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144 나그네 2003-09-09. 12:07 조회 : 41 2 / 0
제목 : 두 남매의 추석날 소원
강원도 보다도 더 깊은 산골짜기 마을.
첩첩산중에 티벳의 오지 같은곳으로 여기에는 다섯가구가 필통에 연필처럼
어깨를 맞대고 모여산다.이 마을은 봉화군과 영양군 그리고 울진군의
경계선위에 있다.이 곳엔 전교생이 다섯명인 네칸차리 분교가 있다.
학교이름은 소천초등학교 남회룡분교,진숙이와 진명이는 이 학교 육학년과 삼학년이다.
학교길에는 망게나무가 흩으르져있고 길숲에는 늦잠 깬 능구렁이가 기지개를 켜고
어스렁 어스렁 외출을 하고 아이들은 그 뒤를 재잘거리며 학교에 간다.
학교 마당에는 연보라색 구절초가 가을바람에 만국기처럼 하늘거리고
담장엔 큰 키의 해바라기가 멀뚱멀뚱 이방인을 쳐다보며 보초를 서고 있다.
진숙이와 진명이 두 남매가 물먹은 백지종이처럼 어깨가 축쳐저 교문에 들어선다.
이유는 온동네사람이 모이는 추석이 닥아왔기 때문이다.아버지와 함께사는
두 아이는 진짜진짜 추석과 설날이 너무너무 싫다.왜냐하면 몇년전에
농촌살이를 견디다 못해 타지로 나간 엄마가 없어진날이 바로 추석날이기 때문이다.
대낮같이 밝은 보름달아래 엄마는 사십리 길을 걸어서 읍내로 가 버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전 너희 엄마는 추석날 꼭 올거다라고 수없이 말씀하썼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벌써 추석이 네번이나 지났는데 엄마는 오지않고
다른집에만 온가족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난리이니 진숙이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추석날 밤엔 진숙이는 배추밭둑에 앉아 밤이슬을 맞으며 늘 보름달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달 속에 거뭇거뭇한 얼룩이 아련이 떠오르는 엄마의 빰을 보는것 같아서이다.
진숙이는 마음이 너무나 맑아서 공장에서 금방나온 거울보다 더 깨끗하다.
진명이 설합에는 할머니가 살아 계실적에 준 천원짜리 한장이 아직도 잠을 잔다.
엄마가 집에 오면 머리핀을 사드릴 돈이다.진숙아 진명아 올 추석엔 꼭 너희 엄마가 올테니까
세상에서 제일 기쁜 한가위를 맞이 하여라 그리고 엄마빰을 실컷 만져 보아라.
엄마 만나거든 절대로 울면 안된대이 사실은 엄마가
너희들을 훨씬 더 보고 싶어 밤마다 울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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