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문제의 복잡성 증대와 복잡성 과학의 응용
I. 복잡성 과학과 카오스이론의 도입 필요성
오늘날 조직이 직면한 환경과 정책환경은 혼돈적(Chaotic)이다. 조직 관리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조직에 대한 설명은 질서, 규율, 규칙성 등을 확보하라는 처방이거나, 조직내에서 왜 특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진단적 기술뿐이다. 이러한 설명은 조직이 직면한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조직내부에만 신경을 쓰면 조직이 잘 굴러갈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환경의 조직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설명도 조직과 환경간의 적합도를 유지하여 외부의 혼돈을 중립화시키는데 불과하다. 결국 이러한 통제지향적 설명들은 확실성의 시대에나 통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로 지칭되는 국제화, 개방화, 지방화, 무한 경쟁 의 시대인 현대사회에서는 종래의 관리 및 정책분석방식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혼돈에서 비롯된다는 역설적인 원리는 이제까지의 조직관리이론에서 간과되어 왔다. 조직이 역동적 요동을 통한 새로운 질서 (new order through dynamic fluctuations)인 자기조직화하는 체제 (self-organizing s ystem: SOS)로 환골탈퇴하려면 요동의 발생이 필요하다. 이 요동은 조직내의 구조 및 과정으로부터 창조될 수 있다. 관료제적 조직은 혼돈이 완전히 제거된 조직을 대변한다. 그러나 조직이 끊임없이 진화하려면 조직내의 구성요소들간의 자유가 허용될 필요가 있고 구성요소간의 창조적인 갈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적 근무집단, 타스크 포오스 (task force), 프로젝트팀 (project team) 등은 이런 진화에 필요한 조직구조의 예이다. 조직내의 계층내적 지위와는 무관하게 구성원들간의 자유로 운 토론을 허용하는 문화가 장기적인 요동의 창조를 확보해줄 수 있다. 우리사회와 같이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지닌 조직 의 경우 이러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동적 요동을 통한 새로운 질서로서의 자기조직화체제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러한 체제의 형태는 우연적인 요동이나 초기조 건의 사소한 차이에 좌우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예측은 불가능하나 우연에 의한 질서가 형성될 확률은 아주 낮기 때문에 이러한 질서의 형성은 자기조직화 체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사회체제에 있어서는 환경의 변화에 대해 의도적 혹은 선택적으로 요동에 반응하기 때문에 질서를 유지해나갈 수가 있다. 따라서 조직과 같은 사회체제는 우연적 요동에 동요되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조직내의 특정 요동 현상이나 정보의 흐름을 선택적으로 증폭시킴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즉 분산구조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II. 혼돈이론의 특성과 조직관리
1. 비선형동역학체제(NDS)와 비선형 관리
일반적으로 물리적인 대상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따지려면 그것의 특성을 나타내는 변수들을 택하여 이들이 시간의 함수로서 어 떻게 변화해 나가는지를 측정하고 또 이를 수식으로 모형화하게 된다. 그 모형화된 대상을 체제(system)라 하고 그것의 시간적 변화를 다루는 것을 동역학(dynamics)이라 한다. 한 동역학체제의 시간의 변화를 규정짓는 식은 그 체제의 동역학적 법칙이 된다 . 이때 그 모형체제의 초기조건이 하나의 데이터가 되어 현재의 그 체제의 상태를 규정하게 된다. 초기조건이 주어지면 어떤 수식―미분방정식 또는 계차방정식―으로 표현되는 동역학적 법칙에 따라 체제의 다음 순간의 상태가 순차적으로 결정되어 나간다. 이렇게 초기조건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동역학체제는 결정론적(deterministic)이다.
대부분의 현대조직이론은 뉴턴의 기계론에 입각해 있다. 조직은 흔히 기계로서 비유된다. 기계로서의 조직은 마치 진자처럼 움직인다. 좌우로 운동하는 진자를 건드리면 진자의 운동방향은 바뀔 수도 있고 속력이 줄 수도 있다. 체제이론적 관점에서 보 면 진자는 항상 원래의 경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이제까지의 조직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조직은 항상성 유지를 기본으로 하는 평형체제이다. 만일 조직의 형태나 기능이 외부환경에 의해 방해를 받을 경우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조직은 혼돈적이나 우리는 자꾸 이전의 질서정연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은 진자의 운동보다는 불의 운동이 지닌 현상을 더 많이 나타내고 있다. 불의 운동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과정이다. 불타버린 집은 다시 원상태로 복구할 수 없다. 조직에 있어서 변화과정은 불의 운동과 같다. 우리가 좌절하거나 분노했을 때 조직의 비밀을 발설하기도 하나, 일단 발설한 것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잠정적으로 조직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나 우리가 좋든 싫든 곧 그 변화된 상태에 집착하게 된다.
뉴튼의 기계론적 세계는 존재의 과학, 즉 실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혼돈이론은 생성의 과학, 즉 실체보다는 과정에 초점 을 맞추고 있다. 조직관리적 측면에서 보면 최종 의사결정이나 근로자의 업무수행성과 보다는 조직내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나 근로자를 관리하는 관리방식에 초점을 맞춰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형 근사치에 의존하는 미적분에 기반을 둔 Newton의 기계론적 패러다임에 입각해 교육 받아온 현대 조직관리자들은 선형적 사 고에 길들여져 있다. 사회체제가 평형 상태하에 있을 때는 선형가정이 별로 문제되지 않으나, 비평형상태하에 있을 경우 선형가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흔히 조직을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2인 이상의 협동체제로 정의한다. 단순한 2차 방정식도 여러 가지 다양한 체제의 행태를 보인다면, 자연체제보다 더 복잡한 것으로 간주되는 인간행태와 인간의 집합체인 조직 및 사회체제의 행태는 더욱 더 복잡한 양상을 띨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조직은 비선형 순환고리 체제이며, 조직관리자는 비선형관리에 익숙해져야 한다.
고등학교 기하학 시간을 상기해보면, 직선은 단순한 일차 방정식( y = a + b )에 의해 만들어 진다. 기울기 a와 절편 b만알면, 모든 학생이 직선을 그릴 수 있고, 만일 x의 특정한 값을 알면 y의 값을 예측 할 수 있다. 선형성 (linearity)과 부가성 (additivity)을 가정하는 뉴튼의 기계론적 관점에 의해 대부분의 현상이 과거 300년간 설명되어 왔다.
조직관리를 비롯한 모든 사회과학에 있어서도 자연과학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인 선형모형이 합리적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이용되었다. 이러한 선형 조직관리 모형은 관리자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조직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조직내의 각 부서간의 상호작용은 직선의 교차처럼 단순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순환고리적 상호작용으로 복잡한 양상을 띤다. 조직내의 한 부서만을 이해하면, 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다른 부서의 지식을 더하기만 하면 조직 전체를 이해할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부가성 원리(additive principle)를 가정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
직선으로서의 조직에서는 가까운 미래건 먼 미래에 초점을 맞추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초기조건에의 민감성 때문에 조직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경우 시간의 일시성이 중요할 수도 있다.
2. 순환고리와 순환고리 메커니즘으로써의 조직
사회이론의 가설검증은 거의 모두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간의 단선적 인과성(oneway causality)의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선형구조관계(LISREL)를 이용하면 부분적으로 상호인과관계(reciprocal causality)를 검증해 볼 수 있으나(Choi, 1992; 최창 현, 1991; Fossett, Choi, & Peterson, 1991), 순환고리모형(feedback loops model)을 검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혼돈이론에 서는 순환고리과정을 중요시한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순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곤란에 처한다. 사회적인 문제가 계속 나타나는 이유는 일방향적 인과관계,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시발지와 종착점과 같은 것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데 지도력유형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목적이 수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예 등이다.
이러한 주장은 각각의 예가 그 반대방향 즉 생산성이 지도력유형에 영향을 미치고, 수단이 목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예에 있어서 인과관계는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타당하다(최창현 역, 1992 : p. 440). 변화를 단선적으로보다는 연결고리(feedback loops)적으로 생각해야 하며, A가 B의 원인이라는 기계적인 인과성(mechaninal causality)의 사고를 A가 B의 원인이 되고 다시 B가 A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상호인과성의 논리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적인 인과성과 그에 따라 체계가 어떻게 자기 자신의 변환을 이루어 나가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인공지능학(cybernetics)이론가들이 그 방법론을 개발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 중의 가장 주목받을 만한 한 방법론이 체계역동성을 형성해가는 데 있어서 긍정적 및 부정적 순환고리(positive and negative feedback)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Magorah Maruyama의 연구에서 찾을 수가 있다.
한 변수에 있어서의 변화가 그 반대방향의 변화를 유발시키는 부정적 순환고리(negative feedback), 혹은 편차상쇄 순환고리의 과정은 체계의 안정성을 설명하는 데 극히 중요하다. 반면에 긍정적 순환고리(positive feedback), 혹은 편차증폭순환고리(devia tion-amplifying feedback)는 큰 변화가 더 큰 변화를 유발시키고 작은 변화는 더 작은 변화를 촉발시킴을 보여줌으로써 체계의 변동을 설명하는 데 유효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순환고리 메커니즘은 왜 체계가 주어진 한 형태를 획득, 보존하려 하며 이 형태 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식으로 정교화되고 또 변환되어질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줄 수가 있다.
복잡한 체계 내에서는 항상 원인들을 초래하기 위한 원인들의 원인이 되는 원인들(causes that cause causes to cause causes) 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체계의 관계들을 도식화해 보고 그 주요한 경향들을 구체화해 봄으로써 인위적인 "원인" 과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시도하기보다는 체제를 규정하는 관계들의 양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적절한 간섭행위 를 틀지우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Morgan, 1986).
전통적인 접근법은 조직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행동의 유형을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생각은 원칙적으로 조직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는 가정하에서만 타당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직을 의도한대로 이끌어나갈 수 없으며 조직을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예측 가능성과 의도성은 원인과 결과간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연관성 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즉, 특정 상황하의 특정 행동이 특정 결과를 야기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체제동학분석가들이 수년간 주장해온 바에 의하면 조직내의 인과관계는 너무나 복잡하여 탐지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 체제분석가는 복잡한 조직이 종종 초래하는 의도하지 않은 반직관적인 결과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귀를 기울 이는 관리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대부분의 관리자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신봉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비젼을 갖을 수 있고 조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위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수학자와 자연과학자들은 비선형 순환고리 체제라고 불리우는 특정 체제는 소위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작용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상 태하의 체제는 불안정한 행태를 발생시키나 이 행태는 특정한도 내에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태는 제한된 불안정성이라할 수 있다.
3.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과 조직관리
비평형체제에서는 앞서 언급한 비선형성과 편차증폭순환고리 과정이 융합될 경우 초기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체제에 더욱 더 큰 혼돈적 행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 현상은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sensitive dependence on initial conditions)'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상학에서는 이것을 Lorenz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부른다. 나비 한 마리가 북경에서 공기를 살랑거리면 다음 달 뉴욕에서 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배식·성하운 옮김, 1993).
초기조건이 약간 달라지면 기후도 약간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수치상의 작은 오차는 한 줄기 미풍과 같았다. 그것은 기후에 중요하고 규모가 큰 변화를 일으키기 전에 분명히 사그라질 미풍이었다. 그러나 Lorenz의 특정한 방정식체제에서는 작은 오차가 대단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요컨대 Lorenz가 발견한 것은 앞에 난류에 떠내려가는 두 개의 나무조각이 출발점은 비슷해도 점차 방향을 달리하여 마침내 도달점이 전혀 다르게 되는 것과 같이 일기예보도 내일의 예보는 비교적 적중해도 모레나 글피, 더 나아가 주간예보, 월간예보와 같이 시간이 멀어질수록 적중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원리에서처럼 동역학계에 있어서 점의 초기조건, 즉 오차 없는 정확한 위치와 속도 자체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 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초기조건의 아주 미세한 부분적 오차가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부분들의 총화로 해를 얻으려는 환원주의적 사고가 어떻게 수정되어져야 할 것인지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전체와 부분은 따로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박배식·조 혁 역, 1989).
자기조직화 관점에서 보면 리더쉽의 변화와 같은 사소한 사건이 조직의 구조에 단지 사소한 변화를 가져온다. 모래더미 예와 비교하자면 모래더미가 단지 좀더 커질뿐이다. 그러나 조직이 평형상태에서 벗어나 분기점에 다다른 경우 리더쉽에 있어서의 변화는 조직에 있어서의 혁신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특정한 나비가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동일한 나비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4.. 비평형체제(Non-Equilibrium System)하의 자기조직화
혼돈체제는 잡음(noise)에 의한 무질서와는 구별되는 모든 체제에 내재된 결정론적 혼돈행태를 보이는 비평형상태와 안정상태를 보이는 평형상태를 포괄하는 체제로 질서란 혼돈의 일부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혼돈체제라는 개념을 이해하려면 우선 평형이론과 비평형이론(equilibrium and non-equilibrium theory)의 차이점을 알 필요가 있고, 두 이론의 차이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평형'상태의 체제, '평형 근처'의 상태에 있는 체제(near-to-equilibrium system), 그리고 '평형상태에서 먼' 체제(far-from-equilibrium system)들을 구별 할 필요가 있다.
원시적인 한 족속을 생각해 보자. 만일 이 족속의 출생률과 사망률이 같다면 이 족속의 인구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적당량의 식량과 다른 자원이 있다고 할 때, 이 족속은 생태적인 평형상태에 있는 한 국지적인 체제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게 된다. 출생률을 증가시켜 보자. 상응되는 사망자의 수가 없는 약간의 추가적인 출산은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체제는 평형에 가까운 상태로 변해갈지 모르나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평형상태나 이에 가까운 상태에 있는 체제들이 큰 변화를 일으키려 면 커다란 충격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출생률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체제는 평형상태에서 멀리 밀려나게 될 것이며, 이 때에는 비선형관계가 주로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체제들이 이상한 일들을 하게 된다. 외부영향에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작은 입력에도 거대하고 깜짝 놀랄 만한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즉 전체제가 우리가 보기에는 괴상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 자신을 재조직하게 될지 모른다.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는 매우 작은 변동 또는 요동들이 구조를 파괴하는 거대한 파동으로 증폭되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종류의 '혁명적'인 변화과정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와 비선형과정 그리고 복잡한 순환고리체제들을 연구하여 얻은 통찰력들을 종합하면 소위 본격적인 과학과 삶의 유사 과학들 또는 사회적 과정들까지도 연결지을 수 있는 전반적인 새로운 접근방식이 열리게 될 것이다.
분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의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변화에 관한 Prigogine과 Stengers(1984)의 이론에 의하면 요동이 현존하는 체제를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로 보내면서 이 체제의 구조를 위협하게 되면 이 체제는 임계순간 또는 분기점에 도달하게 된다. 이 점에서는 이 체제의 다음 상태를 미리 결정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 우연히 이 상태의 체제를 건드려 새로운 경로를 밟게 한다. 그리고 일단 경로가 선택되면 다음 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다시금 결정론이 지배하 게 된다(최창현, 1995 참조). 간단히 말하자면, 여기서 우리는 우연과 필연이 화해될 수 없는 대립적인 것들이 아니고 운명 속에서 각각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체제와 환경간의 관계에 관한 이론은 크게 임의주의(Child,'72; Silverman,'70)와 결정주의(Hannan & Freeman, 1990)로 양분되나 혼돈이론(chaos theory)의 도입으로 이 두 관점의 조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5. 자기유사성(Self-Simility)과 조직환경
혼돈이론의 다섯번째 특질은 자기유사성이라는 개념이다. Mandelbrot는 분수차원(fractal dimension)의 개념으로 자연현상의 불규칙적인 패턴을 연구하여 자기유사성개념을 창안했다. 자기유사성은 혼돈이론과 밀접한 특성이다. 이 세계의 자연현상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현상(order out of chaos)을 보여주고 있다. 즉 불규칙성으로부터의 규칙성(regularity out of irregularity)이다.
그러나 불규칙성의 정도는 규모가 크건 작건 항상 일정하다. 이와 같이 모든 구조가 그 근저에 갖고 있는 기하학적 규칙성을 자 기유사성이라고 한다. 자기유사성은 물체를 다른 크기로 확대해서 보면 동일한 기본요소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규모에 무관하게 스스로 닮은 특성이다. 예컨대 Koch의 눈송이, 나무의 잔가지, 정부조직구조 등이 좋은 예이다. 이들은 모두 규모가 점진적으로 작아지면서 상세한 모양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조직관리적인 측면에서 특정 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의사결정에 있어서 어떠한 패턴을 보이는지 조직이 환경과 상호작용함에 있어 어떠한 패턴을 보이는지에 대한 경험을 구축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 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 축적된 유사한 패턴을 가진 경험을 이용할 수 있다.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하여 일반모형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자기유사성을 가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Mandelbrot집합은 조직과 환경간의 관계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해줄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조직은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2인 이상의 집단으로 규정되고 환경과 구분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조직의 목적은 환경과의 적응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었다. 조직과 환경간의 경계는 단순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특정 조직이 그 조직의 환경을 인식하지 않는 경우 조직 바깥에서 발생하는 것은 전혀 무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갑이라 는 조직이 경쟁업체의 가격파괴 때문에 가격파괴를 시도한다면 서로 더 많은 할인 정책을 시도할 것이고 그 경우 비선형 편차증 폭 순환고리가 작동될 수도 있다. 이제 이러한 조직현상을 Mandelbrot집합에 연관시켜보자. 이 집합에 의한 그림을 그리기 위 해서는 우리는 복수를 택해 비선형 순환고리 메카니즘을 이용하여 일련의 수를 만들어낸다. 조직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이란 측면 에서 보면 우리는 특정 조직행동을 택하고 비선형 순환고리 메카니즘을 이용하여 일련의 다른 행동들을 만들어낸다. 이 행동들 중 일부는 조직내적 행동이고 일부는 조직외적 행동이다. Mandelbrot집합의 경우 그 경계는 아주 복잡한 쪽거리 기하학의 형태 를 띤다. 그림의 경계에서 보여지는 쪽거리 기하학적 형태는 자기유사성과 초기조건의 민감성과 같은 혼돈적 측면이 존재한다. 조직의 행동 중 어떤 행동은 환경에 대한 적응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은 환경이 조직에 적응해야할 필요가 있는 행동이다. 물론 환경 자체라기 보다는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이나 조직을 말한다. 원인과 결과간의 일방향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지만 조직과 환경간의 경계 즉, 혼돈적 영역에 있어서는 조직이 환경에 적응하는 건지 환경이 조직에 적응하는 건지 뚜렷하게 알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고객이 구매관습을 바꾸기도 하지만 기업이 상품을 바꾸기도 한다. 즉, 조직이 고객의 구매패턴을 적극적으로 창조하기도 한다 는 것이다. 균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조직이 성공적인 조직이 될 수도 있다. 조직의 자원과 시장간의 완전한 적합도를 유지하는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조직은 최소한의 이익 밖에 올릴 수 없다. 그러한 조직은 결국 평형파괴적인 창조적 경쟁자에 의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조직이론중의 하나인 구조적 상황이론에 의하면 안정적인 상황에 있는 조직은 기계적인 조직 그리고 불안정한 상황에 있는 조직은 유기체적인 조직이 적합하다고 한다. 그러나 조직이 초기조건에 민감한 혼돈의 경계에 처해 있는 경우 동일한 환경 하에 있는 두 조직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나갈 수도 있다.
6. 창조적 파괴로부터 비롯되는 혁신
비평형상태의 체제는 초기조건에 민감하고 비선형순환고리의 증폭성으로 인하여 조직의 기존구조, 행태 등이 깨져버리나 새로운 질서 혹은 구조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무질서나 혼돈 등과 같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통하여 종래의 질서나 구조를 창조적으로 파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치 자연체제에 있어서 물과 같은 액체에 열을 가하여 물속의 분자가 종래의 패턴을 깨고 무질서하게 운동하므로써 임계점에 다달아 새로운 형태의 질서인 기체, 즉 수증기로 변하는 현상을 위상전이 (phase transition)라 하 듯이, 사회체제도 요동을 통한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질서로 발전, 진화할 수 있다.
조직관리자도 창조적 파괴를 통하여 위상전이에 있어서와 유사한 행태를 보일 것이다. 즉 처음에는 열을 가한 물속의 분자처럼 무질서한 행태를 보이지만 요동을 통한 역동적 질서로 위상전이하게 되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조직혁신의 길로 나아갈 잠재력을 갖게 된다. 조직관리자는 때때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분기점에 직면하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조직성장을 또 어 떤 경우에는 조직 쇠퇴를 초래하게 된다. 이 두가지 경로 중 조직이 어느 길로 가게 될지는 전혀 예측 불가능하다. 혼돈이론은 이러한 경우에 체제가 예측불가능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측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기조직화적 진화과정 을 통하여 새로운 질서, 즉 분산구조로 도약해 나갈수 있다고 한다. 생산효율화로 원가를 낮추고 <규모의 경제>로 이윤을 다져가던 시대는 지났다. 기술혁신 속도가 눈부시고 제품의 생명주기가 갈수록 단축되는 혼돈의 시대에 이는 죽은 이론이다. 혼돈을 딛고 남보다 앞서가려면 스스로 혼돈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변상근, 1944)
제일모직이 최근「창조적 파괴의 날」이라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 주목을 끌고 있다. 「창조적 파괴의 날」은 직원들이 출근부에 도장만 찍고 회사업무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날로 한달에 이틀까지 가능하다. 즉 ▲하루는 개인별로 평소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마지막주 토요일 하루는 부서별로 모여 업무나 인생설계 토론 등을 자유롭게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 만 개인별 사용은 이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될 때까지는 부서장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No work but think day(일하지 않고 생각하는 날)」로 이름 붙여진 이 「창조적 파괴의 날」가운데 개인 별로 쓸 수 있는 날은 회사밖에서 열리는 각종 세미나에 참석, 관심분야를 연구할 수 있다. 또 다른 회사를 방문해 업계 현황을 살펴 볼 수도 있다. 심지어 휴게실에서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며 공상하거나 잠자도 된다. 부서별 공동사용의 날은 평소 느낀 회사생활의 고충에 관해 토론할 수도 있다. 대신 회사측은 직원들로 하여금 창조적 파괴의 날에 자기가 했던 일을 A4 용지에 다 바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창조적 파괴란 보다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뜨리는 개혁이 필요하며 이런 개념을 경영혁신에 적용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중앙일보, 1995. 3. 2.)
이러한 일련의 조직혁신의 몸부림은 혼돈이론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바람직한 현상으로, 창조적 파괴라는 요동을 통한 역동적 새질서로 진화하는 자기조직화의 한 관리적 수단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