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하강



제 2 부 만남의 느낌

여름밤의 소나기처럼 다가와
허락없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남은 마음마저 넘보고 있는......
그래 모두를 차지하여라


과천으로
프로야구 보러 갔는데
벌써 매진됐대
날씨가 너무 좋아
슬프기까지 한다
술 한 잔 하자 꼬셔 보려고
무작정 과천 사는 친구놈 집으로.....
그때부터
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오랜 그리움의 단비는
단비는 장마였다
오랜 지루할 정도로 오랜.....


난, 안돼요

그렇게 듣고 싶던 목소린데
막상 걸려온 전화에는
수험생보다 더 긴장돼
기껏 한다는 말이
"웬일이야"
그리고 끊고 나선
또 안 오나 전화기만 뚫어지게

너무나 보고 싶던 얼굴인데
마주 앉은 자리에선
꾸중하는 교장선생님처럼
농담도 근엄하게
그리고 돌아서선
웃기려고 준비해 왔던 말 중얼중얼


너 > 빈대떡

너를 알기 전에
비가 오는 날이면
빈대떡을 먹었지
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김치 빈대떡은
비와 고독의 연관성을
부인하게 했었지
어제는 비가 와서
빈대떡을 먹었는데
도무지 맛이 없었어
할머니 성의를 생각해서
억지로 한 입 먹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빈대떡으로
채워지질 않는다


당신 앞에서라면

당신 앞에서라면
일회용 물수건이라도 좋아요
식사하기 전
한번은 손길 주시는
일회용 물수건이라도 좋아요
당신 앞에서라면
자판기 커피라도 좋아요
추운 몸
잠시라도 녹여드릴 수 있는
자판기 커피라도 좋아요


동전이 되기를

우리 보잘것 없지만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너는 앞면
나는 뒷면
한번이라도 없어지면 버려지는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마주볼 수는 없어도
항상 같이 하는
확인할 수 없어도
영원히 함께 하는
동전이 되기를 기도하자


땅을 치며 후회했지

너를 알고부터
과학자가 되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지
투명인간이 되어서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싶어졌거든

너를 사랑하고부터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지 못한 걸
땅을 치며 후회했지
내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게 하고
신문이나 TV에 나와
너는 내 여자라고
발표하고 싶어졌거든


밤의 그리움

밤새 말없이 가슴을 적시는
조용한 움직임
비처럼 스며들며
운명처럼 자리했던 그리움
욕심만큼 바라는 나만의 그리움이 아니기를
눈으로 시를 써
마음으로 읽어준다

서로가 벽을 느끼고
사랑이 아닌
구속이라 생각될 지 모르는 지금
조금은 아프더라도
가끔은 힘들더라도
다시 없을 열정과 인내로
마지막 순간을
축북하자

이제 너를 그리는
내 마음은
영원히 한 점에 머무른다


비까지 오다니

안그래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전화벨만 울려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사랑하면 공휴일이 없을껄!

막일꾼은 비 오면 쉬고
회사원은 일요일이면 쉬고
경비원은 격일제로 쉬고
택시기사는 이틀에 한 번 쉬고
선생님은 방학이면 쉬고
농부는 겨울이면 쉬고
수험생은 시험 끝나면 쉬고
배우는 연습이 끝나면 쉬고
애기엄마는 애기 자면 쉬고
널 그리는 나는
언제 쉬냐?


상상

그녀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옷을 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전화를 기다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팔짱을 끼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정을 부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 생각하며 잠들고 한다면
난 돌아버릴꺼야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면
그 땐 힘없이 웃을 수 밖에 없을꺼야


영원역까지

사랑번 버스를 타고
영원역으로 가 보세요
행복이 기다리고 있어요
사랑이 늦는다고 짜증내면
급한 마음 택시를 잡으면
영원역은 사라집니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
노선따라
설레임과 기다림으로
영원역까지 가야 합니다

사랑번 버스를 타고
영원역으로 가 보세요
행복이 기다리고 있어요



요즘 난

예전에 난
담배를 뜯으면
가운데부터 태웠지
정력담배라나?
오른쪽 것은 사랑이고
왼쪽 것은 이별이고
너를 만나고부턴
유치한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오른쪽으로 손이 갔어
버릇된 가운데 것이 나오면
누가 볼세라 얼른 집어 넣고
오른 쪽 것을 꺼내지
유치하면 어때
이미 작은 것까지도 소심해진 것을
유치하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다고
그 말만 믿고 살아 요즘 난


욕심 = 사랑

너는 내 나비야
삶에 떨고 있는 내게
따스한 봄날을 알려주려
멀리서 멀리서 날아온
너는
내 나비야
내 마음속에
꽃밭을 만들어
영원히 곁에 둘 거야
사랑스런
내 나비야


원태연입니다

원태연입니다
그녀에게 건네 본
최초의 말이었지
아주 자신만만하게......
'네에' 하고 그녀가 일어섰다
그녀가 일어 선 게 아니라
내가 앉은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
그 다음부터는 묻는 말에만
네, 아니요
그녀의 키는
그리 작은 키는 아니라고 자신하던
내 생각을
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러고 산다

화장실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밥숟가락 들면서 설겆이할 때까지
아니다
눈 뜨는 순간부터 눈 감을 때까지
없던 일까지 만들어 상상하며
미친놈 소리 들어가면서도
히죽히죽 웃으며......


쪼다가 뭐야

볼링하다 손톱이 부러졌을 때
마음은 아팠지만
입에서는 '이 쪼다'
쪼다가 뭐야
너 같은 애지 뭐냐 했지만
아프냐고 말 한 마디 못하는
내가 쪼다야


키 차이는 곧 자존심으로

그애가 구두를 신으면
난 다리가 아파야했지
같이 걷고 싶었지만
하늘이 노란색이어서......
카페만 택시만
그래도 참 착한 애야
구두는 가끔 신으니까
겨울이었으며
"어휴"


투정

양복 입은 아저씨와
정장한 누나가
다정히 걸어가면
무조건 부러워
저 나이에 사랑하면
결혼할 수 있겠구나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겠구나
하면서 말이야
내가 양복 입은 아저씨가 되면......
칫! 넌 애기 업은 엄마가 되어 있겠지


하나만 넘치도록

오직 하나의 이름만을
생각하게 하여 주십시오
햇님만을 사모하여
꽃피는 해바라기처럼
달님만을 사모하여
꽃피는 달맞이꽃처럼
피어 있게 하여 주십시오
새벽 종소리에 긴긴 여운
빈 가슴 속에
넘치도록 채워주십시오
하나만 넘치도록......


행복한 못난이

월요일은 수업이 많아서
화요일은 친구 생일이라고
수요일은 집에 손님들이 오시고
목요일은 엄마랑 옷사러 가야 되고
금요일은 숙제해야 되고
토요일은 선약이 있다고
일요일은 성당가야 된다고......
"세상에 너랑나랑 둘만 남는다 해도 말 안 하겠어" 하다가도

"다음 주 화요일 핏자 먹고 싶을 것 같아"
하면
세상에 너랑 나랑 둘만 남는다고
그러면......
하며 응큼한(?) 생각부터 하는
나는 못난이
행복한 못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