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창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상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탔었지요.
피곤했는지 한참을 졸다 일어나 보니
어느새 창원대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여행길 야간열차에서도
잠을 이루지 못해 부산~서울 간을
꼬박 뜬눈으로 다니곤했는데
요사이는 퇴근길 전철에서 곧잘
내릴 곳을 지나쳐 버리기도 합니다.
이맘 때쯤 창원대로는 솜사탕같은
벚꽃 가로수로 아름다워지지 않습니까?
출장길이 아니었다면 안민고개를 지나
진해까지 그 정취에 흠뻑 빠져보고 싶었지요.
차에서 내려 가장 꽃망울이 큰
나무 아래로 다가 갔습니다.
언젠가 그대와 꼭 같았던 사람이
살며시 팔짱을 껴 오던 그 나무 아래에는
늦은 삼월의 바람이 불어 오고 있었습니다.
『삼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삼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삼월의 바람입니다』
벚나무 아래에는 시인 이해인이 있었고
문득, 오래 전 잊었던 싯말이 떠오른
나그네는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돌아올 때 가로등 아래 아직은 활짝 피지않은
벚꽃들이 수줍은 듯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순간 시리도록 파란 CHB 창원지점의 간판에다
풍덩, 나의 작은 가슴을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오늘같은 날 저 영업점 앞 꽃나무 아래를
예전처럼 여유롭게 천천히 걸어볼 수 있다면
꽃잎이 비가되어 내린들 어떻겠습니까.
힘겨이 찾아온 이 봄이
되돌아 간들 또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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