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슈미트 신부)
봉헌의 의미
봉헌은 마리아를 우리의 여왕으로 어머니로 엄숙히 인정하는 행위이며 우리 자신을 남김없이 드리고 마리아께 순종하는 것이다. 봉헌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사람들은 어떤 권위에 대해 마음으로 순종하지 않고 순전히 외적으로 즉 육체적, 도덕적 강압에 못 이겨 복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복종은 마귀들이나 하느님을 거스르는 대죄인들이 어쩔 수 없이 여왕이신 마리아께 복종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만일 마리아께서 절대적인 명령을 내리시면 분노와 내적인 반항으로 이를 갈면서도 이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870년에 엘사스의 일푸르트 마음 사람들은 이를 확실히 체험했다. 그 마을의 어느 신부가 주교의 위임을 받고 교회의 기도인 구마경을 통해 마귀들린 소년들에게서 마귀를 몰아내려고 했다. 그러자 마귀들은 완강히 반항하며 이렇게 소리질렀다. “우리들은 물러가지 않아, 해볼테면 해봐.”
사제는 하느님의 어머니께 도움을 청하며 마귀들린 소녀들의 머리 위에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상을 올려놓고 이렇게 말했다.
“원죄없는 성모님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떠나기를 명하노라.” 이에 마귀들은 공포와 분노에 가득 차 “이제 우리는 물러갈 수밖에 없구나” 하고 소리치며 물러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일푸르트 마을에는 마리아의 승리를 감사하고 기념하는 비석이 남아있다.
이와 같이 하늘의 모후께서는 언젠가는 하늘의 구름 위에 나타나셔서 명령을 내려 마귀들이 이 세상을 떠나 지옥으로 돌아가도록 강요하실 것이다. 그러면 세상에는 평화가 오고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은 아무런 장애 없이 세상 끝까지 뻗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마리아께의 봉헌을 통하여 이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둘째, 우리는 하느님께서 어떤 권위를 인정해 주신 것에 대해 그 권위를 인전하고 그에 수반되는 의무를 모두 기꺼이 수행해야 한다. 그 권위자가 우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하느님의 권위 하에 있는 그 신분을 우리는 무조건 받아들어야 한다. 그처럼 구원을 받고자 하는 이는 누구나 하느님께서 인정하신 마리아를 여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복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셋째, 어떤 이는 자기 주인의 인품에 대해 높은 경의를 표하고 그 능력과 덕성과 성품을 높이 평가하기에 강압이나 맹목적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사랑과 순종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의무를 수행한다. 그 사람은 처음의 두 경우보다 훨씬 더 그 주인을 공경하는 것이 된다.
이들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내심에서 우러나온 사랑과 공경으로 마리아를 여왕으로 모신다. 이것은 마리아의 자녀가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오! 마리아여, 나는 오늘 당신을 나의 여주인이요, 여왕으로 택하나이다” 라고 고백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마리아께서 바로 그 순간에 그 영혼의 여왕이 된 것은 아니다. 이미 벌써부터 여왕이셨으니 그 사람은 지금에서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여 이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 사람이 아직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는 곧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이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마리아께서는 그 사람에 대해 새로운 권한을 가지게 되며 여왕으로서의 권리와 권능을 더 효과적으로 행사하실 수 있게 된다. 영혼의 자유의사와 신뢰와 사랑은 마리아의 활동에 새로운 문을 열어 주는 것이 된다.넷째, 어떤 종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주인에게 사랑과 존경과 복종을 전적으로 맹세한다. 그는 주인을 위해 모든 것을 내맡길 수 있다. 자신의 재산과 육체와 생명을 남김없이 바치며 모든 자유를 포기하고 주인에게 양도한다. 이러한 복종에 대해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는 “거룩한 노예화” 또는 “마리아께 대한 완전한 봉헌” 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인과 종의 관계는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에도 해당된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마리아의 신비스런 모태에 감싸여 그리스도 신자로서의 지울 수 없는 인호를 받게 되고 마리아의 자녀로서의 자격을 영원히 얻게 된다. 지옥에 떨어진 저주받은 그리스도 신자들이 이에 대해 반항하고 저들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증오의 대상이 되고 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은 마리아의 초자연적인 모성의 실재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수반되는 의무를 교회가 인도하는 대로 그냥 이행하면 된다,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 정도의 노력은 필요한 것이다. 성령께서는 영혼들에게 마리아에 대해 공경과 사랑을 드리게 하시고, 마리아를 어머니로 얻은 은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불어넣어 주셨기에 마리아를 어머니로 인정하고 사랑하도록 계속 격려하고 계신다. 이러한 영혼은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마리아를 공개적으로 자신의 어머니로 택한다.예수 아기의 성녀 데레사는 육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하느님의 어머니 앞에 엎드려 마리아를 어머니로 택했으며, 우리가 마리아 신심단체에 가입할 때 바치는 기도문 “오, 마리아님, 저는 오늘 당신을 어머니로 택하나이다.” 라고 봉헌 서약을 했다. 물론 마리아께서는 이미 그들의 어머니셨지만 이러한 그들의 행동으로 마리아께서는 자녀들에 대한 새로운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랑의 마음으로 자진하여 마리아를 어머니로 택하는 이들은 이에 수반되는 의무를 수행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어머니를 섬기는 데만 자신을 전적으로 내맡기고 오직 어머니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는 오로지 마리아 곁에 머물러 마리아를 더 잘 섬기기 위해 결혼이나 직업, 재산, 그외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성 루도비코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느님의 어머니께 이와 같이 행하는 이는 “성모님께 완전한 봉헌을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티없으신 마리아 성심’ 중에서) - 마리아 2002년 11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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