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etter" Story & Scenes

Story

애인이었던 이츠키 후지가 산행중 사고로 죽은지 2년이 지난후, 이츠키의 어머니는 아들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그녀를 집으로 초대한다. 거기서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던 히로코는 그의 홋카이도 옛 주소를 발견하고 손목에 받아 적는다. 아직도 이츠키를 잊지 못하던 히로코는 장난삼아 이츠키 후지에게, "잘 있었니. 나는 잘 있어. 히로코 와타나베"라고 쓴 편지를 보낸다. 며칠 후, 그 주소로 배달된 편지를 받는 것은 히로코와 똑같이 생긴 '이츠키'이다. '이츠키'는 그 편지에 답장을 쓰기로 한다. 생각지도 않은 답장에 소스라치게 놀란 히로코는 시게루를 찾아간다. 이츠키의 절친한 친구였던 시게루는 히로코을 사랑하지만 이츠키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그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 동안 히로코와 '이츠키'사이에 편지가 오가면서, 히로코는 그녀가 이츠키의 동명이인 동창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츠키는 히로코의 편지를 통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중학교 동창이츠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히로코는 과거와 결별하기 위해 시게루와 함께 '이츠키'를 만나러 호카이도로 간다. 히로코와 '이츠키'는 서로 길이 엇갈려 만나지는 못하지만 히로코는 어렴풋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이츠키'의 모습을 본다. 히로코는 이츠키가 살아 있을때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고 자신에게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히로코는 점차 이츠키가 진정 사랑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이츠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를 잊으려 노력하고, '이츠키'는 조금씩 이츠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노스탤지어에 빠진다....

(from 키노 97년 12월호 83페이지 이와이슈윤지 이종은 기자)

Scenes 1

  꼬마애들이 쪼꼬파이 쪼꼬파이 할때나, 남정네들이 비아그라 비아그라 할때처럼,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러브레또러브레또...할때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 영화가 왜 그리 젊은이들을 열광시켰고, 흥분에 빠뜨렸는지는 직접 보고 나면 이해한다.

  이 영화를 굳이 우리 나라 영화와 비교하자면 박신양-최진실의 <편지>가 아니라, 곽지균감독의 <겨울나그네>이다. 그리고, MBC-TV의 <질투>가가장 적합한 이미지일것이다. <편지>는 보면서 조금 안타까왔다. 어쩌면 같은 죽은 사람을 다루고, 잊지 못해 몸부림치는 산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렇게 한편으론 답답한지 모르겠다. 표절이니, 발전적 참조니, 전혀 다른 작품이니..이런 말 을 하고 싶진 않다. 단지 <편지>만 보신 분은 이 영화를 한번 꼭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연인이라면. <물위의 하룻밤>대신 <러브레터>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오늘밤 애인에게 편지 써보기를 권한다. 메일이나 채팅, 전화기, 삐삐멘트가 아니라 편지지에 쓴 그러한 편지 말이다. 만약 나처럼 글 재주가 없다고 하더라도(음..무슨 소리야..^.^) 그냥.. "자기 비오는날 갑자기 자기 생각이 났어. 우산 생각보다 자기 생각이 먼저 났어..."라고 한줄만 써서 보내자... 그럼.. 내일 분명 비가 그치고 해가 나타나며, 그 사람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올것이다..... 아 아직도 내겐 낭만이 남았구나...
어쨌든 이 영화는 국내 개봉하면 적어도 서울관객 100만명은 예상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심성이 헐리우드보단 동경쪽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에.. 첫장면에서 눈밭에서 뒹구는 여주인공.... 그리고, 진행되는 추모식과 일상사들이 너무나 깔끔하게 진행된다. 역시 감독이 텔레비전 드라마 연출자 출신인 것이 확실하다. 대개의 일본감독들이 구로사와 아끼라 혹은 그러한 대가의 무거움이거나 아님, 8미리 카메라 출신이거나, 아님 말마따나 포르노 비스무리 한 것들을 찍다가 감독데뷔하는 것에 비해 문학적이며 감성적이다. <질투>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의 전형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하시리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하는 재미와 드라마가 있다. 처음엔 알수없는 두 연인의 사랑의 회상과 죽은 남자의 과거..그것도 중학시절(음.. 까까머리 중학생하니 안 어울린다.. 17세 가량의 풋풋한 사랑일거야.)의 아련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화면에 펼쳐진다. 물론 두 여자의 알수없는 이끌림에 의한 편지보내기가 또다른 재미를 주고 말이다. 그 남자는 2년전에 이미 죽었어... 하지만.. 우연히 보게된 그 남자의 옛주소를 보니.. 그냥 어쩔수 없이 편지 하나를 보내어 본다. 잘 있냐고.. 그런데... 동명이인이 있을줄이야... 그러한 작은 호기심에서 그 남자의 회상씬이 하나씩 사라나고, 산자와 죽은자, 잊어버린 모든 것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도서정리중에 발견된 대여카드에 쓰인 이름이 그러한 뜻을 지닌 것이란 걸 마지막 순간에 알게 된다든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책속에 있는 작은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관객이 느끼는 감동이란, 이 영화를 아주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며, 이츠키가 결코 그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작은 비밀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는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생각나는 아름다운 장면이 너무 많다. 자전거 장면... 자전거를 기다리는 장면.. 봉투를 뒤집어 쓰는 장면... 그리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을때 히로코가 "히쯔키상"하고 부를때 돌아다 보는 그 장면.. 마치 한편의 CF...음. 요즘 TV에서 얼핏보게된 송승헌 나오는 광고.. 앞에서 뒤에서 냉장고 선전말고.. 그 커피 선전..뭐..그런 정적인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불현듯 나에게 일본어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한 그 장면.... 시게루는 히로코를 데리고 이츠키가 조난한 그 산을 찾아간다. 일출때. 아름다운 광활한 설산을 앞에 두고.. 히로코가 소리치는 장면...... "이츠키상 오겡키데스카? 와따시와 겡키데스!" (이츠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계속 소리친다.. 아마 이 장면 만큼 영화적인 장면도 없을거야.. 너무 아름답다... 맞아.. 애인에게 편지쓸때 딴 말 쓸 필요없다. 저 문장에서 사랑을 못 찾아내면. 당장 헤어지는 것이 나으리라....

아.. 이츠키가 감기에서 폐렴으로 병원으로 실러가는 장면.등도 괜찮았다. 아니 모두 괜찮았다. 너무 좋았다. 특히 좋았던 것은.. 이츠키가 카메라를 들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이전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장면.. 그리고 선생님도 그 남자 이츠키를 아세요? 그때.. 그 선생님이 알지.. 2년전 산에서...그 말 하고 나서 카메라가 검은 벽을 스쳐 장면 전환 할때.. 너무 너무 멋있었다.. 꼭 기억하고 그 장면 체크 하시기 바람...

  영화는 그렇게 산 사람의 죽은 사람 추억 따라가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남자가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눈치 채게 된다. 청춘의 한때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릴 수가 있을까. 이츠키는 그 남자가 자기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마지막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때문에 알게 된다. 그리고, 관객들도 한숨 쉬고 말이다....  좋은 영화이다.. 음악도 좋았고..

(from   신비로의 박채환님의 글중에서...)

Scenes 2

아름다운 소비문화, "이와이 WORLD" 신토 아사꼬
 

  정직하게 말하자면, 스즈끼 세이쥰감독이 이타미 쥬조의 "장례식"에 대해 '이것 은 영화가 아니다' 라고 말한 것처럼 나도 이와이의 "LOVE LETTER"를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고 싶다. 그러나, 헤어나지 못하고 헤매는 일본영화에 활기를 부여하는, 즉 상업적으로 성공한(할 것이 분명한) 이타미 쥬조나 이와이의 작품을 굳이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이 히트 상품을 대량생산해주어 제작회사나 배급회사나 극장이 윤택해지면, 위험부담이 많은 작품에도 영화제작의 기회가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일본영화가 더욱 건전하게 생존해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일본영화계에는 아직도 히트메이커로서의 재능과 작가로서의 재능을 구별하여 받아들이는 환경이 없이, 그 애매한 상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업계의 딜레마가 결과적으로 양쪽의 재능 모두를 죽여버리는 참극만을 부르고 있다. "소나티네"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키타노 다케시에게서 손을 뗀 쇼지쿠(松竹)의 제작자는 일본영화사의 죄인으로서 이름을 남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와이에게는 그런 입장에서 계속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글을 마칠 수는 없으므로 그렇다면 왜 그의 극장장편 데뷔작에 대하여 영화작가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이것은 그가 이미 TV쪽의 히트제조기이며, 만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LOVE LETTER"의 선전지에는 '모든 이의 마음에 와닿는, 애달프고 그리운 영상미학   <이와이 WORLD>'라고 쓰여 있다. 확실하게 와닿는 선전문구. 이것이야말로 현재의 일본 영화가 히트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이 조건을 틀림없이 상품화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영상은 대단히 세련되어 있고 섬세하며 기분상쾌한 리듬감을 가진다.

  '루키노가 좋을지도 몰라'는 나 또한 대단히 좋아하는 CM이다. 94년도 영화감독협회의 신인상을 TV드라마이면서도 이례적으로 수상한 "if 만일 : 쏘아 올린 폭죽,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사춘기 직전의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흔들림을 어느 여름날에 일어난 일을 통해 티없이 묘사하여 마치 독기를 품고 있는 소마이 신지의 "태풍 클럽"처럼 사랑스러운 드라마가 되고 있다. 독기는 커녕 최신가전제품처럼 알기 쉽고 멋있는 것, 히트송처럼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운 것, 그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확실히 부응한 그는, 스스로가 대중에 순응하여 '이와이 WORLD'라는 반예술세계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TV업계라면 이것이 바로 모범답안이다. 그러나 그가 "LOVE LETTER"라는 영화를 제시했을 때 그 방법론이 TV의 연장선 위에만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설사 모든 이에게 따듯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영화사를 뒤흔드는 사건은 되지 못하리라.

   "LOVE LETTER"는 설원에 누워있는 나까야마 미호의 클로즈 업으로 시작된다. 조금 슬퍼 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대단히 아름답다. 이와이 감독은 연기자를 대단히 예쁘게 찍는다. 남자, 여자, 아이,조연할것 없이, 모두 너무나 생생한 표정을 가진다. 이 자체는 영화에 있어서 축복 받은 것이다. 문제는 그 표정이 인물설정이 이루어질 때 정해진 범위를 결코 일탈하지 않는 것에 있다. 등장인물은 몇 개인가의 준비된 가면을 가지고 그것을 스토리의 흐름 속에서 또는 촬영현장에서 내보인다.
 

  우연한, 무방비의, 있는 그대로의 반짝임을 가진 표정을 보이는 일은 결코 없다. 표정 뿐만이 아니다. 등장인물의 감정도, 행동도, 이야기의 전개도 이와이 감독이 조종하는 예정조화적인 범위를 넘으려 하지 않는다. 안전권 안에서 '애틋함'과 '그리움'이 하나하나 신중하게 나타나고, 사라져 간다.
사실, 이것들은 다른 일본의 감독들은 만들어 낼 수도 없는 매력이다. 사카이 미키가 눈 위를 미끄러지는 쇼트는 아름답다. 그녀가 자전거 페달을 돌려 밝힌 불빛으로 어린 시절의 이츠끼가 답지를 보는 신도 마음에 남는 장면이다. 고열로 쓰러진 딸을 병원으로 데려갈 때,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대결신은 무서울 정도의 긴장감이 있었다.(사실 이 장면만은 '이와이 WORLD'를 넘어서는 박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 하나하나가 이야기 속에 뿌려지면 이것들은 각각의 안전권 속에서 소비되어 버리고 영화전체의 흐름이 되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영화 속에 뿌려진 많은 에피소드는 편지와 공간과 시간의 영민한 이동에 의해 모아진다. 에피소드 자체가 독립해버리는 것을 교묘한 장면전환과 극적 효과로 보충한다. 약혼자를 잃고 코베에 살고 있는 히로꼬(나까야마 미호)는 우연히 그가 옛날 살았던 오타루에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우연히 약혼자와 같은 이름으로 중학시절 동급생이었던 이츠키(나까야마 미호. 1인2역)에게 편지가 배달되고 두 사람사이에 편지가 오고가게된다. 마침내 두 개의 사랑이 드러나게 된다.
  이야기 속에 이츠끼가 옛날 아버지를 폐렴으로 잃었고 그녀 또한 감기에 걸려 생사를 방황한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에피소드가 스토리에 부여하는 효과는 ①오타루는 춥다, ②히로꼬의 약혼자의 죽음에 대해 이츠끼도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동등한 마음의 상처가 있음을 보여준다, ③등장인물이 생사의 방황을 한다는 서스펜스 효과, 일 것이다. 그러나 ②에 관해서는 히로꼬가 약혼자의 죽음을 직시한 것처럼 이츠끼가 아버지의 죽음을 직시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츠끼와 아버지와 죽음의 관계는 애매하고 권태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다. 결과적으로 효과를 내는 것은 당연히 웃게 되는 ①과 곤란할 때 서스펜스에 의지하는 ③이다. 또, 그는 어떤 인물이 대사를 말하는 하나의 쇼트에서 그 인물을 정면, 옆, 비스듬하게 찍어 플래쉬처럼 보이는 효과를 잘 사용한다. CM에서는 이것이 상쾌한 리듬감을 주지만, 영화에서는 영상의 장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CM같기 때문에 영화적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CM과 똑같은 수법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영화에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그의 대사 감각은 발군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나 TV드라마의 각본가보다 단연 뛰어나다. 그러한 훌륭한 재능이 히트상품으로서 소비되어 가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의 영화가 소비문화에 포위된 '이와이 WORLD'에서 해방되는 날을 가만히 기대하고싶다. 물론, '이와이 WORLD'를 통해 점점 돈을 벌어 일본영화 업계에 공헌하는 것 또한 기대하고싶다.

<이 글은 일어판 "까이에 드 시네마" No.15. 9 5년 봄호에 수록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