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재미작가/ 김영수 문학세계 [해외문학가시사랑]

김 영 수

<시작 노트>

달래


눈물방울이 땅에 떨어져
방울마다 뿌리 내리고 사는 일을 보아라
슬픔에도 분명 매운 맛이 있다
암데고 정 붙일 곳이면
지천으로 헝클리어 사는 것이
어쩌다 개울 건너 밭
실파를 따라 살 양이면
발끝까지 매초롬히 닮아 살 일이지
어금니 악물고 닮아 살 일이지
울음을 삼키다 목에 걸려 굳은 멍울
달래야,
머리채를 잡아채야 뽑히는
또한 아픔에 눈물 핑 돌더냐?
곱씹어 삼킬 때마다
우리도 매운 눈물이 돈다.





47년 김해 출생 /『시조문학』에 시조,『시대문학』에 시로 등단 / 동백문학상, 황산시조문학상(공모), 해외시조문학상 수상 / 시조집『만장대』『어머니』『봄에』『구하구하』『살며 사랑하며』/ 미동부 문협, 미주 시조시협회, 한국시조시협회, 한국문협 회원





겨 울 비


비가 온다.
고향에서 부친 편지가 젖어서 온다.
속까지 젖어서 읽을 수 없는 사연
부슬부슬 몸을 떨며
비가 온다.
고향땅 장례식에는 나아가지 못한 걸음
세월에 뜯긴
찬 바람에 뜯긴
살 한 점 없이 꼬장한 갈대밭에
머리칼 허옇게 풀어 헤치는
비가 온다.
하늘로 가시던 길이 멀고멀어
이곳까지는 가물가물 했으련만
상여 한 채 잠시 빈 숲에 머물고
노제도 없는
비가 온다.
임종시 입속말로 부쳤을 유언이 젖어서 온다.
속까지 젖어서 들을 수 없는 사연
오슬오슬 몸을 떨며
상주 없는
겨울비가 온다. 




화 해


마지막 출구를 빠져나와
집에 거진 닿도록
겨울굴처럼 웅크리고 앉은 사람
차갑게 어두워진 속을 더듬어
손을 잡아 본다.

―왜?
―그냥.

신호등이 길을 막고 선 잠깐 동안
두서없이 건너간 손이
지척만리, 자물쇠 채운 속을
금세 열어 볼 도리야 없겠지만
울울한마음서먹한마음미안한마음고마운마음측은한마음들이
깜깜하게 한데 엉켜
형편대로 아니 될 때

우리는
말없이 그냥
손을 포갤 수밖에 없었다.





참새 소리


그만 흘리고 다니거라
너희들이 떼지어 날면서 짹, 짹, 거리는 소리가 꼭 쌀알만 같아
내 어릴 적 호주머니 실밥 터진 새로 감쪽같이 사라진 찐쌀만 같아 속을 콕, 콕, 찌른다.
정신없이 뛰놀다 잃어버린 한 주먹 군것질 맛
어린것의 허탈감이란 그런 것인가
제 한 입 채우지 못한 빈 주먹 같은 것
이제 그만 지치거라
가을걷이 이미 끝난 들판
사라진 것이 비단 겨우살이 양식뿐이랴만
빈 입 하나 달래면 그만인 시절도 가고 없다.
쌀알 같은 동심은 땅에 떨어져 썩지 않고 황토가 돼 있을 것을

???짹,
????????짹,
?????짹, ?????짹,

한 톨씩 떨어지는 소리 받아 ?보자고 고향땅 언덕에는 해마다
아카시아 잎들이 손바닥 마주 모으고 있을 것을




시작 노트 :


'인간성 회복'
이것은 어떤 외국대학이 한국의 원로 시인에게 명예박사 학위증을 수여하면서 밝힌 말이라고 신문은 전한다.
문학을 통하여 인간성 회복에 공헌하였기 때문에…'학위를 수여하게 된 까닭이란다.
이 짧은 말을 처음 대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감동으로 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시'에 대해 가지는 무슨 믿음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한 동의임에는 틀림없지만… 시의 뿌리가 가슴에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시의 본성이고 시의 힘임을 나는 믿는다.


LA에 다녀와서 외 2편


<1> 만남

뱅쿠버에서 예까지
뉴욕에서 여기까지

해걸음으로 달려와
시정(詩情)을 포개보는 일

그 곁에
말리부 한 바다가
철썩이고 있었다.


<2> 수상의 말

단수는 내 시조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날개 뵈는 용(龍)이 아니라
날개 보이지 않는 용(龍)

종내는 그 놈도 놓치고
노래이고 싶습니다.


<3> 산장의 밤

노랫가락 풀고 풀어
낙동강 영산강이다.

초여름 나뭇잎 같은
이 기쁨 이 신바람

섧다 말 다신 안 할래
종장을 놓기까지


<4> 석별

돌아보오, 저기 저 난간
고운 이들이 손 흔들고 있소.

하룻밤 문학의 정(情)을
봉지봉지 싸 두었다가

그 마음 비둘기 날리듯
잘 가라
그러고 있소.


<5> 떠나와서

그렇네요
작별이란
만남의 싹이네요.

기쁜 일만 쨍쨍한
목마름 끝 이슬 같은

촉촉히 젖은 가슴에
싹은 다시 트네요.






우리네 사랑법


식은 사랑, 그건
식은밥보다 못해

사랑의 농사법은
재래식이 좋은 거야

호미로 밭을 일구며
오래 그을러 좋은 거야






우수(雨水) 무렵


나무 가지를 어루만지는
우수 무렵의 바람은

아이에게 회초린 댄
어미의 심정일까

매자국 아픈 곳마다
호호 입김을 불고 있다.







A Lilac
- Translated by Kyungja Ha



Days fighting with me
My wife, even in tears

Twenty years old, on a spring day
In the flower garden of her maiden days

Wishing to become a lilac
Cried in sorrow and in grief.



라일락 / 하경자 번역


나와 싸운 날이면
아내는 눈물 속에서도

스무살 어느 봄날
처녀적 꽃밭에서

라일락 꽃이 되고파
섧게섧게 울었더라.







A Park Cemetery
-Translated by Kyungja Ha



Here they are all
A family of earth.

Souls reopen eyes
Like young leaves

The true peace of the land
Lives with the dead.



공원묘지 / 하경자 번역


누구나 여기서는
흙의 식구로 산다

영혼이 새 눈 뜨면
어린 잎새들 같으리

진실로 땅의 평화는
죽은이들과 함께 산다





<시작메모> 경제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종종 신문에서 보게 된다. 그와 같이 문학 역시 시장원리에 맡기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랬을 경우 적어도 오늘 같은 문학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요즘 이런 투의 질문을 던져본다. 시인이 먼저 독자를 외면했을까? 독자가 먼저 시인을 외면했을까? 대답이야 어느 쪽이건 딱한 자문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딱하기 짝이 없는 생각 속에서도 한 가닥 시·시조를 쓰는 즐거움이 있긴 있다. 나의 작품은 만인에게 부치는 연서라 해도 좋다는 생각. 남들 같이 장미 꽃다발 선물은 못해 줘도 나의 못난 시조 한 수가 더 좋다는 못난 사람 때문에라도 즐겁게 이 길을 가야겠고… 시장원리를 벗어난 기막힌 곳에 시의 시장원리는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약력> 아호 : 鵲松(작송). 김해 출생. 시조문학 시조, 시대문학 시 천료.
시조집 : 만장대 / 어머니 / 봄에 / 구하구하 / 살며 사랑하며.
제1회 동백문학상 / 제6회 황산시조문학상(공로) / 제1회 해외시조문학상 수상.
현재 : 미동부한국문인협회 / 미시조시인협회 / 한국시조시인협회 / 한국문인협회
92 Market St Clifton, NJ 07012 / (973) 837-1294
jaks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