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가리따의 자서전 -
메시지를 받은 여자
묵상기도와 예수님의 현존
어떤 날 밤, 나는 소름이 끼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곳에 있는 꿈을 꾸었다. 내 주위에는 모든 것이 음산하였고, 모든 자연력(自然力)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캄캄한데, 나는 그 불길한 곳에서 무뤂을 꿇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내 뒤에서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이키니, 그때 무지하게 큰 십자가가 보였다. 그 십자가 위에는 우리 구세주께서 달려 계셨다.
몹시 놀란 나는 구세주께서 돌아가시지 않고 무섭게 고통을 당하시는 것을 보았다. 그분은 머리를 어떤 때는 오른쪽으로, 어떤 때는 왼쪽으로 숙이셨고, 상처를 입은 그분의 입술에서는 은은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나는 무능하게 그분의 임종을, 고통을 지켜보았다... 그때에 내가 분명히 알아듣지는 못한 몇 마디 말씀을 하시고 구세주께서는 머리를 드리우시고 깊은 한숨을 쉬시고는 숨을 거두셨다.이 꿈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주었다. 그때부터 그렇게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인 오늘도 아직 그 꿈을 완전히 기억하고 깊은 감격으로 여기에 그것을 회상시키는 것이다... 내 예수님이 아버지께 당신의 영혼을 도로 바치실 때 천둥이 치고 비가 몹시 세차게 오기 시작하였다. 환각을 일으키는 광경이었다. 그 순간, 그러나 내가 얼마나 큰 은총을 받았던가!
그때부터 얼마 후에 또 다른 밤의 환상을 보았다. 나는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내가 있던 곳에는 큰 궤짝이 하나 있었다. 기도하면서 기계적으로 눈을 들었더니 궤짝 위에 일종의 옥좌가 있었다.
그 옥좌 위에는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나는 경탄하며 그 광경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천천히 내려와서 내 품에 안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를 여기저기 쓰다듬었다. 나도 취한 듯이 어린아이를 쓰다듬었다. 나는 동정 성모님을 - 그분은 성모님이었으니까 -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그분의 상냥한 얼굴에 눈물이 있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깊이 흔들렸다. 성모님을 위로해 드리려고 그분의 아이를 그분께로 내미니, 어린아이는 얌전하게 돌아가서 거룩하고 존엄한 당신 어머니의 무릎에 앉았다. 그러자 이내 눈물이 멎었다. 이 꿈을 꾼지 얼마 안있어 가르멜산의 성모 상본 앞에 가게 되었을 때 내 꿈의 기분좋은 환상을 완전히 알아보았다. 나는 여러 해가 지난 훨씬 뒤에야 비로소 지극히 사랑하는 어머니의 눈물의 원인을 알았다.
또 다른 밤의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술잔이었다. 그 술잔에는 새끼 새들이 있고 어미새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으며, 새끼들은 날개를 치고 즐거운 소리를 지르며 그 맛있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었다.
내 영혼에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나는 양쪽에 풀밭이 있는 사람 없는 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짙은 연기로 인하여 오른쪽으로 주의가 끌렸다. 불이 났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달려 갔더니, 과연 불이 타오르는 화(火口)가 있었다. 무엇이 그 불을 일으켰는지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는 큰 십자가 있는 곳에 있게 되었다. 그 십자가 위에는 그리스도상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그리스도상과 같지 않은 그리스도상이었다. 몹시 뒤틀리고, 몹시 몸을 오그린, 그분이 십자가에 못박히셨을 때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런 그리스도상이었다. 그 환상에서 풍겨 나오는 고통은 내 영혼을 공포로 꼼짝 못하게 하였다. 매우 짙은 연기가 십자가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구세주의 일그러진 얼굴, 무섭게 타박상을 입은 그분의 육체... 아아! 그것은 때로는 이발소에서 나오는 것처럼 나타낸 그런 그리스도상과는 같지 않았다. 그분의 육체의 자세 자체가 끝없는 고통을 나타내는 것이었다.아이고! 아이고! 그 꿈! 그 꿈은 생생하게 내 머리에 남아 있다. 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늘 그러던 것처럼 그 새 꿈 이야기도 신부님께 해 드렸다.
그리고 이 꿈에 대하여는 내게 이상한 일이 하나 생겼다.
그 일이 있은지 모름 후에 Y신부님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책 한권을 내게 주셨다. 나는 기계적으로 첫째 쪽을 펴다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아! 내 그리스도! 바로 그분이시다! 내가 꿈에 본 바로 그분이다!" 신부님은 그 때문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과연 그 책의 첫째 쪽에는 내가 본 것과 같은 구세주의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연기도 그 쪽에 있었다. 그 꿈을 꾸기 전에는 절대로 십자가의 성 요한의 그리스도상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증언한다.또 한번은 꿈에 성당에서 어느 아기 예수 성상 앞에 있었다. 성상 아래에는 글짜가 새겨져 있었는데, P자였다. 나는 그 글자에까지 도달해서 손가락으로 만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무도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하는 것을 본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한번 펄쩍 뛰어서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무슨 뜻인가? 내가 이해하는 한 P자는 Petitesse(작음, 보잘것 없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참된 그리스도인의 이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작은 영혼들, 보잘것 없음,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모든 것, 그리고 이 교훈을 내게 주는 것은 어린아이, 사랑하는 어린 예수님이었다. 그런데 내 영적 생홀에서는 이것이 항상 지배적인 것이고, 이것이 하느님의 메시지의 요점이다.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에 이르기 위하여 작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전히 꿈에, 나는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하고 있었다. 성체를 모실 때가 되어 내 지극히 사랑하는 이를 경건하게 모시려고 영성체 난간으로 나아가서 가슴이 뛰는 가운데 내 사랑과 결합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부님은 성체를 들고 나 있는 데까지 오셨다.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신부님은 한번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 가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영하여 주신다.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신부님이 왜 그러셨을까? 고집스럽게 나는 내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신부님이 다시 오신다. 이번에도 또 나를 지나쳐 가실 것인가? 아니었다. 발을 멈추신다. 나는 머리를 든다. 기적이다. 신부님의 손가락 사이에는 붉은 성체가 들려 있다. 신부님을 그것을 내 입술에 놓으셨다. 그 즉시 피의 짠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그리스도의 피였다. 오, 내 사랑! 이 어떠한 은총인가!또 한번은 영성체 난간에 있었는데, 성체를 받아 모시는 순간에 목덜미와 머리카락 사이에 약간, 도장을 , 시뻘겋게 단 쇠로 낙인을 찍히는 것같이 타는 감각을 느꼈다. 인상이 어떻게나 강하였던지 나는 눈을 뜨고 본능적으로 손을 목덜미로 가져갔다.
예수께서 내게 당신 도장을 찍어 주신 것이었다. 적어도 거기에 대하여 Y신부님이 하신 해석은 이런 것이었다.이 모든 꿈은 내 참다운 회개의 시초에, 예수님이 묵상기도 중에 내게 많은 은혜를 내려 주시던 무렵에 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꿈이 아니라 즐거운 현실인 두 가지 일이 여기 있다.
나는 의사의 명령으로 쉬고 있었다. 긴 의자에 누워서 여러 시간째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정신으로 내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예수님이 계신 것을 보았다. 이 정신적인 환영은 내게 예수님을 차지하고자 하는 열렬한 욕망을 일으켰다. 예수님은 천천히 내게로 가까이 오셨다. 나는 예수님을 점점 더 가까이 보았다. 몇 시간 동안을 원하고 기다린 후에 나는 예수님을 아주 가까이, 그분의 품에 들어 올려저셔 가슴 위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느낄 정도로 그렇게 가까이 계신 것을 보았다.예수님은 당신의 현존에 대한 감정을 내 안으로 깊숙이 침투시키셔서 나는 그분이 아닌 모든 것, 나 자신에 대해서까지 깨닫지 못하는 무의식 상태에 빠졌다. 나는 그 때에 죽었으면 하고 생각하였음이 기억난다.
들어 올려지고, 사랑을 받으면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내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가? 예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 것일까?" 예수님이 내게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할 작별 인사를 하시면서, 실망하지 말고 당신을 기다리라고 내게 사랑을 넉넉히 주시고자 하신 것같이 생각되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었다. 예수님은 오랫동안 떠나가 계셨다. 예수님이 안계신 것으로 인하여 나는 무섭게 고통을 당하였다. 그래서 하루는 견딜 수가 없어 침대에 가서 쓰러져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시라고 간청하였다.
예수님은 이 간청을 물리치지 못하시고 돌아오셔서 다시 나를 들어 올리시고 당신의 하느님으로서의 현존으로 나를 감싸 주셨다.
이 두 가지 사실은 현실이지 꿈이 아니었다. 나는 예수님의 이 실험적인 현존을 많이 체험하였다. 아마도 나는 내 불쌍하고 작은 영혼들을 끌기 위하여는 이런 모든 것이 필요한 정도로 몹시 부패해 있었나보다. 그러나 예수님은 내 영혼을 얼마나 탐내셨는가!
아무것도 아닌 이 가엾은 것에까지 당신을 낮추신 것을 보면 사랑에 몹시 목마르셨나보다. 죄인인 당신의 가엾은 자녀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증명하실 수 있어야 하셨다. 그리고 나보다 더 적절한 어떤 표본을 찾아내실 수 있었겠는가?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그다지도 두려워하던 내가 내 영혼에게 얼마나 손해를 입혔는가! 오 한없는 하느님의 자비, 어떻게 당신을 믿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