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3가역 지하통로,
시골노파가 버들피리 팔고 있다 밤 10시 반,
노파는 석상같이 굳어져,
표정 없이 바쁜 발걸음들 밑으로 줄기차게 버들피리 불어 보내고 있다.
지하철 소음 사이사이, 짓눌린 공기가 버들피리 울음 먹을 때마다 파랗게 떨며 조그맣게 부풀어오르고 있다.
눈알이 시뻘개지도록 토해내는 버들피리 소리 유효사거리,
전철 소음에 반비례로 오무라지고 늘어난다 전철 소음에 밟힌 버들피리 소리 무심코 밟고 지나가다,
하고많은 세상 장사 중에 왜 저것밖에 모를까 ?
아내는 스스로에게 짜증내며 돌아가 백원 짜리 하나 산다
난생 처음, 요리조리 불어보는 아내에게 드디어 버들피리는 그의 파란 소리를 내어 주었다
노파가 시킨 대로,
아내는 버들피리를 물에 불려 냉장고에 넣어둔다.
지친 골목들을 돌아오는 아내가 버들피리 꺼내 불면,
이곳 저녁 공기는 파랗게 부풀고 새가 그 사이로 울며 간다.
아내의 파란 피리소리에는 지하철역 노파의 싸구려 나무색 치마가 들어 있다.
나는 홀로 남은 병든 시골 노모를 떠올린다.
아내의 피리소리에는 내가 모르는 아내의 아픈 비밀들이 묻어 나온다.
나는 내 속의 슬픈 사연을 더듬는다
아내는 마포 밀폐된 사무실에서 버들피리를 불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