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빈대 송기희>

광주 MBC기자인 송기희선배가 열흘전 우리 집에 왔다가 일주일 정도 빈대붙고 어제야 돌아갔습니다. 송선배와 저는 96년 함께 게 이오대학에서 유학했던 인연으로 친해졌는 데요, 송선배는 이번에 다시 저팬파운데이 션 장학금을 받아 또다시 유학을 오게됐답 니다. 오자마자 집을 구하느라 저희 집에서 일주일 생활한 거지요.

일주일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조카 현진이 도 아르바이트하느라 늦게 들어오고 해서 집에서는 통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송선배 와 함께 지냈던 일주일동안은 밤잠을 미뤄 가며 새벽녘까지 왕수다를 떨었습니다.

송선배는 자칭 '빈대'라며 제가 좋아할 만 한 일을 열심히 찾아내 '고객만족' 서비스 를 제공했죠. 이를테면 제가 퇴근할 무렵 미리 밥을 해놓고 기다린다거나 밤에 맛사지를

해준다거나 하면서 말입니다.

이 그림은 제가 송선배에게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해서 19일과 26일 두차례에 나눠 그린 것

입니다. 송선배는 '빈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기꺼이 모델이 돼줬죠. 하지만 빈대치고는 조금

시끄러웠습니다. 모델 하는 동안 자꾸 수다를

떠는 바람에 입이 비뚤어지게 그려졌거든요.

그리곤 이부분이 맘에 안든다, 저부분이 맘에 안

든다, 자꾸만 압력을 넣지 뭡니까.왠만하면 모델

맘에 들게 그리려고 했지만 실력이 실력인 만큼

뜻대로 잘 안되더군요.

어쨌든 그 빈대가 숱한 에피소드를 남기고 어제 아침 새로 구한집으로 이사갔습니다. 한동 안 심심하지 않았는데 빈대가 떠나니 좀 썰렁하더라구요. 그런데 어젯밤 전화가 왔습니다. 빈대한테서요. 어제 하루 있었던 일 얘기하느라 거의 한시간을 수다떨었죠. 빈대 역시 새집 에 이사가니 썰렁하다더군요. 수다가 끝난후 집에 남은 빈대 그림을 보며 빙긋 웃었습니다.

(2001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