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후지 TV 드라마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 있다

앤디 가르시아와 같이 연기하는 것에 반대한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좀 다른 이유로 심은하씨가 후지 TV 드라마에 나가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보고자 합니다.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은 답변글보다는 따로 게시판에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쓴 글에 추가, 보충할 것이 있는 글은 답변글로 올려주시고, 기타 자기의 짧은 견해 등은 글 밑의 comment난을 이용해 주십시오.

아직 어떤 내용의 드라마인지는 모르지만, 후지 TV로 나가는 것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1. 우선, 일본시장에 심은하를 알린다는 점에서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TV는 스크린보다 배우가 시청자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서는 매체의 특성이 있습니다. 이 기회에 강렬한 인상을 일본의 시청자들에게 준다면, 이후 일본에서 개봉되는 심은하의 영화에 대한 호응도는 갑절로 높아질 겁니다. 심은하를 전 일본에 알린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merit)입니다.

2. 일본 TV제작방식에 경험을 갖게 된다.

일본은 한국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이 여기서도 드러나는데, 대신 에너지가 부족한 듯한 감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심은하가 브라운관에서 채워주면 될 테니까, 이 역시 심은하에게 유리합니다. 지금 심은하가 지쳐있는 상태라는 걸 감안할 때, 일본의 제작방식은 한국의 TV방송제작에 비해 심은하에게 작품분석을 할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줄 것입니다. 선진기법에 익숙해진다는 것도 그 자체로서 대단히 유익한 것입니다.

3. 큰 물에 가보는 것이다.

녹화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또 많이 다른 문화권입니다. 단지 거기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심은하는 많은 문화적 충격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게 산 경험이 될 터이니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중국에서 일년 가까이 촬영했어도 모래사막에서만 촬영한 것과 일본의 도심 한가운데에서 촬영하는 것은 얻어내는 게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4. 드라마 내용이 무엇이든지 영화에 비하면 리스크(risk)가 낮다.

영화는 돈을 주고 극장까지 가서 보는 거기 때문에, 볼 만하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상대적으로 TV는 돈이 든다는 느낌이 적기 때문에, 소재의 영향력이 영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심은하가 일본인의 구미에 맞게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를 가지고 일본에 가서 작게 성공하는 것보다는, 일본인의 구미에 맞게 만들어진 TV 드라마에서 (일본 배우들은 가지지 못한) 자기만의 매력을 녹여내는 것이 훨씬 성공적인 마케팅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단, 이런 일을 할려면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니까 일본시장쪽을 잘 아는 이규형 같은 사람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역시 매니저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단지 일본만을 아는 매니저라면 역시 장기적인 안목에서 별 도움이 안 되겠지요.

5. 한국과 좀 떨어져서 쉴수 있다.

여행을 가는 것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거기도 파파라찌는 있고, 심은하가 타겟이 되기도 할 것이지만, 외국어로 퍼지는 소문은 상대적으로 자기가 알아들을수 있는 한국어로 쓰여진 기사에 비해서 고통의 강도가 낮을 겁니다. 이래저래 심은하에겐 새로운 활력을 가질 기회도 될 겸 심은하는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동전의 뒷면, 이번 후지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의 문제점을 알아봅시다.

아직 검토되지 않은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후지가 이번 드라마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TBS는 드라마, 후지는 쇼, 오락이 장기입니다. 따라서 후지쪽에서 이번 드라마를 얼마나 배려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후지가 빈 시간을 메꾸기 위해서 저렴한 대체물로 심은하를 검토하는 것이냐, 아니면 일본 TV 시장에서 후지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강도의 충격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심은하를 불러들여 사운을 걸고 골든 아워에 승부를 거느냐는 것은, 심은하의 출연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 술 더 떠서 이런 요소는 심은하측에서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면이 특징입니다. 이를테면 심은하가 바다를 건널수 있는 어떤 배를 골라 타느냐의 문제입니다. 왜 매니저가 필요한지 그 이유가 분명해지는 순간입니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일본은 외주제작이 거의 대부분이라, 이번 후지 TV 드라마도 후지에서 기획하고 방송한다는 것뿐이지, 후지에서 만드는 것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2. 자기 매력을 생소한 작업환경에서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이 작업은 심은하가 문화적 충격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자기의 기량을 최고로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다고 볼수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심은하의 성격을 고려해볼 때 심은하와 이번 작업간에는 일종의 쿠션이 필요합니다. 심은하가 필터역할과 촉매제 역할을 다 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시 한번 매니저의 필요성이 드러나는군요.

또 매니저가 해결해 줄수 없는 것-심은하가 일본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자기만의 특징적인 연기를 개발해내느냐-예를 들면 어떻게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연기를 얼굴 찡그리지 않고 소리 질러대지 않으면서 중후하게 보여줄수 있느냐-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동시에 얼마만큼 그녀의 그런 접근이 일본 시청자에게 어필(appeal)할수 있느냐를 객관적으로 볼 사람도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요소들이 무시되면, 자칫 일회용 밴드 같은 이미지만 일본 TV업계에 줄수도 있습니다. 일본 TV 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이런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소재의 제한으로부터는 자유롭지만-설사 그게 동양인의 스테레오 타입이 될지언정-, 기존의 일본배우들의 연기와 비스무리한 정도라면 구지 외국인을 고용할 필요는 없다는 걸 새삼 일본인들에게 깨닫게 해주겠지요. 심은하는 N세대가 아닙니다.

3. 큰 연못에서 헤엄칠수 있을까.

심은하는 촬영하는 중에는 연기에만 몰입하는 편이라 일본에 가서도 호텔방에만 콕 쳐박혀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구지 일본이라는 장소가 갖는 매력이 없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그녀의 관광을 도와줄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또 그녀가 일본의 여러 인사들과 안면을 터 놓는 것도 아주 큰 힘이 될수 있겠죠. 여기에는 일본어라는 첨단무기가 필요하게 됩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간단한 대화 정도는 구사할수 있어야 되겠죠.

4. 심은하가 들어간다고 해서 드라마에 바뀔 내용이 없다

일본은 한국과는 검열의 기준이 다릅니다. 벗는 장면이라도 들어가면 심은하가 벗던 안 벗던 한국에서 방송되기는 힘들 것이고, 그런 장면이 있었다는 것 자체때문에 일본활동이 점수를 깎이고 들어갈수도 있습니다. 물론 유교 잔재가 강한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겠지만요. 또 하나는 전형적인 멜로 아니면 일본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미스테리물이 드라마의 소재가 될 확률이 높은데, 이런 경우 심은하를 위한 배역이란 걸 염두에 두고 쓴 대본일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다시 말하면 심은하를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이 쓴 대본이라는 얘기고, 심은하로서는 자기 나름대로 개발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부담을 갖아야 된다는 것이죠. 특히 영화에 비해 제작시간이 훨씬 짧은 드라마라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죠.

5. 일본어라는 외국어를 구사해야 할까.

심은하는 언어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보통 한국사람입니다. 그녀의 외국어 발음은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일본인들에게 결코 환영받을 만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일본어로 해야되는 부분이 많다면 심은하의 배역이 얼마나 크던지 간에 드라마 자체가 적잖이 위축될수도 있습니다. 단지 예쁜 "가이징(외국인)"이라는 이미지만 만들어놓는 것은 고생하는 것에 비해 대가가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심은하의 외국영화출연에 내가 별로 환영하지 않는 것인데, 이 점이 결코 가볍게 보고 넘길게 아닙니다. 만약 심은하가 한국어로만 대사를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일본인 시청자에게 어필하는데는 상당히 제약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6. 일본이라는 큰 시장을 배울 기회를 만들수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하는 얘기지만 심은하가 연기에만 몰입하기 위해서도 매니저가 필요하지만, 일본을 배우기 위해서도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대형 매니지먼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심은하가 그걸 원치 않는다면 그녀의 개인 매니저가 대형 매니지먼트와 업무제휴 같은 방법으로라도 일을 해야 이 정도 스케일을 무리없이 할수 있습니다. Beautiful Living과 관련된 글에서 이미 다루었으니까 여기서는 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결론

심은하의 어머니는 심은하를 잘 알긴 하지만, 이번 정호영과의 스캔들에서 보듯이 딸을 이끌어주거나 또는 외부작업-대언론작업 같은 거-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좋은 미끼-매니지먼트사의 심은하 영입 노력-가 계속 오는데도 불구하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조심스러운 모녀의 입장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엄마가 매니저를 했던 여배우들 대부분이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어 있고, 요즘 데뷰하는 배우들은 예외없이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한 아티스트의 성공요인을 재능 20% + 노력 30% + 매니지먼트 50% 라고 말한지 20여년이 되어갑니다. 심은하를 배에 비유하자면 120ft 대형요트이므로, 역시 조종석도 커야되고, 선장도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해안에서 타는 조그만 제트보트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이번 일본 TV 드라마 작업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은 외국인이 일본시장을 들어갈 때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 드라마가 성공적일 경우 심은하가 얻는 것들은 청춘의 덫으로 얻은 것의 몇 배를 가뿐히 넘을 것입니다. 청춘의 덫보다 더 낫다는게 아니라, 한 마디로 시장의 크기가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건은 한 번 해볼만 하다고 봅니다.

2001년 10월 26일

방문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