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연잎으로 뚜렷한 동그라미는 아니라고 해도 하나의 연잎으로 머물고 싶다. 비록 눈부신 꽃송이를 피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잎사귀로 남아있고 싶다. 지리한 우기에도 젖음이 없이 노상 몇개의 구슬이나 굴리다가도 차오르면 정갈하게 비워 버리는 그런 겸허를 배우고 싶다. 하늘을 받쳐올린 오목한 그릇에는 구름이랑 별까지도 모두 보듬고 흔들리지 아니할 나날을 맞아야 겠다. 욕심일랑 빗방울 마냥 훌훌 털어버리고 그러다가 어느날 다행스레도 잎사귀 가득 파란 하늘이 내려오면 구름처럼 청아한 새 울음속에 끝없이 비우는 몸짓으로 서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