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주요 이론
1. 과학적 관리법
과학적 관리법은 미드베일 철강회사(Midvale Iron Works)의 엔지니어였던 Frederick Winslow Taylor가 산업현장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에 새로 대두되고 있던 경영 및 생산의 기술들을 종합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과학적 관리법이 형성된 19세기 말의 미국은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여 전통적인 기업관리방법으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경제에 있어 철도산업을 필두로 한 대규모조직의 발생은 조직관리에 있어 하나의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학적 관리법이 제기되던 시기까지도 미국의 기업조직들은 대부분이 길드적 갱조직(gang)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전통적 갱조직은 보스(boss)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조직에 관한 보스의 결정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유의 과학적 근거나 객관적 표준을 기대할 수 없는 주먹구구식의 것이었다.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법을 통해 조직관리의 이러한 현실에 도전하였다. 테일러는 조직관리에 있어 '단 하나의 최선의 방법(the one best way)'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관찰과 실험이라는 보다 과학적이고 경험적인 방법을 통하여 얻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테일러는 이러한 과학적 방법의 발견이라는 임무를 기능적 직장(functional foreman)이라는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그들은 시간-동작연구(time & motion study)와 같은 과학적 방법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업무수행의 표준을 설정하고, 경제적·물질적 유인을 통해 노동자들이 여기에 따르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과학적 관리법은 조직에 있어 기획과 실행의 분리를 전제로 한다. 테일러에게 있어 일에 관한 계획은 관리자의 몫이고 이것의 실행은 노동자들의 몫이다. 테일러는 노동은 집단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활동이며, 또 그렇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때문에 과학적 관리법은 동기부여 및 유인제도에 있어 개인의 물질적 이익에 호소하는 차별적 성과급제도를 원칙으로 한다.
테일러는 그의 조직관리이론이 산업갈등에 대한 과학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하였다.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능률적 작업방법은 기업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확보해 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법을 중심으로 노사협력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과학적 관리법에 있어 테일러의 관리론(Taylor system)이 과업관리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면, 포드의 관리론(Ford system)은 생산과정에 있어서의 동시적 관리를 중시하였고, 페이욜의 관리론(Fayol system)은 기업조직 전체의 경영합리화를 강조하였다. 대체로 보아 테일러는 동작-시간연구와 작업조건의 표준화, 계획 등을 중요시하였다. 포드는 경영을 이윤추구의 수단이기 보다는 사회봉사의 수단이라고 주장하였다. 포드의 관리철학이 백색사회주의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포드는 합리적인 경영관리를 통하여 고품질, 저가격, 고임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3) 페이욜은 생산공정 뿐만 아니라 영업과 회계 등을 포함하는 조직관리의 전반적 합리화를 추구하였다.
과학적 관리법은 당시 미국 산업의 절실한 요구를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속히 보급되었다. 그러나 과학적 관리법은 경제적 인간관과 기계적, 폐쇄적 조직관이라는 일면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조직에 기술주의적 사고방식을 부당하게 확대적용함으로써 권위주의적 조직관을 발전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학적 관리법의 최대의 문제점은 조직의 핵심적 요소가 인간이고, 그들 인간이 사회심리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2. 행정원리론
위에서 설명한 과학적 관리법이 조직을 '밑에서부터' 연구해 들어갔다고 한다면, 행정원리론은 '위로부터'의 조직합리화를 추구하였다. 행정원리론의 최초의 저서는 프랑스의 앙리 페이욜(Henri Fayol)이 쓴 『일반 및 산업관리(General and Industrial Management)』(1916)라고 할 수 있다. 페이욜은 경영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관리자들이 준수하여야 할 일반원칙들을 제시하였다. 그는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 훈련이 필요하며, 노동조직과 마찬가지로 관리조직도 타당한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페이욜의 생각은 James Mooney와 Allan Reiley, Luther Gulic, Lyndall Urwick 등의 연구를 통해 행정원리론으로 발전하였다. 행정원리론은 명령통일의 원칙, 통솔범위의 원칙, 예외의 원칙, 일치의 원칙, 부성화의 원칙, 조정의 원칙, 계선과 참모의 원칙, 집권과 분권의 원칙, POSDCOR의 원칙 등 대단히 다양한 원칙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행정원리론이 제시하고 있는 원칙들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분업의 원칙과 조정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 있어 분업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부성화의 원칙이다. 또 조정의 세부적인 원리로는 권위의 스칼라 원칙, 명령통일의 원칙, 통솔범위의 원칙, 예외의 원칙 등이 제시되었다.
행정원리론자들은 기획과 조정과 통제를 관리자의 기본적인 활동이라고 보아 중시하였다. 행정원리론은 조직의 공언된 목표나 법규상의 구조와 같은 공식적 측면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이의 합리화를 추구하였다. 때문에 행정원리론에는 조직의 실제에 대한 경험적 사고방식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행정원리론은 조직을 합리적 폐쇄적 체계로 이해하였다.
행정원리론은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았다.
① 행정원리론이 전제하고 있는 경제적 유인이라든지, 인간의 게으름에 대한 가정 등은 문제가 있다.
② 행정원리론은 상식에 불과한 일반적 가설들을 마치 법칙처럼 제시하고 있다.
③ 행정원리론의 관리원칙들 사이에는 논리적 모순이 발견된다.
④ 조직의 관리과정을 공식적으로만 다루었을 뿐, 경험적, 행태적 측면은 적절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3. Weber의 관료제론
독일의 사회학자인 Max Weber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제기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근대 사회조직에 대한 하나의 이론을 제기하였다. 베버는 근대조직의 특성이 정부 행정의 기반을 이루는 관료제적 조직양식 속에 가장 전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보아 근대 관료제의 이념형(ideal type)을 구성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베버의 관료제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이념형적 특성들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조직의 분석을 말한다. 베버는 관료제의 개념을 「有給의 任命職 관리들로 이루어진 조직체」로 파악하였다.
사회조직에 대한 베버의 분석은 근대사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베버는 사회조직에 대한 역사적, 通時的, 문화횡단적 비교연구를 위한 기준으로 '사회적 지배(herrschaft)의 이념형'을 설정하였다. 베버에 의하면 역사상 모든 사회에서 존재하였던 지배체제의 형태는 '전통적 지배'와 '카리스마적 지배', '합법적 지배'의 세 가지 범주를 기준으로 분류하여 볼 수 있다. 전통적 지배는 다시 家長制와 家産制, 封建制로 세분된다. 베버에 의하면 가장제 혹은 봉건제, 카리스마적 지배 등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유급'과 '임명직'을 특징으로 하는 관료제적 행정이 존재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나타났다. 관료제적 조직형태는 역사상 가산제 혹은 합법적 지배가 성립된 사회들의 고유한 현상이었다. 여기에 베버는 관료제의 형태를 가산관료제와 합법적 관료제(근대관료제)로 나누어 생각하였다. 가산관료제와 근대관료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대관료제가 자본주의적 화폐경제를 배경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화폐급료를 지불하는데 반해, 가산관료제는 대개 현물급여를 바탕으로 하였다는 점이다.
베버는 전통사회와 구별되는 근대사회의 본질을 합리성으로 보았다. 근대사회의 지배유형인 합법적 지배는 합리성의 정신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합법적 지배의 행정조직적 표현인 근대관료제는 합리성을 본질로 한다. 그리고 이 때의 합리성은 목적-수단 관계의 논리적 무모순성을 특징으로 하는 '형식합리성(formal rationality)'을 의미한다. 베버는 근대사회에서 형식합리성과 실질적 가치의 추구(실질합리성 substantive rationality)가 서로 화해할 수 없는 갈등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 점은 근대적 형식합리성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합리적 관료제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근대관료제에서는 조직적 합리성(형식합리성)과 조직내의 인간소외(실질적 불합리성)가 서로 모순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근대사회의 형식합리성은 ① 과학적 전문지식의 중시, ② 몰인정성(impersonality), ③ 자연과 사회에 대한 통제(control) 등을 본질적 요소로 한다. 베버가 제시한 합리적 관료제의 이념형은 형식합리성의 이러한 요소들을 사회조직적 차원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인간관계론
인간관계론(human relations theory)은 F. J. Roethlisberger와 William Dickson, Elton Mayo 등이 중심이 되어 1920년대에서 1930년대에 걸쳐 행한 호오돈연구(Hawthorne study)에 기원을 두고 있다. 호오돈실험은 미국 Western Electric사의 시카고 근교에 위치한 호오돈공장에서 실시되었다. 실험의 초기에 뢰스리스버거 등은 당시 크게 유행하고 있던 과학적 관리법의 논리를 이론적 근거로 하였다. 연구자들은 먼저 과학적 관리법의 가설대로 물질적 조건과 작업방법이 생산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작업장의 조명도와 생산성간의 상관관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얻어낸 결과는 이 가설을 통계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들 뿐이었다.
이러한 실험결과에 대해 메이요는 새로운 해석과 함께 가설들을 제시하였다. 즉 초기 호오돈실험에 있어 통제집단과 실험집단이 모두 생산성의 유의미한 변화(향상)를 보인 것은 실험자들이 피실험집단에 대해 보여준 호의적 관심이 예기치 못한 영향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메이요는 이것을 '호오돈효과(Hawthorne effect)'라고 이름 붙였다. 한편 메이요는 과학적 관리법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인간적 요인들이 생산조직내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호오돈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바탕으로 면접연구와 관찰법에 의한 새로운 일련의 실험들을 행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조직내에서 인간관계와 사회·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며, 공식적 조직의 내부에 비공식적 조직이 형성되어 그 구성원들의 행동을 규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인간관계론은 조직에 있어 리더십연구와, 직무확장(job enlargement), 인간관계훈련기법 등의 발전을 촉진하였으며, Lloyd Warner 등의 노동조합에 대한 연구와 후기인간관계론, 조직민주주의론 등의 뿌리가 되었다. 인간관계론은 조직이 합리적 인공물일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체계라는 인식의 단서를 제공하였으며, 조직내의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고, 조직에 있어 공동체적 결합의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점 등에서 그 가치가 인정된다.
그러나 인간관계론은 '소의 사회학(cow sociology)'이라는 Daniel Bell의 논평이 시사하듯이, 인간적 배려라는 교묘한 허울 뒤에 노동에 대한 착취의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숨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인간관계론은 조직에 있어 갈등의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못했으며, 인간관계론이 강조하는 사회·심리적 유인도 그 실효성에 있어 경제적 유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경험적 연구로부터의 반론에 직면하고 있다.
5. Barnard의 협동체계론
Chester Barnard는 조직을 인간들의 의식적이고 신중한 협동의 체계(cooperative system)로 해석하였다. 바나드는 1938년에 처음 출판된 그의 저술 『집행자의 기능(Functions of the Executive)』에서 조직을 "의식적으로 조정된 인간활동 혹은 노력의 체계"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조직을 그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조직과 관련을 맺고 있는 외부세력들의 힘이 상호작용하는 장(field)과 같은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의 형태로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기여(contribution)의 양을 어떻게 하면 충분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 이다. 바나드에 의하면 이 기여가 조직에서는 인간들 사이의 협동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협동은 조직의 목표달성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조직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접착제'로서 계서제적 권위를 상정한 Weber나 Taylor와 달리 바나드는 조직을 둘러싼 사람들의 협동이 바로 '응집인자'라고 보았다.
바나드의 조직이론은 자발적 협동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조직에 있어 권위(authority)의 개념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가하고 있다. 바나드에 의하면 권위의 수용자에게 있어 권위는 자신에 대한 개인적 통제권의 포기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개인에 의한 통제권의 자발적 포기가 선행되지 않는 한 권위는 성립할 수 없다. 조직의 권위는 개인의 행위를 체계의 목적을 위해 바치려는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조직에 있어 활동의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협동의 자세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바나드는 '무관심권(zone of indifference)'의 개념을 고안하기도 했다. 무관심권은 사람들이 어떤 권위적 명령을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이르는 말이다.
조직은 인간들의 의식적 협동체계인 만큼, 조직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의 기여와 그들의 자발적 기여를 유발하기 위한 유인(incentives)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바나드는 이것을 조직의 균형(equilibrium)으로 파악하였다. 바나드에 의하면 조직은 유인과 기여의 순환과정이 반복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동태적 균형(dynamic equilibrium)'에 의해 존립한다. 바나드는 이것을 '조직의 경제'라는 개념으로 분석하였다. 성공적인 조직경제를 실현한 조직이 목표달성으로 그 활동을 지향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조정의 기능이다.
바나드의 조직분석에서는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의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나드는 조직내의 의사소통, 동기유발 등과 관련하여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을 밀접하게 연관지어 이해하였다. 또 그는 비공식조직의 기능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제시하였다. 비공식조직에 대한 바나드의 설명은 인간관계론자들의 연구를 통해 많은 부분 지지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상의 개념과 분석시각들을 바탕으로 바나드는 조직의 지속적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집행자의 기능'을 제시하였다.
① 조직의사소통의 유지: 집행자는 두 가지 전략적 요인, 즉 조직의 골격과 인사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지휘·통제상의 의사소통기능을 수행한다.
② 개인들로부터 조직에 대한 기여의 확보: 집행자는 유인, 설득, 감독, 교육 등을 통해 조직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얻어내는 기능을 한다.
③ 목표의 형성과 구체화: 집행자는 조직의 목표를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단순하고 특정한 것에 이르기까지 조직내에서 구체화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④ 창의적인 도덕성: 조직에는 그 존재와 활동을 정당화시켜 주는 기능이 필요하다. 때문에 집행자에게는 고도의 책임성과 도덕성을 확보하는 기능이 요구된다. 특히 바나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도덕을 창조하는 능력"을 창의적 도덕성이라고 보아, 이것이 리더십의 요체라고까지 주장했다.
바나드의 이론은 이것이 조직연구에 있어 체계적 이론의 성립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였고, 허버트 사이몬 등 이후의 조직이론발전에 있어 중요한 이론적 자원들을 공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6. Selznick의 제도이론
제도이론(institutional model)은 후기베버주의 관료제연구의 일원이었던 Philip Selznick에 의해 발전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조직의 생존을 합리성보다 우선시 하는 기능주의적 자연체계로서의 조직관을 반영하고 있다. 셀즈닉에 의하면 조직은 비록 목표지향적 도구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생존이라는 요구에 의해 움직여지기도 하는 비합리적, 자연적 유기체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셀즈닉은 조직이 비합리적 자연유기체의 성격을 나타내는 이유를 ① 조직구성원들의 영향, ② 공식적·비공식적 조직구조의 작용 등에서 찾았다.
제도이론은 조직구조를 외부환경과 조직내 구성원들의 상호작용 형태에 대응하여 형성된 적응적 유기체로 이해한다. 셀즈닉은 모든 사회체계의 가장 중요한 욕구는 체계 그 자체의 순수성과 계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조직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내외의 조건에 적응하여 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특징적 구조를 자연적으로 형성하게 된다. 셀즈닉은 이것을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라고 명명하고, 조직분석에 있어 기본적 관점으로 삼았다. 조직이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자기 방어적 적응기제에는 비공식구조, 이데올로기, 흡수(co-optation) 등 대단히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적응기제들 중에서 셀즈닉이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흡수이다. 셀즈닉에 의하면 조직은 ① 조직의 공식적 권위에 대한 정당성의 기반이 취약한 경우와, ② 외부의 특정 권력집단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하여 흡수전략을 구사한다.
셀즈닉은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테네시강개발청(TVA)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조직에 대한 제도이론적 분석을 구체화하였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공황의 극복을 위한 정책의 일부로 테네시계곡의 종합개발을 착수하였는데, 이 계획의 시행을 담당하였던 기관이 TVA이다. 셀즈닉의 분석에 의하면 TVA는 현지 주민들의 저항을 무마하고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방편으로 지역대표들을 TVA사업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흡수전략을 취하였다. 그러나 흡수전략은 공익의 추구라는 TVA의 공식적 목적과 상관없이 소수 지역유지들의 사적 이익에 봉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셀즈닉의 연구는 이후 Burton Clark의 로스앤젤레스 성인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와 Sheldon Messinger의 Townsend 노인단체에 대한 연구, Mayer Zald의 YMCA 연구 등에 의해 계승되었다. 제도이론은 그 연구의 방법론에 있어 자연사적 접근을 선호한다. 여기에서 자연사적 접근이란 조직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방법론에 입각하여 제도이론은 조직의 공언된 목표와 적응과정에서 나타난 실제목표를 비교한다. 때문에 Charles Perrow는 제도이론이 사회이론의 '폭로적 전통'을 반영한다고 논평하였다.
7. 의사결정이론
의사결정의 문제와 관련하여 현대 사회과학은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공식적, 합리적, 규범적 이론을 발달시켜 왔다. 이런 이론들은 고전경제학의 합리적 경제인 모형을 근거로 가장 이상적인 의사결정의 방법을 탐구하여 왔기 때문에 규범적 이론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전적 의사결정이론들은 실세계의 의사결정자에 대한 설명을 결여하였고, 우리가 현실에서 빈번히 발견할 수 있는 집합적 의사결정의 문제를 간과하였다.
여기에 Herbert A. Simon을 중심으로 하는 학자들이 조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실세계의 의사결정을 경험적으로 연구할 것을 주창하면서 조직에 관한 의사결정이론이 성립하게 되었다. 때문에 의사결정론적 조직이론들은 대개 기술적(descriptive)이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의사결정이론은 1940년대 사이몬에 의해 제기된 이래 크게 보아 세 가지의 이론적 흐름을 형성하였다. 즉, ① 사이몬의 제한된 합리성이론과 ② 사이어트(Richard Cyert)와 마아치(James March)의 提携集團(coalition)이론, ③ 마아치와 올젠(Johan P. Olsen)의 쓰레기통모형(garbage can model)이라고도 불리는 무정부적 조직이론(organized anarchy) 등이 그것이다. 이들 이론은 모두 조직의사결정에 대한 기술적·경험적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사결정이 지니는 합리성 정도에 대한 관점에 있어 구별된다. 다른 두 이론과 비교해 볼 때 사이몬의 이론이 가장 높은 수준의 합리성을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통모형은 조직의사결정의 합리성에 대해 가장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이몬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조직을 '제한된 문제해결자(limited problem solver)'로 이해하였다. 유인과 기여의 균형에 입각한 바나드의 조직균형이론을 근거로 사이몬은 조직과 관련된 모든 현상을 의사결정현상으로 이해하였다.
그에 의하면 조직의사결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설명된다.
① 분할된 문제들(factored problem):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조직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문제를 부분으로 나누어 하위부서에 이것을 분담시키는 것이다.
② 만족성(satisficing): 대안의 선택은 극대성이 아닌 만족성을 기준으로 한다.
③ 탐색(search): 조직의 대안탐색은 가까운 것에서 먼 것으로, 선례가 있는 것에서 없는 것으로 순차적 과정에 의한다. 그리고 만족할 만한 대안이 나타나면 탐색은 중단된다.
④ 레퍼토리(repertories): 나이를 먹어 가면서 조직은 당면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들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것이 조직의 레퍼토리이다. 어떤 레퍼토리가 문제해결에 성공적으로 거듭 적용되게 되면 이것은 표준운영절차(SOP)로 정착된다. 사이몬이 말하는 '프로그램화된 결정'과 '프로그램화되지 못한 결정'의 차이는 이것을 의미한다.
마치와 사이어트는 사이몬의 이론을 일부 수정하여 조직을 제휴집단으로 보는 관점(organization as coalition)을 제기하였다. 이들은 조직이 하나의 통합된 행위자이기보다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구성원들의 제휴체라고 이해한다. 때문에 조직은 그 관심 자체가 유동적이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도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실제의 조직은 사이몬이 가정했던 것보다도 더 낮은 수준의 합리성밖에 기대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이들이 설명하고 있는 조직의 성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도 있다.
① 갈등의 잠재적 해소: 조직은 서로 갈등적인 목표와 가치를 지닌 참여자들의 제휴체이다. 조직은 이러한 갈등의 부분적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각 하위단위에 대해 분할된 과제들을 부과한다.
② 불확실성의 회피: 환경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반응은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은 당장의 긴급한 문제를 우선 해결한다든지, 계약, 계획, SOP, 전통 등에 의지하여 불확실성에 대처한다.
③ 문제촉발적 탐색: 조직의 탐색은 문제에 의해 비로소 촉발되며, 그 해결과 함께 종료된다. 또 탐색과정은 조직 구성원들의 성격과 구조, 과정 등에 의해 왜곡된다.
한편 마아치와 올젠은 의사결정체로서의 조직이 극히 불합리한 방법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이들은 문제에 대한 인지와 목표, 해결책으로서의 대안,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압력 등이 다소간 우연히 결합되었을 때에 비로소 조직의 집단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보았다. 조직의사결정에 대한 올젠 등의 설명은 마치 쓰레기통 속에 여러 종류의 휴지가 모여들어 하나의 유의미한 문서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고 하여 '쓰레기통 모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8. 체계이론
조직연구에서 시스템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체계이론은 다음의 네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즉, ① 버탈란피(Ludwig von Bertalanffy)의 일반체계이론, ② 위너(Nobert Wiener)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이론, ③ 캇츠(Daniel Katz)와 칸(Robert Kahn)의 개방체계론, ④ OR(operations research)이나 체계분석(system analysis)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계량적 체계이론 등이 있다.
이론생물학자인 버탈란피는 현대의 학문들이 지나치게 분파화하는 것에 반대하여 상이한 학문적 성과들을 상호 연계시킬 수 있는 개념적 틀로서 일반체계이론(general system theory)을 제시하였다. 이후 체계이론가들은 단순체계와 복합체계, 기계적 체계와 유기적 체계, 개방체계와 폐쇄체계 등 체계에 대한 다양한 유형론들을 발달시켰다. 단순체계와 복합체계의 구별기준은 체계 구성부분들의 분화정도이다. 기계적 체계는 하위단위들 간의 상호의존성이 경직되어 있는 것을 말하고, 하위단위들 간의 결합이 느슨하여 덜 경직되어 있는 것을 유기적 체계라 한다. 개방체계와 폐쇄체계는 체계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기준으로 한 분류이다. 일반체계이론의 입장에서 조직은 이러한 체계의 한 형태이다. 체계이론가들은 기본적으로 조직을 하나의 유기적 복합체계로 이해한다. 따라서 체계이론은 조직을 개별적 부분으로 분해하여 검토하는 접근방식을 거부한다. 체계이론의 특징은 조직을 상호의존적인 전체로 보아 통합된 틀 속에서 연구하려는 것이다.
사이버네틱은 조타수를 뜻하는 희랍어 쿠베르네테스(kubernetes)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이버네틱의 개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40년 수학자 위너에 의해서이다. 위너 등은 살아 있는 두뇌와 같이 유연하고 적응적인 행동능력을 지닌 인공물의 개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이버네틱의 개념을 채용하였다. 사이버네틱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규제성(self-regulation)이다. 사이버네틱이론가들은 조직을 하나의 자기규제적 사이버네틱 체계로 본다. 이들에 의하면 조직은 환경으로부터의 부정적 피드백(feedback)에 자동적으로 적응하여 시행착오와 자기수정작용을 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는 특성을 지닌다.
캇츠와 칸은 개방체계의 관점에서 조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조직이 다음과 같은 개방체계로서의 특성을 지닌다고 주장하였다.
① 에너지의 유입(importation of energy): 체계로서 조직의 생존은 환경으로부터의 에너지 유입에 의존한다.
② 변환과정(through-put): 조직체계는 투입물을 처리하여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 낸다.
③ 산출(output): 조직의 산출물은 환경으로 되돌려진다.
④ 활동의 순환으로서의 체계(system as cycles of events): 체계와 환경사이의 에너지 교환은 순환적인 성격을 띤다. 조직의 산출물은 피드백에 의하여 새로운 일련의 체계 순환과정이 시작되게 하는 원천이다.
⑤ 負의 엔트로피(negative entropy): 모든 폐쇄체계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해체되거나 쇠퇴하는 경향을 갖는데 이것을 엔트로피라고 한다. 개방체계는 환경으로 내보내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유입해 들임으로써 부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자 한다. 생물유기체가 얻을 수 있는 부의 엔트로피가 제한되어 있는 데 반해, 사회체계는 거의 무한정의 부의 엔트로피를 유지할 수도 있다.
⑥ 정보투입, 부정적 피드백, 부호화(information input, negative feedback, and the coding process): 체계의 투입물에는 물리적 에너지뿐만 아니라 정보도 포함된다. 체계가 어떤 상태로부터 이탈될 때 곧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행위를 촉발시키는 정보를 부정적 피드백이라 한다. 또 체계는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하고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데 이것을 부호화 과정이라고 한다.
⑦ 안정상태와 역동적 항상성(the steady state and dynamic homeostasis): 체계는 환경과의 교류 속에서도 자기규제능력에 의거하여 규칙적인 안정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항상성은 체계의 이러한 성격을 이르는 말이다.
⑧ 분화(differentiation): 개방체계는 일반적 형태나 역할을 보다 정교하고 특정화된 방향으로 분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체계에 대한 이해는 부분들 간의 통합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⑨ 동일결과성(equifinality 동일도달성, 異因同果性): 개방체계는 상이한 출발점과 자원, 상이한 방식에 의하면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다.
한편 계량적 체계이론은 조직의 운영과정을 투입-변환-산출-환류에 있어서의 에너지 흐름을 중심으로 계량적으로 연구한다. 오늘날 이러한 분야에서는 OR, 체계분석, 시뮬레이션 등과 관련된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계량적 체계이론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체계의 설계를 염두에 둔 합리적, 관리과학적 지식의 개발이라 할 수 있다.
9. 인구생태이론
인구생태이론(population ecology model 조직군생태론)은 환경이론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197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이 이론은 조직환경을 다루는 이론들 중에서도 가장 환경결정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구생태론의 기본가정은 「환경의 선택작용이 조직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구생태론의 또 다른 특징은 조직에 대한 분석단위가 개별조직이 아닌 '組織群'이라는 거시적 수준에 맞추어져 있으며, 장기간에 걸친 역사적 접근을 기본적인 방법론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Howard Aldrich에 의하면 인구생태론은 다음과 같은 중심적 특성을 지닌다.
① 조직변동의 중심적 動因으로 환경적 특성에 주목한다.
② 분석의 기본단위는 조직군이다.
③ 조직군 형성의 거시사회적, 정치·경제적, 역사적 맥락에 관심을 둔다.
④ 조직이론과 조직사회학적 시각의 결합을 추구한다.
인구생태론의 대표적인 이론가로는 알드리치와 M. Hannan, J. Freeman, Fred E. Emery, E. L. Trist 등을 들 수 있다.
인구생태론은 조직변동의 설명에 있어 생물학적 진화론의 개념인 변이(variation), 선택(selection), 보전(retention) 등의 기제를 중요시한다. 인구생태론이 설명하고 있는 변이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즉, ① 새로운 조직군의 출현과 ② 조직형태상의 부분적 변형이 그것이다. 인구생태론에서 변이는 선택만큼 중요시되지는 않는다. 인구생태론은 환경에 의한 자연적 선택이 조직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에 선택과정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이 선택과정의 주체가 되는 것은 환경이다. 조직은 환경에의 적합성 여부에 따라 생존과 도태가 결정된다. 이 이론은 조직의 부분적 변이를 통한 생존가능성에 대해서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관심을 갖는다. 보전은 환경에 의해 선택된 조직형태가 지속되고 보전되는 것을 말한다. 환경에 대한 반응들 중에 긍정적으로 선택된 것은 조직의 기억장치를 통해 보전, 복제, 재생산된다.
인구생태이론가들은 환경의 결정력을 중요시하는 만큼 환경의 유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이들은 ① 환경용량의 풍요성과 희소성, ② 환경의 동질성과 이질성, ③ 안정성과 불안정성, ④ 집중성과 분산성, ⑤ 영역일치와 불일치, ⑥ 환경의 유동성 등을 기준으로 하여 환경을 분류하고 있다. 환경의 유형론으로는 에머리와 트리스트의 분류가 널리 알려져 있다.
조직환경의 연구와 관련하여 인구생태론자들이 발달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개념은 適所(niche)이다. 적소는 생물학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환경의 영역들 중에서 특히 아직 어떤 종에 의해서도 점유되지 않은 부분을 말한다. 환경이론에 의하면 조직의 생존전략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직접적인 생존경쟁을 통해 승리하는 방법과, 아직 다른 조직에 의해 점령되지 않는 새로운 적소를 찾아 자기 자신을 거기에 재빠르게 적응시키는 전략이 있다. 최근 경영학자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niche marketing 전략은 이러한 이론을 응용한 것이다.
한난과 프리만은 조직이 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를 지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과 조직구조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제기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조직은 환경의 일방적인 선택에 대해 무능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환경의 다양성과 조직형태의 다양성 사이에는 소위 '構造同一性(isomorphism)'이 나타난다. 환경에 적응하려는 조직들의 노력과 상관없이 환경은 스스로 최적인 조직을 선택해버리기 때문에 환경과 조직간의 구조동일성은 필연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구생태론은 조직환경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점에서 그 공로가 크게 인정된다. 그러나 이 이론이 가정하고 있는 환경주도성과 조직의 수동적 역할에 대한 관점은 이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을 토대로 등장한 것이 자원의존성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10. 자원의존성이론
자원의존이론(resource dependence model)은 인구생태론의 환경결정론적 관점을 비판하고 조직의 능동적·자율적 성격을 강조한다. 자원의존이론은 환경을 자원과 함께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개념화한다. 이 이론은 조직현상을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획득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활동으로 이해한다. 인구생태론과 마찬가지로 자원의존이론도 변이, 선택, 보전의 단계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인구생태론과 다른 점은 조직의 의도적 행위의 결과로서 변이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자원의존이론의 대표적인 학자로는 Jeffrey Pfeffer와 Gerald Salancik을 꼽을 수 있다.
인구생태론이 환경에 대해 특정의 행위자들을 구체적으로 이론화하지 않는데 비해 자원의존이론은 환경이 대개 다른 조직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때문에 자원의존이론은 다른 조직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독특한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조직이론에 있어 관심을 끌고 있는 조직집합(organization set)에 관한 논의들은 자원의존이론의 관점을 배경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집합이론은 조직들 간의 경쟁관계에 있어 보이지 않는 어떤 질서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아 이것을 이론화하고 있다.
페퍼와 셀렌식은 조직이 환경의 다양한 요구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을 근거로 하여 자원의존이론을 발달시키고 있다. 자원의존이론이 보는 조직은 환경에 대해 때로는 의존적이지만 때로는 원하는 대로 환경을 통제하기도 한다. Alfred Chandler는 조직구조와 전략에 관한 역사적 연구를 바탕으로 환경에 대한 조직의 전략과 조직구조간의 상응성을 잘 보여주었다. 조직들은 환경에 대한 의존성이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① 문제요소들을 전면적으로 흡수하는 합병, ② 겸임이사제(interlocking directorate)와 같이 조직간 인사관계를 이용한 부분적 흡수, ③ 트러스트와 같이 문제환경에 대해 적극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방법 등을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
자원의존이론도 조직과 환경간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이 때의 관계는 조직내부 요소의 환경에 대한 독립적 성격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점에서 '느슨한 결합(loose coupling)'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의존이론은 조직의 전략적 적응을 이론화하는 과정에서 조직내의 권력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조직에 있어 환경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조직내 하위단위들에 차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조직내 개별적 부분들 간의 권력분포에 영향을 미친다. 만일 조직환경의 우발성과 제약,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조직의 하위단위가 있다면, 그 부분은 조직내에서 최상의 권력을 확보한다고 말할 수 있다.
11. 신제도이론
신제도이론은 최근에 급격하게 발달되고 있는 이론들 중의 하나이다. 신제도이론은 기본적으로 어떤 조직이 그 운영과정에서 왜 그와 같은 형태를 지니게 되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이 이론은 조직이 유사한 조직들로 형성된 場(field)에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여기에서 장은 관련된 행위자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신제도이론은 또 조직과 환경의 교섭작용을 중요한 연구의 주제로 한다. 신제도이론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환경의 요소는 사회의 문화적 규범과 가치, 신념 및 제도 등이다. 신제도이론은 조직들이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점차 동질적으로 변모해 간다고 본다. 신제도이론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Paul J. DiMaggio와 Walter W. Powell은 조직의 형태가 각 시대 사회변동의 소산이라고 보아, 막스 베버의 관료제도 그 시대의 요청,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산물이라고 해석하였다.
디마기오와 포웰은 같은 장 속의 조직들이 점차 동질화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① 환경의 압력이나 정부의 규제 등이 조직의 동질성을 요구하고 있다.
② 조직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다른 조직의 성공사례를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③ 조직의 노동력이 점차 전문화되는 추세 속에서 전문가들은 유사한 가치관을 갖는다.
신제도이론은 조직을 형성하는 힘은 목적과 수단의 합리적 고려가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같은 장 속의 조직들이 유사해지도록 작용하는 내·외적 압력이라고 주장한다. 신제도이론은 상징(symbol)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이 때의 상징은 제도화된 관례를 말한다.
신제도이론이 셀즈닉 등의 제도이론과 다른 점은 특히 방법론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셀즈닉의 제도이론은 기능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반해 신제도이론은 현상학적 접근법을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셀즈닉의 제도이론은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기능적 충족의 관점에서 조직행동을 설명하였다. 이에 비해 신제도이론은 환경으로부터 社會定義的으로 기대되는 규범에 대한 동조의 관점에서 조직행동을 이해한다.
신제도이론에서도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의 개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도화는 특정의 구조와 관행, 절차 등이 발생하여 그것이 하나의 제도로서 안정화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신제도이론은 이렇게 하여 형성된 제도들이 조직에 대하여 하나의 기대 내지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조직이 이에 대하여 반응하는 과정에 특히 관심을 갖는다. 조직상의 어떤 구조나 절차가 사회내에서 제도화되게 되면 조직이 그러한 구조나 절차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제도화 이전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신제도이론가들의 생각이다. 조직상의 혁신이나 새로운 관행의 수용은 그것이 제도화되기 전에는 대개 합리적·기술적 고려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이나 관행이 하나의 제도로서 인정되는 상황에서는 이것에 대한 조직의 수용은 환경적 기대에 대한 의례적 동조(ceremonial conformity)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민간서비스의 개혁이 도시들 간에 확산되는 과정에 대한 Lynne Zucker와 Pamela Tolbert의 연구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환경에 대한 의례적 동조의 개념을 바탕으로 John W. Meyer와 Brian Rowan은 조직의 공식적 구조가 하나의 '합리화된 신화(rationalized myth)'로서의 환경적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현대사회가 제도화된 수 많은 규칙과 유형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규칙과 유형들은 공식조직이 형성되어 나오는 기본 틀이다. 이들이 공식구조를 하나의 합리화된 신화라고 보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모든 사회는 조직에 관하여 어떤 목적에는 어떤 구조가 합리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공식구조는 바로 이와 같은 믿음을 반영한다. 따라서 공식구조를 통하여 받아들여진 믿음은 문화에 의하여 '합리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믿음은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없고 다만 널리 유포된 것일 뿐이기 때문에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은 문화적 기대에 대한 동조와 순응을 통해 조직의 정당성과 생존가능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주커 등의 분석에 의하면 제도적 환경에 대한 조직의 동조는 효율성의 감소를 대가로 생존을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화의 논리는 조직의 기술적 합리성과 모순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조직은 제도적 기대에의 동조를 위하여 불필요한 구조나 비능률적인 절차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또 조직은 때에 따라서는 서로 모순적인 기대에 동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따라서 환경에 대한 조직의 동조는 조직구조에 있어 마찰의 요인을 증가시키게 된다. 한편으로는 조직의 목표달성기능을 수행하는 부분과 동조를 위해 설치된 부분이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동조를 위해 설치된 서로 모순적인 구조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메이여와 로완은 조직이 이러한 마찰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분리(decoupling)에 의한 '느슨한 결합(loose coupling)'의 구조가 사용되는 것으로 보았다.
최근 신제도이론은 John W. Meyer와 W. Richard Scott, Lynne G. Zucker, Brian Rowan 등에 의해 더욱 발전되고 있다. 이들은 관례와 유형이 가치관이 되는 방식, 상호작용유형과 조직구조가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신제도이론은 기본적으로 조직은 기술이라는 비개인적 힘이나 환경의 요구 등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감정과 의미를 지닌 적극적 존재로서의 인간들에 의해 형성되어지는 것으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