로 벌레 마냥 기어오 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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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매몰차게, 하얀 당신의 얼굴과 내 눈 속까지 쏟아지던 장대비가… 온 몸이 사랑으로 젖은 채, 당신의 상그러운 미소로 내 가슴에 묻은 채 밤을 지새웠던 어제와는… 아, 전혀 다른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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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일어나 새로움에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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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단정하게 빗질되어진 여신의 대지 위로 진 녹색의 숲이 재잘대 듯 여자 꼬마 애들이 수다를 떨며 명랑하게 걸어오듯 가까이 오고 있습니 다. 먼 과거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신화들 속에 아침이 잠겨 오고, 붉은 벽돌 담장으로 담쟁이덩굴들이 벽을 덮어가듯 신화는 아침 깊이… 따스 하게 풍겨옵니다. 잠결 속에서 느끼던 당신의 향취… 내 영혼을 다감하게 어루만지던 당신의 그 향기 마냥, 단지 신화는 은폐되어 있을 뿐, 숲과 숲의 그늘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비가 개인 너무나 고즈넉한 운명들을 위한 축제를 맞이하는 긴장감마저 느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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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아침 풍경 속에서 당신과 하나가 된 빗줄기 사이에 있습니다. 난 지금 당신과 포옹하고 있는 이 대지에서 당신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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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야에 들어선 나무들과 그 사이로 빠져나온 포장도로와 가로등, 직선 상에서 수없이 교차되는 조형물들. 그 좁은 틈 사이로 당신은 날갯짓하며 내 곁에서 부서집니다... 인공호수 수면에 뚜렷이 심겨진 전나무 그림자가 분수 물살에 부서져 가듯… 아무 것도 없는 내 영혼에 움직임이, 아름다운 율동이 당신으로부터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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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막에서 빠져나와 생명체가 가득 심겨진 정원에 들어선 난 여유롭게 아침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피곤한 눈자위 위로 행복한, 맑은 생명력이 잉태되어 있는 것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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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존재 안으로 내가 침투한 시간… 그대와 만나던 그 날부터 시작됩니다. 장미꽃이 빨간 입술을 열던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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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봄, 여름, 가을은 노역의 땅으로 잠들었다. 인간들의 꿈, 복숭아꽃 너머의 세계는 반역의 역사 틈으로 서리 가 덮인 겨울의 땅에 묻혀져 버린다.
고독한 인종들과 죽음을 이마에 대고 있는 생에 굶주린 영혼들이 갇힌 내 유배지에 하얀 꽃들이, 생명들이 마지막 춤사위를 튼다. 마치 당신에 대한 연모의 정이 그랬던 것처럼
시베리아 기단에서 찢겨진 북풍이 가까이 밀려온다. 순환하는 영혼들, 죽음은 잿빛 구름의 그림자처럼 밀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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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비가 내리고 있다. 자동차의 윈도우를 씻기며 흐른다. 공허한 하늘에 날아드는 자연의 스침에···
작은 디오티마가 왔다 간 나의 유배지에 쇠퇴한 인간들의 웃음들만이 갇혀 있는 호수에 떠 있는 시든 잎처럼 숙명적인 자를 위한 그저 막막한 어둠이
생산력을 잃은 땅으로 이젠 희멀겋게 먼 곳을 동경하는 늙은이의 추억의 땅이 되었다.
나는 떠날 것을 예감한다. 더 이상 처절한 욕망이 스며 있지 않는 더 이상의 퇴화에 대해서도 논쟁하지 않는 가상된 죽음의 세계로 가려 한다.
어쩌다 남아 있는 욕망의 부스러기들이 길게 끌려 나오는 첼로의 음처럼 곧 사라지리라. 어쩌다 아파 오는 노역자의 상처도 시든 장미꽃을 버리듯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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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고대로부터 전이되어 온 욕구의 사슬 그들로부터 초월한 당신의 운명에 대해 그 고상함에 대해 축복하리라 나의 작은 디오티마여.
당신을 상상하고 있을 때 나는 얼마나 행복감에 떨고 있었던가
햇살이 가지런히 드는 자작나무 숲길을 나무들의 푸릇한 향기에 도취되어 걷고 자유로운 사상들이 새둥지에서 퍼덕이며 날았다.
나는 당신이 작은 새가 조잘대며 옆에서 놀고 있는 것처럼 공상하며 즐거워했다. 그대가 입고 나온 옷마다 찬란하게 주변들을 매혹시키며 걸어가는 그 길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움터 올랐다.
아,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서로간의 인연들을 냉혹하게 닫혀 있는 우리가 죽였다.
당신은 그대로 존재하는 우상으로만 당신은 고독하게만 서 있는 비실제의 존재로만 나에게 존재한다. 구름처럼 형상 없는 형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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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그리움이라는 벌레가 이삿짐에 오지 않기를 간곡히 기도한다. 과거의 것들이 현실에 다가와 미소짓는 것은 슬프다.
이제는 정녕 레퀴엠 안에서 평안을 얻으리라. '어쩔 수 없음'에 병적인 체험 속으로 잠기지 않으리라.
이 유배지를 떠난다 해도 다른 유배지를 향하고 있을 뿐이다. 끝없이 억압되는 사슬을 벗어나도 새로운 사슬에 감길 뿐이다.
이제 서서히 석양의 조류가 밀려든다. 불을 켜고 있다는 것은 그저 외로움일 뿐이다.
아직 나의 작은 디오티마는 파도 끝에 서서 밀려가고 있다. 죽음의 길을 떠나가는 행렬에 앞서 그녀의 노래가 만가가 들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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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이 거대한 침묵의 물결 위에 떠도는 한 인종은 레퀴엠을 들으며 그대에게 축시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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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미로운 포레의 레퀴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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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하는 자들의 웃음이, 따사로운 봄볕이 공허한 계절의 향기가 그늘 속에 가득한 오늘은 더욱 실없는 졸음이 밀려 와 나를 재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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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계절은 그저 슬픈 추억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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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를렌느의 시든 장미꽃을 그대에게 짙게 화창한 이 시대에게 바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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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에게는 패배와 저주만이 그것만이 처절한 희망입니다. 아마 그들은 그것들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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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처녀이고 그대들은 생명을 영글게 하는 봄 햇살 같은 잉태자. 패배자마저도 잠들게 하는 몰약을 지닌 신비한 맑은 눈을 꿈쩍 거리며 세상을 그려보게 하는 그대들은 존재함으로써 이미 여신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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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기다리는 자들에게는 이미 죽음이 지키고 있습니다. 치유되지 못할 고통이 새벽이면 깨어나 지저귈 것입니다. 나는 어제처럼 오늘도 살아 있지만 그것뿐입니다. 공허가 정복자들의 군화가 되어 오늘을 거칠게 짓밟고 행진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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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잉태자인 그대는 구원자입니다. 무덤으로 가는, 상처 당하기 쉬운 영혼들의 장례 행렬에게 따스한 봄햇살이 되어 반겨 줍니다. 뭇사내들의 깨어진 유토피아는 그대들에게 있음을 머지 않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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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우울함도 억압된, 가상의 세계에게 보내 준 우울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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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가 되새김질 당하는 긴 노역의 시대가 유배지에 밀려와 형장으로 몰고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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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배지로 벗어나 꿈을 꾸는 처녀에게 영원한 생명의 즐거움이 태어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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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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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지상에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내 영혼의 정수리까지 신의 존재를 찾아 민둥산 위에 사다리를 올리듯 내 고통이, 사만이 되기 위한 처절한 통과의례처럼 죽음을 통해 내 삶을 느낍니다.
지상에서 당신의 숨결을 느낍니다. 내 가슴 가득히 떨어지는 여름 한낮의 햇살 속에 당신을, 모든 것을 태워버린 그 후에 영원한 생명의 에네르기를 보내는 햇빛을 그대로 정지한 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단순한 가시광선으로 단순한 세계를 바라봅니다. 그 너머를 동경하던 것이 얼마나 삶의 질서를 억눌러 왔던지 숨이 막혔습니다. 이제 자유들은 안데스 숲 속에 감추어졌지만 단순한 세계의 질서가 평화를 줍니다.
땅 위를 걸으며 나는 지금 행복감에 젖습니다. 그 무엇을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생존을 위한 자그마한 질서가, 계절에 따라 올라온 해바라기의 밝은 미소가 내 곁에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이 아침처럼 평화스럽게 온다면 더 이상 자살을 꿈꾸지 않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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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자그마한 나무와 풀들이 땅에서 추방당해 버린 그 땅 위에 초여름 장마비가 내리고... 잠을 잃은 영혼들... 자학에 지친 그림자를 끌고... 변화를 찾아 방황하는...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며... 술에 불그스름한 언어를 구역질하며... 타인들에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연옥에서 탈출한 사자처럼 선과 악 사이를... 빌어먹을 도덕들 틈으로... 고뇌하는... 인간이 무덤을 구하고 있었지요. 천사처럼... 구원의 여인... 평범한 인생을 여유롭게 사랑가는 여인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인... 내 자유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나는 구걸합니다.
어미의 유전자 속에서만, 신의 예정된 궤도에서만 맴도는 자유를... 빌어먹을 자유를 위해 장마 비는 붉은 깃발을 걸고... 붉은 땅에 내립니다. 어둠을 빛나게 하는 건 당신과 장마 비... 그 안에 라일락 향기가 젖어 있고 죽음마저도 평화롭게... 사랑마저도 겉치레 없이 다가오며 세상에 존재하는 한 최고의 아늑함이 황토 땅과 어둠과 장마 비와 당신
언약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향해 돌진합니다.
지금 당장 파멸의 순간에 이른다해도...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최고의 것을 위한 하나의 제물에 불과한... 그 사랑을 위한 거라면 아브라함보다 더 위대한 제사를... 내 육체까지도 제물로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기에... 당신은 그 자리에 있었지요. 파괴된 땅,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여는 도전의 땅에 당신이 있었지요. 하이신스처럼 긴 목을 세워 이방인에게 향기를 던진 당신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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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벼들의 초록빛과 개구리 알들의 끈적끈적한 어둠이 과거... 그들의 세계를 위해 위대한 질서를 그윽한 고요함과 아늑함을 위해 건축된 옥산 서원이 과거 위대한 자들의 영혼들 마냥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그 길을 따라 우리들도 위대한 사랑의 영혼이 되어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합일된 세계를 위해 어둠 속에서 언약을 하였지요. 다음에 태어날 우리들의 아기의 눈빛 같은 여린 별빛과 가끔씩 서로의 모습으로 파고드는 달빛들... 우리들은 모든 것들을 초월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도 우리들만의 닫힌 세계에 끼여들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들은 우리의 이야기와 느낌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모든 것들은 우리가 걸음으로써 길이 되어 주었고 모든 것들은 우리의 따스한 미소로 향기를 가졌습니다. 우리가 처음이었고 우리가 세상의 마지막이었던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그 좁은 구멍가게에서 따뜻한 포카리스웨이트를 마시면서도 볶아온 검은 콩 몇 줌으로 맥주 한 캔으로도 모든 것은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언제나 어둠만이 우리에게... 언제나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의식만이 우리에게... 사회의 질서를 뛰어 넘지 못하는 연약한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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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떠도는 영혼들을 실어 나르는 신화 속의 범선을 찾아 영원한 안식처, 이어도를 찾아 시간을 타고 흐르는 조류들의 재잘거림을 들었습니다. 조개껍질 가득 문명이 시간들이 지나가고 모래 부딪히는 소리는 영원을 갈구하는 성자들이 발자국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혼절을 거듭하였습니다.
감포길을 따라 어두운 우리들의 의식을 찾아 초여름이 신선한 바다의 향기를 안으면서 '어쩔 수 없는' '대지에 갇혀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삶에 대해 수없이 분노하면서 걸었습니다.
가끔씩 비가 내려 파도들이 씻길 때면 그 곳에 빠져들어 영원한 무덤, 생명의 근원지에서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가듯 젤리틴질의 해풍에 빨려들기를 기도했지요. 그리스 신화 너머로 가고자 했던 부질없는 인간처럼 바다 건너를 향해 쓰라린 눈으로 다시 또 보며
칠포를 지나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 가느다란 빗줄기... 불안한 삶의 질곡을 끌면서 불빛에서 반사되어 가는 빛의 분산들을 따스하게 응시하며 당신이 입고 있었던 하얀 투피스만큼이나 삶의 귀착지를 편안하게... 그리고 눈물을 짓게 하였지요. 행복에 겨워 잔잔하게 흐르는 따스한 눈물들... 해일에 곧 덮쳐 버릴 듯이 바다 곁에 웅크린 조그만 어촌들 마을 앞으로 살며시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방파제에 걸터앉아 바다의 잔잔한 숨결을 느끼며
멀리서 들려오는 귀항 선들이 숨가쁜 소리를 들었지요. 바위에 달라붙은 녹조들, 모래 위에 써 놓은 글씨들 파도를 피해 뛰어가던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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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신은 언제나 우리 등뒤에 있었습니다. 신은 우리들의 자비로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은 죽음과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고즈넉한 세계... 잠에서 방금 깨어난 태초의 세계 석남사로 가는 길은 늘 그런 모양으로 우리를 반겼습니다. 무너져 버린 일상 생활을 새롭게 쌓아 올린 돌탑들... 돌틈 사이로 미끄러지듯 흘러와 생명을 어루만지는 이끼마저 투명한 물 속에서 부처가 웃는 우리들의 보이지 않는 운명을 위해 돌탑을 가지런히 쌓고
스님의 손바닥에서 이야기를 나누듯 먹이를 쪼고 다시 스님의 눈빛을 마주하던 작은 새가 갈참나무와 단풍나무, 이깔나무 수풀을 헤쳐 나와 돌탑에 앉아 슬픈 사랑을 작은 가슴으로 조잘거릴 듯 연못 그늘에서 커다란 지느러미를 흔들며 웨하스 조각 주변으로 여유롭게 다가오던 빨간 비단 잉어가 여울져 흐르는 계곡을 거슬러 돌탑 주변을 배회할 듯
병든 도시의 쥐들을 잡아먹다 나온 도둑고양이 같은 밤새도록 인터넷 창녀들과 놀아나다 눈이 시뻘개진 사이버거같은 물질에 젖어버린 슬픈 인종들에게 초록빛으로 젖은 아침 여름 햇살이 석남사 오르는 길에 이슬처럼 내려앉고 삶의 더러운 표충을 비듬 떨 듯 떨치며
신의 영감이 조용하게 솟아올라 옵니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감추어져 있어도 그가 존재하듯
달이 뜨지 않는 날도, 한낮에도 달의 신화 속에 잠겨 이야기를 나누듯 다락방에 앉아 이해인 시집이나 한용운 시집을 뒤적거리며 태양 빛에 여물어 가는 곡식들을 흡족한 듯이 바라보며 석남사 오던 길을 가슴에 잠재울 수 있었지요. 다시 돌아간 세상을 여유롭게 감싸주면서
산내면... 산등성 비포장 길을 따라 인간들의 욕정이 얼마나 허울좋게 포장되어 있는지... 먼 곳을 향해 가는 삶들의 부조리한 곡선들을 바라보며 가지산... 고대인들이 세워 놓은 선돌 하나쯤 서 있을만한 긴 언덕 호박소 아래로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물결에 인간들의 욕정들이 얼마나 쉽게 상실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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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과거... 과거의 흔적들이, 그 파편들이 과거와 전혀 관계없이 굴절되고 혼돈 되어 비척거리면서 걸어옵니다. 논개.. 그녀는 그녀의 모습을 잃은 채 남강 바위 턱에 가랑이를 벌리고 걸터앉아 뭇남성들의 따스한 미소를 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시간의 녹이 땅속에서 걸어나와 미소짓고 있는 철기구들 토기들, 호박 장식품들, 금은 세공품들, 자기들, 비석들........ 그들이 숨쉬던 세계를 떠나 그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습니다.
남강... 그들은 과거의 물이 아닌 현재를 달려가고 있는 자동차들 공장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복제품들... 도시는 모든 것들을 복제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서두르지요. 등급 높은 것을 더 많이....... 이방인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은 쓰레기 처리장 뿐.
도시의 저녁들은 언제나 축제다. 복제품들을 위해 생각들이 화폐에 찍혀진 인간들을 위해 네온사인은 윤기가 흐르고 남녀들은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운명을 위해 술과 입술과 서로를 빨아들이는 눈빛으로 서로를 포옹하고 뒹굽니다.
도시는 정말 평안한 곳... 모든 것들이 용서되고 그들이 마음대로 정한 법칙에 따라 흐르면 모든 것들이 용서됩니다. 현대의 도시는 신이며... 모든 것을 집행합니다. 우리는 도시의 품에서 그들의 방식에 따라 걸으며 서로에게 동질 감을 느끼게만 한다면 모든 것들을 용서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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Ⅶ
남해 군도들을 헤치며 도시를 떠돌다 영혼과 함께 머물던 호도 침묵으로도, 언어들은 언제나 침묵의 중심에 있다 해도 침묵이여... 그 고상함은 풍란의 자태처럼 고와라. 침묵이여... 삶의 무게를 반으로... 가슴에 날개를 달아 주는구나.
아기자기하게 물방울처럼 빛나는 섬들을 바라보며 우리들만의 세계가 존재함을 느꼈지요. 아득하게, 우리들이 서 있는 세계 너머에 있지만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감에 너그러운 눈으로 응시하였지요. 금산을 비켜 육지로 향할 때... 저녁의 아름다움이여.
하얗게 부서져 내린 포말들이 해풍에 실려 저녁 하늘에 걸쳐 있고 당신에게 보낼 하얀 장미꽃 장미꽃을 싸고 있는 분홍빛 포장지를 길게 찢어 은사시나무 위에 풀칠하여 놓은 저녁 노을 우린 목적지 없이 그 속으로 빠져들어 함께 있음을 얼마나 기뻐했는지
지리산 노고단을 넘어 하얀 구름 덩어리 속에서 길을 헤메이다 뱀사골에서 숨을 고를 때는 위대한 빨치산의 영웅처럼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요. 난 당신의 세계에 침투한 빨치산의 영웅이고 싶었지요.
청송을 지나 인적이 거의 없는 나즈막한 언덕들을 돌 때는 전생에 한 번쯤 그 곳에 살아있었던 낯익은 대지들이었고 남쪽빛, 하얀 물감이 덧칠된 남쪽빛 진한 녹색이 그늘진 녹두빛... 산들은 그렇게 가까이, 멀리 있었고 하얀 구름들은 꼬투리에서 터져 나온 솜들처럼 산 위에 걸려 있었고
옥산서원을 돌다 형산강에 가득... 너무나 커다랗게 떠오른 덩그런 달 도시는 달의 신화 속에서 살아가는 조금만 마을처럼 달빛에 싸여 있고 밤의 끝까지 고속도로를 달려 여행하던 땀이 배인 여행 속에도 그 달빛은 남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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Ⅷ
당신은 달보다, 구름보다, 바다보다, 저녁 노을보다 더욱 아름다운 영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하나로서 그 모든 것들을 가득차게 하였습니다.
존재에 대한 불안도 작은 삶의 조각들에 대한 애착감도 당신 하나로 이 세계에 모든 것을 채워 버렸습니다.
아침을 눈을 뜰 때면 거울 앞에서 긴 머리를 빗으며 미소짓고 있을 그림자가 깊게 스며드는 오후 영일대 전나무들 사이 벤치에 앉아 볶은 콩으로 캔 맥주를 마시고 있을 당신을 없다는 것을 난 늘 슬퍼하였습니다.
왼종일 당신 곁에 있는 것 그것만이 내게서 찾아낼 수 있는 모든 의미 내 생의 전부였습니다. 왼종일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만이 내게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언어 내 의식과 무의식은 당신의 언어로 만들어져 버렸습니다.
여름 태양 빛은 얇은 살갗들 속으로 검은 흔적을 남기며 기어가고 난 검은 흔적 속에서 존재의 유물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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Ⅸ
포항 비행장을 이륙하는 여객기에 이제 눈과 귀가 찢겨버린 인덕 산의 조그만 들꽃이 되어버렸습니다.
수없이 조마조마하며 전율하던 그리움들 거대한 사회의 질서...! 생명의 부지...! 얼굴을 땅에 대고 조각난 꽃잎을 서늘한 가을 바람에 흘러 보내며
부질없이... 부질없이... 가슴에 맺힌 아직 영글지 못한 작은 열매를 땅에 묻으며 너무나 멀리 솟아오른 가을 하늘에 만가를 흥얼거립니다.
살아있음이 의미 없음을 숨을 내쉬는 고통이 폐에 가득히 고통으로 고이는 것을
이젠 유물들을 위해 기도하며 살아가리라. 그들이 표백되어 다시 박물관에 전시되는 날들을 위해 유리관을 만들고... 늘 투명하게... 가을 햇살처럼 맑게 닦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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Ⅹ
지상에서 내 발자국들을 소리 없이 지우며 난 울지 않으리라. 더 이상의 구역질도 하지 않으리라
지상을 떠나며 기다리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지 않으리라. 그는 영원히 떠도는 떨어진 꽃잎... 나의 만가가 되어 운명을 노래해 주리.
지상에서 내 모습들을 조금씩 거두며 난 우울해 하지 않으리라. 더 이상 술에 취하지도 않으리라.
지상을 떠나며 누군가가 무덤에 꽃을 던져 주길 기대하지 않으리라. 그녀가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향기...... 나의 꽃상여가 되어 우리의 사랑을 실어다 주리라.
난 당신이 있었음으로... 모든 것을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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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하늘빛이 소금기를 머금은 채 울음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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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비수를 꽂고 동굴로 향하는 창백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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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휘롭고, 달콤하던 빛의 공간에서 유배되어 동굴의 고독을 사랑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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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절망하고, 어둠은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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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세상으로부터 화인 맞은 영혼들이여, 자신의 고독 속으로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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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정령들에 타는 울음소리가 쏟아져 내리던 날, 신음하던 영혼들은 한 줄기 신의 숨결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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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지상의 날들이 그리워 타는 울음을 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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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은 노래한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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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이 슬픈 날! 아름다웠던 정령들의 추억의 눈물로 지상은 슬픈 환희의 은총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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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울음이 끝나고, 침묵의 강에 한 줄기 은빛 종소리 어둠을 가를 때, 슬픈 노예선은 황금의 수정 바다에 침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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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의 현현한 빛을 마시고 취기를 더한 영혼은 불타는 광야를 지나 요단강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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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나안을 꿈꾸는 곤고한 영혼에게 신은 침묵하며, 수의를 입은 천사들은 대리석 비문에 낙인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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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굽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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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마지막 노래가 끝날 무렵, 천사는 새벽을 노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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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 카덴짜가 끝날 무렵, 햇살은 서곡을 준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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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은, 마지막 남은 흰 머리카락을 뽑아 잉태할 태양의 고로에 불씨를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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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석류 알 같은 빛을 수면위로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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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에 취한 요정들은 은빛 드레스를 벗고 몽환의 나르시스를 탐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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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나른한 향연이 끝나고, 백조를 꿈꾸는 슬픈 영혼들의 날개위로 은빛 드레스가 녹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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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라! 꿈꾸라! 백조의 찬란한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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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 1월,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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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유리창에 부동의 빛을 발하고, 탈모되어 가는 여인의 긴 머리카락 사이로 먼지 같은 눈발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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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노래한다!......... 지난 날, 동공 사이로 수정같이 빛나던 설원의 은빛 축제, 무섭게 침묵한 강물 위 얼음의 유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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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열정에 신은 침묵하고, 은빛 요정들은 더 이상 지상의 하강을 꿈꾸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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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마지막 노래는 천상을 배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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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가, 미를 찾아 광야를 떠도는 고독한 순례자, ...미의 심마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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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의 환상도 그의 영혼을 완전히 유혹할 수는 없으며, 심연의 늪도 그의 열정을 침잠 시키기에는 미약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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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독한 모래바람이 광야에 불던 날, 우리는 환희에 외침을 들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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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가에 던져진 꽃씨 하나 가 광야를 꽃밭으로 뒤덮던 날, 못내 잠들지 못했던 영혼은, 눈을 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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