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1 도터소 2003-07-13. 02:43 조회 : 54 1 / 0
제목 : 월천정을 찾아서
월천정이란 선남선녀가 많이 찾는 경치가 빼어난 곳이라고 누군가 알려 주었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 월천정을 찾아 다녔건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엔, 내가 선남이 되지 못해 월천정을
찾을수 없는것이 아닐까 하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나는 월천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산은 올라 갈수록 점점 깊어만 갔다.
숲을 헤치며 몇 구비를 돌고돌아 계곡을 건너 올라 가자니, 아주 그윽한 꽃 향기가 났다.
나도 모르게 그 향기를 따라 올라 가고 있었다.
한 여인이 천국화를 앞에 두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있는것을 모르는 듯 했다.
천국화야! 너는 어찌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우냐.
내가 네모습의 십 분의 일이라도 닮았으면.......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못 생긴 사람이란다.
보는 사람마다 저 얼굴을 가지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 갈까.
내가 저렇게 생겼으면 벌써 자살을 했을 거라고 손가락질 하며 수군거린단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의 가슴은 찢어지고,
더 이상 견디다 못해 오늘 아무도 없는 이 깊은 산중에서 죽을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아니 저 여인은 생긴 모습 뿐만아니라, 생각하는 것까지 못 났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바로 그때였다. 여인이여! 내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나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수 없고, 나의 향기가 제 아무리 향기롭다고 하나 열 발자국을 벗어 나지 못 합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당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수 있고,
당신을 부르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 갈수 있으니,
당신의 향은 이 세상을 덮을 것이요 하고 천국화가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제서야 여인은 고개를 살며시 들더니 나에게 수줍은 듯 아는 척을 했다.
두 사람은 월천정이 있을 정상을 향해 함께 올라갔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으나, 월천정은 보이지 않고,
한밤을 알려 주듯 둥근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활짝 웃고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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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78 도터소 2003-06-28. 05:48 조회 : 58
제목 : 월천각을 다녀와서.
며칠전 대둔산을 다녀 왔다.대둔산은 바위로 유명하다.
기이하고,묘하고,거대하고,아름답고,또한 아주 많았다.
그래서인지 산을 오르는 길마저 돌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산을 오르며, 나의 마음은 어느새 돌게단을 만든 옛어른들의 땀흘리시던 모습을 그려보고 있었다.
옛날, 매일같이 공부하던 곳으로 갔더니,
오늘은 공부를 "월천각"에서 하니 월천각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월천각이란 팻말을 따라, 오솔길을 한없이 걸었다.
큰 바위위에 편하게 걸터앉은 소나무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위의 작은틈새에다 뿌리를 박고는 강한 생명력을 한껏 자랑하는 것 같았다.
뿌리는 삐죽 삐죽 불거져 나와 곧 바위가 갈라질 것같다.
시장바닥 난전에 앉아있는 내 할머니 모습이다.
"소나무야! 네 생명력이 그리도 강하더냐? 정말로 놀랍구나!"
"아니요, 바위 덕분입니다."
"아니,그게 무슨 소리냐?"
"이 바위가 이리 저리 굴러 다녔으면, 뿌리를 내릴수 있었겠습니까?"
"아니, 이놈이!......."
추운 겨울 어느날, 할머니는 난전에 나가 파실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할매! 오늘은 날씨도 추운데 고마 쉬시죠?"
"세상이 있으이, 세상으로 갈란다"
그때 할머니 말씀이 오늘에사 어렴풋이 짐작이 될 것 같다.
하루해를 다 보냈건만, 월천각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서산에 지는 황홀한 해를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생각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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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520 도터소 2003-12-11. 07:45 조회 : 67
제목 : 수월산을 오르며
어느 날 친구들과 같이 수월산을 올라갔다. 이 땅에서 몇 번째 되는 높은 산이라고 했다.
水月山일까? 隨月山일까? 水月이라면 물에 비치는 달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물에 빠진 달을 의미할까?
이산의 물이 그만큼 맑다는 의미일까?
隨月이라면 달을 쫓는다는 뜻일까?
아니면 달을 따러간다는 뜻일까? 그만큼 높다는 뜻일까?
어느새 산 아래 도착했다. 친구들의 옷도 제각각이고, 신발도, 지고 온 배낭도 제각각이다.
한 친구가 수월산을 오른 적이 있다며 여러 등산로 중에서 다소 험하긴 하여도
시간도 단축되고, 이 계절에 정취가 제일 좋다는 길을 오르기로 하였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이라 우리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나누며 산길을 올라갔다.
각자 나름대로의 살아온 얘기들로 꽃을 피우며 오르던 산길은 중턱에 오르자 점점 경사가
심해지고 호흡도 매우 거칠어 졌다.
하나 둘 씩 말문을 닫더니, 모두 오로지 산길을 오르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는 듯 했다.
산을 오르며 무슨 생각들을 할까?
올라오면서 삶의 찌꺼기를 다 털어 내어서인지 마치 묵언으로 정진하는 수행승 같다.
오래지 않아 정적을 깨트린 것은 한 친구가 길게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좀 쉬었다
가자는 말에 모두 말없이 그 자리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젊은 여인이 중학생인 듯싶은 아들을 앞세우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왔다.
아주머니! 좀 쉬었다 가지요? 하고 권하자,
아들에게 경쟁심을 가르친다면서 우리 곁을 횅하니 지나쳐 올라 갔다.
산에 와서 산을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르치는 듯했다.
산은 입구에서부터 있는 그대로 다 들어내 놓고 있었다.
초겨울의 산이라 발가벗은 산이 좋다 고들 하면서도, 우리들 삶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들의 마음도 다 들어내 놓고 살수는 없는 것일까?
땀이 흥건한 얼굴로 정상에 오른 우리들의 얼굴이 너무나 맑아 보였다.
땀은 육신의 독소를 배출시킨다고 하더니, 마음의 독소까지도 배출시키는 가 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각자 지고 온 배낭을 풀었다.
배낭 모양만큼 반찬도 가지가지에다 맛은 더욱 그랬다.
각자가 지나 온 세월은 달라도, 삶의 길이 다를 지라도,
생의 정상에 오르는 것하고는 무관한 것이 구나하고 짐작해 본다.
산 아래 내려오니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았다.
생활의 쓰레기가 아니라 차라리 마음의 쓰레기로 가득 했으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돌아가는 길에 마음의 쓰레기만 되가져 가는 가 보다.
산을 오르면서 무겁게만 느껴졌던 배낭이 한결 가벼워 졌다.
불교에서는 업(업보, 업장)이라는 것을,
기독교에서는 원죄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나의 배낭처럼,
그 업이란 것도 고행으로 벗어야 하는 마음의 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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