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은 동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가을 햇빛을 받으며 익어 가는 능금처럼 도로의 색갈도 가을을 닮아 재
본연의 빛을 띠었다.
그 위로 성암 법우들을 실은 버스는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김용사.
봉정사. 용문사를 찾아 대장의 길을 떠났다.
대학입시와 각종 시험을 앞두고 새벽기도에 조금은 지친 법우들을 위해
고단함도 무릅쓰고 합석하신 응현스님은 제1호차의 앞좌석에 앉아서 출발
시간부터 미지막 도착시간까지 안전 체크에 여념이 없으셨다.
이번 순례법희에서 우리가 찾아간 사찰들은 모두가 천년 고찰로써
우리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어 온 거대한 가람들이었다.
- 우리가 처음 찾아간 김용사는 신라 진평왕 10년 운달조사가 창건하여
운봉사로 불리어지기도 했다는 이 사찰은 몇 번에 걸친 중수와 함께 동리
의 이름을 따라 김용사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 두번째로 우리가 찾아간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에 의상스님의 제자인
능인스님께서 창건한 사찰로 지금은 낡고 헐어서 기와를 내리고 벽을 헐며
새로운 불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능인스님의 뜻을 기리며 우리 성암사 식구들이 십시일반
불사금을 보시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 우리가 마지막 찾은 사찰은 용문사 였다.
신라 경문왕 10년 두운선사가 창건한 사찰이다.그 규모가 거대하고 웅장하며
지리적 위치가 매우 뛰어났다.
두운선사가 이 산 초입에 다달랐을 때 용이 나타나 영접 하였다하여
용문사로 이름을 지었다는 이 사찰은 보물 684호로 지정되어진 윤장대로
유명하다. 국내 유일의 회전식 장경각인 윤장대를 돌리면 업장이 소멸되고
각자 구하고 원하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스님의 설명에 성암사
식구들도 머리에 금강경 경전을 이고 윤장대를 돌리며 소원을 빌었다.
- 산사의 처마 밑으로 찾아든 어둠이 갈 길이 먼 성암사식구들의 발등
위로 떨러질 즈음 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스님을 모시고 직접 스님의
목탁서리에 맞추어 기도하며 염송문과 발원문을 따라 외울때의 그 가슴
뭉클하던 뿌듯함을 이 글을 적어가면서도 잊을 수가 없다.
하루에 삼사를 돌며 숨가쁘게 달리기는 했지만 우리는 짧은 여정 속에
서도 언제나 부처님의 가피를 입는다. 함께 하는 법우 도반들과 한 잔의
차도 나누어 마시고 정담도 나두며 내가 아닌 우리를 찾아가는 길.
이 속에서 얻어지는 진리의 습득이 순례법회의 참의미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