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 모임의 출석률이 매우 저조했더군요. 심은하의 은퇴가 기정사실화된 후, 급격하게 회원수가 늘었던 것으로 보였는데, 스파네이드가 말한 것처럼 월간중앙에 실렸던 심은하 관련 기사를 읽기 위해서 회원가입한 유령회원들이 대부분이었던 모양입니다. 게시판에 올려진 글중에서도 150회 이상 조회된 글의 숫자는 지극히 미미하니까, 회원수를 1500명으로 잡아도 10% 도 안 되는 회원만이 게시판을 둘러본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그 10% 의 회원중에서 오직 10%만이 활동적인 회원이라고 가정해도 1, 2차 모임때 모인 회원수를 커버할수가 없었습니다. 즉, 데일리 심은하 1500 회원중에 1%도 채 못되는 소수만이 실질적으로 팬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회원중에는 on-line id만을 공개하고 싶고, 실제 자신의 모습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을 것입니다. 게시판에 올려진 글만 읽고, 글을 남기는 웬지 망설여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정을 탓하고자 하는 맘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볼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약 팬터지 소설 매니아라는 사람이 지난 1년동안 팬터지 분야 책을 읽은 게 없다면, 그 사람의 취미가 팬터지 소설 읽는 것이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또는 여러분의 취미가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는 것인데, 지난 6개월동안 비행기를 날려보기는 커녕, 모형비행기 잡지조차 거들떠 보지 않았다면, 여러분의 취미가 모형비행기 날리는 것이라고 말할수 있겠습니까?
5월 10일 은하양팬은 이런 글을 게시판에 올렸었습니다.
서태지가 팬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은퇴했을때 제가 아는 사람은 지금 그는 갔어도 언젠가는 꼭 돌아온다고 확신하더군요
이미 그만둔 사람의 팬클럽에 왜 남아있냐구 제가 비웃었을때 그는 서태지는 타고난 음악가니 언젠가 돌아올거라구 확신하더군요
그게 10년이 되도 20년이 되도 좋다구요
자기들이 지금 이 자리를 지켜야 서태지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거 아니냐구요
자기들마저 떠나면 정말 서태지가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온다구요
이번 청룡상 영화제에 심은하는 어느 한 부문에도 후보로 올라가 있지 않습니다. 후보를 발표하고 상을 건네주는 역할도 맡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심은하의 얼굴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심은하의 팬들은 주인 없는 잔치에 가는 셈입니다. 그러나 심은하가 이 행사를 TV로 지켜볼 확률은 높습니다. 자기 없이 벌인 잔치에 누가 와주었는지는 기억해 둘 것입니다.
청룡상 영화제에 플랭카드를 들고 나서는 것은, 방관자가 염려하는데로 ; 팬을 등에 업고 심은하가 되돌아올 경우, 안티세력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구실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할수 있는 어떤 것도 안티 세력에겐 좋은 빌미가 될수 있습니다. 안티 세력의 반격이 두려워 몸을 사린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되겠죠.
여태까지는 (감히 이렇게 부른다면) 우리의 적은 외부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호영에게서 심은하를 되찾아올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승리의 축배를 들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은하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우리는 심은하의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신경을 쓰다가, 정작 심은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란에는 미처 대응도 못하고 나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상황을 보니 다시 한 번 우리는, 우리 내부의 적을 맞아서 꼼짝 없이 당하고 있는 형국입니다.1500명중에서 고작 1%에 해당하는 회원만이 실질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겨우 2%만이 행사장에 몸을 드러내겠다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행사장에 나타나서 세를 과시하는 것은 impression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쓴 바 있습니다. 플랭카드가 플랭카드를 든 사람들의 모임보다 더 커 보인다면, 차라리 플랭카드 숫자를 대폭 줄이는게 낫겠습니다. 우리는 심은하에게 돌아오라는 메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그 곳에 가는 것인지, 언론으로부터 동정표를 얻으려고 그 자리를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오직 10%에 해당하는 150여명만이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데일리 심은하에 들리는 회원일 것입니다. 여타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감안할 때, 그 중 반만이 활동에 참여할수 있는 회원이라고 본다면, 이번 행사에 75명정도의 참여는 무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은 1500 회원중 5% 에 해당하는 것이며,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계층이 인구의 5%에 해당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욕심을 내기에 무리한 숫자는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청룡상 영화제가 진행되는 날, 밖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심은하의 사진이 붙은 플랭카드를 들고 서있어야 하는 이유를, 내가 여러분에게
만들어줄수는 없습니다. 심은하와 여러분과의 관계는 여러분 개개인과의 관계지, 내가 결정지은 게 아니기 때문이죠. 난 단지 여러분이 여러분이 만든
관계를 돈독히 다질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려드릴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유령회원인 내가 이 곳에 글을 남길 이유는 충분하니까요.
2001년 12월 10일 아침 5시
방문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