쎙 떽쥐뻬리 A. de Saint-Exup ry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레옹 베르뜨에게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 그럴 만한
중대한 이유가 내게는 있다. 이 어른은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
구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것을 이 어른이 모든 걸, 어린이
를 위한 책들까지도 모두 이해한다는 점이다. 세번째 이유는 이 어른이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로받아야 할 처지에 있다. 이 모든 이유들이 그래도 부족하다면
예전의,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이 책을 바치기로 하겠다.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다지 많지 않
다). 따라서 내 헌사를 이렇게 고쳐 쓰련다.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뜨에게
1.
여섯 살 적에 나는 '체험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원시림에 관한 책에서 기막힌
그림 하나를 본 적이 있다. .............
2.
그래서 여섯 해 전에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킬 때까지 나는 마음
을 털어놓고 진정어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를 갖지 못한 채 홀로 살아왔다.
3.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아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4.
나는 이렇게 해서 아주 중요한 두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사는 별
이 집 한 채보다 클까말까 하다는 것이었다!
5.
나는 별이니 출발이니 여행에 대해 날마다 조금씩 알게 되었다.
6.
아! 어린 왕자, 너의 쓸쓸하고 단순한 생활을 이렇게 해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지.
7.
다섯째 되는 날, 역시 양의 덕분으로 어린 왕자의 생활의 비밀을 한가지 알게 되
었다.
8.
나는 곧 그 꽃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9.
나는 어린 왕자가 철새들의 이동을 이용하여 별을 떠나왔으리라 생각한다.
10.
그는 소행성 325호, 326호, 328호, 329호, 330호와 이웃해 있었다. 그래서 일거
리도 구하고 견문도 넓힐 생각으로 그 별들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첫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11.
두번째 별은 허영심에 빠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12.
그 다음 별에는 술고래가 살고 있었다.
13.
네번째 별은 실업가의 별이었다. .
14.
다섯번째 별은 무척 흥미로운 별이었다. 그것은 모든 별들 중에서 제일 작은 별
이었다. 가로등 하나와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있을 자리밖에 없었다.
15.
여섯번째 별은 열 배나 더 큰 별이었다. 그 별에는 무지하게 커다란 책을 쓰고
있는 늙은 신사 한 분이 살고 있었다.
16.
일곱번째 별은 그래서 지구였다..
17.
재치를 부리려다 보면 조금 거짓말을 하는 수가 있다.
18.
어린 왕자는 사막을 횡단했는데 오직 꽃 한 송이를 만났을 뿐이었다.
19.
어린 왕자는 한 높은 산 위로 올라갔다.
20.
그리하여 어린 왕자는 모래와 바위와 눈 가운데를 오랫동안 걷고 난 끝에 드디어
길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길들이란 모두 사람들 있는 곳으로 통하는 법이다.
"안녕." 그가 말했다.
그것은 장미가 만발한 정원이었다.
21.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22.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철도의 전철수가 말했다.
23.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장사꾼이 말했다.
24.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킨 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비축해 두었
던 물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을 마시며 장사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네
체험
담은 참 아름답구나. 하지만 난 아직도 비행기를 고치지 못했어. 마실 거라곤 없
고.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수만 있다면 나도 행복하겠다!"라고 말했다.
25.
"사람들은 급행 열차에 올라타지만 그들이 찾으러 가는 게 무엇인지 몰라. 그래
서 초조해 하며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26.
우물이 있는 쪽에는 폐허가 된 해묵은 돌담이 있었다. 다음날 저녁, 일을 하고
돌아오면서 보니 어린 왕자가 그 위에 앉아 다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27.
그러니까 그게 벌써 여섯 해 전의 일이었다...... 이 이야기를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